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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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렸을 때 동화를 읽으면, "...그래서 오래도록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란 말이 실제에선 그렇게 안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사는 주체는 물론 남자와 여자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가 사랑한다는 건 쉬울까?

동화는 오래 같이 사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 때가 있다. 나름의 어려움과 고비는 어린이 시각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만, 둘이 맺어져서 어떻게 사는지가 보여지지 않고 있어, 남녀는 원래 그렇게 잘 어울리는 존재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드라마나 영화도 청춘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리긴 하지만 너무 스토리에 치중해서 '사랑의 핵심적인 증명'엔 미치지 못한다. 남녀는 반드시 첫눈에 끌리고, 한동안의 밀월기간을 갖게되고, 몇번의 고비와 오해를 겪은 후 권태기를 거쳐 둘이 더 견고한 사랑에 이르던가 거기서 멈춰 뒤돌아서던가가 관건이 된다. 

언젠가  TV에서 '감성 과학'이란 부제를 달고 남녀간의 사랑을 과학적으로 풀어 본 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것은 흥미롭게도 서랑하는 남녀가 만나게 되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를 나름대로 심도있게 보여준 영상물로, 그걸 보면서 아, 사랑을 과학적으로도 증명해 내는구나. 그 아이디어와 발상이 흥미로웠다.

여기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을 철학적으로 풀어 보였다. 남녀가 처음 서로 만나 어떤 이끌림을 갖고 어떻게 교감하며, 어떤 고비를 겪고, 어떤 결말에 이르는가를 재치있게 잘도 풀어간다. 철학을 전제로 했던만큼 좀 어렵긴 해도 중간 중간에 그만의 유머와 아포리즘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건 사실이지만 결코 읽다가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흔히 사람은 남녀가 만나면 섹스할 것만을 생각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사랑이 다 이루어진 양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고, 간간히 오해하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며 질투하고, 파경을 맞기도 한다. 그 간극에 작가는 철학자들의 사랑에 대한 정의, 철학의 증명을 잘도 구사해 넣는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만의 탁월한 능력이고 재치인 것 같다.  

이 책의 결말은 여자가 남자를 떠나고 남자는 괴로움에 자살할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불발로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끝에 사람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정말 그렇구나 싶다. 어떤이는 사랑에 대신 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배신할거라고 하기도 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것이 싫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곤 하는데, 막상 정말 사랑하면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사랑이 떠나면 다시오고 시작한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것만 같아도 다시 시작하고 원한다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신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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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9-1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만들어요.스텔라님의 글을 읽으니 또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당분간은 보관함에 머물겠지만 일단 찜해둡니다.

stella.K 2005-09-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잘 쓴 리뷰도 아닌데...근데 정말 꼭 한번 읽어 보세요. 좋아요.^^
 
미운오리새끼의 출근
메트 노가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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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발견했을 때 언젠가는 꼭 읽고 말거라고 벼르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에서 그 이야기를 취해 직장인들이 직장내에서 맞닦뜨릴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나의 흥미를 끌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기대 이상의 것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그저 단순히 직장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는 그렇고 그런 고루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주위를 기울여서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동화가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세상 사는 방법이나 세상을 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막상 어린 아이는 그것을 잘 모른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할 뿐, 교훈이 뭐고, 이 동화가 얘기하려고 하는 건 뭐냐는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 동화의 해석은 늘 어른들의 몫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의 스펙트럼을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 그것도 직장인들에게 그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들면 표제작인 '미운 오리 새끼의 출근'은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경우엔 인간의 소속감과 따돌림에서 나오는 인간의 소외와 기만의 문제를, '쇠똥구리'에선 직장인의 나르시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식료품점의 니세'는 직장인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다루고 있으며,  이상에만 사로잡혀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직장인의 문제를 '전나무'란 동화를 통해 되짚어 보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나이팅게일'을 통해서는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말고 열정적으로 소신있게 일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이 책의 즐거움은 흔히 단 몇편 밖엔 알지 못하는 안데르센 동화의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었다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게다가 저자가 덴마크 출신으로 안데르센 동화에 정통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단순히 알리는 것에 끝나지 않고, 카운셀러겸 컨설던트라는 자신의 직함을 살려 작가 특유의 혜안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일과 관련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의외로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없어 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인지 조차 의문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들은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생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 채 그저 경제적인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어떤 이는 아직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기도 한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한다. 언제 감원의 대상이 될러지도 모른채 불안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런 병리현상 속에서도 현대 사회의 일과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가치를 논하는 저자가 있다는 게 반가웠다. 물론 이 책은 내가 그 일을 할 사람이냐 아니냐 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른바 정체성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에겐 그리 도움이 안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직장내에 있을 때에 있을 수 있는 문제와 인간의 가치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일테니까.

