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조직은 시끄럽다

한상엽 | 2004.11.12 | 주간경제 806호

활발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20여 년간 고위 경영진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한 경영자가 한국 기업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활발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현황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기업체의 회의다. 우리 기업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업무 진척도를 파악하거나 성과 평가를 하는 등의 보고성 회의는 많지만,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브레인 스토밍을 위한 회의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되는 회의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대개의 경우, 회의 중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딱 두 사람이라는 것이다. 앞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발표자와 회의 참석자 중 가장 높은 사람, 이렇게 두 사람만이 이야기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두 사람간의 대화마저도 대체로 윗사람이 질문을 하면 발표자가 그에 대해서 대답하거나, 지적 사항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참석자들은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높은 사람이 참석하여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회의일수록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가장 최선의 의사 결정을 이끌어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람이 참석하는 회의일수록 더욱 조용하다. 이런 것을 과연 회의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의 피상적인 대화와 침묵은 조직 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듯 하다. 올해 LG경제연구원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하고 이에 대해 토의할 수 있는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는 응답은 3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끄러운 회사가 성공한다

뛰어난 경영자로 명성이 높은 래리 보시디는 ‘실행에 집중하라’라는 그의 저서에서 대화는 기업 문화의 핵심이며, 업무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구성원간의 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조용한 회사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물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부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며, 수면 아래에는 수 많은 문제점들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용한 기업들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그 결과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어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조용한 회사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믿음이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좌절 굴욕,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어 일에 대한 몰입이 떨어진다. 또한 침묵으로 인하여 구성원들간의 상호 작용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다시 창의력과 생산성의 감소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 온다.

반대로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끄러운 회사는 조직 내에 문제가 생기는 즉시 이를 알아차릴 수 있으며, 현실을 바탕으로 올바른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토대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다. 그 구성원들 역시 문제 제기나 치열한 논의 등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이나 회사에 대한 몰입도가 높으며, 자연스럽게 업무의 효율성이나 회사의 성과도 높다. 고성과 조직이나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명성이 높은 GE, 사우스웨스트, 컨테이너스토어 등의 기업들을 보면 한결같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왜 조용한가?

활발하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지는 중요성과 효과를 모르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조직 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CEO와 일선 사원들간의 대화의 장을 만든다거나, 사내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든다거나 하는 노력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기업들이 조용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 침묵이 미덕?

첫째, ‘침묵이 미덕’이라는 동양적인 사상의 영향이다. 동양적인 문화에서 말이 적은 사람에 대한 선호 경향이 있다. 말을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은 종종 겸손하다거나, 타인을 존중할 줄 안다거나, 생각이 깊다는 등의 칭찬을 받게 된다. 반면, 말이 많은 사람은 경망스럽다거나 생각이 깊지 못하다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곤 한다.

● 모난돌이 정 맞는다

둘째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 속담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혼자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팽배한 경우에 구성원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속된 말로 상사에게 찍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를 해 주기를 바라지만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눈치보기

셋째.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장을 잃지 않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높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괜히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의 경기 침체는 구성원들의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조용한 조직을 시끄럽게 하자

몰락해가던 IBM에 루 거스너가 막 부임했을 당시 IBM사의 경영위원회 모습은 우리 기업들의 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경영진들은 발표자의 보고를 듣기만 할 뿐 토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크게 실망한 루 거스너는 OHP 스위치를 끄는 ‘달칵’ 소리가 온 세상에 들리겠다고 비꼬면서 회의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 후 루 거스너는 형식적인 회의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조직 전반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 결과 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조직을 보다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조용한 조직을 어떻게 시끄럽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리더들이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래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래 사람들이 먼저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리더가 먼저 구성원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M사의 CEO인 짐 맥너니는 Business Week지와의 인터뷰에서 구성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짐,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3M에서조차 상사와의 대화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 기업들의 분위기를 생각해본다면 리더들이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리더들이 비판적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 기업 문화가 많이 변화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기업에서는 과거 상명 하복식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리더들은 아래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 제시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잘 몰라 당황하곤 한다. 예를 들어, 아래 사람이 뭔가 새로운 의견을 냈지만 자신이 이것을 받아 들이기 어려운 리더들은 흔히 “그냥 시키는 대로나 해” 혹은 “자네가 말을 꺼냈으니, 자네가 해결하지” 라는 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이런 말 한마디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면 질책을 받거나 일을 떠 맡게 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혼나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해석되어 버리게 되고, 한번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나면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려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기탄없이 피력하는 데만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구성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리더들의 감성적인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를 찾아라

