우체국에 들릴 겸 점심으로 오랜만에 햄버거를 사 갈 생각이었다.

집 앞엔 L 햄버거 가게가 있다.

이곳은 작년 이맘 때 들리고 이제야 들린 셈이니 우리집은 햄버거를 안 먹어도

너무 안 먹는다.

물론 난 몇달 전 성경공부팀의 막내가 점심으로 햄버거를 마련해줘서 먹긴했다.

그게 전부다.

솔직히 햄버거는 그다지 당기는 음식은 아니다.

햄버거 속 패티와 채소들은 그럭저럭 식감이 좋긴한데

이상하게 빵과 함께 먹으면 더부룩하다.

그래도 가끔 생각나기는 한다.

 

헉, 그런데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작년에 갔을 때만해도 카운터에 가면 주문하고 계산하고 기다리면

됐는데, 이번에 가니 누가 무인 자동화 시대 아니라고

주문과 계산을 기계가 한다. 

아예 그러라고 입구 가까운 곳에 설치해 놨다.

그런데 그건 또 카드가 있어야 하는가 본데 당연 나는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난 소문난 기계치다.

카드를 가져갔어도 또는 카드가 아니어도 그 앞에서

주문을 하고 계산할 자신이 없어졌다.

뭔가 에러가 나서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 더 기다리게 만들 것 같아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한창 바쁜 시간에 점원에게 물어 보기도 뭐했다.

순간 앞으로 기계를 다룰 줄 모르면 굶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모종의 자괴감 같은 게 느껴졌다.

갈수록 눈이 나빠져 찡그리고 봐야하는 것도 귀찮고.

 

결국 그 햄버거 가게를 나와 대신 붕어빵을 샀다.

이렇게 소심해서야...

5천원 15 마리. 오랜만에 왔다고 덤으로 한 마리를 더 받았다.

아직은 그렇게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고 팔고 사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기업은 자꾸 사람을 거부하려고 한다. 

그게 과연 좋은 운영인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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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1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술집에 로봇이 술과 안주를 서빙하고, 계산까지 한다면 정말 술맛이 떨어질 거예요.. ^^;;

stella.K 2017-12-01 14:55   좋아요 1 | URL
ㅎㅎ 맞아 맞아!ㅋㅋㅋㅋ
무슨 얼어죽을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냐?ㅠ

psyche 2017-12-02 00:58   좋아요 0 | URL
여기서는 뭘 먹으면 팁을 줘야 하니까요. 로봇이 한다면 팁을 안줘도 되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술맛보다는 돈일까요 ㅎㅎ

stella.K 2017-12-02 15:45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그것도 무시 못하죠.ㅋㅋㅋㅋ

2017-12-01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01 15:36   좋아요 2 | URL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사람은 어디가서 일하고 돈을 벌어서
햄버거 사먹을수 있을지 저도 대략 난감해지더군요.ㅠ
근데 그게 참 차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햄버거 하나 먹기를.
기업측에선 편리를 주장하겠지만.
기업 나빠욧!!!!!!!!!!!!!!!!!!!!!!!!!!!!!!!!

psyche 2017-12-0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면도 있겠군요. 사실 저는 무인자동시스템 좋아하거든요. 미국애들은 햄버거 하나 시킬때도 막 물어봐서요. 무인 시스템이면 내가 잘못알아듣거나,혹은 캐셔가 잘못알아들어서 엉뚱한 게 나오는 일이 없기 때문에...

stella.K 2017-12-02 14:22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런 점에선 실수가 없을 테니 유용하겠죠.
그런데 저희는 동네 장산데 뭐 그런데까지 그러나 싶은 거죠.
물론 그런 기계 잘 다루는 사람은 오히려 좋아할 거예요.
저도 처음이 문제지 하다보면 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젠 익숙치 않은 풍경에 좀 놀란 거죠.ㅋ

희선 2017-12-02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도 기계로 사는 시대가 왔군요 사람이 할 일이 또 줄었네요 회사 같은 곳은 다루기 힘든 사람을 쓰기보다 별 말 하지 않아도 괜찮은 기계가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계는 갑자기 쉬는 일도 없잖아요 사고 파는 건 사람과 사람이 하면 더 좋을 텐데 싶습니다


희선

stella.K 2017-12-02 14:19   좋아요 1 | URL
아, 주문과 계산을 기계가 하죠.
햄버거를 내주는 건 사람이 하지만.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일은 많이 줄 겁니다.
특히 점심 시간은 아무래도 혼잡할 테니. 유용하겠죠.
그런 거 익숙한 사람도 있겠지만
저 같은 기계치를 위해선 좀 사정을 봐주기도 해야할 텐데
오히려 속으로 뭐라고 그러겠죠.
그것도 못하냐고.ㅠ
 

 

고 김주혁을 추모하며 얼마 전부터 tv 다시보기로 드라마 <아르곤>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시작했을 땐 김주혁 보단 천우희 때문에 챙겨보겠다고 했다. 그걸 김주혁 때문에 보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 앞날 모른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용병으로 들어 온 계약직 천우희를 김주혁이 뺑이 돌리니까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나 "저 새끼가..."란 한마디를 흘리는데 그게 왜 그리 기억에 남던지. 명장면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천우희는 혹시 연기 천재는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아르곤>은 HBC라고 하는 가상의 방송국 뉴스 프로를 만드는 보도국 사람들의 치열한 보도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그런데 드라마가 늘 그렇듯, 잘 나가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찌질이들의 까이고 채이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보고 공감하고 박수쳐 줄 테니까.

 

아르곤은 그 뉴스 프로의 이름이고, 김주혁은 이팀의 팀장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비록 찌질하지만 올바른 정도의 길을 가는 정의파 앵커. 

 

오늘 새벽 잠 자다말고 깨어 마지막 남은 8회분을 보았다. 

