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 KI 신서 412
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지음, 조천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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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부턴가 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리더는 어때야 한다는 책들이 대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기류를 태고 나도 아주 가끔은 리더십에 관한 책들을  읽게되곤 한다. 그러나 리더도 혼자 독불장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더를 해 먹을 수 있을만한 조직과 모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만큼 팀 또는 팔로우십도 중요하건만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관한 책은 참 적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 봤었다.

그러던 중 내가 만난 <하이파이브>란 책은 팀에 관한, 즉 어떻게 하면 드림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처럼 쉽고 간결하게 씌여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알려고 하기 전에, 리더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미국내 최하위 초등학교 하키팀인 리버밴드팀을 어떻게 최강의 팀으로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야 하키가 그리 인기 종목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미국이 하키가 인기 종목인 것만큼, 우리나라는 축구나, 배구, 야구, 농구 등이 인기 종목의 스포츠다. 거기서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 팀워크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팀워크를 이루어서 해야하는 일은 이 세상에 참 많다. 그러나 우린 전통적으로,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주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책은 이 한 사람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위험한지를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드림팀이어서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한다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드림팀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어려움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팀내에서 문제적 인간은 꼭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적 인간이 없다면, 내가 문제적 인간이 될 소지가 있다. 왜 어느 팀을 봐도 문제적 인간이 꼭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꼭 딴지걸고 싸움과 분쟁의 단초가 되는 인간 말이다. 그것이 누군가 되지 않으면 나 자신이 될 확률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적 인간이 팀원의 한 사람이 아닌 바로 리더 그 자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리더 그 자신이어서 사람을 그저 윽박지르기나 하고, 끝까지 자기의 의견 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이 안 중에도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사람과 그런 조직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불행하게도 있다. 그런 경우 그는 또 다른 문제적 인간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결말은 그도 죽고 그 팀도 죽는다.

보스의 기질이 있는 사람은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어떻게든 힘으로 그를 제압하고 그렇지 않으면 팀에서 제거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더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책은 그것을 소설의 형식을 빌렸음에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훌륭한 팀을 만들기 위한 비결,

1. 목적 의식과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것.

2. 고난도 기술을 개발할 것.

3.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는 신념.

4. 자주 포상하고 인정할 것.

등을 제시한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몇몇의 모임과 조직을 거쳐봤지만, 사람들 저마다의 가능성과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팀웍이 이루어지지 않에 삐걱거리고, 어느 일정 수준에서 멈춰버리거나 해체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리더에 의해서 또는 어느 특정인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모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우린 지난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이전에 유명한 축구 선수 몇몇에 의한 경기가 아니라 팀 선수들 거의 대부분이 고른 우수한 기량을 발휘해 가면서 4강 신화를 이룬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이젠 스타플레이어에 의한 조직이 아닌 팀웤이 중요하단 말일 것이다.   

근데 안타까운 건 어느 모임을 가든 그냥 팀원으로 있다 리더의 자리에 서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우와좌왕하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자신의 처신 때문에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이끌어 가는 팀을 가장 좋은 팀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를 봐도 그렇고 어떠한 조직을 봐도 그렇고 인재난이다. 홍수 중에 마실 물이 없다고,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일 할 사람이 없다.

여야가 서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그 시간에 머릿 싸움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재대로된 팀을 만들고 운영해 나갈 것인가를 연구하면 얼마나 좋을까? 당수니 대변인 앞세워서 반대여론만 만들지 말고, 바른 말하는 사람들 보기 싫어 벌레 보듯 얼굴 구길 생각하지 말고, 리더라면 어떻게 하면 나에게 속한 사람이 그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리더는 어쩌면 드러나는 인물이 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리더가 스포트라이트 밝혀서 뭐하겠는가? 그 팀이 최고의 팀이 되면 자연히 그도 드러날텐데.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리더층이 두꺼워야 그 나라의 저력이 두텁다. 한 사람의 리더에게 모든 것을 건다는 건 어리석다고.

