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는 무엇인가 - 정당정치, 자본주의, 식민지제국, 천황제의 형성
미타니 타이치로 지음, 송병권 외 옮김 / 평사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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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내 나라 역사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남의 나라 역사를 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 더구나 내가 역사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일이긴 하다. 왜 난 이렇게 역사를 안 좋아하는 것일까. 그래도 학교 땐 국사든 세계사든 나름 좋아했다고 생각하는데 학교 졸업하고 나니 그나마 조금 가지고 있던 역사에 대한 지적인 근육이 알지도 못한 사이에 퇴화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 볼 생각을 했던 건 그런 없던 근육을 키워보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나마 내가 역사에서 관심 있다면 우리나라 근현대사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악연이다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측면도 있을 테니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특히 우리나라 근대사는 기독교사와도 중첩되어있기도 하다. 과연 일본은 우리나라 기독교를 박해했던 나라로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다.    


일본의 우리나라 기독교 박해에 대해서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기독교는 유일신 사상이고, 일본도 천황을 신격화했으니 우리나라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처음 읽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짧아 적잖이 실망감을 안겨줬다. 물론 유독 그 부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기독교 박해가 있기 전에 넓게 보자면 조선 침략사에 관해서도 특별할 것도 없이 거의 언급이 없다.   

     

굳이 보자면 무슨 개론서 같기도 하다. 역사 개론서. 대중서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살이 없고 재미나 흥미도 없이 건조하기만 하다. 새삼 이 책의 분류가 뭐지 싶기도 했다. 역사가 맞나 혹시 일본 정치학 개론서는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국 저자에 대해 다시 알아봤다. 일본 정치학회 이사장이란다. 또한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일본 측 좌장이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또 좀 이해가 갔다. 이 책은 일본 역사를 다뤘다기 보단 일본 근대 정치를 소개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그렇더라도 좀 아쉽긴 하다. 저자가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일본 측 좌장이라니 아무리 중도적 입장을 취한다고 해도 당연 자기네 나라에 경도됐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우리나라나 중국 침략에 관해 이렇다 할 견해를 밝히지도 않은 채 일본이 자라 온 정치적 배경이나 그 역할에 대해서만 서술했을 뿐 아니겠는가. 우린 또 우리 나름의 입장과 시각이 있고. 그래서 역사를 규명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일본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일본은 왜 과거를 반성하지 않을까란 관점만 가지고는 그 나라를 절대로 알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이 책에 대한 기대를 잘못 가지고 있었고 선택 또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선택할 땐 내 기호나 이해를 위해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그것의 대척점에 있는 책도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난 저자는 이렇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왜 이 책을 번역 출판할 생각을 했을까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세상엔 나의 기호나 이해를 위한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오해도 받지 않았을까. 난 그냥 이런 책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일본에 대해 결코 알지 못했을 부분도 있었으니까. 또 그런 의미에서 정치사적으로 어느 일본 역사학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우리나라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면 이와 비슷한 성격의 책 즉 우리 정치사에 관한 책이 일본에 번역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을 넓게 가지려고 해도 이 책은 선뜻 읽어 보라고 권하기는 몹시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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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1-02-07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잘 쓴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문장의 구조라든지..

stella.K 2021-02-07 20:15   좋아요 1 | URL
그죠? 정말 읽다가 빡치겠더군요.ㅋㅋ
 

의용군이 되어 북으로 끌려간 시인 김수영 소설가 박계주, 유정(소설가 김유정을 지칭하는 것 같다) 등은 한동안 청천강변의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가 전선이 북상하면서 평양 방어전에 투입된다. 그러다 김수영이 훈련을 받던 중 먼저 평양의 관문인 진남포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먹으며 기회를 보다가 이탈하고 유정도 곧이어 탈출을 시도한다. 이들은 수수밭에 몸을 숨기고 있다 지나가던 늙은 농부의 도움으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삭발을 한 머리는 모자로 감추며 대동강 하류를 건너 평양에 주둔한 국군과 미군에 자신의 뜻을 알리지만 안타깝게도 곧바로 평양형무소에 수용됐다 얼마 뒤 인천을 거쳐 거제도로 후송된다.


