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는 시즌1에 비하면 확실히 좀 김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작가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작가가 원톱이다. 물론 서브 작가가 있겠지만 메인 작가가 그것도 의학드라마에서 한 명이 쓴다는 건 아무래도 그렇지 않나.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잘 쓴 대본을 연출이 말아 먹을 수는 있어도 못 쓴 대본을 연출이 살리는 법은 없다고. 드라마의 답은 사랑이라고 결국 슬의생 5인방도 사랑찾기로 귀결나는건가 싶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성공적이지 못하는 것은 또 있다. 드라마가 너무 밝다. 드라마는 언제나 인간 내면을 보여줘야 하는데(그런 점에선 '낭만닥터 김사부'는 탁월했다) 거의 대부분 치료 가능한 케이스를 보여준다. 뭐 그만큼 현대 의학이 좋아지고 있으니 굳이 실패한 치료를 보여줄 필요도 없고, 밝은 명랑 드라마니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환자와 보호자들은 하나 같이 의사에게 배꼽인사를 한다. 마치 그들이 생명을 주관하는 신인 양. 게다가 슬의생 5인방뿐 아니라 등장하는 의사들은 하나 같이 친절하고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나라도 그런 의사를 만나면 배꼽인사를 할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라 그렇지 우리가 배꼽인사를 하고 받고하는 관계는 아니지 않나? 인터넷의 발달로 의사를 만나기 전 자신의 병을 조사하고 진찰 때 의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 안 하나 간을 보지 않나.


물론 나는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병원을 다녀보지 않아 의사들이 실제로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대체로 친절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도 보인다. 일종의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환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혹시 치료 가능한 병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물론 너무 빼면 능력없는 의사로 보일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로 나를 보여줄 것이냐가 고민이긴 할 것 같다. 그러다 환자가 고비를 넘기고 회복하면 그들의 어깨는 한 없이 높아진다.    


또한 의사는 살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해 내기도 한다. 환자 보고, 학생 가르치고, 논문 쓰고 이것만으로도 머리가 빠질 것 같은데 율제병원은 사랑의 병원이긴 하다. 과부 사정 과부가 알고, 전장에서 피어나는 우정이나 사랑도 남다르긴 할 것이다. 원래 드라마에서 사랑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여기선 5인방이니 사랑도 다섯 가지로 보여줘야 한다. 다섯 가지로 보여주려니 작가도 머리 깨나 아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들 5인방의 사랑을 평해 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김준환과 익순과의 사랑은 가장 드라마에 익숙한 사랑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이들의 연기는 나름 좋다. 하지만 그냥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정도다. 


그런데 비해 안정원 커플은 개인적으론 가장 짜증 난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선생과 학생의 관계를 영원히 떨쳐버리지 못할 것만 같다. 조금 편하게 봐주면 오누이 관계 정도? 안정원이 한때는 사제가 되려는 마음도 품었으니 몸에 벤 경건의 모습도 있을 텐데 작가가 그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하긴 초반에 사제인 안정원의 형을 보면 이건 그냥 시트콤이다. 안정원의 상대(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누가 모범생 아니랄까 봐 안경 쓰고 눈만 껌벅거리는 이미지는 끝까지 개선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뭐 병원이란 특성도 있으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사이라면 대등한 관계를 보여줘야 하는데. 드라마를 생각한다면 사랑 타령은 접고 원래 마음 먹은 사제의 길로 가는 것으로 좋을 것 같은데 그럴 가능은 1도 없지? 이래서 결론을 알 것 같은 명랑 드라마가 힘들다고 하는가 보다. 이대로 언제고 시즌3을 한다면 난 안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이상적인 건 역시 익준과 송화 커플은 아닐까. 가랑비에 옷 젖듯 친구로 지내다 사랑으로 발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뜨겁게 연애하다 결혼하는 거 난 별로다. 결혼해서도 뜨거울 수는 없다. 자고로 결혼은 친구처럼 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둘은 대학 때 사랑을 할뻔 하지 않았나. 그걸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후에 이루게 됐으니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신뢰고 친밀함이다. 문제는 익준도 그렇고 송화도 그렇고 흔한 인간형은 아니라는 것.  


