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은 애초에 마스크를 손에 넣을 거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보름 전쯤 편의점 가는 길에 마스크 살 수 있냐고 물어 본적이 있었다.

지난 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는데 이것 역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까 하다가도 필요한 사람 한 사람이라도 더 써라. 과감히 포기했다.   

 

근데 문득 내가 마스크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너무 관심이 없구나 싶었다. 예전에 미세먼지 대비해서 사 둔 마스크가 이렇게 쓰일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지금 사 두면 또 언제 어떻게 쓰일지 누가 알아. 더구나 지금은 교회를 안 가지만 앞으로 다시 교회를 가면 당분간은 마스크를 써야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뒤늦게 마스크 구입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아, 그런데 막상 산다고 생각하니 헷갈렸다. 자기 생년의 끝자리인 건지, 생년월일 6 자리중 끝자리인 건지. 분명 관심없었을 땐 생년의 끝자리가 분명한데 산다고 생각하니 마구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tv에선 지난 주엔 자막으로 알려주더니 이번 주엔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결국 어제 약국 가서 "죄송한데요..." 먼저 양해를 구하고 물어봤으려고. 6자리 중 마지막 자리로 따진다면 어쩌면 살 수도 있는 날일줄도 모른다. 물론 보기 좋게 아닌 것으로 판명 났지만. 이게 다 나이 먹어 총기가 떨어진 탓이다. 그러면서 약사는 사시려면 내일 아침 8시 반까지 오세요 한다.

 

어제 밤부터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 나가보기로 했다. 내가 순진하게 약사가 그렇게 말했다고 8시반에 나갔을까. 15분 전에 나갔다. 갔더니 역시 줄이 서 있는데 다행이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 늦을뻔 했다. 내가 줄을 서자 어느덧 내 뒤로 줄이 이어진다. 까딱 늦으면 큰 일 날 뻔했다. 그러는 와중에 내 뒤에 여자는 내 앞에 여자와 서로 아는 체를 하더니 슬쩍 내 앞에 선다. 내 앞에 줄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들이 받았을 것이다. 눈총을 줬는데도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른 척 하는 건지 계속 딴청이다. 예민하긴 예민할 때다. 내내 신경도 안 썼던 내가 도끼 눈도 뜨고 그 사람에게 빨간 광선을 내뿜기도 하니.

 

어쨌든 꼴랑 마스크 두 개를 겨우 샀는데 뿌듯하기 보단 허탈했다. 예전엔 마트에 걸려 있어도 심드렁했는데 어쩌다 이지경까지 된 건지. 그래도 봄은 봄이라고 이걸 사니 정말 어디론가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유력지는 책도 팔겸 중고샵에 죽치고 오는 것이다. 여기를 헝겊 마스크라도 끼고 갈까 한 달 전부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다. 1층이라면 모르겠는데 두 군데 다 지하다 보니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이런 와중에 중고샵 문닫을까 봐 제일 걱정이다. 이놈의 코로나 언제 물러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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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3-18 15: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막판에 왜 갑자기 생각이 바껴가지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회를 다니는지라 앞으로 예배 보려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저의 엄니는 신경도 없더군요.ㅎㅎ

cyrus 2020-03-1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구 알라딘 서점 세 군데 모두 문 닫을 줄 알았어요. 세 군데 중 두 곳은 동성로점과 동대구역점인데 코로나 확진자의 이동 경로 근처에 있어요. 지난주에 주문한 책이 지금 동성로점에 있어요. 저, 내일 거기에 가야해요.. ^^;;

stella.K 2020-03-18 15:3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랬겠구나. 나도 조만간 나가 볼까 생각중이야.
매장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점원들도 계실 텐데 너무 우는 소리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
아, 지금쯤 매장에 있을지도 모르겠군.
조심해서 다녀와라.^^

