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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 속의 색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미셸 파스투로 지음, 최정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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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가지고 이런 에세이를 쓰다니. 이색적이기도 하고, 좀 놀랍기도 하다.  그것도 저자의 직업이 색과 관련된 직업 이를테면, 화가나 디자이너도 아니다.  특이하게도 역사학자다.
색 가지고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을까 싶었는데, 모르긴 해도 저자는 박식하기도 하지만 말이 많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저기 '색'이란 스펙트럼을 들이대고 잠시도 가만히 쉬질않는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신화, 그중에서도 문장(紋章)학을 공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어떻게 들으면 색과 문장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한데, 문장의 화려한 색을 보면 그것이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긴 하다.  

읽다 보니, 어린 시절 내 동생이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동생은, 봄날씨라고 해도 바람은 아직 쌀쌀한 기가 남아 있어 엄마는 셔츠식으로 된 조끼를 입혀 학교에 보냈다. 얼마 전, 가끔 집에 들리는 보따리 장수에게서 산 조낀데, 곤색과 빨간색의 조합이 어린 내가 보아도 제법 괜찮았다. 그런데 동생은 학교 갈 땐 분명 그옷을 입고 갔지만, 돌아 올 땐 벗고 돌아왔다. 엄마로선 의아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을 텐데, 제깐엔 빨간색은 여자색이라고 해서 창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녀석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안 그랬다간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을 테니 나름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긴 하다. 남자는 뭐 때문에 빨간색을 여자의 색이라고 인지를 하는 것일까? 그건 여자인 내가 생각해도 별로 틀리지 않다. 보통 빨강을 비롯해 분홍이나 주홍색 또는 오렌지색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이고, 파란색이나 하늘색 또는 회색이나 검정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색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인식되어 키워지기 보다, 남자와 여자의 뇌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생래적으로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 본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의외로 우리가 색에 대한 편견이나 미신이 얼마나 많은가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빨간색은 여자색일지는 몰라도, 빨간색을 좋아하는 나라는 중국을 비롯한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다들 터부시 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더구나 악마를 떠올릴 때 검정색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빨간색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 빨간색은 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자동차 보험 회사에선 할증을 매길 정도였다고 한다.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많다고 해서. 물론 이건 1970년대 프랑스에 해당되는 말이다(91p).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빨간색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요소도 있으니 나름 그럴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오늘 날, 녹색 계열의 색은 사람의 시각뿐만 아니라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각광 받는 색이지만 역사상 이 색도 환영을 받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고하니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색을 보는 눈이 민감해야 할 역대의 화가들이 색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건 확실히 미술사에 있어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미술사를 연구함에 있어 화가의 작품에 대해 할 말은 많아도 색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1970년대까지 그랬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색채가 논의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겠다(172p).  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책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저자는 그 사실을 알고 깜짝놀랐다고 한다. 거의 처녀지나 다름없는 색의 역사에 관한 자신의 연구가 학계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에 과감히 자신을 던졌다는 것이 존경스럽지 않은가? 

색은 오늘 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스포츠,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풀어 색의 중요성을 설명을 해낸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따져서 에세이를 썼다.는 것이 이 책이 갖는 장점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문장은 때로 위트가 있기도 하다. 과연 메디치 상 에세이 부문에서 상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에세이라고 만만히 볼 건 아니다. 쉽진 않지만 지적이기도 하고, 에세이의 새로운 분야를 접한 것 같다 독서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책 우리나라 작가도 쓸만하지 않을까? 쓴다면 이책의 저자 보다 훨씬 잘 쓸 것도 같다. 색을 지칭하는 어휘면에서 우리나라를 따를 나라가 없을 테니 말이다. 앞서 빨간색도 한 가지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빨갛다. 시뻘겋다. 새빨갛다.  붉다. 불그스름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표현이 많은데, 색을 가지고 에세이를 쓴다면 오죽 잘 쓸까? 웬지 저자 보다 선수를 놓친 것 같아 읽으면서 아쉬움이 생겼다. 한번쯤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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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10-1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네요. 안 그래도 색에 관련된 책이 궁금했는데 스텔라님 리뷰 덕택에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stella.K 2011-10-17 11:50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렇다면 저도 기쁘군요.
쉽게는 읽혀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딱히 어렵게 썼다고도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에세이가 이렇게 묵직할 수도 있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데, 청소년이 읽기엔 다소 벅차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이리시스 2011-10-1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을 책으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청소년 권장도서라서 다시 한 번 가서 상세보기 봐야겠네요.ㅎㅎ

stella.K 2011-10-18 20:3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 정도면 뭐...!^^