인천에서 거제도까지 가는 기나긴 항해 동안 배안은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부상자들의 상처에서 피고름이 흐르고, 사람들의 배설물과 토한 자국과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도중에 죽으면 바다에 내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악명 높은 거제도 포로 소용소로 가는 첫 관문에 지나지 않았다.  


포개지 않고서는 잘 수 없을 만큼 비좁은 천막과 여기저기 방치된 오물은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 와중에도 수용소 안에서는 파벌과 계급, 서열은 하나의 왕국이 형성된다. 이 작은 왕국의 주도권은 주로 전쟁터에서 포로가 된 골수 인민군 장교들이었고, 이들은 곧 민간인 반공 포로가 주류를 이루는 남한 출신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횡포가 자행되었다고 한다. 의복과 급식을 중간에 빼돌리는 건 물론이고 눈 밖에 난 포로들을 외진 곳으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하거나 살해당하는 일도 자주 벌어졌고 한다.


고은은 <1950년대>란 책에서, 밤에 변소에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우익 포로도 적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적색분자가 그들을 변소에서 처치했기 때문이다. 변소라고 하지만 큰 웅덩이에 널판을 걸어 놓았을 뿐이다. 언제라도 그냥 밀어버리면 그대로 오물 속에서 익사한다. 실족으로 익사했다고 변명하면 그만이다. 나중에 변소 수거 때마다 시체가 몇 구씩 발견되지만 그것은 휘발유로 변소의 밑바닥을 태울 때 함께 태워 버리면 그만이다. 장용학의 <요한 시집>은 바로 이 거제도 수용소를 무대로 삼고 있다. 아침에 변소에 가보면 오물 위로 손이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그것은 어젯밤에 죽은 우익 포로의 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포로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건 미군이지만 정작 이런 만행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못 본 척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김수영은 그곳에서 고난에 찬 나날을 보내다가 영어를 잘해 수용소에서 미국인 외과 병원 원장의 통역으로 일하면서 좀 다른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좌익 포로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지만 1952년 마침내 미군의 도움으로 그곳을 가까스로 빠져나와 숨어든 곳은 부산이었다. 그곳에서 박인환을 만나고 독신으로 지내던 이봉래의 집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 석방에 즈음해 친구들의 주선으로 도민증을 발급받고 비로소 떳떳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또한 (김)유정도 미군 부대 페인트공으로 일하다가 반공 포로 석방 때 풀려났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대해선 나도 얼핏 들어 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워낙에 잘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라 잊고 있다 이 책에서 두 페이지 정도에 걸쳐 썼을 뿐인데도 이렇게 끔찍한데 실제로는 어땠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앞서 고은이 밝힌 장용학의 <요한 시집>이 이곳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실존주의를 표방한 그는 사르트르의 <구토>에서 자극을 받아 거제도 수용소 체험 수기를 읽고 그 작품을 썼다고 한다. 물론 작품 자체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전달했을지 모르겠다. 난해하기로도 유명해 과연 순순히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책은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소용소에서>와 함께 르포겸 수용소 문학의 금자탑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본격적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다룬 책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 지면 없진 않았다. 김태일이 쓴 <거제도 포로수용소 비사>가 있다. 

 

그는 평양에서 출생하여 의과대학에 다니던 중 북한 인민군에 징집되어 군관학교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50년 10월 19일 미군의 평양 입성 시 미군에게 포로가 되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3년 동안 수용생활을 했다. 그 후 수용소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전쟁의 배경과 개요, 휴전회담에 대해 연구했다. 또한 그는 6.25 동란은 북한이 일으켰다는 증거와 미군의 참전 그리고 중공군의 한국전 개입 등의 배경을 심층 취재하고, 미군 참전용사들의 자서전 등 많은 서적을 읽고 전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거제도 포로수용소 내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목격자로서 증언했다. 거기에 미군 포로들의 체험기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애석하게도 현재 절판이다. 출판 연도가 2011년으로 비교적 최근인데 세간의 관심도 받기 전에 벌써 절판이다. 그런 것을 보면 뭔가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그러한 노력을 생각한다면 이건 어느 출판사에서라도 다시 복간해야 하지 않을까. 또 장용학의 <요한 시집>도 사정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것 역시 한 군데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다 절판이다. 


