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원래는 이 책을 빨리 읽을 마음이 없었다. 기한이 좀 있으니 그 때 임박해서 읽고 후다닥 리뷰를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훑어보다가 아예 작심하고 붙들고 읽게된 그런 책이다. 그만큼 재밌고 빨려들어게 만든 책이다.

사실 이 책은 홍대를 중심으로한 비주류 예술가들의  생활과 그들의 예술에 대한 담론을. 그리고 그것이 홍대를 중심으로 해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를 소개한 책이다.  스무 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담으려니 어찌보면 단편적이고 다소 가벼운 듯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늘 길을 가도 같은 길로만 가고, 버스를 타도 늘 타던 버스만 타며, 놀아도 같은 장소에서만 놀기 좋아하는 내가, 책을 보아도 비슷한 류의 책만을 보는 경향이 있는 나에게 어느 날 이 책이 손에 들어와 붙들게 됐다는 건 왠지 신선한 산소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난 이 책 읽기를 미룰 수가 없었다.

새삼 놀라운 일은 한 나라의 문화를 논할 때 그 지역의 특색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 또한 놀랍다. 한 지역의 문화가 형성되기까지 어떠한 필요와 이제까지의 삶에 반(反)하는 저항과 몸짓이 있었던 것일까?

분명 세상은 어떤 패턴과 유형을 정해 놓고 이렇게 살라고 한다. 그것이 정형화되면 그것이 마치 정석인양 살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애써 그 부류에 속할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정석인지 누가 알겠는가? 그냥 많은 사람이 그렇게들 살고 있으니까 소외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사는 척 하는 것이라는 걸 우리들 자신은 알고 있을텐데.

거기에 굳이 소외 당할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어찌보면 그것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주류의 삶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들이 좋다. 이 책에 나오는 어느 홍대통의 말을 들어보자.

전 어떻게 하면 반항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지루한 세상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말하자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오랫동안 하다가 바위치기의 전략가가 된 셈이다.(59p)

결국 이것이 언더그라운드의 삶이고 힘이고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홍대를 중심으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낸 건 아닐까? 그러면서 또 다른 홍대통은 홍대 문화를 이렇게 말한다.

"홍대 주변 하면 반항이란 단어가 떠오르죠? 아니면 언더그라운드? 인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동네의 키워드는 관용이에요. 다른 데서는 옷을 홀딱 벗고 길거리로 뛰어나오면 사람들이 바로 신고하죠. 하지만 홍대 주변에서는 조금 봐줘요. 그만큼 상대방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예요. 마음의 여유, 시선의 여유,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이 동네가 좋죠."(65p)

솔직히 난 관용 보다는 정이 있는 곳이 더 좋다. 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그것은 요즘 같이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나는 주류의 삶 보단 비주류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 애정이 더 간다. 그것은 난 아무래도 주류적 삶을 살 것 같지가 않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주류적 삶이 그르지는 않을지라도 꼭 옳은 것도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솔직히 주류적 삶이라는 건 힘있는 자들이 쳐놓은 네트워크가 아니던가?

이 책을 읽다가 세계 100대 기업 안에 속하는 우리나라 굴지의 모 기업에 다니는 나의 후배 녀석이 생각이 났다. 녀석은 거길 다니는 바람에 커리어는 좋다고 할지 모르지만 거의 살인적으로 일에 혹사 당하고 있어 항상 후줄근하게 하고 다딘다.

나는 그에게 안쓰러워서, "야, 사람나고 일 났지, 일나고 사람 났냐? 사람이 우선 살고 봐야하는 거 아니냐?"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다들 그런 말을 한단다. 녀석을 보면 그 기업이 괜히 세계 100 기업이 아니겠구나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내 견지에선 왠지 석연치 않다.

예전엔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했다. 하지만 요즘 세대를 예전에 비하면 안된다. 노는 것이 일하는 것이고, 일하는 것이 노는 것인, 거기서 가치창출이 되고 돈도 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21세기는 자고로 잘 노는 사람이 대우 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해마다 대입학력 고사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도 없어야 하고, 직업을 못 구해 미쳐 돌아가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여기 연극계에 종사하는 또 다른 홍대통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보며 이 글을 맺을까 한다.

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도 즐거워질 것이고, 그러면 세상이 즐거워진다.(67p)  

세상 모든 사람이 즐겁게 사는 그날까지 홍대 옆 놀아터여 영원하라!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5-12-0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사람나고 일 낳지, 일나고 사람 낳냐?
낳냐--났냐, 로 고쳐주세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텔라님!
저도 읽고 써야 해요.;;

stella.K 2005-12-0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래요. 고마워요.^^

하늘바람 2005-12-0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나던 책이었지요

stella.K 2005-12-0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한번쯤 읽어보셔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진주 2005-12-1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요즘 이 책 엄청 지르시누만요....여기저기서 사라고 아주 불을 질러요....ㅡ.ㅜ

stella.K 2005-12-1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덕의 기술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조지 L. 로저스 엮음, 정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참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바쁜 이유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한권의 책을 오래도록 붙들고 있는 건 그다지 좋은 습관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너무도 유명한 벤저민 플랭클린이 쓴 저작물이라고 하지만, 그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그가 살아생전 여기 저기에 기고했던 글들을 액기스로 모아 놓은 책이다.

