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번째로 구매한 책이다.

책을 구매한다면 주로 중고샵을 이용한다. 사실 이 두 책은 온라인 중고샵에서 구매가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이어령 교수의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는 상태가 중이고 <벌거벗은 그리스도인>은 최고 등급으로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을 새 책으로 샀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중고샵에서 책을 사면 있을 수 있는 일 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누가 팔고 간 건지 줄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내가 알기론 중고샵에서 사는 건 쉬워도 파는 건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줄이 많이 가도 받아주나 의아하다. 어쨌든 그분의 줄쳐진 책을 보니 이어령 교수의 책을 사는 게 좀 망설여졌다. 마침 없던 <벌거벗은 그리스도인>이 중고샵에 걸린 걸 보고 이걸 중고로 사는대신 이어령 교수의 책을 새 책으로 샀다.

 

사실 책을 산지가 얼마 되지 않아 별로 살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이달 10일로 소멸되는 적립금이 있는데 제법 금액이 커서 안 살 수가 없었다. 책이 싫은 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약간의 부담이 생겼다. 이건 책을 사는 것에 비해 읽는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건데 이걸 또 일명 현타라 한다며?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현타는 어떤 것에 몰두하거나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식어버리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는데 난 처음 듣는다. 이걸 모르면 거의 할배나 할매 취급을 받는다는데 제길, 그러면 그러라지. 옛날 같으면 내 나이에 손주도 봤을 거다.

 

그래서 말인데 올해 목표는 이달의 리뷰나 이달의 페이퍼 같은 거에 욕심 같지 않을 거다. 물론 이런 거 되면 뿌듯하고 좋긴한데 그래서 받는 적립금은 정말 사고 싶을 때 사야하는데 이번 같이 별로 사고 싶지 않은데 사게 된다. 요 시효에 의한 소멸 제도는 옆동네(예를들면 그래 24 같은 경우)는 없다. 언제든 적립금 가지고 내가 사고 싶을 때 살 수 있다. 올해 알라딘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적립금 소멸 제도 폐지되는 거라면 좋겠는데 이런 거 바라면 안 되겠지? 그러니 적당히 요령껏 내가 욕심내지 않는 것으로 해야지 뭐.

 

얼마 전 강유원이 TV 강연 프로에 나와 사람은 원래 책 같은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존재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냥 팔랑귀가 되어서 누가 이 책 좋다면 과연 그런가 싶어 혹하고마는 그런 존재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읽은 책도 꽤 된다. 그러니 그의 말도 다 믿을 건 아니고.

 

어쨌든 올해의 목표는 대충 적립금에 목매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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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1-01-02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표가 실용적이네요.
저도 빌려볼 수 있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고, 틈틈이 참고해야되거나, 내용과 분량이 묵직한 책 위주로만 구입할 예정입니다.
새해 인사가 좀 늦었죠?
늘 건강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마음으로 통하는 이웃으로 함께해요^^

stella.K 2021-01-03 18:20   좋아요 2 | URL
아유, 고맙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뭉클하네요.
제가 말은 저렇게 해도 적립금 준다고 그러면 넙죽 받아버릴 거예요.ㅎㅎ
쿠키님도 올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01-02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읽는 속도가 도저히 따라갈수가 없지요. 특히나 사놓고 아직 안읽은 책들을 볼 때의 기분은 늘 숙제를 못한 느낌이랄까....

stella.K 2021-01-03 18:2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게다가 나만 책을 못 읽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정말 열심히 읽는데...
반성하고 올해는 좀 열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생각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어디예요?ㅎㅎ

레삭매냐 2021-01-02 2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인가도 적립금 때문에
책을 질렀네요.

하도 퍼주니 안살 수도 없고 정말.

참, 하도 헌 책들을 사대다 보니
헌책 사이에 돈이 끼어 있기도
하더라구요. 참 별 일이 다 있습니다.

stella.K 2021-01-03 18:36   좋아요 3 | URL
오, 그런 일이...? 좋으셨겠슴다. ㅋ
옛날이 그립더군요.오프에서 책 샀던.
우울하거나 어디 가고 싶은데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
단골서점에가 죽치고 있다 오는 그 시절이.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할 수는 있지요.
근데 뭔가 옛날 느낌은 안나요.
오늘도 예스24 강남점 마지막 날인데 결국 못 갔어요.
춥기도 하고, 가면 책 한 두 권은 필수로 사 가지고 올 텐데
어제 책 샀는데 언제 읽나 싶어.
올해는 이달의 리뷰와 페이퍼가 안 되면서 오프 중고샵에
나가는 방향으로 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잘 될까 싶기도 하지만.ㅋㅋ

scott 2021-01-02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말씀에 동감 ㅋㅋ 기대평 작성 별표 천원주는걸로 알라딘 장바구니 털이범 ㅋㅋ 저도 매장에서 구입한 책에 만원 발견한적도 ^0^

레삭매냐 2021-01-02 23:51   좋아요 2 | URL
저는 영끌해 보니 자그마치 7,000원
이 넘더라구요.

도저히 사지 않고 못 배기게 만드는
램프의 요정 신공에 그만 당했습니다.

솔직히 룰렛은 땡기는 맛이... 카하

책값 버셨네요. 전 빳빳한 신권으로
이천원.

stella.K 2021-01-03 18:41   좋아요 2 | URL
ㅎㅎ 두 분 정말 안 되겠군요.
파출소에 갔다주셔야죠.
요즘엔 길 가다 돈 떨어져 있어도 함부로 줍지 말라는데. ㅋㅋㅋ
하지만 두 분은 정말 책 매니아가 맞군요.
그런 일은 아무나 경험하는 게 아닐텐데.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ㅠㅋ

scott 2021-01-03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지금 룰렛 돌리러 갑시다 ^**^

stella.K 2021-01-03 18:44   좋아요 2 | URL
그거 은근 중독성있더군요.
첫날 500원이었는데 다음은 천원이어서
냉큼 책을 사 버렸습니다.
2천원의 행운은 저에겐 없을 것 같아서.
그 룰렛은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어요.

cyrus 2021-01-03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에 알게 된 담담책방의 책방지기님의 또 다른 직업이 장로교(통합) 목사에요. 그분에게 비종교인을 위한 종교 책을 추천해달라고 말해봐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tella.K 2021-01-03 18:12   좋아요 2 | URL
어머낫, 고뤠?
난 이어령 교수의 저 책 적극 추천이야.
아까 낮에 조금 읽었는데 너무 좋아 뭉클할 정도다.ㅠ
비종교인을 위한 종교 책 찾아 보면 많을텐데...