2020-03-17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3-18 15:3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저도 의심 안했는데 막상 사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꼬인 거여요.ㅠ
그렇죠? 마스크가 이렇게 귀한 대접 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마스크도 지금이나 하니까 하고 다니지
여름되면 누가하고 다니겠습니까?
그저 하루속히 소멸되길 바랄뿐입니다.ㅠ

moonnight 2020-03-18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새치기라니 -_-;; 누구 한 명 맘 급하지 않은 사람 없는데.. 스텔라님이니 넓은 마음으로 참으셨네요. 토닥.
코로나 한 달. 참 많은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에요. 어서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stella.K 2020-03-18 15:39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에 혹시 다시 만나
똑같은 반복한다면 한마디 하려구요.
저의 눈빛 광선검으로도 통하지 않으니.ㅋㅋ
맞아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요.
문나잇님도 마지막까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진주 2020-03-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K권에서 2월부터 겪던 일상이 이제는 전국(아니면 설경기권)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요. 가끔 이렇게 새치기하는 얌체들도 있을만도 하죠. 그래도 그만하기에 다행이네요. 감정이 한창 날카로울 텐데도 폭발하는 일 없이 잘 넘어갔군요. 저도 어젠 구입 가능한 날짜라 기대없이 나갔는데 운 좋게 샀어요.

stella.K 2020-03-18 15:43   좋아요 0 | URL
제가 비교적 일찍 가서 망정이지 만일 제 앞에서 마감이 됐으면
화가 났을 것 같아요.
정말 싸움 나겠더군요. 질서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캬, 어제 진주님 대박하신 겁니다.
요즘 같은 때에.ㅎㅎ

북프리쿠키 2020-03-2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밤 들러 도올선생의 노자와21세기(상,하) 업어 왔습니다.

stella.K 2020-03-22 21:13   좋아요 1 | URL
와우, 대박이시네요.
저도 조만간 용기를 내서 중고샵에 다녀올까 합니다.^^

페크pek0501 2020-03-2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마스크 삽니다. 오전 11시부터 파는 약국을 알아 놨거든요.
줄도 길지 않아 열 명 이내더라고요. 처음 갔더니 서너 명만 줄 서 있어서 놀랐어요. 어떤 약국은
줄이 너무 길다고 하던데... 번화가에 있지 않은 약국이 사람이 적어 좋습니다.

stella.K 2020-03-23 12:1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도 주말을 이용해 사는 방향으로 해야겠네요.
고맙슴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김민식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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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PD는 아무나 하나. 그것도 우리나라 3대 지상파 방송국중 하나다. 그가 MBC에 입사하던 해가 유독 천운이 열리는 해였나 보다. 게다가 그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MBC는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직문화를 자랑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유독 그가 활동했던 시절 스타 기자, 스타 PD가 많았었다고 한다. 그러니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러던 MBC가 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의 이력 중 하나가 MBC 노조 부위원장인데 그렇게 애사심이 강하다면 누가 등 떠밀기 전에 총대를 맬 법도 하지만 그는 그 자리를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거부한다. 가정이 있는 몸이다 보니 스스로 밥줄을 끊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회사에선 승진을 시켜주고 노조에선 회사의 부역자라고 낙인찍힌다. 그 얘기를 읽는데 왜 그리 우픈지 마치 채플린 식 코미디를 보는 것도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 밝히는데 뉴스와 드라마는 분야도 다를 뿐만 아니라 일하는 성질도 다르단다. 뉴스의 단발성을 들어 언제든지 농성이 끝나면 복귀하면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6개월을 앞두고 기획하고 섭외하고, 관리는 특성이 있다. 그것을 접고 농성을 한다면 농부가 1년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은 거란다. 가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랬다고 우리는 언론인과 기자들에게 쉽게 기레기라고 욕하고 비난 하지만, 좋든 싫든 그것을 감수하며 그곳을 다니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지 한 번쯤 생각할 필요는 있겠다 싶다. 누군들 명예롭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지상파 방송국이라면 신이 내린 직장 아닌가. 그런 회사가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마음 아파할 사람은 기레기라고 욕하는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기레기라고 욕하기 전에 총대를 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해 격려와 위로는 차치하고라도 좀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 싸잡아 매도하는 건 그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될 것이다. MBC가 공공재라면 말이다. 우린 그 공공재라고 하는 방송이 썩어 화가 나 욕하고 종편으로 갈아탈 줄만 알았지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왜?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또한 그게 대중의 속성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런 것을 통해 경각심을 갖고 반성하고 거듭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안타깝고 무서운 건 국가 권력이 언론을 장악해 사유화할 수 있다는 이런 발상이 아직도 가능하다는 것이 참 놀랍다. 앞으로 그 어떤 정부의 집권자도 그런 허황된 꿈은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 권력에 줄을 대고 자신뿐 아니라 자손만대가 복을 누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진 자는 어쩌란 말인가. 이 후자의 사람들을 을이라고 봤을 때 전자의 그런 작은 날개 짓만으로도 을은 날개가 꺾이다 못해 피눈물을 흘린다는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MBC 노조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를 알리기도 했지만, 결국 노조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느꼈던 것들, 싸움의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안 싸울 수가 없다. 항상 전시 상황을 사는 사람은 싸움의 근육이 붙고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 같이 간헐적으로 싸우고 사는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저 가슴만 콩당콩당 뛰고 상대를 원하는 만큼 제압시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분노를 삭이다 어떠한 결과도 얻지 못하고 빨리 싸움을 종결하려고 한다. X 밟았다 하면서 말이다.