어느 조직에나 소수이긴 하지만, 마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같은 무모함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우리 회사가 조용한 회사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면 회사 내에서 이런 돈키호테들을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은 불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솔직하다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들의 솔직한 불만은 회사 내에 감춰져 있던 문제점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해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수용하여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훌륭한 성공 사례로 만들 수 있다면, 고요한 수면에 던진 돌이 멀리까지 파문을 일으키는 것처럼 전 조직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례에 등장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불안감 없이 잭 웰치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우선 ‘1등 아니면 2등’이라는 전략이 최고경영자로부터 나온 것인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빌려서라도 이를 비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경영위원회에 이미 보고가 되었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 내용이 잭 웰치에게 전달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능히 짐작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이야기를 잭 웰치에게 전달하고 난 후 자신들에게 쏟아질 시선 역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시장을 좁게 정의하여 손쉽게 1,2등을 하고 있던 리더들은 이들에게 공개적으로는 아닐 지라도 앙갚음을 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었으며, 주변의 동료들이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데 왜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냐고 비난을 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 회사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상상해보자. 누가 최고경영자에게 가서 이야기를 할까? 그리고 최고경영자는 이를 받아들일까? 최고경영자에게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시선을 보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회사가 조용한 회사인지 아니면 시끄러운 회사인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논의는 편안하되, 치열하게

회의와 같은 논의의 장에서 참석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GE의 CEC(Cor porate Executive Council)에서는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가능한 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의도 일부러 본사가 아니라 본사가 아닌 크로톤빌 연수원내의 Cave라 불리는 반원형 강의실에서 개최하며, 참석자들에게 정장이 아닌 옷차림을 하도록 하여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 또한 회의실에서 최고경영자를 위한 상석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참석자들은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거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의 옆 자리에 앉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치열한 논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편안한 분위기에 휩쓸려 가벼운 농담이나 주고 받는 회의라면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회의의 목적은 참석자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여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좋은 결론을 얻는 것이다. 서로의 관점과 생각이 다를 때 논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논쟁은 더 나은 해법으로 이어진다. GE나 사우스웨스트사와 같은 선진 기업에서는 구성원간의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업무 성과 향상을 위한 학습 기회로 삼고 있다.

말만 시끄러운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만 시끄러운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루머나 험담 등으로 시끄러운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남의 핑계를 댄다거나 변명만 늘어놓는 말,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첨과 같은 말,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험담, 근거 없는 부정적인 루머 등으로 회사가 시끄러워져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단순히 회사를 시끄럽게 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시끄러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반드시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이익이 주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열정을 가지고 자신들의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던 구성원들에게 오히려 찬 물을 끼얹는 것이 되어 버린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고 인내하자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대화가 만연한 기업에서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은 기존 조직 문화를 깨뜨리고 새로운 문화를 심는다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성급하게 생각하고 단기간 내에 어떤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널리 알려진 GE의 워크 아웃은 구성원들의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부러 외부의 교수들로 구성된 진행진을 이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서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식의 대화에 우리는 아직 익숙하지 못하다. 당연히 실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당분간은 회사가 너무나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지만 실수를 반복하면서 점차 솔직한 대화의 방법을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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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잘하는 CEO 감성경영 절로 되네!

사보이호텔 조현식 대표는 요리를 잘하는 경영인이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자취생활과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솜씨를 갈고 닦은 그는 회사에서 야외 워크숍을 갈 때면 직원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한다.

조 대표는 야외에 나가면 자신뿐 아니라 회사 임원들도 요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은 요리하는 사장과 임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사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정감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바쁜 일정이지만 그는 집에서도 가끔씩 자상한 요리사로 변신한다.

사실 그가 요리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선친 조원창 회장이 해준 ‘사랑의 볶음밥’ 이었다고 한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조 회장은 당시 여느 가장들처럼 부엌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서 몸져 누워 있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 조 회장이 난생 처음 부엌에 들어가 볶음밥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참 아름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지요. 요리는 개인의 취미생활로도 그만이지만 가정의 화목과 조직의 팀워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봐요.”

