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심순덕 -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출처 : [이소현님 미니홈피]Tomorrow never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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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8-2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퍼갈께요.

아영엄마 2004-08-2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되보니.. 이 시의 의미가 현실로 다가 오더군요...

밥헬퍼 2004-08-25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몇 년전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보았던 영상이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그 때 제목은 아마 '엄마는..'이었지요. 위의 사진이 너무 가슴에 와닿습니다.

물만두 2004-08-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지금의 울 오마니 심정과 제 심정이네요. 저도 퍼가요...

꼬마요정 2004-08-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 갈게요.....

stella.K 2004-08-2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 http://www.kbs.co.kr/2tv/sisa/happytopia/vod/1238777_1144.html


릴케 현상 2004-08-2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 싫은 거 같애-_-요

stella.K 2004-08-2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 것도 같아요.

박예진 2004-08-2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네요..퍼갈게요..

stella.K 2004-08-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개학 안 했나 보군요.^^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

 


▲ 토마스 칼라일 (1795~1881)
‘쿠이 보노’는 라틴어로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또는 ‘무슨 소용 있는가?’라는 뜻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덧없이 스쳐 가는 삶이 무슨 소용 있을까요?’라고 자문하고 있는 거지요. 아등바등 한세상 살다가 결국 차지하는 것은 작은 무덤 하나. 그래도 마치 빚 독촉하듯이 우리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달라고, 철없는 아기처럼 보챕니다. 우리가 타고 가는 얼음판은 지금도 자꾸 작아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빈털터리로 간다고 해도 그런 욕망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요? 삶이 짧다고 해서 우리가 겪는 고통이 짧거나 기쁨이 더 작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바로 삶의 축약판이니까요.

Cui Bono

(Thomas Carlyle)

What is Life? A thawing iceboard,

On a sea with sunny shore:

Gay we sail: it melts beneath us:

We are sunk, and seen no more.

What is Man? A foolish baby,

Vainly strives, and fights, and frets:

Demanding all, deserving nothing:

One small grave is what he gets. (부분)

쿠이 보노

(토마스 칼라일)

삶이란 무엇? 녹고 있는 얼음판

볕 좋은 해변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신나게 타고 가지만 밑에서 녹아들어

우리는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란 무엇? 어리석은 아기

헛되이 노력하고 싸우고 안달하고

아무런 자격도 없이 모든 걸 원하지만

작은 무덤하나 얻는 게 고작이다.(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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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8-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초하네요,퍼갑니다.
 
 전출처 : 바람구두 > 8월의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 - 한석규 노래



감독 : 허진호
출연 : 한석규, 심은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볼 때까지 내게 허진호 감독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저 소소한 이야기를 잘 다루는 괜찮은 이야기꾼의 등장정도로 나는 그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내가 그에게서 작가적인 시각을 발견한 것은 <봄날은 간다>를 통해서 였다. 그렇다고 <봄날은 간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빼어난 작품이라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작가와 이야기꾼의 결정적 차이는 결국 전체를 관류하는 자신의 관점을 지녔는가의 유무에 의해 판가름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허진호는 내게 차기 작품을 주목해서 보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감독이다. 나는 허진호 감독에 대해 쏟아지는 찬사어린 평가 이를테면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매우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소재와 이야기가 냉정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선정한 소재들이 그의 주제를 가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기본적인 시선은 따뜻하다는 쪽보다는 냉정하게 대상을 관찰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문학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자면 매우 하드보일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보자면 그의 소재가 이와 다른 류의 이야기들이라면 그것이 느와르가 되었던, 호러가 되었든 우리 한국 영화에 있어 새로운 영화의 출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반증하는 것은 그가 카메라를 다루는 솜씨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카메라 워크들은 전혀 현란하지 않으며 다다미쇼트까지는 아니어도, 매우 일상적이고 평범한 시선이랄 수 있는 쇼트들을 보여준다. 그는 내러티브적인 요소들 보다는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대상을 구체화한다.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기도 한 이 아름다운 작품에서 나는 유영길 촬영감독의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라는 아이러니...

그것이 인생 아닌가.

1963년 전주 출생
1989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1992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입학(9기)
1993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졸업작품
<고철을 위하여> 뱅쿠버
영화제 초청
<그섬에 가고 싶다>
(박광수 감독) 연출부
1994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박광수
감독), 시나리오 공동집필
1997년 <8월의 크리스마스>연출
2001년 <봄날은 간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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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란여우 >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여주 도자기축제-도자어항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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