그래. 고맙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페크pek0501 2021-01-04 1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적립금 천 원을 서비스로 주더니 며칠 안으로 소멸한다고 해서 제가 12월에 책을 샀잖아요. 그랬더니 천 원이 또 들어왔어요. 아마 오늘로 소멸일 겁니다. 이번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책 안 사고 있어요. 왜 그땐 천 원에 목숨을 걸었는지... 휴후~~ 그만큼 책을 사고 싶었다는 것의 증명이겠죠. 어떤 핑계로든 책을 사게 되는... ㅋ

저는 책에 밑줄을 긋는 습관이 있어서 책을 감히 중고샵에 내 놓지 않아요. ㅋ

stella.K 2021-01-04 20:04   좋아요 3 | URL
그게 상술인 거죠. 천원의 유혹.ㅋㅋ
정말 어떤 땐 책 안 사는 나를 막 칭찬하게 되기도 해요.
이벤트도 그렇고.ㅎ

저도 그렇긴 한데 생각 보다 별로다 싶은 책은
깨끗하게 읽고 중고샵에 넘기는데 가끔은 안 받아주기도 해요.ㅠ
 

돌이켜 보면 2020년이 밝았을 때 나름 좋은 해가 되길 우리 모두는 

빌었을 겁니다.

하지만 상상 유래가 없는 코로나 팬더믹에 올 한 해를 저당잡히고 말았죠.

아마 2020년도 이런 한 해가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벌써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까 만감이 교차합니다.

생각해 보면 2020년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린 훗날 올 한 해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2020년은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 담담하게 지나가려 하지만

그래도 내심속으론 누구라도 사라져 가는 2020년에게 위로의 말을

걸어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2020년이 누구에겐 천만 뜻밖으로 기쁨의 한 해였는지도 모르고,

누구에겐 슬픔과 아픔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2020년에게 고운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내 인생을 위로하고 내일부터 또 새롭게 시작될 한 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요며칠 전부터 아는 지인들에게 송년인사를 하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느라고 수고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일일이 다 전하지 못한 분들께도 이 페이퍼를 빌어 인사를 전합니다.

사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모쪼록 2020년 잘 보내주시구요,

2021년도 소망을 담아 예쁘고 사랑스럽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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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31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힘들었던 올 한해였던 만큼 내년에는 좀 더 행복한 나날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스텔라님께서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1-01-01 19:36   좋아요 0 | URL
막스무스님, 반갑습니다. 저의 서재에서 뵈니까 더 반갑네요.ㅋ
그래요. 막스무스님도 지난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새해가 밝았네요. 저도 올해 행복한 한 해로 기억되길
축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blanca 2020-12-31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왜 갑자기 울컥하죠. 스텔라님과 같은 마음을 가져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1-01-01 19:3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저도 코로나 핑계대고 2020년에게
너무 못해 준 것 같아 미안하더라구요.ㅠ
이제 2020년은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21년이 왔네요. 21년도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쁘게 살아내면 마지막 날이 됐을 때 잘 보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브랑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1-01-01 0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0년이 올 때는 다른 마음이었을 텐데, 그 해를 맞고 보니 코로나19로 이상한 한해가 됐네요 그렇게 길게 가리라고 생각도 못했군요 2020년, 아직 다 가지는 않았어요 음력이 있잖아요 바로 새해가 익숙해지지 않는데, 음력이 있어서 적응하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스텔라 님도 2020년 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사는 게 별건가 싶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살고 한해를 보내는 건 대단한 일이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stella.K 2021-01-01 16:4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우린 2020년 13월을 사는 셈이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한 해의 진짜 시작은 봄이 시작되는 3월일지도 모르고,
한 계절을 3개월씩 나눈 것도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라고
하는 것도 같아요.
그러니까 우린 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요.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허락해 준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올해 무엇을 계획하셨든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1-01-01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서로 토닥토닥 해 줘야 할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스텔라 님이 뜻하는 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 ★ ★

stella.K 2021-01-01 16:48   좋아요 1 | URL
그럼요. 저도 언니 토닥토닥! ㅋ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감사했어요.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근데 사진 또 바꾸셨네요. 빨강이 잘 어울리시네요.ㅎ
 

(옆동네 이야기이긴한데 이미 동종업계니까 알라딘도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오늘 오전에 문자 한 통을 받았는데

그래 24 중고샵 강남점이 내년 1월 3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군요.

나름 애정했던 곳인데...

가 본 분은 아시겠지만 내부 인테리어를 나름 잘 해 놨습니다.

마치 외국의 어느 도서관이나 서점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하죠.

그래24 중고샵 중 1호점이었나 암튼 초창기에 문을 연 곳인데 닫는다니 무척 아쉽네요.

못해도 6, 7년 이끌어왔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 때문은 아닌지 싶습니다.

제가 그 자리를 오래 지켜봐서 아는데 거기가 나름 서점 명당입니다.

그 빌딩이 처음 세워지고 씨티문고라고 지금은 없어진 서점이 입점했었죠.

그래도 제법 오래 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가니까 헌책을 취급하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중고샵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습니다.

헌책이나 중고책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던 때라 이거 잘 되겠나 싶었는데

어느 날 알라딘이 중고샵 붐을 일으키더니 그래24가 그곳에 터를 잡아더랬죠.

하지만 생각 보다 그곳엔 많이 못 가 봤습니다.

말했다시피 그곳이 아니어도 중고책을 살 곳은 많고, 무엇보다 온라인의 편리함을

쉬 떨쳐버릴 수가 없으니.

그래도 가끔 나가 책도 팔고 마음에 드는 책도 업어오고 하면서 그래 역시 책은 이렇게 

발품 팔아 어깨 메고 들어 오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창업을 하고 5년안에 폐업율이 그렇게 높다던데 서점 그것도 중고샵이 그 정도

버텨줬으면 잘 버텨준 셈이죠.

괜히 내가 많이 안 가줘서 폐업하는 건 아닌가 짠하기도 합니다.

그곳이 폐업하면 뭐가 들어설지 모르겠습니다.