하지만 이 책 자체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강추!.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로드무비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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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7-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강추, 라고 썼다면 뭔가 있을터.. 저두 로드무비님께 (덩달아) 감사를 ^^
추천해요, 오랜만에 님의 리뷰 보니 반갑고 읽고 싶은 충동이...

비로그인 2005-07-1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리뷰 잘 봤습니다. 적극 동감이에요~^^

니르바나 2005-07-1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말씀대로 일타 이득의 좋은 책이로군요.
리뷰에 추천을 드리면 일타 삼득이 되나 모르겠네요.
로드무비님께서 선물하셨군요. 알라딘의 큰손이신가 봅니다.

stella.K 2005-07-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리뷰에서 추천 받아 보는군요. 기뻐라~니르바나님 말씀마따나 일타삼득이어요.^^

로드무비 2005-07-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리뷰를 벌써 쓰셨군요.
니르바나님, 얼마전 깜짝 이벤트에 스텔라님이 뽑히셨잖아요.
큰손은커녕 중간손도 못 됩니다.^^;;
스텔라님, 추천이오!^^

stella.K 2005-07-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진주 2005-07-1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대형마트 책 코너에 진열되어 있길래 잠시 커닝을 했지요.
살까말까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질러야겠다고 두고 왔던 기억만 나네요^^
애써 쓴 리뷰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05-07-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러보세요 진주님. 후회 안 하실거예요.^^
 
리더여,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 여호수아 리더십 이야기
한홍 지음 / 두란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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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다니는 교회 부목사님이시기도 한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목사님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교포 사회의 1.5세대이면서 대학 때 미국사를 전공한 전력이 있어서 일까? 설교 때면 청산유수의 말솜씨에 역사를 관동하는 안목이 있다. 물론 아직 젊어서 일까? 역사적 인식은 있지만 역사적 깊이는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의 설교나 글은 상당히 세련된 양식을 구가하고 있다.

그는 목사가 되고부터는 줄곧 리더십에 관한 연구와 세미나를 이끌어 오고 있다. 이 책은 모세로부터 압제 당한 이스라엘 만족을 이끌어내어 그의 바톤을 이은 여호수아의 리더십을 고찰해 보는 견지에서 그동안 저자가 설교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시대에 왜 리더가 중요하며 리더십이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 또는 사회 지도층의 비리와 추한 몰골을 볼 때 우리 시대 리더는 과연 있는 것이며,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리더가 없음에 대해,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 개탄만 할 것인가? 리더십을 가르치고 리더를 키워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나부터 리더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있는 곳에서 당당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부터도 온전히 서지 못하면서 리더십의 부재를 탓하는 것은 좀 격에는 그리 맞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은 이 시대에 참된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기독교의 리더십은 세상이 가르치는 리더십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엔 반드시 신앙이 내재되어 있다. 이 세대에 신앙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어 보이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왜 이토록 눈부신 과학적 발전의 세대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고리타분하다 내지는 답답해 보인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맘도 낫게.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되는 건 옛날이나 오늘이나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혹자는 내가 신앙을 가진 것에 대해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란 말인가? 기독교의 리더십은 내가 하나님의 자녀됨을 시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기독교인은 나 자신이 주인이고, 뭐든 내가 마음 먹은대로 이끌어 가는 존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독교는 내가 아닌 하나님이 주인이고 나는 그의 선한 청지기임을 자청하는 것이다.

