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계절 탄다

아동도서는 1월 … 소설은 7~8월 … 시집·수필은 12월

책도 옷만큼 엄격하게 계절을 탄다. 소설은 8월, 시집·수필은 12월, 그리고 아동용 책은 1월에 가장 많이 팔린다. 국내 최대서점인 교보문고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각 분야의 도서 판매 추이를 분석, 17일 공개했다. 전국 10개 지점의 판매를 총집계했으며, 온라인 판매는 제외했다.

교보문고, 월별 책판매 분석

요즘 같은 신학기 시즌에는 이공계 원서, 그리고 정치·사회 부문 책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가고 있다. 소설은 휴가철에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 기간에는 추리·대하소설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문학류 판매를 주도했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측도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비슷한 통계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산문집이나 시집 같은 논픽션류는 1월부터 11월까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다가 유독 12월에 판매가 급증했다. 교보문고 박영준 구매부장은 “친구나 가족, 연인에게 연말 선물용 도서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판 전문가 한미화씨는 “장르에 따른 계절별·월별·요일별 판매 분석이 우리에겐 처음이지만 일본 서점들은 오래 전부터 ‘월별 판매지수’라는 개념을 책 시장 분석에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월 매출액을 연간 월평균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지수 1.00이면 평균을, 1.20이면 평소보다 20% 더 판매된 것을 의미한다.

이번 ‘월별 판매지수’는 출판사의 전문 영업사원들조차 ‘오해’하고 있었던 통념과 상식을 깨고 있다. 가령 매년 가정의 달인 5월에 아이들 책이 가장 많이 나간다고들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정답은 7~8월 여름이다. 물론 방학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독서의 계절’인 9~10월에 소설이 잘 나갈 것으로 생각들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휴가철인 7~8월의 판매가 평소와 압도적인 차이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연간 업다운이 가장 작은 분야는 예술이다. 인문·정치·경제·자연·예술·외국어 같은 전문 영역은 대학 학사일정에 직접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정치/사회는 신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지수 1.69를 기록, 평소보다 70%나 더 판매됐다. 수업의 보조도서 채택 여부가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게 통계로 입증된 셈. 외국어는 학원가의 강의 개설이 집중된 1, 3, 7, 8, 12월에 잘 팔렸다.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측도 “외국어 관련 서적의 주문 등락이 학원 개강 사이클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동과 유아서적(학습지 포함)의 경우, 한 해가 시작하는 1월 판매량이 높았다가 2월에 평균으로 떨어지고, 6월쯤에는 0.72~0.82까지 급감하는 구매 행태를 보였다.

외국서적의 경우 유독 자연계 책의 3월 판매율이 높았다. 이는 인문계 과목에 비해 자연계의 원서 의존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온라인 판매를 토대로 요일별 구매 행태를 조사한 결과, 분야에 상관없이 토요일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과 중·고 학습 분야는 토요일(32만여권)에 평일(21만여권)보다 52% 가량 판매율이 급증, 부모들이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 책을 사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임세미 교보 온라인서점 문학 담당 주임은 “소설 분야 최대 고객은 20대 여성”이라며 “이들은 주말에 야외로 나가지 책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20대는 특이하게도 월요일에 가장 많은 도서를 구매하고 있었는데, 교보측은 “각 신문사의 서평이 토요일자에 실리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주문을 많이 낸다”고 전했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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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3-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7-8월, 12월이라...으흠~ 다 집히는데가 있네요 ^ ^

stella.K 2006-03-1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니르바나 2006-03-1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이 호구라는 말씀인가봐요. ^^
 
 전출처 : 동그라미 > 예쁜 우리말 달력

1월은...해오름달 - 새해 아침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을 안고 힘있게 한해를

                          시작하는 달

2월은...시샘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은...물오름달 - 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은...잎새달 -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은...푸른달 - 마음이 푸른 모든이의 달

6월은...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7월은...견우직녀달 -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은...타오름달 - 하늘에서 해가 땅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은...열매달 -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은...하늘연달 -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은...미틈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은...매듭달 -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일요일....밝날: 한밝달(태백산)의 밝은 날 밝듬 이야기

월요일....한날: 초하루, 첫째 날(한째 날) 하늘 이야기

화요일....두날: 초이틀, 두리, 땅듬(기운) 이야기.