어찌보면 이 한권의 책으로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고, 어떠한 사상을 지닌 사람인지를 알 수도 있겠지만, 그를 정말로 알고 싶다면 그의 유명한 저작 <자서전>을 읽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바쁜 현대인이 읽기에 이 책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가 되어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어보인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대로 그는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너무도 완벽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도덕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는 부담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것엔 많은 지혜와 처세, 리더십이 담겨져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옛 현인들의 삶은 교훈적이다. 한번쯤 읽으면서 교훈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편견이겠지만 난 이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생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지는 세련됐다. 바로 이 점이 그가 유명하건 말건 상관없이 나에겐 별로 끌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잘 생기고 세련된 사람을 싫어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작가다운 풍모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세련됐고 연애인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이 나로 하여금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작년에 웬만한 내로라 하는 국내 문학상을 다 휩쓸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의 책은 단 한 권도 사서 볼 생각을 안 했다. 하기사 그러기로 따지자면 내가 무슨 무슨 문학상을 탔다는 이유만으로도 사 봄직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안 본게 한 둘인가?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사 보는 건 그도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작가다운 풍모라고 쓰긴 했지만 그게 과연 뭘까? 꼭 후줄근하고, 술을 말로 마시고, 담배나 뻑뻑 피워대고, 이마엔 내천 자나 긋고 이런 게 작가다운 것일까? 솔직히 김영하가 세련됐다고 해서 나쁠건 또 뭐가 있겠는가? 그가 그러는데 내가 10원 하나 보탠 것도 없는데. 그리고 우리나라 문단에 그런 탤런트적인 작가가 하나쯤 있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지 않은가? 물론 본인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드릴지 모르겠지만, 나쁜 의미로 하는 얘기는 아니다.

난 어쩌면 요즘에 주목 받고 있는 작가들을 신뢰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요즘의 작가들은 나름의 역량도 있고 개성도 있고, 능력도 있는 건 인정하지만, 난 왠지 그들이 문학을 상품 가치로서 잘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만 있지 나름의 끈적거림 이를테면 관조하고, 통찰하고,  곱씹게 만드는 그런 맛이 없다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읽을 땐 좋은데 읽고나면 별로 아쉬울 게 없고 생각할 것도 없는 그런 게 있어서 마음이 가질 않는다.

누구는 이를두고 권위주의적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한 소치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문학이 어려울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역시 나는 아닌 건 아니다. 그런 문학이 존재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그래도 어떻게 운이 좋아 이 책을 손에 넣은 나로선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내게 돈이 있다면 이 책을 몇번째로 사고 싶으냐고 했을 때 결코 영순위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어쨌거나 그분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작가에게 갖는 이 뭔지모를 편견은 많이 없어진 듯하다. 홈피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고 하니 그렇고 그런 잡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유명 작가의 홈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이다. 그의 톡톡 튀면서도 위트있는 문장은 역시 젊은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하기사 내일 모레면 그도 40줄을 타는데...그래도 그는 세련되서 그런지 아직도 젊다.) 패기도 있어 보이고.

책 어디쯤 읽으면 그의 책 <검은 꽃>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그의 책들 제목이 하나 같이 하루키를 연상하는 그런 제목이라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는데 유독 <검은 꽃>만큼은 꼭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그는 이 책 속에서 몇권의 책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책을 텍스트 삼아 그가 언급해 놓은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님 표정훈의 <어느 탐서주의자의 책>이면 더 좋고. 그 밖에 텍스트가 될만한 더 좋은 책이 많이 있겠지만.

이 책의 단연 좋다고 느끼는 건 그의 문학에 관한 생각들을 써 놓은 부분인 것 같다. 나도 한때 작가지망생이었던 고로 이런 글을 읽으면 너무 흥미롭고 짜릿한 느낌마저 든다. 앞서 내가 그를 탤렌트적 기질이 있다고 말한 건, 그는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 같아서다. 그래서 보여 줄 때 뭘 보여줘야 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 보여주지도 않는다. 방명록편을 읽으면, 슬쩍 눙치며 질문을 피해가기도 하니까. 사람은 다 보여주면 식상해 한다. 유명인일수록 신비스러워 보이는 게 좋다.

