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껏 두드리세요, 취업門…”

채용박람회 40여개 일정잡혀
15일 KINTEX선 100개 기업

오는 15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를 시작으로 올해 채용박람회 개최가 본격화된다. 지금까지 계획이 확정된 채용박람회만 40여 개가 넘는다. 채용박람회를 통한 채용 인원도 수천~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15일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리는 ‘2006 열린 일자리 한마당’을 시작으로 올해 총 20여 차례에 걸쳐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15일 하루 동안 열리는 이날 행사에는 CJ·LG텔레콤·웅진코웨이 등을 비롯한 대기업, 외국계 기업, 우수 중소기업 등 100여개 기업이 참가한다.


이에 앞서 7~21일까지는 온라인박람회도 개최한다. 지리적 여건으로 현장에 참여할 수 없는 구직자와 기업을 위해 화상 면접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경기도(제2청사)는 30일에 LG필립스LCD 등 60여개 업체가 500여명을 신규로 뽑는 ‘파주시 채용박람회’도 마련한다. 경기도는 올 상반기에만 모두 510개 업체가 참여하는 지역별 채용박람회를 열어 총 3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공동으로 여러 차례의 장애인취업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 강남구 구민회관(4월 12일)을 시작으로 월드컵경기장 컨벤션홀(7월 6일),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9월 20일) 등 5차례의 장애인채용박람회 계획을 세워놓았다. 전남 여수·목포는 4월에 실버 취업박람회를 열 예정이며, 경남·부산도 채용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순욱기자 sw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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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아 줘서 내가 잡았다.

하기야 잡아도 국물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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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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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0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은 왜 벤트 안 하시나요? 벤트의 여왕이란 애칭이 무색하구려.^^

날개 2006-03-0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347022

요즘 다들 이벤트에 시들해졌나봐요....ㅡ.ㅜ
저도 그렇고...


stella.K 2006-03-0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방출 이벤트 하세요.^^
 

 

인류 역사, 그 중심엔 기업이 있다

자본주의 철학자들
안드레아 가보 지음|심헌식 옮김|황금가지
694쪽|2만5000원

▲ 1913년 4월 미국 미시간주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차가 처음 생산됐다. 20세기 들어‘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가 활짝 꽃피면서 기업 조직과 경영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189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베들레헴 제철소. 프레더릭 테일러는 이 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실험을 ‘감행’했다. 노동자들에게 하루 작업량을 주고 이를 달성한 사람에게는 성과급을, 이를 거부하거나 못 채운 사람은 해고한 것이다. 그 결과 작업량은 전보다 세 배로 늘어났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생산 공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을 고안해냈다. ‘테일러리즘’은 20세기 경영 빅뱅(대폭발)의 기폭제(起爆劑)가 되었다.

20세기는 ‘기업의 역사’라고도 한다.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 세기에 걸쳐 싹트고 자라나 활짝 꽃 피운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는 인류의 삶을 이전 세기와 완전히 다르게 바꿔 놓았다. 그 대격변의 한 가운데에 기업 조직이 있었다.

이 책은 테일러 이후 피터 드러커까지 지난 한 세기 기업 경영의 변천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경영사상가 13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다운사이징’과 같은 최근 경영학 이론은 언뜻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20세기 초 테일러가 베들레헴 제철소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테일러리즘은 경영과 과학을 접목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비인간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무거운 할당량과 성과급이란 ‘당근과 채찍’으로 노동력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노동자의 반발을 불러와 작업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품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테일러는 공장이 ‘기계의 결합체’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이란 점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난 경영 사조가 메리 파커 폴렛의 인본주의적 경영이다. 그녀는 원래 정치학자였다.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20년대 그녀는 노사 대결 현장의 중재자로 나섰다. 파커 폴렛은 기업에게 건설적 갈등 해결 기법과 수평적 조직 구성, 직원의 자발적 참여 등을 통한 민주적인 조직 문화를 불어넣고자 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과 파커 폴렛의 ‘인본주의 경영’은 20세기 내내 기업 현장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힘을 겨루었다. 과학적 경영의 전통은 로버트 맥나마라·허버트 사이먼·앨프리드 슬론·앨프리드 챈들러 등으로 이어져 발전했고, 인본주의 전통은 체스터 바너드·엘덴 메이오와 프리츠 뢰슬리스버거·에이브러햄 매슬로·더글러스 맥그레거·에드워즈 데밍와 같은 다양한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데밍에 와서 과학적 경영과 인본주의 경영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처음 있었다. 실제로 두 사상을 하나로 묶어낸 것은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다. “기업은 더 이상 단순히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것은 사회 전반의 문화적 토양 깊숙이까지 영향을 미치는 삶의 주체로서 책임을 요구받는다.”