사보이호텔 외에 패밀리레스토랑 ‘하워드&마리오’와 테마레스토랑 ‘카후나빌’ 등 두 가지 외식브랜드를 경영하고 있는 그는 취미로 하는 요리가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한다며 흐뭇해 한다. 요리개발팀에 메뉴개발 아이디어도 건의하고, 자사 레스토랑에서 시식할 때면 맛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한다. 외식산업의 트렌드도 남보다 한발 앞서 내다볼 줄 안다. 요리를 아는 CEO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조 대표는 또 미국식 중국레스토랑을 포함해 외식브랜드를 꾸준히 확장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꿈 많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끊임없이 메뉴개발과 새로운 레스토랑 브랜드를 구상하는 것도 요리사랑에서 얻은 리비도가 아닐까.

요리를 잘하는 경영인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음식사업을 하면 성공확률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조현식 대표처럼 음식사업을 하는 CEO들 중에는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 많다. KFC 브랜드를 만든 커넬 샌더스는 본인의 취미와 소질을 살려 독특한 치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사업에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샌더스는 60세가 넘어서 치킨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7살 때부터 빵을 만들어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요리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치킨에 10여 가지의 허브와 조미료를 혼합해 새로운 프라이드치킨 맛을 선보였고,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신세대 유학파 경영인들 가운데는 취미로 요리를 좋아하다가 음식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심심치않게 있다. 샌드위치전문점 ‘델리비츠’의 노혜원 사장은 미국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으나 유학시절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음식사업을 하게 된 경우다.

둘째, 요리를 잘하는 리더들은 인간관계와 조직문화, 더 나아가 가정을 조화롭게 경영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정명훈 씨는 요리책을 냈을 정도로 요리에 심취한 음악인이다.

그는 “요리와 음악은 같다”고 설명한다. 맛도 음악도 모두 어우러짐, 즉 조화(harmony)를 이루어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조화에 대한 깨달음은 그를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존중해 주는 겸손한 음악가로 그리고 진정한 거장으로 성장시켰다.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명훈 씨. 어쩌면 요리하지 않는 음악가 정씨는 지금과 같은 겸손함도, 음악과 일상의 균형도, 가족의 소중함도 모르는 그저 뛰어난 음악적 테크닉을 가진 뮤지션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 사장도 아내와 딸을 위해 집에서 종종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자상함을 가졌고, 요리는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한 CEO이기에 자사 직원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야구감독 김재박 씨는 본인을 경영인이라고 소개한다. 한 구단을 리드하고 관리하는 것은 명실공히 경영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뒤에도 역시 요리가 있었다. 가족을 위해 취미 삼아 해온 그의 요리솜씨도 수준급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여유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느긋하고 훈훈한 인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요리사 경영인들의 철저한 가족주의도 그들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가정이 평화로워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셋째, 요리를 좋아하는 경영인들은 요리를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광고대행사 금강기획의 이영희 사장은 광고와 요리는 공통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요리를 즐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요리와 광고 모두 크리에이티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요리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하는 사람의 창의력에 의해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광고와 매우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취미로 하는 경영인들은 요리가 삶의 풍요와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과도한 경쟁과 막중한 책임 및 업무로드로 인해 자칫 삭막해지고 지나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는 경영자들. 하지만 요리를 하는 동안 휴식과 더불어 유희를 느끼게 되고, 사업의 세계와는 다른 아기자기한 일상적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화 기자 (erico@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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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3-1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못 끓이는 니르바나는 경영인이 못 된 것이 마땅합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요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분도 CEO인 셈이네요. 스텔라님

stella.K 2005-03-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께서 만든 요리를 먹어보기 전까진 뭐라고 말씀 못드리겠는데요?ㅋㅋ.

s0da 2005-03-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vely~!

stella.K 2005-03-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워요, 소다님^^
 

Best Practice의 단순한 모방만으로는 기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진정한 경쟁우위는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 능력에 달려 있다. 공들인 기업의 전략이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 본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이길 수 있을지를 정확히 아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것은 바로 실행 능력이다. 내 생각에는 주변의 많은 회사들이 훌륭한 전략들을 세우고는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Broadhead, FPL CEO 
 
현대를 가리켜 수 많은 경영기법과 지식의 홍수 시대로 비유하곤 한다. 핵심역량, BPR, 지식 경영, e-비즈니스 등 기술이 급격히 진보하고 경영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경영자들이 고려해야 할 경영상의 이슈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다.  
 
