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쾌청. 덥지만 습도 낮아짐


1. 다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1년하고도 하루가 지나간다. 1년 전 녀석이 죽고 얼마나 울던지.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좀 간사하지? 지금도 생각이 나긴 하지만 사람과 종이 같지 않아서인지 처음만큼 슬프지는 않다. 


솔직히 재롱 떠는 것 아니면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 마음은 슬픈데 한편에선 또 얼마나 편한지. 무엇보다 집안의 평화를 돼 찾았다. 엄마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간식 가지고도 싸우고, 녀석의 배변처리 문제 가지고도 싸웠다. 간식은 주로 엄마는 주자는 쪽이고, 나는 너무 많이 준다고 싸웠다. 어떤 건 다롱이 몸에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단순히 먹고 싶어한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먹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안 줄 수 있느냐고 싸웠다. 


지금은 배변 시트가 있지만 다롱이를 처음 키울 때만해도 그런 건 팔지도 않고 있다고 해도 우리 성격에 쓰지도 않는다. 훈련은 대체로 성공적이어서 항상 목욕탕에서 볼 일을 보곤했다. 문제는 그후다. 나는 바닥을 깨끗히 한다고 하는데 엄마는 물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 지린내가 난다고 타박이었다. 그렇다고 당신은 깨끗히 청소를 했느냐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아무튼 그런 거 저런 거 가지고 싸울 일이 없어졌으니 좋았다. 반려견이든 묘이든 혼자 살 때 키울 일이지 누구든 동거인이 있으면 꼭 싸운다. 

        

다롱아, 나 너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니는 모를끄다.ㅠ 

   

2. 그런데 희안한 건 다롱이가 죽고 얼마 안 있어 나의 족저근막염이 낫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친구를 만나 우연히 이 말을 해 줬는데, 그럼 다롱이가 죽으면서 은혜 갚은 거냐며 웃었다. 하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다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니 개과천선을 해서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그때가 대략 그 병을 앓은지 1년 정도된 때였다. 근막염은 대략 그 무렵 정도면 낫기도 한다던데.    


3. 지난 8일 올리비가 뉴튼존이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난 걸 오늘 알았다. 학창시절 정말로 좋아했던 가수였는데 이렇게 가다니 정말 허망하다. 생김도 목소리도 정말 시원시원 했는데...



우울한 마음에 그녀의 대표곡을 올려본다. 저때만해도 촌스럽지만 정말 풋풋해 보인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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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8-17 0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와 함께 살면 여러 가지 해야 해서 마음이 쓰이기도 하겠습니다 개가 먹어도 괜찮은 것도 있지만, 안 되는 것도 있고... 먹고 싶어하면 안 주기도 그렇겠습니다 개를 기르는 건 아이 기르는 것과 비슷하기도 한 듯합니다 아이보다 개가 좀 편하겠지만...

족저근막염 다 나은 건가요 다롱이가 은혜를 갚았네요 다롱이는 저세상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2-08-17 12:41   좋아요 2 | URL
정말 애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힘들어요.
나이들면 힘들어 못 키우겠더군요.
그걸 요즘엔 AI가 대신 하잖아요. 노인분들.
편하긴 하겠지만 그럼 개는 누가 키울까 싶어요.
안 그래도 버려지는 개가 넘쳐난다는데…ㅠ

프레이야 2022-08-17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비아 뉴튼존, 한때 우리의 추억을 불러주는 가수지요. 얼마나 풋풋했던지요. 얼마전에 그녀가 살아온 삶을 보고 놀랐더랬어요. 활기차고 긍정적 에너지 나누며 참 잘 살았더군요.
족저근막염 나아 다행입니다. 다롱이가 준 선물이네요. 너무 납작한 신발 안 좋아요. 발바닥 너무 딱딱한 신발도요.

stella.K 2022-08-17 12:37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7’80년대를 풍미하다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아요.
물론 세월 따라 잊힌 거뎄지만.
몇년 전만해도 잘 살고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쉽더군요.ㅠ

족저근막염은 정말 나이들면 많은 사람들이 앓는 병이더군요.
프레이야님은 괜찮은가요?
정말 우리 달동이 개과천선한 것 같아요. 사람위해 착한 일도하고.ㅋㅋ

프레이야 2022-08-17 12:37   좋아요 2 | URL
ㅋㅋ 착한 달동이!
울집 냥이더러 전 차칸고양이라고 매일 말해준답니다. ㅎㅎ 진짜 착해요.
전 족저근막염은 없는데 하지정맥류가 있어 남들은 모르지만 힘들어요 에구. 미루어 왔는데 수술을 해야하나 고민이구요.

stella.K 2022-08-17 13:26   좋아요 2 | URL
나이들면 고양이를 키우라고 하더군요.
누가 집앞에 예쁜 고양이 한마리 버리고 가면 그냥 운명으로 알고
눈 딱 감고 키울 것 같아요. 그러기 전엔 맨정신으론 못 키울 것 같아요.
특히 울엄니가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하셔서리…

아유, 하지정맥류가 있군요. 힘드시겠어요.
전 족저근막염은 그럭저럭 나아가는데 대신 오른쪽 다리 고관절이
아파서 고생이어요. 저도 병원을 가야하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갱년기증상이라 이러다 가라앉을 수도 있지 않을까싶어서.
근데 정말 엊그제부터 아주 미세하게 낫는 것 같기도하고.
프레이야님께도 그런 행운이 있으시길…ㅋㅋ

그래도 행운만 믿지 마시고 병원 가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안 을 것 같아요.
힘내십시오, 홧팅!

