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박사 ’대통령과 국가경영’ 출간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은 안보 우선, 경제 발전, 민주 발전의 순서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국가발전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었다.”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의 김충남 박사가 6명의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방식과 정책 등을 비교ㆍ분석해 장단점을 논한 ’대통령과 국가경영’(서울대출판부)을 내놨다. 부제는 ’이승만에서 김대중까지’.

저자는 “국가의 성공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고 실패한 국가에는 잘못된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오늘의 한국은 역대 대통령들의 공헌에 힘입은 바 크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존의 ’민주와 반민주’라는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한 잣대라고 지적한 그는 개도국 리더십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다른 틀을 제시한다.

즉, 국가 건설단계에는 대내외 안정유지(안보), 경제발전, 정치발전의 3대 과업을 해결해야 하지만, 개도국 정부들은 자원도 경험도 부족하고 장애요인도 많아 이러한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으며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

책에서 이승만은 통일 한국을 성취하려는 민족주의자로, 박정희는 경제력이 안보와 통일과 민주주의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확신해 경제발전에 매진한 인물로 , 전두환과 노태우는 민주화 과정과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대통령으로 그려진다.

또한 김영삼과 김대중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대통령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김대중은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저자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민주주의도 위협받게 되며, 경제적 바탕이 없으면 안보도 민주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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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는 해를 삼켜 열매 맺는다


스코르타의 태양
로랑 고데 지음|김민정 옮김|문학세계사|319쪽|9400원

눈이 부신 소설이다. 2004년 공쿠르 문학상 수상작이란 후광때문만은 아니다. 소설을 펼치자 마자 ‘뙤약볕에 땅이 쩍쩍 갈라지는 듯 했다’고 시작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돌덩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면서 신음하는 풍경 묘사가 눈을 자극한다. ‘때는 오후 2시, 땅은 화형에 처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울처럼 꼼짝도 않고 태양만 눈부시게 비춰내고 있는 바다’가 갑자기 망막을 가득 채운다. 그 바다는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아드리아해다.

이 소설의 무대는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 뒷꿈치에 해당하는 폴리아 지방이다. 언덕길을 따라 다닥 다닥 붙어있는 하얀집들, 바닷가로 통하는 구불구불한 돌계단, 성당 정면을 향해 밀려드는 파도로 장식된 몬테푸치오가 주무대다. 18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5대에 걸친 스코르타 가문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스코르타 가문의 시조는 ‘시체와 노처녀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라고 한다. 강도질로 악명을 떨쳤던 한 사내가 15년 동안 옥살이를 한 뒤 고향에 돌아와 진정으로 연모했던 처녀를 찾아간다. 꿈에 그리던대로 그녀와 사랑을 나누지만, 그는 고향 사람들로부터 돌세례를 받는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그가 껴안았던 처녀가 원래 사랑했던 여자와 똑같이 생긴 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운명에 침을 뱉으며 눈을 감는다. 그런데 그가 죽기 두 시간 전 사랑을 나눈 처녀의 뱃 속에는 이미 그가 뿌린 씨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시체와 노처녀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가 등장하지만, 산모는 곧 세상을 뜬다.

그 아이는 자라서 ‘로코 스코르타 마스칼조네’란 악당이 된다. 로코는 그 아비보다 더 무서운 강도가 돼 돈을 긁어 모은다. 벙어리 여인과 결혼해 두 아들과 딸도 낳는다. 그는 어느날 신부를 찾아가 온 재산을 성당에 헌납하면서 자식들에게 한 푼도 남겨주지 않은 채 세상을 뜬다. 로코의 자식들은 그런 운명을 저주처럼 받아들이면서, 그 무게를 견디며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 이 소설의 진짜 시작이다.