이에 대응한 기업의 변신 역시 눈에 띠게 활발해지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이 업종을 망론하고 전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노력들이 개별 기업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그거 좋다더라”라고 하거나 “다른 회사도 다 한다”, “다른 계열사들도 다 한다”는 것이 제도의 도입이나 새로운 전략이 수립되는 주된 이유인 경우가 많다. 
 
굳이 ‘제도론(Institutionalism)’과 같은 어려운 말을 되뇌이지 않더라도 신문과 공중 매체 등을 통해 이른바 ‘Best Practice’라고 하는 성공사례를 접하면서 자신의 기업만 낙오되는 듯한 심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경영자는 드물다.  
 
일단 Best Practice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업은 철저한 모방의 대상이 된다. 선진기업이라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 기업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 세계적으로 본받아야 할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벤치마킹’이라는 용어가 일상화 되었듯이 오늘날의 경영 환경은 Best Practice를 찾아 성공비법을 모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이와 같은 기업들의 성향은 더욱더 확산된다. 모두가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전략은 해당 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따라 수렴하는 일종의 중심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공비법이 여지없이 모방되는 상황에서는 전략도 수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컴퓨터 산업 경영자가 델 컴퓨터의 직접 판매방식을 모방하고 싶어하지 아니하겠는가.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에 군침을 흘리지 않는 자동차 기업도 없을 것이며, 월마트의 유통관리 시스템을 사례로 들어보지 않은 백화점 경영자도 드물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서 500명이 넘는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쟁사들의 전략이 동질적이 되어가는지 아니면 이질적이 되어가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자사의 전략과 경쟁사의 전략이 점점 더 동질화 되어간다는 답변이 월등히 많았음은 물론이다. 
 
 
Best Practice≠Best Strategy 
 
문제는 Best Practice에 대한 수많은 벤치마킹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방한 기업의 전략이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란 쉬운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Best Practice를 단순히 따라하기만 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뼈 아픈 교훈을 얻었을 뿐이었다.  
 
Best Practice가 Best Strategy가 되지 않는 이유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전략을 내용(Content)과 실행 과정(Process)의 측면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략의 내용 측면에서 보면 모방이 가능한 Best Practice의 내용 자체는 기업의 경쟁우위로 작용할 수 없다. 이는 한 산업에 있어 전략의 동조화 현상을 야기하고 업계 전체의 이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략의 수렴화 현상에 대해서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완전경쟁의 개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동종산업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전략을 추구하고 유사한 자원을 보유하는 경우, 생존이 가능할 정도의 이익만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말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완전경쟁으로 말미암아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전략의 수렴화에 따른 경영의 현실이다.  
 
<그림 1>을 보면 이와 같은 전략적 수렴화에 의한 결과가 잘 나타난다. 독일의 무선통신 시장이나 미국의 컴퓨터 시장에서 전략적 차별화가 줄어드는 것과 산업 전체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 유사한 궤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전략의 과정 측면에서 보면 조직의 특성과 실행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단순한 모방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Best Practice가 Best Strategy가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조직의 내부 역량을 무시한 채 만들어진 전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고 해도 실제 실행에 옮기는 조직의 역량이 미흡한 경우 성과창출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경영 현실을 보아도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은 모르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 어렵거나, 제대로 실행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교수의 자문, 경영 컨설팅, 컨퍼런스, 잡지, 신문 등 다방면으로 Best Practice를 접할 수 있지만 3류 기업이 Best Practice를 벤치마킹했다고 해서 1류 기업이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실패하는 기업들의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외부 전문가의 자문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앞선 전문가도 현실에서 돌아가는 Best Practice에 비하면 수년 뒤져있고, 나머지 전문가는 그보다 훨씬 더 뒤져있다. 둘째, 기업의 내부 흡수능력이 부족하다. 그 결과, 실제 컨설팅 받은 제안사항의 몇 분지 일도 소화하지 못한다. 셋째, Best Practice 자체가 상세히 알기도 어렵고 쉽게 이전도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Best Practice란 경영 시스템 전체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술지식과 달리 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그것을 모방하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 되고 만다.  
 