프레이야 2022-08-17 13:19   좋아요 3 | URL
고관절이요 ㅠ 요가나 스트레치로 매일 풀어주는 것도 도움 될 거에요.
정맥류는 2009년도에 진단받고 여태 살살 조절하며 사는데 가끔 심하게 증상 오면 엿새 정도 소염제 먹으며 지나야 풀리더군요. 늘 다리 뻗고 있을 수도 없고 에구 되도록이면 수술 피하고 싶어서요. 여기저기 고장이 슬슬 ㅎㅎ
오늘 바람이 선선하네요. 우리 몸이 중요하니 같이 홧팅입니다!!

페넬로페 2022-08-17 15: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롱이가 가면서 스텔라님의 아픔도 가져갔네요~~
다롱이가 사람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망각의 동물이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잊혀지는거죠.
올리비아 뉴턴 존도 떠났군요~~ㅠㅠ
스텔라님!
족저근막염에 어떤 치료를 하셨나요?
지인이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어 무슨 특효가 있으면 공유하고 싶네요^^

stella.K 2022-08-17 15:18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때로 망각은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게 없다면 지금도 슬퍼하고 누가 저한테 잘못한 거
잊지못해 한을 품고 그랬겠지요.

족저근막염은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풀에 나야지 않을까 싶은데요.
병원에선 치료법이 있는 걸로 선전하고 있긴 합니다만…
저는 골프공이나 테니스공을 발바닥으로 굴려주라는데
더 아프더라고요. 정 아프면 젤 타입 파스를 바르기도 했어요.
그럼 좀 났더라구요. 아주 기대할 정도는 아니구요.
아, 푹신한 실내화는 신고 계시겠죠? 별 도움이 안 되죠? 죄송하다.ㅠ


mini74 2022-08-17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올리비아 뉴튼존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제나두입니다.~ 다롱이가 보은하고 떠난건가요. 우리집 똘망이는 성격도 까칠합니다. 강아지인데 고양이같은 까칠함이 매력?! ㅎㅎㅎ 다롱이는 스텔라님 옆에서 행복했을 것 같네요.

stella.K 2022-08-17 18:09   좋아요 0 | URL
뭐 워낙에 히트곡이 많아서ᆢ피지컬도있고 그리스도 유명하잖아요.

다롱이도 까칠했죠. 걔야 뭐 지도 사람인 줄 알고 살았을 거예요. ㅋㅋ

꼬마요정 2022-08-18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족저근막염이 나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롱이가 사랑하는 스텔라님 아프지 말라고 호 해주면서 낫게 해줬나 봅니다. 다롱이 많이 행복했을 것 같아요.

키우던 동물이 떠나면 빈자리가 엄청난데 또 편하죠. 더 이상 치울 일도 밥 줄 일도 새벽에 깰 일도 없죠. 그런데 또 빈자리가 참 마음을 아리게 하고… 어려워요ㅠㅠ

stella.K 2022-08-18 10:2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정말 꼭 그런 것만 같더라구요. 개도 영물일까요?
정말 육체는 편한데 마음은 허전하지요. 근데 그게 참 나이 따라 가는 것 같아요. 체력이 좋으면 힘들더라도 감당할텐데 지금은 몸이 안 따라주니 감당할 자신이 없더라구요. 사명을 가지고 버림받은 개 돌보는 사람들 참 존경스러워요.

페크pek0501 2022-08-18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게으름을 좋아하게 됐어요. 집안 청소나 빨래를 미뤘다가 한꺼번에 해치우기도 해요.
그런데 반려견이 있으면 게으름을 즐길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은 절대 키워선 안 되지요.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에요. 공감하며 읽었어요.ㅋㅋ

stella.K 2022-08-18 14:59   좋아요 1 | URL
그래도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키워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게 또 요물이거든요. 미워할 수도 없고 좋아할 수도 없는ᆢ🤣 변훈련만 잘 시키면 손주키우는 것보단 쉬울 거예요.예비적으로 한번 키워보심도.ㅋ
힘들긴 한데 활력소가 되긴해요. 죽을 땐 마음이 아프지만 세상이 다 그런거잖아요.^^

2022-08-18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8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흐리고, 많이 선선해짐.