수요일....삿날: 초사흘 삼시랑듬(생명) 이야기.

목요일....낫날: 초나흘, 네 방향(사방 신) 이야기.

금요일....닷날: 초닷새, 닷새 장, 다섯 손가락 닫는 이야기.

토요일....엿날: 초엿새, 닫힌 문이 열리는 성 밟기 이야기.

 

1.하루 2.이틀 3.사흘 4.나흘 5.닷새 6.엿새 7.이레 8.여드레 9.아흐레 10.열흘 11.열하루 12. 열이틀 13.열사흘 14. 열나흘 15.열닷새 16.열엿새 17.열이레 18.열여드레 19.열아흐레 20.스무날 21.스물하루 22.스물이틀 23.스물사흘 24.스물나흘 25.스물닷새 26.스물엿새 27.스물이레 28.스물여드레 29.스물아흐레 30.서른날 마지막날.그믐날

 

 

일본식 月,火.....土,日,  중국식 一일, 二일, 三일, 四일....

'일요일(日曜日)--토요일(土曜日)'은 조선의 국력이 약해지고 일제가 침탈하는 과정에서 일제의 조종에 따라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쓰던 '일진(日辰)' 대신 쓴(1888-1896) 아픔이 있는 일본식 의역한자어입니다.

월요일. 다날

화요일. 부날

수요일. 무날

목요일. 남날

금요일, 쇠날

토요일, 흙날

일요일, 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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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독회] 아쉬움만… 후보작 못내

“갈수록 장편 만나기 어려워”

작가들의 부진 때문인가, 독자의 외면 때문인가?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지난 10일 2006년도 4차 심사독회를 가졌으나 새로운 최종심 후보작을 내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날 후보작 논의에 말을 아낀 대신, 최근 일부 젊은 소설가들이 애용하는 추리기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유종호 위원은 “간혹 반짝반짝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세목묘사가 필연적이지 않고, 읽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김화영 위원은 “별 일 아닌 것도 신통한 뭔가가 있는 것처럼 꼬아놓고는 독자를 고생시킨다”고 개탄했다.



정과리 위원은 “평범함을 이리저리 비틀고는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까봐 불필요한 대목에서 자꾸 반복 설명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청준 위원은 “지적인 소설이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기법이 추리”라면서 “그러나 정보를 배분하는 태도가 불친절해서 읽기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갈수록 좋은 장편소설을 만나기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다. 김화영 위원은 “문예지가 많아서인지, 작가로서의 결점이 쉽게 드러나는 장편보다, 결점을 숨길 수 있는 단편을 작가들이 선호해서인지 우리나라는 단편소설이 너무 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은 또 “우리 문학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장편 소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청준 위원은 동인문학상 심사 대상작은 아니지만, 한 여자가 두 남자와 결혼하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언급하며, “소설, 특히 장편 소설들은 어느 사회가 가진 풍속이나 도덕적 가치를 뒤집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장편의 힘을 옹호했다.

심사위원회는 한수영 소설집 ‘그녀의 나무 핑궈리’(민음사), 김다은 장편소설 ‘이상한 연애편지’(생각의나무), 김록 장편소설 ‘악담’, 구경미 소설집 ‘노는인간’(이상 열림원) 등 4권을 다음 독회에서 검토키로 했다.

