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대호
박훈정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사실 좀 뻔한 게 그려지는 영화였다.

한때는 명포수였던 천만덕이 왜 포수의 일을 접고 이름 없는 약초꾼으로 살아가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그의 아들 석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나오는 거 보면 너도 언젠간 개처럼 죽겠구나 싶었다. 천만덕과 대척을 이루는 구경 또한 최후가 어떨지 영화를 보면서 알 것 같았고, 나중엔 엔딩에 이르기도 전에 천만덕이 어떻게 죽을지도 알 것 같았다. 이러면 재미없지 않을까?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뭔가 빤한데도 보게 만들었고 나중에 코끝까지 시큰하게 만들었다.

 

사실 최민식이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난 이 영화를 언제 볼지 기약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빨리 본 건 아니지만.핑계지만 이 영화에 영화 찍으러 히말라야까지 다녀왔다던(?) 황정민만 나왔어도 난 더 늦게 봤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니 그 옛날 영화 <취화선>을 비롯한 최민식의 영화 몇 편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최민식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멋진 배우란 생각이 든다. 영화 중간에 오랜만에 구경(정만식)과 칠구(김상호)와 셋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결코 좋은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는 구경이 오래 전에 포수 일을 그만둔 만덕에게 다시 일을 하자고 설득하는 자리다. 하지만 만덕과 구경이 과거에 맺힌 일이 있어 말이 설득하는 자리지 결코 범상치 않은 자리다. 그때 만덕 역의 최민식이 앉아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야말로 그림이다. , 이 배우는 어쩜 앉아 있는 모습도 그림 같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실 최민식의 일련의 영화들을 보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다. 웬만해서 MSG를 치지 않는 담백한 연기다. 물론 다소의 익살스러움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늘 카리스마와 남자의 고독을 연기해 왔다. 늘 똑같은 연기라면 질릴 법도 한데 어떤 영화에 그를 갖다 놓아도 그는 그만의 시그니처를 연기한다. 문득 가식 없이 정석대로 노래를 불러 엘리지의 여왕이라 칭송을 받는 트로트 가수 이미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를 일컬어 영화계의 이미자라고 하면 너무 약한 표현일까?

 

영화를 보는데 문득 예전에 본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가 생각이 났다.

당연하다. 두 영화 모두 호랑이가 나온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만족스럽긴 하다. 하지만 굳이 흠을 잡자면 호랑이를 너무 인간화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가끔 동물을 의인화 시킨 영화, 예를 들면 <주토피아><라따뚜이> 같은 영화가 탐탁치가 않은데 물론 모두 좋은 영화긴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우린 동물을 너무 많이 길들여 왔거나 죽여 왔다. 좋은 의도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역시 동물을 동물 그대로 봐주지 못하고 인간 멋대로 해석하려는 저의가 느껴져 탐탁지 않은 것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미에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에게 대호란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혹시 예전에 천만덕이 어미 호랑이는 죽였으나 새끼 호랑이 두 마리는 살려주고 스스로 사냥이 가능할 때까지 죽지 않도록 돌봐준 것, 그래서 그 새끼 호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나중에 산짐승에 갈갈이 찢겨 죽은 만덕의 아들을 장례라도 치를 수 있도록 그의 집 앞에 가져다 놓은 은혜 갚을 줄 아는 호랑이라서 대호라고 했을까? 하지만 이런 설정 자체가 너무 자의적이다. 솔직히 그 대호가 은혜 갚을 줄도 모르고 석이가 누군지도 모른 채 갈갈이 찢겨 죽인다고 해도 만덕은 대호를 원망하거나 똑같이 죽일 자격은 없다. 지리산 아니야 당장 인왕산에 호랑이의 씨가 마른 것도 알고 보면 인간 때문 아니겠는가? 호랑이가 사냥 본능을 잃어버린 채 동물원에서 주는 먹이나 먹어가며 살게 만든 것도 인간 때문 아니겠느냔 말이다.

 

내가 얼마나 호랑이에 대한 이해가 없었느냐면, 호랑이 한 마리를 잡는데 일본군 일개 대대가 출동하고 대호는 그 많은 사람을 죽이는데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CG의 힘이라고 썩소를 날리기도 했지만 또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까지 호랑이가 한 떼의 사람들을 삽시간에 죽였다는 뉴스 보도는 고사하고 역사 자료도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저렇게 죽였을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호랑이는 용맹하다는 것뿐.