그런 의미에서 리더란 그 사람이 그 분야에서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나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주 심층적이진 않더라도 공감이 가는 구석은 많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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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8-1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이 리뷰를 통해서 알라딘의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텔라님, 현재 37위인 에고이스트님이 무시무시한 양의 페이퍼를 쓰고 있답니다. 21위도 안정권이 아니니 화이팅 하시기를.

stella.K 2004-08-1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관심가져 주셔서. 역쉬 전 마태님의 응원으로 살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21위고. 열심히 써야한다는 거. 근데 누가 내 페이퍼를 관심있게 봐줘야 신나서 쓰죠. 그래도 마태님 응원 받았으니 열심히 써 볼께요. 홧팅! 아자!

파란여우 2004-09-1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좋은 리뷰에 추천이 없는건지...

stella.K 2004-09-1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여우님, 감사해요. 여우님 밖에 없어요. 감격~!
 
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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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 마태우스님의 서재엘 들어갔다가, 무슨 생각이 발동했는지, 나는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고 리플을 단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리플에 설마 응답을 할까 반신반의 했었다. 왜냐하면, 정말 용기를 내서 어떤 개기를 만들지 않으면, 그의 목소리를 직접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현재 고정 출연하고 있는 모 라디오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면서, 한번 들어보라는 리플을 달아 주셨다. 앗!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그 방송 프로그램의 저명한 인사라고 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어느 방송인지는 몰라도.

그때 난 정말 그 프로그램을 기쁜 마음으로 들어었다. 그리고 외모와 달리 그의 풋풋한 목소리에, 도무지 기생충이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평소 그의 글은 얼마나 귀엽고, 능청스러우며, 종횡무진, 최첨단을 달리던가. 그런데 의외로 목소리는 풋풋하고 차분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을 말하고 있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잘 가려 들어야 한다.

오늘도, 우리가 비타민 C를 너무 많이 먹어 한강에 뛰놀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며, 얼마나 황당하면서도 그럴 듯한 가설을 내놓던지. 이글을 읽는 사람 중 그 방송을 못 들은 사람은, 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본인한테 그 대답을 직접 듣길 바란다.

이처럼 그의 책도 횡당하기 그지없는 상상의 나래를 마구 마구 쏟아낸다.  도무지 저자의 상상의 끝은 어딜까? 배를 부여잡으리만치 웃으며 그 책을 읽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오늘 날 <대통령과 기생충>을 읽으며 이토록 좋아라 할 줄은!

정말 제목부터 너무 언밸런스해, 나 같이 고상한 책만 좋아하는 사람은 두 팔 끝을 다 벌려, 당장 읽고 싶은 그리고 읽어야 할 책을 한아름 안는다 해도, 이 책은 순위에 포함되지 않을 성 싶은 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슴에 포~옥 끌어안고 함박 웃음 지어주고 싶은 건, 저자의 친필 사인에 말그림을 그려 준 탓도 조금은 있으리라.

내가 기생충에 관한 책을 읽고 이토록이나 좋아라하면, 이 책을 모르는 사람들은 좀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은 감염력있는 책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엽기, 발랄함을 이용해서 그토록이나 재밌게 전해 줄 수 있을까? 아마 저자와 같은 의학도가 이 책을 읽은 거보다, 일반 대중이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란 추측을 해 본다. 그만큼 이 책은 감염력이 있다는 말이다.

퓨전이 좋은 것은, 너무 한우물만 파려는 전문가적 성향 때문에 자칫 시야가 좁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언급한 바있지만, 기생충 감염 사실을 모르고 무려 1년 동안 설사를 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담당했던 의사가 기생충에 관해 조금만 상식이 있었더라도 과연 그렇게 허무하게 가산을 탕진했을까? 그 많은 의사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어도..."아, 그때 내가, <대통령과 기생충>이란 책을 읽어보니까 말야..."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실력있는 의사라고 칭찬 받았을텐데... 