20세기를 살았던 ‘자본주의 철학자들’은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기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기업은 21세기 들어서도 ‘가장 중요하고 힘 있는 집단’이다. 국가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초(超)국가 기업’의 등장도 낯설지 않는 시대다. 그만큼 기업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준 논설위원 j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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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3-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마워요.^^

2006-03-05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똑똑해지고 싶은가? 보지 말고 읽어라


읽기 > 보기 + 듣기
공부 잘하는 상위 10%학생들, 책·신문 2배 더 읽어
TV 자주 보면 좌뇌활동 둔화… 논리·분석력 약해져
"책과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두뇌발달에 큰 효과"

대구 경일여고 3학년 이슬반양은 아침 자습시간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은 10분. 그러나 이양은 짧은 아침독서가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책과는 담을 쌓았던 이양이 다시 책을 잡은 것은 대구지역 초·중·고교가 지난해 3월부터 도입한 ‘아침독서 10분’ 프로그램 때문.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을 아무것이나 집어와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중학교 때 읽을 땐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구절도, 그리고 읽어놓고도 그냥 넘어갔던 부분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의 점수가 눈에 띄게 올랐다. 많은 학원과 많은 문제집으로도 오르지 않던 점수가… ‘이래서 독서를 하라고 하는구나’라고 느꼈다.”(‘대한민국희망1교시 아침독서’에 실린 이양의 글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취미는 ‘읽기’

뇌 연구 전문가들의 연구와 독서 효과에 대한 실태 조사들은 한결같이 ‘똑똑하고 싶다면 보지 말고 읽으라’고 결론 내린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지난 2002년 서울시내 50개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학습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공부 잘하는 상위 10% 학생들은 책과 신문을 즐겨 보고 영상매체를 멀리했다”고 지적했다.

상위 10% 학생들의 35%가 거의 매일 신문을 읽었다. “자주 읽는다”는 대답도 22.3%를 차지, 절반 이상인 57.4%가 신문을 즐겨 읽었다. 반면, 나머지 90%의 학생들은 신문을 매일 읽는 학생(15.2%)과 자주 읽는 학생(15.6%)을 합해도 30.8%에 불과했다. 또 상위 10% 학생들 가운데 문학작품을 읽는 비율은 22.4%인 반면, 하위권 학생들은 10.8%에 머물러 상위권 학생들이 교과서 밖 독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비율도 상위권(19.3%)이 하위권(11.6%)보다 높았다.


◆고소득 고학력일수록 읽기 중시

한국출판연구소가 20대 이상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04년 12월 발표한 국민독서실태 조사는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문자(text)의 힘을 믿는 경향을 보여준다. “독서가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학 재학 이상 응답자의 79.2%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중졸 이하는 46.5%만이 글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고졸은 70.2%였다. 소득별로는 301만원 이상 소득자의 76.9%, 201만~300만원 71.3%, 200만원 이하 67.4%가 “그렇다”고 대답, 소득이 높을수록 글 읽기를 중시했다.

한편 고교생을 대상으로 독서와 논술의 상관관계를 묻자 대다수(74.6%)가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면서도 “실제로 독서를 했다”는 응답은 1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고교생의 독서지도와 독서를 위한 시간 할애가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TV 많이 보면 논술 능력도 떨어져

이정춘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독서와 도서관의 역할’이란 논문에서 읽기와 뇌 발달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TV 시청은 좌뇌 활동의 뚜렷한 약화를 초래한다”는 내용의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 연구성과를 인용하며 “(영상미디어에의 노출은) 논리와 분석력을 약화시켜 인간의 원천적 문화기술인 읽기와 쓰기, 그리고 셈하기를 퇴보시킨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또 1983년 미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TV시청과 필기능력’ 조사결과, ‘문법과 정서법, 문장부호, 문장 작성법, 사고력 평가에서 4시간 이상 TV를 보는 이른바 중시청자(重視聽者)들이 저능한 필기능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한국교육개발원이 엮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21세기를 지배한다’는 책은 “공부는 문자(text)를 바탕으로 하고 논리력을 요구하는 반면 컴퓨터는 영상(image)으로 표시되며 감각적 작용을 요구한다”며 “영상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한 줄 한 줄 이어지는 문자로 표현된 글을 읽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성적 상위 10% 학생의 절반 이상인 50.4%가 TV를 한 시간 이하로 시청하는 반면, 하위 90%의 학생들은 69.4%가 한 시간 이상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적 우수 학생 가운데 TV를 세 시간 이상 보는 학생은 3.2%에 불과한 반면, 하위 90% 학생들은 13.7%나 됐다.

◆어려서부터 글과 놀아라

생후 1년 이하의 영아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1992년 영국에서 시작된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은, 단지 책을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영아의 언어발달과 집중력, 읽기기술 등에 놀라운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북스타트 운동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에서 “북스타트는 교육의 의도를 배제하고 영아에게 책을 장난감으로 주는 것”이라며 “부모가 책을 읽어준 아이, 어려서부터 책을 갖고 논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커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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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3-0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필요한 자료네요^^ 꾹~ 누르고, 퍼갑니다.

