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알책13호] <악마의 사도> / 바다출판사

악마의 사도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8월

“영혼을 구원받고 싶다면 도킨스의 글을 읽어라”

지난 20세기를 통틀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만큼 진화생물학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비유는 없었다.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과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된 이 비유는 지금 사회과학, 비즈니스를 포함해 모든 학문 분야에서 널리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도킨스는 뛰어난 위트와 명쾌한 설명, 독창적인 비유로 생명체의 복잡한 현상들을 풀어내는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내왔다.

한편에서는 도킨스를 ‘인간은 유전자에 프로그램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유전자결정론자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도킨스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늘날 진화생물학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향년 62세의 나이를 맞은 도킨스의 첫 자서전적인 책으로 기획됐다. 때문에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진 ‘밈’, ‘이기적 유전자’같이 도킨스가 만들어낸 중요한 생물학적 개념들뿐만 아니라, 9.11 테러 직후 종교의 해악을 폭로하는 분노가 드러나 있는 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등 우리에게 다소 낯선 ‘인간 도킨스’의 모습까지, 도킨스에 대한 모든 것이 한 권에 담기게 되었다.

“과학적 사고로 세상을 보라”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낱권으로 읽을 때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가 지난 25년간 써온 글 가운데서 정수만을 골라내 한 권으로 모아놓고 보면 실상은 각 글을 연결해주는 고리는 유전자도 밈도 아닌 “과학적 사고로 세상을 보라”는 메시지임을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론자의 도전을 멋지게 받아치는 진화론자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고, 종교와 컴퓨터 바이러스를 비교한다. 또 일란성 쌍둥이와 복제 양 돌리의 차이를 논하고, 대체 의학을 고발하면서 궁극적으로 과학적 사고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윤리이며 훨씬 더 풍요롭고 고귀한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도킨스가 추구하는 것 역시 과학적 진리의 수호자의 모습이다.

이 책에서는 오랜 라이벌로 알려져 있는 스티븐 J. 굴드와의 비판적 관계를 뛰어넘는 우정 어린 이메일이나 다윈주의의 위대함을 다시금 강조한 강연 원고, 과학의 지적 측면에 숨겨진 윤리적 측면 등 초일류 과학자의 지성으로 다듬어진 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열 살 난 딸에게 권위의 해악을 전하는 공개편지는 미래 세대가 이성을 통해 그리고 증거를 토대로 자연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그것은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신념 체계들의 독재에 맞서달라는 열렬한 탄원이자, 과학이 기쁨의 원천이며, 그 안에 숨어 있는 많은 경이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다.

알책 13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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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알책13호] <건축, 사유의 기호> / 돌베개

건축, 사유의 기호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004년 8월

나는 이 건축을 목도한 순간 끊임없이 떠오르던 의문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애초에 사랑하던 비움과 여백의 아름다움이 왜 우리의 도시에 더 이상 남아 있지 못하고 저렇게 먼 이방의 지역에 가 있을까. 우리의 도시는 언제까지 경제적 수치의 환상에 매달려 서양인이 가져다준 물질의 논리로 무장한 채, 오로지 채움의 번잡함에 시달려야 하나. 우리의 도시에 ‘미래에의 전망’은 과연 있는가. 왜 자꾸만 도시는 얼룩덜룩한 벽체로 닫히고, 그 속에 우리의 아름다운 삶은 가두어지는가. 비움으로써 미래를 채운 이 본질적 공간의 건축을 보면서 우리는 이 시대 이 땅에 서 있는 우리의 도시와 건축이 가져야 하는 고마운 교훈을 얻는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 승효상이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화두를 들고 20세기 불멸의 건축들과 건축가들을 사유해나간 기록이자, 물신에 사로잡힌 우리 시대의 건축과 주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이 책에 실린 17가지의 건축물들은, 20세기라는 변혁의 시대에 타성과 관습에 저항하며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위대한 건축가들이 치열하게 빚어낸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다. 저자 승효상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건축으로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던 그들, 건축가라기보다 실천적 지식인이자 혁명가였던 불멸의 건축가들의 항해기록을 들추어냄으로써, 건축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위선에 대한 진실의 승리, 물질에 대한 혼의 승리에 대한 기록이 담긴 건축, 어떤 규칙이나 범례에도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이상의 도시를 그려낸 건축가들, 인간과 공간 사이의 공동성을 추구함으로써 갈라진 우리를 변화시키려 했던 아름다운 건축 정신이 담겨 있는, 20세기 세계 건축사에 빛나는 위대한 건축물들이, 건축가 승효상의 날카로운 지적 통찰과 풍부한 사색, 감성적인 언어로 지면 위에 펼쳐진다.