그나마 두 권짜리 손영목의 <거제도>가 있는데 이 또한 소설이긴 하지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채만식 문학상을 타기도 했다. 이쯤 되면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우리나라 역사인데도 너무 홀대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솔제니친의 <포로 수용 군도>를 읽는 것도 좋지만 이런 책도 언제든 읽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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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01-25 18:37   좋아요 1 | URL
직접 가 보셨군요.
저는 이렇게 부분적으로만 읽었는데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니 직접 가보면 어떨지
감히 상상을 못하겠네요.ㅠ

cyrus 2021-01-25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외국 문학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국내 수용소 문학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누님의 글에 제가 알아야 할 정보가 있네요.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의 ‘찜하기‘ 기능을 이용해봅니다. ^^

stella.K 2021-01-25 18:43   좋아요 2 | URL
보람있네.ㅋㅋ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 당대 문인들이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관련 책을 찾으면서 <거제도 포로 수용소 비사>
벌써 절판이란 게 안타까워서 쓰기도 했어.
어느 출판사에서 복간을 하면 좋겠어.
남의 나라 수용소 문학도 좋지만 우리나라도 중요하잖아.

2021-01-25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6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7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7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2-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댓글 예전에 썼는데 사라졌으요 ㅠ.ㅠ(북플을 믿지 말자 !!)
스텔라 케이님 이달의 당선작 ! 추카 !!
설연휴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stella.K 2021-02-10 18:41   좋아요 1 | URL
오,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스캇님도 축하드립니다.
설 연휴 전날 이런 거 되면 웬지 보너스 받는 것 같고
기분 삼삼하죠?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 같고.
스캇님도 설연휴 즐겁고 넉넉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잡지를 별로 즐겨보지 않는 관계로 월간 <뮤지컬>을 오래 전에 두서너 권 보다 말았다. 뮤지컬 대본을 계속 썼다면 계속 봤을지도 모른다. 성격이 지랄같아서였을까 아님 운이 없어서였을까?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데 이걸 계속 쓰나, 이런 잡지 보는 것도 마음만 심란하게 만드는 같아 관심을 끊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가 들었고 작년에 공연계는 거의 폭망하다시피 했다. 그게 참 마음이 아팠다. 사람의 앞날이 어찌될 줄 알고 그런 모진 마음을 먹었을까 후회도 했다. 비록 일은 안 하더라도 잘되길 바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다 며칠 전, 문득 공연계가 폭망인데 이런 잡지라고 제대로 나올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조승우가 그 마지막을 저렇게 장식하고 있다. 잡지 만들어 돈 벌었다는 출판사를 본적이 없는데 작년 같은 어려움에 12월호까지 냈다는 건 거의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뮤지컬 공연 단체들이 줄줄이 공연을 취소하고 있을 때 이 잡지는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하면 짠하고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올핸 백신도 나오고 우리나라는 방역이 잘되는 매우 드문 나라중 하나니 하반기 정도엔 방역수칙 지켜가면서 공연을 다시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 잡지도 다시 나오지 않을까. 암튼 너무 오래 휴간하지 않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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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7 2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발레는 온라인 공연으로 하고 갈라쇼는 신청한 팬들 뽑아서 온라인(아마도 비티에스 공연처럼)으로 연다고 하는데 뮤지컬은 스폰서 대기업 측에서 지원이 없나보네요 보통 패션 여성 잡지들은 대기업 계열 출판사에 소속되어 있어서 이런식으로 폐간이 안되는데 이제 마니아들이 보는 비주류 예술이나 특정 주제를 다룬 잡지들은 종이가 아닌 온라인 영상 유툽채널로 가야하나봐요