이 소설의 서술 양식은 중층 구조를 지니고 있다. 로코의 딸 카르멜라가 뒷날 임종을 맞아 신부에게 가족의 비밀을 1인칭 시점으로 고백하는 것과, 그 가족사를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하면서 이탈리아 현대사까지 중첩시키는 것이 교차된다. 원래 희곡을 썼던 작가 로랑 고데<사진>는 추리 형식까지 가미해서 가독성을 높인다. 시적 묘사와 극적 사건이 조화를 이룬 이 소설의 전언은 명쾌하다. 몬테푸치오의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새 열매를 맺는 올리브 나무처럼 인간은 운명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을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인간도 올리브처럼 영원하리라’는 것이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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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그 동네를 탐색하는 소설들 - 업뎃중

1. 김애란 -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날때 (노량진)

2. 김연수 - 쉽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농담 (가회동, 종로 일대)

3. 윤대녕 - January 9, 1993 미아리 통신 (미아리에서 길음역)

4. 조경란 - 나는 봉천동에 산다 (봉천동)

5. 양귀자 - 원미동 시인 (부천 원미동)

6. 박완서 - 그 남자네 집 (성북동)

7. 이창동 - 녹천에는 똥이 많다 (녹천)

 

또, 무엇이 있을까요?
많은 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퍼뜩 안 떠오르네요...힝...
아시는 분, 알려주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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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나보코프의 '롤리타' 달력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의 달력을 옮겨놓는다. 출처는 윤효윤 교수의  비평적 주석본 Lolita'(신아사, 1997)이다. 복사하면 되는 내용을 왜 타이핑해놓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려나 <롤리타>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해서, 다시 편집해 놓는다. <롤리타>는 스탠리 큐브릭과 애드리안 라인에 의해서 두 차례 영화화되었는데, 여기서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도미니크 스웨인이 주연한 라인의 <롤리타>(1997)에서 이미지들을 따온다. 

 

 

 

 

1910 파리에서 험버트 험버트(Humbert Humbert) 출생.

1911 오우션 시티(Ocean City)에서 클레어 퀼티(Clare Quilty) 출생.

1919 6월: 험버트의 집으로 카나리아 새 한 마리가 찾아오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애너벨 레이(Annabel Leigh)의 집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1923 6-8월: 리비에라(Riviera)에서 험버트와 애너벨이 여름을 함께 보낸다. 9월: 리용(Lyon)에 있는 중고등학교로 험버트 진학. 12월: 그리스의 코르푸(Corfu) 섬에서 애너벨 사망.

1934 4월: 해롤드 헤이즈(Harold Haze)와 샬롯 벡커 헤이즈(Charlotte Becker Haze) 신 혼여행으로 멕시코의 베라 크루즈(Vera Cruz)로 가게 되며 샬롯은 그곳에서 롤리타를 임신한다.

1935 1월 1일: 피스키(Pisky)에서 롤리타 돌로레스 헤이즈 출생. 4월: 헙버트 파리에서 모니크(Monique)를 만난다. 그후 험버트는 발레리아 즈보롭스키(Valeria Zborovsky)와 결혼한다.

1939 험버트와 발레리아는 이혼한다. 험버트는 미국에서 살던 삼촌의 유산을 받는다.

1939-40 겨울: 포루투갈에서 험버트 겨울을 지난다. 봄: 험버트 미국에 도착한다. 퀼티는 극 "어린 님프"(The Little Nymph)를 완 성한다.

1940-42 험버트 영미의 문학도를 위한 불문학사를 집필.

1943-44 험버트는 정신 요양소에서 치료를 받는다.

1944 여름: 롤리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스 팔렌(Miss Phalen)의 집에 가게 된다.

1944-45 험버트 북극 탐험대에 참가. 캘리포니아에서 출산하던 중에 발레리아 사망.

1945 11월: 헤이즈 가족 피스키에서 램즈데일(Ramsdale)로 이사.

1945-56 험버트의 북극탐험 보고서가 '성인 정신물리학 연보'(Annals of Adult Psychophysics)에 게재된다.

1946-47 험버트 다시 정신 요양원으로 간다.