엉뚱한 건 양석형-추민아 커풀이다. 이미지에 맞게 곰 같은 사랑을 한다. 특히 11회를 보다 나도 모르게 심쿵한 장면이 있었다. 둘이 영화를 보고 거리를 걷는데 늘 질문이 많은 추민아가 역시 또 질문을 한다. 왜 고백하지 않냐고. 그러자 석형이 꼭 고백을 해야하는 거냐고 되묻는다. 그럼요 한다. 그러자 석형이 넌 내가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내가 너의 생각과 달리 나쁜 사람이면 어쩔거냐고. 그러자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 팔자려니 하죠. 그리고 덧붙이기를, 걱정 없다고 자신이 좋은 사람이니까라고 말한다.


그걸 보는데 새삼 난 누구의 좋은 사람이 되본 적이 있던가 싶다. 누구든 사랑(또는 고백)의 흑역사가 있지 않을까. 즉 고백했다 까이는. 왜 사랑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물론 성공하면 좋긴 하지만 실패할 것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못하는 사랑은 또 얼마나 많은가. 물론 실패하면 엄청 아프긴 하다. 하지만 빨리 실패하면 그만큼 빨리 일어나지 않을까. 난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걸 누군가를 몹시 좋아만 하고 고백하지 못했던 그 젊은 날엔 생각도 못했다. 또한 아무리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해도 고백을 해 보는 것과 하지 않는 건 다르지 않을까. 그건 어쩌면 상대 보다는 내 자신을 위해 해 보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데미안>의 알 깨기 같은 거라고 하면 너무 뻔한 대답일까? ㅋ 


어쨌든 추민아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의외의 반전이고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이어도 자기 자신 이상으로 사랑할 수 없다. 그래서 설혹 그 자리에서 석형의 고백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얼마 후엔 마음을 추스르고 또 자신의 삶을 살아내지 않을까.동시에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얼마나 자기 자신과 상대를 옥죄는 것인가. 모르긴 해도 우리가 익준 같은 완벽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유머 감각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유머 감각은 장착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노력하면 되지만. 하지만 그게 실제 사람 선택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얼마나 인간적이냐, 따뜻한 마음을 가졌느냐, 얼마나 예의 바른가 뭐 이런 거 아닌가. 그렇다면 석형이 같은 인간형을 만날 확률이 익준 보다는 좀 더 높지 않을까.         

       

분명 시즌2는 1에 비하면 쳐지긴 하지만 슬의생이 추구하는 중심 주제까지는 깎을 생각은 없다. 뭐 병원이 실제로 그렇게 인간적인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이상을 담기도 하지 않은가. 드라마 때문에 율제병원 같은 곳이 앞으로도 많아진다면 그도 좋은 일이겠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파랑 2021-09-11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즌 1은 잠깐 본것 같은데 시즌 2는 본적이 없네요 😅 확실히 시즌 1이 인기 있으면 시즌 2는 전편보다는 힘을 못받는거 같아요 ㅜㅜ
이런 이상(?)적인 병원 모습이 일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21-09-12 12:25   좋아요 1 | URL
형만한 아우가 없는 거죠.
저는 2를 그냥 습관성으로 봤습니다.
2를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이지 싶어요.
예전에 <보이스>를 재밌게 봐서 2를 한다기에
기대를 가지고 봤다 그냥 접었죠.
좋다고 하는데 전 좀 질리더라구요.
그런 장르를 즐기지 않는지라.ㅋ

페크pek0501 2021-09-12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시간 맞춰 보기가 어려워 주말연속극만 충실히 보게 됩니다.
의학드라마는 한석규 님이 나오는 것 있었잖아요. 그거 흥미롭게 봤었어요.
오늘 주말드라마인 KBS의 광자매는 괜찮았어요. 끝날 때가 되어서인지 잘 짜여져서 지루한 줄
몰랐어요. 어떤 날은 시시했거든요. 후속 드라마의 광고를 본 듯해요. 몇 회 안 남은 듯.
슬기로운~ 도 봐야겠군요. ^^

stella.K 2021-09-13 14:45   좋아요 1 | URL
ㅎㅎ 낭만닥터 김사부요. 맞죠? 조기다 썼는데...ㅋ
그건 시즌2도 좋았어요. 형만한 아우 없다는데 그 작품은 예외더군요.
사실 드라마는 시간도 많이 들죠. 영화는 앉은 자리에서후딱 보는데.
저는 주로 다시보기로 해서 제가 보고 싶을 때 보는데
그것도 시간이 꽤 들더군요. 덕분에 영화를 많이 못 봐요.
영화든 드라마든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 보는 것 같습니다.ㅠ

