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여기에 설우특선 1
미우라 아야꼬 지음 / 설우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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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 용어 중에 '소명의식'이란 말이 있다. 이것에 대한 정확한 용어 풀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소명의식'이란 자신의 탈란트(재주)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 쓰며 이를 통해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뭔가의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러나 더 나아가 좋은 일, 이를테면 사람을 살리는 일.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하는 일에까지 나아갈 수 있다.  

미우라 아야꼬는 작가다. 그러나 크리스찬 작가이다.  그녀는 한번도 자신의 문학사상을 주장한바 없으며 그녀의 글쓰는 재주는 온전히 하나님을 아는 것에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 이상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럴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자신과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 되겠지.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얼핏 허구를 생산해 내는 것 같지만 허구 그 자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미우라 아야꼬는 그 어떠한 경우에서도 시종 작가적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작가답다. 작가답게 의심하고, 회의하고,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바를 담담히 써 내려간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 누구에게 주입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장황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는다. 그녀는 오로지 그가 알고 믿는 것에 대해서만 썼다. 그녀의 신앙은 의심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는 게 가능할까?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면 그건 미신에 불과하다. 그것을 온전히 몸소 보여줬던 사람이 바로 미우라 아야꼬다. 이 책은 그런 그녀의 자서전이다.

 몇차례의 죽을고비를 넘기고 그 투병중에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애인을 잃어야 했으며,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랑을 이루기 까지의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와중에도 그녀 자신이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지 독백처럼 흐른다.  그런 그의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신앙으로 이끌었으며 소망을 갖게했는지. 작가는 모름지기 이래야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작가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어떤 작가는 독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작가도 있다. 내가 만일 작가가 된다면 내 글을 읽고 그런 독자가 생긴다면 그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이는 그럼 작가는 늘 옳은 것만을 말하는 또하나의 설교자요 도덕군자가 되야하느냐 반박할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는 그 무엇이 되기 이전에 그의 사고 패턴은 과학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의심하고 회의하고 답을 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작가가 되면 어떤 작가가 될것인가에 많은 도전을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자서전을 쓴다면 어떤 자서전을 쓸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다. 이 책에서의 또하나의 묘미는, 일본인들이 신앙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가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그렇게도 절도있고 철저함이 신앙적인 면에서도 관철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비해 우리나리 1/4이 기독교인임에도 왜 이 모양인가 탄식하게 되는 건 다 국민성과도 연관이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묘미는 단가(短歌)를 읽는 즐거움이다. 우리나라 서정시처럼 정제되지도 않았다. 그냥 순간 순간 터져 나오는 감정들, 느낌들에 충실해서 한 두 문장으로 압축시키는 그 순발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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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님의 글 읽고 길은 여기에 다시 읽어 보려구요...넘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도 안 나거든요.

stella.K 2004-05-0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선교사들의 한국이해 담긴 보물창고
19세기말 서양 선교사와 한국사회
유영렬·윤정란 지음 | 경인문화사 | 402쪽 


저자들은 한말(韓末) 선교사들의 간행물인 ‘한국의 보고(寶庫)(The Korean Repository)’에서 한국 근대사 사료의 보물섬을 발견했다. 그 보물의 저장자인 초기 장로교와 감리교의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지 한국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에 충만하였다. 당시 서구사회에 ‘은둔의 나라’(그리피스)로 알려진 한국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실질적으로는 그들 스스로가 선교를 수행해 나가야 할 선교 대상지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필수적 과제였고, 그 성과가 근대적 한국학의 효시가 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1892년 1월부터 1898년 12월까지 월간으로 발행(1892년 12월부터 1895년까지는 휴간)된 통권 50권의 ‘The Korean Repository’는 한말 선교사들의 한국 이해가 담긴 대표적인 문서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한국 기독교사의 연구와 근대사의 일정한 주제, 혹은 관련 인물에 대한 연구에서 이 사료가 활용된 적이 있지만, 이제 이번 연구서로 ‘보물’ 전체가 발굴되고 체계화된 것이다.

이 책은 우선 한국 기독교 선교 주체에 대한 이해를 자료 안에서 도출하였다. 그것은 한국 선교에 착수한 교파들과 선교사 개인에 대한 이해이다. 즉 보물 저장자들의 성향과 의도, 꿈을 발굴된 보물 자체로 유추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자료의 필자들과 그 소속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정교하게 하는 것은 자료 비평의 제1차적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어서 이들이 남긴 한국 이해의 영역을 주제별로 정리하였는데, 당 시대의 정치와 외교, 사회와 문화, 기행을 통한 인문지리적 환경을 분석하였으며, 끝으로 선교사들의 본분인 선교활동에 대한 분야·방법·효과를 정리하였다.

‘The Korean Repository’는 특히 당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평에 있어 괄목할 만한 자료이다. 대표적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보고가 상세하게 정리되었다. 이 책에서도 명성황후 사건에 대한 보도와 비평에 크게 주목하고 관련 기사 9편의 목록을 표로 정리하였으며 개요도 자세히 설명하였다.


▲ 서정민 연세대교수·한국개신교사
특히 일본의 무력이 독립국가인 한국의 왕실을 유린한 사건에 대한 선교사들의 당혹스러운 정황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이 사건이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지도층의 태도와 민중의 정서적 변화까지 잘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는 대표적 친한파 선교사로 분류되는 헐버트 등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선교사의 공헌이 크다. 다만 한국의 문화나 풍속 등을 소개하는 자료 중에는 다소 동떨어진 이해나 문화적 우월감이 배어 있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 민족의 시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탁월하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 자료의 성격과 특성에 대한 연구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총론에서 편집 간행의 역사 등을 다루고 있고, 제1부에서 필자나 선교부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되어 있으나 심층적인 자료 분석보다는 내용 소개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좀더 심층적인 연구를 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서정민·연세대교수·한국개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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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naomi > 사랑은 수수께끼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것

그러나 영원할 수 있는 것

사랑은 대가를 치르고 얻을 수 없는 것

그러나 놀라운 선물처럼 받을 수 있는 것

사랑은 요구할 수 없는 것

그러나 기다릴 수는 있는 것

사랑은 만들어 낼 수 없는 것

그러나 성장할 여건은 조성할 수 있는 것

사랑은 법으로 정할 수는 없는 것

그러나 소망할 수 있는 것

사랑은 재촉할 수는 없는 것

그러나 자연스레 흘러나올 수는 있는 것

사랑은 기대할 수 없는 것

그러나 갈구할 수는 있는 것

신의를 지키는 것

집안 일을 돕는 것

돈을 버는 것

상대방을 떠나지 않는 것

큰소리를 치거나 화내지 않는 것

규칙을 지키는 것

선물을 하는 것....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사랑은 알 수 없는 것

우리가 가끔씩 되돌아보아야만 알 수 있는

갖가지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그러나 사랑은

언제나 사랑 그 자체를 훨씬 넘어

사랑의 기원과 그 목적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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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님의 "[퍼온글] 재미있는 서재 놀이..."

아이들은 나를 배웅하면서 어디까지 와도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길은 여기에/미우라 아야꼬/ 설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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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naomi > 서 정주님의 '신록'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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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0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이 정말 황홀합니다. 서정주님의 친일행각에 대한 말들도 이런 기찬 싯구 앞에서는 어떡해야하지요?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가졌어라"

stella.K 2004-05-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입니다.^^

▶◀소굼 2004-05-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주산지..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