그래도 나는 블로그의 백미는 읽은 사람들이 댓글 달아 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편집된 건지 아니면 실제 그런지 모르지만 작가 자신이 찾아 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답변 형식의 댓글을 달아 준 건 거의 없었다. 있어 봤자 한 두 개. 그의 홈피를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별 불만은 없어 보이는 듯하다. 혹 유명인은 그럴 수 있어도 일반인은 그러면 당장 즐찾 삭제 대상 1호가 아닐까? 적어도 난 그렇다. 그래서 난 유명인의 블로그 보다 내가 아는 알라디너의 서재가 좋다. 그들 대부분은 성실하게 댓글을 달아 주니까. 이 리뷰 읽고 댓글 안 달아주면 즐찾 삭제1호 감이다. 알아서 하시라. 

문득 만일 초대 받아 작가의 집을 방문한다면 그는 손님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자신의 홈피를 찾아주는 이들이 그냥 침구집에 놀러 온 기분으로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고상하게 쿠키에 홍차일리는 없고. 고구마에 동치미를 내놓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케이다. 세련된 사람이 소박한 뭔가를 보여주면 사람은 금방 편안함을 느끼는 법니니까. 랄랄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고싶다 2005-10-2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련된듯하면서 소박한 스텔라님, 전 댓글 달았어요~!

stella.K 2005-10-2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왕이면 추천도 하시징~!^^

mong 2005-10-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꽃...제가 좋아하는 장편이에요
저는 김영하 데뷔부터 쭈욱 보고 있는 작가라~
전 추천도 했어요!

stella.K 2005-10-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했어요!!!

야클 2005-10-2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버라.... 댓글&추천 다 하고 갑니다. ^^

stella.K 2005-10-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고맙습니다.^^

메르헨 2005-11-1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랄라 하우스...전 이책은 읽고 싶지 않던데...^^
검은꽃은 봤어요. 좀 색다른 느낌이었지요.
저도 댓글 달았습니다.^^

stella.K 2005-11-1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하셨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난 봄이던가? KBS2의 '인간극장'이란 프로에 나왔단 장길연, 박범준 부부의 귀농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그때 난 이들의 이야기를 거의 넋을 잃고 봤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그야말로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던 것이다.

정말 이 사회에서 인텔리에 속하는 젊은 부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사회가 보장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최상급의 혜택을 과감히 버리고 귀농을 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어찌보면 TV가 다 전달해 주지 못한 소박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나름대로는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의 의미도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로는, 물론 요즘 농촌 사회가 젊은이들이 없다고 하는데 도시가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버리고 농촌으로 갔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 또 이 사람네들을 계기로 너도 나도 귀농을 하겠다고 그러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기우도 가져보기도 하고.

지구상에서 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정말 조그만 나라에 지나지 않는데 어쩌면 지방마다 기후가 다를 수 있을까?(서울 같은 도시는 2, 3월이면 봄 기운이 완연한데 그들이 사는 무주는 5월이나 되야한다고 하니말이다.) 농촌에서는 아직도 예의범절이 깍듯하여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어른에게 차 안에서 고개만 끄덕하고 수인사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차에서 내려 깍듯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내가 TV를 봤을 때나 책으로 읽었을 때나 하나 같이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래 삶의 원형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야말로 땅 파먹고 산다. 하루 하루 퇴비주고 자연 비료 줘 가면서 피곤하게 일하고 특별히 모아 둔 돈도 없이 살아간다. 이들이 해 있을 때 들로 밭으로 나가 일하고 해 떨어지면 들어와서 이불덮고 자는 정말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 원형의 삶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게된다는 것이다.

거기엔 불화도, 불륜도, 내일에 대한 불안한 전망도 없어 보인다. 이런 것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나 안고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낮동안에 땅과 씨름하고 밤이면 골아 떨어져 자는데 이런 걱정을 할 새가 있겠는가? 정말 건강만 하다면 하루살이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도시에 살면 세련될 수는 있어도 도시가 주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농촌이 무조건 좋기만 하겠는가? 또 이런 책들이 귀농을 부추겨 너도 나도 귀농을 선택한다면 도시에서의 산업은 누가 맡겠는가? 농촌에 살면 벌레와 싸워야 하고 화장실 사용이 불편하다. 결국 이것 저것을 따져 볼 때 나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물론 이 책이 어떤 계몽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시골에 살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하는 바들을 담담히 쓴 일종의 수기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런데 삶에 대한 지혜는 거창한 철학이나 학자연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기 보단 이렇게 몸소 몸으로 부딫히며 사는 소시민적 삶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참 예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선 한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이렇게 사이 사이 사진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그 사진이 거의 예술이다.

하지만 왠지 이들의 글은 그다지 깊이는 있어 보이진 않았다. 진솔함은 있는데 다소 산만해 보이는 듯 깊이 있는 통찰에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5년 후나 10년 후쯤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2>를 내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다.