 

나중에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뭐라고 했나 싶어 네*버를 기웃거려 보았다. 보니 좀 가관이었다. 이런 영화를 두고 여전히 종북 타령이다. 모든 건 깔떼기라고 어떻게 이런 영화에 종북 논리가 가능한 건지 이 종북의 망령이 참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지 않으면 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했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었던 것 같다. 이건 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계속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숨은 의도까지 파헤치느라 참 바빴겠구나 싶었다.

 

우린 언제쯤이면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볼 때가 올까? 이 영화는 김탁환의 <밀림무정>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김탁환도 저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썼을까?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이 이야기는 신선 같은 이야기다. 전설이라고 말하기도 못하고, 설화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찾았을지 모르겠으나 단지 분명한 건 그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찾고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북이니 일본 위안부 문제니 하는 정치적 현안과 연결시키기 보단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찾는 게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몫은 아닐까?

 

이 영화는 누가 진정한 포수인가를 묻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동시에 현대인에게 생각을 즉 철학하기를 촉구하는 영화 같다. 아무리 배운 거 없는 무지렁이 포수라도 그 삶에 철학이 있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당시는 호랑이 한 마리를 잡으면 장가 밑천은 되었나 보다. 그러니까 석이가 그토록 호랑이를 잡고 싶었던 거겠지. 당장 그의 정인이 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갈지도 모른다는데 이 사실만큼 자신이 포수가 되어야할 확실한 명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포수가 되기엔 몸도 마음도 너무 어리다.

 

그나마 구경이 약삭빠르다. 일본군으로 구성된 한 편대를 산에 오르게 만들고 호랑이에게 죽게 만들고 나중에 그 호랑이 까지 잡는다는 소위 이이제이 전법을 쓰려고 했으니 말이다. 포수가 호랑이만 잘 잡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는가. 하지만 그도 진정한 포수가 될 수 없었다. 그래도 그의 죽음은 장렬했으니 아주 초라하지만은 않다.

 

천만덕이 진정한 명포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가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도 그 짐승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리 새끼 호랑이라 하더라도 수성이 자라고 있다. 이 새끼가 나중에 자라면 제 어미처럼 사람을 여럿 잡아 죽일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잘만 잡으면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아들도 언제 죽일지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법칙으로 치자면 언제가 됐든 죽여야 마땅했다. 하지만 죽일 수 있을 때 그는 죽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당장 어미를 잃은 새끼 호랑이가 불쌍했을 것이다. 그땐 그의 부인 즉 석이의 엄마가 살아 있을 때이기도 하다. 그의 처가 죽은 후에 엄마 없는 석이를 생각했다면 일견 이해는 한다. 요즘에야 개체수 확보니 해서 동물의 씨를 함부로 말릴 수 없었지만 그땐 그런 것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호랑이를 죽일 수 있을 때 명포수가 되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로 아내를 죽게 만들고 그것 때문에 포수 일을 그만 두었을 때 진정한 명포수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아내를 죽게 만들었다는 그 죄책감과 아내가 없는 고독감이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약초꾼으로 이 산 저 산을 방황하고 돌아다니면서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을 몸으로 받아 들였겠지.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사랑하는 아들이 죽고 호랑이로부터 본의 아닌 위로를 받았을 때였을 것이다. 그때 인간은 함부로 호랑이를 죽이고 말고 할 권리가 없었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 또 마침 대호도 두 새끼를 잃어버린 상태다. 자식을 잃은 건 대호나 만덕이나 똑같다.

 

만덕이 대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때야 알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것은 만덕의 뜻이기도 하다. 만덕이 대호에게 하는 몇 마디 되지 않은 대사와 산꼭대기에서 대호에게 절하는 장면이 제법 비장하면서도 처연하다. 대호는 만덕이 자신을 죽여줬으면 좋겠고, 만덕은 대호가 자신을 죽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 둘은 하나가 되고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대호가 만덕을 죽일 수 있을 때 멈칫했다. 왜 그랬을까? 그 옛날 자신이 새끼였을 때 자신을 죽이지 않았던 만덕을 기억했던 걸까? 아니면 나는 당신의 총에 죽을 테니 당신은 살아남으라고 했던 걸까? 하지만 만덕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낭떠러지에서 함께 죽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찌 보면 만덕의 명포수는 호랑이를 잘 죽여서가 아니라 대호가 완성시켜 준 것은 아닐까? 또한 이렇게 동물과 인간이 교감했을 때야 비로소 감동은 오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난 <주토피아><라따뚜이> 같은 영화에서 그다지 감동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고.

