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새 책 <사라진 책의 역사>

[책세상] 사라진 책의 역사 / 뤼시앵 폴라스트롱
장서 불태우는 '인간의 광기'
'분서갱유' 포함 각국 도서관 파괴 역사
체제 바뀔때마다 '책 홀로코스트' 계속

책의 홀로코스트(대학살)사를 쓴 '사라진 책의 역사'를 읽고 가장 기뻐할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주인공 진시황제이다. 법가를 숭상했던 진시황제는 법과 명령이 바로서기 위해 책을 불태우는 결단을 내렸다. 세상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진심은 몰라주고 대표적인 폭군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 뤼시앵 폴라스트롱이 쓴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진시황제보다 더 악랄하게 책을 학살했지만 역사의 그늘에 묻힌 선·후배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고대 도서관 중 가장 방대한 양의 장서를 자랑했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48년 카이사르의 침공으로 파괴된다. 알렉산드리아 세관은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짐을 뒤져 사소한 두루마리 하나라도 발견되면 원본은 압수하고 사본만 돌려주면서까지 책을 모으는 데 신경을 썼는데도 말이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시대 도서관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은 이유는 체제가 바뀔 때마다 파괴 의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책이 왜 이런 혹독한 운명을 치러야 했을까? 책은 역사적으로 권력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맺어왔다. 책을 소유한 자가 세상을 소유한다. 바꿔 말하면 '나의 적이 가진 책은 곧 나의 적이다'는 생각이 진리로 통해 왔다.

이 책은 책을 소유하려는 열정 이상으로 장서를 파괴하는 인간의 광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책을 열심히 모으고 다시 파괴하는 일을 반복하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를 점령한 독일군이 톨스토이 박물관에 머물 때였다. 그곳 직원이 책을 불태우는 대신,나무하러가기를 권유하자 독일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톨스토이의 이름과 관련이 있는 것은 뭐든지 다 땔감으로 쓸 생각이오." 할 말이 없다.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종교도 상대의 책을 그렇게 파괴했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도들은 모두 유일한 책을 신봉하는 사람들이었다.이들의 신앙은 다른 책들은 파괴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장구한 도서관 파괴의 역사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미국 도서관협회 웹사이트에는 그날 지구상에 어떤 장서가 불타 없어졌는지 알려주는 코너가 있을 정도이다. 작가는 세계 언론이 이라크 도서관 파괴 소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데 아쉬움을 표시한다. 우리는 또한 작가에게 유감이다. 중국과 일본에 정통한 작가는 강대국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에 언젠가는 프랑스가 약탈해 간 고서적이 반환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로 저자의 나라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 상륙해 외규장각 서적 중 귀중한 책들을 골라 약탈하고 나머지는 불질러 버렸는데도 말이다. 저자의 한국에 대한 무관심을 성균관대 이춘희 명예교수의 '한국의 책 파괴 역사'도 실려 다소 메워주고 있지만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과거에 행해진 엄청난 책 파괴 사건도 디지털화로 인해 종이책이 겪고 있는 위기에 비하면 덜 심각하게 여겨진다. 종이책은 분명히 사라질 것이다. 그 때에도 인류는 장서가들이 가졌던 열정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을까? 동아일보사/이세진 옮김/2만5천원. 박종호기자 nleader@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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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헌책방 고구마] 헌책과의 구수한 데이트 고구마와 하세요!

[헌책방 고구마] 헌책과의 구수한 데이트 고구마와 하세요!
 