한 사람이 어느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최고가 되는 건 좋지만,  크게 놓고 볼 때 그 사람은 그 분야만 아는 거지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그러니 인간의 앎이란 한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편벽된 존재다. 아무리 독서광이어도 편식을 한다지 않는가. 

저자가 아무리 기생충학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역설한다해도, 학적인 지식으로만, 시각적 효과에만 의존에서 징그러운 기생충들을 도판으로 보여줬더라면, 이 책은 정말 이만큼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말도 안될 것 같은 이야기를 끌여들여 거기에 기생충들의 향연을 펼쳐 보일 수 있었을까? 게다가 현세태를 꼬집고, 비꼬는 저자의 이야기 솜씨란 기히 상상을 불허한다.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이 <대통령과 기생충>일까 궁금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과 기생충'이란 쳅터에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겨가며, 저자의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히 압권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학이 의학분야에서 얼마나 대접을 받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기생충이 아직도 있냐고 반문하는 이 시대에, 정말 인간의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음에도 그 분야는 너무도 그늘져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도 보건데, 어느 한 분야가 발전하려면 최고 권력자를 건드리지 않으면 안된다. 난 정말 대통령이 기생충에 걸려서라도 이 분야가 발전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의학분야 중, 항문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 분야를 택하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산부인과는 인기과목이라고는 하지만, 아기를 받을 때의 신비감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여자들의 자궁이나 들여다 보는 그것이 과연 좋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 분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날 생명을 연장하며 잘 살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 같이 우매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저자는 자기식의 대답을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서 기생충에 걸려 죽은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느냐, 교통 사고를 당해 죽는 사람이 해마다 1만 명인데 그렇다고 네가 차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는냐, 기생충 보다는 뱀이나 지렁이, 지네 따위가 더 징그럽지 않는냐, 외모가 처진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내 서재 대문에 걸린 글 귀가, '그럴 법한 인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 책을 애독한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겠는데, 저자는, 저자가 말한 저 의도를 설득하는데 또 한 사람을 성공시켰다고 일러주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이, "너는 왜 그런 기생충에 관한 책을 읽고 실실거리고 웃느냐?"고 묻는다면 두말 않고, 한번 읽어 보라고고 그의 코 앞에 내밀어 주고 싶다.

그만치 이 책은 잘 쓴 책이고, 동시에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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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2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태님이 보시면 참 기뻐하시겠네요. ^^
요즘 스텔라님과 마태님 사이가 심상치가 않아요-

stella.K 2004-07-2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은 게 안 떠올라서 좀 그래요.^^

갈대 2004-07-2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이 필독서를 읽어야 할텐데 말이죠. 마태님이 리뷰 보시면 좋아히시겠네요^^

메시지 2004-07-2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저녁에 다 읽었습니다. 리뷰쓰려고 했더니 이렇게 스텔라님께서.... 추천
대단한 발상과 엄청난 재미, 그리고 기생충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stella.K 2004-07-21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메시지님, 어서 리뷰 쓰시지요. 그리고 추천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04-07-2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제 방송 들으셨군요! 둘다 부끄럽습니다. 나중에 커서 꼭 님께 은혜를 갚겠습니다.

stella.K 2004-07-2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더 이상 클 때가 어딨다고? 여기서 더 크면 늙습니다.^^
글구 부끄럽단 말 이제 하지 마셨으면 해요. 제가 마태님한테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럼 다음에 마태님한테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연극이 뭐예요?
김성진 지음 / 북갤럽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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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도 얼떨결에 교회에서부터 연극이란 걸 하게 됐지만,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가면 갈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본래 연극과 출신도 아니고, 단지 글쓰는 거 하나에 관심을 갖다 매어버린 일. 이젠 벗어나기도 뭐하고 매달리기에도 어정쩡하다.