요즘 내가 이런다. 초저녁 잠이 많은 엄마를 닮아 밤 10시 골든 타임 때 TV 켜놓고 잠이 깜빡 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TV 끄고 본격적으로 자야지 하면 말똥말똥 하고. 그나마 나도 모르게 잠이 들면 새벽에 이렇게 깨는 날도 많아졌다. 그러니 이제 나에게 본방을 사수한다는 건 먼 남의 나라 말이다.

 

아무튼 이걸 보는데 참 아쉬운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16부 내지 18부도 하더만 8부면 단막이다. 작가도 3명이 붙었던데. 그걸 단 8부에서 끝내버리다니. 아무래도 연출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력상 연출이 맡는 작품마다 시작은 좋은데 끝은 말아 먹으니 장막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지. 그것도 하나의 전략이라면 전략일 것이다. 이렇게 단막에서 만회하면 다음에 다시 장막을 맡을 때 유리하지 않을까?. 

 

어쨌든 아쉬운 드라만데, 끝이라도 좋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게 올곧아 채이고 까였으니 그래도 사필귀정이라고 정직한 사람이 나중엔 승리한다는 뭐 이런 거면 좋을 텐데, 예전에 탐사 보도를 다시 한 번 들쑤셔 보도가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보여주려 했건만, 결국 제가 내리친 도끼에 제 발등을 찍은 결과를 낳고 끝나버린다.  

 

그래도 드라마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력인 것 같다. 정말 인간 세계를 팩트만 가지고 다 보여줄 수 있을까? 팩트안에 감춰진 인간과 인간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또한 겹겹이 쌓인 팩트의 팩트를 벗겨주는 그 묘미가 아주 괜찮았다.

 

비록 발등을 찍었지만 김백진 그러니까 김주혁의 퇴진은 제법 멋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동안 보여준 그의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늘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자신이 손해 보더라도 팀원들을 챙겼다. 그러니 퇴진이 아름다웠던 것.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는데 짠했다. 김백진이 등을 보이며 방송국을 나서는 장면인데 저때만 해도 자신이 그 가을 날 죽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예고하듯 등을 보이며 방송국을 떠났고, 또 세상을 떠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죽기 전 영화 미개봉 영화 두 편을 찍어놓은 상태라고 하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개봉하면 위로가 되겠지.

 

나......? 나는 글쎄... 김주혁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인정하지만 아주 많이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광식이 형 광태>나  이미 고인이된 장진영과 함께 나온 <청연>에 나온 그를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방자전>에 나온 그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잘 찍기로 유명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기도 했으니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최근엔 <좋아해줘>에서 최지우와 나름 좋은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그가 죽은지 얼마 안되서 찾아 봤던 영화다. 

 

그러고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렇게 저렇게 그의 작품을 제법 많이 챙겨 봤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살아있을 땐 몰랐는데 가고없으니 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내친김에 그의 나머지 영화도 챙겨봐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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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1-29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아르곤이 김주혁씨 유작이 될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군요 저도 김주혁씨 하면 다른 작품들보다 방자전이 먼저 떠오르네요

stella.K 2017-11-29 17:49   좋아요 2 | URL
아, 이하라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안 되겠습니다. <방자전>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17-11-29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곤을 아직 보지 못해서, 나중에 보려고 생각중이예요. 그런데, 계속 나중으로 미뤄지네요.
화면 안에서 친근한 이미지여서 그런지, 부고를 듣는데 아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녁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바람이 어제보다 차가워요.
stella.K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1-29 17:52   좋아요 2 | URL
말 나온 김에 보십시오.
언제고 봐야지 하면 언젠간 안 보게 됩니다.
아주 훈훈합니다.^^

아까 오전에 잠깐 나갔다 들어왔는데 정말 춥더군요.
겨울 날씨 답습니다.^^

hnine 2017-11-29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때맞춰 잘 보는 편이 아닌 저도 이 드라마 <아르곤>은 제목이 궁금해서 초반에 몇부 정도 봤어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금방 끝나버리더군요.
아직은 고 김주혁이라고 쓰고 읽는게 이상할 정도로 안타깝고 허무하게 가버렸어요. 안타깝고 허무하게...

stella.K 2017-11-29 18:31   좋아요 1 | URL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르곤 마져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2017-11-29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30 12:4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비연 2017-11-30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왠지 무색무취해서 아주 도드라진다거나 아주 좋아진다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막상 갑자기 떠나니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픈 배우인 것 같아요.
웃음이 참 따뜻하고 소탈했는데...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17-11-30 12:47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생각해 보면 배우로서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고보니 빈자리가 커요.
저는 김주혁 보단 그의 아버지 김무생 씨를
보며 자라 온 세대라 아버지를 더 많이 생각하죠.
지금쯤 천국에서 부모님과 잘 지내고 있겠죠.

프레이야 2017-12-03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곤은 보지 않았지만 그의 비보 전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석조주택살인사건이에요. 비보 후에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홍상수영화였구요. 방자전에서 처음 그가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방자전 좋은 영화인데 좀 폄하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 벚꽃잎 흩날리던 풍경이 특히 기억나요. 청연도 참 좋아요. 청연은 두 주인공 모두가 세상을 뜬 영화가 되었군요.

stella.K 2017-12-03 19:39   좋아요 0 | URL
그가 출연한 영화는 적어도 평균 이상은 다 되죠.
그만큼 작품 볼 줄 알았다는 얘긴데 말여요.
어제 저는 사실 다른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좀 엉뚱하게 <광식이 동생 광태>를 다시 봤죠.
옛날에 봤는데 어쩌면 그렇게 새롭던지?
혹시 안 보고 봤다고 착각했나 싶기도 하더군요.
옛날 영화라 약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참 좋더군요.
요즘은 가벼운 연애에 대해 딱딱 떨어지는 맛이 있는 게.ㅎ

프레이야님 책 넘 궁금해요.
김주혁이 나왔던 영화에 대해서도 쓰셨나요?
저도 영화 에세이 써 보고 싶은데 아직 그럴 깜냥은 못되는 것 같고.
언제 또 그리 쓰셨는지? 많이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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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라톤이다

 

어렸을 때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훗날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책 읽는다고 미움 받은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저자가 남자답게 자라주길 바랐는데 그 바람과 달리 병약해 집구석에만 갇혀 책만 읽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셨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책 읽는 것을 싫어하니 몰래 읽다 들키고 그 이후론 다시 읽지 않았다고.

