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여름 2018 소설 보다
김봉곤.조남주.김혜진.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안 읽는 시대라고 한다. 이 말은 적어도 30년 전부터 있어 온 말이다.

정말 책을 안 읽는 시대라고 한다. 이 책을 보니 왠지 그 말이 더 실감이 난다. 예전에 이런 사이즈의 책은 시집 외엔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바로 이 문지를 콕 찝어 얘기하는 거다. 그런데 소설이 이렇게 나온다는 게 왠지 책 안 읽는 시대에 뭔가의 자구책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그것도 작가 한 사람이 아니라 무려 네 사람의 작품을 담았다. 게다가 인터뷰까지 들어가 있다. 마치, 이렇게까지 만들었는데 늬들(독자들)이 진짜 안 읽을 거니 하는 것도 같다. 또 가격을 얼마나 착한가? 오지게 착하다.

 

더구나 잡지 형식이다. 격월이나 계간처럼 정기적으로 나온다. 또 문고본으로도 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한 30년 전 삼중당 문고와 범우사의 문고본이 생각이 난다. 거의 쌍두마차 아니었나? 그러다 책의 고급화 전략에 따라 거의 사라지다 얼마 전부터 다시 나오는 줄로 알고 있다. 반갑긴 하다. 휴대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나 같은 경우 마음은 있으나 소설을 생각 보다 많이 읽지 못해 요즘 작가들이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에게 이 책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니 좋다. 다른 책을 사는 김에 끼워서 샀다. 7, 8천원만 해도 안 샀을 거다. 

 

좋기는 한데 한편으론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작가들이 장편을 잘 안 쓴다고 하는데 더 안 쓰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도대체 신인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알 수 없지만 좀 스폰서 제도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이 좀 안 팔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학상이나 타야 겨우 작가를 알아 보는 구조니 이 문학상 한 번 타 보겠다고 난리 브루스를 칠 작가지망생들만 늘려 놔서야 되겠는가? 그런 시상 제도에 의존하지 말고 잘 쓰던 못 쓰던 꾸준히 쓰고 가능성 있는 사람을 발굴 계속 후원한다는 쪽으로 흘러주면 좋겠다. 지난 몇년 간 우리 문학계는 많은 자성과 비판, 질타들이 오고 갔을 텐데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런 얇은 책을 통해 요즘 작가들의 작품 성향을 알 수 있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 어떤 독자는 특정 작가에 대해 작품이 나오면 막 환호하고 그러던데 난 뭘 몰라서 그런지 환호할 정도인가? 의아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환호해 줘야할 것이다. 그래야 그 작가가 클 수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이 외국어로 번약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나 본데 반가운 일이긴 하다. 이것도 다 한류의 영향은 아니겠는가? 케이팝은 물론이고 음식, 영화, 뷰티쪽에서 강센데 문학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겠는가. 제발 문학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작년에 김봉곤 작가를 처음 발견했다. 물론 그의 작품을 읽어 본 것은 아니고 무서운 신예 작가라고 치켜 세우던데 그때 그의 책 표지가 제법 심쿵했다.  

 

그런 소설이 있기는 한다. 책에 나온대로 온전히 자신을 재료삼아 쓰는 이야기. 화자가 곧 작가 자신이어서 어디를 갔으며 무엇을 했는지를 시시콜콜하게 밝히는. 나도 한때 습작이긴 하지만 그렇게 써 본 적이 있기는 하다. 쓰는 작가로서는 이것만큼 사실적이고 잘 아는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작두를 타는 느낌이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게이로서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귄 이성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니 오래 전 어느 연예인이 우스갯 소리로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럼 남자가 여자 좋아하지 남자 좋아하겠냐고 했던 말. 그건 자신이 바람둥이로 오해 받는 게 싫어 애둘러 말한 건데 그때는 그런 농담이 통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요즘 똑같은 말로 사람을 웃기려고 한다면 뜨아할 것이다. 요즘은 성적 취향이 고려되는 시대니까. 

