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면을 끓일 때 꼭 녹차나 녹차잎을 쓴다. 사실 우리집은 녹차를 보리차처럼 마시기 때문에 라면을 끊일 때 녹차를 우려내는 번거로움은 따로 없다. 그래도 워, 요즘엔 티백으로도 나와있으니까 녹차 우려내는 건 일도 아니지.
보통은 라면 먹을 물을 끊일 때 녹차 물을 우리고 난 잎을 버리지 않고 건져서 함께 넣고 끊인다. 알다시피 녹차잎은 우리고 난 후라도 다 빠지지 않고 30% 정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버리게 되곤하는데 그래서 녹차를 깨끗이 다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속속 나오고 있다니 다행이다. 녹차 좋은 거야 굳이 새삼 말 안 해도 좋으리라.
그 물에 나는 스프를 바로 넣는다. 설명서에 보면 물이 끊으면 스프와 라면을 함께 넣으라고 친절하게 그림으로도 나와 있지만, 스프 국물은 오래 우려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아예 처음부터 넣는 것이다. 그리고 스프를 넣은 국물이 끊으면 면을 넣으면 되겠지. 면도 잘 삶아야 한다. 너무 오래 삶으면 풀어지지고, 너무 시간이 짧으면 풀어지지 않아 딱딱하다. 이건 지면상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하우가 있어야겠지.
여기에서 끝나면 라면을 잘 끊였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야채다. 냉장고를 뒤져 야채란 야채는 다 넣어야 한다. 나는 양파를 권하고 싶다. 양파는 그 속에 올리고당이라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그게 라면이 가지고 있는 염도를 다소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 그게 없으면 그냥 생파라도. 냉동건조된 야채스프에 파가 있긴 하지만 향도 맛도 생파만 못하다.
나의 경우, 어제와 오늘 라면을 끊여먹었는데 마침 냉장고에 며칠 전 엄마가 김치를 하시고 남은 미나리가 있어 라면이 보글보글 끊을 때 넣었다. 그랬더니 다 먹도록 미나리의 아작아작 씹히는 맛과 향이 아주 좋았다.
먹으면서 여러 사람들이 스쳐지나 갔다. 잉크님, 앤티크님, 냉열사님, 여흔님, 배혜경님, 비발님, 스밀라님 등등. 이 모든 분과 함께 먹을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가까이 있으면 한그릇 대접했텐데...
어쨌든 이것으로서 나의 웰빙 라면 끊이기 끝이다.
아참, 이번에 쓴 라면은 너구리다. 우리 엄마는 너구리 밖에 모르신다. 내가 샀으면 신라면을 샀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