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산 선생님을 뵈었더랬습니다.

그날도 오늘만큼이나 추웠던 날이었지요.

아, 지난 주 목요일이었군요.

오랫만에 만난 선생님은 사진에서만큼이나 늙어 보였습니다.

아직 50도 안 되셨는데 말입니다.

저를 보시더니 대뜸, "나 많이 늙었지?" 하는데,

가끔 빈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저는 무슨 뻔뻔함이었는지,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투로,

"선생님은 산바람을 맞으시니까 그렇죠."했더랬습니다.(선생님은 알아주는 산악인이기도 하죠)

그러자 수긍하신다는 듯,

"사실 그때(13년 전)도 나이 보다 늙어 보였어. 그지?"

하시는데 뜨끔했습니다.

사실 뭐 13년 전을 되새기며 깐풍기를 먹을까 하는 바램은 꼭 없었습니다.

대신 선생님은 저 <와인예찬> 한 권을 집어 드시더니 멋진 싸인과 함께 낙관까지 찍어

저에게 내미시더군요.

그리고 살짝 이 책이 반응이 좋다고 하시면서 조만간 강연회를 하실거라는 운을 살짝

띄우셨더랬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일정이 확정이 되었내요.

이번 돌아오는 토요일 그러니까 26일 반니앤루니스(삼성동 코엑스점)에서 1시에

강연회를 하신 답니다.

선생님 성격상 책에 대한 얘기는 안하시고,

'Wine Keyword10'이란 제목으로 와인을 재대로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키워드를

선정하고, 현재 잘못 알려진 와인상식들을 가볍게 깨주는 정도의 강연을 하신다는군요.

사실 이 <와인예찬>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좋아 선생님도 놀라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은 대중엔 그닥 알려지지 않는 분이죠.

물론 매니아층은 오래전부터 형성이 되어있지만...

책이 아주 재밌습니다.

그날 가셔서 들으신다면 지루하진 않을 겁니다.

선생님이 워낙에 언변이 좋으셔서 말이죠.

보통 좋은 작가들은 언변이 안 좋거나, 언변 좋은 작가는 글발이 좋지 않을거란

편견이 있는데, 선생님은 이 두가지를 동시에 갖춘 드문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글에 있어서 적확한 표현을 구사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작가죠.

요즘 와인 모르면 문화인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거 아시죠?(강제성 협박...!>.<;;)

가셔서 와인에 대한 정보도 얻으시고 모처럼의 주말 유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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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1-2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것도 하시는군요.후기 올려주세요~

stella.K 2008-01-25 11:26   좋아요 0 | URL
아, 도넛공주님 때문에라도 꼭 참석해서 후기를 써야겠군요.
같이 가시면 좋을텐데...!
근데요 지금 고백하는 건데요,
전 도넛공주님만 뵈면 도너츠가 먹고 싶어져요. 어쩌죠?=3=33

도넛공주 2008-01-26 09:47   좋아요 0 | URL
어쩌긴요,드셔야지요.한 두개만요!
 

 오늘의 태그 제시어가 '올해의 책'이라고 하니 다소 애매한 느낌이 든다. 그냥 '올해에 출판됐으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된 책이 뭐라고 생각 하느냐?'를 쓰는 것인지 아니면 각 개인이 올해읽은 책중 가장 좋은 책을 쓰라는 것인지 모호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냥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 좋은 것으로 한정해서 정리를 해 볼까 한다. 누구처럼 책을 아주 많이 빨리 읽는 편은 아니니 얼마 되진 않을 것 같다.

한때는 알라딘 회원이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탈퇴하고, 지금은 문학동네 영업 일을 하신다는 정민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기행문을 읽을 기회가 없었던 나로선 저자가 직접 친필로 읽어 달라고 수줍게 쓴 글씨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보내줬는데 안 읽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아는 사람이 이런 책을 냈다니 좀 특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 책은 무난하게 읽힐 여행서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난 이 책 때문에 산타아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가 볼 엄두가 나지않는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그래서 내맘대로 좋은 책이 되어버렸는지도...