 

저자는 거기서 한 가지 좋은 점과 한 가지 나쁜 점을 발견했는데, 책을 안 읽으니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굉장히 교만했을 거라고. 뭐 책을 안 읽는 것에 대해 옹색한 변명 같긴 하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긴 하니까.

 

초등학교 처음 들어가서 첫 생활통지표에 담임선생님은, 나는 책을 잘 안 읽는 것 같다고 했다. 왜 하고 많은 말 중 선생님은 한 학기 동안 나를 지켜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그 말은 누가 들어도 칭찬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반이 보통 80명 정도 됐다. 그 아이들을 일일이 지켜보고 한마디 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더구나 기입란이 워낙 작아 여러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도 없었다. 또한 선생님의 그런 말씀은 더 열심히 독서에 정진하란 뜻이었을 테지만, 한글을 겨우 뗐을 내가 그 행간을 이해하기는 불가능 했다. 그렇다고 누가 나에게 차근차근 말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러다 보니 그게 은근 트라우마가 되었다. 솔직히 난 독서 집중력이 그렇게 좋지가 못하다. 한 번 책을 잡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내외쯤 될 것이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눈이 핑핑 돌고, 머리에서도 과부하가 걸린다. 때문에 나는 아무리 재밌고 은혜로운 책도 보름은 붙잡아야 한다. 난 한 때 이것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책은 어쩌면 그리도 나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던 걸까?

 

그런데 독서는 집중력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걸 한참 후에 깨달았다.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건 집중력이 아니라 지구력이다. 나는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은 짧지만 독서 자체를 지루해 하거나, 세상에 못할 것이 독서라고 여겨 본 적이 없다. 한때 책을 열심히 읽었던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 안 읽는 경우도 많다. 짧은 기간 책을 읽다 안 읽는 사람과 한 번에 많이는 못 읽지만 꾸준히 읽는 사람과 누가 승리자인가? 독서는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이런 상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만일 독서에 대해 집중력도 좋고,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지구력도 좋다면 어떻게 됐을까? 저자가 말하는 교만의 반열에 들어 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걱정할 것이 못되는 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서점이 생기고 블로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넘사벽의 독서 고수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전까지는 누가 무슨 책을 얼마나 읽는지 아는 바는 없고, 바람이 전해 준 말들만 많아 실감이 안 났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나 책 많이 읽는다고 교만을 부리고 허세를 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 게 나를 위해 좋다는 걸 금방 깨달게 될 것이다.

 

작년에 내가 독서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책을 많이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일 뿐이고, 수많은 독서 고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내 책은 내 집중력의 산물이 아니라 지구력의 산물이라는 것뿐.

 

독서 박해 중단하라!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 줬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이 너무 좋은 나머지 책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리고 책 어디를 펼 쳐봐도 기승전독이다. 모름지기 전도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아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입만 열었다 하면 깔떼기로 나도 모르게 그것으로 끝을 맺는 것. 그게 전도사의 남다른 포스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박근혜나 김영삼 대통령의 예를 끌어 왔겠는가? 누구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게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저자가 없는 소리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 잠깐 소개해 보면,

 

저자는 박근혜는 책은 안 읽고 만날 드라마나 봐서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고 했다. 또한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한 나머지 극비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길라임이란 가명으로 입원했다고. 박근혜가 TV를 얼마나 어느 정도 보는지는 알아 봐야할 일이지만 길라임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밝혀진 이야기인 건 사실이다. TV나 영화, 게임 같은 영상물에 집착하면 어떤 폐해를 낳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고.

 

김영삼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가 독서를 싫어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 아닌가. 그래 가지고 한 나라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식견을 가질 수 있겠는가 했더니 그 분야의 전문가의 머리를 빌리면 된다고 했다. 빌리는 것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대통령이고, 김영삼 대통령 역시 IMF 금융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으로 임기는 채웠지만 불명예 퇴진했다.

 

적어도 이 두 대통령은 자신에게나 국민에게나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지 못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대통령이 그렇긴 하지만.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과는 좀 다른 평가를 받는다. 물론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것을 몸소 보여줬던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한대로 왜 우린 초등학교 때까지는 독서를 독려 받다가도 왜 중학교만 들어가도 금지를 당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버지로부터 금지를 당한 건 아니지만 잔소리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뭐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자 태도가 바뀐 것이다. 물론 이것에 대해선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때 내가 공부를 좀 잘했더라면 그런 말은 듣지 않았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난 가득이나 책을 빨리 못 읽는데, 공부할 양은 많고, 아버지로부터 그런 잔소리를 들어야 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누가 독서를 할 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취미로 한단 말인가? 남는 시간은 자야지. 돌이켜 보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건 명백히 핍박이고 고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독서를 못하게 하는 사람은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난 우리나라의 불행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가 좋다는 건 알지만 그것을 강제하고 입시에 내몰리도록 하면서 획일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맹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뭐하겠는가? 그동안 자기 손으로 책을 사 본 일이 없으니 어떤 책이 좋은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나마 어떤 책이 좋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는 사람은 희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겐 필요없는 말일 것이다. 안타까운 건 이 책 역시 좋긴 하지만 정말 책을 안 읽는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하는데 여전히 읽는 사람에게만 읽힐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난 우리나라가 이 개인의 독서를 박해하는 것을 그만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창 책을 읽어야할 나이에 그것을 금하고 입시로 모는 교육에 미래가 있다고 보는가? 이거야 말로 우리나라의 문혁은 아닐까? 중국의 문화대혁명 말이다. 알다시피 그것은 말이 좋아 문화대혁명이었지 중국인을 우민으로 만든 문화 박해였다. 그 정점에 중국의 찬란한 고전을 읽지 못하게 만든 독서 박해가 있었고. 그나마 그 기간은 생각 보다 오래진 않았지만 문혁의 그늘은 지금도 드리워져 있다. 그런 것을 우리나라는 여전히 하고 있다

