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서강대교수·영문학
Let Me Grow Lovely
Karle Wilson Baker(1878~1960)
Let me grow lovely, growing old--
So many fine things do:
Laces, and ivory, and gold,
And silks need not be new;
And there is healing in old trees,
Old streets a glamour hold;
Why may not I, as well as these,
Grow lovely, growing old--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칼 윌슨 베이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게 하소서
해야 할 좋은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듯이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지게 하소서.
‘사오정’(45세에 정년퇴임)을 말하는 때입니다. 젊고 빠르고 강하고,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나이 들고 느리고 약한 자들은 점점 발 붙일 곳이 없어집니다. 경주의 출발선에서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지만 혼신을 다해 경주를 끝내고 결승선에 다가오는 사람들을 세상은 왜 환영하지 않을까요.
청춘은 아름답습니다. 그 팽팽한 피부와 나긋나긋한 몸이, 그 끝없는 희망이, 그들의 아픈 고뇌조차도 가슴 저리게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이제 곧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봄은 아름답지만 곧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 모든 계절이 다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럼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되돌릴 수 없는 청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의 내 계절을 받아들임은 아름답습니다. 해야 할 수많은 ‘좋은 일’ 중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일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치유할 수 있고 그 일에 내 나머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