대대로 서점을 한 곳이니 누가 계속 서점을하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별전을 한다는데 쓸쓸한 마음 위로할 겸 한 번 가 봐야겠습니다.  
같은 라인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알라딘 강남점이 있는데

이곳이라도 오래 터잡고 있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긴한데 제가 올해 알라딘 중고샵을 한 번 다녀갔다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데

어딜 다니겠습니까? 집콕이 답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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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6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길건너 응24랑 경쟁에 밀려서는 아닐텐테,,, 아무래도 사람들이 중고도 온라인으로 많이 구매 하고 있다고 해도 강남점 같이 대형크기가 문을 닫는다느건 현재 대한민국 소상공을 비롯해 기업형 매장까지 직격탄을 맞은거 같네요.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거 슬픈일이에요. 제가 살던 동네에는 클럽 운영하던곳에 개인책방들이 들어섰고 주말이면 라이브 인디밴드 공연은 물론 소규모 독립영화만 상여해주는곳들이 생겨났었어요 전부다 전에는 클럽이나 바 술팔던곳이 계절별로 볼거리 축제부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 화가들 전시도 열고 소규모로 이름없는 작가들에 작품들도 팔았는데 어느날 기업형 커피샵이 건물을 통쨰로 사버렸고 기업형 거대 음식체인점들이 점령해버려서 지금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정도로 사라져버렸어요

stella.K 2020-12-26 20:32   좋아요 2 | URL
거기가 어딘가요?
그런 건 정말 좀 보호를 해 줘야하는데.
보십시오. 전염병이 한 번 창궐하면 기업형 거대 음식체인점도
살아남지 못해요. 어쨌든 안타깝네요.

임대료가 비싸니까 접지 싶어요. 원래 서점이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잖아요.
그나마 잘 버텨준 거죠. 사람 만나기 힘든 때 그런데 가서 책향기 맡는 것도
좋은데 말입니다. 안타까워죽겠습니다.ㅠ

북프리쿠키 2020-12-26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텔라님이 팍팍 질러줘야 했는데 ㅎㅎ 알라딘 중고서점매장이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보니
그 영향도 있는듯 싶습니다.

stella.K 2020-12-27 11:42   좋아요 1 | URL
ㅎㅎ그러게 말입니다.ㅠㅠ
배송 서비스는 예스24도 똑같이 해요.
강남점이 문을 닫으면 다른 곳도 문을 닫는다고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예스24는 알라딘에 비하면 매장은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니라서...

희선 2020-12-27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큰 온라인 책방에서 하는 곳도 잘 안 되는군요 코로나19 끝나기는 할지... 다음해에는 좋아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사월에 책방 한곳이 문 닫았습니다 예전에 갔던 곳은 줄어들고 지금은 문 안 여는 듯하더군요 지방은 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책방뿐 아니라 문 닫는 가게가 많더군요


희선

stella.K 2020-12-27 11:48   좋아요 2 | URL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오프라인 가게는 줄어들거란
전망을 그전부터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게 좀
앞당겨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임대료가 비싸니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죠.
그래도 전 이 현상을 아주 반기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고 뭔가를 해야하는 건데 말입니다.

미미달 2020-12-27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근처에 몇년간 살아서 정말 강남역은 손바닥 보듯 훤했는데요. 지금 거기 있는 영화관도 그때는 대기업이 하는 영화관이 아니었던 기억이 나는데 확실한지 모르겠네요. 여튼 그 동네에서 이 집 괜찮다 싶으면 없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을 붙일 수가 없었고, 이사오고 난 후에는 발길이 잘 가지지를 않더라구요. 근데 예스24가 없어진다니... ㅠㅠ 아쉽네요.

stella.K 2020-12-27 18:16   좋아요 2 | URL
아, 그러시군요. 근데 말에 의하면 강남점 전에
홍익대점이 먼저 문을 닫았다는군요.
아무래도 그래 24가 순차적으로 오프 중고샵은
접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ㅠ

scott 2020-12-30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2021년 신축년에 행복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૮ ˶ ˆ ᴥ ˆ ˶ ა
┌┐┌┐
│└┘│appy
│┌┐│New Year
│☆││2021년★
└┘└┘(*^-^)/

stella.K 2020-12-31 13:56   좋아요 2 | URL
지난 밤 저의 서재에도 다녀가셨군요.ㅎㅎ
이제부터 스콧팀을 이모티콘맨으로 불러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글치 않아도 여기저기서 스콧님 새해인사 댓글 보는데
어쩌면 같은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거 하면 지능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ㅎ
암튼 고맙습니다.
스콧님도 2021년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1-02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선 그래24 강남점이 폐점한다는 소식
은 못내 아쉬운 1인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래24
의 중고책 값이 램프의 요정에 비해
쌉니다. 놀랄 만큼.

램프의 요정이 중고책 시장에 진입한다
는 발표가 났을 때, 우려하던 바가 현실
화가 되었죠. 세상의 모든 중고책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 들이고 궁극적으로
단가를 올릴 것이다!!! 쿵야~

개인적으로 중고 책값은 기본 베이스가
50퍼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인가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더니만 이제
는 대충 2/3 정도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
었더라구요. 한 마디로 말해서 중고책
치고는 가격이 비싸졌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도서관으로 가게 되네요.
어지간한 책들은 이제 사지 않는다 뭐
이런 식?

어쩌면 램프의 요정이 올린 책값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는
게 아닌가...
책장사도 엄밀하게 따지자면 비즈니스
인지라 결국 사회경제적 요소가 개입-
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stella.K 2021-01-04 19:06   좋아요 2 | URL
어머낫! 레삭님 댓글을 이제 보네요.
사실 헌책방을 잠식한 게 중고샵이라고 생각하면
없어진다고 그렇게 슬퍼할 건 못 되는 것 같기도한데
경제는 항상 실물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없어지면 섭섭한 것도 사실이죠.
누구한테 들으니 우리나라 5년 폐업이란 게
정말 5년 버티기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5년쯤 해야
원금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예스24 강남점으로선 원금은 뽑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하더군요.
예스24가 폐업을 했으니 램프의 요정이 독주할 건 뻔하죠.
중고샵 때문에 기본 단가가 올라간 건 사실입니다.
정말 자본주의란...
근데 출판계를 생각하면 안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예스24 나간다고 해 놓고 결국 못 나갔네요.
날씨도 춥고, 코로나도 그렇고, 무엇보다 나가면
책 한두 권을 사 가지고 들어 올 텐데
언제 읽을지도 모르고. 현타 핑계대고 안 나갔습니다.ㅎㅎ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 얘기는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언뜻 떠오르는 건 영화 <쇼생크 탈출>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주인공 앤디가 아내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되지 않는가.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겠는가. 하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잠재울 수 없었던 앤디는 자신의 감방 벽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뚫어서 결국 탈출에 성공하고 자유를 쟁취하지 않던가. 앤디가 탈출하기 전까지 교도소 생활을 하게면서 겪는 부조리와 인간군상을 보는 건 덤이다.