 

지금도 엔딩 장면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다. 같이 떨어져 죽고 그 위로 하얀 눈이 쌓인다. 몇 안 되는 엔딩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민식의 묵직한 연기에서 진한 허무주의가 느껴진다. 또한 대호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오래 전 나의 싸부는 작가 김탁환은 작가라기 보단 좋은 스토리텔러 같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런 작가가 누군가 같은 작품을 가지고 영화든 드라마든 제 2, 3차 작업을 할 때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증폭시켰을지 알 수가 없다. 모르긴 해도 감독은 영화 작업을 했을 때 신나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만나 보지 못한 이야기를 가지고 최민식이란 걸출한 배우와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을 것 같다.

훗날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끼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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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01-2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하신대로 묵직하지만 빤한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갈리게 만듭니다. 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영화입니다.

stella.K 2018-01-27 10:1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맞아요. 스토리는 빤한데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나중엔 찡하더라구요.
스토리는 몇 갈래로 정해져 있죠. 문제는 어떻게 다르게
보여주느냔데 좋더라구요.^^

서니데이 2018-01-2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최민식이 나오는 영화라서 소식은 들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어서 지나갔던 것 같아요. 영화가 좋으면 원작이 있는 책은 원작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영화 소개가 좋으면 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어요.

동물을 의인화하는 것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가끔은 동물인 그 자체보다 의인화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 같아요. 어떤 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때로 사람에게 투영하기도 하고, 또는 반대로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동물이 그러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서요.

오늘 많이 추웠는데, 잘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금요일 밤 되세요.^^

stella.K 2018-01-27 10:21   좋아요 1 | URL
영화적 감동을 위해 희생하는 거죠.
이거 보면서 동물의 왕국을 열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을 동물 자체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밀림무정>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탁환은 이야기 발굴 하나만큼은 독보적인 것 같아요.
부지런히 쓰기도 하고. 전 그 부지런함이 부럽더군요.ㅋ

오늘은 바람이라도 덜 부니 그나마 좀 난 것 같습니다.
즐건 주말 보내시길.^^

2018-01-2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27 10:27   좋아요 0 | URL
CG가 좀 아쉽긴 하죠.
정말 옛날에 호랑이가 저렇게 삽시간에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이 영화는 최민식을 위한 영화더군요.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사실 그동안 이 영화는 영화 전문 채널에서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실시간 영화 별로 안 좋아해요.
리와인드를 할 수 없잖아요.
월정액 가입한 게 있어서 그 돈 뽑아 먹으려고 열심히 보려고 하는데
시간과 체력이 받혀주질 않네요.ㅋ
 
이상 평전
고은 지음 / 향연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름 좋은 책이긴 하나 저자의 편견이 작용하는 것 같고,
이상의 실체를 알고나니 동경은 사라지고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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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23 15:13   좋아요 0 | URL
그럴 거예요.
그는 태어나면서 청년이었다고 자신을 그렇게 규정했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빨리 죽은 건지...
그래도 짧은 세월 해 볼 건 다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ㅋ

cyrus 2018-01-2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거리가 먼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어떤 내용인지 대충 봤어요. 문장이 어려워서 끝까지 못 읽겠더라고요.

stella.K 2018-01-23 15:13   좋아요 0 | URL
그래? 읽는덴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서니데이 2018-01-2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진짜 추웠는데, 무사히 잘 보내셨나요.
금요일까지 춥다고 하는데,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8-01-25 13:03   좋아요 1 | URL
상냥한 서니님, 오늘도 어제만큼 춥네요.
정말 내일은 정점을 찍으려나 봅니다.
주말에 결혼식에 가야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래도 주말은 좀 덜 추울 것 같지만...
서니님도 건강 조심하셔요.^^

transient-guest 2018-01-25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봤던 영화나 다른 곳에서 단편적으로 접한 이상의 모습은 흔한 ‘그 시절‘ ‘문학‘을 하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고 규정된 클리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키처럼 성실한 소설가보다는 ‘예술하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어떤 고정관념에 매우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갔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을 듯 합니다.

