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의 의미

 

우리는 ‘보는 것’ 통해 사물을 새롭게 알기도 하지만

          ‘아는 것’ 통해 사물을 새롭게 보기도 한다.

 


어린이는 말을 하기 이전에 이미 보는 것으로써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아차린다. 이런 면에서 보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은 말보다 보는 것이 훨씬 앞선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들이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을 설명하는데 직접적으로 보는 것 보다 더 적절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말로 설명한들 그것의 모두를 완전하게 표현하기는 힘들다.

 

말을 하는 데 항시 손짓이나 몸짓 심지어 표정까지 동원되는 것도 알고 보면 보는 것의 필요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공중전화 박스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라.

 

분명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데도 많은 몸짓과 표정을 혼자서 만들고 있지 아니한가. 이렇듯 보는 것은 우리들에게 눈이 있는 이상 필수불가결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느냐, 자기가 아는 것만 그리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껏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아무튼 우리는 ‘보는 것’을 통해 사물을 지각하기도 하고 ‘아는 것’을 통해 사물을 보기도 한다.

 

 


그림은 미국의 현대화가 재스퍼 존스(J. Johns)가 만든 석고 위에 금속물을 입힌 벽돌만한 크기의 조각 작품으로, 제명은 <비평가는 본다>이다.

 

- 이 작품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보는 것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반추하게 하는 흥미 있는 작품이다.

 

얼핏 보아 안경 속의 형체가 눈 모양 같지만 사실은 치아가 드러나 보이는 벌린 입술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안경하면 곧잘 눈만을 연상하는 우리의 타성을 담담하게 희롱한 듯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이 작품은 그 이상의 익살을 암시하고 있다.

 

우선 <비평가는 본다>는 제명에 의존해서 유추한다면, 보는 것을 문제 삼는 비평가는 '눈으로 보지 않고 입으로 본다'는 의미도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의미로 비평가는 '눈(안경)으로 본 것을 말한다(입술)' 고도 할 수 있다.

 

우리들이 보는 것은 반드시 눈으로만 끝나는 것일까.

 

갓난아기는 보이는 물건이면 일단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그것으로 부족하면 입에 가져간다. 보는 것을 보다 분명히 느끼기 위해 만지작거리고 그것도 모자라면 입에 가져가서 씹어 보기까지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보면 보는 것은 눈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입까지 간다는 비유적인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보는 것은 시각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과 입술의 촉각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어린이가 모든 사물을 입으로 가져가게 되는 것을 멈추게 되는 것은 자라면서 이러한 사물에 갖가지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이다.

 

사물이 지니는 개념을 이름으로 알고 난 뒤부터 어린이는 입에 가져 갈 것과 그냥 두고 보는 것을 이름만으로 구별해낸다.

 

이러한 사실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단순히 눈으로 본 것(감각)만을 그리느냐, 아는 것(개념)을 첨가해서 그리느냐 하는 문제까지 확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제명과 상관없이 이 작품을 하나의 사물을 보듯 유심히 본다면, 안경은 물론 입술, 치아까지 실제의 모양과는 똑같지 않은 유사하기만 한 애매모호한 모양을 하고 있다.

 

우뚝 솟은 코모양도 없이 면면한 평면에 약간 두툼하게 박힌 둥근 안경테가 오직 구멍 뚫린 공간을 만들어 안경테 속에 갇힌 입술모양 같은 입체적 형상에만 관심을 갖게 한다.

 

 

 

눈덩이 같기도 한 입술, 입술 같기도 한 눈덩이,

눈동자 같기도 한 치아, 치아 같기도 한 눈동자,

눈을 뜬 것 같기도 감은 것 같기도 한,

입술을 벌린 것 같기도 다문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현상은

보는 것 같기도 말하는 것 같기도 한 모호한 느낌을 준다.

 

본 것을 애매하게 말하고 있는지

말한 것을 애매하게 보고 있는지,

마치 '보는 것'(시각)이 '말하는 것'을 앞서고 있는지,

'말하는 것'(언어)이 '보는 것'을 앞서고 있는지,

 

아니면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이 상호보완하고 있는지 ― 이 작품은 이토록 감상자로 하여금 곤경한 처지로 몰아넣는다.