1947 5월 30일-6월 3일: 험버트는 램즈데일로 가서 샬롯과 롤리타를 만난다. 6월 4일(목): 험버트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6월 9일(화): 롤리타의 눈에 있는 티를 험버트 혀로 잡아낸다. 6월 20일(토): 일기가 끝난다. 6월 21일(일): 험버트 긴 의자에서 롤리타와 함께 앉아 있는 동안 성적인 오르가즘을 경험 한다. 샬롯은 교회에 가서 험버트의 사랑과 주님의 인도를 바라는 기도를 올린다.

6월 23일(화): 험버트와 샬롯은 물건을 사러 나간다. 6월 25일(목): 화가 난 샬롯은 롤리타를 하계 캠프장(Camp Q)로 보낸다. 험버트는 샬롯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6월말: 험버트와 샬롯 결혼한다.

7월 30일(화): 험버트는 아워글래스 호수(Hourglass Lake)에서 샬롯을 살인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8월 7일(화): 샬롯은 미스 팔렌의 편지를 받는다. 8월 8일(수) 험버트의 일기를 읽은 샬롯 격분하며 편지를 부치러 나가다가 집 앞에서 비일 (Beale)이 몰고 오던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8월 13일(월): 롤리타 하이킹을 떠난다. 8월 15일(수): 험버트는 롤리타를 데리고 오기 위해 캠프 큐로 간다. 험버트와 롤리타는 그 날 밤을 파킹턴(Parkington)에 있는 '도취된 사냥꾼들'(The Enchanted Hunters) 호텔 에서 보낸다. 퀼티 역시 이 호텔에서 묵는다. 8월 24일(일): 파킹턴의 영화관에서 "야성의 힘"(Brute Force)과 "악령"(Posssessed)이 상연된다.

1947-48 8월-8월: 미국 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한 후 험버트와 롤리타는 비어즐리의 13 타이어 스 트리트(Thayer Street)에 거주지를 정한다.

1948 11월: 롤리타는 교실에서 자주 한숨을 쉰다. 12월: 교장 선생은 험버트에게 롤리타가 "도취된 사냥꾼들"이라는 연극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기를 요청한다. 크리스마스: 롤리타는 기관지염에 걸린다.

1949 1월 1일(토): 험버트는 롤리타의 14회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준다. 5월 20일(추정): 클레어 퀼티는 자신이 쓴 "도취된 사냥꾼들"의 공연 연습을 관람하며 이때 롤리타를 유혹한다. 5월 24일(화): 롤리타는 피아노 교습에 가지 않는다. 5월 27일(금): 롤리타가 다시 교습소에 나타나지 않자 미스 엠퍼러는 험버트에게 전화한다. 5월 29일(일): 험버트와 롤리타는 비어들리를 떠난다. 6월 7일(화): 험버트와 롤리타는 캐스빔(Kasbeam)에 있는 체스트넛 코트(Chestnut Court) 에 도착한다. 롤리타는 험버트가 이발소에 가 있는 동안 그곳에서 퀼티는 몰래 만난다. 험버트는 붉은 색 자동차가 계속 뒤따라오는 것을 느낀다. 6월 10일-14일: 롤리타와 험버트는 연극 "번개를 사랑한 여인"(The Lady who loved Lightning)을 관람하며 클레어 퀼티와 비비언 다크블룸(Vivian Darkbloom)을 보게 된다.

6월 14일-25일: 콜로라도주의 캠피온(Champion)에 도착하며 그곳 호텔에서 엉터리 전화를 받는다. 험버트가 없는 사이 퀼티는 롤리타와 정구 게임을 한다. 붉은 색 수영복을 입고 장난치는 롤리타의 모습을 보고 험버트는 구토를 느낀다. 6월 27일(월): 엘핀스톤(Elphinstone)에 있는 실버 스퍼 코트(Silver Sper Court)에 도착하 고서 롤리타는 몸이 아파 그곳 병원에 입원한다. 7월 20일(토): 험버트는 60마일을 운전한 다음 구입한 선물을 들고 롤리타를 만나러 병원 으로 간다. 그곳에서 폰더로사 로지(Ponderosa Lodge)라고 인쇄가 된 봉투를 본다. 7월 3일(일): 험버트는 몸이 아파 롤리타가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한다. 7월 4일(화): 오후 2시쯤 롤리타는 퀼티와 함께 병원을 나간다. 7월 5일-11월 18일: 험버트는 폰더로사 로지와 비어즐리 사이에 있는 342개의 여관을 수색한다. 겨울: 퀼티와 헤어진 다음 롤리타는 식당에서 일한다.