stella.K 2021-01-17 20:46   좋아요 2 | URL
저도 공연계에 대해선 별로 아는 바는 없네요.
미국이 작년에 단 한 건도 공연을 성사시킨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방역을 잘해서 다른 공연은 살살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슨지 외국 어느 단체가 해외 스케줄이 줄줄이 캔슬됐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가능해서 자가격리 기간 지켜가면서 공연했다는
얘기도 들었구요.
이런 잡지는 공연을 많이해야 낼 수 있는데 온라인도 뭐가 보여줄게
있어야 보여주지 않겠습니까?
요즘엔 언택트 공연 많이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뮤지컬로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회개하는 마음으로 조금 아까 저 잡지 신청했는데
스콧님도 생각있으시면 한 권 사 보시는 것도...!ㅋㅋ

cyrus 2021-01-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지컬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런 잡지가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저는 뮤지컬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라서 잡지의 존재를 오늘 처음 알았어요. 공연 문화가 어느 정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이와 관련된 잡지도 다시 나올 거예요.

stella.K 2021-01-18 15:13   좋아요 0 | URL
나도 뮤지컬은 자주 못 봐.
넘 비싸서.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제작되면 좋겠어.
모든 게 다 기승전코로나지.
빨리 일상을 되찾아야 할 텐데...

레삭매냐 2021-01-1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웨이에서 화이자 백신 맞고 수명이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 식겁했습니다.

백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닌가 봅니다.

stella.K 2021-01-18 15:16   좋아요 1 | URL
그럼요. 독감 백신도 안전하지 못해요.
그거 맞고 죽는 사람은 보도가 안 되서 그렇지
해마다 있어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백신을 안 맞는 것 보다 맞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권장하는 것이고.
결국 확률게임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1-01-18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계간지 하나 1년 정기구독을 신청했는데 다들 어려운 가운데 다른 물건도 아니고 책이라서 신청했어요. 휴간 내지는 폐간을 한다고 하면 마음이 짠해지지요.
각종 공연도, 각종 강의도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어요. 저야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구경 다니고 강의 수강을 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그 분야 종사자들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이렇게 어려운 시대를 우리가 살게 될 줄이야...

stella.K 2021-01-18 19:24   좋아요 1 | URL
아, 정말이어요. 이렇게 어려운 시대가 올 줄은...
그동안 어렵다, 힘들다했던 것도 엄살이었을까,
불평이었을까 그에 대한 벌은 아닐까 벼라별 상상을 다하게 되요.
그 잡지 만들었던 사람들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요?ㅠ

근데 언니 정기구독 잡지 뭔지 궁금하네요. 흐흐

희선 2021-01-19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잡지가 오래 가지 않기도 하는 듯합니다 공연, 뮤지컬을 말하는 잡지는 2020년에 더 어려웠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12월호까지 냈네요 쉬는 게 오래 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공연하는 사람도 힘든 한해였겠습니다 2021년에는 괜찮아지기를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1-01-19 18:12   좋아요 1 | URL
아마도 자구책들을 강구하겠죠.
올해는 나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2021-01-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01-19 18:1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알라딘에서 알아 봤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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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는 아니지만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있고 그런 건 찾아보면 의외로 많을 것이다. '심미안'이란 단어도 그렇지 않나 싶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면, 심미안이라고 하면 뭔가에 쉽게 흔들리고 빠지고 마는 나약한 심성이나 또는 호사가와도 짝을 이루면서 돈 많고 하릴없는 사람들이 취미 삼아 예술을 즐기는 심리 뭐 그런 걸 연상하지 않나 싶다. 또는 제 눈에 안경이라고 남들은 별 볼 일 없는 걸 혼자만 좋다고 우길 때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다지 긍정적으로만 쓰이지 않는 이 단어를 글 잘 쓰기로 유명한(기자 출신 작가들은 글을 잘 쓴다) 윤광준이 전면에 내세우며 아예 수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심미안이란 단어는 지금은 고풍스럽지만 과거 우리 세대(모르긴 해도 작가의 세대가 386이나 그 보다 조금 윗세대가 아닐까 싶은데)에서는 매우 익숙한 말이라고 했다. 고풍스럽단 말엔 동의하지만 익숙하다는 말엔 좀 갸웃거려진다. 과연 그랬던가? 적어도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해도 우리나라 대중이 심미안에 익숙하기까지 엄혹한 80년대는 지나야 가능하지 않았을까. 또한 심미안은 인간이 가진 (어떤) 능력보다 우월한 능력이며 '아름다움을 살피는 능력'이라고 했다.  