솔직히 싸우면 창피한 생각이 든다. 나는 어디서든 고상한 사람이길 원하는데 괜히 싸움닭으로 오인을 받을까 봐 싫은 것이다. 물론 그런 생각이 결코 옳은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 허점을 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우다니. 역사는 항상 승자의 것이고 패배자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싸워보기 전에 미리 겁먹고 패배 의식부터 갖는지도 모르겠다. 헬조선이니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책과 영화를 정말로 좋아하는가 보다. 거의 매 쳅터마다 영화 아니면 책을 인용해 놓고 있는데,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어쩌면 볼 생각이 없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인용하기도 한다. 막강한 전력을 소유한 악당이 이런 말을 한단다.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그러자 닥터 스트레인지가,

"응, 나도 이길 생각은 없어. 대신 나는 너에게 지고, 또 지고, 끝없이 질 거야. 지고도 계속 싸움을 건다면, 적어도 그동안에 너는 승리하지 못할 거야."

"싸움에서 계속 지는 건 고통스러울 텐데?"

"고통은 내 오랜 친구야."

꺄오, 이런 멋지구리한 장면이 있었다니! 저자 역시 영화를 보다가 감탄했단다. 이런 싸움법도 있구나 해서. 나도 동감이다. 싸움은 힘이나 기술로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면서도 버티는 방법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기는 자의 반대쪽은 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노조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이겼다. 하지만 이겼음에도 저자를 비롯한 노조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예전을 회복하지는 못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방송국을 찾아 떠났고,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은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렇게 사측과 싸우는 동안 저자는 나이가 들어 도저히 예전의 드라마 PD를 맡을 수가 없더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것은 시트콤을 만들 감각이 퇴화되기도 하거니와 한창 물 오른 후배를 생각하니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다고. 그야말로 상처뿐인 승리고 영광인 것 같다.


하지만 저저는 행복은 질이 아니라 빈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물론 싸울 때 고통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새로운 싸움법과 시위 방법을 개발하고 함께 싸우며 즐거움과 보람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MBC 프리덤>과 어느 팟캐스트에 나가 김재철 사장의 업적을 찬양한 것 등이다. 행복이라는 것, 희열이라는 건 참 묘하긴 하다. 그것들은 평온하고 충만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고 고통스러울 때 찾아온다. 저자를 비롯한 노조 사람들이 그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행복의 빈도수를 자주 느꼈다면 분명 불행하지마는 않았을 것이다.


