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otoven > 물랭루즈


 

화려한..
아름다운..
순수한..
애절한..
기묘한..
열정적인..
부러운..
감각적인..

물랭루즈.


제목 : 물랑 루즈 (Moulin Rouge, 2001)
감독 : 바즈 루어만
출연 : 이완 맥그리거, 니콜 키드먼, 존 레귀자모, 짐 브로드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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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5-1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군요...ㅎㅎ "빨간 풍차" 상상하며 클릭했답니다. ^^

비로그인 2004-05-2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영화가 가득 있어 반갑네요...정말 좋은 영화예요..대사들을 다시 보니 다시한번 영화를 보는듯^^

stella.K 2004-05-2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드디어 저의 서재에 와 주셨군요. 그동안은 설박사님하고만 가끔 대화했었는데. 이렇게 두분은 다 알게되서 영광입니다. 종종 들려주세요.^^
 

'블루스'에 담긴 흑인들의 고단한 삶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감동 잇는 음악 다큐


쿠바 음악 거장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여전히 감동적인 이명(耳鳴)으로 간직하는 당신에게 날아온 또 하나의 선물.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The Blues-The Soul Of A Man·14일 개봉)은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이어 또다시 내놓은 신작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마틴 스코세지가 총지휘한 7편의 기록영화 프로젝트 ‘더 블루스’ 중 한 편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B.르누아르 등 초기 블루스 거장 3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밀리언달러 호텔’ 등 빔 벤더스 대표작들이 하나같이 영화음악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었음을 떠올리면 그의 연이은 음악 다큐멘터리 작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벤더스는 흑인들 삶의 고난으로 빚어낸 음악이 바로 블루스임을 강조한다. 앞을 못 보는 블라인드 윌리 존슨은 “고통은 곧 끝나리라. 슬픔에도 끝은 있나니”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스킵 제임스는 “다시는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으리”라고 떨리는 음성으로 외치고, J.B.르누아르는 “가난하게 살아온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가난은 더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네”라고 관조적인 음색으로 읊조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왜 하필 흑인 음악의 장르 명칭이 ‘블루스’(우울)이고 ‘소울’(영혼)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고통은 승화되고 응축될 때 별이 될 수 있다.

1977년 우주여행을 떠난 보이저호에 실렸던 블루스 명곡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간 벤더스는 다큐멘터리의 좁은 형식적 울타리를 벗어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적극 표현했다. 블루스 거장들의 기록 영상을 이어붙이고 그들에 대한 인터뷰를 늘어놓는 흔한 방식 대신, 그는 20세기 초반에 사용되던 수동 카메라로 재현 장면을 촬영한 뒤 낡은 레코드판으로 남아 있는 음악과 붙여내고, 예전 거장들의 노래를 오늘의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해서 무대에서 연주하고 부르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음악이 대화하는 듯한 독특한 효과를 빚어냈다. 젊은 천재 벡으로부터 루 리드, 닉 케이브, 보니 레이트, 카산드라 윌슨 등 그 이름만으로도 소(小)장르의 역사를 쓸 수 있는 대가들이 대거 등장해서 노래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음악이 시간을 뛰어넘어 얼마나 긴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지 웅변한다.

음악이라고 영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인간이 만든 것으로 우주를 가로질러, 미래 저편 너머로, 가장 멀리까지 가닿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음악일 것이다.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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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왜 이리도 아리게만 느껴지는가...
또 부끄럽게만 느껴지는가...
그리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가... 한 없이.........



 

 

 

 

 

 

 

 

 

 

 

 

 

미는 것과 당기는 것.....

미는 행위에는 자기 앞 쪽으로 몰아, 내지는 쫓아 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당기는 행위에는 짐을, 사람을 계속 자기 쪽으로 가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옷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한 명의 시녀....모델.

무대 뒤켠에서, 뒷모습으로 .....그녀는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수줍다.

추위를 타고 겁이 많다.

그래서 세상의 첫날처럼, 세상의 마지막 날처럼..