지금은 하루키의 책은 단 한권도 읽지 않게되었지만, 나도 한때는 하루키가 좋아서 나름 꽤 읽었다. 난 특히 그의 단편을 좋아했었다. 일본 작가지만 일본 작가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좋아했더랬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을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모처럼 하루키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었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좋았다.

사실 사람은 '비참한 현실'이란 말에 외면하길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제일 첫번째 이유는 혐오감이고, 그 다음으론 이렇게 만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일 것이며, 나는 그 불특정 다수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 것과, 이렇게 한들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하는 자기 합리화 내지는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리 등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지구에 존재하고 있는한 결코 옳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을 그런 것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저자가 굉장히 쉽게 썼다는 점이 오히려 패부를 찌른다고나 할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알라딘에서 나에게 두번째로 '이주의 마이리뷰'의 영예를 안겨줬던 책이다. 김지운 감독의 진솔하고도 걸출한 입담이 흥미를 더한다. 뒤에 부록으로 이 시대 최고의 인터뷰 전문 작가인 지승호님과의 인터뷰가 책의 가치를 더한다. 지승호님 아니면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을 책을 나는 그분의 친필 사인과 함께 선물로 받아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상금으로 지승호님께 개평을 떼어 드렸다. 좋아 하셨다.

   

이 책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없지 않은 것 같고  저자의 문체를 꽤나 힘들어 하지만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에겐 존경하고 싶은 작가 중의 한 분이다. 물론 그의 문학 사상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문학하는 태도는 본 받고 싶다. 한없이 진지하고, 가라 앉아 있으며, 뼈를 가는 듯한 느낌으로 글을 쓰는 작가다. 

 

오래 전에 사 놓고 못 읽고 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루쉰! 그에 대해 말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냥 조용히 책을 펼쳐 읽으면 그의 뜨거움이 전이가 되어 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간증을 빌미삼아 자기자랑하는 그렇고 그런 간증서는 아닐까? 하는. 하지만 올해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건 큰 기쁨이었고 자유함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이 갖는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옭죄고 자유하지 못했는가? 나 자신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가를 가르쳐 준 소중한 책이다. 그런데<더 내려놓음>이란 책이 최근에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얼른 사 봐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봐서 난 아직도 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길 주저하는가 보다.

살면 살수록 사는 것이 힘들고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또 앞으로 살면 살수록 더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럴 때마나 이 책과 같이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책을 가까이 하라. 원래 삶은 좌절의 편에 서기 보다 희망의 편에 서길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오래 전에 이 책을 선물 받고 게을러서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관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속죄하는 맘으로 읽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 됐으려나? 그런데 이 책 정말 재밌고 따뜻하다. 얼마나 좋았으면 이 책 읽고, 나도 내 어렸을 때 살았던 집과 동네에 대해서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쓰게되면 전혀 다른 방향에서 쓰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록이란 중요하다. 요즘 같이 건물 부수기도 새로 세우기도 쉬울까? 나의 생가와 어렸을 때 집이 지금까지도 보존됐었을리 만무하다. 그러니 기억을 더듬어 기록이라도 해 두는 수 밖에. 언젠간 쓰고 말거야!!

소설을 좋아하고, 소설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정말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특히 묘사나 문체가 가히 일품이어서 애정이 간다. 나중에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신윤복을 그렇게 그려놓다니! 같은 여자지만 그의 카리스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저자의 다른 책은 어떨까?

 

어느 친절한 나의 서재 지인이 이 책을 보내주시는 바람에 정말 아주 오랜만에 박완서 선생의 책을 다시 읽는 호사를 누렸다. 그의 입담은 중년의 때나 노년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노련해지고 깊어졌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즐거웠고 따뜻했다.