책 뒤에 가면 부록처럼 그동안 노조가 걸어온 길을 도표처럼 보여주는데 좀 뭉클하다. MBC가 타락하고 썩은 것 같지만 그 어디에선가 이런 노력들이 있었구나 싶어 이제라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진다. 더불어 나 역시 앞으로 살면서 싸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흐리멍덩하게 싸우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쉽진 않다. 저자는 연대했지만 나의 싸움은 언제나 혼자다. 그래서 버티기가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말했다. 싸울 때 싸우지 않는 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또한 그것은 <손자병법>에 나온 말이기도 하다.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적들에게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스스로를 향한 존중을 시작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나도 싸울 때마다 이 말을 기억하겠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저자를 따라 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다. 그는 SNS에 매일 아침에 글 한 편을 올린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가 싶어 저자의 SNS을 추적해 확인해 봤는데 사실인 것 같다. 과연 대단하다 싶다. 그리 한가한 분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매일 올릴 수 있을까. 나도 한때는 거짓말 좀 보태 블로그에 하루로 글을 올리지 않으면 목에 가시가 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차츰 안 올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가물에 콩 나듯 올리고 있다. 게을러진 것도 있지만 왠지 너무 자주 올리면 한가한 사람으로 찍히는 것 같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나의 게으름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 올린 글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책을 낸다지 않는가. 그런 저자를 보면서 나도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또 싸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럴 일이 또 생긴다면 부디 잘 싸우시고 잘 버텨주시라 당부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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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은 쓰고 싶을 때 써야 해요. 자꾸 미루면 나중에 글쓰기가 어려워져요. 적응이 안 돼요. 한가할 때든 바쁠 때든 살아 있다면 뭐라도 써야 해요. ^^

stella.K 2020-03-10 18:5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 말야. 근데 그게 머리에만 있고 몸은 안 따라주고.ㅠ
이책 읽으면서 이러면 안 되지 싶더군.
지금도 머리속에 몇 개의 이유기가 맴돌고 있는데 언제 뽑아 쓸런지
모르겠어.ㅠ

마태우스 2020-03-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책을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란 말이 나오네요! 책 읽고난 뒤 MBC 프리덤 찾아보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삶이라는 게 세상과 싸우는 거 아닌가 싶은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stella.K 2020-03-11 15:43   좋아요 0 | URL
헉, 마태님이 이렇게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그럼 저 잘한 거죠?ㅋ
내용이 약간 산만한 것도 같은데 그게 그리 큰 흠은 안 되는 것 같구요
제가 모르는 MBC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자의 인상이 좋더군요. 귀엽다고나 할까?ㅋㅋ

페크pek0501 2020-03-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싸울 일이 있었을 때 싸움을 피한 게 나중에 후회가 되더군요. 참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비굴한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도 싸움은 싫어요. 싸움에 소모하는 에너지가 아깝고 쓸데없는 짓 하는 것 같거든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만...
싸움을 피하는 대신 아예 다시 안 보는 쪽으로 마음 정리를 하게 됩니다. 다시 볼 생각이면 싸우고요. ㅋ

stella.K 2020-03-11 15:50   좋아요 1 | URL
ㅎㅎ 다시 볼 생각이면 싸우시는군요.
저는 다시 볼 생각이 없으면 싸우는데. 이판사판이잖아요.
근데 반대로 볼 생각하고 안 싸우려고 참고 좋게 좋게 지내려고 해도
멀어질 사람은 멀어지더군요.
네가 뭔데 나랑 안 싸워 뭐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싸울 땐 싸우려구요. 인간 별 거 있습니까?ㅋ

쫌 아까 공원에 바람 쐬고 들어왔는데 집에만 하루종일 있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나 싶네요.ㅠ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맹렬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걱정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아침엔 또 얼마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왔을까 뉴스를 보기가 두렵다.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 지켜보는 것도 아찔한 느낌이다. 오늘도 무사해야 할 텐데 괜찮을까? 남은 재택 근무도 한다던데 괜히 부러워지기도 하고. 전엔 어쩌다 출근 안하면 그것도 부담스러웠는데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그제부터 우리집  다롱이가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중이다. 18년 가까이 키운 노견이라 언제든 보내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다행히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워낙에 잘 먹지 않아 애를 태우니 병을 완전히 떨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속이 상해 어제 밤 기도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아서일까? 아침부터 머리가 띵한 게 거의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 저녁무렵이 되서야 겨우 기운을 차렸다.