이것을 보고 있노라면 오래전에 읽었던 빅터 프랑크의 <죽음의 수용소> 생각이 난다. 빅터 프랭크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앤디가 더운 날 쉬지도 못하고 짐승 같은 노역을 감당해야 하는 죄수들에게 약간의 휴식 시간과 갈증을 풀어 줄 맥주를 나눠 마시는 장면은 그가 죄수들에게 클래식을 들려주는 장면과 비가 쏟아지던 날 탈출에 성공하고 하늘을 향해 한껏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장면과 함께 명장면으로 뽑을 만하다. 또한 그는 그렇게 하므로 사람들을 하나하나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는가.


지난 주일 잠시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단막극을 봤다. 장류진 작가의 원작을 드라마화했다. 이 드라마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다.  


초반엔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겪는 몇 가지 에피소드와 인간군상들을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보여준다. 뭐 나름 나쁘지 않지만 왜  <쇼생크 탈출>이 명화인지 알 것 같다. 제작비의 문제가 아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여기선 주인공의 실존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의지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중반까지 계속 주인공의 시각에서 직장 생활의 답답함과 부조리함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가면, 사이트에 거북이알이란 닉네임의 사람이 한꺼번에 지나치게 여러 물품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럴까 궁금증이 발동한 사장이 주인공에게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그를 만나보라는 특명을 내린다. 주인공은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시키는 일이니 하는 수밖에.  


만나 본 거북이알은 의외로 반듯한 40대 초반의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런 여자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물건은 그렇게나 많이 올리다니. 뭔가의 사정이 있겠지 싶기도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거북이알은 자신을 순순히 열어 보인다.


그녀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황당하게도 월급을 회사 포인트로 받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녀는 어느 대기업의 문화 기획 파트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클래식 마니아인 회장이 러시아의 어느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켜 보라고 한다. 성사시키면 특진이 예약되어 있기도 하다. 그녀는 고진감래 끝에 성사시키고 공식적으로 공연 확정을 알리는 광고를 올렸는데 그게 의외의 결과를 낳고 만다. 즉 그 광고는 회장이 자신의 SNS에 직접 올렸어야 했던 거다. 그것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올린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덕분에 특진은 물 건너가고 좌천 비슷한 부서 이동을 당한다. 일명 회사 이름을 딴 카드사다. 한 달쯤 지났을 때 회의를 하는데 갑자기 회장이 들이 닦쳐서 회사 포인트가 왜 좋은지 말해 보라고 한다. 그녀는 당당하게 두 배로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회장은 그럼 그 좋은 포인트를 1년간 월급 대신 받으라고 한다.


거북이알은 진짜 월급을 포인트로 받을까 반신반의하고 있는데 진짜 받는다. 이때부터 난 슬슬 감정이입이 슬멀대기 시작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1인 시위라도 해야 아닌가. 그도 그렇지만 과연 이런 또라이 같은 회장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건 확실히 인권 말살이다. 어쨌든 결국 그때부터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거북이알의 지난한 여정을 주인공에게 들려준다. 물론 처음엔 황당하기도 하고, 자신이 한 일이 그렇게 죽을 죄였나 세상이 온통 회색빛이다. 하지만 이내 이성을 찾고 살기를 모색하는 것이다.


거북이알의 대사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온다. 살다보면 정말 사람의 이성으로 이해 못할 일을 겪게 되지 않냐고. 그때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다고. 그게 이상하게도 나의 폐부를 찔렀다. 나는 지금 자발적 백수로 살고 있지만 한때 나도 사람과 부딪히며 일한 적이 있다. 그러면 정말 나의 이성과 상식으론 이해 못할 일을 많이 봤다. 그럴 때마다 난 나의 이성과 상식으로 이해해 보려고 했다.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과연 지금 깨달았던 걸 그때 깨달았더라면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영화 <쇼생크 탈출> 보다 좀 못하긴 하지만 묘하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작품성에서 <쇼생크->이 당연 갑이지만 현실을 그리는 건 이 드라마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나라면 앓느니 죽는다고 이건 짐을 싸라는 뜻이구나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다른 직원은 다 돈을 받는데 자기만 포인트로 받는다면 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일일이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구차스럽고. 그렇다고 그만둔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살아야 하니 구차스러움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감내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발견한다. 


난 포기가 빠르다. 어렵고 힘들겠다 싶으면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포기하고 만다. 견디고 참는 건 내 체질이 아니다. 그러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어떻게 솟아날 구멍을 만드는지 알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난 그런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아름다운 건 뭔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다.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같은 날 밤 나는 우연찮게도 박위(이름이 멋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 자식을 낳으면 나도 이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했다.ㅋ)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TV에서 보게 되었다. 알고 봤더니 그는 꽤 유명한 유튜버다. 그는 지금 30대 중반 정돈데 6년 전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하지만 그는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현재 손은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고 몸을 어느 정도 추스러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자신의 그러한 노력을 너튜브에 남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차츰 알려져 지금은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자신의 방송명이 미라클 TV라고 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다치는 순간에도 한 번도 좌절하지 않다고 한다. 재활에 성공해서 반드시 옛날의 건강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한다. 설혹 그러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자살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그의 영상 한 번 보고 죽어야지 하고 보다가 다시 마음을 돌이켜 삶을 선택했다. 과연 기적이다. 정말 솟아날 구멍을 만드는 사람이 남도 살릴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최근에 쏟아져 나온 비속어 같은 단어들 흑수저니, 헬조선이니,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그냥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지어낸 말일뿐이고 그 말에 매어 자신을 소모하거나 불행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의외로 낭만적인 존재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는 존재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내 편으로 만드는 영특한 존재인 것이다. 


올해 우리는 그 어느 해 보다 어렵고 힘든 해를 보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불행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내년이 올해보다 나을 거라고 낙관할 수도 없다. 흙을 포클레인으로 파도 부족할 판에 삽도 아니고 숟가락으로 파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설혹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올지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인간은 어차피 시지프스의 후예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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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5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생크 명작!