1.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요며칠 동안은 비가 엄청나게 많이왔다. 15년 전쯤이던가? 동네 골목에 물이 찬적이 있었다. 처음 이집을 개약했을 때 부동산 중개인은 이 동네가 평지어도 물이 찬적이 없었다고 자랑삼아 얘기했었다. 그런 줄로만 알고 살았는데 그때 그것을 보고 실소를 했다. 그래도 뭐 금방 문제 해결을 해서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때는 발목 정도 찼었다. 하지만 이번엔 거의 종아리까지 찼다. 지하에 사는 아저씨네는 물이 창문으로 들어와 일부 세간살이가 젖었다. 새삼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2. 지난 주 화요일에 신청한 책을 오늘 다 받았다. 한 권의 책을 시차를 두고 받았는데 난 내가 그렇게 신청한 줄도 몰랐다. 신청할 때 일괄 배송을 원하는가에 표시를 해야하는데 뭘 늦게 받는다는 거지? 그것도 모른 체 그냥 알아서 배송하겠지 했다. 그런데 비 때문에 먼저 보내주기로 한 책이 하루 연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늦게 보내주겠다던 책도 같은 날 받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예상은 맞았다. 저녁 늦게 도착할거란 문자다. 그런데 웬걸 문자만 그렇게 받았을 뿐 막상 받기는 이틀 후인 오늘에야 겨우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해가 지는데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내일이나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물난리 때문에 물건이 밀려 어쩔 수 없다고.


예전 같으면 화를 내거나 속을 부글부글 끊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항력의 천재지변 아닌가. 나에게 배송될 책이 잘 있는 거 확인됐으니 언제 보내주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된다. 물난리에 일가족이 집안에서 참변을 당하고, 사람이 맨홀에 빠져 죽고, 감전사 하는 마당에 좀 늦게 받는다고 어디가 잘못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택배원의 안전이 우선인 것 같다.


3.

그래서 우선 먼저 받은 책은 이것이다. 받은 즉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책은 거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란 생각이 든다. 비신앙인들은 좀 안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 좋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를 상당히 논리적이면서도 뜨겁게 외치고 있다. 


상당히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읽지는 않았지만 밑줄을 긋기 보다 안 긋기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4. 

문제의 오늘 받은 책이다. 5% 원서 발췌다. 이미 나왔고 지난 19년도에 개정된 책인데 찾는 사람도 없는지 위의 책과 같이 못왔다. 나도 이런 책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책 신청을 하려고 하다보니 우연히 발견해 무조건 신청했다. 고전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흉을 볼지도 모르겠다. 나도 원래 벽돌책 두권 가지고 있다. 영화로도 봤는데 여간해서 붙들지 못하고 있다. 하루키는 심심하면 읽는다고 하던데. 이제 이런 책 못 읽는다. 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이걸로 읽다 벽돌책을 읽을지.


5.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그리스 고전을 소개하는데 몇년 전 중고샵에서 사 놓고 이제야 읽는다. 왜 이제야 읽는가 후회하며 읽고 있다.


지난 2013년도에 나왔는데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거의 묻혀진 책일 것 같은데 정말 좋다.저자가 모 신문사 종교 담당 기잔데 문체가 정말 좋다. 간간히 사진이 들어가 있고.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6. 날씨가 선선해지니 밤에 잠자는 게 수월해졌다. 이불 덮고 자니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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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2-08-11 2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에 나온 책을 사기 전에 ‘원서 발췌’가 언급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

stella.K 2022-08-12 10:2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야 되는 거야? 출판사가 공신력 있는 곳이라
나쁘지 않겠다 싶어.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열심히 읽고 존사람되야 하는데…ㅋㅋ

mini74 2022-08-12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심심하면 읽는다고요?! ㅎㅎㅎ 그러고보면 저도 그냥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괜찮은 책이 있네요. 동화책이지만. ~

stella.K 2022-08-12 10:34   좋아요 1 | URL
어느 책에서 그랬는데 말이죠. 기억이 안 나네요.
미니님도 그런 책이 있군요.
전 아직…ㅋ

희선 2022-08-13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가 더 많이 안 와서 다행이네요 걷다 보니 지금까지는 잘 안 보이던 맨홀 뚜껑이 보이기도 하더군요 잘 안 열릴 것 같은데 비가 많이 오면, 그 안에 물이 차서 뚜껑이 열리기도 하는가 봅니다 맨홀 뚜껑 열린 곳 많았던가 봐요 물이 차면 맨홀 뚜껑이 열렸는지 안 보이겠습니다 늦게라도 책이 와서 다행입니다

stella.K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tella.K 2022-08-13 18: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오늘도 많이 온다고 했는데 아직은 많이 안 왔어요.
앞으로도 많이 안 오면 좋겠는데 말이죠.
희선님도 좋은 주말 보내요.^^

페크pek0501 2022-08-18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번의 책 카라마조프~ 는 인물들의 이름이 어렵고 길어서 읽다가 포기한 책이에요. 너무 복잡하단 생각이 들어서 흥미를 잃었는지도 몰라요. 죄와벌은 흥미롭게 읽었는데 말이죠.

stella.K 2022-08-18 15:09   좋아요 0 | URL
언니도 그러셨군요. 도 선생님이 이야기를 쓸데없이 길게 쓰잖아요. 일단 저 발췌서를 읽어 보고 더 읽을지 말지를 고민해 보도록하겠슴다. ㅋㅋ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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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몇 번째 책인지 모르겠다. 모든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저자 역시 빠지지 않는 장서가 겸 독서가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첫 책을 낸 이후 매년 한 권 내지 두 권의 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다루는 주제도 다양해 가히 전방위적이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음번엔 무슨 책을 낼까 항상 궁금해진다.