 

정물을 조각화한 것인지 조각적인 정물을 그린 것인지 그림의 영역조차 모호한 이 작품에 재스퍼 존스 자신은 실물 그대로만 보길 원할 뿐이라는 담담한 말만 남기고 있다.

 

그는 관념에 결부되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하찮은 대상(안경, 입술)을 생경한 모양으로 이렇듯 끝없는 수수께끼를 만들어 우리의 잠자는 시선을 예리하게 일깨우고 있다.

 

시인이 사용하는 언어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일상적인 평범한 낡은 언어조각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꿰매는 방법이 특이하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살아 있는 언어로 동시에 많은 의미를 던져두지 않는가.

 

이런 의미에서 보면 화가는 보는 것에 대한 관심을 그림으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 달리 말할 수도 있다.

 

화가들은 보는 것을 위해 갖가지 모양을 그리거나 만들어내지만 거기에 대한 화가나 보는 사람의 주된 관심은 역사적으로 보아 시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우리들이 만약 하나의 작품을 앞에 두고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시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인 이러한 보는 것에 관한 갖가지 관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술사(美術史)상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나 남부 프랑스의 동굴벽화에 나타난 동물그림은 동굴 깊숙한 곳에 모두가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그려졌는데, 암벽 위에 그려진 동물그림은 대개 중첩되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수렵을 일삼던 당시의 원시인들이 풍요로운 동물의 수확을 기원하는 주술적이고 마술적인 관심에서 그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벽 위에 그려진 동물은 하나의 수확을 뜻함과 동시에, 창살이 꽂힌 듯 그려진 동물은 이미 죽은 것으로 간주되어 그 위에 또 다른 살아 있는 동물을 겹쳐서 그리는 일이 많았었다.

 

그런가 하면 중세기 성당의 창문이나 벽면에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나 모자이크의 그림들은 하느님의 절대적 위엄이나 말씀을 신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관심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성경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그림이 압도적이다.

 

이러한 그림에는 원근과 명암이 없이 간단명료하게 도상(圖上)적으로 그린 것이 특징인데, 성경을 모르는 신자에게는 계몽적인 의미도 깃들여 있다.

 

이에 반해서 통치자 개인의 명예나 업적을 중시했던 로마시대에는 개선문이나 기념탑에다 업적의 내용을 그림으로 새기길 즐겨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까지 후손들에게 길이 남기길 원했기 때문에, 이 시대의 부조나 조각 작품은 기록화나 초상화의 성격을 지닌 사실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화가가 이렇듯 특정한 집단의 도구적 관심에다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릴 때, 그 그림은 자연히 교화적. 기록적 경향의 설화성이 앞서게 되며, 관람자 또한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화가의 도구적 관심과는 달리 그림을 현실의 이상화 내지 거울과 같은 반영의 관심으로 간주한 시대가 있었다. 그리스 시대에는 인체를 그리거나 조각하되 가능한 비례와 균형을 조화 있게 추구하려는 이상적인 아름다움(美)에 주된 관심을 보였다.

 

인체가 어떠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화가들은 머리부분이 전신의 7등분 혹은 8등분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캐논(법칙)을 만들기까지 했다.

 

가로, 세로의 이상적인 비율을 측정한 신비의 황금분할도 이 시대에 나온 것으로 건축은 물론 그림의 구도에도 이러한 법칙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오늘날까지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려지고 있는 작품 <밀로의 비너스>도 이때 것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모작인 대리석의 이 작품을 보면, 지나치게 움푹 들어간 눈이라든지 수직으로 내려선 콧날, 너무나 둥근 가슴 등은 실제 여체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지만, 당시 그리스인이 생각한 사랑과 미의 여신을 표상하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그리스 시대의 아름다움이 시대를 불문하고 불변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태껏 논란이 많으나,

 

오늘날 우리들이 무의식중에 그림에서 찾으려드는 아름답다는 관념은 사실상 이 시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그림에 있어 필수적이고 절대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들 주위에 많은 게 사실이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러한 이상화된 현실의 반영을 보다 과학적으로 객관화시켜 보려고 애를 썼다.

 

그 결과 인체의 해부학적 탐구는 물론 인체에 국한되었던 묘사의 대상을 그 배경이 되는 풍경에까지 확대하여 삼차원의 자연공간에 놓여진 여러 인물들을 이차원의 평면인 화폭에다 묘사하는 방법까지 창안하게 되었다.