건축이 물신에 사로잡혀 유희의 도구가 되고 궤변에 의해 희화화되는 지금, 우리는 이 책을 통해 20세기 불멸의 건축이 지닌 빛나는 정신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건축과 그 속에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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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알책13호] <도시, 인류...> / 지호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존 리더 지음, 김명남 옮김 / 지호 / 2006년 1월

존 리더는 40여 년을 역사와 삶의 현장을 직접 탐방하며 다양한 글을 써온 세계적인 작가이자 포토저널리스트이다. 특히 1997년 첫 출간된 『아프리카`:`대륙의 초상』은 앨런 페이턴 상(Alan Paton Award)을 수상하며 『뉴욕 타임스』로부터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대가다운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역사적, 인류학적, 지리학적 주제들에 대한 그의 폭넓은 관심은 『아프리카』 외에도 빼어난 여러 책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모두 창의적인 발상과 독특한 해석, 뛰어난 통찰력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은 유려한 문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로서, 인류의 역사적 삶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인류학자로서, 직접 발로 뛰며 현장 경험을 생생히 전달하는 지리학자로서의 존 리더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역작이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인가?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도시’이다. 오늘날 지구의 인구 중 절반 가량이 도시에 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시화율이 더욱 높아 80퍼센트가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 열 명 중 여덟 명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 도시에서 죽는다는 말이다. 더욱이 도시 거주민의 대부분이 밀집해 있는 서울은 인구로만 보면 세계 3위의 거대 도시이다.

그런데 도시를 고향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도시의 삶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도시 그 자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고 매일 매일의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명확하고 심도 깊은 답을 제시한다. 도시의 본성과 내적 기능 및 외적 형태, 도시의 역사는 물론 도시의 삶 그 자체, 예컨대 도시의 구조와 발전 그리고 도시 거주자들의 생활상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수메르에서 솟아난 인류 최초의 도시에서부터 오늘날의 거대 도시들인 도쿄, 베를린, 파리, 뉴욕, 멕시코시티 그리고 상파울로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초대하는 6천 년간의 시간여행은 열린 눈으로 ‘도시’를 새롭게 보게 한다.

도시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다.

저자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고 번창했으며, 어떻게 쇠퇴하고 소멸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했는지 꼼꼼히 밝힌다. 위대한 도시들의 장엄함을 찬미하면서 동시에 그 도시들의 어두운 구석을 깊게 파헤친다. 또한 도시가 어떻게 스스로 먹이를 얻고 물을 얻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쓰레기들을 처리했는지를 탐색한다.

오늘날 도시는 블랙홀에 가까워지고 있다. 자신의 몸피보다 훨씬 넓은 지역의 물자들을 먹어치우는 위험한 기생물이다. 도시의 넓이는 지표면의 2%에 불과하지만 세계 자원의 75%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거둔 모든 성취와 실패가 도시에 있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 도시는 인간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도시 없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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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 주는 남자] 말 한마디로 천냥빚 정말 갚는다니까요

‘말, 3분이면 세상을 바꾼다’

말 맛을 아세요? 똑같은 말인데도 누가 하면 하품이고, 누가 하면 차지게 달라 붙잖아요. 가령 말입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라는 말과, ‘전어에는 뇌 기억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DHA,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EPA가 다른 물고기에 비해 월등히 많다’라는 말 사이에 어느 쪽이 착 달라 붙는다고 생각하세요?

대답할 필요도 없지요. 일테면,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날까지 왜 그렇게 많은 영혼들을 구원하고 전 세계를 휘어 잡았는가 하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분이 뛰어난 은유 시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그 분은 비유가 아니면 말씀치 아니 하셨지요. 제가 오늘 예외적으로다가 송길원의 실용서 ‘말, 3분이면 세상을 바꾼다’(랜덤하우스중앙)를 권해 드리는 것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비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짧고 명쾌하게 직방으로 달려가는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처럼 훌륭하게 설득하고 있는 책도 정말 드물기 때문입니다.

영국 작가 C.S. 루이스는 “우리가 아는 모든 진리는 혹시 모두가 아니라면 적어도 대부분은 은유를 통해서 획득한 것들”이라고 했다 하네요. 미국 신학자 샐리 맥패그는 “좋은 은유란 충격을 일으키며 서로 닮지 않은 것을 한데 묶으며, 재래식 관점을 늘 불편하게 만들며 긴장을 야기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은유는 늘 혁명적이다”라고 했다 합니다.

주변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생뚱 맞은 행동을 했을 때, 이렇게 말하는 방식이지요. “수영복 입고 가야 할 자리에 파자마를 입고 갔으니…”, “1단 기어를 넣고 달려야 할 순간, 4단 기어를 넣었으니….”