 

내용에 보면 화자의 이성 친구 혜인이 갑자기 자신에게 가슴을 밀착시켜 빤히 쳐다보더라는 설명이 나오던데 문득 그녀는 왜 그랬을까 싶다. 적어도 독자인 나는 화자가 신기하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정말 이성에 관심이 없는 거니? 뭐 그런 의아함. 다시 한 번 보라는 의미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성적 취향이야 감히 뭐라고 얘기는 못하겠다만 난 좀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자꾸 이성간의 관계가 줄어드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러다 다음 세기 땐 역전이가 돼 오히려 이성간의 관계가 특이해 보이는 것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창조주가 왜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는지 재조명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고 의미있게 읽은 건 조남주의 <가출>이다. 나도 읽으면서 얼핏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생각이 났다. 부재로 인해 그 사람을 다시 한 번 재인식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런 심리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아버지의 부재가 가족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게 또 그닥 불행하거나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된다. 어머니는 평생 살림하느라 이골이 났건만 그래도 가족회의를 위해 가족이 모인다고 먹일 반찬을 해 대는 걸 보면 그것 밖에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건 거의 본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평생 뼈빠져라 가정에 헌신했으니 마지막으로 내 멋대로 살아보겠다고 해서 가출한 건데 이게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가장의 무거움, 굴레. 자유에 대한 갈망. 그렇더라도 가장이 된 건 오래 전부터 당신 자신의 선택이니 끝까지 지키면 안 되는 걸까? 뭔가 이제까지 그럭저럭 지켜왔던 삶의 질서를 무너트리는 것 같아 짠했다. 하지만 일시적이더라도 그런 기간은 필요한 것 같긴하다.

 

이내 더 잘 된 건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가출로 인해 그동안 억압된 것들이 뭔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면 새로운 질서가 생기려고 하고 있다. 우린 그 누군가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도 그 누군가가 없이도 잘 사는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우린 누군가 가출하면 클 나는 줄 알고 일탈이라며 죄인, 부적응 뭐 이런 이미지를 덧씌우기 좋아하는네 여기선 오히려 긍정적인 면들이 보인다. 그건 또 아버지가 어딘가 살아 있다는 수신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전혀 찾을 수 없다면 그런 긍정적인 변화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또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새들은 죽을 때가 되면 무리를 떠나 홀로 있다 죽는다고 하던데,  자신이 죽을 때 남아 있는 가족들이 사별의 슬픔을 덜 느끼게 해 주려면 가출도 괜찮은 방법이겠다 싶은 것이다. 나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를 가족들에게 미리 학습시켜 주는 것이다.  우린 애정의 집착을 떠나 그 사람이 그곳에 잘 있겠거니 하는 믿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혜진의 <다른 기억> 역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사람에 대해 믿는 것이 정말 올바른 믿음인 건지, 소문과 추측만 가지고 그 사람을 그렇게 보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 사람은 이렇게 반듯하고 흐트러짐 없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려고 하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변절자, 악덕업자, 천하의 죽어 마땅한 사람으로 되어 있으니 말이다. 어떤 게 그의 진실된 모습인지 시간만이 그 진실을 밝혀 주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몰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이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그 질서에 순응 못하면 짤리거나 그만두는 건 확실히 폭력적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다는 걸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흘러 간다는 것을 또 한 번 각인시켜준 소설이다. 또한 세상의 가짜 뉴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나약한 인간을 잘 묘사한 것 같아 좋았다. 내가 좋다고 말하는 건 생각할 꺼리를 줘서 좋다는 거다.

 

정지돈은 나에게 언제나 그렇듯 잘 이해가 안 되는 작가다. 그러다 어느 무가지에 짧은 소설을 연재하는 것을 보고  꽤 색다른 느낌이었다. 작가가 이렇게도 쓰는구나 하는 새로운 자각 뭐 그런. 그러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작품을 읽고 예전에 읽었던 <내가 싸우듯이>이가 생각이 났다. 보통 작가들은 현실에서 문제 의식과 부조리함 뭐 그런 걸 끄집어 내지 않나? 그런데 이 작가는 무슨 문화계 르포르타주 형식이라고나 할까? 일반인들이 문화계 전반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니 이렇게라도 접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면 있는 거지만 난 왠지 작가의 특이함이 긍정도 부정도 못하겠다. 하나 확실한 건 난 이 작가와 친해지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것. 

 

그러지 않아도 그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것을 뒷받침 해 주었는데, 인터뷰어인 김신식(이 사람은 또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문학평론가인가? 아님 출판사 편집 일을 하나? 이런 거 정도는 밝혀주면 좋을텐데)이, '...지돈 씨가 염두엔(이거 오타 같다. '염두해' 아닌가?) 둔 향후 계획을 공유 해'달라니까 그가 그런 말을 한다. "미래를 생각하진 않습니다. 너무 무섭기 때문입니다." 한다. 그래도 이 작가가 어디까지 가나 궁금하긴 하다.