중국의 문혁과 우리나라 독서 박해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너무 심한 표현일까? 하지만 적어도 이치는 같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고, 사람을 규격화 시킨다는 점에서 학교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더구나 386 이전 세대는 국가에서 지정한 교과서. 일명 국정 교과서로 공부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게 아닐지 모르지만 입시의 그늘은 여전해서 입시 맞춤형 인간만 양산하고 있다. 그 아이들이 어떤 고민도 없이 대학을 부모님이 정해주는 대로 간다지 않는가? 교육이 우민을 만들었다. 과연 그 원죄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저자가 책 안 읽는 대통령에 대해 언급했지만 책을 안 읽기는 국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역대 그런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 할 때 우리는 뭐했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저자는 말했다. 예를 들어 갑질이 문제라면 갑질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알아야 대처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것처럼 자기 손으로 책 한 번 재대로 골라 보지 못한 국민이 과연 대통령 선택은 잘 할 수 있겠는가? 선출된 대통령마다 앞에서 박수치고 뒤에서 욕하지 않았나? 국민 저마다 어떤 대통령을 뽑을지에 대한 정보와 철학이 없고, 다 여론몰이에 휘말려 뽑지 않았나? 그것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원래 선거는 그런 거야 하지는 않았는가 말이다.

 

선거철이면 각 후보들이 자신을 선전하기 위해 쓴 그렇고 그런 자전 에세이 같은 거 말고, 대통령을 연구한 이름하여 대통령학에 입각한 책을 읽어 본 적은 있는가? 얼핏 기억나는 건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가 쓴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 같은 책 말이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 게 아버지의 아우라 때문이라면 소박하다기 보단 우민의 교육 때문은 아닌가?    

 

그러려면 독서와 토론은 더 이상 시간 떼우기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규 과목이 되야한다. 그리고 나의 부모나 선생님이 책 그만 읽고 공부 좀 해라.” 이런 말 들으면 독서를 방해 내지는 박해했다고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즉 아동과 청소년 학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좀 심한가? 다 이 책을 읽은 덕분이라고 해 두자. 아니 나도 이 순간만큼은 책 전도사가 되야겠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사실 나는 우리나라 입시생들이(물론 다는 아니지만)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해 부모가 정해 준다는 건 자기 손으로 좋은 책을 골라 읽지 못한 것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유명한 도서 리스트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하버드나 서울대 또는 무슨 공적 기관에서 뽑은 100대 리스트. 심지어는 유명한 서점에서 뽑거나 휴가 때 읽을 책 리스트 등. 하지만 그 리스트대로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 참고일 뿐이다.

 

낚시하는 사람에게 손맛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손맛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이 해 봐야 든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도 사람이 쓰는 것인 만큼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그것을 찾아야 한다. 찾는데 실패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많이 하면 감만으로도 내게 맞는 책을 찾을 수가 있다. 감이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8, 90% 정도의 적중률이라면 꽤 괜찮은 거 아닌가? 물론 거기엔 재미와 감동 또는 쉽게 읽힐 책만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뭔가 힘을 뽝 주고 이판사판으로 읽어줘야 할 책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전두환 회고록> 같은 책은 읽지 말라고 하는데, 거기에 리스트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이순자 여사가 쓴 자서전도 포함이 될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이명박 회고록도 그렇지 않나? 하지만 꼭 읽지 말아야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교사 삼을 생각이라면 읽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왜 그렇게 읽지 말아야할 책도 있느냐면, 우린 책이라면 무조건 다 좋을 거란 무의식적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은 인간의 지적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특히 현대의 베스트셀러일수록. 고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완벽한 책이 어디 있는가? 나는 처음 성경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거기엔 바른 말만 적혀있는 줄 알았는데 인간의 온갖 잡다한 죄악들이 다 나와 있었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성경이 인류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책이 될 수 있었던 건지. 그런데 나중에 깨달은 건 책은 좋고 나쁘고, 재밌고 없고로 평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된 다는 걸 알았다.

 

또한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곤 하지만 만듦새를 무시할 수 없다. 너무 조악하게 만든 책은 내용 역시 조악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것도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전두환 회고록> 같은 거 보라. 무시할 수 없는 장정을 뽐내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난 장식이 많고 글은 조금인 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건 아무래도 출판사측의 전략이겠지만 초보 독서가들에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자의 지적대로 책의 정본은 못 읽고 축약본으로 읽고 나 그 책 읽었다고 자랑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책은 즐겁게도 읽어야겠지만 책 읽는 근육을 위해선 좀 고통스럽게 읽을 필요도 있다. (이렇게 말해 놓고도 좀 부끄럽긴 하다. 너무 고통스러워 읽다가 포기한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왜 책을 읽는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의 물음에 답하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그 물음이 있기 전에 책은 그냥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읽던지 안 읽던지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읽게 되어 있다. 김영하 작가는 최근 한 지적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은 곱씹을 만하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거라고.

 

그래서 일까? 요즘엔 장서가와 독서인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장서가도 언젠간 책을 읽을 테니까. 그러므로 너는 읽지도 않을 책을 왜 사니?”란 말은 책 그만 읽고 공부나 해.”란 말과 함께 사라져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다. 가식적인 폼도 좋고 베게로 삼아도 좋다. 그건 어느 특정인의 잇템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필수템이어야 한다.