 

이른바 오늘날까지 풍경화를 그리는 데 있어 요체가 되어 왔던 소실점에 의한 명암과 원근법의 표현이 바로 이 시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의 만능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의 스케치북에 해부도(解剖圖)를 능가하는 인체 여러 부분의 구조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그려 놓고 있었다.

 

 

  

 

그가 수도원의 식당 벽에 그린 <최후의 만찬>은 투시도법식의 원근법을 철저하게 적용한 대표적인 그림의 하나로 미술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시대나 르네상스 시대에 있었던 현실의 이상화 내지 재현(再現)적 표현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그것을 그리는 캐논이나 투시도법 같은 합리적인 묘법(描法)의 규범만 앞세우게 되어, 실제로 작품에 표현된 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현실의 적나라한 반영이 못되었다.

 

그리하여 이 시기의 그림은 고귀하거나 우아하게, 장엄하거나 숭고하게 다루어져 그리는 대상도 자연히 제한되기 마련이었다.

 

더욱이 당시 대부분의 그림이 왕실 측근 내지 재력 있는 가문의 주문이나 후원에 응해서 그려진 것이 많아서, 엄밀히 말해서 화가의 역할과 관심은 이러한 후원자의 취향에 맞는 주제에 솜씨만 제공한 듯한 소극적인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현실에서 생생하게 닮은 것을 만들어내려는 화가들 자신의 기술과 주제가 보다 자유롭게 그리는 화가 자신들에 의해 주장되기 시작한 것은 서민의식이 점차 부상되기 시작한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이다.

 

“보이는 것만 그리자”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Courbet)의 이러한 선언은 '천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릴 수 없다'는 역설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특정한 부류의 취향에만 통용되던 한정된 주제의 해방이자,

현실의 대상을 무턱대고 미화시키려 드는 관념에 대한 해방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쿠르베>

 

  <쿠르베>

 

  <쿠르베>

 

  <쿠르베>

 

식탁 위에 무심히 놓여 있는 주전자도, 낡고 헤어진 농부의 신발도, 매부리코를 가진 주름진 노파의 프로필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면되어 오던 가난의 참상도, 그것이 보이는 것인 한 그대로 그려야 한다는 쿠르베의 주장은, 평범한 그대로 현실의 추함도 그릴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러한 것의 선택도 바로 화가 자신의 눈에 달려 있다는 점을 새롭게 깨닫게 한 것이었다.

    

 

보이는 것만 그리되 그 중에 어떤 것을 그릴 것인가.

이런 것에서 비로소 화가 자신을 향한 독자적인 물음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림을 도구적 관심, 현실의 반영으로 본 화가의 소극적인 관점에서 벗어난 화가 자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에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데는 화가의 솜씨만 필요하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서 어떻게 그리느냐 하는 것은 화가의 마음이자 생각이다.

 

화가의 솜씨보다 화가의 마음과 생각이 중요시되자 이제껏 팔짱만 끼고 화가의 솜씨만 지켜보던 관람객도 다소 어리둥절한 눈으로 화가의 생각을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것은 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다.

 

이제껏 우리는 너무 눈만 비대하여 단순히 보이는 것만 본다고 믿고 있지 않았던가.

 

보는 것을 다시 보는 것 - 이러한 시점에서 화가는 아래와 같은 관람객의 투정을 듣게 된다.

 

- 도대체 이런 것을 그리다니, 아무리 화가가 보이는 것은 다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도 그릴 수 있는 것인가.

 

현대미술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보는 것에 대한 관심의 전환은 관람객의 이러한 투정에서 시작된다.

 

이것이야말로 그림을 보는 관심의 흔들림을 자각하는, 또 앞으로의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희망적인 징후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 재스퍼 존스 그림 모음 -

 

 

 

 

    

 

출처: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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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0-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퍼갑니다

stella.K 2004-10-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고마워요.^^

브리즈 2004-10-3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르베의 가장 사실주의적인 작품은 "세상의 기원"이란 작품이지요. 오르셰 미술관에서 보았던 때가 기억이 나네요. 쿠르베에 대한 상식을 제법 깨주기도 할 뿐더러 숙연해지기도 했답니다.

stella.K 2004-10-3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르셰 미술관 정말 다녀오셨어요? 참, 브리즈님은 알면 알수록 놀라우세요. 미술에 조예도 깊으시고...근데 미스테리맨이라는 거. 물론 알라딘 내에서 미스테리맨이 어디 한 둘 이어야 말이죠. 흐흐.