거기에 리더십이 없을까? 있고 없고 보다는 리더십은 그에 맞는 주체성을 확립했을 때 또는 그에 합당한 주체성은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 것이냐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세의 리더십은 오랫동안 애굽 땅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 내야할 사명 그 자체였다. 종살이에 찌든 백성을 무조건 인도해 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맛나와 메추라기 사건 또는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그분의 기적을 보여 주셨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호수아의 리더십은 바로 이 주체성의 확립을 보여주는 것일게다. 어떻게 하면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갈 것이냐를 끊임없이 도전하고 묻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하면 하나님 믿는 사람처럼 살 것인가? 어떻게 하면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이 주체성이 확립되기까지 때를 벗겨내는 작업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땅의 백성 가나안 족속과 화친하지 말라고까지 했을까? 요즘 같이 외교가 중요시되는 세상에서 이것은 고립을 면치 못하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해야하는 것일까?

오늘 날과 같은 개방외교의 시대에도 민족 주체성의 확립이 이슈가 되는 마당에 여호수아의 시대는 말해 뭣하랴? 그만큼 이 주체성이란 중요한 것이고 리더답다는 것은 무엇인가에도 궁극적으로 미치게 되어있는 것 같다.

왜 리더가 어려운가? 책은 너무도 쉽고 명료하게 가르쳐 주고 있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어렵다고 한다. 나는 가끔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말하곤 한다. 많은 것을 다 하려고 하지말고 여러가지의 것 중에 한가지 만이라도 잘 하라고.  

어차피 사람은 아홉가지를 잘 해도 한가지를 못하면 욕을 하는 존재니 자신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상대가 완벽하길 바란다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그때는 모른다.  그러나 그때가 지나면 사람들은 새롭게 평가할 것이다.

여호수아 역시 그 당대에선 완벽한 인간으로 추앙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놓고 그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는 끊임없이 계속되어져 왔다. 당장 보라. 이 책의 저자도 여호수아를 연구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근사한 제목의 책을 내놓지 않았는가?

리더십을 연구하고 자신이 어느 중책에 있는데 리더십이 자신이 없거나 도움을 바라고자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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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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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이때부터> 막말로 < 꼬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되는 시기가 개화기라고 일컬어지는 이책의 화두가 되는 시점일 것이다.

책을 읽다가 독립운동가!만으로 알고있던 개화기의 인사들의 인식과 그들에 대한 다른 정보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개화기는 우리 역사에 골이 깊은 굴욕의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동학농민봉기를  청나라군대에 의해 와해시킨 고종이나, 명성황후 시해사건 ,아관파천... 속터지는 사건들도  줄을 지어있다. 그래서 개화기의 어느 노력들중 그 무엇 하나만이 성공했더라면이란  바램을 간절하게 한다 . 그랬다면  적어도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라는 역사의 한페이지와 그 후의 많은 질곡들도 피해갈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의 이런 바램이 <역사를 통한 현실 인식 그리고 희망>이라는  제언으로 책의 편집자주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 개화기 열강에 대한 당시의 상황과 인식, 그것이 이 책의 네 가지 틀거리이다.

그런데...! 지상격론이라는 부제와는 다르게 두 사람이 시각을 편지 형식으로 제시하다보니 시각적 차이는 분명하되 논쟁은 없다.  4 개국 열강에 대한 역사관이 온건한 서술로 쓰여져 있고 , 서로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 갑론을박의 토론이 없다! 그래서 궁금했다. 4편 모두 박노자 교수가 먼저 편지를 쓰고 허동현 교수가 답장을 쓰는 식의 구성인데 순서가 그러하다보니 항상 박노자 교수의 견해 일정부분에 대해 허동현 교수가 반론이나 부연을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그 답장을 본 박교수 또한 할 말이 있었을텐데...그 후편이 궁금하다. 그것이 있어야 격론으로서  단지 역사적 인식의 차이를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발전과 발견들이 주는 지적 긴장감을 유지할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푸른역사의 편집자는 두 사람의 논쟁의 소지가 있는 역사해석의 부분을 문제제기 하기보다는
각 교수들 의견의  몇가지 부분들을 명확히 해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차원으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래서 일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산만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지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단지 열강들에 대한 인식 , 그 차이와 오류때문만인가? 물론 그것이 한가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지극히 당연하게 그들의 역사적 상황인식 그 중요한 출발점! 그 안엔  국민들에 대한 관념이 더  피상적이었다고 본다, 개화기 지식인들의 국민만들기 , 국가 만들기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원하는 사회변화나 요구는 일정하게 소외되있었다 . 결국 내실없이
꺼꾸로가는 당시 지식인들의 허상과  소외되고 버림받은 백성은 주권없는 국가의 배경이 되고  잘난 세도가, 민란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남의 나라 군대로 제국민을 짋밟는 군주는 당연히 나라를 뺏기게된다 . 이책과 함께 역사의 유용성 올리며  백년전으로 돌아가보려던 나의 결론은 그렇다.