 

저자의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에 내가 추가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나는 앞서 독서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내외라고 했다. 그러니까 난 독서를 하기엔 취약한 체질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도 독서를 포기하지 않는 건 책을 읽지 않는 것 보다 읽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무엇보다 머리가 텅 빈 느낌인 게 금방 바보가 될 것만 같다. 그건 독서를 하고 나서 눈이 핑핑 돌고 뭔가 과부하가 느껴지는 현상 보다 더 안 좋은 느낌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지금 그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야성(野性)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성(獸性)이 생긴다고. 늑대 인간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 인간도 방치하면 들판을 돌아다니는 짐승과 똑같이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우린 매일 씻고, 닦고, 쓸고, 조이고를 해야한다. 이것을 위해서 독서만한 것이 없다. 저자는 교만을 걱정하지만 책으로 생긴 교만은 책으로 겸손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지금은 북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때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그런 말을 한다. 이제 앞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100세 시대다. 지금 청년이라면 70년 내지 60년은 더 살 것이고, 중년이라면 50년 내지 40, 노년이라면 30에서 20년쯤은 더 살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아도 그중 3분의 1은 잠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빼기를 더 해야 한다. 그것뿐인가? 눈은 더 나빠질 것이고, 집중력도 예전만 같지 않아 지금 어떤 속도로 책을 읽든 지금 보다 느려지지 더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건 인위적인 예산일 뿐이지 누구도 그 시간을 채울 거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예전에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마치 그전에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처럼. 그때 제일 먼저 생각했던 건 죽을 때 죽더라도 내 손으로 지금까지 모아 온 책을 처분할 수 있어야 할 텐데와 나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그동안 난 얼마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수시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글프긴 한데 안 할 수도 없는 생각이다. 원래 계획 없이 사는 게 나의 콘셉트이긴 한데 그래도 북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그것대로 읽다가 생을 마감하면 좀 후회를 덜하고, 조금이라도 만족하고 죽지 않을까?

 

리스트를 많이 하지는 말자. 많이 잡으면 못 지킬 수도 있으니 자기 능력에서 중간치로 잡고 생각 보다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을 생각해 옵션으로 20권만 더 추가하면 괜찮지 않을까? 나이가 드니 생각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혼자하기 싫다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집해 같이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저자에게 감사를...

 

지금까지 난 단순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질문에 내 식의 답을 달았다.

저자는 꽤 오래 전부터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나 개인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저자의 책의 특징이라면 어떤 책을 읽어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책을 어렵게 쓰기는 쉬워도 쉽게 쓰기는 쉽지 않다. 읽다보면 저자 특유의 익살과 유머가 느껴져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그저 책 전도사로서 무작정 책을 읽으라고만 하지는 않는다. 그 속엔 저자가 읽은 책도 고스란히 녹아있고, 왜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들도 많이 던져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전공인 기생충과도 연결시켜 놓는 걸 보면서 과연 저자의 재치가 하늘을 찌른다 싶다. 이 책은 독서 초보자에게도 좋지만 이미 독서의 깊은 내공을 지닌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늘 사람들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는 저자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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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7-11-2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고 썼는데 리뷰의 수준 차이가 너무 다르네요 ㅠㅠ 흑흑 (사실 제말이 그말이에여!! 헤헤) 잘읽고 갑니당!

stella.K 2017-11-29 13:42   좋아요 0 | URL
아유, 왜 그러십니까? 잘 쓰고 못 쓰고가 어딨습니까?
다 생각나는대로 쓰는 거죠.
리뷰는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요즘엔 대충 쓰는 것도 많구요,
안 쓰고 넘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정말 스윗듀님처럼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다른 분이 맥을 잡아 주셔서 저도 내 말이 그 말인데 할 때도 있구요.
모쪼록 가려운데를 긁는 기분이셨길.^^

2017-11-28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9 13:43   좋아요 1 | URL
아유, 왜 이런 의미심장한 말씀을 비밀글로 막아 놓으셨습니까?
정말 공감가는 글인데...ㅠ

2017-11-29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9 13:57   좋아요 1 | URL
알고 있죠. 그런데 위의 댓글은 특별히 공감가는 게 있어서
비밀글이란 게 아쉬워서 그러죠.
저는 뭐 그렇게 인기 서재가 못 되서 누가 뭐랄 사람없습니다.
그리고 다 알아요.
남의 서재에서 댓글이 하얗게 보이면 아, 님이 다녀가셨구나 하죠.
특히 주인장이 저처럼 답글을을 비밀글로 하지 않은 경우는 100퍼죠.
사이러스의 서재는 특별히 더!ㅎㅎ

2017-11-29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9 14:22   좋아요 1 | URL
아유, 오히려 제가 감사할 일이죠!^^

그렇죠. 그런데 국민이 똑똑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동안
나라꼴은 말이 아니고 국가경쟁력에서도 뒤지고
그 책임 나중에 부메랑이 되서 다 지도자한테 돌아갈텐데
정신을 못 차려요.ㅠ

yamoo 2017-11-29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듯합니다. 지식이 늘어 판단력과 분석력이 조금 좋아지는 것 뿐(이것도 사람마다 달라 그냥 책은 기호의 소비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서에세이 류는 이제 그만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구경하는 분야 역시 독서에세이 분야라, 제겐 좀 거시기 합니다. 제가 타인의 독서에세이를 기웃거리는 건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멋진 책이 있을까하는 기대인데, 이제는 이런 기대를 충족해 주는 독서에세이 류는 좀처럼 없는 듯해서요.

서민 교수의 이 책은 아직 서점에서 구경도 못해 봤습니다. 미안하게도 아작 스텔라 님의 책도 찾아 읽지 못하고 있어요. 자꾸 까먹어서 그래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스텔라 님의 책과 서민 교수의 책은 찾아 봐야 겠습니다.

독서 에세이에 관한 리뷰라서 그런지 스텔라 님의 독서 이력이 잘 표출되어 있어 인상깊게 읽고 갑니다~

stella.K 2017-11-29 19:05   좋아요 0 | URL
ㅎㅎ 안 읽으셔도 되요.
야무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많이 무뎌졌고
오히려 야무님 같은 분은 저의 책 보시면 실망하실 것 같아서
안 읽으시는 것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부담 같지 마시고, 가끔 이렇게 댓글 남겨 주세요.
야무님 제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것 그대로인데요 뭐.ㅋ

cyrus 2017-11-3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이 먼저 언급하셨지만, 저도 독서에세이를 잘 안 읽어요. 독서에세이 비슷한 글을 매일 북플에서 읽기 때문이에요. ^^

stella.K 2017-12-01 13: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네가 내 책을 읽어줬다는 건 대단한 거지. 인정!
나도 말했지만 운이 좋아서 책 낸 거라고 하지 않던.ㅋ
너나 야무님은 워낙 독서 고수니까 굳이 독서에세이 안 읽어도
될지도 몰라.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북풀과 책은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다르지.
나도 책 낼 때 이미 썼던 걸 많이 정리해 낸 건데?