그러던 중, 운이 좋아 이 책의 저자와 만날 수 있었고, 남자 쳐놓고 자그마하고 다부진 그는 한번도 연극을 택한 것을 후회 안하고 정말 미쳐서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 역시도 연극에 갈등한다는 알았을 때, 아, 그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에 연극에 관한 무수히 많은 책들 특별히 개론서에 관한 책들이 많은데 굳이 자기도 그런 책을 써야할까란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연극의 길로 이끌어 줬던 저자의 옛 애인과 이메일을 주고 받게되고, 그 애인의 13살 난 딸에게 연극을 가르쳐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면서 드라마란 무엇인가? 구성이란? 인물은? 대사란 무엇이고, 연출가와 배우란 무엇인가 등등을 조목 조목 삼촌이 조카에게 설명해 주듯 들려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민(저자 옛 애인의 딸)은 이해하는 부분도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다.

아마도 저자는 13살, 즉 청소년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연극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아니면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던가. 그만큼 쉽게 쓸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고 실제로 연극 실기엔 어느 정도 경험은 많으나 멋모르고 뛰어든 나 같은 비전공자에게 상당히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 또한 애초부터 그럴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민과의 있었던 이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끄집어 낸다. 그 중의 한 대목을 보면,

...바로 이 '본다'는 것의 결여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맹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부터 생사를 걸고 가르치는 태반이 '읽다'와 '쓰다'일 수 밖에요.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이성적인 교육에 해당하는 것이죠. '본다', '듣는다', '만진다'와 같은 감성 교육 또한 이성 못지 않게 인간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중요한 것인데 우리는 등한시하고 있죠.

맞는 얘기다. 교육이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도 안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성적이고 주입식에 지나치게 경도되어있다. 만일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음미하게 하고 연극을 배우게 한다면 이 아이의 감성이 얼마나 풍부해질 것이며 학교가 얼마나 부드럽고 신나는 것이 될 것인가. 하지만 불행히도 '연극'은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조차 있을까? 물어 볼 정도다.

내가 또 눈여겨 본 것은 저자가 말미쯤에 가서 다루어 놓은 '배우'에 관한 부분이다. 나는 연극을 하면서 배우에 대해 그렇게 크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배우는 작품 전체를 빛나게 해 주는 장식이라는 개념 정도였다. 연극은 당연 종합 예술로서 여러 많은 분야가 합친 것이니까 배우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라만큼(물론 이 말은 저자가 직접한 얘기는 아니다. 인용했을 것이다.) 비중있는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나는 정말 연극 전공자도 만나고 정말 왕초보 군단도 만났는데, 그들이 하나 같이 '배우'에 대해 진지한 인상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왕초보 군단은 차치하고라도, 연극 전공자들은 기술적으론 나름대로 기량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것 이상의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난 아직 그것 이상의 사람을 못 만난 것일게다. 즉 다시 말하면 내가 만난 배우들은 어느 일정 수준에 서면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이 책을 읽어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야에 눈을 떠서일까? 요즘 배우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 배우가 그 연극적 상황에서 그 대사를 재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까에 의문을 가져본다. 전에는 작가가 연극에서 비중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성 싶다.

내가 왜 연극 개론서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저자와 저자의 옛 애인 그리고 그 애인의 딸에 관한 이야기가 연극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당의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뒤로 가면 갈수록 저자의 이야기가 아릿하게 가슴에 와 밖힌다. 나는 오늘 저자에게 이메일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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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7-0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론서를 여러권 읽은지라 또 개론서를 읽는 일이 조금은 고민이 되어서 보관함에 담아만 두고 있는 책이네요. 새로운 형식이라는 점에서 읽어지고 싶네요.

stella.K 2004-07-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 책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네요.^^

메시지 2004-07-0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읽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04-07-0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 개인적으론 개론서를 이미 읽으셨다면 굳이 권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그 당의정이란 부분이 끌리긴 하지만...그런데 만약에 메시지님의 아드님이 어느 날, "아빠, 연극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그때를 대비해서 읽어 두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그리고 어느 날, 이 책 보다 더 재밌고 입체적인 개론서를 메시지님이 쓰시는 겁니다. 어때요, 제 생각? ^^
 