 
- 정도영 기자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1번 출구로 나와 농협방향으로 동행인과 두어 마디 너스레를 떨다보면 왼편으로 헌책방 고구마의 첫 번째 창고가 나타난다. 그리고 건물 밖까지 책을 꽂아둔 창고 위에 “지식연대/ 정보연대/ 정서연대/ 문화연대/ 생명연대/… 창고형 헌책방 고구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글 바다(?) 간판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그곳 헌책방 고구마가 이 달의 문화발전소로 지정된(?) 곳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헌책방 고구마는 모두 네 곳의 창고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하여 첫 번째 마주하는 곳이 바로 중고등 학생용 참고서, 수험서, 사전류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창고 입구부터 기자가 중고등학교 시설만 해도 필수품이었던 성문기본영어에서 정석수학까지 정겹지만 다시 들춰보기는 좀 머뭇거려지는 수험서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얌전히 쌓여 있다. 수험서 창고에서의 정겨움과 반가움이 고조를 이루기도 전에 우리는 두 번째 창고 앞에서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바로 수험서와는 대치되었던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 ‘만화’ 책들과 각종 잡지들이 차마 다 꽂히지도 못하고 길바닥까지 나와있으니 말이다. 이곳에서는 새소년에서 나온 각종 만화책들과 『보물섬』까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폐간을 알려 마니아들을 슬프게 한 영화잡지 『키노』도 눈에 띈다. 사실 기자의 눈에 익은 책들은 아주 소량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 만들어지고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듣도 보도 못한 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때마침 창고 정리하던 날이라 꼭꼭 숨어 있던 책들이 창고 앞 보도를 막고 헌책 특유의 향내를 뿜어내고 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가던 길을 멈추고 이 책 저 책을 고르며, 특별히 찾는 책을 고구마 식구들한테 물어보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맛보기일 뿐. 일반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한 열 걸음만 더 가면 세 번째 창고 소설류, 인문학 등의 책이 보관된 종합 매장이 지하에 위치한다. 이곳이 바로 문학인은 물론 예비 문학도, 각계 연구자들이 주로 들르는 곳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줄줄이 책이 쌓여 있다. 지하의 습기 냄새가 오래 묵은 종이냄새와 절묘하게 조화되어 헌책의 묘약처럼 방문객들을 금새 헌책에 매료되게 만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인문학 관련 논문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즐겨있던 시집이니, 소설책이니, 또 요리책, 여행가이드북, 심지어 대학교지, 과 학회지까지도 접할 수 있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도 책들이 쌓여있어 사이사이를 누비며 원하는 책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지나가다 떨어뜨린 책들을 제자리에 쌓아 놓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기어이 찾게 된 책과의 만남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또 추억이 담긴 이런 저런 책들을 발견하고, 꺼내어 낯익은 표지를 대면하거나 쌓인 책들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 잊지 못할 지면을 찾아 읽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고구마에서는 헌책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여느 대형 도서박람회를 관람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단, 유의할 점은 꺼내 읽은 책은 반드시 제자리에 꽂아 둬야 한다는 것.

어린이 책들과 전집류를 보관하고 있는 네 번째 매장은 길가에 위치한 다른 매장들과 달리 주택가로 좀더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는 아직 채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 창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꽉 채워져 있다. 50년대 후반에 발간된 완역판 세계문학전집은 물론, 계몽사, 금성출판사로 대표되던 어린이 세계명작동화전집들도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곳은 단골이 아니면 접근이 쉽지는 않다.
이렇게 네 곳의 창고에 보관된 책들은 무려 35만권. 그러니 자료수집이 많은 각 분야 교수님들, 헌책 애호가 사이에서는 이미 고구마의 명성이 입소문으로 쫙 퍼져있다. 10년이 넘는 단골들도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회의 이라크 파견문인 오수연씨도 이곳 단골이란다. 이외에도 고구마는 4만장 정도의 LP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방송국 음악 담당 PD들이 와서 대표님을 조르고 졸라 끝내 원하는 LP를 구해가기도 한다.

설마했던 그 책까지 바로 보내드립니다
이런 고구마가 세간의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사이트를 오픈하고 온라인 구매가 가능해지면서다. 고구마는 1984년 ‘중앙서적’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사실 아직도 법적으로는 ‘중앙서적’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그러다 97년 인터넷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고구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것이다. 이범순 대표는 고구마로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을 “일단 우리 것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장백산, 고구려 등 20여 개 중 인터넷 시대에 맞춰 젊은 세대 감각에 맞은 것으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책하고는 전혀 안 어울리는 엉뚱한 것을 골라서 지은 것”이라고 전한다.

온라인 고구마에서는 원하는 책을 도서명, 저자, 출판사로는 물론, 출판년도, 번역자로도 검색이 가능하며, 재고 확인된 책은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가능하며 입금만 확인되면 4일 이내에 집안에서 받아 볼 수 있다. 또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하고 직접 찾아가서 책을 확인하고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턱대고 방문해서 원하는 책 목록을 고구마 식구들한테 들이밀면 두어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책을 찾는 사람도, 책을 사는 사람에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여러 권의 책을 구입하고자 하면 미리 주문하는 것이 고구마에서의 기본 에티켓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헌책방이 어디 고구마뿐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북○○, 책○○ 등의 온라인 헌책서점들이 많다. 그러나 고구마가 돋보이는 것은 바로 ‘헌책의 다양성’에 있다. 보통 헌책방들이 잘 나가는 책만 골라서 갖다 놓는 반면 고구마에는 이범순 대표가 20년간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정집, 출판사, 고물상까지 직접 뛰어다니면서 구해온 고서, 희귀본, 절판본 등 흔히 만날 수 없는 책들하며, 혹 재고가 없는 것들도 게시판으로 부탁하면 설마 했던 책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궁금하시면 지금 바로 들어가 보시라.