감은빛 2011-10-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주제네요.
색을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주었단 말씀이죠?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샤넬 넘버 5 - 시대의 아이콘이 된 불멸의 향수
틸라 마쩨오 지음, 손주연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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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갖고 싶어하고, 그래서 한병쯤 가지고 있는 향수가 이 샤넬넘버5가 아닐까 한다. 
우리집에도 아주 오랜 옛날 이 향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해당사항이 없었고, 있다면 우리 엄마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향수가 어떻게 해서 우리집에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옛날의 남편들이 다 그렇듯 아내를 살갑게 챙겨주는 멋이 있어 아버지가 엄마에게 선물했을 리는 만무하고, 어쩌면 친척이나 지인 누군가가 선물을 해서 아버지 손에 들어온 것을 엄마에게 건네준 것 같다. 하지만 돼지 목의 진주라고, 엄마는 누구처럼 향수를 몸에 두를 줄 몰랐다. 엄마는 그저 평범한 여염집 아낙이었을 뿐이다. 그저 부엌 냄새, 밥 냄새가 더 익숙한. 더구나 이 향수의 농축된 냄새는 남자 스킨의 그것과 흡사해서 오히려 밥맛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해서 엄마는 쓰기를 거부했다. 게다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향수는 술집 여자나 화류계 여자가 쓰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어서 더더욱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왜 이 향수가 엄마의 화장대 서랍에 있게 된 걸까?   

엄마가 향수를 쓸 줄 모르니 나 역시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가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그만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이 향수는 마치 양주병을 축소해 놓은 듯했고,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빨리 어른이 돼서 이 향수를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집에선 물 한방울의 가치도 없는 것이긴 하지만 과연 이것의 실제적 가치가 얼마만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외국에선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했다. 그만큼 샤넬넘버 5는 나나 우리 엄마와는 인연이 없는 향수였던 것 만큼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조그만 향수 하나가 갖는 위력은 대단해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사이에도 활발하게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묘한 건, 내가 그것을 알게된 게 70년대 초중반 무렵이었고, 실제로 코코샤넬이 타계한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록 사람은 가고 없어도 오늘 날에도 향수의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향수랴! 물론 오랜 세월 그 명맥과 명성을 유지해 온 향수가 이 향수뿐이겠냐만 이것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향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샤넬은 살아생전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향수를 잘못 사용하는 여자는 미래가 없는 여자"(83p)라고.  순간 약간의 뜨끔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하다. 우리 엄마나 나나 샤넬넘버 5를 알았던 때는 굳이 이 말을 듣지 않아도 됐던 때였으니까.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확실히 저 말을 쉬 무시할 수 없는 세대를 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감성의 세대니까. 

                                                        *   *   *              

내가 향수를 쓰기 시작한 건 최근 3,4년쯤 된다. 고백하지만 나는 참 오래도록 향수를 사용할 줄 몰랐다. 사람 냄새만큼 좋은 냄새가 또 있을까? 또 사람 냄새만큼 역겨운 냄새가 또 있을까? 버스를 타고 또는 길거리를 스치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수내는 아무래도 인위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유혹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향수를 멀리했다. 가진 것도, 든 것도 없으면서 사람이나 유혹하는 그런 사람으로 오인 받고 싶지 않아서.
20년 전쯤이었을까? 생일 선물로 향수 선물 세트를 아는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었다. 가지고 있기도 뭐하고, 남 주자니 아깝고 그러다 어느 틈엔가 처박아 놓은 것을 언젠가 꺼내 보았더니 증발되어 얼룩만 남아 있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밀폐된 용기에 담아 놓아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나 보다.  
그러다 정말 아주 우연히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샤넬넘버 5는 아니고, 이름 모를 아니 알았는데 향수에 문외한이다 보니 그 이름을 잊어버린, 용기도 냄새도 매혹적인 향수다. 어찌보면 목이 긴 여인을 닮은 것도 같고, 느낌표 !를 거꾸로 이어 만든 듯한 고혹적인 향수다. 내가 이럴 내 돈 주고 샀을리는 없고 분명 선물 받았다.
내가 이걸 바르며 깨달았던 건 꼭 반드시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향수를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너무나 은은해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사람이 나에게 굳이 가까이 오지 않으면(정말 굳이 포옹이나 키스를 할만한 거리가 아니면) 맡지 못할 그런 향기다. 그러니까 이건 타인은 둘째치고 먼저는 온전히 내가 즐길 수 있는 향기였다. 그러니까 일차적으론 내 코가 먼저 매료되어야 한다. 이는 내가 먼저 매료되지 않으면 누구도 매료시킬 수 없다는 묘한 확신을 주는 향기였고 그것이 곧 향수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선 부적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그래서 세기의 여신 마를린 몬로는 샤넬넘버 5외엔 아무것도 입지 않는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   *   *   

