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책에 별점을 매긴다는 것이 어렵고, 과연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책도 추억과 같아서 읽었을 그 당시 좋은 책이 있는가 하면, 읽을 땐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책도 있다.
어떤 책은 개인적으론 딱히 좋지는 않은데 그 나름대로 값어치를 하는 책이 있기도 한다. 그러니 책에 별점을 매긴다는 것이 애매모호해지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더욱 기억에 남고 좋다고 느껴지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나에겐 좋은 책이 되는 것 같다. 읽은 책은 몇권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읽었던 책들을 특별한 순위 매김없이 적어 본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나온지는 꽤 되는 책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올해 읽었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 책만큼은 흥미롭게 읽었다. 재미있다. 나름 지적이고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고백과 삶이 녹아 있어서 애정이 간다.
스티븐 킹은 작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에 신데렐라가 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열심히 쓰고 도전한다. 이 사람도 처음부터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좋은 글, 잘 된 문장은 이렇게 쓴다
강신재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4월
이 책 역시 글쓰기에 관한 유명 작가들의 충고가 눈길을 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이 책 아무데나 펼쳐 읽으면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고급스럽다. 책 관한 책들이 올해도 몇권 나온 걸로 아는데 이 책 한권쯤 책장에 모셔둬도 좋지 않을까 한다. 읽으면 더 좋고...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전 한국을 걷다
아손 그렙스트 지음, 김상열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1월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개인적으로 아손 기자가 살아 있다면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졌다. 학교 때 국사 교과서는 좀 지루하지만 이 책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사진도 흥미롭고. 물론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보는 거랑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보는 거랑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그러고 보면 내가 올해 본의 아니게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은근히 많이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하나 빼어나게 열심히 쓴 것도 없으면서 글쓰기에 관한 책은 왜 그리도 많이 사서 읽었담...마치 학교 때 참고서가 마음에 안 들어 이것저것 마구 사 들였던 학교시절이 생각나 부끄럽다.
이 책도 이승우 선생님의 그런 질타가 스며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으면 뭐하랴?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것을...
캥거루가 있는 사막
해이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6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기대되고 애정이 가는 젊은 작가다. 나름의 논리(?)와 사유와 여유,입담이 잘 어우러져 있다. 난 앞으로 이 작가가 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요즘 드라마 <황진이> 덕분에 기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드라마 '황진이'는 예인으로서의 기생이 어떠했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긴한데, 이 책은 기생문화가 사라진 요즘 그 맥을 잇고 있는 이 시대 마지막 기생들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기구한 삶의 보고서다. 읽고 있노라면 처연함에 마음 한구석이 절여오고 작가의 빼어난 구성과 문체에 놀라게도 된다.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김훈을 더 말해 무엇하랴. 그의 가위눌리듯한 문체와 실존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결정의 지혜
자오광종 지음, 김산화.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지략에 관한한 중국의 저작물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부흥 예배자 (증정 : 부흥 베스트 찬양 CD)
고형원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6년 4월
비록 기독교 서적을 그리 많이 즐겨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우연한 기회에 읽게되면 새롭게 도전을 받게 되곤 한다. 나는 기독교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도전이 이 책에서 소박하게 전해 온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우리는 흔히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잘 모를 때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삶의 반경이 그다지 넓지가 못해서 일수도 있고, 때론 내 삶이 너무 힘들어 남을 돌아보지 못할 때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매일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과 애환이 있을 줄 누가 알아겠는가? 작가는 버스 운전기사로 퇴직했지만 그의 글발과 입담은 여느 작가 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몇권 더 있긴 하지만 생략한다. 세상에 책은 많다. 그러나 다 좋은 책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책들이 더 많겠지. 체질상 책을 그다지 많이 못 읽는다고 핑계를 대곤했는데, 그것 정말 핑계인 것 같다. 내년엔 더 좋은 책을 읽기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