희선 2021-09-13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학드라마인데 여기 나오는 사람 다섯 사람 사랑 이야기도 다 있군요 그런 거 쓰려면 쉽지 않겠습니다 어느 한사람이 아닌 다섯 사람이 중심인물이기도 해서 다들 사랑도 하게 하는가 보네요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 간호사는 다 좋아요 실제 그런 사람은 없어 보이는데... 제가 잘 모르는 거고 어딘가에는 있을까요 병원에도 거의 안 가면서 의사, 간호사 말을 했군요


희선

stella.K 2021-09-13 14:52   좋아요 1 | URL
ㅎㅎ 건강하시군요. 병원에 안 가면 좋은거죠.
의사나 간호사는 기본적으로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만난 사람들은 그랬어요.
그리고 아픈 사람 앞에서 불친절할 수는 없겠죠.

의학드라마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더구나 5톱으로 그들 각자의 캐릭터와 사랑을 쓰려니 힘들겠죠.
이우정 작가 다음엔 누구하고 같이 쓰면 좋겠어요. 안쓰럽더군요.
전 이상하게 드라마든 영화든 감독이 누구냐 보다 작가를 먼저 보게
되더군요.ㅋ
 

처음 이 드라마가 시작됐을 때 생각 보다 별로란 생각이 들어 안 보려고 했다. 그러다 자꾸 좋은 반응이 올라와 다시 열심히 챙겨 봤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8, 9회를 연속으로 보게 됐는데 처음 보는 듯한 장면이 의외로 많아 빨려 들어가듯 봤다. 


슬의생 5인방의 나이는 40세로 설정되어 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돌싱으로 설정한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그런데 참 옛날의 40과 지금의 40은 확실히 다르긴 하다. 옛날의 그 나이면 애가 둘 셋쯤 있고, 돈 버느라 허리가 휘고, 드라마에서도 조연 정도로만 나올 텐데 이 드라마에선 40이 이렇게 풋풋할 수 있다니 새삼 놀랍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동창을 세월이 흐른 후 같은 종합병원에서 일하게 됐다는 설정은 행운이라면 행운 아닐까. 나도 종종 예전에 같이 싸우고 복닦거렸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 일해보면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그때가 다시 온다면 싸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잘 할 것 같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뿐이고 다시 만나면 다시 싸우고 복닦거리겠지? 그래도 다시 회춘한 느낌은 들 것이다. 그런 실험을 했다 잖은가. 몸은 70(?)대인데 20대 옷과 화장을 하고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한 환경에서 살게 했더니 진짜 20대로 돌아간듯 세포가 젊어졌다고. 


아무튼 오늘 다시 봤더니 슬의생 5인방은 서로 먹는 것을 엄청 챙기더라. 서로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고, 간식 먹자고 정원에서 모이고. 먹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병원도 전쟁터라면 전쟁터 아닌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상대가 그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해방감을 줄 것 같다. 더구나 집 떠나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집이 아니면 혼자 밥 먹는 걸 어색해 하는 나는 오늘 유난히 그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다음에 언제고 10회를 하면 이어서 봐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cott 2021-09-05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국 드라마 넘 ㅎ 잘만들죠 넷플릭스에서도 한드는 스토리 영상 연기 모두! 완성도가 높아서 놀랍니다. 아나토미 미드 보다 슬생에 한 표! 🖐

stella.K 2021-09-06 18:38   좋아요 1 | URL
크~ 저는 아직 넷플릭스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답니다.
그건 인터넷으로 보는 거 아닌가요? 뭐 지상파나 종편도 괜찮은 거
많이해서 그거 소화하기도 벅차서리.
제가 이렇게 구식이랍니다.ㅋ
최근에 <괴물> 봤는데 끝까지 쫄깃쫄깃한게 잘 만들었더군요.^^