코코샤넬이 당대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 보다는 향수에 대한 각인이 더 크지않나 싶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엔 이의가 없지만 왜 이름뒤에 No 5를 사용했을까는 의문이긴 했다. 그것은 그녀의 전기 영화에도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책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 궁금증이 풀렸다. 책에선 그녀가 넘버 5를 붙인 것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한 가지 이유일 수만은 없고,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넘버 5를 붙인 거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그것은, 오각형 별과 인간 신체의 비율이 같다던 피타고라스의 황금비율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 샤넬은 오바진이라고 하는 수도원에 있는 고아원 출신인데, 그녀는 그곳 복도에서 숫자 5의 패턴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가톨릭 분파에서 숫자 5는 사물이 지닌 본질의 순수함과 완벽함을 구현한 숫자이기도 하고,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숫자 5를 좋아하다 못해 숭배하기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하니, 그녀가 넘버 5를 붙이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란 오바진 수도원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에 의해 맡겨진 그곳은 넘버 5가 탄생할만한 모태요 요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바진은 코코 샤넬의 순수함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강박적인 미학을 형성하는 핵심이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드레스와 그녀의 삶의 방식을 형성하도록, 그리고 더 이상 심오할 수 없을 정도의 미학을 지닌 위대한 향수 샤넬 No 5를 창조하도록 이끌어 주었다.(24쪽) 

이 건물은 또한 코코 샤넬의 생애, 그리고 샤넬 No 5의 생애 과정을 형성하는 메타포들로 가득 차 있다. 오바진이라는 세상 어디에나 향수와 향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상징들이 있었다.(25쪽)

그러나 샤넬은 자신이 오바진 출신이라는 것을 일생동안 결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왜 그랬는지는 짐작은 간다. 누구도 자신의 불행한 과거와 그것들이 서려있는 곳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그녀의 미학의 고향이라고 하니 그녀가 수도원에 맡겨진 것이 종국엔 아주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또, 이미 영화나 전기를 접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녀는 고아(원) 출신이었던만큼 하층민의 삶을 살기도 했다. 그녀는 쇼걸 출신이었고, 한때는 모자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하지만 늘 상류층의 삶을 갈망했고, 모든 여자의 꿈이 다 그렇듯 그녀 역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며 사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일생을 통해서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것은 그녀에게 적지않은 열등감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열등감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야망도 큰 법이다. 그래야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몇번인가의 사랑에서 증명해 보고 싶은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매번 그녀의 사랑은 그녀를 증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일에 더욱 매진하는 그녀를 볼 수가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을 되내이곤 했다. 어쩌면 인류의 발명품의 거의 대부분은 그 누군가의 불행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코 샤넬이 역시 사랑에 성공했다면 과연 샤넬넘버 5라는 향수를 만들 수 있었겠으며, 그것이 최고의 향수라고 인정 받을 수 있었겠는가? 말하자면, 샤넬넘버 5 한방울은 그녀의 눈물이며, 그녀의 열망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볼 때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때로 열등감이 힘이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사람의 부러움과 질투를 사게 만들기도 했다.   

                                                         *   *   *  

사실 이책은 코코샤넬의 전기에 관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샤넬넘버 5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대중적 성공을 거두고 향수의 역사가 될 수 있었는가를 추적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이젠 향수 보다 더 잘 알려진 그녀의 생애 때문에 이처럼 그녀의 삶을 되씹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책은 저자의 꼼꼼하고도 입체적인 저술 때문에 일종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저자의 강한 의지 때문일까?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부러움은 있다. 앞에서도 썼지만, 샤넬이 향수를 바라보는 안목과 그것에 대한 열망(과 야망)이다. 인간이 한 세상을 살면서 둘 중의 하나는 꼭 이루어야 하는 것 같다. 평생 품을 수 없는 사랑을 이루어 내던가, 일에서 자신을 뛰어넘던가. 역사상 사랑과 일을 함께 이루어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볼 때 샤넬은 다분히 후자쪽이다. 누구는, 사랑은 잠시뿐이다. 일에서 부와 명성을 이루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고 쉽게 단정지어서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 없는 문제다. 그녀가 샤넬넘버 5를 반열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욕의 세월을 필요로 했는지를 안다면 말이다.  
이책은 매혹적이기도 하지만 지난하기도 하다. 한번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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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0-1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샤넬넘버 5를 반열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욕의 세월을 필요로 했는지'
--> 이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나봅니다. 우리는 때로 이루어낸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잖아요. 이런 책을 읽으면 그 과정을 알 수 있어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전 일찍부터 향수 좋아했는데...^^

stella.K 2011-10-15 13:12   좋아요 0 | URL
이 리뷰 쓰는데 한 3일 걸렸나 봐요.
몸이 안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충 쓰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전 추천이 늘 저조해요.ㅜ
하긴, 제가 생각해도 이책은 아주 감동스럽지만은 않아요.
가슴을 울리는 책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책 찾아
읽기가 쉽지 않네요.