분명 봄이 왔는데 느껴 볼 새도 없이 마음만 심란하다. 봄이 외롭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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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2-2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다롱이가 빨리 낫기를 빕니다. 18세 노견이라니, 보는 것만으로 가끔씩 마음아프겠어요. 글구 천안이 요즘 난리났습니다. 화요일에 첫번째 환자가 나오더니 지금 36명.... 저도 집구석에 숨어있습니다. 세상이 무섭습니다.

stella.K 2020-02-29 16:06   좋아요 0 | URL
네. 18년 가까이 키웠으니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 녀석 가는 걸 어떻게 지켜봐야 하나 걱정이 태산입니다.ㅠ
일단 병원에서는 상태가 안정을 되찾아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워낙에 노견이니...

모처럼 댁에 계시는군요. 조금은 답답하시겠어요.
저 같은 집귀신도 좀 답답하더군요. 바람도 쐐야하는데
가끔 공원 산책 나가는 것도 겁나더군요.ㅠ

마태우스 2020-03-04 05:09   좋아요 1 | URL
-저도 벤지를 보내고 나서 많이 힘들었죠 ㅠㅠ 아픈 거 지켜보는 것도 참 힘들더라고요
-코로나에 대해: 사실 야외는 괜찮습니다. 바이러스가 흩어져 버리거든요. 사람이 근접해 있을 땐 예외지만요. 마스크는 오히려 실내에서 써야 하는데 사람들이 반대로 하더군요...

페크pek0501 2020-02-29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확진자가 어느 지역에서 나왔는지 알려 주는 문자가 올 때마다 이런 문자가 더 공포를 조성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확진자 정보를 공유하는 건 중요함을 알지만...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노견 때문에 마음 아프시겠어요?

stella.K 2020-02-29 15:1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공포스럽죠? 메르스나 신종플루에 비하면
치명률은 낫다는데 전파력이 워낙 강하다고 하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ㅠ

후애(厚愛) 2020-02-2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뉴스를 안 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됩니다.
보고나면 걱정과 불안으로 하루를 시작하고요.
아무 답이 없습니다...

stella.K 2020-03-01 11:43   좋아요 0 | URL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해 보시죠.
중국도 고비를 넘겨 안정세라는데 우리도 조만간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2020-03-03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3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4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03-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오늘도 무사히...

stella.K 2020-03-04 20: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낸 그 오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누구에겐 감사하고, 누구에겐 안타깝고, 불안하고 초조한 하루였겠죠.
내일이 오늘이 될 땐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그래도 오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수이 2020-03-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도 이래저래 뻑뻑한 봄을 보내고 계시네요. 코로나도 얼른 지나가고 다롱이가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스텔라님 곁에 함께 있어주기를 기도합니다. 상실의 고통은 너무 큰 거 같아요. 힘내세요 스텔라님.

stella.K 2020-03-05 15:09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그런데 다롱이가 생각했던 것 보단 건강한 편이라
현재는 안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지만 앞으로 1, 2년만 같이 살아도 좋겠다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요며칠 다시 입원해서 오늘 퇴원하는데 녀석이 없으니
허전한 건 사실이지만 한편 신경 쓰는 게 없어 편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정말 간사해요.
지난 주까지만 해도 답답하고 우울했는데 이번 주는 좀 낫더군요.
이거 조울증은 아닌가 싶어요.ㅋㅋ

수이 2020-03-05 15:46   좋아요 1 | URL
저도 조울증 ㅋㅋㅋㅋ 다롱이 그래도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스텔라님도 코로나 조심!!