그래도 저자가 다루는 주제 중 가장 기대하게 만드는 건 역시 책에 관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한 권의 소설과 그와 관련된 인문학 책을 하나로 엮은 리뷰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고 좀 놀랐던 건 저자가 언제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저자는 전방위적 독서가인 만큼 소설이라고 안 읽었겠는가만 남자들은 보통 소설은 잘 안 읽지 않나? 나만 하더라도 독서의 시작은 소설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지금은 소설보단 에세이나 대중을 겨냥한 인문학서를 읽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소설 한 권을 읽는다는 건 뛰어난 인문학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이 경험을 '소설 인문학'이라고 했다. 나는 저자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나이 들면 총기가 떨어지는지 소설 읽기가 좀 자신없어 진다. 내가 지금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자꾸 의심하게 되고, 읽었던 걸 다시 뒤적이고,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자꾸 선택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설에 더 매달려야 한다는 걸 안다.


멋모르던 시절엔 소설 읽기에 대해 회의를 한 적도 있다. 한 번 읽고 말 걸 뭐하러 읽는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인문학을 알면 소설 읽기도 깊어진다. 그런 점에서 소설과 인문학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에서 잘 몰랐던 것을 인문학에서 해답을 얻거나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더구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자의 책들은 간결하고 깔끔하게 핵심을 전달해 지적 욕구를 채워준다.


개인적으론 '개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했을까'란 글이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먼저 아키야마 마쓰코의 <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갓>란 작품을 소개했는데(이 책은 내가 얼마 전에 읽은 <소울 메이트>와 비슷해 보인다), 우린 흔히 개가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 누구에 의해서 이런 말이 전해졌는지 그 출처를 알지 못했는데 여기서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무지개다리'라고 하는 작자 미상의 시에서 전해졌다는 것이다. 앞부분만 잠시 살펴보면,


천국 바로 앞에 걸린 '무지개다리'

이 땅에 있는 누군가와 특별한 사이였던 동물들은,

멀리 여행을 떠난 뒤, 이 다리로 향합니다.

다리 건너에는 초원과 언덕이 펼쳐져 있어,

누군가에게 있어 특별한 '파트너'였던 동물들은,

같이 뛰고 장난도 치며 놀고 있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듬뿍, 햇살이 내리쬐면,

모두가 모여 따뜻하게 누워 쉽니다. (207p~ )


내가 유독 이 챕터를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개를 오래도록 키웠었고 다롱이를 무지개다리로 보낸지 이제 1년이 되어오는 시점(정확히는 이달 15일이다)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도 녀석만 생각하면 코끝이 아리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녀석은 정말 무지개다리 건너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런데 이런 시를 지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미상의 시인이 있었다니 새삼 위로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책은 인간이 언제부터 개와 친해졌는가를 묻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렇게 오랜 세월 개를 키워왔으면서 한 번도 이것에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저 아는 건 늑대가 조상이란 정도? 지면상 길게 쓸 수는 없고, 저자는 콘라트 로렌츠가 쓴 <인간은 어떻게 개와 친구가 되었는가>란 책을 소개하면서, 개의 조상은 자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읭? 그건 전혀 새로운 사실이다. 인터넷 지식백과 나무위키를 보니, 자칼은 여우와 늑대를 섞어놓은 승냥이과 동물이란다. 그렇다면 이 개라는 동물은 그 조상이 한 가지로만 특정할 수 없는 소위 말하는 '잡종'이겠다 싶다.


이 책에 의하면, 개와 사람이 친해지는 데는 생각 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옛날 (거의 선사시대를 의미하지 않나) 인간이 고기 한 점 먹기도 어려웠던 시절 어느 날 멧돼지 고기를 구워 먹는데 누군가 정신이 나갔는지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개에게 무의식적으로 한 점을 던져줬단다. 그것은 인간이 개에게 고기를 줄 줄 몰라서가 아니다. 한 놈에게 그걸 던져주면 더 많은 녀석을 불러들여 어떠한 통제 불능의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어서다. 또한 사람 먹기도 부족한 것을 짐승에게까지 주냐며 공분을 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 이후 사람은 고기를 넉넉히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먹다 남은 고기나 뼈를 개에게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들은 그것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보호해 줬고, 공생관계가 가능했다고 한다. 놀랍잖나? 


그런데 개인적으론, 뭔가 책 제목이 좀 불만스럽다. 무엇보다 제목이 좀 얄밉지 않나? (저자에겐 좀 미안하지만 웃자고 하는 말이다. 용서하시길.ㅠ) 솔직히 나이 4, 50이 되어도 책을 못 읽거나 안 읽는 사람도 많을 텐데 뭔가 모를 괴리감 같은 게 느껴질 것 같다. (이런 경우 저자의 의도보단 출판사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독서 세대론을 부각시킨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마흔에 읽는 동양 철학 시리즈 같은 거 말이다. 그건 정말 양날의 검이란 생각이 든다. 왠지 마흔둥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마흔이 아직 안 됐거나 50줄 타기 시작한 사람은 별로 손이 안 갈 것 같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일부를 제외하곤 책을 잘 안 읽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40줄 타기 시작하면 노안이 오기 시작한다. 40대 인구가 타인구에 비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도 않고. 물론 불혹이라고 해서 나이에 대한 자각이 책으로 이끌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될까.