아주 조금씩만 앞으로 나가본다.

 

 

 

 

 

 

 

 

 

 

 

 

 

 

 

 

 

 

 

 

어른들은 대체 무얼 보고 있기에 저리도 심각한 것일까?

그 무슨 세속적인 구경 거리에 그토록 절박하게 붙잡혀 있기에...

그들은 오직 하나뿐인 중요한 것을,

잊혀지고 무시당하고 버림받는 저 어린 천사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사랑과 돛단배....

키스하고 있는 남녀...

전경의 작은 돛단배....

이 돛단배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사하라....

어린이들의 입술들은 오랜 입맞춤을 갈구하며..

그들의 입은, 자양과 신선한 수분을 공급하는 젖을, 막무가내로 찾는다.... 

그들은 한 방울의 물에도 납작 엎드려 경배한다.....

 

 

 

 

 

 

 

 

 

 

 

 

 

 

 

 

 

 

 

인간의 눈과 코는 앞 쪽을 향해있는데, 귀는 옆을 향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았는가?

 


 


 

 

 

 

 

 

 

 

 

 

 

 

 

 

 

바다와 어머니....그 비밀스런 친화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하나뿐인 영상.

 

 

 

 

 

 

 

 

 

 

 

 

 

 

 

 

 

 

 

할머니, 땅에 떨어뜨린 젊을을 줍기 위해서인가요?

아님, 등을 짓누르는 세월의 무게 때문인가요?

네?? 허리를 그렇게 구부리시고 가는 이유가 뭔가요?

 

 

 

 

 

 

 

 

 

 

 

 

 

 

 

 

 

 

 

우정....널 감싸 안는....

 

**** <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글. 에두아르 부바 사진,  현대 문학,  2003.3..............에서

이미지는 <뒷모습>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며, 글은 원 텍스트를 바탕으로 하되,  내용을 수정, 첨가한 부분도 일부 있음을 밝혀 둡니다.  

 

개인적으로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사진을 바탕으로 한 미셸 투르니에의 텍스트와 "뒷모습"이라는 영원한 화두가 던져 주는 매력에 이끌려 가끔씩 들춰보곤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뒷모습"에 관한 나의 생각....아래의 사진과 그에 덧붙일 짤막한 몇 문장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일체의 가장도, 허식도 없어야 할 뒷 모습...

그래서 가장 나다워야 할 뒷모습...이거늘..

어릿광대는 뒷모습마저도 우스꽝스러워야함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어릿광대는 웃음을 팔고.....눈물을 삼키겠지...

앞모습....그러나 뒷모습.....

뒷모습.....그래서 앞모습.....

                                       ------------냉.열.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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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콜렛

줄리엣 비노쉬가 나오는 프랑스 영화. 어느 날 프랑스의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마을에 어느 한 여인이 초콜렛 가게를 열면서 마을이 일대 파란(?)을 격게된다. 그 마을은 알고보면 종교적 분위기를 가장한 억압과 위선 속에 사는 마을이다.

바로 초콜렛이 이 위선과 억압을 까발리며 동시에 치유한다. 어찌보면 페미니즘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영상미학이 뛰어나다.

 

2. 고스포드 파크

좀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제목이 확실히 맞는지 모르겠다.

탐정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어느 부자가 사냥을 즐기기 위해 자기가 아는 친척, 친지들을 다 모은다. 그들에게 딸린 하인까지. 그곳이 일명 고스포드 파크.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인간군상들을 보여준다.

바람난 여주인. 겉으론 고상한 채 하지만 뒤에서 자기가 데리고 온 하녀에게 사람들의 온갖 흉을 다 보는 여주인의 고모인지 숙모인지 하는 할머니. 그 안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하녀. 하인을 가장한 작가. 나중에 그 정체를 알고 하인들의 세계에서 수모를 당한다. 그러고 보면 그 세계도 꽤 자존심 강한 세계다. 어련할까? 배경이 고풍스런 영국인데. 하인끼리 눈이 맞아 욕정을 나누기도하고, 창녀를 자처한 하인도 있다.        