내가 제목을 다람쥐 부부라고 한 건 이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면 산다는 것과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발을 동동거리며 땔감이며 항상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그 모습이 다람쥐 같아 부쳐 본 것이다. 설마 이들이 내 글을 훔쳐 볼리 없겠지만 결례가 됐다면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 밝혀둔다.

마지막으로 여기 나오는 남자 같은 좋은 사람과 알콩달콩 살길 바란다면서 내 생일 날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니르바나님께 감사드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레져 2005-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면, 난 아직도 도시에서 살고파요.
욕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여기서 잘 나가서도 아니에요.
난 정말 도시가 좋거든요. 농촌에서 위로받은 힘을 모아 도시에서 잘 살고 싶다구요 ^^
추천밥 날려요! ^^ 
(그대의 인기는 식을줄을 모르고~~~)

10036519


stella.K 2005-10-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직은 농촌은 자신이 없소. 아마 농촌에서 산다면 도시적인 것과 혼합한 형태면 모를까? 추천 고맙구료.^^
 
빅맨 빅보이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지음, 김민수 옮김 / 일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을 안 듣고 산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한때는 나도 음악에 미쳐 산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초등학 땐 클래식에, 청소년  땐 팝송에 그리고 20살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서서히 내 의식 속에서 음악을 밀쳐내고 있었다는 걸 그땐 잘 모르고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안 듣는다.

내가 그러고 있다고 해서 음악계가 발전을 멈춘 것도 아니고 스타가 배출이 안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때 그때마다 유명한 음악인이 누구였는지 조차 모르고 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

토마스 크바스토프. 이 사람을 내가 알리 없다. 하지만 내가 얼마 전 이 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은 이미 클래식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다시피 그는 키 작은 성악가다. 어떻게 저렇게 작은 체구에서 목소리를 뿜어낼 수 있을까? 그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그는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다. 탈리도마이드란 진정제로서 유럽에선 일부 임산부들이 심한 입덧에 먹는 약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당시 밝혀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 후유증이 보고 되면서 팔과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이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로 태어난 그가 어떻게 해서 지금의 세계 정상의 성악가가 되었는가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자서전이다. 또한 구술에 의한 작업으로 그의 형이 받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내가 봤을 때 스스로가 신화적 인물을 구축하려고 쓴 책은 아닌성 싶다. 오히려 정상적인 견지에서 글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적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학교라고 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온전치 못한 환경에서 반항아가 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장애인이기 때문에 남보다 더 열심히 끈기와 투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성적은 바닥을 치고 학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이색적(?)인건 독일이라고 하는 선진국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 못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다. 누가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보태 준 것도 없는데 정상인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는 건 부당하지 않은가?

그래도 사람 누구에게든 천부적이든 후천적으로 노력해서든 재능 하나씩은 있다고 본다. 그것을 잘 카우느냐 못 키우느냐는 본인하기 나름이겠지만.

저자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성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끊임없이 연마해 정상에 선다. 하지만 정상에 서는 과정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자신의 첫 콩쿨 대해에서 사실은 1등 감이었는데 정상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2등으로 강등이 되어야만 했고, 자신의 장애가 무조건 미화되거니 비하되는 매스컴과 사회의 냉대를 맛 보기도 하고, 요즘 흔히 팝과 클래식의 경계를 왔다 갔다하는 우리도 익히 알만한 스타 음악인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정상인 못지 않은 정상인 여성과 열애 끝에 결혼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그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누리는 동정도 특권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직접 길을 놓으며 스스로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과정이고 결과다.

특히 그는 매스컴이 장애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질타를 서슴치 않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언젠가 TV에서 장애인들을 너무 편파적으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생각이 났다. 즉 TV는 장애인들을 순백의 영혼으로 감싸고 동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사회는 장애인들을 올바로 보지 않으면서 한쪽에선 무조건 순백의 영혼으로 치켜 세우다니.

장애인이라고 해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선과 악을 동시에 분별할 수 있으며, 그렇게 행동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동시에 미워할 수도 있다. 이 책엔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또한 음악을 보는 저자 자신의 시각도 잘 표현되어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약간은 지루했다. 내가 언젠고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음악을 한번이라도 접하고 이 책을 들었더라면 덜 지루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책을 대하는 나의 안일함이 문제였는지 아님 독일이라고 하는 정서적 거리감이 문제였는지 판단할 길은 없다.

하지만 평범치 않은 한 영혼의 진솔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들어도 무방하리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르바나 2005-10-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모짤트로 시작해서 늙어 다시 모짤트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랍니다.
지금은 잠시의 휴식기라 여겨집니다.
스텔라님 멋진 리뷰에 추천 한 장 붙입니다.

stella.K 2005-10-0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짜르트요...저도 좋아했는데! 다시 음악을 들으면 모짜르트부터 들어야겠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