저자는 자신을 가리켜 딜레탕트라고 했다. 그것은 예술 애호가란 뜻으로 어원은 이탈리아어의 '딜레타레'고 기쁘게 하다는 뜻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기쁨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예술이 어디 그리 쉽게 찾아지는 것이던가. 그건 예술이 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공기와 같아서 그것을 알아보고 구체화하고 내면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남자용 소변기가 예술품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도 그것이 예술품인 것에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그런 걸 보면 무엇이 예술이고 예술이 아닌지 경계가 모호한 것 같다. 그러니 예술을 살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래서 경험하고 공부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저자는 예술을 교과서에서만 배우고 마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 배우는 건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미술이나 음악을 배우도록 강제하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연히 자녀가 관심과 소질이 있다면 적극 밀어줘야 한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본인의 의지나 의향은 무시하고 남의 집 아이가 하니까 내 아이에게도 시킨다는 건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요즘 그런 거 안 가르치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원하든 원치 않던 그건 기본이라면서. 하지만 저자가 말하지 않는가 예술은 스스로 하는 거라고. 그건 정말 스스로 알을 깨는 노력과 기쁨이 있어야지 누가 망치로 깨 주면 즐겁지 않고 부작용만 있다. 


사실 이건 내 얘기다.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해 주시면서 나더러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하셨다. 그건 내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모님의 일방적인 선택이었고 바람이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피아노를 좋아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난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았고 피아니스트란 단어만 들어도 오글거리다 못해 주눅이 들었다. 또한 그걸 배우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난 피아노가 좋아지기도 전에 질려 꽤 오래도록 뭐가 그렇게 좋은 악긴지 알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나를 위한 부모님의 그런 노력이 전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경험은 나름 오랫동안 내 안에 조용히 잠자고 있다가 초등학교 6학년 우리 반이 합주 경연 지정반이 되면서 깨어났다. 나 스스로가 합주를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사실 난 처음에 내가 무슨 합주를 하나 그저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멜로디혼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건 내가 음악을 하기로 선택한 것과 같다.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습하면서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물론 연습하는 동안은 힘들고 지겹긴 했다. 하지만 학교를 대표해 합주 경연 대회에서 값진 3등을 하고 그 경험은 내가 클래식을 아는데 귀한 밑거름이 됐다. 예술은 이렇게 경험되는 것이고 심미안이란 그렇게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그때 나는 사춘기가 막 시작되었다. 사춘기를 잘풍 노도니 반항 기니 하지만 이때만큼 예술에 대한 갈증이 증폭되는 시기도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빅뱅이 일어나는 시기는 시기다. 아무리 예능의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지만 차라리 이 시기에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을 공부한다면 엄청날 것 같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나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나 역시 더 이상 부모님께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책이나 많이 읽게 해 주면 좋겠다는 정도? 어찌 보면 부모님은 너무 일찍 나를 포기하신 것 같다. 뭐 그게 아니어도 초등학교 6학년이면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다. 이미 아이들에게 예능 교육을 시켰던 부모도 그만두게 하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할 때다. 그러니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무슨 (얼어 죽을) 심미안이겠는가. 