어쨌든 영화가 참 인상적이다. 영화의 결말은 그 성의 주인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살해를 당한다. 그리고 사복 경찰관이 오고 뭔가 사건의 해결을 보여주려나 했는데 등장인물들을 다 해산시킨다.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뭐 이런 게 다 있담.

그러나 감독은 여느 탐정영화처럼 누가 죽였는가? 왜 죽였느냐를 추적하지 않는다. 단지 그 성에 모인 사람들의 인간군상을 그럴 듯하게 그러나 아무런 흥미나 자극없이 빼어난 연출력으로 보여준다. 등장인물의 대사도 특별히 튀거나 인상에 남을만한 대사는 한마디도 없는 듯하다. 참 그렇게 쓰고 그렇게 연출하기도 쉽지 않은데, 보고난 느낌은 잔잔한 여운만 남는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피한방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감독의 연출이 얼마나 절묘한지 말 다했지 뭐.

 

3. 남자태어나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거의 극찬해 마지않아 지난 어린이 날 tv를 통해 본 영화다. 나는 영화평론가의 말은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좀 믿어주자 해서 본 영화다. 근데 정말 좋은 영화다. 제목만 들으면 찐짜 남자가 되는 게 뭔지를 보여주겠다고 허세 부리다 결국 또라이짓이나 하고마는 걸 보여주 그렇고 그런 영화일 것도 같지만 전혀 아니다. 영화는 정말 순수하고 진지하고 동시에 재미있다.  왜 이런 영화가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는지 모르겠다. 인물도 탄탄하고 조연들 또한 tv에서 한 조연한다는 사람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라 너무 괜찮았다. 

그 영화는 확실히 주인공 세명의 남자아이들이 권투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서 좋다. 오히려 그랬으면 영웅담이 되었을 것이다. 감독은 그런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삶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사회는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규정된 이미지가 있다. 그것을 배재하고 그 나이 또래가 격을 수 있는 아픔과 희망, 좌절과 절망, 열등감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난 이런 영화를 만들 줄 아는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위의 세 작품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 밖에는 해 줄 말이 없다. "그냥 일단 한번 보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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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셋다 안봤는데요...^^;; 초콜렛은 제목을 많이 들어본 거 같아요. 다음에 한번 보도록 하겠숨다~ ^^

겨울 2004-05-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렛, 줄리엣 비노쉬란 여배우의 나이듦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구요,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페미니즘 영화가 더불어 생각나네요. 조니 뎁은 여전히 근사했지만 줄리엣의 그늘에 그 카리스마가 묻혀 아쉬웠다는... 고스포드 파크는 두 번이나 시도했다가 결국 감상에 실패한 영화인데 몹시 피곤한 저녁에 관람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영화였어요.^^

stella.K 2004-05-10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님 말씀이 맞아요. 조니 뎁이 비노쉬의 연기에 좀 묻혔죠.

호밀밭 2004-05-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렛과 고스포드 파크는 보았는데 남자 태어나다는 보지 못했네요.
고스포드 파크는 배우들도 화려하고, 결말도 신선해서 좋았어요. 하룻밤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초콜렛은 항상 우울할 때 보곤 하는 영화예요. 조니뎁의 영화들은 현실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가장 일본적인 영화에서 '우리'를 만나다
오즈 야스지로 특별전 부산과 서울서
‘동경이야기’ ‘부초’ 등 17편 모아 상영
‘자연 안에 존재한 인간의 미약함’ 담아