편집자는 백년만에 돌아온 열강쟁패의 시대라 했던가. 글쎄, 반도의 운명을 타고난 우리는 언제나  열강의 시대 속에 살아온 것만 같다. 단지 열강의 나라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것이 나만의 느낌일까. 역사적 사실의 인식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대응하는 현실적 참여의 문제. 어떻게? 얼마나? ..그래서 결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과제가 여전히 우리 앞에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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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5-07-0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비라고 부르시면 조금 곤란한데^^;;

stella.K 2005-07-0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쳤어요.^^
 
두루미 아빠 - 상
츠치다 세이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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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로드무비님 서재 20000을 캡처해서 받은 선물이 저 두루미 아빠다. 그때 무비님은 개인적으로 감동한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제목이 독특해서 받고 나서도 약간의 실소를 했었다. 기러기 아빠가 있으니 두루미 아빠가 없을리 없지 않겠는가? 아마도 어떤 한 가장이 세상 살이의 어려움을 꿎꿎히 딛고 일어서는 그런 내용일거라고 지레짐작 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밀린 책들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터라 선물 받은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이 책을 언제 읽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오늘은 이 만화책을 손에 들었고 내친김에 하권까지 앉은 자리에서 독파했다.

이야기는,  한때 조직에 몸담고 있었던 주인공이 한 여자를 만나고 거기에 우연치 않게 얻게된 흑인 갓난 아이와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정식 결혼을 허락 받기위해 여자의 부모를 찾아가지만 출신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절을 당한다. 그런 상태에서 여자는 임신을 하게되고 임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태아가 12주임과 동시에 자궁 경암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때부터 이들의 생명을 향한 사투가 그려진다. 여자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암치료를 뒤로 미루길 바라고,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억척스럽게 일을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여자의 부모께 결혼을 허락 받게되길 바라지만 부모는 딸의 치료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으니 대신 헤어지라고 한다.

여자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고, 결국 임신하고 있는 아이만은 어떻게든 살리고자 했던 희망도 사라지고만다. 그러던 중 여자는 점점 더 안 좋아져 결국 죽고,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을 주며 키우던 흑인 아이도 생부가 나타나 다시 데려가고 만다.  그러면서 남자는 이러면서 더 살아야 하는 거냐고 절규한다.

세월이 흐르고 그의 품을 떠나간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어 우연히 그를 찾아 온다. 워낙 어렸을 때 자기를 돌봐줬고 헤어졌기 때문에 소년은 그가 자기를 돌봐줬던 양부였다는 사실은 기억에 없지만, 죽은 여자의 사진에서 그리고 차 한잔 대접 받은 남자의 손길에서 흑인 소년은 왠지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사람들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자는 끝까지 그 사실을 소년에게 밝히지 않은 채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그저 조용히 그들 부자를 배웅해 줄 뿐이다.

물론 어찌보면 어디 선가 많이 접해 본 순애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궁암에 대한 의학적 접근 또는 그 병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라든지, 두루미를 비롯한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새의 생태와 인생을 통찰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또한 말미에 여자가 아이를 잃고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의 극치까지 밀고 나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람은 뜻하지 않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는 그것이 다인 것같고 끝이 안 보이지만 그 산을 넘고나면 인생을 달관하게 되는 뭔가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의 삶은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확실한 주제 의식도 이 만화의 강점이라면 강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만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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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2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꽤 괜찮았죠?
전 나쁜 사람 망설이지 않고 혼내주는 속시원한 장면들이 특히 좋았어요.^^

stella.K 2005-05-27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정말 좋았어요. 고마워요 무비님.^^

비로그인 2005-05-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품절이네요....;;;;

stella.K 2005-05-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