h님은 일찍부터 향수를 좋아하셨군요.
그래서 멋지신가 봅니다.ㅎ
전 겉으로 화려한 것 보다 속멋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자하(紫霞) 2011-10-17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쓰셨던 향수가 크리스찬 디오르의 자도르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병 디자인이 은근히 관능적인데 말입니다~

stella.K 2011-10-17 11:46   좋아요 0 | URL
아, 아마도 맞는 것 같아요.
오래전 알라디너 한분이 뭘 싸게 내놓으셔서 그걸 사면서
끼워 보내주셨어요. 그 향기 맡으면서 이 귀한 걸
쓰시지 않고 보내주셨을까,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그랬거든요.
그 병 정말 관능적여요.ㅋ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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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할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 했었다.
나 역시도 그가 정말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다면 한표 찍어 볼 의향이 있었다. 사실 투표권이 생긴 후로 나는 투표를 그리 많이 해 보지는 않던 것 같다. 왜 그런지에 대해선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완벽하지가 못하여 딱히 이 사람이다 싶은 건 없어도, 그중 나은 사람에게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 우리네 투표 관행이 아니었던가? 그러니까 우리의 투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저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기에 이 사람에게 표를 찍는 견제의 의미가 더 많았던 투표는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하지만 안철수라면 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찍었을 것 같다. 그건 또 나에게 투표권이 생긴이래 처음 드는 마음이기도 했다. 이는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해서 이젠 비정치인 중에 나라의 지도자로 옹립하려는 대중의 심리를 반증하는 것일 게다. 그것은 또 한술 더 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움직임까지도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안.철.수 그 이름 석자에 이토록 들끊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런 들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교적 늦게 이 사람을 알았다고 할 수 있다. 유명한 건 알았지만 이 사람이 나의 관심 밖인 것은 내가 기계치라는 것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그 전도 유망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컴퓨터 백신 만드는 사람이 됐단 말인가? 그것도 의사의 길이라면 길이랄 수도 있다지만 컴퓨터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의아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TV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그때가 내가 이 사람을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약간은 어눌한 말투. 절제된 몸가짐과 겸손한 태도. 그리고 일에 대한 다소는 곰같은 열정. 확실히 그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가식적이지 않은, 오랫동안 묵히고 익혀왔을 깊은 속 진정성과 맞물려 신뢰감이 들기도 했다. 그제야 비로소, 이래서 안철수, 안철수 하는가 보다 했다(그 이름 조차도 친근하지 않은가?). 결국 그것이 '이 사람이라면...!' 이란 생각을 했고 한표를 던질 마음도 갖게 만들었으리라.  
물론 그것은 지금은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들끊고나니 그가 지난 날 냈던 책도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었다.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는 말했을 것이다. 왜 자신이 의사의 길을 버리고 그 길을 갈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책에도 언급되기도 했다. 의사의 길이야 가는 사람이 많지만 컴퓨터 백신은 만드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의사의 길을 접고 이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것은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증명해 낸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지 말고, 남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라고. 그것을 그가 또 한 번 증명해낸 셈이다. 그래도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는 사람만 알뿐이지, 나 같은 기계치는 인정은 해도 이해하기는 어렵다. 나는 책을 읽던 중에 아, 그렇구나 싶은 구절을 발견하고 웃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바이러스의 미래'란 글에서 이다. 일부를 소개해 보면, 

유비쿼터스 환경이 도래하여 가전제품들까지도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 전기밭솥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밥을 태우는 바이러스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래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류를 위해서 전기밥솥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다.'라는 이야기를 독수리 오형제인 양 말하곤 한다.(176~177쪽)         

우습긴 해도 이해가 되는 말이다. 그는 전기밥솥의 예를 들었지만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것을 대입해도 말이 된다. 당장 얼마 전 해킹으로 인해 스마트폰이 다운이되어 먹통되어버렸다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해킹 바이러스로부터 스마트폰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도 독수리 오형제가 할 일이다(독수리 오형제는 바빠 좋겠다ㅋ).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을 단 몇마디의 말로 그 중요성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그는 정말 이 길을 선택하면서 조금의 후회도 없었을까? 이를테면 의사의 길을 포기한 것은 그렇다쳐도 이 길을 선택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을 돌아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았겠는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책에서 자신만큼 시간을 낭비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말한다. 지금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자신은 무수히 많은 직업을 가져야 했고, 또 버려야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사는 것의 의미'라는 한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그 내용은 쓸모없는 것이 되었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의과대학 시절의 삶의 태도가 지금도 내 핏속에 흐르고 있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어떠한 태도로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식은 사라지지만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73쪽)   