갈대상자 - 하나님의 산 역사 갈대상자
김영애 지음 / 두란노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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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대학 하나가 세워지고 그것을 운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 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물론 적지않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쯤이야 가늠하기 어려운 건 아니겠지만, 그것 때문에 대학의 총장이 취임 때부터 그토록이나 시달림을 받게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표현이 좀 진부하긴 하지만) 김영길 박사가 명예와 어찌보면 노후까지도 보장된 좋은 길(카이스트 교수의 길)을 버리고, 한동대학 초대 총장이 되면서의 대학의 재대로된 모습을 갖추기까지(외형적으로나 실력으로나) 파란 많은 과정을 그의 아내 김영애씨가 쓴 책이다.
  사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누시울이 느꺼워지고, 울지 않을려고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때로는 마음이 아파서, 때로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사실, 가장 어렵고 힘든 직업을 얘기할 때 보통 ‘3D업종’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마도 어느 때부턴가 이 3D업종에 ‘대학 총장’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총장이란 직함이 명예롭긴 하지만 꽤나 힘든 일인가 보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누가 감당하겠는가?
  나중에 김영길 총장은 이 돈 때문에 교도소에까지 부총장과 함께 들어가게 된다. 
  나는 그들의 고난도 눈물겹지만, 그러면서도 저자가 전하여주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정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한동대는 무감독 시험으로도 유명한 대학이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 사람을 길러내고자 하는 대학 이념을 반영한 것으로서, 실제로 내가 주일학교 교사시절 내가 가르치던 몇몇 학생이 그 학교를 들어갔는데 그들은 그 점에 적지 않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곳 학생들이 감동이었다. 몇부분만 소개를 해 보면,
어느 날 대학내 물과 전기를 내보내는 시설이 갑자기 고장이 났단다. 그로인해 모든 것이 마비가 되고 며칠을 학생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물이 안 나와 학교는 화장실 조차 쓸 수가 없었는데 이대로 뒀다간 전염병이 돌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것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를 대처해 나갔고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기계제어학과 학생들은 몇 개의 조를 짜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돌아가면서 점검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것을 귀찮아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태어나서 한번도 학교를 사랑해 본적이 없는 나로선 그들이 학교에 대한 애교심(愛校心)이 부러울 따름이다.
  또, 지금도 온누리 교회를 가면 ‘한동홀’이란 곳이 있는데, 그다지 화려하거나 멋드러진 곳은 아니다. 그냥 온누리 교회와 한동대학과 관련히 깊어서 그렇게 지었겠거니 했는데, 이 책을 읽는 중에 그 대학 학생 중에 두명이 피지에 선교를 갔다가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고 그것을 기념해 지은 거라고 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엔 김영길 총장과 부총장이 교도소에 들어가 있을 때 마침 스승의 날을 맞았다고 한다. 그때 학생들이 경찰에 자진해서 집회신고를 하고 총장과 부총장이 있는 교도소로 가 그들을 위로했다고 했을 때, 읽는 나로서도 정말 감동이 밀려왔다.
  이렇게 적고 읽어보면 어찌보면 뭐가 감동이었을까 싶기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 학생들이 보여준 감동의 에피소드들과 총장과 저자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어떠한 포퍼먼스 보다 더 진한 감동이 있다.
 