희선 2021-09-07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한두 사람만 튀지 않고 다섯이나 앞에 나오는군요 종합병원이니 여러 과가 있기는 하겠습니다 나이도 거의 비슷하고 친구기도 한 사람이 함께 일해서 괜찮을 듯하네요 의사는 제대로 먹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그걸 알아서 먹는 걸 잘 챙기나 싶기도 합니다

stella.K 님 밥 잘 챙겨드세요


희선

stella.K 2021-09-07 18:40   좋아요 2 | URL
어렵죠. 그도 그렇지만 쉴 때 쉬지 못하고 병원 튀어 들어가는
거 보면 짠해요. 그런 거 보면 의사라는 직업이 뭐 좋은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의사가 있어 세상은 돌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희선님도 잘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1-09-07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이 밥먹자는 말. 그 자체가 따스함을 전해 주어서 저도 그런 말을 즐겨 듣고 즐겨 쓰고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

stella.K 2021-09-07 18:43   좋아요 1 | URL
참 인간적이죠. 사람들은 공수표만 날리는 그런 인사가 뭐가
좋냐고 하지만 그중에도 지키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죠?
그런 인사조차도 안 하는 만남도 많잖아요.ㅋ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선선하다. 정말 가을을 얘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면 여름이 섭섭하다고 하지 않을까.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늦여름이다. 적어도 9월 첫주 정도까지는. 난 그렇게 우겨 볼란다.


어떻게 8월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읽기만 하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특히 상금이 꽤 되는 독후감 대회가 오늘이 마감인데 그것도 결국 패스하고 말았다. 가끔은 책은 너무 좋은데 리뷰를 못 쓰겠는 책이 있다. 출전하려고 읽은 책이 딱 그런 책이다. 그래도 나중에라도 짧게 써야지.


지난 주 금요일엔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해도 나도 맞아야 하나 떨떠름 했는데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보면서 맞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막상 백신을 맞으러 가 보니 의료진들의 수고가 말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벌써 6개월 이상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긴 한 팀이 계속 이러고 있는 걸까? 몇팀으로 나눠서 당번제로 하지 않을까? 나를 문진했던 담당자에게 넌지시 물어 볼껄 그랬다. 당시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당연히 몇 개월째 이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록 1차긴 하지만 맞고 보니 국민으로서 할 도리를 다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젠 누구를 만나도 좀 안심하고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오늘 보도를 보니 젊은 사람들은 건강한 탓에 면역반응을 겪을 수 있고 때문에 2차에서 노쇼가 대량으로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공익을 생각해서 많이들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


올 8월은 아무래도 조금은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다롱이를 보내고 3주차다. 다롱이를 보낸 첫 주는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는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사람 같지 않은가 덤덤해지는 마음이 오히려 다롱이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나도 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그동안 미루었던 일상 기도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원래 기도를 그다지 충실하게 하는 편은 아닌데다 여름은 더워 못하고 게다가 올여름은 다롱이가 떠나지 않았던가.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도 되고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선하니 다시 해 보는건데 웬걸 어제 시도했다 혼쭐 나는 줄 알았다. 시작부터 눈물이 줄줄 나 앞으로 당분간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다롱이가 아직 살아있을 때 난 녀석을 위해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물론 살려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다롱이의 하루만을 위해 기도했을 뿐이다. 잘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과, 잘 잘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외엔 무엇을 더 기도할 수 있을까. 내가 다롱이를 위해 이렇게 기도하게 될 줄은 몰랐고 거기에 그토록이나 많은 눈물이 필요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마당에 또 울어야 한단 말인가. 


결국 또 어디서 숨었던 눈물이 나타난 건지 모르겠다. 날씨까지도 도와주시고. 나의 몸과 마음은 아직 안정을 되찾을 마음이 없는가 보다. 잠도 아주 못 자는 건 아니지만 잘 자는 것도 아니고. 딱히 뭘 해야겠다는 의욕도 없다. 그런데 참 웃기지. 벌써 1년째 앓고 있는 나의 족저근막염이 다롱이의 죽음 직후부터 서서히 낫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찬바람이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 보면 녀석이 세상 떠나 가면서 위에 계신 분께 간청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8월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가고 있다.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cott 2021-08-31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헬기 착륙 시동 중~~~~~~~
  ___   ___
     ̄ ̄ ̄干 ̄ ̄ ̄
        _皿__    ( ̄ ̄)
      /∧_∧ \_// ̄
     /  (・ω・`)  / 
      L_O¶O_ノ】__/
      \___/
           |
           |
           |
           |
     
          |
          |
        . 。゚゚・。・゚゚。
 ゚。  。゚
   ゚・。・゚
。゚゚・。・゚゚。
゚ 。  。゚
 ゚・。・゚
 。゚゚・。・゚゚。
 ゚ 。  。゚
   ゚・。・゚
。゚゚・。・゚゚。
゚ 。  。゚
 ゚・。・゚