현대 사회는 스팩이 중요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해왔는가가 그 사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될 수 있으면 무엇을 선택함에 있어 낭비가 없어야 하고, 일단 선택했다면 그것이 자신이 무엇이 되기 위한 좋은 배경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것을 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손익계산을 꼭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선으로 갈수있는 길을 돌아서 가면 왠지 바보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손익계산으로만 따져봐야 하는 세상에서 그의 마지막 말은 꼭 새겨 볼 말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왜 후회되는 일이 없겠는가? 왜 손해 볼 일이 없겠는가? 특히 금전과 일과 사랑에 있어서는 가급적 손해 보지 말아야 하는데, 사실 알고보면 우린 이것에서 가장 많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을 안고 살고 있다.    

사실 그의 저 말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됐던 말이기도 하다. 과거에 내가 해왔던 일. 공부했던 것들이 지금은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게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내가 왜 그 일을 했으며, 왜 그것을 공부했을까 허탈함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때 그 시간을 돌이켜 보면 비록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던 것마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또 어느 틈엔가 모르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진지함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을 줬던 것 같다. 난 또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거나 배우게 되면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TV를 보면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묘한 선전하나가 있다. 그것은, 군에 입대한 사람 바로 제대한 것이며, 월요일 날 출근했다 바로 주말을 맞는 기분이라는 새로나온 스마트폰 선전이다. 뭐 그만큼 자사의 제품이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찌보면 태만을 조장하는 것 같아 보기가 영 껄끄럽기도 하고, 사람을 지독한 건망증 환자나 치매 환자로 만드는 것 같아 마땅치가 않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다. 분명 군생활이 내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못지 않게 좋은 것을 경험하게 될수도 있고, 힘든 직장생활에서 얻는 기쁨도 있을 것이다. 왜 이것을 무시하고 놀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인생의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빨리 늙어야 한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이 무엇을 하건 성과 보단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안철수가 말하는 인간론일 것이다.  

그런데 과정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은 차리고 볼 일이다. 갑자기 내 인생은 얼마나 남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모 감독의 인터뷰를 옮겨 쓴 장에서이다.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30년 정도 남았다면 날짜로 따진다면 10,000일 정도인데, 그 중 1/3은 잠을 자면서 보내고, 1/3 정도는 목욕하고 밥을 먹고 차로 이동하고 휴식하는 데 보내는데 그러고 나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나머지 3,000여 일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3,000일.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면 좀더 가치 있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107쪽)

과연 그런가? 나도 그쯤 남아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일할 수 있는 날도 3,000일쯤 될 것 같다.  별로 많은 것 같지가 않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저 10,000일 중에 반드시 수시로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지금 우리에게(또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일 것이다.  그것은 안철수 소장은 이 책에서 나름 일목요연하게 잘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내 일, 우리 부서의 일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근시안적이고, 개인주의적 사고에 길들여진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생각할만한 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때론 완벽한 사람이 되라고 종용하는 것 같아(저자 자체가 워낙에 스케일이 큰 사람이니) 약간의 거부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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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0-0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사용법은 정말로 닮고 싶어요.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저와 그는 별로 다르지 않을텐데 왜 저는 이렇고 그는 저럴까요?ㅜㅜ 뒤늦게 책 찾아보실 만큼 마음에 드셨군요, 제 관심은 방송 몇 개 찾아보는 걸로 끝이었는데..

서울은 재밌겠어요! 자꾸 선거도 하고.ㅋㅋㅋ(두 번인지, 세 번인지 시장 바뀌지 않은 부산 사람으로서!)

stella.K 2011-10-06 14:37   좋아요 0 | URL
서울 사는 사람으로써 창피해서 어디 나가 말도 못하겠습니다.
아니 겨우(?) 애들 밥그릇 가지고 싸운다는 게 말이 됍니까?
이거 완전히 자존심 싸움이지.
오세훈이야 한번 했으니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일수도 있겠지만
다시 선거를 치뤄야 하는 서울 시민으로선 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장이면 끝까지 서울 시민을 사랑하고
충성하는 면모를 보여야지, 자존심 좀 상했다고 저리 손 털면 그건
또 좋은 모습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씁쓸한 생각뿐이 들지 않더군요.
물론 이런 얘기 아이리시스님께 해 봤자겠지만.>.<;;

2011-10-06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6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어려울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책을 펼쳐 들긴 했는데, 결론은 역시 '어렵다'다. 

