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이 불타고 있다.
불길이 웬만해서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마음이 무거운데 산불 소식을 들으니 더 우울하다. 그나마 아직은 인명 피해는 없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앞으로 일주일 내에 비는 오지 않을 거라고 하고, 소나무의 송진이 기름 역할을 해서 잘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올겨울은 기상관측이래 최악을 가뭄이라고도 했다. 겨울이야 항상 건기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지 최악의 가뭄일 거란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래도 대충 2월 중순이나 말이되면 비가 슬슬 오기 시작했는데 3월이 됐는데도 비다운 비가 오지 않는 걸 보면 가뭄이 맞는 것 같긴하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산불 중 하나는 방화라고 한다. 60대 남성이 평소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앙심을 먹고 자신의 집을 불태우고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불을 냈다고. 또 이 때문에 8순의 노모가 불타 죽었다. 얼마나 삐뚤어져 있으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도대체 그는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동네 사람들조차 상종을 안했던 걸까. 뭐라고 판단 할 순 없겠지만 이젠 함부로 사람을 외면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구나 싶기도 하다.
솔직히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괜히 문제의 불똥이 나에게로 튀면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이걸 누군가 같이 나눠지면 방지하거나 문제를 축소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동네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없는데 우리는 연대를 얘기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연대하는 것인가에 대해 한번이라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저 사람도 그를 피하니 나도 피해야겠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수근대며 그를 왕따시키지는 않았을까. 그런 식으로의 연대는 잘하면서 진짜 그를 안으로 끌어 안을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연대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 읽은 함세웅 신부의 인터뷰집을 보면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그다지 비난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정말 그런 건 아닐테고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라거겠지.)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도 보유하고 있는데 유독 북한이 미사일 좀 쐈다고 그러는 건 좀 그렇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남과 북이 빨리 하나가 되야한다고. 지금 미국이나 러시아는 겉으론 안 그런 척해도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거다. 무기를 팔아먹을 데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일테고, 남과 북이 합치면 우리나라도 굉장한 힘을 갖게 되는데 그것을 환영할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팔랑귀라 그런지)그도 그렇겠다 싶다. 하지만 정말 우리나라는 얼마나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솔직히 남이 잘 되는 걸 반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너든 나든 둘중의 하나라도 잘되야 같이 상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한 사람들 알게 모르게 왕따시킨다고 하던데. 안 가르쳐줘서 모르는 것도 많고. 그건 뭐 북한도 마찬가지 아닐까. 만약 남한 사람이 북한에 들어가 산다고 하면 도와줄 건가. 점점 통일에 대한 의식도 아래 세대로 갈수록 희박해진다던데 요즘 학교에선 통일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모르겠다.
어쩌다 이 얘기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우리가 동네 사람도 끌어 안지 못하면서 무슨 남북이 하나냐. 그냥 산이 타들어가니 답답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해 봤다. 모르긴 해도 이번 불이 꺼지면 소나무도 패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소나무는 또 무슨 죄일까.
어서 불이나 잡혔으면 좋겠다. 비나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