 

얼마 전, 2019년 봄-여름호가 나왔나 본데 기회있는대로 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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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3-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 읽기를 하고 계시는군요.

김봉곤 작가의 출현이 어쩌면 문학계에 새 바람을 불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게이들의 사랑이야기 자체도 새롭지만 작가 자신이 게이임을 드러냄 또한 흔한 일이 아니라서요.
낙서처럼 막 쓰는 듯한 글 스타일이 노래로 말하면 꼭 랩을 듣는 듯하더군요. 저는 적응이 잘 되지 않더군요.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를 읽고 나서 든 생각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19-03-18 14: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김봉곤은 좀 적응이 안 되더군요.
무슨 사소설이라고나 할까?
물론 가끔 사소설이나 자전 소설이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선 혹 할만하다 싶기도 해요.
이런 소설도 먹히는 세상이 되었구나 싶어서.
솔직히 저도 이렇게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역시 사람은 간사한 것 같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2019-03-18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1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8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작년 말로 해체했다. 꼭 10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해체 이유가 쿨하다. 진정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음악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때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그러고 보면 참 많이 다르다 싶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무슨 그룹이 해체한다고 하면 내부 불화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다못해 그렇게 위대하다던 그룹 <비틀즈>도 불화설로 해체하지 않았나? 1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그들를 좋아했던 대중들로선 아쉬움이 클 것이다. 아직도 이들이 쏟아 놓을 음악은 많지 않나? 2, 30년 하는 밴드들도 많은데 10년이면 긴 기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더 이상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이들의 마지막 공연이 작년 말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있었다. 나는 뒤늦게 TV 다시보기로 최근에서야 봤다. 그들이 처음 데뷔 무대도 이곳이었다. 2008년 '헬로 루키'란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그 무렵 '싸구려 커피'와 '별일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한마디로 신선했다. 내가 중학교 시절 그룹 <산울림>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때 '산울림'의 음악은 좀 낮설었다. 무슨 동요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가요라고 할 수도 없고. 성인 동요쯤 된다고 해야하나? 의아스러웠고 그런 노래라면 나도 만들겠다 싶은 것도 있었다. 특히 그들의 공전의 히트곡 '산 할아버지' 같은 경우. 그런데 나이들어 다시 들어보니 이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충격과 느낌이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고스란히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의 음악과 <산울림>의 음악은 색깔이나 취향이 좀 다르긴한데 분명 당대의 음악이 추구했던 것과는 명백히 차별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 <장기하...>에서 '산울림'의 데자뷰를 느낀 것일 테고.

 

글쎄, 굳이 <장기하...>와 <산울림>이 같은 거라면 성인 아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몸은 이미 성인이 됐지만 정서나 감정까지 성인이 되지 않고 철없는 아이로 남아 그 느낌과 시각으로 세상을 노래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사랑하면 실연이 따라오는 법인데 실연을 겪고나면 어른으로 되어버리는 거니까.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을 노래하던가.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산울림>은 아예 어린 아이의 시선 그 자체라면 <장기하...>는 루저라는 거다. 루저의 삶을 노래하고 나아가서 루저가 뭐 어때서 하는 당당함 내지는 저항을 얘기한다. 어찌보면 세상에 잘 나가는 사람에게 늬들이 루저를 아냐고 묻는 것도 같다.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난 이들의 초기 음악 몇 곡 외엔 잘 몰랐다. 공연을 보면서 이들이 참 많은 곡들을 만들었구나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그 곡들은 초기의 곡들 보다 훨씬 발전되고 스킬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그냥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절대는 것도 좋았다. 

 

방송은 1시간 남짓이지만 실제 공연은 못해도 한 시간 반 이상은 하지 않았을까? 이들이 걸어 온 발자취를 보여주는데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말쑥하고 더 젊어뵌다. 특히 팀의 리더 장기하가 평소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실제 공연 모습을 보니 생각 보다 더 독특한 느낌이다. 무대에서 전혀 쑥스러워하거나 굳이 잘 보이려 하거나 꿀리는 것이 없다. 그게 카리스마라면 카리스마이긴한데 본인은 카리스마라고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동안 늘 같이 하다가 이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는데 멤버들 저마다 어느 길로 갈 건지 알려지지 않아 좀 궁금하기도 하고 은근 걱정도 된다. 참고로 장기하는 큐레이팅 공연을 할 거라는데 나머지는...? 이러다 몇 년 있다 재결합할 것은 아닌지? 아무튼 잘 갔으면 좋겠다. 

