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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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의 인간관계도 관계인가?

 

영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블로그가 처음 생겼던 2003년 말(다른 사이트는 모르겠는데 알라딘의 시작은 그랬다. 그리고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각 사이트마다 블로그가 생겼을 것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블로그 1세대'다. 지금은 워낙에 SNS가 발달이 되어 블로그의 열기가 한물 간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의 유용성은 아직도 용이해서 모르긴해도 이것의 진화는 있어도 없어지거나 다른 것으로 대치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이 처음 생겼을 때 '뭐에 쓰는 물건인고?' 어리둥절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지금 생각하면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타인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벤치마킹을 하며 내 블로그를 구축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좀 놀라고 당황했던 건, 이 블로그에 놀라운 속도로 적응해가며 탁월한 발군의 실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는 블로거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많은 추천과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게 또 나에겐 얼마나 열등감을 느끼게 했던지. 이들은 그 출발부터가 나하고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블로그질 잘한다고 상주는 것도 아닌데, 글 잘 쓴다는 이 근거없는 착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내 블로그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도통 남과 겨루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도 글 쓰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것이다.  

 

알라딘은 블로그를 블로그라 하지 않고 '서재'라고 명한다. 이것에 특허권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다른 인터넷 서점에도 블로그는 있지만 거긴 '서재'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알라딘만이 '서재'라고 한다. 난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그 블로거를 '서재인'이나 '알라디너'로 고쳐 부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한때는 이게 너무 좋아(물론 지금도 거의 매일 들어오긴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아침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 로그인 상태로 두고 수시로 들어와 보기도 했다.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도 서재질의 중독성은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건 서재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페이퍼 글과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았다. 

 

그런데 가끔은 헷갈릴 때도 있다. 과연 눈길 한번 마주친 적이 없고 밥 한번, 차 한잔 나눠 마신 적도 없는데 이런 관계도 인간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물론 그것에 만족 못하고 같은 알라디너란 이름으로 오프라인 번개 모임도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은 온라인에서만 만나게 된다. 그러고도 과연 그게 인간관계냔 말이다. 당시 이것에 대한 의문은 나만 가졌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몇만 겹의 순간과 우연이 쌓이면 인연이 되듯이 시간이 그것을 증명한다. 인간관계란 시간과 공을 들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블로그에서의 소통과 관계도 그러하다.  

 

물만두님과의 인연    

   

어쩌면 그리도 눈 한 번 마주친 적이 없으면서 그토록 친하고 다정다감할 수 있을까? 인간은 필요해 의해 기계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관계도 다각도로 변화시키며 나가는가 보다. 서재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확실히 새로운 방식의 관계이긴 하다.

하지만 방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내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서재질 10년을 헤아리지만, 난 서재질을 처음 했을 때나 지금이나 낮선이에게 다가가는 걸 잘하지 못한다. 먼저 알아주고, 먼저 다가와주면 나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은 좀체로 없다. 

 

서재의 세계도 다르지 않아 모든 인간관계는 거의 유유상종의 법칙을 따르는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해 본다. 물만두님과 내가 어디가 닮은꼴이어서 서로 알고 지냈을까? 이책을 읽고 새삼 깨달은 건데, 물만두님은 나보다 더한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람이 먼저 알은 체를 하고 다가와 말을 건네준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물만두님과 소통하는 동안 그분은 내내 내겐 명랑소녀 였다. 이분은 때로 나를 구박도 하고, 장난도 치고, 농담도 했다.   