요즘엔 하도 독서에세이가 흔해져서 아주 인정 받는 작가가 아니면
안 읽을 것 같아. 나도 독자의 입장에서 그래..
그렇지 않으면 기획 단계에서 조금 더 특화된 뭔가가 있어야할 것 같고.

그런데 너도 언젠가 어느 출판사에서 연락 오지 않았니? 책 내자고?
진작에 물어보고 싶은 말을 이제야 물어 보네.
너 요즘 서재에 며칠씩 안 나타나는 걸 보면
모종의 작당이 있는 것 같기는한데 말야.ㅎㅎ

cyrus 2017-12-01 14:05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연락 온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제안이 온다고 해도 거절할 거예요. 어설픈 책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건 저나 출판사 모두 손해예요.. ㅎㅎㅎ

요즘 그냥 북플 접속시간을 줄이고, 대신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렸어요.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

stella.K 2017-12-01 14: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람 기죽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야.
나는 자비출판은 반대긴한데 그래도 출판사에서
연락 오면 고려는 해봐라.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때는 모든 리스크를 다 생각하고
연락한 것일 테니.
나도 당장 하겠다고 하진 않았어.
생각해 보겠다고 하곤 2년이 훌쩍 넘겨버렸지.

페크pek0501 2017-12-02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긴 리뷰를 쓰시다니... 저는 또 이 긴 리뷰를 다 읽다니... ㅋㅋ
독서에 관한 책은 하도 읽어서 그만 사야지, 하면서도 사실 끌릴 때가 많아요. 그만큼 관심 있는 책이니까요.
아무쪼록 마태우스 님과 스텔라 님의 책 판매가 계속 증가 추세로 뻗어나가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17-12-02 15:33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도 길게 쓰지잖아요.
다 읽길 바라지는 않고 공감하는 부분있으면
그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댓글 소통되는 거죠.
그런데 언니는 다 읽으셨으니 박수. 짝짝짝!

아, 근데 독서에세이 독자의 입장에선 뭐 다 책 얘기하는 거지
하겠지만 작가의 입장에선 책 얘기를 가장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렇게만 인식이 될까 봐 걱정이어요.
제가 야무님과 사이러스한테 너무 착하게만 얘기했나 봐요.ㅠㅠ
 

오늘 정말 벼르고 별러서 장마당(중고샵)에 갔다.

이미 얘기했지만, 내가 가는 곳은 알라딘과 예스24가 이웃해 있는 곳이다.

전에 언젠가 알라딘에서 내가 팔 책이 하필 너무 많이 나와있어

받아 줄 수가 없다고 빠꾸 맞은 적이 있다.

속으로, 흥, 내가 여기 아니면 팔 때가 없을 줄 알구..?

그리곤 예스24로 갔다. 갔더니 어서옵쇼다.

역시 예스24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완전 역전이 되었다.

옛날 생각만 하고 예스24에 먼저 갔다. 

낑낑매고 6권 가져 갔는데 보람도 없이 반타작만 했다.

한 권은 증정본이라는 것을 모르고 가져갔고,

한 권은 변색되어 받아줄 수 없다고 했고,

나머지 한 권은 재고가 너무 많아 받아줄 수 었다는 것이다.

 

이걸 또 집으로 가져 가자니 기운이 빠졌다.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알라딘에 들려 보았다.

다행히도 두 권 모두를 받아줬다.

이럴 땐 어디든 내 책을 받아 주는 곳이 있다면 장땡이다.

이번엔 알라딘이 보너스도 주더라.

얼마 전  갔을 땐 그런 거 없었는데.

책도 팔기 좋은 길일이 있는 가 보다.

그걸 알고가면 좋을 텐데.

 

팔고 책 구경을 했는데 김영하의 최근 소설이 몇 권씩 나와 있었다.

그건 예스24도 마찬가지다.

1년쯤 된 책이라면 모르겠는데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이

뭉터기로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좀 마음이 쓰렸다. 

그래도 이렇게 중고샵에 나와 있는 것이 날까?

중고샵에도 나와있지 못하고 폐지 공장으로 가는 책들은 얼마나 많을까?

언젠가 읽은 책의 운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책을 받다가 비록 중고샵이지만 그렇게 오프에 나와 책을 보고

있으면 현깃증이 날 것 같다.

예전에 온라인은 꿈도 안 꾸던 시절 그렇게 나와있으면 좋은 책이 많이 나왔다고

좋아한 적도 있었는데 왠지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보고 있으려니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이 많은 책들이 다 좋은 주인 만나 이쁨을 받아야 할 텐데...

 

하긴 별 걱정도 다한다 싶다.

모르긴 해도 중고샵의 매출이 새책의 매출 보다 압도적으로 많지 않을까?

중고샵이 서점을 먹여 살린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오히려 새책이 이쁨을 못 받을까봐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마치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뒷방으로 밀려난 본부인처럼.ㅠ

말이 좀 그런가?

그렇다고 중고샵이 애첩은 또 아니지 않는가?

 

 

 

그냥 나올까 하다가 이 책이 자꾸 땡겨 사 가지고 왔다.

그동안 알라딘 여기 저기서 손창섭느님 찬양이 심심찮게 목격이 되어서

 

사실 출판사도 같고 목차도 같은 데 내가 사 온 책은 겉표지가 저렇게 되어있지 않다.

 

거의 새 책인데 오래돼 가장 자리가 누렇게 변색이 되어있다.

중고샵 판매 가격은 3천 2백원.