끝으로 고구마 인터넷 사이트 개편 소식 하나 더. 고구마 사이트는 97년에는 고구마를 단순히 홍보하는 수준이었고, 98년에 검색기능과 온라인 구매기능을 추가한 이래 한번도 보완 된 적이 없다. 하지만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져가고 다양해졌기 때문에 분류코드도 더 세분화할 계획이란다. 특히 새로 개편된 사이트에는 경매 기능도 추가된다고 하니 원하는 책에 직접 가격을 매겨 흥정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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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 헌책방 고구마 이범순 대표 인터뷰

 설립동기
원래 시를 좋아했어요. 청계천이니, 동네 헌책방이니 많이 돌아다니면서 신동엽 시인의 책도 많이 봤죠. 그러면서 헌책방의 매력과 재미를 알게 됐고 군대 제대하고 그냥 헌책방을 직접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헌책의 매력은
일단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보물급 책을 만난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책 판매주기가 짧아요. 신간은 더욱 그렇고요. 금방 나왔다가 금방 절판되죠. 근데 헌책은 수십년 전 것도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전 주인의 흔적 체취도 느낄 수도 있죠. 의미 있는 밑줄이라던가 낙서 같은 거요. 또 뒷장 한쪽에는 단편적인 일기 비슷한 것도 있고요. 사랑했던 사람, 미워했던 사람에 대한 단상들도 만날 수 있고, 그런 즐거움이 짭짤하죠. 한 번 맛을 보면 환자가 되고 저도 환자예요.

 헌책에 담긴 추억 하나
70년대 말 김지하의 『오적』을 울면서 읽었어요. 그래서 청계천 헌책방을 모조리 뒤지면서 돌아다녔는데도 못 샀어요. 결국 한 헌책방에서 베끼는 데만 5천 원을 줬죠. 그것도 빨리 베끼라고 재촉하는 주인의 구박을 받아가면서 말이죠. 그 당시 김지하 시집은 판매 금지서라 한 권에 2~3만원도 더 했죠. 그래도 못 구했으니.

 운영하면서 보람과 힘든 점
시간이 돈인 요즘 세상에 몇 시간씩이고 검색하고, 찾아와서 기어이 원하는 책 찾아가는 손님들 보면서 힘도 받고 보람도 느껴요. 하지만 어렵게 구한 책을 도둑 맞을 때는 힘이 빠지죠. 옛날에는 학생들 많이 잡았어요. 아이들은 잘 가르치면 가능성 있잖아요. 유치하게 부모님께 돈 요구하고 그런 건 안 하고 두 달 내내 반성문 써오게 했죠.
 밥 먹여 가면서 말이죠. 하하하. 사실 보안 카메라도 사다 놨는데, 고민되더라고요. 카메라를 단다는 것이 야박해 보이기도 하고, 저희 가게 찾아오는 손님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할 도리가 아닌 것 같고. 잃어버리는 게 더 나은가 싶기도 해서 지난 겨울에 사다놨는데 못 달고 있어요.

 앞으로 고구마의 운명은
솔직히 욕심은 있어요. 저도 장서 몇 백만 권에 도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보관부터 시작해서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목표는 확실히 가지고 있어요. 규모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빠르면 내년쯤에 지역에 폐교 하나 얻어서 헌책 박물관을 만들 거예요. 폐쇄적이거나 일부 마니아들만의 놀이터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책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할거예요. 역시나 도둑이 겁나긴 하지만.
 
출처 : 컬쳐뉴스(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201&title_down_code=005&article_num=709&pag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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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파워 브랜드 그들의 성공 드라마

코카콜라의 진실
콘스턴스 헤이스 지음|김원호 옮김|북@북스|545쪽|1만7000원
구글, 성공 신화의 비밀
데이비드 바이스 등 지음|우병현 옮김|황금부엉이|479쪽|2만원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를 방문했을 때다. 샘물처럼 솟아나는 코카콜라를 마음껏 마셔가며, 한때 코카콜라가 ‘신비의 영약(靈藥)’ 대접을 받았고 소화제로 팔렸다는 역사를 구경할 수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네온사인으로 현란하게 치장하거나 온갖 기괴한 장난감으로 가득 채운 사무실. 모터로 조류(潮流)를 일정하게 흐르게 만들어서 마치 러닝 머신의 원리처럼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미니수영장. 게다가 이발소와 안마 시설까지 있는 회사. 모두 “즐겁지 않으면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코카콜라가 120세의 할아버지로 ‘전통산업’을 대표한다면, 구글은 8세의 어린이로 ‘IT산업’의 선봉 역할을 한다. 코카콜라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면, 구글은 정보화사회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런 두 회사의 뿌리를 다룬 책이 동시에 번역·출간됐다.