 

특별히 이 무대는 주최측에서 '박수칠 때 떠난다'란 타이틀을 붙여줬다고 한다. 이건 분명 영화 제목을 패러디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박수칠 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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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08년 초반부터 군에 입대했어요. 그해에 일어난 모든 사건과 이슈가 정확히 뭐 있었는지 몰라요. 내무반에 있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누군지 처음 알았어요. 이 밴드가 나왔을 당시에 대중의 충격적인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는 그거 보면서 ‘그냥 특이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

stella.K 2019-03-11 18:00   좋아요 0 | URL
충격적이었나? 그런 것도 같고.
<산울림>이 처음 나왔을 때 꽤 유명했거든.
그때 유행하던 음악과 괘를 달리했으니
그 특이함에 사람들이 놀랐지.
그래도 그 보다는 덜하지 싶기도 해.
2008년도면 어느 정도 음악의 다양성이 추구되던
시절이었으니. 그래도 인디 밴드 치고는 갑이지.
더구나 장기하가 서울대 출신이잖아.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독특하고.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봐봐. 팬들이 꽤 있어.
그리고 혹시 인디 음악에 관심있으면
목요일 밤늦게 KBS1에서 하는 <올 댓 뮤직>함 보고.
<스페이스 공감> 본 딴 거긴한데 우리나라 음악이
이렇게 다양한가 새삼 놀라.^^
 

2003년도에 태어나 두 달인가, 석달만에 우리 집에 왔습니다.

다롱이라 이름을 붙여줬지요.

원래 요크셔테리어 종이 성격이 좀 수선맞긴 합니다.

그래서 키우면서 남의 집에 민폐가 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죠.

게다가 수컷이라 사납기도 하고, 억새기도 해 식구들로부터

매를 벌기도 했습니다.

 

개는 마당에서 키워도 실내에선 안 키우리라 다짐한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죽을 때 너무 슬퍼서.

그나마 마당에서 키운 개는 손을 덜타니 설사 죽더라도 그 슬픔은 그리

오래 가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것을 스스로 허물고 안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보낸지  30년도 더 되었나 봅니다.

 

녀석도 처음엔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사촌 고모의 딸이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낫는데 누구 줄 사람이 없어 

마침 우리가 개를 키우던 집이니 잘 키워주겠다 싶어 거의 떠 안겨주다시피

하고 돌아갔죠.

온기 있는 생물을 차마 내칠 수 없어 키웠고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6년 전 오빠가 돌아가고 슬픔을 이기느라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녀석이 적잖은 위로가 되기도 했었죠.

엄마는 신앙과 다롱이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는 말을 자주 흘리곤 했습니다. 

 

그랬던 녀석이 어느 새 노견이 되어 눈에 백내장이 끼고,

귀도 멀어 이내 총기도 예전만 같지 않아 졌습니다.

또 그러더니 작년부턴 왕성했던 식욕도 많이 줄더군요.

예전 같으면 한 번에 먹었을 사료를 두 번에 나눠 먹었으니.

그러던 것이 요며칠 전부터는 정말 눈에 띄게 먹는량이 줄었습니다.

평소 녀석이 좋아하던 간식으로 유혹하려고 해도 이젠 냄새만

맡거나 한 두 번 먹는 척만 할 뿐 모든 게 시큰둥합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죽으려면 곡기부터 끊는다는데

이런 상태로 얼마를 버텨줄런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10년 전쯤 찍었던 사진입니다.

저때는 그냥 장난 삼아 휴대폰으로 찍은 건데

그러고 보니 저 무렵 한 번 잠시 시들시들 앓은 적이 있었죠.

녀석이 죽으면 어쩌나 겁도 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털고 일어나 얼마나 다행인지.

 

그로부터 10년. 오래 살았죠.