그 어렵다던 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진중권이고, 이미 그 이름 석자 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된 느낌이지만, 나 자신 미학든 미술이든 지식이 일천해서일까 책을 읽고나니 오히려 더 친해질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디 현대 미술만 그런가? 현대 음악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전의 예술들은 그 아름다움과 우아함에 누구든 공감할 수 있었지만, 현대 예술은 도도하다.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작가의 개성만이 도드라질뿐이다. 뭐 그것이 예술이라면 뭐라 반박할 수는 없겠지만, 난 늘 대중과 함께 공감하지 않고 숨쉬지 않는 예술은 나 역시 호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역시 담담할 뿐이다. 솔직히 현대 미술을 보고 감탄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래도 나의 이런 생각을 동조라도 하듯, 제들마이어는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과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현대회화에 대해 "인간 행위의 근본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것은 확실히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또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개인주의적이기도 하다.  

사실 읽으면서 왜 현대 미술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가? 현대 미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현대 미술의 전망. 뭐 이런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동떨어진 질문이었을까? 현대 예술은 그저 지금을 말해 줄 뿐인가 보다.  

나중에 기회있으면 다시 한 번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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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9-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책 주문하면 진중권도 살까 했는데 저는 예술/대중문화 책 너무 부러웠는데요? 그런데 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책선정은 누구에게나 늘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수용하려고 해왔는데, 소설이면 저도 다 받아들이는 줄 알았는데 저도 간혹 취향 아닌 걸 만나서 난감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리뷰쓰기가 또 어렵겠네요, 이 분야가. 지극히 평범한 대중인 우리에게는 그저 쓸 말이 정해져있으니.^^

그래도 좋았어요. 스텔라님 리뷰. 저 스텔라님 책중 갖고 싶은 거 많았었어요.^-^

stella.K 2011-09-21 21:30   좋아요 0 | URL
현대미술은 진중권도 못당하겠구나 싶어요.
그냥 보고 즐기는 쉬운 미술도 있는데
굳이 현대미술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제 책중에 갖고 싶은 책이 있었나요?
제가 꼭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책이면 아이리스님께도 덜어 드리면 좋을텐데...뭐가 있을까요?
사실 얼마 전 사이판에 사는 내 친구에게 책을 보내서 드릴만한 책은 그다지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그렇더라도 한번 말해봐요. 보내 드릴 수 있으면 보낼게요. 부담 갖지 말구. 진짜루!^^

아이리시스 2011-09-21 23:55   좋아요 0 | URL
지금은 저, 받아도 못 읽고 묵힐 거예요. 이 분야는 더 어려워서 공부하는 기분인데 공부는 저 지금도 충분히 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정말 읽고싶은 건 예술/인문/사회/인데도 못 읽어요. 수준이 안되는데 그걸 취미로 잡고 있을 수는 없어서^^ 그런데 요즘은 어쩔 때 보면 소설 보다 잘 읽힐 때도 있더라구요. 소화시켜서 글을 쓰는 건 다른 문제지만요.^^ 고마워요, 스텔라님. 저도 좀 편해져서 책정리도 하고 이것저것 정리가 되면 보내드릴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책욕심 별로 없어졌어요. 여기저기 책 쌓인 거 보면 덜어내고 싶은데 못 읽은 게 많아서 속상해요. 읽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그걸 어떻게 소화시키냐에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말로만으로도 든든해요. 또 책선물 주신다는 분 만나서.^-^

stella.K 2011-09-22 10:51   좋아요 0 | URL
아, 참 이렇게 다정한 서재인이 계셨다니...!ㅎ
저도 그래요. 덜어내고 싶은데 안 읽은 책이 많아서
함부로 덜어낼 수도 없고.
물론 어떤 건 막 안 읽었는데 사이판 친구한테 보낸 책도 많아요.
막상 읽어야지 해 놓고 몇년이가도 안 읽은 책도 있거든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책욕심 많이 줄어든 건데 그래도 아직도 이러네요.ㅜ
그래요. 우리 언제고 책 교환해서 읽기도 하고 그래요.^^

cyrus 2011-09-2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핵심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네요, 어쨌든 리뷰 쓰쎴으니 수고하셨어요.
이제 마지막 달 신간도서 두 권만 남았죠. 마지막 도서는
누님이 읽을만한 쉬운 책이 되어야할텐데 말이죠 ^^;;

stella.K 2011-09-21 21:20   좋아요 0 | URL
ㅎㅎ내가 읽을만한 쉬운 책. 그것이 문제야.
왜 내가 좋아할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는 걸까?ㅠ
아무래도 추천1은 너의 공인 것 같다. 고마워.^^