니르바나 2004-10-3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요.
최후의 만찬이 식당벽에 그려진 벽화군요.
이 페이퍼를 보는 것에서 아는 것으로의 전환입니다.
 

출처:djuna.nkino.com

왕가위의 최신작 [2046]은 2046년의 미래를 무대로 한 SF를 쓰는 1960년대 홍콩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양조위가 연기한 이 작가는 아마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연기했던 무협 작가 선생과 동일인물일 겁니다. 같은 사람이라면 실연이 멀쩡한 사람을 망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이 영화의 느끼한 바람둥이 차우 선생은 [화양연화]의 순정파 유부남 아저씨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차우 선생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네 사람의 여자들을 거칩니다. 검은 장갑을 낀 도박사인 수리첸, 이전에 알고 지낸 것이 분명한 미미, 같은 호텔의 이웃에 사는 바이 링, 호텔 주인의 딸인 왕진웬, 가끔 그는 그가 이전에 사랑했던 옛 여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차우 선생의 이야기는 우디 앨런적인 패러독스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바이 링은 차우 선생을 사랑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런 그녀를 외면합니다. 반대로 왕진웬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이 영화에서 차우 선생과 만나는 여자들은 모두 다양한 이유로 그와 엮여질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왕가위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2046]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묵상입니다. 과거 시대를 사는 작가가 미래를 상상하며 소설을 쓴다는 설정부터 그런 주제를 위한 그럴싸한 골격을 만들어주죠.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 주제에 대해 엄청 깊이있는 사색을 끌어내는 건 아닙니다. 왕가위는 언제나처럼 주제에서 달짝지근하고 얄팍한 도회적 감상을 끌어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가끔 꽤 깊이있는 심리 묘사와 같은 것이 나오기도 하지만 왕가위식 산만한 편집 속에서 의미를 잃어버리죠.

[2046]은 그 중 자아도취가 심한 영화인데, 그건 이 영화가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소스를 끌어내고 미완으로 남겨둔 이야기들을 마무리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2046]은 두 시간 넘게 지속되는 영화적 자위 행위입니다. 물론 그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연륜을 쌓았으니 자기가 20년 동안 벌려놓았던 세계를 정리하고 싶기도 했을 겁니다. 일종의 팬 서비스일 수도 있겠죠.

팬서비스이건, 자위 행위이건, 전 상관없습니다. 저에게 [2046]이 구체적인 메시지나 묵상인 척하고 내뱉은 중얼거림은 모두 60년대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장쯔이, 왕비, 공리, 유가령, 장만옥과 같은 배우들을 근사하게 찍기 위한 핑계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목적을 거의 완벽하게 달성했습니다. 끝을 살짝 올린 아이라이너를 하고 장난스러운 유혹을 던지는 장쯔이에서부터 호텔 옥상에서 60년대 식으로 근사하게 담배를 피워대는 요정같은 모습의 왕비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의 '예쁜 여자 찍기'는 성공적입니다. 저처럼 예쁜 사람들을 많이 보기 위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거예요. 하긴 그 이상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04/10/28)

DJUNA

          

**혹평에 가까운데,사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이번 2046은 신규팬들을 위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듀나의 말처럼 왕가위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맞다.왕가위의 전 작품들에 대한느낌이 조금씩 묻어있다.나는 그래서 무척 좋았다.그때의 영화들을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무엇보다 장만옥을 볼 수 있었으니까.그래도 화양연화의 장만옥보단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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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0-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연이 멀쩡한 사람을 망쳤다. - ㅋㅋ 맞아요...이게 화영연화 의 2편 격인데, 그때의 양조위랑 많이 분위기가 틀리더군요...
예전 씨네21을 매주 사볼때는 관심있게 읽은 듀나의 글인데, 요샌 씨네21도 끊어서 오랫만에 듀냐의 글 읽었습니다.