오는 10월 열릴 최종심 후보작은 현재까지 김인숙 소설집 ‘그 여자의 자서전’(창비), 조용호 소설집 ‘왈릴리 고양이 나무’(민음사), 이현수 장편 ‘신(新)기생뎐’(문학동네), 최수철 장편 ‘페스트’(문학과지성), 김애란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 등 5권이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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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설박사 > 기독교 신앙의 친구, 과학
과학으로 만난 하나님 - 세상에 가득한 창조의 증거
리처드 A. 스웬슨 지음, 송형만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3때 한참 동안 물리에 빠져 지냈다. 남들 다 입시 준비하는데 나는 하루 종일 물리책을 들여다보고 즐거워하곤 했다. 왜 그렇게 물리가 좋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잖아요." 엉뚱한 대답같지만 F=ma와 같은 단순한 방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자연 현상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조화로워보였다. 법칙이 없는 곳 같은 데서 발견되는 법칙을 통해 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비법같은 것을 깨닫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가 매트릭스 세상을 간파하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그런 조화 속에서 움직이는 세상이 경이롭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마치 멋진 음악이나 영화에 매료되듯이 나는 이 세상이라는 커다란 시스템에 반했다. 내가 늘 보아오고 살아오던 세상이었지만, 물리는 나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었다.

 

스웬슨이 과학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이제는 관심의 대상에서조차 벗어난 물리적 세계에 대해 새롭고 신선한 시선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오감을 통한 체험만으로 이 세상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별히 우리가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하는 우리 몸에서 외부로 열린 창인 눈은 그 기능이 놀랍기도 하지만 너무 제한적이기도 한다. 우리의 눈은 물체에서 반사되서 나오는 가시광선만을 분별해낼 뿐이다. 세상은 분명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스웬슨은 우리의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영역 이상에서 과학이 발견해 온 수많은 놀라운 정보를 통해 우리에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고 또한 그 너머에 존재하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스웬슨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의 영역은 실로 방대하다. 소립자 세계, 심장을 비롯해 우리 몸의 내부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기관들, 놀라울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는 뇌와 감각 기관, 하나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무한한 정보의 DNA, 에너지와 네가지 힘, 고전 물리 법칙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불확정성의 원리, 초끈 이론에 이르는 현대 물리의 기본적인 개념, 시공간과 빛의 연관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학과 성경, 혹은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스웬슨은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낸 세상에 대한 경이로운 정보들을 우리에게 풀어 놓는다. 그리고, 그는 이 놀라운 수많은 정보를 통해서 '하나님의 주권'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과학과 신앙은 상충하고 갈등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통해 하나님을 더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스웬슨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니 오히려 과학과 친구가 되십시오. 그 친구는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 줄 것입니다. " 외과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스웬슨의 이 권면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가 알고 있는 어떠한 과학의 세계와 영역에도 하나님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더 넓은 이해의 폭을 제공해준다. 과학은 단순하게 보이던 것의 내부에 존재하는 복잡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상에서 가장 단순한 법칙의 존재를 증명한다. 스웬슨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물리적 세계에 있어서도 우리는 모르는 것 투성이며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과학은 우리를 '단순히 그냥 살아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세상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하고 질문을 던지게 하고 새로운 정보를 캐내도록 한다. 스웬슨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소개하는 이 과학이라는 녀석은 참으로 성가시면서도 고마운 친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인이 과학을 하기에 더 적합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믿게 되면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닌 아주 확률이 낮은 가능성을 신봉하는 어리석은 종교가 되거나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억지를 부리거나 혹은 아주 상식적인 전제를 뒤집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고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자세는 '과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겸허한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 그러한 마음가짐이 아주 잘 나타나 있다. 스웬슨은 아무것도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또한 과학자로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쉽고 친절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과학은 신앙을 말살시킬만한 아무런 능력이 없다. 오히려 과학은 신앙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런 좋은 친구를 외면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을 더 알고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더 경이로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기 원한다면 과학을 놓쳐선 안된다. 그동안 과학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스웬슨을 통해 그 오해를 풀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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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암흑기라도 꿈을 노래하고 사랑을 찬미하며

또, 이별에 아파했다


오빠는 풍각쟁이야|장유정 지음 | 민음in | 433쪽 | 2만2000원

“거리의 꾀꼬리요, 거리의 꽃으로 이 땅을 즐겁게 꾸미는 훌륭한 민중음악가― 그는 레코드계의 가수들입니다. 당신께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가수의 이름을 적어서 보내주세요.”