아이리시스 2011-09-21 23: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추천은 제 공이에요.^-^

stella.K 2011-09-22 10: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실수를...할 말이 없구료.ㅠ

cyrus 2011-09-23 20:58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저 때문에(?) 스텔라 누님이랑 아이리시스님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켰네요 ^^;;

stella.K 2011-09-23 21:01   좋아요 0 | URL
너만은 내 편인 줄 철석같이 믿었다는 거 아냐?ㅎㅎ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뭐.^^

yamoo 2011-09-2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만, 현대미술편은 아무래도 좀 어렵지요. 다다이즘, 구성주의, 초현실주의, 공간주의 등등 어려운 사조들이 많더라구요~ 진중권이 어려운 걸 쉽게 강의하고 쓰는 편인데...현대미술이 워낙 난해해서 그런가 봅니다.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는 평이하니, 한번 일독해 보시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stella.K 2011-09-22 10: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래도록 미학오디세이 2권을 사놓고 안 읽어서 이번 기회에
겸해서 읽어 볼까 했는데 못 읽었어요.ㅜ
오래전에 1권 읽었는데 저에겐 만만치 않더라구요.
아, 언제쯤 이런 책도 화통하게 읽고 그럴까요?흐흑~

2011-09-22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09-2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3번째는 접니다. ^^^

어려운 책을 읽으셨군요. 원래 독서란 어려운 걸 읽으며 공부하는 게 참다운 독서라고 하던대요(최재천 교수가). 그런 점에서 뿌듯해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저도 요런 어려운 책 좀 도전해 봐야겠어요.

stella.K 2011-09-25 13:52   좋아요 0 | URL
아이고, 무슨 추천까지... 민망하고 옵니다.ㅜ
그런데 그것도 웬간해야죠.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
딱 그것으로 밖엔 안 보이던데요?ㅋㅋ
 
[사진 철학의 풍경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모든 새로운 것은 단지 망각일 뿐, 카메라는 잊기 위해 기억된다." 이 말은 존버거가 한 말이라고 한다. 꽤 그럴 듯한 말이고, 과연 그렇구나 싶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사진을 찍는 것일까?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찍는 것은 아닐까?  

난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찍히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찍혀나온 나는 왠지 나 같지가 않고 낮설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게 나였어? 놀라고,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아무리 사진 찍기를 싫어해도 반 강제적으로 찍힌 나의 젊은 날의 사진이 몇장있다. 또 어느 날 그 몇 장 안되는 사진을 보면 왜 그리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걸까? 어느 틈엔가 날아가버린 내 삶의 시간들이 아쉽고, 그리워 뭉클해지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자 나는 그처럼 사진 찍히기를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나의 이런 생각에 반하여, 지나가버리고 흔적도 남지 않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사진에 복원시키는 것. 이것이 사진의 운명이고, 사명은 아닐까?  

솔직히 이 책은 좀 어려웠다. 예술에 철학을 접목시켜 미학이란 학문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사진에 철학을 접목시키는 줄은 몰랐다. 책은 사진에 철학을 접목시켜, 인신의 문제, 사유의 문제, 표현(또는 조형)의 문제, 감상의 문제 등을 요목조목 집어냈다. 한마디로 사진의 풍부한 철학적 사유가 돋보이는 책이다. 이 한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은 물론이고, 문학, 심리학, 미학까지 저자는 두루 섭렵한 흔적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이런 심오한 사진 철학을 독자는 미거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진을 학문적으로 전공하는 사람이나,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겐 나름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부분은 '다이안 아버스와 사진의 폭력'(251p~)은 아니었나 싶다. 1970년대 사진계를 풍미했던 다이안 아버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일까? 그녀는 한마디로 사진계의 이단아였고, 그런 그녀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세상을 뒤로하고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죽음을 두고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수잔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란 책에서 사진의 윤리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첫 번째로 '바라본다는 것의 근본 윤리'를 묻는다. 요절한 사진가(다이안 아버스)를 향한 윤리문제다. 그녀가 찍은 사진의 윤리이면서 사진가를 향한 윤리이다.
두 번째로는 '만족할 줄 모르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진의 시선이기도 하다. 왜 그토록 카메라만 쥐면 이미지 사냥꾼이 되어버리는가? 왜 그토록 먹이를 사냥하는 약탈자가 되는가? ...... (중략) 다이안 아버스의 자기고백처럼 성찰, 반성,자각을 희망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못된 짓이지요."(255p) 