결론적으로 말해 모방 가능한 Best Practice의 내용(Content) 자체는 기업전략을 위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기업의 경쟁우위로 작용할 수도 없다.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Best Practice란 이를 행동에 옮기는 조직의 실행과정(Process) 전체에 내재해 있는 것이며 이것이 기업 전략의 성패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초우량 기업들은 외부의 도움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물론 간혹 외부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직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강한 내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에게 Best Practice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초의 Best Practice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들 조직의 강한 실행력이며 이것이 바로 기업 전략의 근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실행하는 전략 만들기 
 
그렇다면 Best Practice의 벤치마킹이 아닌 내부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전략 형성의 과정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획부서나 전략수립 컨설팅 회사들의 전략 형성은 계획-실행-평가의 3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단계에서는 전략적인 대안을 탐색하고 각 대안간 평가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내며, 실행단계에서는 조직 개편과 같은 세부 실행 계획을 세우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자원배분의 절차를 수립한다. 마지막 평가단계에서는 모니터링 시스템, 성과평가를 통한 피드백과 조정의 활동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전략 형성과정의 특징은 어떤 목표를 세우면 그것의 달성을 위해 정해진 경로를 통해 일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조직의 실행은 자연스럽게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앞서 살펴 본 Best Practice란 것도 이 과정에서 뚜렷한 목표의 기준을 제시해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업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부에서 제시된 전략의 형성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조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의 기회주의적인 행동과 권력(Power), 정치(Politics), 문화 등과 같이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많은 장애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서는 기획부서, 혹은 Top의 의지와 같이 조직 상부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아래로 내려오는 듯한 전략 수립은 그 적시성과 효과성 면에서 현장에서의 발 빠른 대응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전략에서 실행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마인드 자체를 철저히 실행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계획-실행-평가로 이루어진 기존의 계획 중심 프로세스에서 탈피, 실행중심의 전략이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실행과정에서 전략의 대안이 탐색되기 시작하고 이것이 전략으로 인정되어 평가가 이루어지는 프로세스의 도입이 필요하다. 실행-계획-평가의 순서로 이루어진 전략 형성의 프로세스가 바로 그것이다. <그림 2>는 이와 같은 실행 중심의 전략 형성의 프로세스를 나타낸 것이다. 
 
● Do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전략의 형성은 이처럼 조직의 가장 하부에서 시작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략은 위에서 수립되고 밑에서 실행한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는 거창한 전략을 수립하면 이에 걸맞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뒤따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전략에 따라 CEO 직속으로 새로운 조직기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Matrix 조직이 운영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1960년대 미국의 학자였던 Chandler가 주장한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라는 원칙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행 중심의 전략에서는 조직이 항상 전략의 뒤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행 중심의 전략에서는 조직 내 경영 일선에서의 활동들이 전략 수립의 가장 첫번째 단계에 위치한다(<그림 2>참조). 기업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략이 도출되기도 하며, 때로는 전략의 변화 없이 경영의 현장에서 발빠른 대응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는 것이다.  
 
실행을 전략 형성 프로세스의 처음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 변화에 대한 최적대응을 제공해 준다. 시장이나 기술의 변화와 같은 환경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접점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의 사람들이다. 둘째, 조직과 전략간의 정합성을(Alignment) 제고해 준다. 외부의 벤치마킹에 의한 전략수립과 달리 조직 내부에서 형성되기 시작하는 전략적 의도(Intent)는 조직과 전략의 정합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 전략의 수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소지를 미연에 제거할 수 있다. 전략의 수립과정 전에 많은 실수와 현장에서의 경험이 반복되어, 상당부문의 조직갈등이 이미 해소된 결과다. 
 
● Plan 
 
전략적 의사결정이나, 경영 전략의 수립과 같이 경영의 현장에서 형성된 전략적 의도가 기업 전략으로 인정되는 과정을 말한다. 
 
실행중심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 자체가 기존의 Planning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Planning이란 간단히 말해 예산의 배분을 위한 예측활동을 말한다.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을 다음 해에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를 결정하는 것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실제 전략이 돌아가는 조직의 상황과 역량이 무시된다. 단지 Stretch Goal을 통한 목표수립이 강조될 뿐이다. 미국의 한 경영 관련 기고가는 기획(Planning)만으로 도출된 전략이 실제 경영의 현장에서도 훌륭히 성공한 예를 찾아주면 $100의 상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아직 한푼의 돈도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행 중심의 전략을 위해서는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하의상달(Bottom-up)의 형식으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림 3>은 조직에서 새로운 전략의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전략으로 인정받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도표이다. 화살표에 적힌 번호를 따라가보면 실제 일선의 근무자들이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것이 중간관리자들에 의해 전략적 의도(Intent)로 수렴되어 마지막으로 최고경영자에 의해 승인을 받아 기업의 전략으로 발전되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략의 수립은 기획부서나 CEO만의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Top의 역할은 밑에서 올라오는 전략의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권한을 부여하며 최종적으로 승인해주는 소극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Cisco Systems사의 회장인 John Chambers의 말은 이와 같은 경영자의 역할을 잘 설명해 준다. “오늘날의 경제 변화 속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내가 하는 일은 기업 전체의 관점에서 내리는 전략적 의사결정과 수천명의 조직원들에게 관련정보를 전파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그러면 적어도 시장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See 
 