( )__( )
(=•ㅅ•=)
(💓⊂)∫
U--U착지 완료 ^ㅅ^

stella.K 2021-09-01 11:3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대~에박! 멋짐 폭발! 이걸 어떻게,,,?!!!
여튼 고맙슴다. 리스펙트!^^

2021-08-31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09-01 11: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갱년긴 것 같습니다.
빨리 세월이 지나가야겠죠.^^

희선 2021-09-01 0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월초도 좀 더운 적 많았는데, 그래도 저는 구월이 오면 바로 가을이다 생각해요 2021년에는 비가 와서 구월을 서늘하게 시작했네요 다롱이와 산 시간이 그리 짧지 않았으니 지금도 생각나고 눈물도 나겠습니다 stella.K 님이 아팠던 데가 좀 나았다니 다행이네요 정말 다롱이가 저기 위에 부탁했나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고 조금 웃으시면 좋겠네요


희선

stella.K 2021-09-01 11:40   좋아요 2 | URL
예전엔 9월이면 완전 가을이었죠.
요즘엔 10월도 낮엔 약간 덥더라구요.
전 갠적으로 5,6월과 9, 10월이 좋더라구요.
이제 다시 좋은 계절이 오고 있어요.
백신도 맞았겠다 그동안 집콕만 했는데 슬슬 밖으로
나가고 싶어져요.
요즘엔 덜 아프니까 좀 살겠더군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1-09-01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보슬비님 키우던 강아지 보내시고 한동안 울적해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겠지만...좋았었던 추억을 되새기시길요^^
다롱이가 스텔라님 족저근막염 가지고 갔나 보군요?참 충성스러운 강아지였네요.~
그리고 백신 맞으셨군요?전 담주 화요일 백신을 맞으러 가는데 부작용 있을까봐 조금 걱정이 앞서네요.여튼 국민들 백신도 무사히 다 맞아서 내년은 좀 숨쉬기 편한 세상이 되었음 싶네요^^

stella.K 2021-09-01 19:25   좋아요 1 | URL
그걸 펫로스증후군이라고 하죠.
저도 기억나요. 가끔 알라디너분들 그런 소식 전하는 걸
보곤하는데 그때마다 전 얼마나 진심을 담아서 위로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슬프고 허전한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왜 그렇게 하나 같이 우울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겠죠.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백신은 걱정 마시고 맞으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백신을 독려하는 정부의 노력이 눈물겹기도 하잖아요.
도와주자구요.ㅎ

페크pek0501 2021-09-0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차 접종은 했는데 2차 주사 맞고 2주 뒤부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2차는 후유증이 좀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빨리 접종을 했으면 좋겠어요.
족저근막염, 저도 있었는데 괜찮아졌어요. 설거지할 때 푹신한 것 밟고 하면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슬리퍼나 샌들은 안 좋습니다. 저는 운동화로 바꿔 신은 뒤 괜찮아진 것 같아요.
구두는 결혼식에나 갈 때 신어요. ㅋ

stella.K 2021-09-04 19:29   좋아요 0 | URL
엇, 그런 거여요? 저는 1차만 맞아도 몇 퍼센트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들은 것 같아 안심하고 어제 오랜만에 지인을 잠깐 만나고 들어왔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지인이 2차까지 다 맞은 분이라. ㅎㅎ

글치 않아도 싱크대 개수대 앞에 매트 깔아놨습니다.
작년 가을에 일단 다롱이를 위해 쓰고 그후 제가 쓰겠다고 산 건데
녀석이 가고 없으니 온전히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훨씬 편하죠.
지금도 조금 아프긴 한데 예전만큼은 아니어서 이제 나으려나 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구두 안 신은지가 꽤 되요.