1934년 11월 잡지 ‘삼천리’에 실린 사고(社告)다. 1만여 장의 서신이 전국에서 답지했다. ‘최고 인기가수’는 여자 왕수복, 남자 채규엽으로 드러났다. 기생 출신인 왕수복은 정오에 평양에서 공연한 뒤 비행기를 타고 경성에 내려 저녁에 다시 청중 앞에 설 정도였다.

가수 고복수는 1936년 이런 회상을 했다. “공연에서 ‘타향살이’를 부른 뒤 여관으로 돌아오니 낯 모를 젊은 어여쁜 여자가 찾아왔겠지요. ‘선생님―!’ 하고는 그만 방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쫙쫙 흘리며 울겠지요.” 물론 팬이었다. 가수가 되고 싶어서 문을 두드리는 지망생들로 음반사 응접실은 불이 날 지경이었다. 기획자들은 “어떤 노래가 히트할지 통 알 수 없어. 대중들 기호란 워낙 예측하기 어렵거든” 하고 투덜거렸다. 1920~30년대의 조선 대중은 이렇듯 대중가요를 향유하는 모습에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의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학위 논문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가요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가수를 꿈꾸던 저자는 대학교 3학년 때 대학가요제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고, 꿈도 버려야 했다고 고백한다.

어느날 등교길, 버스 라디오에서 웬 트로트 한 곡이 흘러나왔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그녀는 그만 목놓아 울어버렸다고 한다. 도대체 트로트가 가진 그 어떤 힘이 그녀를 울게 했던 것일까.

▲ 일제시대 대중가요 전문가인 장유정 박사
저자는 묻는다. 그렇게도 가요에 열광했던 일제시대의 대중들은 과연 누구였던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계몽해야 할 무지몽매한 대상이거나 일제의 강압에 끌려 다닌 수동적 존재였던가?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그들 역시 꿈을 노래했고, 사랑을 찬미했으며, 이별을 아파했다. 삶이 부려놓는 일상의 정서는 지금과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쉬는 거리다”라고 노래한 1939년의 ‘감격시대’에 대해 “그 시절에 환희를 노래하다니, 이건 전쟁을 찬미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희망을 꿈꾼다는 내용은 시대가 절망에 빠져 있음을 역설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고, 우리 구비문학사에서 면면히 이어진 ‘선취(先取)된 미래의 소망’, 언젠가는 오고야 말 밝은 미래를 현재형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계승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일제시대 트로트의 당당한 복권(復權)을 시도한다. 트로트의 기원이 일본의 엔카에 있다지만, 그렇게 따지면 외래가 아닌 장르가 얼마나 되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노랫말에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반영됐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호응과 이에 따른 상업 논리는 강요나 강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트로트는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졌다. “한강물 푸른 줄기 말 없이 흘러가네/ 천만 년 두고 흐를 서울의 꿈이런가”고 노래한 ‘서울 노래’(1934)나 “삼백연 원안풍은(300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임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라 읊은 ‘목포의 눈물’(1935)은 상실감과 초극(超克)의 의지, 나아가 일제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대의 조용필이나 비에 해당했던 채규엽은 유행가에 대해 “희로애락의 정서를 가장 교묘하게 표현한 불후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 책의 주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그렇다면, 요즘의 가요에 대해 70년 뒤 사람들은 과연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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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1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심히 땡긴다.

물만두 2006-03-1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이 지나면 아마도 객관적 해석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