앞의 두 단계에 의해 진행된 전략형성의 프로세스에 의하면 기업의 하부에 많은 권한이 이양된 것을 살펴볼 수가 있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에서는 환경의 대응력을 높이고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의사결정자에게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또한 존재한다.  
 
평가와 통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단계다. 평가와 통제에 있어서의 핵심은 조직의 유연성은 잃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큰 틀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제안되고 중간관리자를 거쳐서 Top에 의해 인정된 전략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된다. 아무리 Bottom-up으로 만들어진 전략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전략이라면 무용지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업에서 라인 현장의 관리자들이 기업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 경우, 앞서 설명한대로 전략 수립 전에 실행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되면 오히려 혼란과 무분별한 제안의 남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위해 필요한 것이 구성원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원리의 존재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순간순간의 의사결정을 위한 행동의 기준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전략이라는 무형의 개념을 구성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유형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측정할 수 있어야 개선이 가능하므로 전략의 개념을 측정가능한 지표로 유형화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업의 성과 측정 역시 재무적인 수치에만 머무르지 말고 이와 같은 전략적 원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균형성과지표(Balanced Scorecard)는 무형화된 전략을 유형화해서 성과로 연결시키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경영 일선까지 전략이 충분히 공유되어 기업 전체의 전략적인 초점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의 실행력 유지를 위한 현장의 유연성을 지켜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실행력이 강한 전략을 위하여 
 
지금까지 실행력이 강한 전략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전략 형성의 프로세스를 살펴보았다. 전략이 세워지면 조직이 뒤따라가는 Plan-Do-See와 같은 기존의 프로세스를 벗어나 Do-Plan-See로의 변화를 통해 실행력이 강한 전략을 창출하자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었다.  
 
특히 이와 같은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직 하부에서 아무리 좋은 의견이 올라와도 이를 용인해주고, 전략으로 인정하는 것은 결국에는 리더의 몫이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이 수동적인 하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의 의지를 표출하는 적극적인 실행자가 되는 것은 리더의 노력에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행중심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경영의 귀재라는 칭송을 받는 GE의 잭 웰치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직은 결국 인간의 문제이며, 강한 실행력이란 근본적으로 사람이 움직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행력이 강한 전략을 만들기는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달성이 힘들다고 해서 노력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인정해주는 리더의 노력이 조금씩 쌓여 하나의 기업문화로 정착될 때 비로소 실행 중심의 전략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전략의 실행력 강화를 통한 진정한 성과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LGeri.com 남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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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입시학원 인기 강사가 밝히는 '감동'을 심는 방법
세상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그룹들이 있습니다. '부하지도에 애를 먹는 상사', '자녀 교육에 한계를 느끼는 부모', '학생 지도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선생님'이 바로 그런 그룹입니다. 이런 그룹들을 향해 확실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정식이 있다고 큰 소리를 치며 책을 낸 학원 강사가 있습니다.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나무한그루 펴냄)를 쓴 기노시타 하루히로는 입시학원 인기 강사 출신으로, 요즘은 능력 훈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감동(感動)이 부하 ·자녀·학생의 가슴에 파고 들어갈 때 이들의 태도와 행동이 확 바뀐다고 말합니다.