어제는 다롱이가 드디어 꿈에 보였는데 좀 싱싱하면 좋을텐데
꿈에서 조차 늙어서 비실대고 있더군요.
이제 안 울려구요. 잘 있겠죠. ㅠ
 

이 오래된 영화를 볼까말까 많이 망설였다. 물론 난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다. 1997년작이니 벌써 25년을 바라보는 영화다. 그땐 그저 야하다는 것 외엔 이 영화를 그 무엇으로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벗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 영화를 다시 보기를 망설였던 건 영화 도입 부분에 방울(신은경 분)이 갔던 곳이 사창가인지도 모르고 서너 명의 장정으로부터 집단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 나와서였다. 물론 그게 직접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지만 장면을 보는 순간 역시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어 일단 VOD를 꺼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나는 매리 린 브락트가 쓴 <하얀 국화>를 읽은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하나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위안부가 되는가를 초반에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는데 그게 왠지 모르게 이 영화와 겹쳐 보이는 것이 있어서 였다. 


분명 일본의 과거사는 규명되어야겠지만 비록 시대는 다르다고 해도 남의 나라 남자들이 여자들을 짓밟는 건 안 되고 같은 내국인 남성들이 짓밟는 건 된단 말인가 이거야 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같은 나라의 남자들이 여자를 짓밟아 온 역사는 일본이 우리나라 여성들을 위안부로 삼은 역사 보다 훨씬 길다. 그것은 밝히지도 않은 채 일본의 과거사만 들먹여도 되는 걸까 착잡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무리 거장 소리를 듣는 감독(임권택)이 만들었다고 해도 뭔가 영화적으로 문제는 있을테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보자고 했다. 물론 과도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한 여자가 어떻게 창녀로 사육되어 지는가(전락이 아니다. 사육이다.)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면서, 우리나라 현대사 속에서 윤락녀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를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살려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감독의 특기인 한국의 한의 정서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제목이다. '노는 계집 창'이란다. 뭔가 다분히 여성 비하적이고, 논다는 건 의도적이고 자유 의지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가. 따라서 어느 샌가 모르게 주인공 방울이 원해서 창녀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환치시키는 것 같아 불만스러웠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자신이 원해서 창녀가 되겠는가. 요즘엔 그러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고 한다만,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여자들이 창녀가 되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 원하는 바와 상관이 없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특히나 방울이는 윤간으로 창녀가 된 것이 아닌가. 과연 감독이 그것을 간과한 것이 아니라면 제목은 다분히 반의적 의도로 사용했을까? 


만일 이 영화를 오늘 날 여성 감독이 재해석 해서 보여준다면 어떨까?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고 해도 그건 그저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을뿐 창녀인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었을까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좋던 싫던 창녀촌에 발을 들인 방울에게 선배들은 하나 같이 도망갈 생각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고 아무도 의기투합해서 그곳을 벗어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마치 그곳은 정말 창녀로 사육되기 위해 있는 것처럼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속 시대 배경은 여성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은 시대다. 여성은 여전히 남자에 의해 종속된 존재들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사 가운데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창녀가 있음을 지적한다. 역사는 곧 남성의 역사인만큼 남자들은 유사이래로 이 창녀라는 직업을 아주 잘 관리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러자 앞서 소개했던 책과 관련해서 이 위안부의 문제가 이토록이나 해결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이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겠다는 것과 역사적으로 남성이 성의 문화를 지배해 왔다는 것의 충돌에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풀기는 상당히 요원해 보인다. 


아무튼,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사창가의 융성은 70년대 산업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무렵 구로공단은 시골에서 대거 올라온 여공들이 차지했겠지만 이러 저러한 이유에서 안착하지 못한 여자들은 남의 집 가정부가 되거나 영화의 방울이처럼 창녀촌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의 일과와 시대적 변화는 그곳에 터잡고 사는 구멍 가게 주인 아저씨나 브로커(?)로 일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 나온다.