stella.K 2004-10-2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말이어요. 듀나. 이 사람 할 말은 다하는 사람 같아요. 거침없이...^^

urblue 2004-10-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만옥 나온 장면 너무 짧았다구요.
장만옥과 기무라 타쿠야가 칸에서 영화보고 화냈다는 말도 있습니다.
찍은 시간에 비해 나온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서요.
그나마 기무라 타쿠야는 새로 찍어서 이번에 더 들어가긴 했지만 장만옥은...흑..제가 사랑하는 장만옥은...

stella.K 2004-10-2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만옥을 좋아하시는군요. 블루님. 저도 좋아해요.^^
 

출처 : 비움


 

 

 

 

 

 

 

 

 

 

 

 

1.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2.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갈망하던 내일이다.

 

3.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4.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5. 공부할 때의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다.

 

6. 공부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7.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다.

 

8.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전부도 아닌 공부 하나도 정복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9.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

 

10. 남보다 더 일찍 더 부지런히 노력해야 성공을 맛 볼 수 있다.

 

11.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에서 비롯된다.

 

12. 시간은 간다.

 

13. 지금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 된다.

 

14.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놀자.

 

15.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16. 미래에 투자하는 사람은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다.

 

17. 학벌이 돈이다.

 

18. 오늘 보낸 하루는 내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19.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20. no pains no gains 고통이 없으면 얻는것도 없다.

 

21. 꿈이 바로 앞에 있는데, 당신은 왜 팔을 뻗지 않는가?

 

22. 눈이 감기는가? 그럼 미래를 향한 눈도 감긴다.

 

23. 졸지 말고 자라.

 

24. 성적은 투자한 시간의 절대량에 비례한다.

 

25. 가장 위대한 일은 남들이 자고 있을 때 이뤄진다.

 

26. 지금 헛되이 보내는 이 시간이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얼마나 절실하게 느껴지겠는가?

 

27. 불가능이란 노력하지 않는 자의 변명이다.

 

28. 노력의 댓가는 이유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29.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30. 한시간 더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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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4-10-2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하신 말씀들 이시군요.
좋은 두뇌로 이리 공부해 쌓는데, 저는 둔한 머리로 노력은 쥐꼬리보다 안 했으니...
자주 보며 반성하기 위해 퍼갑니다. 스텔라님

stella.K 2004-10-2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닙니까? 이렇게 퍼오기만 했지 이에 반도 못하는 저는 어떻겠습니까? 민망하네요. 흐흑~
 
 전출처 : panda78 > 느림님께 - 책 관련 인상적인 문구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중.

(이 책 읽으셨으면 대략 낭패... - _ -;;;)

나는 책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이라는 세월을 바쳤지만, 아직까지도 잘 해왔다고 말할 수 없다 - 괴테

 

약간의 돈이 생길 때마다 나는 책을 산다. 그렇게 하고 남는 돈이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산다 - 에라스무스

 

저 높은 하늘에 있는 천당은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 아닐까? - 가스통 바슐라르

 

책읽기가 고통스러운 것은, 책읽기처럼 세계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

 

네가 방에 대해 하고 싶은 사치는 단 하나. 언젠가 벽 하나 정도는 오나벽히 비어 있는 방을 가져보는 것,그리고 사방에 흩어져 보관되어 있는 네 책들을 한 군데에 모아놓을 수 있는 방.
이 두 가지 조건을 구비한 방은 네게는 영원히 불가능해 보인다.   - 최윤, [ 집 방 문 벽 들 장 몸 길 물- 파편자전 : 공간]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 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 카프카

 

모든 인간 사회가 지녀야 할 즐거운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집,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다. - 윌리엄 모리스

 

내 나이 여덟 살 때, 나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세상에서 인간 다음으로 가장 놀랍고 훌륭한 것은 다름 아닌 책이라고 말이다. - 마거릿 워커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 대니얼 부어스틴

 

읽는 사람에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책들이 많다. 그렇게 된 까닭은 간단하다. 그 책을 집필한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집필했기 때문이다. -찰스 C.콜튼

 

모든 책은 빛이다. 다만 그 빛의 밝기는 읽는 사람이 발견하는 만큼 밝아질 수 있다. 결국 독자에 따라서 그것은 빛나는 태양일 수도, 암흑일 수도 있다. - 모티머 애들러

 