과연 모든 사진은 근원적으로 폭력적인가. 모든 사진은 포획과 탈취의 결과물인가(255p) 

다이안 아버스의 죽음 앞에서 수전 손택이 제기한 마지막 한 가지는 '시각의 영웅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돋보이고 싶어 하는 극단적인 시각적 공명심에 대한 경각이기도 하다. 수전 손택은 이렇게 말했다. "사진을 통해서 추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은 사진을 통해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왔다. (...) 카메라가 이 세계를 미화하는 본연의 역할을 매우 성공적으로 완수한 탓에, 이제 세계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사진이 아름다운 것의 기준이 되어버렸다.(256p)

다이안 아버스라면 누군지 알 것도 같다. 언젠가 나도 본적이 있는 피카소가 짖궃게도 식탁위에 크루아상으로 8개의 손가락을 만들고 힐끔 다른 곳을 응시한 사진이 바로 그녀의 작품이란다. 결국 인간은 카메라 앞에 정직할 수 있는가를 수잔 손택은 묻고 있는 것일게다. 

사실 수잔 손택의 말이 꼭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 같지는 않다.작가, 정치가, 영화 감독, 화가 등 이 세상에 자신의 명예와 목숨을 걸고 하는 모든 일에도 적용될 법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 선을 넘게되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사람은 자신의 일을 조정할 수 있고, 다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그 일이 사람을 조정한다. 사람이 카메라를 조작하는 것 같지만, 실은 카메라에 의해 사람이 조작을 당한다. 무서운 일이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다이안 아버스는 처음엔 카메라를 사랑했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겠지만, 결국 카메라란 괴물에 자신이 잡아먹힌 건 아닐까? 섬짓하면서도 뭔가 경종을 울리는 말같아 곱씹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무런 생각없이 사진을 찍지 않기 위한 책 같다. 충분한 생각할거리를 제공해 주고 사진을 보라고 주문하는 책 같다. 그리고 여기서도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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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9-1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인문 분야에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요? 사진철학이라,, 내용이 뭔가
어렵게 보여요. 사진에 철학을 접목한다는게 아직 어렵게 느껴지지만
디카로 사진 찍는 건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도 사진을 찍히는 걸 싫어하는 편이에요 ^^;;

stella.K 2011-09-19 11:37   좋아요 0 | URL
나랑 똑같구나.ㅎㅎ
글게 말이야, 인문이랑 예술이랑 워낙에 밀접한 분야라
따로 나누기가 뭐 할텐데 이러네.
전엔 예술분야인 것 같은데 인문으로 간 서평도서가 있었지.
그래도 이 책 사진도 많아서 예술이론쯤은 될 것도 같아.
철학자 붙으면 진짜 머리 아프더라.
이책은 그래도 좀 나.
진중권 책은 많이 난감하다.ㅠ
암튼 그래서 난 예술분야 평가단은 9기로 종 칠려고 해.
막달 선정도서 별로 기대가 안된다.
또 어려운 책이겠지 싶어...ㅠㅠ

페크pek0501 2011-09-1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잔 손택, 저는 그의 저작 <문학은 자유다>에서 '사진에 관한 짧은 요약'이란 글을 읽었어요.

저도 사진 찍기를 싫어해서 카메라를 피해 도망다녀요. 왜 그리 후지게 나오는지...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제가 사진과 똑같이 생겼다고...ㅋ

이 책, 좀 어려운 것 같네요. 그래서 읽어야 하는 책인가요?

"카메라가 이 세계를 미화하는 본연의 역할을 매우 성공적으로 완수한 탓에, 이제 세계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사진이 아름다운 것의 기준이 되어버렸다.(256p)" - 인상적인 글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일을 조정할 수 있고, 다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그 일이 사람을 조정한다." - 기억해 두고 싶은 좋은 글입니다. 그래서 추천 꾸욱~ 하고 갑니다.

아, 리뷰를 쉽게 잘 쓰십니다. 저는 요즘 리뷰 쓰기가 어려워서 다른 글만 쓰게 돼요. 저도 앞으론 도전좀 해야겠어요.



stella.K 2011-09-20 13:12   좋아요 0 | URL
헉, 제가 책을 인용한 건 기억이 나는데,
그런 멋진 말도 썼단 말입니까?ㅋㅋㅋ
이 책 넘 어려웠어요.
그냥 읽는데 뜻을 뒀을 뿐입니다.
뭐라도 남겠지 하는 마음만...ㅠ
리뷰는 자꾸 쓰면 늘어요.
지금도 잘 쓰시는데요 뭘.^^

맞아요. 난 내 사진 되게 이상한데 다른 사람은 똑같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