진주 2020-03-0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K자가 붙었긴 해도 제가 알던 그 스텔라 님이 맞으시죠?
넵~저 진주 맞습니다 ㅋ
코로나19로 생활의 리듬이 깨진지 2주를 보냈어요.
코로나 때문에 강제 재택근무하고 있는데 일거리는 더 많고 엉망진창이예요

stella.K 2020-03-08 19:00   좋아요 0 | URL
헉, 진주님! 예. 맞아요.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그러게요. 바이러스 땜에 모든 게 올스톱된 느낌입니다.
건강하시죠? 저는 무탈합니다.
그래도 바이러스 기새가 조금씩 수그러드는 모양샙니다.
아직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신규 확진자 폭이 감소되고 있는
추새라고하니 조만간 만날 사람 만나고 갈 곳 가고 그러지 않을까요?
조금만 참아 보시죠.
암튼 건강하게 지내시구요. 가끔 연락하고 지내요.
소식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 그의 영화를 좋아해 볼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영화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보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웬걸 그의 영화가 아니었다. 아마도 감독의 이름과 영화 제목이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고 생각해 착각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그렇게 멋모르고 보기 시작한 영화가 완전 빠져들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토니 타키타니.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그람은 잘 그리지만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성인이 되어 어느 여인의 가슴을 그리는데 정교하지만 느낌이 없다. 그냥 인형의 가슴을 그리는 것만 같다. 그런 것을 보면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는 악단의 연주자로 그의 곁에 있지 않았던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고독은 그의 친구다. 늘 조용하고 표정 없는 얼굴이다. 결국 그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우연찮게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고독이 그의 친구였기 때문에 이런 것은 그의 생애 없을 줄 알았다. 그는 너무 많이 외로웠기 때문에 이젠 아내가 없으면 불안하다.


아내는 너무 사랑스럽다. 하지만 사랑스럽다는 건 사랑하기에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아내에게 한 가지 흠이 있었으니 그건 옷을 사랑해도 너무 사랑하는 쇼퍼홀릭이라는 것. 화구 외에는 살 것이 없는 토니와 옷이 자신의 빈 영혼을 채워준다고 믿는 아내 에이코와의 결혼은 처음엔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그녀가 사는 옷과 신발은 집에 그득하다 못해 포화상태다. 결국 그는 가볍게 아내에게 옷 사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고, 아내는 노력해 보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에 허물어지고 극단적 선택인지 아니면 우발적 사고인지도 모를 사고로 죽고 만다.


        

다시 홀로 남게 된 토니는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며 그 흔적을 지워야 하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던 방법 그대로 자신의 일을 도와줄 비서를 구하는데, 아내와 똑같은 사이즈와 발 크기를 가진 여자를 구한다. 그는 새로 온 비서에게 유니폼 삼아 아내의 옷을 입고 일해 주길 바란다. 그것을 통해 아내를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정말 빠져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미장센이 갑이다.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어떤 공간을 보여주기보단 큰 창을 자주 보여준다. 어린 토니의 집 주방 창문, 성인이 돼서 그가 일하는 사무실 창문, 결혼한 후 신혼집 주방, 침실도 온통 큰 창문이 보인다. 시점은 (거의 대부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구도다. 관객의 관음증을 최대한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인 걸까. 그게 또 호퍼의 도회적이면서도 쓸쓸한 이면을 보여주는 그림을 연상케도 한다. 입체적인 공간감을 일부러 배제하고 회화적 느낌을 극대화 시켰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는 멀리서 슬로모션으로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와 등장한다.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숲. 일단 그런 것만 유심히 봐도 감독이 뛰어난 미술적 감각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영화엔 가급적 내레이션을 안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는데, 이 영화는 굳이 그걸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내레이션은 보통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감정을 설명할 때 또는 낯설게 보기를 유도할 때 사용되겠지만, 이 영화는 연극에서의 방백처럼 등장인물이 직접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쇼핑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아내가 토니의 말 한마디에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또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토니를 보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린 어쩌면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할 줄 모르고 그 사람의 옷이라고 하는 빈껍데기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죽어야 비로소 부재에서 오는 고독과 공허를 통해 그 사람의 영혼을 깨닫게 되는 인간의 비극성. 무엇보다 토니는 아내와 같은 사이즈의 여인을 구해 옷을 입게 하므로 위로를 넘어 광적으로 변해 가려고 하는 자신을 자각한다. 그런데 비해 졸지에 고급스러운 옷과 신발을 입게 된 토니의 새로운 비서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왜 울었을까? 뭔가 압도된 듯하다. 이 화려하고 멋진 옷을 두고 간 나오코는 어떤 여자였을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 것처럼 감독은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꼬집으려 했던 건 아닌지. 또 그것은 영화 초반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토니의 여자의 가슴을 그린 것과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렇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다. 하루키 마니아라면 영화 제목에서부터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난 하루키를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 개인적으로 하루키 원작의 영화를 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언젠가 <상실의 시대>을 본 적이 있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꽤 괜찮았다. 그땐 꽤 괜찮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 작품은 가히 좀 놀랍다 싶다. 보통은 원작을 영화화하면 잘해야 본전이란 선입견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영화는 하루키의 원작을 200% 끌어올린 작품은 아닐까 한다.