악서는 읽지 않으려 해도 자주 접하게 되지만, 양서는 반드시 읽고자 해도 기회가 뒤로 밀린다. - 쇼펜하우어

 

모든 위대한 책은 그 자체가 하나의 행동이며, 모든 위대한 행동은 그 자체가 한 권의 책이다. - 마르틴 루터

 

세상에 책만큼 기묘한 상품도 드물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인쇄되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팔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장정되고, 검열되고, 읽힌다.
또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집필된다. - 게오르그 리히텐베르크

 

좋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문맹인 사람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 마크 트웨인

 

나쁜 책도 쓰려면 좋은 책만큼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도 저자의 영혼으로부터 성실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토머스 헉슬리

 

다급하게 책을 읽는 버릇을 가진 사람은 좋은 책을 천천히 읽어나갈 때의 묘한 힘을 결코 알지 못한다. -로맹 롤랑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든다. - 볼테르

 

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 그것은 영혼이 없는 육신일지니. - 키케로

 

책읽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세 군데 장소가 있다. 침상, 말 안장, 그리고 화장실. 책을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그 장소야 무슨 문제겠는가. - 구양수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일거리처럼 읽은 책은 대부분 몸에 새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 새뮤얼 존슨 

 

참고 기다리는 사람이 결국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마련이다. 다만, 남에게 빌려준 책은 제외하고. - 킨 허바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경우,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 랠프 왈도 에머슨

 

낡고 오래된 코트를 입을지언정, 새 책을 사는 데 게을리하지 말라. - 오스틴 펩스

 

모든 사람이 칭찬하고 존중하는 책, 그런 책은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일 가능성이 크다. - 아니톨 프랑스

 

누구에게나 정신에 하나의 획을 그어 주는 책이 있다. - 파브르

 

나는 책을 읽을 때 타인들이 내 책을 그렇게 읽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매우 천천히 읽는다 - 앙드레 지드

 

책은 인류의 저주다. 현존하는 서적의 9할은 시시한 것이고 똑똑한 책은 그 시시함을 논평하는 것이다. - 벤자민 디즈레일리

 

나는 책을 증오한다. 책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만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루소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책읽기의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캐서린 맨스필드

 

도서관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미래 세계의 상세한 역사, 천사들의 자서전, 도서관의 믿을 만한 서지 목록, 수백만 개의 가짜 서지 목록, 그 가짜 서지 목록의 허구성을 증명한 책,
진짜 서지 목록의 허구성을 증명한 책, 바실리데스의 그노시스적 복음, 이 복음의 주해서, 그 주해서의 주해서, 당신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해명서, 각각의 책에 대한 모든 번역본들, 모든 책들의 증보판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한 권의 좋은 책은 위대한 정신의 귀중한 활력소이고, 삶을 초월하여 보존하려고 방부 처리해둔 보물이다. - 존 밀턴

 

인생은 짧다. 이 책을 읽으면 저 책은 읽을 수가 없다. - 존 러스킨

 

좋은 책을 읽을 때면 나는 3천 년은 더 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물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는 책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조심할 지어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 진짜 세상에서 얻은 지식을 방해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 윌리엄 센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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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돌리기, 국 함께 떠먹기 고쳐야 암 줄인다
술잔 돌리기·찌게·간장 하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정과 식당에서 무심코 행하는 비위생적인 습관 8가지씩을 선정, 발표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식생활 문화인 ‘찌개나 국 함께 떠먹기’도 포함돼 있다. 찌개나 국을 여러 사람이 함께 떠먹으면 각종 균이 옮겨질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것.

경상북도는 한 발 더 나아가 찌개나 국을 먹을 때 각자 분량만큼 국자로 덜어 먹자는 ‘국자 사용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북은 올 들어 도내 1500여곳의 일반 음식점에 국자 1500개와 그릇 3000여개를 지급하는 등 이를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하기까지 했다.


찌개나 국을 함께 떠먹으면서 정담을 나누는 것을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야박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운동은 상당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독 위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찌개·국 함께 떠먹기, 술잔 돌리기 등 한국인 특유의 음식 문화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70~80% 이상은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주요 위암 발병의 원인균으로도 지목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식습관과 질병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식습관이 질병 발생과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암의 30~40%는 식습관 등 식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는 흡연과 거의 맞먹는 수치다.