 

사람이 관심 갖는 것이 비슷하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물만두님과 나는 관심이 같지 않다. 알다시피 물만두님은 오로지 추리 소설만 좋아하지만 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죽했으면 물만두님이 나를 위한 추리도서 목록을 만들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이나 변함이 없을 수 있을까? 그것은 그녀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책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책에 대한 편견 또한 깊어지는 법. 이 편견의 벽이 여간해서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단지 내가 물만두님 서재를 보고 깨달은 건, 책을 읽어도 지조있게 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우물만파니 전문가가 되어서 그처럼 조회수도 많고, 이 분야에서 조언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사 고백하는 거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난 조회수 많고, 댓글 많은 서재는 잘 가지 않는다. 만일 내가 그런 서재에 자주 간다면 그건 순전히 그 서재 주인장이 나를 먼저 알은 체 해 주고 나와의 소통을 변함없이 지속해 주기 때문이다. 그건 물만두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만두님에 대한 기억

 

비슷한 시기에 서재질을 하고 서재인 저마다 특성이 있지만 물만두님이 특별했던 건 자신의 병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보였다는 것일 게다. 솔직히 병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크든 작든 사람들 저마다 병은 한 가지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언뜻 서재를 방문할 때마다 이분이 어딘가 아프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밝혀 놓을 정도면 서재 어디쯤에 자신이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걸 밝히기도 했을 텐데 물만두님과 나는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알게된 사이라 그 페이퍼를 찾아 읽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용기를 내서 어디가 아픈 거냐고 물어 본적이 있다. 그때 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병에 대해 흔쾌히 알려 주셨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그 무렵 아예 페이퍼를 따로 올리셨던 것으로 안다. "저기요, 저를 처음부터 알지 않고 중간에 아시는 분을 위해 저를 잘 모르실 것 같아 알려 드리는 건데요..." 하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누가 아프면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그 사람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언제부터 아픈 건지, 아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꾸 알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아픈 자신을 자꾸 상기하게 만든다. 이 얼마나 무자비한 관심인가. 그렇지만 꼭 그것을 나쁘게만 받아들일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는지 물만두님 스스로가 자신의 병을 드러낼 정도로 스스럼이 없었고, 그렇게 함으로 처음 사귀는 것에 대한 어색함을 없게 하셨다. 그렇게 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여준 물만두님이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한 건, 거동이 불편하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을 텐데 알라딘은 그녀에게 새로운 창이 되어주는구나 했다. 또한 너무나 솔직하고, 소탈한 그녀의 글에서 오히려 건강함이 느껴져 더 친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픔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거.

아직 덜 아프다는 증거.

 

2005.12.02 (278p)

그땐 그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간 사람

 

그때는 몰랐다. 물만두님이 어느 정도 아픈지를. 지금도 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그병에 걸려보지 않았으니. 하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삶을 관조하고 그것을 글로 쓰려고 했는지 새삼 뭉클해진다. 하루 하루 서재에 글을 남기고 댓글로 소통할 때는 잘 모른다. 이것을 하나의 책으로 압축해서 읽으니 그녀가 얼마나 삶을 긍정하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했는지 가슴으로 전해져 온다. 

 

지금도 가끔 그녀 생의 마지막 일주일은 어땠을까를 상상해 본다. 사람은 언제 자신이 죽을지를 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 이렇게 서재에 글을 남기곤 하지만 막상 가까운 친구에게는 내가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고만 할뿐이지 구체적으로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놀러오라고 초대한 적이 없다. 웬지 모르는 사람은 그 익명성 때문에 민낯이어도 거리낌이 없는데 알만한 사람이 내 서재에 들어와 보면 쑥스러울 것 같고, 혹시라도 모르는 사이 그 친구 흉이라도 본 글을 보게될까봐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건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았다. 물만두님도 처음엔 그러지 않았을까? 남들 다 와서 보라는 자신의 글을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은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죽을 텐데 나의 부고 소식을 알라딘에 알리고 죽을 수 있을까? 그러려면 누구에게든 로그인 할 때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신 알리도록 해야할 텐데 그 특명을 누구에게 맡길까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도 물만두님도 그러지 않았을까 감히 상상했던 것이다. 그랬을 때 그 비밀번호를 받아적는 가족의 마음은 또 얼마나 무너졌을까. 