stella.K 2018-01-25 13:08   좋아요 1 | URL
어쩌면 이상은 요즘을 살았다면 좋았을 사람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니면 우리가 1930년대를 너무 모르고 있거나.
그 시절도 퇴폐와 환락이 넘실거렸더라구요.
하긴 <자유 부인>이 이때쯤 나오지 않았나요?
암튼 이상 덕분에 그 시대를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예약을 잘못해서 돈을 통으로 날렸습니다.

오늘이 19일인데 왜 18일이라고 착각을 한 걸까요?ㅠ

그런 줄도 모르고 

표 받으려고 안내 데스크에 섰다가 낭패 봤습니다.

혼자 보는 것 같으면 그냥 씩씩거리며 집에 왔을 텐데

후배와의 약속이었으니 그럴수도 없고.

결국 당일표 끊어 봤다는 것 아닙니까?

보상도 못 받고.

 

아니 당일 예약이 말이나 됩니까?

그놈의 당일 예약만 아니었어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아도 될 텐데...엉엉.

 내가 나 같지가 안더군요.

이런 식의 실수를 할 때마다

이거 혹시 치매 초기는 아닌지 섬뜩하기도 하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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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1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오늘 19일인데, 아는데도 계속 18일 같았어요.
오늘 많이 놀라셨겠어요. ;;

stella.K 2018-01-20 14:47   좋아요 0 | URL
제가 제 얼굴색을 못 봐서 그렇지
아마 노란색이었을 겁니다.ㅠㅠㅠㅠ

승주나무 2018-01-1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일 예약은 해본 적이 없는데. 달력 잘 봐야겟네요 ㅠ

stella.K 2018-01-20 16:13   좋아요 0 | URL
꼭! 필수!
오래 전 그런 적 한번 있었는데 그땐잘 피해 갔는데
이번엔 폭망이었다.ㅠ

hnine 2018-01-20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칫솔 위에 치약을 짜넣는다는게 옆에 있던 클린싱폼을 짜넣고 이 닦을 뻔 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위로해드립니다.

stella.K 2018-01-20 14:5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얘기 TV에서 가끔 듣긴 했어요.
후배가 자기도 마트에서 택배가 왔는데
김치가 두 개가 왔다더군요. 알고 봤더니 수량 체크
안했다고. 그러니 넘 자책하지 말라고 하는데...ㅠㅠ

2018-01-20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20 14:52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런 날 있죠.ㅠㅠ

비연 2018-01-2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뭐 어제 그랬었죠. 연말정산 내일 내겠어요! .. 옆에 있던 동료왈, 내일은 토요일입니다...ㅠ 연말정산 건너뛸뻔한 저도 기억해주세요 ;;;;

stella.K 2018-01-20 14:5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옆에 동료가 챙겨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저는 그거 예약할 때 누가 옆에서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이거 원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죠?
아무래도 총명탕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ㅠ

비연 2018-01-20 15:36   좋아요 0 | URL
저도....총명탕을 ㅠㅠ
 
함께 떠나는 문학관 여행
김미자 지음 / 글로세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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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발길 닿는 대로 나그네 같이 하란 말도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행 고수이거나 바보이거나. 나는 여행 고수가 아니니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뭔가 목표 내지는 목적을 세우고 이정표대로 떠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가 목적을 세운다면 어떻게 세워 보겠는가? 아무래도 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문학 기행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것도 그저 단순히 그곳에 그게 있다더라는 주마간산식의 여행 역시 여행고수거나 바보들이 취할 자세인 것 같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그것을 알고 떠나는 것과 모르고 떠나는 건 천지 차이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이 좋을 것이다. (딱 아는 척 하기에도 좋다.)

 

언제 한 번 이런 책이 나온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 국한되어 있거나, 어느 한 문학인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닐지. 그런데 비해 이 책은 우리나라 38군데 44명의 문학인을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놨다. 그야말로 음식으로 치면 잘 차려진 뷔페 같다.