 

20세기 한국소설을 재조명하는 나름 창비로선 꽤 공들인 책인 것 같은데 밀리고 밀렸다 결국 중고샵 귀퉁이 하나를 차지한 것 같다.

 

내가 언제 우리나라 문학을 훑는 건 고사하고 핥기라도 했을까? 괜히 우리나라 문학에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두껍지도 않으니 조만간 빨리 읽도록 해야할 것 같다.

 

북엔드도 샀다. 오래 전에 이걸 선물로 받은 것 같기도 한데 책꽂이처럼 칸막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이 책상에서 자꾸 빗금처럼 세워져 있다. 나중엔 책의 변형까지 온다. 사이에 끼워넣어야 할 것 같아 샀다.   

 

내가 산 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중 돼지 캐릭턴데 온라인에선 검색이 되지 않은 거다. 안 그래도 옹색한 방이라 책 외엔 가급적 물건 쌓아 놓는 것을 금하는 주의라 굿즈 상품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근데 오늘은 큰맘 먹고 이렇게 사 봤다. 모쪼록 쓰임새가 좋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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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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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5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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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1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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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2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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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1-24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과 잉여인간은 제가 읽은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계속해서 비가 오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기억이 납니다. 축축한 느낌도 들고. 그만큼 작가가 잘 써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중고샵을 안 가는데 남편이 그곳에서 가끔 책을 사고 제 이름으로 등록하여 알라딘 ‘나의 계정‘에 뜨면서 제가 구입한 걸로 되어 있지 뭡니까. ㅋㅋ

stella.K 2017-11-25 14:49   좋아요 1 | URL
그럼 부군께서 언니 비밀번호를 아신단 말씀입니까?
이거 비밀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닙니까?ㅎㅎ
아니다. 언니 카드로 사신 단 말씀인가요? 어떤 게 맞지...?
암튼 오랜만에 중고샵 다녀 오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요즘 알쓸신잡 땜에 유시민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내가 원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유시민 책이 몇 권 있었는데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김대중 자서전도 보이던데
그냥 두고 온게 조금은 아쉽더군요.
모두 좋은 책 같은데 언제 읽을지 몰라 그냥 저 책만 샀어요.ㅠ

페크pek0501 2017-11-26 14:53   좋아요 0 | URL
아마 제 이름으로 또는 제 폰 번호로 적립하며 구입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ㅋ

희선 2017-11-25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창섭 <비 오는 날>이 담긴 한국명작 단편소설집을 고등학생 때 봤어요 아주 오래전이네요 <비 오는 날> 어떤 내용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인상 깊었습니다 책이 가까이에 있어서 펴 보니 이름이 한자로 쓰여 있네요 그랬다니... 예전 단편은 지금보다 더 짧았네요 갑자기 하근찬 소설 <수난이대>도 생각납니다


희선

stella.K 2017-11-25 14:54   좋아요 1 | URL
오, 하근찬. 전 잘 모르는 작간데 웬지 보고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 책 사면서 왜 우리나라 고전은
잘 알려지지도 않을뿐더러 왜 안 읽을까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얘기들을 잘 안해요.
다른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는 빈번하게 입에 올리면서
우리나라 작가들도 저들만큼이나 자주 입에 올리는 분위기가
되야할텐데 그런 분위기가 없어 안타깝더군요.ㅠ

승주나무 2017-11-25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이 1부리그라면 중고서점은 2부리그이기에 서로 상호작용이 있는 것 같아요. 1부리그에서 떨어진 책이 2부리그에서 잘 팔리고^^

stella.K 2017-11-25 15:00   좋아요 0 | URL
그렇지. 그런데 김영하의 소설은 1년도 안 됐는데
중고샵에 나와 있으니까 속이 좀 쓰리더라.
너도 책 내 봐서 알겠지만 내 책 중고샵에서 발견되면
꽤 멋쩍지 않니? 물론 독자로서는 득템한 거긴 하지만.
아무튼 중고샵으로 넘어 오는 게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은데
독자와 서점만 좋은 거 같다.
저자와 출판사는 울며 겨자 먹기고.

yamoo 2017-11-2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나 예스에 책을 갔나 팔면 너무 밑지는 거 같아 그냥 알라딘 회원 직거래를 이용하고 있어요. 알라딘이나 예스에서 받지 않는 책을 꽤 적정한 가격에 팔 수 있어 괜찮습니다. 알라딘에서 1천원에 사는 책을 회원 직거래로 팔면 적오도 2천원 후반대는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한국 소설들은 6개월만 지나면 알라딘이나 예스 중고서점에 보입니다. 물론 정가의 20-30%를 달고 다소 비싸게 책정되어 있긴 하지만, 천명관이나 김연수 책들은 보이는 족족 팔리더이다..ㅎ

stella.K 2017-11-29 19:10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비슷하긴 해도 어떤 땐 예스가 그나마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정말 그렇긴 해요. 밑진다는 생각.
근데 어쩔 수 없죠.ㅠ

2017-12-01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1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1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입] Sense Of An Ending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LIONSGATE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지적이며 약간은 어렵다던 줄리언 반즈의 원작 영화가 언제 나왔었구나.

읽어 본 사람들은 작품은 다 읽었을 때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 읽게 만든다고 하던데

영화도 그럴까 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또 봐도 상관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잖는가?

남에게 은혜 받은 건 물에 새기고,

상처 받은 건 돌에 새기고.

이 영화는 그것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는 어떠할까?

누군가에게 상처 준 걸 기억은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남에게 상처주고 어떻게 뻔뻔하게 잘 사냐고 이를 갈기도 하지.

그것은 전자든 후자든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이 있기 때문이고

기억은 언제나 내게 유리한 쪽으로 편집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나를 좋아했던 연인이 다른 사람 그것도 친구를

좋아한다는데 화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럴 경우 사람마다 반응하는 게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마음은 아프지만 이성적이라면 사랑도 선택이니

그 선택을 존중한다며 쿨하게 보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속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쿨하지 못했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사랑이면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첫 사랑이다.