 

작년 말, 물만두님의 1주기 때 만돌님(물만두님의 남동생) 출판사에서 누나의 책을 받았지만 차마 펼쳐 볼 자신이 없어 그냥 방에 두고 있다고 울먹이며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20년 전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당신이 어디에 돈을 얼마를 썼는지를 꼭 수첩에 기록하곤 하셨다. 오랜 세월 그런 수첩이 몇권이 됐는데 그것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또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상에서 목소리가 안 나와 사람들과 필담을 나누곤 했는데, 돌아가시고 차마 그것들을 펼쳐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한낱 별것 아닌 수첩도 펼쳐 보기가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데, 누나의 책을 어찌 쉬 펼쳐 볼 수 있을까. 사람의 글은 아직도 이렇게 살아 속삭이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사람은 없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고 자꾸만 아득하게 느껴진다.  

 

아픈 몸으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의 경우 서재질을 하면서 내가 내 글에 솔직하기란 게 이리도 어려운가를 여러 번 맞닥뜨리곤 한다. 확실히 글이란 남에게 들려 줄 말이 있고, 나에게 하는 말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물만두님은 일기장을 웬지 따로 두지 않았을 것처럼 솔직 담백하게 글을 썼던 것 같고, 그것이 무려 200자 원고지 4,300장에 달한다고 하니 그 아픈 몸으로 참 줄기차게 쓰셨구나 싶다. 그것을 읽었을 때 누구는 '안네의 일기'를 읽는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안네도 벽장 속에 갇혀 지냈지만 그녀의 꿈과 상상력은 크고 원대해서 오늘 날에도 끊임없이 읽혀지는 고전으로 남았다. 안네의 그 참혹한 현실이나, 고쳐지지 않는 병을 끌어안고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 갔던 물만두님이나 무엇이 다른가.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갔던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는 물만두님도 그렇지만 어머니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물만두님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쏟으셨던 변함없는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오늘의 나의 쓰는 글 하나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누구에게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물만두님은 몸소 보여주셨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의 서재에 쓰는 글 중 과연 추릴만한 것이 과연 있을까?

 

겨자씨 한 알     

 

원래 겨자씨는 모든 씨 중에 가장 작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싹을 틔워 자라 나무가 되면 가장 큰 나무가 된다고 한다. 그러면 누구는 그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어떤이는 거기서 사색을 하며, 누구는 거기서 놀기도 할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원했던 삶이기도 하다. 그것을 이루는데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많은 학식이나 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자기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 그것이 곧 일가를 이루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또한 물만두님은 보여주셨다. 

 

우리 알라디너는 그날(1주기 때) 물만두님의 이름으로 모였다. 평상시 번개 모임이었다면 안 나갔을지 모른다. 물만두님이었기에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알라디너는 그 어느 때 보다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평소 모르는 것 같아도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거구나. 그때처럼 알라디너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가슴이 벅찼다. 물만두님께 고마웠다. 그뿐인가, 알라딘에서는 작년부터 매년 물만두님을 기념해 추리소설 리뷰대회를 열고 있다. 잘된 일이다.

 

  그동안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을까. 그 많은 책중에 얼마나 많는 보석이

  숨어 있을까. 그 보석을 알아 보지 못하고 빛내지 못한 것이 가슴에 박혀

  아프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좋은 독자가 아니어서 죄송하다고

  그래도 제발 책을 쓰시라고 말쓴 드리면 너무 뻔뻔할까? 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기 위해 누군가 피를 토하며 썼을 글을 읽지 않고 모른 척 외면한 죄.

  책을 사랑하며 많이 읽는다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나는 오늘 나의 부족함에 아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 너무 속상한 아침이다.

                                                                2005.08.11(321p) 

                              

이젠 물만두님 책과 그 책을 낸 작가에게 미안해 하거나 사죄할 필요가 없다. 알라딘이 그녀의 이름으로 추리대회를 계속 열고 있는 한 이 짐을 나눠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저 세상에서 조금 더 편하게 계셔도 되지 않을까.  