이 창녀(또는 윤락녀)에 관해 어렴풋이 기억에 나는 건,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 유난히 뉴스나 시사 잡지 같은 것에서 심심찮게 우리 나라 집장촌을 다뤘었다는 것이다. 뭐 이렇다할 뾰족한 대안도 없었으면서 왜 그 시절 그렇게 그곳의 문제를 다룬 건지 알 수가 없다. 마침 80년대 초중반이었던가? 그때 경찰계에서 첫 여성 청장이 나왔던가 그랬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어느 잡지에 난 그 여성 청장의 인터뷰 기사를 비교적 꼼꼼하게 본 적이 있다. 그녀는 독특하게도 우리나라에 공창제의 도입을 역설한 것을 기억한다. 그때 난 사창을 없애도 부족할 판에 공창을 하자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주장이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요는 기존대로 사창을 하면 성을 더 음성화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직업적으로도 보호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암리 사창가를 단속한다면서 경찰계의 검은 압력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주장대로 우리나라가 공창화가 이루어졌을까. 잘 모르겠다. 오히려 창녀 스스로가 문제를 극복하고 진화하는 쪽으로 발전해 가지 않았을까.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방울이 처음 창녀가 되면서부터 영화가 진행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미지를 주목해 볼만하다. 괜히 이상한 음란한 영화 보지 말고, 이 영화 보면서 야한 것만 떠올리지 말고 철저하게 짓밟혀진 여성도 고독한 영혼이었음을 또한 누가 그 고독을 위로해 줄 수 있는가를 지켜봐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1-08-27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강동원 출연의 <검사외전>과, 김강우 출연의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을 티브이로
흥미롭게 봤어요. 운 좋게도 거의 시작하자마자 봤어요. 강동원의 연기에 감탄했어요.
강동원이 아니면 그 누구도 그렇게 귀엽고 매력적이게 사기 치는 역을 못 할 것 같았어요.
완전히 당신 역이야,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위안부 문제를 다른 영화나 소설도 꼭 봐야 할 것 같네요. (제가 다른 작품으로 봤는데도 기억 못할 수 있음ㅋ)^^

stella.K 2021-08-27 20:01   좋아요 0 | URL
검사외전을 제가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안네요.
저도 기회가 닿으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1-08-27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7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격상 사회성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관계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 들어서 무려 세 사람의 지인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라 문상을 함부로 갈수도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 지인은 문상을 오지 않아 섭섭했다고 되려 분개해서 난감했다. 그 지인도 현시국을 모르는 바가 아닐테니 화를 내고도 자신이 못 마땅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화가 나는데 안 나는 척 하는 것도 본래 캐릭터도 아니고. 화가 난다니 문상을 안 간쪽에 잘못이 있는 것 같긴하다. 그나마 그 지인이 상을 당한 때는 코로나 상황이 지금 같지마는 않은 때였다.


그런데 최근 나 역시 슬픔을 당하고도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인에게도 아직 우리 다롱이의 상을 전하지 못했다. 적어도 위에 언급한 지인은 몰라도 다른 지인 둘은 다롱이가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느끼는 슬픔도 슬픔이려니와 어느 집 반려견이 죽은 것이 사람을 잃은 슬픔에 비할까 싶어 연락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물론 어느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소식을 전할 때가 있긴 하겠지만.


그들은 그렇다 쳐도 다른 지인들에게도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건 뭐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어제 겨우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한 한 지인에게 처음으로 소식을 알렸다. 그것 역시도 단지 어느 집 반려견의 죽음에 지나지 않는 걸까? 전하면서도 괜히 쑥스럽고 미안해 하면서 전했다. 그 지인 역시 반려견을 키워 본 경험이 있으니 지금 내 마음이 어떨지는 너무나 잘 알 것임에도. 그래서 더더욱. 엄마는 말했다. 낳지만 않았다 뿐이지 가족 하나가 있다가 없어진 것과 똑같다고. 어떻게 이렇게 정 하나만 오롯이 남겨놓고 죽을 수가 있냐고 한숨을 지었다.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좋다가도 미울 때가 있는데 얘는 미운 것이 하나도 없지 않았냐며.  