전 오늘 폴라 익스프레스 관람중 ^@@^

스텔라 케이님 방에 루돌프 한마리 놓고 가여 ㅋㅋ

¥¥ ★☆★☆
^∩∩^ *Merry*
(●) Christmas
-o--¢-☆★☆★-

stella.K 2020-12-25 18:01   좋아요 1 | URL
이랴, 이랴~ 나 오늘 스캇님한테 루돌프 선물 받았당!!!
아니 쭈쭈쭈 해야하는 건가요?
고맙습니다. 다음 돌아오는 크리스마스까지 잘 키워보겠습니다.ㅎㅎ

폴라 익스프레스는 아직도 안 본 영환입니다.
쇼생크는 정말 명화죠. 두 번 봤나, 세 번 봤나~~ㅋ

희선 2020-12-26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국을 안 좋게 말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모든 걸 잃고도 다시 일어서서 잘되는 사람은 아주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은 가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도 못할 것 같으면 안 해요 그걸 하려면 아주아주 힘을 써야 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모두가 힘을 내서 잘하기는 힘들어요 이건 어떤 일이든 다르지 않겠습니다 자신한테 맞게 자신대로 사는 게 좋을 듯해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보이면 응원해주면 되죠


희선

stella.K 2020-12-26 15:39   좋아요 2 | URL
자기네 나라를 얉게 보는 건 어느 나라나 비슷하더군요.
프랑스나 독일 뭐 그런 잘 사는 나라의 젊은이들도
자기는 우리나라에서 안 살 거라고 말한데요.
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남의 집 엄마는 다 좋은 분 뭐 그런 거겠죠.
희선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죠.
이 드라마는 만일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깨달음을 주죠.
물론 어떤 의미에선 드라마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혹시 시간되시면 한 번 보세요. 소설을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 보면 정말 응원해 주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20-12-28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펜트하우스, 보고 있어요. 김소연이 연기를 잘해서 연예대상 감이다, 생각했어요.
연기가 몇 단계 오른 듯 느껴지더군요. ㅋ

<일의 기쁨과 슬픔>은 오디오북으로 몇 번이나 들었던 책이에요. 내용이 다 좋더군요.

stella.K 2020-12-28 18:5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그 드라마에서 김소연이 너무 표독스럽게 나와서
좀 무섭더군요. 그도 그렇지만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 같아서
초반에 잠깐 보다가 말았어요.
그래도 올해 SBS가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선전한 것 같긴해요.
기억에 남는 건 <낭만닥터 김사부2>랑 <하이애나>가 기억에 남아요.
<앨리스>는 중간쯤 보다 말았어요. SF물은 단막으로 보여줘야지
16부까지 하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못 봐주겠더군요.ㅠㅋ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던 하루키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지금까지 드문드문 읽어도 몇 권 읽었다. 하루키 빠도 아니면서 읽게 되는 걸 보면 정말 하루키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하긴 그의 책은 제법 많고 명성도 있으니 아무래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본격 에세이를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하루키가 인기를 끌면서 하루키 문체 또한 주목을 받았었다. 정말 누구라도 하루키를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한다. 결국 이것 때문에 그의 오리지널리티를 말하는 것 아닌가. 


그를 두고도 장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가 보다. 누구는 단편이 좋다고 하고, 누구는 장편이라고 하고, 누구는 에세이라고도 한다. 이쯤 되면 이 사람을 두고 장르를 말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저 독자로서 즐기는 게 서로 다를 뿐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오죽하면 그의 독자들을 가리켜 하루키 안이라고 하겠는가. 그래도 굳이 말하라면 난 에세이가 좋고 단편이 좋은 것 같다. 장편은 분량이 만만치 않아 늘 읽기에 실패한다. 그놈의 <1Q84>도 1권만 두 번씩 읽고, 2권을 3분의 1쯤 읽었던 것 같고, 3권은 아예 손도 못되고 있다. 하루키가 다시 좋아지면 모를까 앞으로 계속 내 방 어딘가에 나만 째려볼 것 같다. 이럴 것 같으면 나를 왜 샀냐고 절규하는 것 같다.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그래도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을 몇 년 전에 사긴 했다. 그런데 몇 년이 흘러도 안 읽고 있기에 나완 인연이 없는가 보다고 중고샵에 미련 없이 팔았다. 그리고 다시 몇 년 만에 이렇게 중고샵에서 다시 건져 와 읽은 걸 보면 언제고 <1Q84>도 완독 하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은 갈대다. 책은 워낙에 많아서 어떤 책은 멀어지다가도 또 어느 순간 가까워진다. 


솔직히 같은 책을 다시 사니 좀 한심하긴 했다. 이렇게 다시 읽을 거면서 그땐 왜 팔았을까 싶다. 책 중독 테스트 중 같은 책을 두 번 산적이 있다는 항목이 있던데 나는 절대로 이 항목엔 해당 사항이 없을 줄 알았다. 뭐 그것도 독자의 권리라면 권리일 것이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약간 김 빠진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기는 하다. 그의 삶 자체가 딱히 극적이고 실험 정신으로 무장돼 있고, 모험 가득하고 뭐 그런 건 아니지 않나. 또한 그의 사진을 본 사람은 알 것이나 그 특유의 무표정. 기껏 표정을 짓는다면 떨떠름함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노년이 되니 조금은 멋있고 표정이 유해진 느낌도 든다. (나만 이러나?) 게다가 그의 일상은 어떠한가, 매일 조깅을 한다고 그러지. 잠은 밤 9 신지 10시쯤에 자고 새벽 5시면 일어난다고 하지. 글은 그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의 에세이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이미 그의 명성이 그렇게 할 수도 없겠지만 실제로도 그 안에 유머와 위트가 있다. 무심한 듯 시크해도 예리한 관찰력이 있다. 그것 없이는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의 에세이도 오리지널스럽긴 하다. 모든 에세이는 하루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 것이 산문은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거라고 하지만 단서가 있다. 정제되었다는 것. 하지만 이 둘은 엄밀한 의미에서 조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화면 조화고, 자유면 자유다. 많은 작가들이 산문을 쓸 때 전자 보단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지 않을까. 그래야 공감을 얻고 뭔가 글의 품위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하루키는 자유롭게 쓴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의 글을 선택한다. 기존에 점잖게 글을 썼던 작가는 좀 당황하지 않았을까? 뭐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이렇게 쓸 걸. 내가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흐흑. 그러면서 어쩌면 하루키는 작가들 내에서는 공공의 적이 돼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리티를 이뤄낸 사람의 비애쯤이라고 해 두자. (내가 지금 뭐라는 거니?) 