  이 책은 글 자체로 보았을 땐 문학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연구 성과가 담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별 다섯 개를 주는 건, 인간이 고귀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결코 별점으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줄 수 밖에 없는 건 별을 주지 않으면 리뷰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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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6-30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대, 전 실험을 아주 잘하는 대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뒤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별을 주지 않으면 리뷰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님의 말씀에서 웃었어요. 잔잔한 미소!

stella.K 2004-06-3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2004-07-06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7-0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는 건립 초기에 해당하는 스토리를 다룬 것 같고, 본인이 직접 격고 체험한 것과 보고 들은 것의 차이는 항상 있을 수 있죠.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저자가 격은 일들을 격하시킬 수는 없지 않을까요? 본인은 본인이 더 잘 아는 거니까.
그렇다면 기도해야죠. 우주님도 교회 다니시니까.^^
 
예배자가 알아야 할 60가지 메시지
탐 크라우터 지음, 이종환 옮김 / 예수전도단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예배를 드리는데, '내가 과연 예배를 재대로 드리고 있는 것일까?'란 물음에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 예배 후 거의 충동처럼 교회 구내서점에서 사 버린 책이다.

오늘 날의 예배는 그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예배 중에 뭔가가(그것이 설교든, 찬양이든 아니면 다른 특별한 순서든) 나를 사로잡지 않으면 도저히 내 뜻과 의지로는 집중하기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예배를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예배가 어떠니 저떠니 불평하고 비판하는 게 보편화 되버린 세대해서, 한번쯤 나의 예배 자세는 어떠한가를 점검해 보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듯 싶다.

그러나 이 책은 평신도를 위해 썼다기 보단, 끊임없이 예배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액면 그대로 보면, 저자가 음악 목사라는 점에서 찬양사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만한)을 위해 썼기 때문에 얼핏 예배를 드리기만 하는 사람에겐 어필이 잘 안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글은 매우 평이하게 써졌기 때문에 그냥 누구나가 가벼운 마음 읽고 생각하고, 점검해 보기에 그리 나빠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예배가 진정한 의미에서 과연 '드리는 것'일까? 우린 너무나 흔하게 일상어처럼 '예배를 봤냐'고 한다. 교회가 무슨 콘서트 공연장에 가는 것도 아니고, 예배가 공연자의 포퍼먼스를 보는 것도 아닐진데, 우린 어느센가 보는 개념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배는 주일에 한번만 드리는 것이 아니며, 매번 매순간 드려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본을 보였던 사람이 <경건에 이르는 연습>의 로렌스 형제였다. 그는 항상 자신이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는 주님을 생각하므로 늘 예배 드리는 삶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예배를 그냥 '보기만'하면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배를 능동적으로 섬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찬양, 연주, 안내 등등으로. 그런 사람은 낮아진 마음을 갖기가 참 어렵다.  특히 리더의 입장에 서면 일은 더 심각해 진다. 자꾸만 시야가 좁아지고, 권위를 앞세우려고 하며, 사람을 쉽게 비판하거나 정죄하기 쉽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에서는 다윗의 예를 들으면서 도전한다.

다윗은 그가 섬기던 왕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몇번씩 주어졌다. 그리고 자신이 그 왕위를 찬탈해도 오히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를 죽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께서 기름부은 자를 자신이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사울을 드대로 죽였다면 또 다른 피의 역사는 계속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리더를 보는 눈은 늘 곱지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대통령이 됐던, 한 학급의 반장이 됐건, 교회 청년회 회장이 됐건 간에 말이다.

나도 어느틈엔가 그런 시야를 갖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확히 내가 교회에서 나름대로 독보적인 일을 맡기 시작하면서 였다. 난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읽었을 때(이 책 말미에 나온다) 나는 예배를 섬기는 자였지만 진정으로 드리는 사람은 못되었다는 걸 절감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많은 아픔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면, 같이하는 사람이 어떤 류의 사람인가를 빨리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성경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고 말한다. 결국 나는 예배에 그리 성공한 사람은 못됐던 것 같다. 

예배를 섬긴다는 것은 예배 시간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을 완벽히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배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며 그 분의 임재와 은혜를 만끽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예배학에 관한 개론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냥 예배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도록 독려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이  '과연 내가 예배를 재대로 드리고 있는 것일까?'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한번쯤 권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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