▲ 일본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오즈 야스지로. 그의 작품 17편을 한데 모은 회고전이 부산과 서울에서 연이어 열린다.
‘오즈 야스지로 특별전’이 ‘시네마테크 부산’(8일~23일)과 서울 ‘하이퍼텍나다’(28일~6월10일)에서 연이어 열린다. ‘동경 이야기’ ‘부초’ 등 모두 17편이 상영되는 이번 회고전은 일본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손꼽히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이름이 일본 바깥으로 본격적으로 퍼져 나간 것은 1970년대나 되어서의 일이었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1950년대 초반부터 이미 국제적 신망을 얻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3대 거장 가운데 하나인 오즈의 진가가 사후에나 국제적으로 드러난 것은 꽤 늦은 셈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오즈의 영화가 서구인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일본적이기 때문에, 그래서 제대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도 여전히 오즈라고 하면 가장 일본적인 영화감독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 동경이야기
역동적인 이야기 전개와 그에 어울리는 동적인 영화 스타일을 구사한 구로사와가 서구적인 일본 영화감독이라면, 치밀하게 균형 잡힌 형식을 빌려 작은 이야기를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준 오즈는 일본적인 일본 영화감독이라는 것이다. 사실 오즈를 두고 무턱대고 일본적이라고만 정의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여하튼 그가 영화사의 그 어떤 감독들의 것과도 구별되는 독자적이고 매혹적이며 아름다운 세계를 구축했다는 데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오즈의 영화들을 두고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는 영화사에 존재하는 신성한 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 이어 다시 한번 그 보물들과 만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 꽁치이야기
오즈의 세계와 마주하는 순간 아마도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세계가 구성되는 독특한 방식일 것이다. 오즈는 통상적으로 눈높이라고 여겨지는 것보다 낮은 위치에다가 카메라를 배치했다. 그는 그 같은 ‘오즈의 시선’으로 시각적 아름다움과 표현의 효과가 돋보이는 구도를 만들어내고는 보는 이들을 손님으로 자신의 세계에 정중하게 초대했다. 오즈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카메라의 움직임을 비롯한 다른 수사적인 테크닉들은 거의 필요가 없었다. 그는 엄정한 시선만을 가지고서도 풍경과 표정과 감정을 스크린 위에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오즈는 금욕주의가 하나의 풍성한 영화미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위대한 영화감독이었던 것이다.


▲ 부초
오즈는 종종 자신을 ‘두부 장수’에 비유하곤 했다. 두부장수가 공장에서 똑같은 모양을 한 두부를 만들어 팔듯이, 자신은 동일한 형식과 이야기를 가진 영화로부터의 변주를 해가며 영화를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늦봄’ 이후 오즈의 영화들은 거의 바뀌지 않는 형식으로 유사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줬다. 이를테면 ‘늦봄’에서 다뤄진, 딸을 시집보내고 쓸쓸히 홀로 남게 되는 부모의 이야기는 ‘가을 햇살’과 ‘꽁치의 맛’에서 되풀이되곤 했던 것이다. 오즈의 후기 영화들은 이처럼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갈등과 문제들을 다룬 ‘홈드라마’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오즈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동경이야기’처럼 그의 홈드라마는 전통적인 가족이 막 붕괴되기 시작하던 당시의 일본사회를 반영한다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그것에는 부모 자식 사이의 소원해져 가는 관계나 늙어간다는 것 같이 보편적인 울림을 가진 이야기들이 절제를 지키면서도 효과적으로 담겨 있기에 그 사회 역사적 맥락을 벗어난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가 있었다. 한편으로 오즈 영화가 갖는 보편성의 근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동경이야기’는 겉보기로는 가족상의 변화를 다룬 영화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아래로는 시간과 인생이 흘러간다는 것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라는 또 다른 면모가 숨어 있다.

그처럼 오즈의 영화가 사실 다루고자 하는 것은 단지 결혼과 늙음이란 현상이 아니라 그처럼 자연의 사이클 안에 위치한 인간이란 존재의 미약함 쪽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일본적이라고 하는 오즈의 영화가 우리 같은 후세의 ‘외국인’의 마음을 여전히 깊이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닐까.

(홍성남·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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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5-0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나왔을 무렵의 인터뷰에서 오스 야스지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8월의 크리스마스도 그런 분위기라고 했었는데 볼 기회가 없었어요. 한 번 보고 싶네요.

stella.K 2004-05-0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것만큼은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