어쨌든 글은 그 사람을 닮는 법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읽으면 김이 빠지기 시작한 맥주 같기도 하지만 또 좋게 말하면 그가 재즈를 좋아해선지 재즈의 자유분방함을 닮은 것도 같다. 사실 산문은 그 정제된 문장 때문에 뭔가 밑줄 그을 부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루키의 글도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아주 없는 것 아니지만 그냥 넘어가도 크게 나쁘지 않다. 어쩌면 그게 하루키 인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처음 글을 쓸 때부터 독자를 의식하고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를 의식했다면 이렇게 오래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신문 연재를 그렇게 싫어했다면서 이 책은 무려 5년간 모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거라고 한다. 하루키는 거짓말쟁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80년대 중반에 쓴 글들이다. 작가로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고 전업을 진지하게 생각했거나 막 했을 때였을 것이다. 기회가 왔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그의 일화 가운데 한때 재즈 바를 운영하면서 밤에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한데 그럼 가난하게 살진 않았겠지 싶지만 그도 가난한 때가 있었다. 그게 이 책 맨 마지막 장 '가난은 어디로 가버렸나?'에 나온다. 어찌나 그리도 시크하면서도 명랑하게 쓰고 있는지. 우린 가난을 경제적인 관점보다 문학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그의 유명한 단편소설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을 쓰게 만들었겠구나 생각했다. 거기선 가난을 얼마나 낭만적으로 그랬던지. 난 여기서부터 하루키가 좋아지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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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1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표 에세이 장르를 탄생 시킨 장인! 이분에 에세이는 사물과 풍경이 살아 숨쉬고 꿈틀거리게 만드는 문장을 구사해요. 안자이 미즈마루랑 콜라보레이션한 에세이들이 최고에요.

stella.K 2020-12-16 18:23   좋아요 1 | URL
오, 생각 보다 깊게 보시는군요.
저 <치즈케이크...> 읽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상당히 오래 전에 읽었는데
알라딘에서 찾아 보니까 이미 절판되면서
헌책방에선 희귀본이 돼서 2만원에서 4만원 선까지 거래가 되고 있더군요.
작년까지 책 박스에 담겨 있었는데 가을에 통째로 들어냈는데
아까워 죽을 것 같습니다.ㅠ