아무튼 그래서 또 쉰둥이들을 위한 책이 나오기도 하지만. 40에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50에 읽을 리 없지 않는가. 더구나 이 책은 오십에 책을 읽기로 하고 그 나이를 두 번 그러니까 100세가 돼야 한 번 읽을 것 같다. 더구나 제목이 그래서 나는 저자가 독서 노하우나 독서론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다른 제목이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움이 든다. (살짝 치곤 너무 적나라했나? >.<;;)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고, 늦은 때가 가장 이른 때라고 하지만 유독 독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독서 습관은 한 해라도 젊었을 때 들이고, 책은 조금이라도 눈이 좋을 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력이나 집중력도 예전만 같지 않다. 오십은 오히려 독서를 잘 해왔던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책에서 멀어지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실제로 난 얼마 전 한 달 정도 책을 안 읽은 적이 있다. 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읽으면 머리가 텅 빈 것 같고 내가 나한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는데 얼마나 편하던지. 내가 이럴 수도 있구나 새삼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전, 알고 지내는 번역가 한 분이 자신은 요즘 책도 안 읽고 리뷰도 안 쓰는데 그게 너무 편하고 좋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는데 정말 이해가 갔다. 지지난 달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역시 다시 예전처럼 책을 읽고 있다는 걸 알았고, 나도 다시 붙들긴 했지만 한때 있을 수 있는 독서 사춘(추)기 쯤으로 해두자. 그리고 다시 붙드는 데는 이 책의 공이 컸다.


10대 초반부터 책을 읽어 왔고 여전히 좋아하지만 갈수록 독서보단 책이란 물성을 더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빈틈을 다른 것이 메운다. 이를테면 영화나 드라마, 교양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갈수록 눈도 나빠지고 버팀력도 떨어지는데 무엇으로 나의 독서를 세워 갈까 가끔 고민 아닌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책을 선택하는 시야도 갈수록 좁아지는 것 같고. 그때 누군가는 이러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독서는 계속해야 한다고 틈만 나면 느슨해지는 나의 그 알량한 독서에 도끼질이든 채찍질이든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이는 현재를 즐길 줄 모른다. 50이면 금방 60 된다고 발을 동동 구르게 할 뿐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독서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책은 오래전에 읽었는데 리뷰는 이제야 쓴다. 그동안 계속 붙들고만 있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덥기도 하고, 제목이 자꾸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위에서 말한 딴짓도 해야 하고 해서 쉬 쓰질 못했다. 그러던 중 문득 10대 시절 우리 옆집에 살던 노부부가 생각이 났다. 얼핏 보기에도 60대 중반은 넘어 보였는데 꽤 교양 있어 보였더랬다. 그렇지 않아도 할아버지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무슨 식자층으로 은퇴를 했다고 들은 것 같다. 난 그 노부부가 참 좋아 보였다. 막연히 지식인이어서가 아니라 할머니와 함께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부지런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이다. 말 한 번 제대로 섞어보지 못했고, 그때 난 늙을 때를 생각하기엔 너무 젊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늙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나 어렸을 땐 책 읽는 중년, 노년이 흔치 않았다. 하지만 내가 늙을 땐 많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노년이 되었으면 한다. 또 그렇게 같이 늙어 갈 책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들과는 무슨 얘기를 하게 될까. 그러기 위해 앞서한 푸념은 푸념으로 남기고 어제처럼 오늘도 책을 읽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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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1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8-10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문학과 인문학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한 독서였달까요? 조만간 저도 리뷰를 쓰야 하는데 지금 도서관 반납해야 하는 책이 너무 재밌어서 리뷰를 미루고 있네요. ㅎㅎ 제목은 저도 좀 불만이네요. 인문학과 문학을 잇는 뭔가 좀 더 근사한 제목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굳이 오십이란 나이를 강조할 필요하 전혀 없는 내용이었어요.

stella.K 2022-08-11 15:24   좋아요 1 | URL
이책의 저자님께서 점점 인기작가가 되가시나 봅니다.
리뷰나 제법 많이 쌓였더라구요.
바람돌이님 리뷰 쓰시면 엄청 나겠는데요? ㅎ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기란 참 쉽지 않은가 봅니다.
출판사의 고민도 참 크겠어요. 제목이 반인데…

기억의집 2022-08-10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천운이죠. 저는 아직 눈이 괜찮아서 종이책 전자책 다 읽을 수 있는데 남편이나 언니가 잘 안 보여 안경을 만지작 거리며 눈을 위로 뜨면서 글자 볼 때마다 아 나도 이제 얼마 안 난았겠구나 싶어요. 저는 일했을 때도 꾸준히 읽었는데.. 일주일 이상 책을 안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어요. 로렌츠의 인간은 어떻게 개와 친구가 되었는다 라는 책에서 친구자 빠졌어요. 저는 로렌츠의 책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요. 개의 조상이 늑대가 아니고 자칼이었던가요!!!