1950 1월 1일: 험버트는 롤리타의 생일 선물로 사주었던 자전거와 롤리타의 다른 물건들을 고아 원에 보낸다. 얼마후 험버트는 정신 요양소에 입원 5월까지 그곳에 머문다. 5월: 험버트는 리타(Rita)를 만난다.

1951 9월: 험버트는 방문교수로 칸트립 칼리지(Cantrip College)로 간다.

1952 6월: 험버트는 칸트립 칼리지 체재를 끝내고서 그곳 감옥에 갇혀 있던 리타를 데리고 나온다. 8월: 리타와 함께 험버트는 파킹턴을 방문하여 1947년 8월 기간의 신문을 찾아본다. 8월-9월: 한국전에 참전했던 찰스 홀름즈(Charles Holmes) 전사. 9월 18일(목): 롤리타는 험버트에게 돈을 부쳐 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9월 23일(화): 험버트는 콜몬트(Coalmont)로 가서 롤리타와 그녀의 남편 딕 쉴러(Dick Schiller)를 만난다. 롤리타는 자신을 데리고 간 사람이 퀼티임을 알려주지만 험버트를 따라가기를 거절한다. 9월 24일(수): 험버트는 램즈데일로 가서 퀼티의 주소를 그의 삼촌 이보르(Ivor)로부터 알아낸다.

9월 25일(목): 험버트는 권총으로 클레어 퀼티를 살해한 다음 난폭운전으로 구금된다. 11월 16일(월): 험버트는 관상동맥 혈전증으로 죽는다.(험버트는 요양소와 감옥에 있는 56일 동안 수기를 썼다고 말하는데 9월 25일부터 11월 16일까지 날짜를 계산하면 56 일이 된다.) 12월 25일(목): 그레이 스타(Gray Star)에서 분만 중에 돌로레스 쉴러(Dolores Schiller) 도 죽는다.

06.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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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 &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커플부대와 솔로부대의 전쟁은 언제나 커플부대의 승리로 끝난다. 솔로부대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그것들은 모두 시기와 부러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솔로부대는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이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패배하는 건 아니다. 솔로부대에서 커플부대로 옮겨가면 승리감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질투심에 몸부림칠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속는 셈 치고 책에서 그 비법을 배워보자.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실용서로 삼는다면 허전한 옆구리를 꽉 채워줄 수 있으리라.


인기가 왜 없을까?

질문 : 다음 설명을 보고 공통점을 찾으시오.

1. 인기 많은 남자가 좋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4. 의외로 가족 관계는 양호하다.

5. 첫 경험은 열아홉 살.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때로 순정 만화를 읽는다.

8. 밤의 버스를 좋아한다.

9. 아웃 도어는 싫다.

10. 실수하고 싶지 않다.


정답은? 「7월 24일 거리」에 나온 ‘인기 없는 여자’의 특징이다. 소설 속의 말이라고 하지만 솔로부대의 일원이라면 경청해볼 필요가 있는, 꽤나 그럴 듯한 말이다. 자, 그렇다면 솔로부대의 탈출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저것과 반대로 하면 될까?


글쎄, 그건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저것들이지만 그 뒤에 중요한 진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란 무엇일까? 보이기에는 인기가 없는 여자 같지만 알고 보면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용기’가 없는 여자라는 것이다.


솔로부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짝사랑 하는 사람이 있어도 가슴앓이만 하며 주위를 맴돌고 기적적으로 상대가 먼저 고백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때로는 친구가 내 대신 고백해주기를 바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품기도 하는데 이것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고백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내 주제에’하는 체념 때문에 스스로 솔로부대에 안착한 이들이여, 가슴이 뜨끔하지 않는가?


그 자식, 왠지 마음에 안 들어!