어떻게 쿨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컨셒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또 꼭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것도 같다.

(아닌가? 이러면 영화도 책처럼 다시 봐야하는 걸까?)

 

어쨌든 그럴 때 주인공은 쿨하게 연인을 보내 줬어야 했다.

그래서 실제로 둘의 만남을 축하한다고 잘 해 보라고 축하 엽서를 보내려고

우표까지 붙였는데 순간 돌변해 찢어 버린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천박한 말로 둘을 희롱하고 저주하는 말을 편지로 써서 보낸다.

 

과연 그러면 속이 후련할까?

당장은 그럴지 몰라도 훗날엔 그런 자신을 후회할 것이다.

자신의 인격이 바닥이란 걸 증명하는 꼴이고, 깨닫고 나면 오히려 더 비참할 것이다.

 

그만큼 사랑은 치명적이다.

하면 더 없이 좋지만 그 끝은 괴롭고 처절하다.

그것은 사랑의 깊이만큼 반비례한다.

그러니까 그런 편지를 써서 보냈겠지.

미성숙하기도 하고.

 

그래도 영화속 주인공이 파파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세월이 약이고, 망각 또한 약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월과 망각에 그 첫 사랑의 실패를 묻어버리지 않았다면 

괴로워서 한 시도 못 살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사랑과 자신의 인격이 바닥인 것을 증명한 그 행동은 잊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 많은 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며 

그 다음에 찾아오는 사랑과 결혼 기타 등등을

어떻게 다 감당하며 살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 분명 주인공이 미성숙하고 잘못했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 주인공을 코너로 몰고 간다는 느낌이다.

여자도 내가 볼 때 그다지 성숙해 보이진 않는다. 

주인공이 싫어 떠난다면 떠난다고 이별을 정식으로 통보하고,

충분히 자신으로 인해 상심이 클 옛 애인을 다독거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렇게 옛 애인으로부터

잔인하고도 무지막지한 편지를 받을 이유는 없다.

물론 요즘 데이트 폭력에 비하면 약하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파파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이 지난 날의

과오를 다시 만난 옛 애인에게 따져 묻고 네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런 편지는 안 보냈을 거라고 자신의 잘못을 덮어 씌우고

합리화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여자도 꽤 오래도록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노년이 되어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그처럼 쌀쌀 맞은 거겠지.

그래도 뭐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라도 사과는 받았으니 그나마 다행이고 복은 아닐까?

이미 말했지만, 세상에 자신이 용서를 구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중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영화는 보여준다.

보다보면 역시 젊음이 좋긴하다 싶기도 하다.

그 미성숙하고 덜떨어진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이유만으로 역대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꾼들은

젊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루길 좋아했다.

노년 그 자체로는 별로 얘기가 나올 게 없거든.

산전수전을 이미 다 겪고난 훈데 뭐 그리 할 말이 있겠는가?

그래서 약간은 서글프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젊은 때 이야기를 하지

늙은 현재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표정도 감정의 씀씀이도 젊을 때만 못하다.

뭐 그걸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만큼 단순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젊은 사람이 단순하면 말미잘이라고 욕을 먹지만

늙은 사람이 단순하면 초탈하다고 봐준다. 

나쁘지 않은 일이지.

주인공의 노년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 

 

누구는 원작만 못하다고 하는데

원래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란 없다.

아직 원작을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 봤을 땐 볼만하다.

사실 이제와 말이지만, 원작과 비교하는 건 자유지만

무엇이 무엇보다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감독이야 원작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화할뿐인데

그냥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뭘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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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2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에 비교해서 원작보다 낫다, 못하다 그런 것들로 설명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해석이 사람마다 다르고, 느낌도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좋다고 느끼는 점이 다른 모양이예요. 그래도 영화는 영화만의 느낌이 좋고, 책은 책을 읽을 떄의 느낌이 좋다고 하면, 두 가지에서 좋은 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밖에 비가 오는 것처럼 살짝 눈이 내렸어요. 며칠째 낮도 아침 저녁도 참 차갑습니다.
stella.K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stella.K 2017-11-20 18:38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좋은 접점을 찾아가야죠.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은 영화 보다 책이 더 좋다잖아요.
저도 동감입니다.ㅋ

서니님도 건강하시길...!^^

2017-11-20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0 18:42   좋아요 1 | URL
사실 그럴 땐 난리 브루스를 떠는 게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쿨하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죠.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사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안하면 모를까 하면 목숨 걸고 해야죠.
그러지 못해서 첫사랑들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 탄듯하는가 봐요.ㅎㅎ

transient-guest 2017-11-22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가즈오 이시구로 책을 영화로 옮긴 건가요? 제목이 낯이 익어서요.. 전 아직 이 작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있습니다. 두 권째 읽고 있는데, 남은 몇 권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stella.K 2017-11-22 13:42   좋아요 1 | URL
ㅎㅎ 아뇨.줄리언 반즈여요.

저도 노벨문학상 내내 관심없다가 일본 작가라
관심 같고 한 두 권을 읽어봐야지 하고 있는데
갈수록 리뷰들이 좋다는 반응이 아니어서
지금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도 봐야하는 것도 있고...
그래도 언젠간 읽어봐야겠죠?ㅋ

희선 2017-11-24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남이 자신한테 잘못한 일은 잘 기억하기도 합니다 그런 건 자신한테 좋게 기억을 바꿀 수도 있겠죠 자신의 기억이 옳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싶습니다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은... 그런 생각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이를 더 먹으면 할 수 있을지...

나중에 잘못했다 여길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자기 감정을 어찌할 수 없으면 그런 일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stella.K 2017-11-24 19:02   좋아요 1 | URL
나이들면 현명해지는 것도 더러는 있죠.
옛날에 실수한 걸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근데 그러고도 순간순간 불쑥 불쑥 나 자신을 잃어버릴 때도 있으니
늘 우리는 감정을 잘 조절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아, 산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ㅠ

2017-11-24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4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4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