                 

다음은 우리 차례 

 

그날 나는 한 가지 꿈을 꿔었다. 보통 어느 누가 죽었던지간에 1주기는 뜻깊게 크게 한다. 하지만 그 다음은 그냥 조촐하게 가족과 친지끼리만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잊혀지겠지. 이 모임이 계속 이어질 수만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알라딘에서 개최하는 리뷰 대회도 좋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어 보인다.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문학을 향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물만두님을 기념하여 그날 하루는 추리문학의 날로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문학 토론도 하고, 추리 작가를 섭외해 강연도 듣고, 영화도 보고, 물만두님도 추억하고. 그렇다면 좀 더 알라디너끼리의 만남도 풍성해지지 않을까? 이 생각이 터무니 없는 생각일까? 물만두님은 평생 그 작은 어깨로 추리 문학을 읽고 리뷰를 쓰며 그것을 알렸다. 그 작은 일이 큰 일을 이루었는데 겨자씨를 심는 마음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재능기부란 말이 있다. 몇 사람이 되건 자신의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씩만 헌신하면되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내내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우리는 물만두님을 잊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다음은 우리의 차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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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2-0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마주하기 힘들 테지만,
하루하루 흐를수록
작은 수첩과 일기장이 있기 때문에
오래도록 되새기면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요.

stella.K 2012-02-06 14: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버지의 가계부를 계속 가지고 있을 걸
유품 정리할 때 다 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아버지의 흔적이 없다는 게 아쉬워요.ㅠ

기억의집 2012-02-0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서재 아무도 몰라요. 타인이 제 글을 보는 것은 괜찮은데 참 아는 사람들이 제 주변 사람들이 제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오글거려서 알려주기 그렇더라구요.

일주년 때 가셨군요. 저는 그 때까지도 친정하고 복잡한 일이 있어서..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 땐 정말 심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알라딘에 코빼기도 안 비치고 담당자분이 오라고 방명록에 남겨놓은 글도 한참 후에나 읽었어요. 그 때 갔으면 스텔라님 볼 수 있는 거였네요. ㅎㅎ

stella.K 2012-02-06 14:04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기억님이 왜 안 오셨을까 아쉬웠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또 기회가 되면 만나게 되겠지요.^^

재는재로 2012-02-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고 싶었는데 못갔죠 데니스는 통화중이라는 영화를 보면 실제 만나지는 않고 통화로만 연결된 인간관계도 존재하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결국 회사를 옮기면 끊어지더라구요
점차 연락안하다 결국 연락이 없어지는 친한 친구들도 결국 안만나면 결국.. 만나지 않더라도 같은 관심을 가지고 같은것 본다는것도 하나의 특별한 만남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보는
언제 어디서든 서로 소통할수 있다는게 중요한게 아닐까요 그분과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
했지만 그래도 그분은 자신의 발자취를 이공간에 남기므로 많은 사람이 그분을 기억하는

stella.K 2012-02-06 14:0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 언제부턴가 멀어지면 다시
남남이 되는데 여기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더라구요.
물만두님을 생전에 이곳에서 알고 지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더라구요.^^

차트랑 2012-02-0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여건으로 저는
물만두님께서 세상을 하직하신 후
언론과 알라딘의 메인을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기껏 조문의 글을 남긴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후에서야 그분이
그 얼마나 감동적인 일을 하셨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스텔라님의 글을 읽으니,
물만두님께서 또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을
주고 가셨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stella.K 2012-02-06 14:40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 본인도 몰랐을 거예요.
그래서 더 값지고 아름답게 생각되는지도 모르죠.
참 좋은 친구였습니다 물만두님은.^^

oren 2012-02-0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어보니 stella님께서는 물만두님과의 인연이 정말 남달랐었군요.