scott 2020-12-16 20:23   좋아요 1 | URL
오! 혹시 ‘치즈케이크와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가난‘이라는 단편인가요?
우리는 그 땅을 ‘삼각 지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이외에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자를 대고
그린 듯한 완전 한 삼각형의 땅이었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그러한 땅 위에서 살았다. 1973년인가 1974년 무렵의
이야기다. ‘삼각 지대‘라고 해도, 이른바 델타 모양을 연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던 ‘삼각 지대‘ 는 훨씬 가늘고 길어 쐐기 같은 모양
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우선 완전한 사이즈의 둥근 치즈 케
이크를 머리에 떠올려 주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칼로 12등분해 주
기 바란다. 즉 시계의 문자반 같은 모양으로 잘라 나가는 것이다. 그
러면 끝이 뾰족한 부분의 각도가 30도인 케이크 조각 열 두 개가 만
들어진다. 그 중의 하나를 접시에 담아, 홍차라도 마시면서 차분히 바
라봐 주기 바란다. 이것이 - 이 끝이 뾰족하고 기다란 케이크 조각이
- 우리 의 ‘삼각 지대‘의 정확한 모양이다.
어째서 그처럼 부자연스런 모양의 땅이 만들어졌느냐고 당신은 물
을지도 모른다. 혹은 묻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좋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 마을 사람에게 물어 보아도 잘 몰랐
다. 그것은 먼 옛날부터 삼각형이었고, 지금도 삼각형이며, 앞으로도
죽 삼각형일 거라는 정도의 사실밖에 몰랐다. 그 마을 사람들은 그
‘삼각 지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
도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왜 ‘삼각 지대‘가 그런 식으로 - 귀 뒤에 있는 사마귀처럼 - 냉담
하게 다루어지는지,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이상한 모양
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삼각 지대‘의 양옆에는 서로 다른 종류
의 두 개의 철로가 뻗어 있었다. 하나는 국철 선로이고, 또 하나는
민영 철도 선로다. 그 두 개의 철로는 상당한 거리를 평행하게 뻗어
오다가, 이 쐐기의 뾰족한 끝 부분을 분기점으로 삼아, 마치 갈라지
는 것처럼 부자연스런 각도로 꺾이며 북쪽과 남쪽으로 각기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이것은 꽤 볼 만한 광경이다. ‘삼각 지대‘의 뾰족한
끝 부분에서 열차가 오가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파도를 가르고
해상을 돌진해 가는 구축함의 함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쾌적함이나 거주성(居住性)이라는 관
점에서 보면, ‘삼각 지대‘는 정말 지독한 곳이었다. 우선 소음이 심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철로 사이에 꽉 끼여 있는 셈이므로 시끄럽
지 않을 턱이 없다. 현관문을 열면 눈앞에 열차가 달리고 있고, 뒤
쪽 창문을 열면 거기도 다른 열차가 달리고 있다. 눈앞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승객과 눈이 마주쳐 인사할 수 있을 정
도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지독한 곳이 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막차가 지나가 버리면 그 다음은 조용하지 않냐고 당신은
말할지도 모른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실제로 이사를 올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막차 따위는 존
재하지 않았다. 여객 열차가 새 벽 한시 전에 모든 운행을 끝내 버리
면, 다음에는 심야에 운행되는 화물 열차 들이 그 뒤를 이어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녘까지 화물 열차들이 모두 지나가 버린 뒤에는
이튿날의 여객 수송이 시작된다. 이러한 일들이 매일 되풀이되는 것
이다.
아이고 맙소사.
우리가 일부러 그러한 장소를 골라서 살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집
세가 쌌기 때문이다. 단독 주택으로, 방이 셋이고 욕조가 딸려 있고
작은 마당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다다미 여섯 장 방 한 칸 짜리 아파트
의 집세와 비슷했다. 단독 주택이므로 고양이도 기를 수 있었다. 마
치 우리를 위해 마련된 집인 듯싶었다. 우리는 갓 결혼을 하고, 자랑
하는 건 아니지만, 기네스북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난했다.
우리는 역 앞의 복덕방에 붙은 쪽지를 보고 그 셋집이 나와 있는 걸
알았다. 조건과 집세, 방의 배치 등을 감안할 때, 의외로 쌌다.
˝쌉니다, 싸요. 상당히 시끄럽지만 그것만 견딜 수 있으며, 의외로
싸고 진귀한 셋집이라고 할 수 있을 거요˝하고 대머리 복덕방 주인
이 말했다.
˝하여튼 보여 주시겠어요?˝하고 나는 물었다.
˝좋아요. 하지만 당신들만 갔다 오지 않겠어요? 나는 거기에 가면
머리가 아파요.˝
그는 열쇠를 빌려 주고, 집까지 가는 약도를 그려 주었다. 마음 편
하고 태평스런 복덕방 주인이었다.
역에서 바라보면 ‘삼각 지대‘ 는 바로 가까이에 보인다. 그래도 실
제로 걸어 가보면,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철로를 빙 돌아 우회하고, 육교를 건너고, 지저분한 고갯길을 오르내
리다가, 겨우 ‘삼각 지대‘의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것이다. 주위에
는 가게도 하나 없었다. 정말 초라한 곳이었다.
나와 그녀는 ‘삼각 지대‘의 뾰족한 끝 부분에 외따로 서있는 집 안
으로 들어가, 한 시간쯤 거기서 멍하니 있었다. 그 동안 꽤 많은 열
차들이 집의 양쪽을 지나갔다. 특급 열차가 통과하면 유리창이 덜거
덕거렸다.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은, 서로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무엇인
가를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 열차가 지나가면, 우리는 입을 다물
고 열차가 완전히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조용해져서 우리가 다시 이
야기를 시작하면, 금방 또 다음 열차가 달려왔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의 분단이라고 할까, 분열이라고 할까, 상당히 장 뤽 고다르풍이다.
그래도 소음을 제외하면, 집의 분위기 자체는 꽤 나쁘지 않았다. 구
조는 확실히 고풍스럽고 전체적으로 파손되어 있었지만, 도코노마(역
주:일본식 방의 상좌에 바닥을 한층 높게 만든 곳. 벽에는 족자를 걸
고, 바닥에는 꽃이나 장식물을 놓아 꾸민다. 보통 객실에 꾸밈)나 덧
문 밖의 툇마루 등이 있어 좋은 느낌 을 주었다. 창문으로 비쳐 드는
봄의 햇살이, 다다미 위에 작고 네모진 ‘양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과 유사했다.
˝이 셋집에 들기로 하지. 시끄럽긴 하지만, 곧 익숙해질 거야˝하고
나는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해요˝하고 그녀는 말했다.
˝여기서 이렇게 가만히 있으니까, 마치 내가 결혼하여 가정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
˝하지만 정말로 결혼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우리는 복덕방으로 되돌아가 그 셋집에 들겠다고 말했다.
˝시끄럽지 않았어요?˝하고 대머리 복덕방 주인이 물었다.
˝시끄럽긴 하지만, 그럭저럭 익숙해 질 거예요˝하고 나는 말했다.
복덕방 주인은 안경을 벗어 거즈로 렌즈를 닦고, 찻잔에 담겨진 차
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안경을 다시 끼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젊으니까˝하고 그는 말했다.
˝네˝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임대 계약서를 주고받았다.
이사를 하는 데는, 친구의 라이트밴 한대로 충분했다. 이부자리와
옷, 식기, 전기 스탠드, 몇 권의 책,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등이 우리
의 전 재산이었다. 라디오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었다. 세탁기나 냉장
고, 식탁, 가스 스토브, 전화, 물을 끓이는 주전자, 진공 청소기, 토
스터 따위도 없었다. 우리는 그만큼 가난했다. 그래서 이사라고 해도
겨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아주 간
단하다.
이사하는걸 거들어준 친구는, 두 선로 사이에 끼인 우리의 새 거주
지를 보고 꽤 놀란 듯했다. 그는 이사를 끝낸 다음에 나를 향해 뭔가
를 말하려고 했는데, 마침 특급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말했어?˝
˝정말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구나˝하고 감탄한 듯이 그는 말했다.
결국 우리는 그 집에서 2년 동안 살았다. 상당히 아구가 안맞는 집
이어서, 사방의 틈새에서 외풍이 들어왔다. 덕분에 여름철에는 쾌적
했지만, 그 대신 겨울철에는 지옥 같았다. 스토브를 살 돈이 없었기 때
문에, 해가 지면 나와 그녀 와 고양이는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가, 말
그대로 서로 껴안고 잠을 잤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면 부엌의 싱
크대가 얼어붙어 있곤 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봄은 근사한 계절이었다. 봄이 오자, 나와
그녀와 고양이도 한숨 돌렸다. 4월에는 철도 직원들의 파업이 며칠 동
안 계속되었다. 파업을 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했다. 하루 종일 단 한
대의 열차도 선로 위를 달리지 않았다. 나와 그녀는 고양이를 껴안고
양지바른 선로로 내려가 햇볕을 쬐었다. 마치 호수 바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우리는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되었고, 햇볕은 공
짜였다.
나는 지금도 ‘가난‘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삼각형의 기다란
땅을 연상한다. 지금 그 집에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stella.K 2020-12-16 20:31   좋아요 1 | URL
ㅎㅎㅎ 맞아요! 읽으셨군요!!
와, 근데 이거 내용 전부를 타이핑하신 건가요?
대단하십니다. 스콧님 쵝오!!!!
그렇지 않아도 하도 오래되서 가물가물했거든요
덕분에 다시 읽게되서 넘넘 기쁘옵니다.
고맙습니다. 잘 간직하겠습니다.^^


scott 2020-12-16 20:40   좋아요 1 | URL
헌책방으로 넘어간 책박스에서 꺼내 드림 (⁀ᗢ⁀)