 

 

그밖에 레몽 장의 <카페 여주인>을 추가로 언급한다. 이 책은 현재 알라딘에서는 검색은 되지만 이미지는 없다. 이 책은 이국적이고, 에로틱하며, 짖궂고, 프랑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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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2-1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3권만 있어요. 로쟈님의 리스트에도 3권이었거든요, 스텔라님^^

stella.K 2007-12-10 16:4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혜경님이 책은 저 보다 많이 읽으시잖아요. 혜경님도 알려 주셔요. 올해에 좋은 책이 뭔지.^^

진달래 2007-12-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3권 공유... 하지만 맘은 같아요. ^^;;
나머지 책들은 올해의 책으로 꼽아주시니 모두 장바구니로~!
근데 모두 언제 읽을지... 깜깜합니다.

아, <카페 여주인>, 넘 느낌 좋네요.
저도 좋아할 거 같은 느낌이... ^^

stella.K 2007-12-10 16:48   좋아요 0 | URL
참고만 하는 거죠 뭐. <카페 여주인> 진달래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한번 읽어 보세요.^^

조선인 2007-12-1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권이네요. 히히.

stella.K 2007-12-11 10:21   좋아요 0 | URL
오, 많은 건데요? 아무래도 조선인님과 제가 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니르바나 2007-12-11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다양하게도 읽으셨네요. 스텔라님
추천 들어갑니다.^^

stella.K 2007-12-11 10:22   좋아요 0 | URL
에고, 많이 읽기는요...ㅜ.ㅜ 추천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7-12-1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6권 겹쳐요. 이지누의 집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

stella.K 2007-12-11 10:22   좋아요 0 | URL
오, 6권이나요? 마노아님 많이 읽으셧네요. 축하드립니다.^^
 

아까 낮에 모서평단으로부터 조경란의 <혀:문학동네 간>을 받았습니다.
늘상 그렇듯이 또 띠지 두르고 있겠지 했습니다.
띠지 안 두르는 책이 거의없잖아요.
이게 마케팅엔 좋다고는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띠지가 둘려있으면 귀찮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요즘엔 가끔 예쁘고 고급스런 띠지도 없진 않지만 그대도 아직까진 그런 띠지는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 <혀>는 완전히 허를 찌르는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더군요.
멋모르고 잡아 뺄려다, "오잉? 뭐야...?"했다는거 아닙니까?
잡아 뺄 필요없이 표지 커버와 같이 붙어있다는...!
누가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정군님은 아실까...?) 머리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띠지엔 구구한 설명 필요없이 '조경란 장편소설 혀'라고만 깔끔하게 되어있습니다(물론 앞면만 봤을 적에는 말이죠).
솔직히 띠지에 구구가 한 설명 붙어있으면 구라같이 보일 수도 
있거든요. 오히려 작가와 작품으로만 심판을 받겠다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저는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전 유감스럽게도 아직 조경란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리더수님이 이 책에 퍼펙트를 부여하셨는데,
저도 한번 기대하는 맘으로 첫장을 넘기겠습니다.

제가 설명을 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경란의 <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사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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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12-0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띠지 저도 봤어요^^
벗길려다 놀랬다니까요~

stella.K 2007-12-05 10:1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가시장미 2007-12-0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ㅋㅋ 저도 띠지 잘 벗겨서 보는데.. 띠지 없으면 좀 폼이 안나긴해요..
근데 내용이 더 궁금한데요. 으흐 리뷰를 올려주시겠죠? :)

참 책은 곧 도착할꺼에요~ 침대와 책! 좋은 감상 되시길... 으흐

stella.K 2007-12-05 13:14   좋아요 0 | URL
어제 조금 읽었는데 초반부터 이런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문체가 장난이 아니야. 예전엔 우리나라 작품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님, 전반적으로 작가의 역량이 좋아진건지 꽤 읽을만 하더라구.
고마워. 장미야.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넌 늑대 목도리 있으니까 내가 따로 안 챙겨줘도 되겠지? >.<;;