 

작가는 또 언제 이런 곳을 파고 다녔을까? 처음엔 혼자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안 되겠는지 남편이 따라 나서 줬다고.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었겠는가. 나도 혼자는 너무 외로울 테니 마음에 맞는 친구 딱 한 명만 동행해 준다면 그 여행길이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작가는 남편을 잘 만난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여행도 여행이지만 우리나라 문학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점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선지자가 자기 고향에선 대접 받는 일이 없다고, 우리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 아니면 한국 문학사를 꿰뚫을 일이 그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잊히고 잘 모르는 문학인도 부지기수일 것 같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자국민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다니.

 

하지만 이게 비단 사람의 잘못이겠는가 싶기도 하다. 출판계나 매스컴이 좀 나서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 출판계에선 전집을 기획하면서 고전이나 한 작가의 작품들을 한 질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기에 우리나라 작가들은 좀 멀찍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몇몇 작가들이야 여전히 관심을 받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문학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는 기획의 문제이기도 하겠는데 여행과 문학인을 한 테마로 잡은 것도 꽤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 그리고 새삼 우리나라에 문학관이 이렇게도 많은가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38곳이다. 더 찾아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

 

나 개인적으론 목포 문학관에서 김우진을 다룬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냥 김우진하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옛날 가수 윤심덕이 현해탄에 몸을 던졌을 때 함께 몸을 던졌던 사람이 그다. 알고 봤더니 나름 당대 출중한 지식인이었다. 그는 이미 17살 때 공상과학 소설을 쓰기도 하고, 논문을 잘 써 영친왕으로부터 상과 상금을 받기도 했단다. 와세다 대학 원예과에 진학했지만 시를 쓰고 조명희 등 20명과 함께 극예술협회를 발족하는 등 문학과 공연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나중에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꿔 졸업 후 시와 평론을 발표하고, 번역에도 힘을 쓴다. 저자 역시도 그런 그를 왜 몰랐을까 탄식하기도 했다는데, 여행이란 또 그렇게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아는 기쁨, 즐거움 아니겠는가또한 소설<혼불>로 기억되는 최명희 문학관을 다룬 부분도 먹먹했다. 최 작가가 타계한 나이는 겨우 50대의 나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숨어서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다. 

 

책을 읽다보면 쓸쓸함과 아련함이 밀려온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가 없다더니 꼭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한때는 문학계를 호령했을 이 걸출한 문인들이 지금은 어디로 다 사라졌단 말인가. 

 

글 시작 전에 그 문학관에 관한 짧은 소개와 주소, 전화번호 등 이용안내를 밝혀 놓고 있어 실용성을 높였다. 중간 중간에 간간히 저자 자신의 사생활도 밝혀놓고 있는데 그 나름 글 앞에 진실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자칫 군더더기로 비칠 수가 있어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또한 모르는 작가에 대해선 솔직히 모른다고 하는 겸손한 자세도 좋긴 하겠지만 그게 또 보기에 따라선 좀 아마추어처럼 보일 수가 있어 그럴 땐 차라리 한 템포 쉬어 가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저자가 이전에도 책을 몇 권 내봤다면 이젠 프로가 아닌가. 어찌 보면 우리나라 문학관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고픈 저자의 의욕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우리나라 문학관을 소개하고자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독자로서 그런 지적이 가당키나 할까 싶기도 하다. 그저 한 지리멸렬한 독자의 시샘이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꿈은 이루어진다는데 손 떼 묻혀가며 빌면 언제고 나도 이런 여행 떠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수고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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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1-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가보았던 곳이 제법 있네요.
저의 첫 책에서 집중 다루어 썼던 곳도 세 곳 다 있구요. 반가운 책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랑 동명이라 깜짝 놀랐다가, 아니네요.
그러고 보면 문학관이 참 많은데 여행과 두 마리 토끼 잡기로 좋은 코스이지요.

stella.K 2018-01-18 17:44   좋아요 0 | URL
어쩐지... 읽으면서 저도 혹시 저자를 프레이야님이
아시지 않을까 했습니다. 근데 아닙니까? 좋다 말았는데요?ㅎㅎ
읽으면서 부럽기도하고 수고도 많이 했겠구나 했어요.^^
 
임금님의 사건수첩
문현성 감독, 이선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는 스타일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이 영화는 그다지 못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점이 의외로 낮아 나도 조금 보다가 말려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무난하게 끝까지 봤다.