그때 자칫 녀석을 잃을지도 몰랐는데 10년 동안 무탈하게

살았으니 녀석이 언제 죽는다고 해도 더 여한을 두면 안 되는데

사람이든 짐승이든 사별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또 이 녀석을 어떻게 보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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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9-03-07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나 고양이나 키우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해서.... 의학에서 말하는 환상통(phantom pain)처럼 죽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외출했다 들어오면 뛰어 나와 반겨줄 것 같고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자주 만져주고 눈 마주쳐 주세요.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댓글. -_-

stella.K 2019-03-07 15:51   좋아요 0 | URL
앗, 야클님!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키우던 개를 다 정리하고
왔는데 이게 1, 2년새에 잊히는 게 아니더군요.
3년이 가도 허전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더군요.
거의 적응이 됐다 싶을 때 녀석이 우리 집에 왔으니
그도 운명은 아닌가 했어요. 개 키우던 집은 계속 키울 운명.
그래도 크게 안 아프고 갈 것 같은데
순간 순간 자꾸 마음이 무너지네요.ㅠㅠ

서니데이 2019-03-07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댁 강아지가 나이가 많네요.
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은 같이 살면 강아지나 고양이도 그 집 가족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시간을 같이 보냈으니, 헤어질 때 힘든 것 같고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요.
stella.K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9-03-07 16:55   좋아요 1 | URL
이 녀석을 아주 많이 사랑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족이란 있으면 불편하고 없으면 허전하잖아요.
뭐 그런 거죠. 녀석이 언제나 건강하게 있을 게 아니라는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닥치면 슬퍼집니다.ㅠ

프레이야 2019-03-07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불쌍해라. 노견이군요. 백내장이라니ㅜㅜ 저도 지금 백내장이 와 있어요. 2년 되었네요.
정들면 헤어지기 어려운 건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겠지요. 함께하는 동안 정 많이 주시길요.

stella.K 2019-03-07 18:20   좋아요 0 | URL
우리도 그럴 때이긴 하죠?
저도 눈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눈이 구백냥이라는데
옛날에 눈 좋았을 때가 그리울 때가 많더군요.
요즘엔 의술이 많이 좋아졌으니 적극적인 치료를 해 보심이...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9-03-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정 드는 일이 무서운거죠. 이별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요.
떠나려는 개도 보내는 이들도 어느 쪽으로 봐도 다 슬픈 일이네요.
많이 쓰다듬어 주시라고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위로가 될 것 같아서요. 고통이 없이 떠나기를 기도해 주세요. 마음이 짠하네요.

stella.K 2019-03-09 14:3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어제는 생각 보다 많이 먹어서 물론 예전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더군요.
녀석을 어떻게 하면 잘 먹일까가 저의 집 최대의 고민이 되었어요.
이별을 생각하면 정 들이지 않는 게 좋은데
그게 또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니...ㅠㅠ

cyrus 2019-03-1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무지개다리로 보낼 때 느끼는 심정, 저는 그걸 느끼면 한동안 실의에 빠지게 돼요. 그래서 개를 보살필 자신이 없어요. 사개를 끝까지 보살펴주는 분들은 정말 대단해요. 람이든 동물이든 같이 사는 존재라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건 맞지만, 막상 그런 생각을 하면 슬퍼지네요.

stella.K 2019-03-11 18:0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요며칠은 밥도 잘 먹고 잘 지내는 편 같이라
당장 가지는 않겠구나 안심하고 있는 중이야.
장수견이긴 한데 그래도 한 20년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욕심이겠지?
정말 요며칠은 마음이 되게 무거웠어.ㅠ
 
저의 글을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또 이슬아 작가의 이야깁니다만, 그녀도 처음 구독자를 모집할 때 굉장히 쑥스러웠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지난 월요일 처음으로 구독자 모집 광고를 내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쑥스럽고, X팔리고 하지만 이미 벌인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파고 들어가고 싶고, 아무도 신청 안하면 어쩌나 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때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아주 오래 전 현재 다니는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심성훈련이라고 하는 일종의 인간관계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7~8명의 아이들이 신청을 해야 한 그룹이 되어서 진행할 수 있는데 과연 이 정도의 아이들이 모여 줄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죠. 그런데 다행히도 딱 그만한 아이들이 모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들에겐 듣보잡이었을 겁니다. 그야말로 뭣도 모르고 저 선생님이 뭘 할 건가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겠죠. 모집 광고 때 나름 열심히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하긴 했지만 백 번 설명 보다 한 번의 참여가 훨씬 쉬운 법인데 그것을 그들은 과감하게 참여해 주었습니다.