stella.K 2022-08-11 15:16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저도 비교적 노안이 늦게 온 편인데 안경 쓰기 시작하니까
정말 불편하더군요. 누워서 책을 보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요.
물론 정 불편하면 그렇게도 하지만 한 두 페이지나 읽을까요?ㅠ
눈을 잘 지켜주세요. 그래야 천운도 잘 지켜질수 있습니당~^^

희선 2022-08-11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개다리라는 말 누군가 쓴 시에 나왔군요 그 시가 있어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네요 무지개다리, 말은 예쁜데 슬프기도 하네요 곧 15일이네요 다롱이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서 지금도 생각나겠습니다 앞으로도 떠오르겠네요

요즘은 책 제목에 나이를 붙일 때가 많군요 예전부터 나왔군요 그렇게 하면 책이 잘 팔릴지도 모르죠 정말 이 책 제목은 출판사에서 그렇게 하자고 했을 것 같네요 소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를 알 텐데, 그렇게 못 볼 때가 더 많습니다 여전히 이야기를 보는... 역사나 예술을 잘 알면 재미있는 소설도 있지요 그런 거 몰라도 소설은 재미있지만...


희선

stella.K 2022-08-16 13:42   좋아요 1 | URL
사람이 죽은 것만 같겠습니까만 사랑을 줬던 미물이라 쉽게
잊혀지지 않네요.

소설은 쉽게 읽히는 것도 많지만 어려운 것도 많더라고요.
인문학적 지식을 요하는 것도 많고.
희선님도 기회되시면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22-08-16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롱이가 떠난 지 일 년 되었군요 어제.
생각이 많이 나겠어요 아직은. 더 많이 시간이 흐르면 좀 잊혀지려나요. ㅠ 요새 울집 냥이가 저한테 딱 붙어서 잠을 자요. 새벽에 깨서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생명이 짠해서.

stella.K 2022-08-16 13:51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고맙습니다. 그래도 뭐 처음 보다는 낫습니다. 작년 이맘 땐 정말 많이 슬프더라구요. 냥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래야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섭섭하답니다.
근데 다시 키우라고 그러면 못 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본 노인은 로봇 강아지 키우고 그러나 봐요.ㅋ

프레이야 2022-08-16 14:54   좋아요 0 | URL
ㅎㅎ 털은 안 날리겠네요
감촉이 어떨지…

stella.K 2022-08-16 15:00   좋아요 0 | URL
그도 그렇지만 개집사 노릇 안 해도 되잖아요. 얼마나 손이 가는지. 그걸 좋다고 20년 가까이 했으니. 이젠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 나이가 됐어요.🤣
 

약간 흐리고, 무더움 


1. 오늘 헤어진지 20년도 더 된 친구와 카톡을 했다. 

교회 청년부 때 만나 30 전후로 결혼들을 하고 언제 헤어진 줄도 모르게 연락이 끊어진 친구가 한 둘인가. 그래도 나를 포함해 셋이 단톡방을 만들고 그중 한 친구가 이 친구의 연락처를 안다며 초대를 해 네 명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게 다 카톡의 저력이다.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수위 안에 드는 것 중 하나가 카톡 아닐까. 


우리들 말고도 청년부 또래 모임을 주름 잡았던 몇명의 자매들이 더 있는데 그들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친구의 프사를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싶다. 그래도 이목구비 윤곽은 옛 모습 그대로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던가. 그때도 조금만 웃을 일이 있으면 까르르 웃기도 잘 했던 것 같다. 다시 만나 그동안 살아 온 얘기와 그 시절의 추억을 불사르고 싶다. 그래도 당장은 어렵고 일단 여름은 지나가야겠지. 

 

2. 요며칠은 정말 더위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말 더위 먹을 것만 같다.

내가 더위 먹는단 말을 처음 들었던 건 초등학교 4학년무렵이었던 것 같다. 여름에 비실비실 병든 닭처럼 있으니까 엄마가 더위 먹은 것 같다고 했다. 그 표현이 참 묘하긴 하다.    


도시에 살면서 에어컨이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고 필수품이 된 세상에 더위 먹었다면 누가 믿겠나? 그래도 여름이면 온열질환자는 꼭 있어왔고 그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딱히 에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아 선풍기로 버티는 중인데 그것도 한계다 싶다. 살고 있는 집이 서향인지 오후 늦게 해가 넘어갈 때면 뜨겁게 달궈지는지라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틀고 있다. 그러면 더위로 축 늘어진 내 몸도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지구를 생각하면 에어컨도 덜 트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것을 실천할 인류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빨리 가을이 와서 먹은 더위 토해내라고 하면 좋겠다.   


조금만 버티자. 안 그래도 주일이 입추고, 광복절이 말복이다. 언제나 그렇듯 23일이 처서고. 정신 차리고나면 가을이고 겨울이 얼마남지 않으며 그러다 보면 올해도 어영부영 갈 것이다.   