psyche 2020-12-19 15:46   좋아요 2 | URL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기차길 앞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어요. 기차가 지나갈때면 티비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런 곳이었죠. 밤에는 낮만큼 자주는 아니만 화물 열차가 지나갔고요. 그 아파트에서 이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을 읽었어요. 읽고나면 까먹는 저인데 이 책만큼은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scott 2020-12-19 15:57   좋아요 2 | URL
프쉬케님 저는 처음 배정된 기숙사가 옛날 2차세계대전때 야전 병원으로 썼던 곳이였는데 방방마다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고 저는 괜찮았는데 다른 층(수술실이였던)에 살던 학생들은 밤마다 귀신을 목격했다고 난리를 쳐대서 가을학기때 다른기숙사로 옮겼는데 1층으로 바로 창을 열면 달리는 전차 바퀴가 보여서 전차가 달릴떄마다 창문 전체가 흔들리고 탁자 책상까지 요동을 쳤어요 ㅋㅋ
새벽 4시 30분 출발에 그다음날 새벽 12시 30분까지 달리는 전차여서 전차 달리는 시간에 깨서 서둘러서 학교 가서 도서관에서 12시까지 버티다가 막차 타고 기숙사로 돌아와서 자는 생활을 했는데 (방에 놀러온 친구들이 충격을 받을정도로 소음이 심했고 당연히 말소리도 안들림) 그곳에 산지 몇달후에 전차 노동자들이 두달 넘게 파업해서 전차 길에 소복히 눈이 쌓이는 걸 구경하며 고요하게 두달을 보냈었네요.
하루키에 ˝치즈 케이크~‘는 몇번을 읽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공감하면서 읽어서 인지 ^*^

stella.K 2020-12-19 19:06   좋아요 1 | URL
아웅~! 프시케님, 스콧님 그런 추억을 남겨 주시다니 감동입니다.
물론 옛날 얘기니까 이렇게 말씀하시지 당시엔 얼마나 괴로우셨겠습니까?
그게 하루키의 단편과 딱 맞물렸으니
정말 하루키는 대단한 사람 같습니!.
더구나 스콧님은 딱 치즈케이크네요. 미국은 파업을 하면 두 달씩하고
그러는가 봅니다. 근데 저는 그렇게 살라고 그러면 못 살 것 같아요.
전차길에 눈이 소복히 내려 쌓이다니. 정말 황금 같은 기간이었겠습니다.
이거 완전 단편 소설인데요? 소설로 완성해 보심이...!ㅎㅎ
저는 뭐 그런 추억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치즈케이크...>는
그 은유가 기가 막힌 것 같습니다.
귀한 말씀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 2020-12-16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모르면서 하루키 소설 여러 권 보기는 했어요 무라카미 라디오 첫번째 책 볼 때는 재미없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재미있더군요 예전에는 무라카미 유머를 잘 몰랐나 봐요 시간이 흐르고 조금 알다니... 하루키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할 듯합니다 저는 소설 안 보다 《1Q84》 보고 재미있네 하기도 했어요 좀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상상 같은 건 괜찮기도 해요


희선

stella.K 2020-12-16 18:25   좋아요 2 | URL
하루키는 좀 묘한데가 있는 것 같긴해요.
처음엔 뭔가 기대를 갖고 읽다가
생각보다 별로네 하다가 또 어느 순간 야금야금 읽게되는 것 같습니다.ㅋ

페크pek0501 2020-12-16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고 삼분의 일 정도 읽었을 거예요.(목차에 읽은 제목에 동그라미를 쳐 놓고 읽는 습관이 있고 여러 책을 돌려가며 읽어요.) 이 책은 그의 에세이 중 빼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오디오로 비밀의 숲 중 몇 개를 들었는데 이건 좋더라고요.

명성 있는 작가라고 해서 작품이 다 좋지는 않고, 몇 개의 수작 때문에 그들이 빛나는 게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어떤 문장은 하루키가 아니라면 쓰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드는 게 있긴 하더라고요.
최근에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라는 책을 구매했죠. 하루키의 문장을 분석, 소개하는 책이죠.
앞으로도 하루키에 속아 더 구매할 것 같은 예감을 느낍니다.

stella.K 2020-12-16 20:15   좋아요 2 | URL
맞아요. 유명한 작가라고 모든 게 다 좋은 건 아니죠.
고 몇 편의 수작 땜에 명성을 얻고 나머지 작품도 덩달아
수작을 반열에,,,ㅋㅋ
말씀하신 책 막 발간됐을 때 모처에서 서평 이벤트 했는데
신청할까 하다 포기했어요. 시간에 쫓겨서 서평을 쓰는 게
점점 귀찮고 부담스럽더라구요.
언제고 중고샵에 나오면 사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ㅋ

근데 하루키에 속으시다뇨. 그냥 즐기십시오.
누가 뭐라고 안 그럽니다.ㅎㅎ

scott 2020-12-16 20:46   좋아요 2 | URL
맞아요 페크님 장편-단편-여행기- 에세이
*비밀의 숲-‘장수 고양이의 비밀(하루키가 30대때 쓴 에세이중 최고로 재미짐 ㅋㅋ)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이윽고 슬픈 외국어 스텔라 케이님께 추천~*
번역가들이 말하는 하루키(한국+미국) 이문장에 이단어를 딱 끼워 맞춰쓰는 기술, 정교하게 문장을 다듬는 장인 글쓰기 장인이래요 ㅋㅋ
사실 하루키는 자신에 창작 서랍장에 있는 여러개 테마중에 주인공이름 직업 배경 기타 등등만 조금씩 바꿔서 변형시키는 귾임없이 글쓰기 태엽을 감는 새 같은 작가에요 ㅎㅎ

장편 ‘태엽감는 새‘에서 그동안 무수히 많은 장편들이 파생되었고 몇몇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 시켜도 하루키표 소설에 가장 큰 테마는 ‘태엽감는 새‘안에 전부 담겨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 하고 하루키가 새책을 출간하면 구매하게 되는 이유가 읽혀지는 글,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영리한 작가에요 ㅋㅋ



scott 2020-12-23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내일은 미세먹지 최악
그럼에도 불구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
트리 한그루 심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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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rry ☆ Christmas! ** ★
│Merry..........:+☆+:............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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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rry ..:+ +:.. Christm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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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한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stella.K 2020-12-24 15:56   좋아요 1 | URL
아웅~ 저에게도 이런 크리스마스 이모티콘을
만들어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올해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제가 스캇님을 알게 되었다는 일일겁니다.
근데 스캇님 활동하신지는 꽤 되셨더군요.
왜 몰랐을까요?
어쨌든 별 볼 일없는 서재에 관심 가져주시고
말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이웃으로 잘 지내보아요.ㅋ
스캇님도 행복하고 뜻깊은 성탄절 되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페크pek0501 2020-12-23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stella.K 2020-12-24 15:57   좋아요 1 | URL
와~ 느낌표 장난 아닌데요?
그만큼 언니가 저를 많이 애정하신다는 게
뚝뚝 느껴지네요.ㅎㅎ
언니도 좋은 크리스마스 보내십시오!^^

후애(厚愛) 2020-12-24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stella.K 2020-12-24 15:58   좋아요 1 | URL
네. 후애님도 기쁜 크리스마스 되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