지난해 코카콜라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시장점유율과 시가총액 모두 경쟁업체인 펩시에 밀려 업계 2위로 내려앉았다. 창립 120년 만에 위기를 맞은 코카콜라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낼지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콘스턴스 헤이스의 유작(遺作) ‘코카콜라의 진실’은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줄지 모른다.

책 곳곳에는 코카콜라 원액의 탄생, 1900년대의 소다수 판매점, 역동적인 보틀링(bottling) 체계, 세계로의 확장, 그리고 최대의 실패작이라 할 수 있는 뉴코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코카콜라가 대중음료수로 널리 알려진 것은 마케팅의 힘이었다. 특히 1931년 미국의 대공황기 때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광고에 도입하여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던 사람들에게 작은 사치를 누릴 기회를 선사했다. 당시 겨울철 판매증대 전략을 고민하던 회사측은 산타클로스를 광고에 등장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구글은 갓 태어나 힘이 넘친다. 1뒤에 ‘0’이 100개나 붙는 큰 숫자를 뜻하는 ‘구골(googol)’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추진하던 프로젝트를 ‘구글’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 그대로 사명(社名)이 된 회사. 창업 후 7년밖에 안된 지난해부터 ‘구글 쇼크’로 거론되는 엄청난 힘으로 전자상거래, 유통, 통신, 출판, 부동산,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영토 확장을 하고 있다. 현재 구글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고, 주식 가치가 GM과 포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기업이 됐다.

‘구글, 성공 신화의 비밀’은 1995년 봄 스탠퍼드대학에서 창업자인 래리와 세르게이가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부터, 무료로 제공되는 유명 요리사의 최고급 호텔식 점심식사, 터치패드로 작동하는 화장실 등 구글의 은밀한 내부 모습도 담았다.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맞서 싸우는 핵심 전략까지, 기업 성장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다. 저자들은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최고로 하는 입소문 마케팅을 구글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업 7년 만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26위(세르게이 브린)와 27위(래리 페이지)에 오른 공동창업자의 성장 과정과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홍섭기자 h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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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3-2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글성공신화의 비밀 궁금했어요

stella.K 2006-03-2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땡겨요.^^

Mephistopheles 2006-03-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도 성공이지만...확실히..때를 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06-03-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무시 못하죠.^^

암리타 2006-03-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용
 

 

[김탁환의 '책과 램프사이'] 50년 후 내 모습

패이스 팝콘·애덤 한프트‘미래생활사전’

50년 전, 우리는 인터넷폰도 워드 프로세서도 몰랐다. 동네에 전화가 한 대뿐이어도 불편하지 않았으며, 연필 흑심에 침을 발라가며 원고지에 글자를 꾹꾹 눌러쓰면서도 마냥 행복했다.

시체(屍體)를 뒤지듯, 이미 와버린 시간인 과거를 파헤치는 것만이 역사는 아니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간다. 오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은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향수만큼이나 짙다. 오늘의 평안은 어제 들인 노력의 결과이며 오늘의 헌신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과거를 탐색하며 기억을 일깨우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현재를 ‘곧 과거가 될 미래’로 규정하는 것도 이러한 삶의 연속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미래를 가늠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노스트라다무스를 비롯한 예언자들의 서책에는 비유나 상징이 가득하다. 정확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엇비슷한 사건이나 사물만 등장해도 큰 화제가 된다. 미래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는 많다. 그러나 그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래의 모습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만 전면에 배치할 뿐, 자질구레한 일상을 낯선 단어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부분은 고대나 중세와 닮았고 어떤 부분은 지금 우리네 생활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직 없는’ 단어들과 ‘이제 막 쓰이려는’ 단어들을 모아놓은 사전은 다르다. 애매모호함이 틈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미래생활사전’ (을유문화사)은 오로지 미래의 삶만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쪼개어 냉정하게 설명한다. 가령 ‘배아 메뉴(Embryo Menus)’는 “수정(受精) 기술의 발달에 따라 원하는 아기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사용될 단어이고, ‘이메일 코치(Email Coaches)’는 “이메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신종직업이다.