비로그인 2007-12-0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을 들추어 보고 더욱 슬퍼졌던 띠지였어요. 그렇지 않아도 표지의 표정이 슬펐는데, 띠지 속 그림까지 보고나니, 더욱더.

stella.K 2007-12-05 18:28   좋아요 0 | URL
앗, 님 때문에 이제야 표지 그림 재대로 봤어요. 정말 슬프네요. 흐흑! 띠지 붙어 있다고 좋아했는데 그러면 표지 그림을 재대로 볼 수가 없는 거였군요.ㅜ.ㅜ

진달래 2007-12-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거 전 포이즌님한테 선물로 받아서
현재 책장에서 대기 중이에요. ^^;;
띠지... 전 아직 제대로 안 봐서... ^^

stella.K 2007-12-06 15:16   좋아요 0 | URL
와, 좋으시겠어요. 조경란이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새롭게 발견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카바는 장단점이 있네요.^^
 

정조(正祖)가 문화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조의 제왕학’ ‘정조의 음악정책’ 같은 학술서에서부터 ‘열하광인’ ‘이산 정조대왕’ 등의 소설,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같은 어린이책에 이르기까지, 정조 관련 서적들은 올해 들어서만 수십 권 쏟아지고 있다.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MBC 드라마 ‘이산’은 2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케이블 채널 CGV는 10부작 ‘정조 암살 미스터리’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1752년에 태어나 1800년에 죽었으며 24년 동안 임금 자리에 있었던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이 절정으로 치솟은 바로 지금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개혁 군주’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화성에서 꿈꾸다’의 한 장면. /조선일보 DB

◆明 “조선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賢君”

“정조는 붕당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가리는 탕평책을 추진했다”는 현행 국사 교과서의 기술대로, 대중의 마음 속에서 정조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군주다. 잃어버린 ‘자생적 근대’와 마니아 문화의 싹을 18세기에서 찾아내려는 최근의 흐름이 ‘실패한 개혁’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정조 붐을 일으켰다는 시각도 있다.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의 ‘정조의 화성행차 그 8일’(효형출판)은 이런 긍정적인 시각을 깔고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저자는 정조의 시대에 대해 “사람을 다치지 않는 뛰어난 문화정책으로 정치적 안정을 가져온 우리 역사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말한다.

드라마 ‘이산’의 주요 참고 도서였다는 박광용 가톨릭대 교수의 ‘영조와 정조의 나라’(푸른역사)는 정조를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제도개혁에 이르도록 사업을 추구’했으며 ‘규장각을 통해 수많은 신하들을 직접 훈도한 군주이면서 스승이고 성인(聖人)’이었다고 묘사한다. 김문식 단국대 교수의 ‘정조의 제왕학’(태학사)은 ‘학자군주’를 말하는 군사(君師)라는 동양적 이상에 있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인물이 정조라고 평가한다.

◆暗 “국운의 쇠락을 가져온 아마추어”

이런 흐름에 맞서 정조와 그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의 ‘정치가 정조’(푸른역사)가 대표적이었다. 이 책은 정조의 탁월한 정치 감각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성왕(聖王)으로 일컬으며 모든 것을 일일이 주관하려는 정치’가 오히려 비판세력의 무기력화와 그의 사후 세도정치의 출현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출간된 김탁환의 소설 ‘열하광인’(민음사)에서 그리는 정조의 ‘본색’은 개혁군주라기보다는 왕권 강화에만 집착하는 절대군주에 가깝다. 작가는 1792년 실학파의 저술을 탄압한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소재로 정조가 개혁의 후원자에서 탄압자로 변신한 사실을 지적하며 “수구와 혁신에서의 양자택일은 이미 낡았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더 깊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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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조 텍스트
    from 2007-11-24 12:12 
    올해는 유난히 정조가 눈에 띈다. 문화아이콘이 되어버린 정조.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와 나의 서재지인들의 말을 참고하여 도서목록을 만들어 봤다.
 