신명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역학적 연구결과들과 지역간 암발생률을 비교 분석해보면 암 사망의 35%가 식품 및 식습관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를 바꿔서 표현하면 식생활 문화만 바꿔도 암의 35%는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성인 헬리코박터 감염률 70~80%

▲ 시민단체 회원들이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든 제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이 어떤 경로로 암을 유발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식중독처럼 당장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닌 데다 개체별로 평소에 무엇을 얼마나 먹는가를 알아야 하는 식습관 측정이 어렵기 때문. 더욱이 음식물에 따라서는 특정 장기에만 선택적으로 발암물질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메커니즘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땅콩에 생긴 곰팡이에서 만드는 아플라톡신과 마가린의 착색제로 쓰이는 색소는 간장에서만 선택적으로 발암물질을 일으키고 지방은 유방암 발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발암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 실천은 의외로 간단하다. 안윤옥 대한암협회 회장(서울대학교 의과대 교수)은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 섭취, 고칼로리·고지방식, 불규칙적인 식사, 간편식 선호 등 잘못된 식습관만 교정해도 어느 정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찍이 미국의 미첼 게이너 코넬대 박사도 “안전띠가 교통사고의 치명적인 피해를 예방하듯 적절한 음식 섭취는 가장 효과적인 항암법”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70~8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안윤옥 대한암협회 회장은 “유아의 감염률이 아주 미미하다가 10세 이후부터 성인 수준인 80%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감염 경로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한 가족이 비슷한 수치의 감염률을 보이는 ‘가족 집적성’의 특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물이나 찌개를 같이 떠먹거나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술잔 돌리는 것은 질병의 선물?

전문가들은 이밖에 간염 바이러스를 비롯 침으로 전염되는 온갖 질병을 옮기는 주범인 술잔 돌리기도 고쳐야 할 식습관으로 지적했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식습관 때문에 질병이 옮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길거리에서 어묵을 사먹을 때 간장 종지 하나를 두고 과감하게 찍어 먹는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은 하루에도 수백 명이 같은 간장 종지에서 침을 섞는 것이다. 간장 종지를 하루만 사용하면 다행이다. 몇 날 며칠씩 간장을 더 부어 사용한다면 수천 명이 질병을 나누는 셈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 숟가락으로 간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헬리코박터균의 정확한 명칭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로 1982년 마샬 박사에 의해 발견된 후 위염 및 위·십이지장 궤양을 유발하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왔다. 1994년엔 WHO가 역학 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요 위암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헬리코박터균의 유해성이 지적되면서 헬리코박터균을 없앤다는 발효유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르트를 먹는다고 헬리코박터균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 점막 밑에서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기 위해서는 점막 밑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유산균 발효유만으로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다만 헬리코박터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은 갖고 있다.

불에 태운 고기나 생선, 소금에 절인 생선, 훈제 식품 등은 모두 발암물질을 포함한 식품들이다. 불에 직접 굽는 ‘직화구이’의 경우 불에 떨어지는 기름이 타거나 동물성 단백질 섬유가 타면서 발암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높은 온도로 조리한 음식은 항상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게 되는데 고기를 300℃에서 15분 이상 구울 때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인에게 유독 위암이 많은 것도 그들이 즐겨 먹는 생선구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실험 결과에서도 불에 구운 고기에서 디젤 엔진의 매연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PHA가 다량 검출됐다.

우유 및 유제품은 지방의 공급원으로서 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우유가 칼슘 및 비타민D의 공급원으로 오히려 암의 위험도를 낮추고 비만에 관여하는 칼시테리올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학회에서는 자료를 1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저지방 우유 및 유제품이 폐경기 이전 유방암의 위험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매일 한 잔 이상 저지방 우유를 마신 경우 한 달에 세 번 이상 마신 집단에 비해 0.72배의 위험도 감소가 관찰된 것.

아직도 주위에는 숙취 해소를 위해 해장술을 찾는 이들이 있다. 이는 아픈 몸에 독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다. 숙취를 해소하려면 단백질, 비타민C,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이 좋다. 과일에는 비타민과 당이 많이 들어 있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술 마실 때 차나 물을 많이 마시면 수분의 배설량을 늘려 위에 흡수된 물을 빨리 체내로 배출시킬 수 있다. 또한 차나 물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 술 마신 다음 날 물을 많이 마시면 체액을 원상복구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차나 물을 마시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술이 저절로 깰 때까지 기다릴 것.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숙취해소에 좋다고 해서 섣불리 먹었다간 안 그래도 지친 간에 손상이 간다.