마늘빵 2006-03-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퍼갈게요. 꾹.

stella.K 2006-03-0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은 따라쟁이!^^
 

 

책벌레가 우글거리는 세상


사막의 책벌래… 낙타 400마리에 11만 장서 늘 싣고 다녀
한국의 책벌래… 漢書로 이불 덮고, 論語 세워 외풍 막아

책벌레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다. 그들은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친다. 책벌레의 세계에도 신화와 전설, 역사가 있어 책을 통해 전해오고 있다.

책벌레의 꿈은 개인 도서관을 만들 정도로 책을 수집하는 것이다. 10세기 페르시아의 총리 압둘 카셈 이스마엘은 이동 도서관을 만든 전설적 책벌레다. 그는 여행할 때 11만7000여권의 애장본과 잠시라도 헤어지기 싫어 400여마리의 낙타에 나눠 싣고 다녔다. 낙타들은 제목 순서대로 정해진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다. 덕분에 그는 여행 중 쉽게 책을 찾아 읽었다.

책벌레들에게 책은 현실 세계의 고통을 막아줄 울타리다. ‘책만 읽는 바보’로 통했던 이덕무는 추운 겨울밤 이불 위에 한서(漢書) 한 질을 덮고 ‘논어’를 병풍처럼 세워 외풍을 막았다. 흔히 공부방을 서재(書齋) 서실(書室) 서옥(書屋)이라고 하지만, 중국 나라의 시인 육유는 ‘서소(書巢)’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 책이 여기저기 뒹굴어 있는 공부방에 들어앉으면 밖에 나갈 일도 없고, 바깥 일에 신경 쓸 일도 없이, 책으로 만든 둥지에서 즐겁다는 것이다. 둥지만큼 좁은 책방이라는 얘기도 담겨있어 청빈한 문인의 꼿꼿한 정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책은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기도 하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소녀 시절 공립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창밖의 나무를 보면, “책을 읽기 전에 본 나무와 똑같은 것이지만, 책을 읽고 나서 본 나무와 그 풍경은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책을 통해 내면의 눈이 뜬 상태에서 육체의 눈에 비친 외부 현실은 과거와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보이는 법이다.

책은 현실적 탈출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여인뿐만 아니라 책도 사랑했던 애서가(Booklover) 카사노바는 베네치아에서 모함에 빠져 투옥됐다. 그는 감옥의 다른 죄수와 돌려가며 읽은 책의 여백에 탈출 계획을 써서 교환했고, 결국 탈옥에 성공했다. 당시 그가 이용한 책은 ‘성서’였다고 한다.

독서삼매경에 빠지면 자식도 몰라보는 법이다. 실제로 그랬다. 20세기 초 독일 역사학자 테오도르 몸젠은 흔들리는 마차에 앉아 책 읽기에 심취했는데, 옆에 앉은 아이가 자꾸 시끄럽게 굴자, 화를 내며 “얘, 네 이름이 뭐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아빠, 저는 당신의 아들 하인리히예요”라고 했다.

책을 탐하는 벌레와 책을 아끼는 벌레는 모두 똑같다. 책을 아끼는 벌레는 남에게 책을 빌려주길 싫어하고, 책을 탐하는 벌레는 남의 책을 빌려가서 너무 아끼느라 숨겨놓는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과 동시대의 선비 정구는 한 권의 책을 놓고 막상막하의 욕심을 겨루었다. 허균은 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정구에게 편지를 보내 점잖게 꾸짖었다. “옛 사람은 책을 빌려주면 항상 돌아오는 것이 더디다고 했다지요. 더디다는 것은 1년이나 2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제 책을 빌려드린 지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0년 동안 돌려주지 않은 사람이나, 10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 사람이나….

조선 시대 선비 송준길은 책벌레였지만, 남에게 책 빌려주길 아끼지 않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남에게 책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을 때 책에 보풀이 일지 않았으면 책을 열심히 읽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상대방을 심히 나무랐다.

책은 제도 교육의 사각 지대에서 수많은 독학자들을 낳았다.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은 11세 때까지만 학교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서가에 꽂힌 500여권의 책을 읽으며 학식과 교양을 쌓았다. 시인-소설가 장정일(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씨는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다. 그러나 그는 사춘기 시절 300권 이상의 ‘삼중당(三中堂) 문고’를 독파하면서 독학의 위대함을 체현했다.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중략) 교련 문제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곁에 있던 삼중당문고/ 건달이 되어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쓰다듬던 삼중당문고(중략) 소년원 문을 나서며 옆구리에 수북이 끼고 나온 삼중당 문고/ 머리칼이 길어질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읽은 삼중당 문고(중략) 그러나 나 죽으면/ 시커먼 배때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 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 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시 ‘삼중당 문고’ 중에서)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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