 
마노아 2007-11-2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에 대한 접근 중 가장 신선하고 또 맘에 들었던 것은 드라마 '한성별곡'이었어요.
아름답고 외롭고, 그리고 안타까운 군주였지요.

stella.K 2007-11-22 10:53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감이어요. 언젠가 KBS1의 <한국사전>이란 프로에서 정조를 다루더군요. 그거 보고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근데 한성별곡은 못 봤네요. 전 퓨전 사극은 그다지...ㅠ.ㅠ

니르바나 2007-11-2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페이퍼들을 보니 스텔라님이 역사속으로 푹 빠지셨군요.
표정이 뚜렷한 것이 역사속 인물들이지요.

stella.K 2007-11-23 12:31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에 오셨네요. 역사 드라마 때문이죠 뭐. 요즘 <이산>보면서 제가 정조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합니다. 흐흑!
 





소설가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학계간지 겨울호들이 일제히 올해 한국 문단의 역사소설 붐을 집중조명하는 가운데 소설 ‘남한산성’이 가장 큰 논쟁거리로 대두됐다.


병자호란의 극한상황 속에서 조선의 주전파와 주화파 사이에 벌어진 논쟁을 세밀하게 그린 ‘남한산성’은 지난 4월 중순 출간 이후 지금까지 33만여 부 팔리면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 특집 좌담에 나온 문학평론가 윤지관(한국문학번역원장)과 임홍배(서울대 독문과교수)는 ‘남한산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임홍배 교수는 “김훈의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빌려오긴 했지만 역사성을 제거한 실험세트 같다는 느낌이 컸어요”라고 지적했다.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로 평론가 김영찬은 지난호 ‘창작과 비평’에서 IMF 사태 이후 국민들의 박탈감을 건드린 점을 얘기했는데, 독자들이 처해있는 무력감을 불가항력적 사태로 절대화해서 울분을 자극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그런 효과는 사이비 카타르시스일 뿐이고 진정한 역사소설로는 함량미달이다 싶어요.”








▲ 문학계간지 최신호에서 논쟁거리가 된 소설‘남한산성’의 작가 김훈. /조선일보 DB 사진

윤지관 원장도 “김훈의 소설은 역사를 차용했지 역사소설은 아니거든요”라며 “독자들의 민족주의적 정서에 호소하면서도 거꾸로 역사 자체에 대한 허무의식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뭐랄까 좀 부정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역사학자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곧 나올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를 통해 ‘남한산성’이 역사소설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역사의 소설적 구성을 지향하는 역사소설로부터 소설의 역사적 구성을 목표로 하는 ‘소설역사’로의 이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세계문학의 경향성”이라고 한 김 교수는 ‘남한산성’을 가리켜 ‘탈근대적 소설역사’라고 규정했다. “김훈은 민족이라는 거대담론에 의거한 거시사적 역사소설 대신에 부르크하르트가 역사연구의 변하지 않는 중심이라고 말한 ‘고뇌하며 노력하는 인간’의 삶을 미시사적(微視史的)으로 조명하는 ‘소설역사’를 썼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계간 ‘문학과 사회’에 게재될 서평을 통해 ‘남한산성’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던지는 ‘참혹한 진실’을 긍정했다. “분명한 것은 ‘남한산성’의 미덕은 ‘역사물’의 카테고리에서든 아니든, 뜻 없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말들 속에서 곧 과거가 될 아니 역사가 될 현재의 진실성이, 그 참혹한 진실이 오롯이 새겨진다는 데 있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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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1-2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간 결과물들이 당대에는 늘 신랄한 비평을 받았던 경우가 많지요.
탈근대적이란 말이 상찬이 될 것도 같아요.

stella.K 2007-11-21 10:18   좋아요 0 | URL
제가 김훈을 좋아해서일까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좀 씁쓸하더라구요. 이미 김훈 선생도 말했거든요. 이건 역사 소설이 아니라고. 이쯤되면 독자들(평론가들을 포함한)이 역사 소설을 너무 편협하게 보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 소설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