술 마신 뒤엔 물·차 많이 마셔야

▲ 백화점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암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과일을 고르고 있다.
대장암과 육류와의 관계는 상당히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육류는 대장암의 발생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암의 진행과정 중 후반부에 작용한다. 육류 중에서도 특히 붉은색을 띤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가 주로 대장암 위험도를 높이고 흰색 육류(닭, 오리 등 가금류, 생선류)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렛(1990) 연구팀은 매일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먹는 사람보다 대장암의 발생률이 2~3배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양미희 교수팀은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배 섭취 후 체내 발암물질 배출 효과를 조사한 결과 배가 발암물질의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것을 발견했다. 양 교수는 대표적인 구이 음식인 바비큐를 먹은 6시간 후 배를 섭취했을 때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발암 의심물질인 ‘다환성방향족 탄화수소류(P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의 혈액 내 함유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열처리한 배즙에도 항암 성분인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배가 육식이나 인스턴트 식품 섭취 후 권장할 만한 후식이라고 강조했다.


[조리법과 발암물질] 直火구이·훈제를 피하라

세계보건기구(WHO)의 산하 기관으로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암연구소(IARC)는 3~5년 간격으로 인체 발암물질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가장 최근판은 2002년에 나왔는데 최근 들어 보고서 발간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추가되는 발암물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 확실한 발암물질(제1군)로 발표한 것은 2002년 현재 총 91종이다. 2000년에는 78종이었는데 2년 만에 13종이 추가 확인된 것이다. 제2A군(가능성이 높은 발암물질)은 64종이고 제2B군(발암이 의심되는 물질)은 238종이다. 이에 따라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의심받고 있는 발암물질은 현재 총 393종에 달한다.

다음은 우리가 식품이나 환경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발암물질들이다.

숯불구이 및 훈제가공품

불에 직접 굽거나 연기를 쐬는 식품들은 불완전 연소시 나오는 연기 속에 함유된 발암물질인 PHA나 벤조피렌이 들어 있을 수 있다. PHA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디젤 엔진에 포함돼 있으며 벤조피렌은 담배에 들어있는 유독 물질이다.

아질산염 함유된 햄·소시지

아질산염과 질산염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지만 체내에 존재하는 여러 화합물과 반응, 니트로조아민이라고 불리는 화합물을 생성할 가능성이 높다. 동물 발암 테스트 결과 니트로조아민의 대략 90%가 발암물질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근 위암과 타액의 질산염과 아질산염의 농도는 반비례 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해 유해성은 여전히 논란거리.

오염된 땅콩

땅콩 등 견과류의 오염에서 발생되는 곰팡이의 일종인 아플라톡신은 아주 잘알려진 발암물질이며 독성도 강하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서아프리카와 중국 남부 지역에서 간암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아플라톡신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 낮은 올리브유

스페인과 터키, 이탈리아 등지에서 생산된 올리브 기름 가운데 일부 하급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다량 검출된 적이 있다.

올리브 기름은 정제기술에 따라 ‘버진 올리브 오일’, ‘오디너리 올리브 오일’, ‘리파인드 올리브 오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등 중·고급 제품과 하급제품인 ‘올리브 퍼메이스 오일’ 등으로 나뉘는 데 문제가 된 것은 하급제품인 올리브 퍼메이스 오일.

기타 잔류농약·환경호르몬

환경 중 배출된 화학물질이 체내에 유입돼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환경호르몬으로 불린다.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화학물질로 생태계 및 인간의 생식기능저하, 기형, 성장장애, 암 등을 유발한다. 각종 산업용화학물질(원료물질), 살충제 및 제초제 등의 농약류, 유기중금속류, 소각장의 다이옥신류, DES(diethylstilbestrol)와 같은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합성 에스트로젠류 및 기타 식품, 식품첨가물 등이 환경호르몬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도움말=안윤옥 대한암협회 회장)

김연주 보건신문 기자(hsh97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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