요시다 슈이치만큼이나 제인 오스틴도 「오만과 편견」에서 솔로부대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바로 ‘오만’과 ‘편견’을 지우라는 것!


책 속을 들여다보자. 다섯 명의 딸을 빨리, 그리고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고 싶은 집안에서 자라난 엘리자베스는 언니의 전문 연애 상담가다. 그녀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다 분석해내고 상대방의 반응 등을 기막히게 포착해낸다고 자부하고 있는, 스스로 뛰어난 상담가라고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담 잘해주면 뭐하겠는가?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는 것을.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향한 다르시의 시선이 못마땅하다. 세상은 다르시는 두고 멋쟁이라고 말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보기에 그는 무뚝뚝한데다 거만해 보이는, 한마디로 ‘꽝!’이다. 그래서 다르시라면 치를 떤다. 더욱이 다르시 또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여 다르시 이야기만 나오면 더 흥분하고 못 마땅해 한다. 한마디로 편견에 사로잡혀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토록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과도 같던, 멋진 가문의 멋진 남자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걸 알지 못한 채 엄해도 너무 엄한 남자를 만나고 마는 엘리자베스. 아, 가련한 우리의 엘리자베스, 굴러온 복을 뻥 차더니 자신의 복까지 내던지는 불상사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놈의 편견 때문에!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엘리자베스도 문제지만 다르시도 문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엘리자베스가 분석한 대로 다르시는 약간 오만한 기질이 있다. 가문만큼이나 콧대 높은 자존심이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큐피트의 화살에 엘리자베스를 사모하게 된다. 더욱이 자신을 지독하게 냉대하는 엘리자베스를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관계개선이라도 시도해봐야 하건만 하는 꼴이 영 말이 아니다.


다르시는 엘리자베스가 보고 싶다. 하지만 체면상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콧대 높은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만나거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은근슬쩍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다르시의 행동을 요즘 버전으로 바꿔보자. 다르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전화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낸다. 엘리자베스가 전화를 걸어서 차가운 목소리로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면 다르시 왈, “어? 문자가 잘못 갔네요.”라고 말하고 만다. 물론 그걸로 전화는 뚝….


다르시는 오만하다. 그렇기에 용기를 내야한다. 가면을 벗고 솔직한 마음으로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가야 한다. 만나자는 말을 떳떳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평생 잘못 보낸 문자 타령만 하고 말 테니까. 솔로부대여, 이쯤에서 다르시의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보자. 어떤가? 공감이 가지 않는가?


우리의 만남은 세 번의 환생을 거친 것이니…

전철역에서 마음에 꼭 드는 이성을 만났다. 목적지에서 내리고 보니 그 이성도 그곳에서 내렸다. 나가는 출입구도 똑같고 정거장에서 타는 버스도 똑같다. 이쯤 되면 운명을 생각할 만하고 그래서 한 가지 약속(?)을 한다. ‘같은 정거장에서 내리면 말을 걸어보자!’ 무슨 일인지 같은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러자 약속은 다른 약속으로 이어진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말을 걸어보자!’ 글쎄, 그런 날이 올까?


언젠가 유행한 말 중에 ‘난 너를 만나기 위해 세 번을 환생했다’는 것이 있다. 솔로부대에게 엄청난 지탄을 받았지만, 사실 이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자, 이런 마음가짐을 갖자. 지금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세 번 환생했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보자. 뭔가를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좋게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용기를 내야한다. 그것이 힘들지라도 용기를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꽝’이다. ‘오만’과 ‘편견’도 마찬가지다. 지우자. 살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들 때문에 그 사람을 놓친다면 얼마나 후회하겠는가. 후회는 약도 없는 불치병이다. 그러니 「7월 24일 거리」와 「오만과 편견」을 교재삼아 늦기 전에 서두르자.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자. 만남을 위해 세 번 환생했다는 사실을. 말도 안 된다고? 그렇다.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당신은 평생 솔로부대에 있어야 할 팔자’라는 말보다는 믿고 싶지 않은가? 그러니 믿자. 그리고 옮겨가자. 커플부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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