물론 문제가 없지는 않다.

애초에 역사 코미디라는 전제를 안 붙였더라면

그냥 팩션이라고만 했으면 그런 싸늘한 평은 피해 갈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긴 또 그러기엔  어딘가 모르게 가벼운 느낌도 든다.

뭔가 장르가 애매하다.

 

 

모르긴 해도 감독은 이선균과 안재홍이란 이 간단치 않은 배우에게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둘의 케미는 볼만했다.

특히 안재홍의 다소 어리숙하지만 할 말은 다하는 그 특유의 캐릭터가 좋다.

난 그를 <응답하라 1988>에서 처음 봤는데, 거기선 너무 약체로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 특유의 이미지를 그 드라마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비해 여기선 아, 이 배우가 이런 장점이 있었구나 인정이 되었다.

 

예종 역을 맡았던 이선균은 안재홍과 대비되는 캐릭터다.

그 특유의 어미가 짧은 말투는 충분히 건방져 보였고,

동시에 어느 정도 카리스마도 느끼게 한다.

궁궐만 지키고 있을 것만 같은 임금이 잠행을 하며 탐정 못지 않게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엔 별로 신뢰는 안 가지만 

팩션인만큼 그런 상상력이 죄가 될건 없다.

 

뭐 CG도 그만하면 나쁘지 않다. 미장센도 나름 좋고. 

영화가 다 그렇지 뭘 기대 해? 하며 관객 스스로 너그러운 평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감독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지 모르겠다.

아, 그래도 내가 영화를 아주 나쁘게 만들진 않았구나 할는지,

아니면 관객들로 하여금 자위하게 만드는 건 감독에겐 

또 다른 자책을 하게 만드는 건지.

결국 그런 간극을 메워 나가는 것 또한 감독의 과제는 아닐런지.

어쨌든 난 감독의 가능성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 또 하나,

이 영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화에서 너무 많이 다루는 것 같은데,

과거 회상 씬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감독은 이런 식으로 밖에 영화를 못 풀어내나?

금방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눈쌀을 찌푸리게 된다.

사람은 금방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일전에 본 <아이 캔 스피크>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좋아 시나리오 공부하는 사람에겐 좋은 것 같다고도 한 것이고.

 

아, 그리고 우리나라에 잘 안 알려진 임금 예종을 조명했다는 것도

높이 사 줄만 했다.

참고로 예종은 조선 8대 왕으로 그의 재위 기간은 1468에서 1469까지 

단 13개월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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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7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17 15:24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역사는 승자의 것이란 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세종이나 영조, 정조 그 밖에 몇몇 정도 알아 주잖아요.
업적이 있으니까 그랬겠죠.
예종은 고작 13개월이었으니 너무 짧아 미미한 거겠죠.
영화나 드라마가 좀 탈피할 필요도 있는데 말이죠...

hnine 2018-01-1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편으로만 보고 못봤는데, 예고편 볼때는 재미있어보이던걸요.
오늘 뉴스 보니까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한지 70년째인가 그렇다던데 예종은 겨우 13개월이라니...
요즘 시나리오 공부 다시 하시나요?? ^^

stella.K 2018-01-17 19:27   좋아요 0 | URL
오, 아뇨. 시나리오 작파한지가 언젠데요.
그냥 시나리오 학도가 있다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요.ㅋ

그런데 왜 임금을 모셨던 내관들 있잖아요.
한 내관이 몇분의 임금을 모셨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임금은 단명을 하긴 하나 봐요.
스트레스도 워낙 많고, 목숨을 노리는 사람도 많고.

엘리자베스 여왕이야 오래 할 수 있죠.
옛날 같지 직접 통치를 하는 게 아니라 입헌군주국의 상징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편하겠어요?
나라에서 돈 다 대주고. 예종도 요즘에 태어나고 우리나라가
영국 같다면 오래 살지 않았을까요...ㅠ

서니데이 2018-01-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평점이 낮았나봅니다.
이 영화 원작인지는 잘 모르지만, 같은 제목의 만화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stella.K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8-01-18 13:11   좋아요 0 | URL
아, 원작이 있었나요?
그러면 그렇지. 요즘 원작 없는 영화가 흔친 않죠?
어쨌든 전 나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