3. 오늘 다누리호 발사가 성공한 날이다. 오전 8시8분 무렵이다. 그걸 생중계로 보여줬는데 나는 밥순이인 관계로 하필 그 역사적인 순간을 보지 못하고 쌀 씼어 밥을 앉히고 있었다. 조금 늦어도 되는데 무슨 정신인지. 과학에 약한 자의 비애쯤으로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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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05 2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친구들과 20년만의 연락이라니 얼마나 반가우셨을까요^^*
요즘 더운데다 습해서..저는 거의 매일같이 장마 끝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stella.K 2022-08-05 21:49   좋아요 3 | URL
미미님. 장마 끝났어요. 지지난 주에. ㅋㅋㅋ
이젠 태풍을 주의해야 합니다.10월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죠.
더위 보단 습도가 사람을 더위 먹게 하는 것 같아요.

나이드니 옛 사람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에 대해 연연해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입죠.
내친김에 다른 친구도 만나고 싶어지네요.^^

책읽는나무 2022-08-06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더위 속 반가운 소식이었겠습니다.
20 년만의 친구와의 소식이라니...^^
나이 들수록 서서히 친구들과의 소식은 끊어지고, 현재의 관계 속 친구들만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서향집이시라면...오후엔 죽음이시겠군요?ㅜㅜ
저는 서향집 위력을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아...주방이랑 작은방이 서향인데...암막 커텐 치고 아무리 묘수를 내도 답이 없더군요.
특히 주방쪽으로 해가 잠깐이라도 들어올땐 음식 하기가 싫을 정도에요. 넘 더워요ㅜㅜ
에어컨 틀어도 저쪽까지 바람이 잘 안가니 어젠 제사 음식 한다고 정말 에어컨과 선풍기까지 하루종일 끼고 있었네요ㅜㅜ
집에서 밤낮으로 틀긴 처음이어서...이러다, 세상이 어쩌려나? 싶기도 하구요. 딸램은 며칠 전부터 이제부터 쓰는 에너지는 후손들이 쓸 에너지를 땡겨 쓰는 것이라고 귀띔 해주는데 더 심란하더군요. 날은 넘 습하고 더운데 어떻게 더위를 견뎌야 할지?? 해가 갈수록 더 더워지는 것 같아 문제에요.
작년보다 올 여름이 더 더운데?? 이 생각을 해년마다 늘 하고 있어요ㅋㅋㅋ

stella.K 2022-08-07 19:23   좋아요 2 | URL
저도 정확히는 잘 몰라요. 말씀처럼 서향집의 위력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제 방 창문에서 보면
해가 넘어가고 있거든요. 여름 오후만 되면 주방과 제 방은 늘 후끈하죠.
반대쪽에 있는 거실에 비해. 이게 저희집의 비애입니다.ㅠ
책나무님도 고생이 많으시겠어요.ㅠ
지난 2, 3년은 그래도 좀 견딜만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좀 힘드네요.

blanca 2022-08-06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친구들과의 재회 축하합니다. 제 친구도 보니 요새 청년부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청춘에 신앙 생활을 함께 한 추억은 뭔가 특별해 보여요. 그리고 더위....아, 힘든데 또 한 살 더 먹을 거 생각하면 또 가을 오는 것도 싫고 양가 감정 드네요. ㅋㅋ

stella.K 2022-08-06 16:1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사실 그 시절 청년부가 저에겐 좀 안 맞았어요.
그런데 청년부 안에 또래 모임 그러니까 같은 해 태어난 사람끼리
모이는 소그룹 모임이 있었어요. 제가 한동안 그 모임을 좋아했죠.
덕분에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지금 생각해도 제가 그러길 잘했구나 해요.
안 그랬으면 이렇게 나이들어서 외롭지 않았을까해요.

저도 같은 생각이어요. 정말 한 해는 여름만 지나고 나면 금방 한 해가 가는 것 같아요.ㅠ

cyrus 2022-08-06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카오스토리 덕분에 군 입대 이후로 연락하지 못한 친구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저보다 먼저 입대했고, 몇 달 후에 제가 입대했으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어요. ^^

stella.K 2022-08-06 16:11   좋아요 1 | URL
와, 반가웠겠다. 카톡이란 게 신기하더군. 사람도 다시
만날 수 있게해주고. 반대로 사람이 죄짓고 살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도 들더군. 사람이 한을 품으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 복수하겠다고 하잖아. 그게 가능하겠더라구.
사람은 고저 차가게 살아야 해.ㅋㅋ

희선 2022-08-07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분과 연락하게 돼서 좋으셨겠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얼굴까지 볼지도 모르겠군요 그날이 와야 할 텐데... 코로나19 재유행이 수그러든다는 말도 있더군요 미국엔 원숭이두창 많다고... 그런 것도 사람 때문일 텐데, 이러다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거 아닐지...

stella.K 님 더위에 건강 나빠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희선

stella.K 2022-08-07 18:55   좋아요 0 | URL
네. 여름 지나고 조만간 만나기로 했으니 그렇게 될 겁니다. 고마워요.
원숭이두창은 아는지 모르겠는데 에이즈나 남성동성애자에게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희선님도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 아직 여름은 많이 남은 듯한데 왠지 올 여름은 한 번도 못해 보고 지나갈 것만 같은 일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냉커피와 팥빙수를 먹는 일.