또 세무회계사에서 심리학자로 인생 행로를 대폭 수정하려는 어떤 아들에게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충고했다고 합니다. “추던 춤, 계속 춰야 안 되겠냐?” 그 한마디에 아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외길 정진을 계속, 대성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쥑여주는 사례들이 풍부합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것도 엄청 많고, 다른 책, 기사, 영화, 기록에서 채집한 사례들도 참 다양합니다.

우리는 3분 간격으로 역에 서는 지하철 5호선에 1000원짜리 바늘 쌈지 세트를 팔러 들어온 소매치기 전과 8범처럼 말해야 합니다. 뜸 들일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승객들은 바늘을 사든 안 사든 곧 내릴지 모릅니다. 시선 끌기, 귀 끌기, 그리고 정보 제공하기 등을 순식간에 이뤄내야 합니다. 그들은 이미 15초짜리 TV광고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 짧은 사이에 결판내지 못하면 그들은 채널을 돌립니다. 만약 내가 동전 바구니를 들고 있는 시각장애 걸인이라면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라는 말 대신에 “봄이 오건만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답니다”라고, 재빨리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끝내 떠나려는 클라크 게이블에게 “나는 어쩌란 말이에요(What shall I do)?”라고 묻자 클라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이 한 마디는 미국영화연구소에서 1500명 영화관계자들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명대사 1위’로 뽑힌 대목입니다. 2위는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랜도가 내뱉은, “그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야”였습니다. 모두 3초짜리죠. 3초짜리 한마디의 미학을 맛보시려거든 이 책을 놓치지 마십시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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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늘바람 > 소설가 K씨의 폭탄선언

소설가 K씨의 폭탄선언 [06/03/08]
유명 소설가인 K씨가 말했다. “앞으로는 (소설 집필) 청탁을 받지 않겠다. 대신 장편을 쓴 다음, 경매에 부치겠다.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겠다!”

소주잔을 부딪치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문화 상품의 유통에서 경매라는 제도가 중요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K씨의 선언은 조금 낯설었다. 물론 책은 문화 상품이다. 그러나 K씨는 이제 원고 단계부터 상품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원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신문 기사도 원고요, 시나리오도 원고다. 게임도 스토리 원고가 없으면 안 된다. ‘원고’란 다시 말해 ‘가장 기본이 되는 문화 콘텐츠’다. 책이 아닌, 콘텐츠를 가장 높은 가격과 조건에 팔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설가들은 사석에서 구두약속 비슷하게 출판계약을 하고 책을 내왔다. 알음알음으로 원고를 전달하기도 했고, 신인들은 출판사로부터 “놓고 가세요. 연락 줄게요”라는 기약 없는 대답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대신 출판사 쪽에서는 독자들 반응이 좋은 유명 작가의 원고를 받기 위해 공을 들였다. 여행을 보내주기도 하고, 선인세(先印稅)를 듬뿍 안기는 경우도 많았다.

문학은 물론이고 순수 음악, 연극 같은 기초예술 분야는 전통적으로 그 작품들이 사고 팔리는 시장(市場)과 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문화계에도 ‘공연 쇼핑몰’이 생기고 제1호 쇼 호스트로 나선 이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공연할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예술가와 투자할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는 투자자 모두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가와 작곡가, 연출가와 무대 디자이너를 ‘판다’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공연계의 복덕방’을 자처했다던데, 이 역시 일종의 경매 원리를 차용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미술계에도 화랑보다 경매시장이 활황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른바 ‘작가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작가들의 작품 값에 대한 기준치를 마련하고, 시장에서의 가격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놓았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너무 상업화로 치닫는 것은 아니냐”고 얼굴을 찡그렸다.

따지고 보면 출판계가 한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와 사재기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른 것도 비슷한 이유다. 문화적 소비자로서 선택을 할 때 독자들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그 무엇’에 기대고 싶어한다. 이때 ‘밀리언 셀러’라는 말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선택의 기준이다. 영화도 같다. ‘1000만 돌파’, 혹은 ‘연속 4주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라는 말처럼 당기는 말도 없다. 가장 많이 낙찰된 작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형 문화 경쟁력은 모든 예술가들을 일단 상업주의 시장에서 철저히 발가벗기듯 계량화하는 경험을 한번쯤 가져본 이후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인 황지우 시인은 말했다. “내 삶 자체가 이미 시장에 편제되어 결정되고 있는데, 관념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위선이다. 오늘날 시장자체가 불가항력적이다. 그 어느 예술도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소설가 K씨의 말에 웃던 사람들이 웃음기를 거두고 허리를 세웠다. 완성된 ‘원고’뿐만 아니라 이미 아이디어와 집필 계획서 단계에서 사실상의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다빈치 코드’로 대박을 터뜨린 댄 브라운의 차기작 국내 판권이 수백만달러까지 호가하면서 거의 경매 상태에 있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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