아무튼 그때 이후 내가 들었던 클래식과 팝송, 사 들였던 음반들, 영화와 책 대한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없지만 친구들 중에 가장 앞서있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대단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 상대적이다. 나는 그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런 잡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 친구들은 그런 부분엔 거의 문외한인 대신 학과 공부는 충실했으니 말이다. 그러데 저자는 말한다. 심미안은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며 미적인 가치를 느끼는 능력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무기가 된다고. 그건 맞는 말 같다. 학과 공부를 열심히 쫓던 친구들은 졸업과 동시에 공부를 잊지만 그 시절 내가 들었던 음악과 책들과 영화들은 졸업 후에도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있다. 가끔 아티스트들 중엔 학력은 낮지만 자신의 분야에선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것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의 무기가 될 것이다.  


이 지면에 나의 어렸을 때 경험을 얘기했지만 그 이후로도 나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크게든 작게든 했다. 물론 그건 또 어느 순간 약화됐다가 강해지기도 했고, 어떤 건 이내 사라지기도 하며 그 대상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린 예술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눈에 들어오고 관심이 생기거든 한때의 심미안이라고 접어두지 말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앞으로의 시대를 문화의 시대 또는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고 이제 한 나라의 국운까지 좌우하게 됐다. 지금도 보라. K팝 때문에 우리나라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거기엔 예술이 있고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안목 즉 저자가 그렇게 강조해 마지않는 심미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미적 감각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나은 아름다움을 선택하고 골라내는 능력이라고. 이것은 또 즐기지 않으면 절대로 얻지 못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그것을 역행하기까지 하니 안타깝다. 내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전 피아노가 얼마나 멋진 악기인지 어느 음악회에서나 그 누구의 음반에서라도 체험해 봤다면 나의 시작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듣기도 전에 치기부터 했으니 이건 걷기도 전에 뛰기부터 하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 무엇이 기쁘고 즐거웠겠는가. 무턱대고 아티스트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먼저는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딜레탕트로 키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딜레탕트에 대해 좋게 말하면 예술 애호가지만 나쁘게 말하면 예술에 관심은 많지만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 어떤 분야를 깊이 탐구하지 않고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공공의 적이다. 나는 이 책을 받고 목차를 보다 기겁했다. 아무리 즐긴다고 하지만 사실은 공부한 거다. 한 가지 분야도 쉽지 않은데 무려 다섯 가지 즉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런 책을 냈으니 말이다. (농담이지만, 저자가 문학이나 연극을 다루지 않은 것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는지. 만일 그것까지 다뤘다면 나도 질투에 눈이 멀어 그를 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ㅋ) 


이 책을 읽으면 왜 저자가 겸손해했는지 알 것 같긴 하다. 사실 이 책은 각 분야에 대한 입문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관심을 끌기엔 충분히 좋지만 깊이를 기대하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 분야는 이렇게 즐기라고 조언을 담고 있는데 또 그러기엔 나름의 격조를 담고 있어서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읽으면서 진정한 딜레탕트가 되려면 진짜 부지런한 사람이 되야겠구나 싶었다. 어느 한 가지 분야만 공략을 해도 그런데 저자는 무려 다섯 가지 분야를 섭렵했으니 과연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아쉽다. 예술 전반을 다루긴 했지만 정작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뭔지 모르게 간과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심미안도 결국 사람의 눈 아닌가. 못 생겨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고, 평범한 것 같은데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이것도 심미안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너무 엉뚱한 상상을 한 걸까. 


그런 말이 있다. 평생 아름다운 것만 봐도 다 못 보는 세상이고 인생이라고. 그렇다면 시간 낭비하지 말자. 누굴 미워하거나 게으름 피울 새가 없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도 실연의 아픔을 잊는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아름다운 것을 찾고 연구하는데 전력투구해 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사람만큼 아름다운 존재도 없다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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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1-01-11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이야기네요 ^^
특히나 심미안과 취향의
경계를 생각한다면요.
예술의 사조만큼이나 심미안이 걸어온 발자취도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문장 ˝사람만큼 아름다운 존재도 없다˝라는 희망도 늘 가져야겠어요.^^


stella.K 2021-01-11 14:42   좋아요 1 | URL
ㅎㅎ 이 책은 어렵지 않아요.
쿠키님은 금방 읽으실 거예요.^^

cyrus 2021-01-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F만 아니었으면... 피아노 연주를 더 열심히 했을 거예요. IMF로 살기 힘들었던 시기에 피아노 학원을 그만뒀어요. 그 때부터 피아노 건반에 손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stella.K 2021-01-11 19:3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아픈 추억이...!
지금이라도 다시 배워 볼 생각은 없니?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꼭 다시 해.
너의 심미안을 위해.ㅎㅎ