그건 나도 동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롱이의 죽음을 쉬 전할 수 없는 건 뭐 때문일까. 차라리 진짜 가족이 죽었다면 전하는 소식이 조금은 더 나았을까? 왜 어느 집 반려견이 죽은 건 이토록이나 제대로 위로 받지도 못하고 숨어서 슬픔을 삭혀야 하는 지 모르겠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 이렇게 서재에 들어와 글을 끄적여 보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보고 있지만 그도 참 부질없다 싶기도 하다. 물론 다롱이의 부고 소식에 조문하듯 댓글로 위로해 주는 분들이 몇계셨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나와 댓글을 한 두 번이라도 나눠 본 사람이라면 그래도 위로의 말 한마디 정도는 남겨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온라인이라고 사람의 손 안 가고 마음 안 가는 것 아니지 않는가. 어쩌면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건지. 난 내가 모르면 몰랐을까 서재 안에서 누가 슬픈 일을 당하면 위로의 댓글을 달려고 노력했다. 내 자랑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나름 오래 서로 댓글 나눴던 사람들 조차도 어느 때부턴가 관계를 끊고 이렇게 못 본 척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좋아요만 눌러 준 알라디너들이 있었다. 근데 참 그렇다. 남 좋은 일에도 좋아요고, 슬픈 일에도 좋아요고, 나쁜 일에도 좋아요다. 이걸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들이 좋아요를 누를 땐 같은 애도의 마음으로 눌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 성의가 없어 보인다. 나 역시 관종이라 좋아요를 싫어하진 않지만 차라리 좋아요 누르지 말고 위로의 말 한마디 남겨주는 게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냥 이분들은 나와는 그다지 친분이 없어서이거나 반려견을 키워 본 경험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지 않는 알라딘 시스템의 무능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바엔 차라리 예전에 '공감'이라고 했던 것이 훨씬 낫지 않나? 그러면 대충 에둘러질텐데 무슨 얼어 죽을 좋아요인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엔 격하게 공감할 사람도 있고, 마음이 편치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해 주시라. 그리고 한 번쯤 생각해 봐 주시라. 그런 사람은 자신이 정작 슬플 때 위로 받지 않아도 되는지. 그래도 좋은지.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1-08-19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5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5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9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8-19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좋아요‘ 보다 ‘공감해요‘가 그런저런 면에서 더 포괄적이라 나은듯해요! 코로나에 다롱이 일까지 겹쳐 많은 생각이 드셨겠어요. 그런 날들이 있죠.🥲 k님 토닥토닥~♡

stella.K 2021-08-23 20:31   좋아요 3 | URL
알라딘이 언제고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좋아요가 뭔지 원. 고맙습니다.^^

희선 2021-08-20 0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보다 공감이 더 나아요 서재에서 목록보기로 보면 공감이라 나와요 그건 바꾸지 않았네요 슬픈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를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말(댓글)을 못할 때도 있네요 stella.K 님 아는 분은 지금 같은 때 식구를 떠나보내서 마음이 안 좋을 듯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지 마라 하기도 하니... 함께 슬퍼하기도 함께 기뻐하기도 어려운 때가 됐네요

지금도 다롱이 생각 많이 나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1-08-23 20:35   좋아요 3 | URL
언제나 따뜻한 말씀으로 위로해 주셔서 고마워요.
네. 지금도 많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시간가면 곧 괜찮아질 겁니다.^^

moonnight 2021-08-20 1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롱이가 떠났군요. 한동안 서재에 들어오지 못 해서 몰랐네요. 얼마나 슬프시겠어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조의를 표합니다. 다롱이 지금 편안한 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있을 겁니다. 토닥토닥.

stella.K 2021-08-23 20:42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정말 녀석과 함께 한 시간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지
꿈꾸는 것 같습니다. 슬퍼죽겠는데 일상은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고 있는 건지...
그래도 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속에 슬픔도 희석되는 거겠죠.
위로의 말씀 남겨주셔서 참말로 고맙습니다.
다롱이 정말 잘 있겠죠?ㅠㅠ

moonnight 2021-08-25 08:20   좋아요 2 | URL
네 그럼요. stella. K님과 어머니께 그리 사랑받았는걸요ㅠㅠ 다롱이는 정말 정말 잘 있을 거에요. 걱정마셔요. 토닥토닥.

페크pek0501 2021-08-20 15: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반려견도 가족이라고 하잖아요. 그 슬픔이 어찌 가족이 떠난 것과 같지 않겠어요.
저는 충분히 그 슬픔을 이해합니다.
이렇게나마 속마음을 털어 놓으시고 슬픔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좋은 일엔 축하를, 나쁜 일엔 위로를 해 준다면 서로에게 따뜻한 서재가 되지 않겠어요.

좋아요, 대신 공감, 이 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나쁜 소식에 좋아요를 눌러도 되는지 고민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