누구는 하루키는 장편에 강한 작가라고 하는데 그것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단편에서 감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란 단편은 정말 도시에서의 가난을 위트 있게 그린 작품으로 그 이미지가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루키의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 중에 나오는 이 작품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소소하게도 한 장의 티셔츠라고 한다. 마우리 섬에서 '토니'라는 서양식 이름에 '타키타니'라는 성이 붙은 기묘한 이름이 쓰인 1달러짜리 티셔츠를 구입한 하루키는 그 셔츠를 입을 때마다 토니 타키타니라는 인물이 자신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에 착안해서 이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감독은 또 그 작품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하나하나의 영상적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게다가 전편에 흐르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뭔가 고독하면서도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잘도 표현해 주었다. 이쯤 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모든 예술인들의 뮤즈는 아닐까? 이제 마니아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필히 하루키를 알아야 하는 하나의 문예 사조를 이룬 것만 같다. 하긴, 그는 언젠가 오리지널리티를 얘기했었다.    


사람들은 인간은 어차피 고독한 존재니 고독을 벗 삼으라고 한다. 고독은 스스로 있는 존재임을 확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고독은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향하게 되어 있다. 고독한가? 당신의 고독 끝에 누가 있는지를 직시해 보라. 그렇다면 그가 자신이 사랑해야 할 존재인지도 모른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랬다고 그 영혼은 바스러지기 쉬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아무리 사랑해도 꽉 끌어안으면 쉽게 깨지는 크리스털 술잔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기보다 차라리 고독하기를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어쩌면 하루키를 읽으며 자신의 고독을 위로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오랜만에 하루키의 소설이 읽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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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28 18: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같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좋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기도 하죠.
그게 인간인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페크pek0501 2020-02-2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작품을 상실의 시대를 비롯해 네다섯 권 읽었는데 썩 좋다할 것은 없었는데
신간이 나오면 또 사고 싶은 묘한 작가예요. 가끔 반짝이는 문장을 쓸 줄 아는 작가라서
그런지... 작가의 명성도 한몫 하겠지요.

stella.K 2020-02-29 15:15   좋아요 0 | URL
저랑 같으시네요. 이 작품 때문에 <렉싱턴의 유령>을 보고 싶기도 한데
영화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럼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읽고 싶단 말이죠.ㅋ
 

가수 양준일을 알고 있긴 하다. 90년대 윤상, 심신, 박정운, 강수지 틈에 끼어 나왔다가 어느 틈엔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가수. 들보단 서태지와 아이들이 워낙에 막강해서 미처 대중들이 못 알아 보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중성적 매력을 가진 연애인들도 많다지만 90년대만 해도 양준일은 좀 특별했던 것 같다. 묘하게 끌리긴 했지만 대놓고 좋아하기엔 그도 앞서 갔다면 앞서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궁금하기도 했지만 반짝했다 사라진 연예인이 양준일 하나뿐인가? 그도 곧 잊혀졌다. 책까지 나왔는데도 시큰둥이했다. 그런데 웬일. 그가 M본부의 <배철수 잼>에 나온단다.