지금까지는 해마다 여름이면 이 둘을 먹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못 먹었다. 뭐 팥빙수야 좋아하긴 하지만 살찔 거 생각에서 한 두번 먹는 게 다고, 그래도 냉커피는 자주 먹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하고 있다. 커피를 하루 두 잔으로 줄인 탓일까?


말에 의하면 아이스커피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무슨 나란지 두 나라 정도 밖엔 없다고 한다. 문제는 그 나라가 어느 나란지 지금은 기억에 없다. 암튼 그걸 알고 뜨아스럽긴 했다. 아니 이 더운 여름 날 커피를 차게 먹을 생각을 못하고 있는 나라가 그렇게 많다니...


2. <나의 아저씨>를 감동적으로 봐서 기대를 가지고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있긴하다. 이 두 작품의 작가는 같은 사람이다. 아, 근데 너무 기대를 많이했나? 지금까지 9회를 봤는데 끝까지 볼 수 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밥 먹는 장면과 술 쳐 먹는 장면이 드럽게 많이 나온다. 밥 먹는 장면은 용서할 수 있다. 일상은 중요하니까. 하지만 언제나 술 먹는 장면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술은 일상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 술 먹는 장면을 굳이 제외시키지 않는 것은 소주의 도수가 낮아지면서 거의 음료에 가까운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논리라면 언젠가 담배 피는 장면도 다시 부활하지 않을까. 담배도 도수를 적용하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바꾼다면 말이다. 웃기는 논리다.  


이 작품엔 다들 사랑에 실패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찌질이들만 나온다. 생각해 보면 연애만큼 가성비 떨어지는 게 또 있을까? 성공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면서 사람은 그것을 기어이 한다. 사랑이 언제나 갈 것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리고 그게 나빠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고 인생인 걸 뭐 어쩌라고? 매미도 7년을 애벌레로 있다가 그 여름 한철 그리 시끄럽게 울다가 죽는다잖나. 그게 생인 것이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찌질하지도 않다. 그러면된 거 아닌가.


근데 어쨌든 드라마는 재미가 없다. 그 대단하지 않은 인생을 드라마에서까지 곱씹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래도 손석구는 좀 괜찮은 구석이 있는 배운 것 같긴하다. 

아, 걷는 장면도 많이 나오긴 하는데 그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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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2-08-03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이 사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요? ㅎㅎㅎ

stella.K 2022-08-04 10:15   좋아요 0 | URL
그런가? 난 한파엔 안 먹어봐서ᆢㅎ 하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나란데 뭐는 못하리...ㅋㅋ

페크pek0501 2022-08-05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스커피는 몇 번 사서 마셔 봤는데 팥빙수는 먹어 보지 못한 채 여름이 갈 것 같네요.
두 나라밖에 없다는 게 의아하네요. 아이스커피 아메리카노가 얼마나 구수한데요...
여행 가서도 스벅에 줄을 서서 테이크아웃으로 아이스~를 사 마시곤 했어요. 스벅이 얄밉긴 한데 그 맛에 중독되었는지 자꾸 찾게 돼요.

추신) 님의 서재 위에 있는 높은음자리표가 보기 좋네요.^^

stella.K 2022-08-05 13:45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완성형 스킨에 이게 있어요.
지금까지 글 쓰는 부분에서까지 색깔이 들어가는 것이
좀 부담이 되는 것 같아 안 썼는데 회색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선택했습니다. 괜찮죠?^^
아, 그러고 보니 언니 프사 다시 예전 걸로 돌아왔네요.ㅋ

그러니까요. 아이스커피는 어느 나라나 있는 줄 알았어요.
짜파구리도 그렇고 먹는 건 우리나라가 좀 앞서는 것 같아요.ㅎㅎ

레삭매냐 2022-08-05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밥 이야기를 들으니,
예전에 힛트치던 어느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에 꼭 자신이 쓴
드라마에 밥 먹는 장면을 넣었
다는 썰이 기억나네요.

술 타령의 기원을 좇아 보면
그 장면을 대체할 만한 다른
일상을 찾을 수가 없어서가 아
닐까 추정해 봅니다. 사실 술자
리 설정이 작가로서는 쓰기도
쉽구요 :>

오늘 점심에도 션한 라떼이를
한 사발 들이켰습니다.

stella.K 2022-08-05 14:2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취중진담이라고 뭔가 마음속의 썰을 풀어야 하는데
맹숭맹숭 할 수는 없으니 그런 걸 되풀이 하는 거겠죠.
더구나 소주는 진심 서민의 술 아니겠습니까?
근데 웬지 저는 박해영 작가를 좋아하는 것도 여기까지지
싶습니다.
서사가 있고 대사를 쓰는 것과 대사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서사를 생각하면 결국 밑천이 바닥났다는 걸
드러내는 건데 저는 작가에게서 후자가 보이거든요.
대사 하나 잘 썼다고 좋은 작가가 되는 건 아닌데 말입죠.

션한 라떼이 한 사발. 잘 하셨네요.ㅋ
이 더운 날 그런 낙도 없으면 어찌 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