 

저로선 얼마나 감개무량 했겠습니까? 생판 알지도 못하는 것을 그저 선생 하나 보고 참여해 준 것이 고맙고 기특할 따름이었죠. 그들은 그렇게 나의 처음을 가능하게 해 준 사람들이었습니다. 결국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서 저의 심성훈련은 나름 주일학교 내에선 알아주는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죠.

 

그 후에도 저는 이렇게 저렇게 맨땅에 헤딩하는 일을 나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오랜만에 해서일까요? 하긴 이슬아 작가 따라 하기인데도 참 쉽지가 않네요. 이렇게 쑥스럽고 X팔릴 바에야 차라리 기존의 방법대로 잘 생긴 원고 하나 뽑아서 출판사에 보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의 출판계의 불황을 생각할 때 이 또한 쉽지 않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거절을 당해야 할지, 거절당하고도 포커페이스는 잘 유지를 할 건지,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지 등등. 어떤 것도 쉽지는 않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작가라면 작가로서 해 볼 수 있는 일은 다 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혹 그것이 누구를 따라하는 것이 될 지라도 말입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 때 넘기고 아쉬워하기보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는 게 낫겠다싶었습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가게를 처음 오픈하고 들어와 뭔가를 주문하거나 사 간 첫 손님, 병원을 오픈하고 처음 받은 내원 환자를 그 주인과 원장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아주 적은 인원이긴 하지만 몇 분이 저의 글을 구독하시겠다고 신청하셨습니다. 그분들은 저의 글을 첫 번째로 구독하시는 그러니까 저의 처음을 가능하게 해 주신 분들입니다. 저는 아마 앞으로 어떤 형태로 글을 쓰던지 간에 그분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구독이 마중물이 되어서 조금이라도 나은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저처럼 구독자를 모집해서 연재 방식으로 글을 쓰겠다면 저 또한 그분의 처음이 되어드릴 겁니다. 단 너무 성공한 인기 작가는 사절입니다.

 

한 가지 알려드리면, 혹시 한 번 신청하면 계속 신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신청을 안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러지 마시기 바랍니다. 읽으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구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책으로 나올 텐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책으로 사면 더 싼데. 맞습니다. 저도 작가이기 전에 독자니까요. 하지만 출판은 미정이구요, 말씀 드렸다시피 작가의 글은 200자 원고지 한 매당 1만원입니다. A4 용지(글씨 크기 10포인트) 1장에 제가 알기론 200자 원고지 6매인가(?)에 해당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하루에 3장 내외로 주 4회 발행해서 월 구독료 9000원로 정했다면 발행하는 저로선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거죠. 나머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단 한 분만 신청하시더라도 그 분을 위해 글을 쓸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한 분이 넘어버렸습니다. (한 자리 수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작전을 바꿔해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신청하시더라도 단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신청 마감은 오는 32일까지구요,

신청은 stells15@naver.com 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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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8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1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3-01 13:38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2019-03-02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3-0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화이팅입니다.

stella.K 2019-03-05 19:24   좋아요 0 | URL
바로 레삭매냐님일수도 있었는데요...ㅎㅎㅎ
이번 달은 마감됐습니다.^^
 

얼마 전, 셀프 연재 노동자 이슬아 작가가 처음 어떤 식으로 광고를 했을까 궁금해서 그녀의 블로그를 찾아 봤습니다(사실 이런 일은 제가 웬만해서 잘 안 하는 일인데 ). 그런데 거기서 이 작가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은 마감과 원고료가 있지 않으면 글을 잘 안 쓰는 게으름뱅이 작가라구요. 순간 풉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이미 여러 번 말하긴 했지만)저는 소설을 쓰고 싶어 교회에서 연극 대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작 쓰겠다는 소설은 쓰지 않고 저 역시 마감과 원고료에 대한 근육만 키웠거든요. 그러니 , 작가는 이런 족속이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온거죠.