저도 오래전부터(아마도 2003년쯤?) 알라딘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물만두님께서 이 곳 알라딘에서 아주 왕성하게 글을 쓰시는 분인 줄은 알았지만, 그토록 불편한 몸으로도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삶을 긍정하고 또 수많은 분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신 분인 줄은 몰랐고, 1년여 전에 그분의 알라딘 서재를 통해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는 정말 많이 놀랐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비록 서로 한 번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글이나 책을 통해 교감을 나누는 수많은 '즐겨찾는 이웃'분들이나 저자들이나 작가들 역시 일상생활을 통해 마주치는 사람들 못지 않게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분들이구나 하는 느낌도 가졌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나온 뉴스 가운데 기억해 둘 만한 한 가지는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가 아니었던가 싶은데, 그 가운데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않은 것”과 “옛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것”등은 제게도 뭔가 '반성'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는데, 물만두님을 추억하는 stella님의 글을 통해 다시금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2-02-06 14: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
저도 저 두 가지가 가장 후회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창겨야지 하면서도 마음만 그럴 뿐
챙기지도 못하고 있습니다.ㅠ

차트랑 2012-02-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를
다시 생각해보니, 참... ㅠ.ㅠ

stella.K 2012-02-07 1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책읽는나무 2012-02-0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사 이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에서 님의 닉넴을 볼적마다 반가웠어요.^^
따뜻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책을 읽는 것처럼 리뷰를 읽는데도 왜 눈물이 나는지..^^

stella.K 2012-02-07 14: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 이름 딱 한 번 불러주셨는데
그 시절 이벤트 했던 게 참 잘했다 싶기도 하고,
계실 때 좀 더 많이 이벤트를 할 걸 그랬다 아쉽더라구요.

에고, 제가 책나무님의 눈물샘을 자극했군요.
미안하단 말대신 눈물로 읽어주셔서 고맙다고 할래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2-02-0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대박이군요.ㅋㅋ
꼼꼼히 다 읽었어요.
더 대박 나시라고... 추천 꾸욱~~~ㅋ

stella.K 2012-02-07 14:00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2012-02-07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7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2-02-0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어요. 글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지면서 짠하게 느껴져요.
저는 서재를 만든지 얼마 안 되어서 사실 물만두님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 분의 부고 소식을 들은 뒤에야 알게 되었죠. 그 분의 생전 모습과 남기고 간 글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저도 지금이 형성하고 이 온라인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그래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웃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


stella.K 2012-02-08 13:12   좋아요 0 | URL
오프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지내는 사람이나
이젠 같은 것 같아. 오프에서도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지내는 것
아니잖아. 어떻게 보면 온라인이 이젠 더 가까운 것도 같아.
시루스와 나도 오프였다면 이렇게 가깝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알라딘이나 하니까 이렇게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나 좀 소중히 여겨달라구.ㅋㅋ

이진 2012-03-1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나는 왜 이 글을 보지 못한 것일까요... 2월달이면 충분히 제가 열활하고 있던 때인데!!
물만두님의 책은 쉬이 열어보지 못하고 책장에 꽂혀있어요. 이모의 글을 읽으니 제 마음도 뭉클뭉클해 지는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stella.K 2012-03-12 18:36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과 그다지 친하진 않는데 그분을 위해
적어도 1년에 한권 정도는 읽어보자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읽고 있는 화차는 고전하고 있다.
별로 재미없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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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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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나에게...

 

언젠가 나는 말했을 것이다. 작가에 대해 쓴 책을 좋아한다고. 작가가 좋으면 그 작가의 작품을 읽겠지만 나는 워낙에 책 읽기를 버거워 하는 사람이라 그 작가의 책을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할 때가 많다. 하물며 하루키랴.