레삭매냐 2021-01-13 10:27   좋아요 0 | URL
이 이야기는 참 슬프네요.

머니 때문이라니.

레삭매냐 2021-01-13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도 즐기려면 돈이 드는 지라...

갠춘한 미술관 정도 가보려면 지방
에 사는 이들에게는 언감생심이지요.

모든 게 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깐요.
음악회, 뮤지칼, 빨레 기타 등등...

문화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결국 기승전 아파트로 귀결되나 봅니다.

stella.K 2021-01-13 13:32   좋아요 2 | URL
그건 그래요. 그래도 잘 찾아보면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만해도 구청에서 주관하는
음악회가 무료로 즐길 수 있어요.
지금은 온라인으로 하지만.
물론 항상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나름 노력하는 단체들이 공연을 하죠.
그래서 지방지자체 의원들의 활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출연 배우들 모두가 내가 애정하는 배우라 눈에 띄여 봤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주지훈 때문에 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이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좋던지. 그런데 이 영화 2014년도 작품이다. 그때도 나름 지명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난 그냥 인기가 있나 보다 했고, 그 시기에 봤다면 주지훈 보단 지성 때문에 봤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배우니.

 

처음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아무리 주지훈이 나온다지만 범죄나 스릴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영화의 시작도 도대체 이걸 가지고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거지 좀 의문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 영화 잘못된 욕망은 파멸을 낳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라 오히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이를테면 아무리 정없는 모자지간이라지만 엄마가 왜 죽었는지 끝까지 파헤치고, 아무리 친구들이라지만 확실히 응징하는 뭐 그런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건 그냥 암시만 줄 뿐이다. 대신 인철(주지훈 분)을 십분 활용한다. 정말 이 영화는 주지훈이 7할은 살린 영화다. 주지훈은 지신이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나 허세 쪄는 양아치 역할을 잘 하는지. 그러면서도 내면에 인간의 순수함 내지는 친구의 의리가 뭔지도 안다. 

 

친구 즉 현태(지성 분)의 엄마를 죽게 만들고도 마지막까지 그 친구에게 괜찮은 친구로 보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공항 화장실에서 칼을 맞고도 먼 발치의 친구에게 그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다 의자에 앉아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 서늘하면서도 영화사에 남을만한 장면은 아닐까 싶다. 무슨 프랑스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도 같고. 짐승 같은 남자들의 찐한 우정이란 이런 건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중에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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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1-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_@;; 제목 보고 로버트 드니로 나오는 영화 생각했네요(옛날 사람-_-)

stella.K 2021-01-04 18: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로버트 드니로가 나왔었죠.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함 보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2021-01-0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4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1-06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0^

transient-guest 2021-01-09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Good Fellas 생각했네요.ㅎ 한국영화는 요즘 못 보고 지나가는 것이 많습니다. 예전처럼 DVD를 모으지도 않고 극장이 아니면 아무래도 집중이 어렵네요. 언제 다시 영화관에 앉아서 가끔은 본편보다도 더 기대되는 예고편들을 보면서 1-2시간 조용히 즐길 수 있을런지요?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1-01-09 11:26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새해 벽두에 저의 서재도 찾아주시고.
아무래도 바쁘시고 코로나도 있고 극장 가시기가 쉽지 않으시죠?
올해는 모쪼록 코로나가 줄어들어 한결 여유롭게 극장을 다니실 수 있는
날이 오게되길 바랍니다.
그래도 가끔 한국 영화 다운 받아보시구요.ㅎ
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소망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