 

작가도 엄연한 직업인만큼 거기에 자신의 생계를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스토옙스키나 발자크는 자신의 노름빚을 갚기 위해 소설을 썼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들이 21세기에 활동을 했거나 아니면 그들이 활동했던 시대에 이메일이란 게 있었다면 이슬아 작가처럼 연재 방식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슬아 작가는 자신의 학자금을 갚기 위해 연재를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갚아야할 빚이 있는 것은 아닌데 노후대책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사실 저의 책이 나오고 나서 얼마 안 있다 마태우스님으로부터 책 하나를 써 달라고 권유를 받았는데 (지면상 내용은 생략하고)그때 저는 흔쾌히 쓰겠다고 약속을 했었죠. 사실 저의 첫 책이 나오고 나서 다음엔 뭘 하지 약간 막막하고 있었는데 내심 목표가 생긴 것 같아 잘됐다 싶었습니다. 마태우스님께서 그렇게 관심을 가지시고 권유해 주신 건 고마운데 어느 정도 쓰고 중단이 되어버리더군요.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더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마감과 원고료가 없으면 안 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저는 주로 대본을 썼습니다. 대본은 책 쓰는 것과 달라서 사람들의 반응이나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책을 쓰는 건 오로지 혼자 하는 작업이죠, 나중에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고작입니다.

 

제가 이슬아 작가의 방식을 주목했던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독자에게 직거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판다는 점. 달리 말하면 독자와 소통하며 글을 쓴다는 점. 솔직히 저의 첫 책도 그렇게 하다가 나온 것이기도 하죠원고를 완성해도 제 글을 선 듯 사겠다는 출판사가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그래서 저도 시험 삼아 저의 글을 3월 한 달 동안 연재방식으로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해 볼까 합니다. 해 보고 나서 괜찮겠다 싶으면 연장하고, 아니다 싶으면 거기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썩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과연 몇 분이나 구독을 해 주실지 모르겠지만 단 한 사람만 신청하더라도 저는 그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잠깐 소개하자면, 사실 저는 자서전 쓰기에 관심이 많은데 고전적인 방법은 아니고,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아카이브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저는 늘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거든요. 저는 주로 7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쓰다보면 조그만 계집애가 살면서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흡수해 가는지 보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답을 달 수 없는 미스터리한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쓴다는 점에서 저는 기억 수집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서전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라는 관점에선 미시사나 개인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근데 제목을 정하지 못했습니다.ㅠ)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분들은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고, 같은 연배가 아니더라도 저 사람은 저 시대를 저렇게 살았구나 할 것 같습니다. 재미와 감동은 보장 못합니다. 그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하지만 약간의 의미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사람의 이야긴데. 혹시라도 저처럼 자서전에 관심이 많거나 앞으로 쓰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에겐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아니면 저의 어린 날의 삽화로 보셔도 됩니다.

 

저의 글은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4회 발행할거구요. 어쩌면 호외판을 한 번 내지 두 번 발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량은 A4 3매 내외고, 각 소제목마다 해시태그인 #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검색을 편리하게 하도록 하는 표기법입니다. 저의 글을 읽다가 연관된 기억이나 단어가 떠오르신다면 기록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한 달치 구독료는 9,000원으로 하겠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굳이 이유라면 저도 누구처럼 주 5회 발행하면 좋겠지만 왠지 부담될 것도 같고, 그냥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 달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연재를 하게 되면 그땐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작가들이 받는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한 장당 1만원 내외라고 합니다. 한 번 내신 구독료는 반환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구독신청 하실 때 가급적 신중하게 하시고, 신청하셨다면 마음 바꾸지 마시고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신청 기간은 오늘(25)부터 32일 토요일까지 받겠습니다. 구독방법은 저의 이메일    stells15@naver.com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32일까지 구독료를 보내주신 분들에 한 해 저의 글을 기본 16번 배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글 첫 발송은 34일 예정입니다.

 

, 그리고 혹 만의 하나 발송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느 날 병이나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갑자기 제 노트북이 먹통이 되거나 이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럴 경우 최대한 빨리 복구해서 전날 못 받아 보신 것까지 빠짐없이 받아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점 또한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신청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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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는 매문가다
    from 네 멋대로 읽어라 2019-02-25 18:28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자에게 직접 글을 팔았다. 이것이 가능한 건 이메일 때문이다. 자신의 SNS에 독자를 모집하고 한 달에 20편의 글을 이메일로 배달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받는 구독료는 한 달에 만 원. 이슬아 작가 이야기다. 처음엔 뭐 이런 작가가 있나 했다. 조금 심하게 말해서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SNS나 블로그에만 들어가도 글이 넘쳐나고 웬만한 작가 못지않은 필력을 자
  2. 누군가의 처음이 되어주십시오
    from 네 멋대로 읽어라 2019-02-28 14:47 
    또 이슬아 작가의 이야깁니다만, 그녀도 처음 구독자를 모집할 때 굉장히 쑥스러웠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지난 월요일 처음으로 구독자 모집 광고를 내고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쑥스럽고, X팔리고 하지만 이미 벌인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파고 들어가고 싶고, 아무도 신청 안하면 어쩌나 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때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아주 오래 전 현재 다니는 교회 주일학교 교사
 
