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aomi > 류 시화님의 '슬픔에게 안부를 묻는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으로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로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 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 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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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잉크냄새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 현태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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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휴가를 보내는 한 사업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래사장에서 그는 물고기 한 마리를 들고 돌아오는 한 어부를 본다. 어부가 잡은 것에 감탄하며 그가 말한다.

"좋으시겠습니다! 또 잡으러 갈 거지요? 그때 나도 함께 가야겠습니다. 어떻게 고기를 잡는지 내게 설명해 주셔야합니다."

"또 잡으러 가다니, 뭐 하게요?"

"물고기를 더 많이 갖게되지 않습니까?"하고 사업가가 대답한다.

"그러면 뭐하게요?"

"작은 배라도 한 척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뭐 하게요?"

"그 작은 배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뭐하게요?"

"일꾼들을 쓸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면 뭐 하게요?"

"그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일할 겁니다."

"그러면 뭐 하게요?"

"당신은 부자기 될 겁니다."

"그러면 뭐 하게요?"

"그러면 쉴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그에게 말했다. "쉬는 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걸요!"

서양은 자유를 우상처럼 숭배하는 개념에 사로잡혀 더이상 그 자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광적인 상태에 빠져있다.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자유롭겠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단절과 궁지와 공허 그 자체이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에게 내면적 해방을 가져다 줌으로써 이와 같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유를 구원하기 위해서이다.  

                                                        -<단순한 기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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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830 2004-05-2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구 싶어요^^
퍼갈께요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내가 국가의 원수이건, 회사의 우두머리이건, 또는 노동조합 책임자이건, 교사이건, 매일 저녁 '나의 능력과 특권과 재능과 학식을 가지고 약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 무얼 했는가?라고 자문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자문하는 자가 마음이 가난한 자인 것이다.  

* 유일한 신성모독은 사랑에 대한 모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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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앞쪽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뒤쪽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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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2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전각>이란 만화가 생각나는 글귀로군요. ^^

stella.K 2004-05-23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심오한 만화가 있었단 말예요? 무슨 내용인가 보고 싶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