감동 방정식:사람의 마음을 처음에 확 사로잡아라
사람을 지도할 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식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불량학생이 우글거리는 남자고등학교에서 자신이 격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남자고등학교 사례: '애인'과 '임신'을 실마리 삼아 "해결책 알려 줄게'로 마무리
저자가 방문한 교실의 질서는 '엉망'이었습니다. 저자가 교실에 들어가자 마자 책상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자 교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집니다. 그런 다음 대뜸 "좋아하는 여자 있는 녀석 손들어!"라고 큰 소리로 물어 봅니다. 그러자 손을 든 학생이 나타납니다. 그 때 "여자랑 자면 어떻게 되지?" 하고 물어 보자, 학생들 왈 "애가 생겨요!" 하고 이죽거립니다. 이에 저자가 "애가 생기면 내다 버릴 건가?"하고 묻자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이때 저자가 "그래서는 정말 안되겠지"라고 말하며 "남자는 말야. 애인이 임신하면 더욱 더 애인을 지켜 줘야지. 바로 오늘 난 어떻게 애인을 지켜 주는 지 알려 주러 왔어" 그러자 불량 학생들은 하루 종일 저자의 강의를 순순하게 잘 들어주었습니다.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청중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끼워 넣으라는 이야기입니다.

감동방정식: 패러다임을 바꿀 때 진한 감동 표출
사람들은 '수업=지루하다', '상사=벽창호'와 같이 고정적 관점 혹은 패러다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패러다임을 바꾸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있어야 감동을 연출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지루하다'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수업=재미있다'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 감동의 정도가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감동이 심하면 공부를 하도 많이 해 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패러다임 시프트 사례: '한자도 알고 보면 재미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장 쉽게 일으키는 방법은 '재미'나 '장난'을 가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자가 재미없다는 패러다임을 깨트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상대방에게 '당신은 고스톱 몇 번을 치면 번 걸 다 토해내는 지 아세요?"라고 물어 보며, "한자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라고 궁금증을 남겨 둡니다. 상대가 해답을 재촉하면 '11번'이라며 토한다는 '토'(吐)자로 알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다시 말해, 입(口)으로 고스톱을 치겠다고 11번(土)을 치겠다고 말하면(口), 번걸 다 토해낸다(吐)는 뜻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사실 이런 해석은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한자는 재미 없고 배우기 어렵다'는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말장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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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말과 마음이다…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무엇일까요? 돈, 명예, 권력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저자는 말과 마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이야기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또한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 자녀나 청소년에게 "넌 공부는 틀렸어"따위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해당 자녀와 청소년의 일생을 망치는 '폭탄'선언입니다. 그러나 감동의 무기도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자 만별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말 뒤에 하라: 주의를 먼저 주고 칭찬을 나중에 하라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표현 방식이나 순서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럼 칭찬과 주의를 줄때 칭찬을 먼저 해야 할까요? 주의를 먼저 해야 할까요? 해답은 뒤에 오는 말의 비중이 크므로, 가능하면 칭찬과 장점을 나중에 하라는 것입니다. 야단을 칠 때도 장점과 단점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례: "국어는 못하지만 수학은 잘해요", "이게 뭐야? 저번 보고서는 훌륭했는데…"
예를 들어 이번 달 영업 실적이 좋았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단순하게 "열심히 해서 이번 달 매출이 증가했어"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획단계에서는 잘 될지 조마조마했는데 열심히 해서 매출이 올랐어" 라고 말하면 칭찬효과가 훨씬 높아집니다. 바로 단점을 앞에 놓고 장점을 뒤에 놓으면 장점이 더욱 부각됩니다. 또 "우리 아이는 산수를 잘하는 데 국어는 못해요"보다는 "우리 아이는 국어는 못하지만 수학은 잘해요"라고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야단을 칠 경우를 생각해보죠. "이번에는 어떻게 된 거지? 지난 번에 제출했던 보고서는 아주 훌륭했는데…"라고 하면 야단치는 느낌보다는 격려해주는 느낌을 줍니다.

마음가짐: 'A와 B중 하나만 가능'보다는 'A도 하고 B도 하자'가 훨씬 좋다
이번에는 마음에 관해 짚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가 아니면 B다"라고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결론을 내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운동과 공부 모두 능한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보죠. 이 때 교사와 부모는 "입시가 가까워오니 지금부터는 운동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큰 일이다'고 걱정합니다. 운동과 공부는 서로 병행할 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저자는 공부와 운동 두 가지 모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운동을 하면서 공부시간이 줄어드니 앞으로는 만화책을 보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상에는 서로 모순된 것처럼 A와 B가 양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물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지만 습기는 밖으로 내보는 옷'이나 '땅으로 환원되는 플라스틱' 등이 이미 존재합니다. 바로 최상의 선택은 A와 B 양쪽을 택하는 것입니다.

저는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를 읽으면서, 우리도 이같은 화법의 진수를 이미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사람아! 아 다르고, 어 다른 거야'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의 표현 방식과 마음 가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느낌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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