 

요즘 방송가 트렌드는 레트로 열풍을 타고 옛날에 인기 있었던 가수를 다시 소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에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EBS의 <싱어즈>란 프론데 최근 2, 3개월 사이에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재밌긴한데 방송 특성상 그냥 잔잔하고 소박하고 정보 전달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비해 <배철수 잼>은 나름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첫 시간에 정미조와 이장희가 나와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과 초대손님으로 2주간 꾸며졌는데 꽤 볼만했다. 거기엔 기타리스트 박주원을 고정 게스트로 했다는 게 주효해 보이기도 한다. 박주원의 기타 실력은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해 보인다. 

 

난 정미조가 70년 대초 그저 입 큰 가수로만 기억했는데 그녀가 얼마나 지적이고 매력적인 가수였는지 다시 보니 알겠더라. 이장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프로에 양준일이 두 번째 손님으로 나온다니 안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양준일. 생각 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 내가 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중성적 외모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어 보는 내내 훈훈했다. 나는 그가 데뷔 곡'리베카'를 부를 때 검은 모자를 사용했다고 기억하는데, 모자는 'Dance with me 아가씨'에서 썼다니 헷갈린다. 놀라운 건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가 그가 처음 썼던 건 아니라는 것. 이미 오래 전부터 춤꾼들 사이에선 널리 사용됐고 대회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양준일이 좋아하는 가수는 존트라볼타다. 마이클 잭슨과 존 트라볼타의 춤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데 진짜 매력적이었다. 더 매력적인 건, 리베카를 들고 나왔을 때 프로 안무가의 안무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안무로 무대를 평정한 것. 근성있다. 

 

근데 그 프로를 너무 잘 봤나 보다. 꿈에 양준일인지 양준일 닮은 사람인지 하는 사람이 나와 나를 좋아한다고 해 놓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것을 보고 깼다. 이거 원, 양준일을 좋아해, 말아?ㅎㅎㅎㅎㅎ

 

아무튼 <배철수 잼>은 좋은 프로다. 이런 프로 오래 오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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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25 17:38   좋아요 0 | URL
저는 양준일 좋아했습니다.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정말 물건이었죠.
서태지 인기에 가려져서 그렇지.
중요한 건 그가 386세대였다는 거죠. 그런데 외모는 뱀파이어라능.
함 보세요. 왜 양준일, 양준일 하는지 아실 거예요.^^

코로나는...빨리 옛날 얘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ㅠ

얄라알라 2020-02-2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이클 잭슨과 존 트라볼타의 춤을 직접 보여주시는 거예요? 프로를 검색해봐야겠어요

stella.K 2020-02-25 17:29   좋아요 1 | URL
아, 뭐 그렇다기 보단 일종의 시범을 보여주는 거죠.
함 보세요. 다음 주에도 방송해요.^^

2020-02-25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26 14:56   좋아요 0 | URL
앗, 보셨군요! 정말 좋죠? 저도 그랬어요.
다음 주도 기대되요.^^

마태우스 2020-02-2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양준일을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중성적 매력의 소유자군요. 사진만 보면 정말 그러네요. 오랜 세월이 지나서 뜨면 그 기분은 어떨까요. 아마도 그도 나름열심히 노력했겠지요, 이때까지? 언제 프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stella.K 2020-02-26 15:0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실 거예요. 젊었을 때 참 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그때 여자 댄스 가수론 김완선이 있었고,
그룹으론 소방차도 있었는데 왜 양준일을 뜨지 못했는지...
지금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운 건 아마도 방부제를 넘어
뱀파이어 외모 때문일 겁니다. 그가 무려 69년 생이더군요.
50이 넘었다는 말씀. 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