 
2019-02-25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2-25 18:52   좋아요 1 | URL
네.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그래서 저의 이메일로 신청하시면
저의 계좌번호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2019-02-25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5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5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2-26 10: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래서 구독을 안하시겠다고요?
섭섭합니다. 제일 먼저 하실 줄 알았는데...ㅠㅠ

아닙니다. 농담입니다.그러실 수 있죠.
나중에 혹시 제가 이것을 연장하게 되면 그때 하십시오.
하지만 그때 하시게 되면 앞부분은 잘려서 못 보게 되십니다.
그점은 염두해 두시구요.
응원 고맙습니다.^^

2019-02-26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2-26 12:03   좋아요 0 | URL
그건 사실이어요. 하지만 책으로 나올지는 아직 장담할 상황은
아니구요, 연결될 확률은 있을 겁니다.
제가 나중에 한 번 더 언급하겠습니다만,
사실 책으로 사면 편하고 값도 싸죠.
하지만 독자와 작가간의 쌍방향 소통은 없다는 거죠.
물론 독자가 소통을 원하지 않고 매일 원고를 받아 보는 걸 원치 않으면
책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책 출간 전에 작가의 글을 먼저 받아보는 뭐 그런 기분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는 연재를 시작할 때 자신이 뭐에 대해서 쓰겠다는
구체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 정도 밝히는 건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의 글을 구독할지 말지를 결정할 테니까요.
제가 지금 아무리 설명해 드려도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미흡한 것도 같습니다.
영화 VOD도 5분인가 10분 정도 맛보기가 있던데 저도
A4 3장에 해당하는 분량을 미리 보여드리고 시작해야 하는 걸까요?ㅠ

2019-02-26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2-26 12:52   좋아요 0 | URL
그랬겠군요. 인스타나 페이스북이 강력하긴 하죠.
저야 얼굴 없는 작가고.
그래도 전 알라딘 밖에 없어요.
물론 다른 곳에도 올려봤지만 아직 이렇다할 반응은 없네요.
한달 전쯤 저도 해 보겠다는 언질을 내비쳤을 땐 못해도
너댓 분은 구독을 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그분들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ㅠㅠ

그래도 어제 두 분의 독자분이 구독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또 희망이 되더군요.
제가 그렇게 쓰기도 했잖아요. 한 명만 구독해도 그분을 위해
쓰겠다고.
저는 둘중 하나더군요.
처음엔 별것 아니었다 나중에 좀 잘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안 되거나.
사람의 일이 다 그렇긴 하겠습니다만.ㅠ

stella.K 2019-02-26 12:57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19만 4천이랍니까?
아무래도 저도 알라딘 접고 인스타는 사진을 올려야 하니
그렇고 페이스북으로 갈아타야할 것도 같습니다.ㅠㅠ

페크pek0501 2019-02-2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청은 꼭 비댓으로 해야 하는 겁니까?
저는 구독할 것이니 9천원을 보낼 은행 계좌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방법은 제 블로그에서 이미지 아래 닉네임 옆의 것을 클릭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달 받아 보고 재미없으면 그다음달부터는 안 봐도 되는 거지요? 하하~~
어쨌든 한 달 구독을 신청했습니다.

2019-02-27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7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7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9-02-2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의 뜻 깊은 활동을 응원해요~~ 메일로도 신청할게요^^

stella.K 2019-02-28 10:33   좋아요 0 | URL
어맛! 그렇지 않아도 네가 하지 않을까 내심 고대했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고맙다.^^

후애(厚愛) 2019-02-2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stella.K 2019-02-28 17:34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2019-02-28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2-28 17:33   좋아요 1 | URL
ㅎㅎ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죠.ㅋㅋㅋ
고맙습니다.^^

2019-02-28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