이 사전대로 미래가 펼쳐지리라고 완전히 믿는 것은 곤란하다. 사전이란 형식이 가치중립적인 것 같지만, 이 두툼한 책에는 미래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뒤섞여 있다. 미래가 점점 유토피아로 다가선다면 디스토피아에 어울리는 단어들은 사라질 것이고, 디스토피아로 추락한다면 유토피아를 치장했던 단어들은 찾을 수 없게 된다. 저자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이 사전의 냉정함이자 한계다. 사전이 다시 집필되는 것은 필연이지만, 그 두께와 빛깔을 결정짓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지금이 원고지를 쓰던 시절보다 더 나아졌다고 확정지을 수 있을까. 내게는 과학문명의 발달을 곧바로 장밋빛 미래와 연결시키기를 주저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 50년이 지나면 지금 내 삶을 둘러싼 사건과 사물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고, 내가 알지 못하는 생활이 펼쳐지리라. 앞당겨 묻고 싶다. 2056년, 여든아홉 살 디지털 스토리 텔러 김탁환씨! 50년 전보다 행복한가요?

김탁환·소설가·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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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기자의 책 읽어주는 남자
클로드 모르강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

남자의 질투는 대체로 여자의 질투보다 위험합니다. 원초적인 완력이 주둥이를 놓친 풍선처럼 허공을 몸부림 칩니다. 손 닿는 곳에 치명적인 무기가 있을 때 남자의 질투는 삐끗, 자신의 인생까지 끝장내고 맙니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공기총을 들고 전처를 찾아간 사내가 있더군요. 그런데 가령 내가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도 포로가 되어 같은 막사에 머무르게 됐는데, 그 친구가 내 아내와 열애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클로드 모르강(Claude Morgan)의 장편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원제:La Marque de l’hommme)이 아직도 저를 누르고 있습니다. 그 문장과, 그 줄거리와, 그 울림이 원체 커서 말이죠. 이 작품은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교사 출신의 한 남자가 나중에 레지스탕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2차 대전 막바지. 장 베르몽이 독일 에델바흐의 포로수용소에서 갇혀 있다가 가장 절친한 친구인 자크를 만나는 대목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자신의 아내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이 우연히 드러납니다. 남편인 장과 나누는 편지 속에서 아내 클레르는 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 받는데, 자크와 나누는 편지 속에서는 인생과 예술을 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크는 장이 한번도 보지 못한 아내의 처녀 적 사진까지 간수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세상이 뒤집힐 일입니다.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열애 중일 것이란 질투심 앞에 자신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소설이 흘러가면서 장은 자크의 철학과 인생관에 점차 감화를 받게 되고, 저항과 투쟁은 왜, 사랑과 자유를 먹고 사는지에 대해 점차 깨닫게 됩니다. 아내의 진정한 애인이랄 수 있는 자크에게서 인생의 참된 의미와 조국을 통째로 배우게 되는 셈입니다.

병 때문에 수용소에서 풀려난 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또 한 사람의 레지스탕으로 태어납니다.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아내와 고품격 사랑을 할 것 같은데 그때는 이미 아내가 또 다른 조직에서 레지스탕으로 활동하다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란 명작을 기억하세요? ‘나는 인류를 사랑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 할수록 특정한 사람들을 개인으로서 사랑하는 일은 적어진다는 사실이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왜 특정한 사람을 혐오하면 혐오할수록 인류 전체에 대한 헌신의 마음이 들끓어 오르는지, 인간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동물입니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도 같습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한니발 렉터 박사가 클래식 음악의 선율에 심취하는 대목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묘미는 야만과 예술에 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에 흥미로운 메스를 가하기 때문입니다. 남편 장이 전쟁터로 떠난 사이 아내 클레르는 자신의 집을 점령한 독일 장교들과 거실을 공유하게 되는데, 그 중 한 독일 장교가 뛰어난 피아노 솜씨를 보여줍니다. 클레르는 그 독일 장교가 히틀러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고, 그 독일 장교의 피아노와 독일의 위대한 음악가들의 세계로 흠뻑 빠져듭니다.

이번주는 이 소설책 한 권으로 누구의 주말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해드립니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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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3-2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이 책, 저 대학 입학했을 때, 꼭 읽어줘야 하는 책 리스트에 항상 끼어 있더랍니다. 여태 안 읽었군요 ^ ^

stella.K 2006-03-2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어 본 것 같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