 

사실 하루키는 그 명성과 번역되어 나온 책들에 비하면 난 정말 극히 제한적으로만 읽었을뿐이다(그러고 보니 난 그 유명한 '먼 북소리'도 아직 읽지 못했다). 그래도 하루키가 나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언젠가 난 임경선이 쓴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란 에세이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것은 임경선이란 작가가 써서 읽은 것이 아니라 하루키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그래도 책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강렬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하루키가 너무 좋아 경의를 표하기 위해 쓴 책 같다). 이처럼 그의 작품을 읽어내는데는 자신은 없는데, 사람 자체가 관심인 것은 그의 독특한 문체 때문일 것이다. 일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스럽지 않고, 중간중간 단편적으로 알려진 그의 삶의 이력들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그의 장편소설은 뭔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그것이 꼭 분량이 많기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이미 그의 단편의 맛을 본 나로선 이렇게 매력적인 단편을 쓰는 사람이라면 장편에 대한 관심도 가질만도 할 텐데 나는 늘 장편은 버겁다. 그 유명한 <1Q84>도 세 권을 다 구입하고도 읽기를 중단한 상태니까. 그런데 그의 <잡문집>이 나왔다니 그것은 또 관심이 갔다. 웬지 이책은 단편에서 읽었던 그 특유의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처음 나올 때부터 관심갔다. 

 

하루키, 소설가에 대해 말하다

 

분류는 에세이에 분류가 됐으면서도 그 스스로는 에세이라 말하지 않고 '잡문'이라고 했다. 진짜 에세이스트들이 들으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에세이가 잘 쓰면 에세이고 잘못 쓰면 잡문이 되는 판국에 이렇게 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글을 두고 처음부터 잡문이라 했다면 기존의 에세이가 격하된다고 볼멘소리를 하지 않을까? 자고로 잘난 사람이 겸손하기까지하면 못난 사람은 더 못나 보이는 일종의 '질량 격하의 법칙'을 겪게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잡문'이라고 해도 확실히 우리가 생각하는 잡문이 아니고, 그만의 이유있는 잡문인듯 싶다. 무엇보다 그는 그가 여기저기 기고했던 글들을 그러모은 일종의 문집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그가 소설가인만큼 '소설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 나름의 정의, 생각등이 여기저기 많이 들어나있다. 

우선 그는 '자기란 무엇인가'란, 자신의 책이 아닌 타인의 책에서 그책의 해설격으로 쓴 글에서 소설가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답을 하고 있다.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소설가는 왜 많은 것을 관찰해야만 할까? 많은 것을 올바로 관찰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올바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은 늘 독자이지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역할은 마땅히 내려야 할 판단을 가장 매력적인 형태로 만들어서 독자에게 은근슬쩍(폭력적이라도 상관은 없지만) 건네주는 데 있다.(중략)

소설가가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지극히 간단히 말하자면, 결론을 준비하기 보다는 그저 정성껏 계속해서 가설을 쌓아가는 것이다.(19P) 

난 이런 글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에 대한 정의도 좋지만)'소설가'대한 정의를. 세상엔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그 직업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작가는 나의 영원한 로망이다. 내가 이런 글을 싫어하는 때가 온다면 그건 두 경우일 텐데, 하나는 내가 작가의 심원한 경지에 올랐을 때나 이 로망을 버렸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또 예루살렘상을 수상하고 수상소감에서 소설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일반의 그것과 다르고 오히려 교묘하면 교묘할수록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찬사를 받는다고 했다. 왜 그럴까?

소설가는 뛰어난 거짓말을 함으로써, 현실에 가까운 허구를 만들어냄으로써, 진실을 어딘가 다른 곳으로 끌어내고 그곳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89p)

라고 했다. 하루키, 그에게 있어서 소설가의 정의는 이런 것이다.

 

하루키, 문체에 대해 말하다

 

하루키의 문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좀 엉뚱한 곳에서 시작해서 그것의 타당성을 중층으로 쌓아가는 그래서 위트를 더해가는 문체라고나 해야할까? 이 소설가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굴튀김이 뭐가 필요했을까? 그런데도 그는 굴튀김을 굳이 끄집어 내고 그것으로 '자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한 꼭지의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의 그런 엉뚱한 가설이 재밌기도해 웃음이 비어져 나오기도 한다. 보라.

나는 무엇보다 내가 굴이 아니고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 기름에 튀겨 양배추 옆에 누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다음 생에 굴이 될지도 모른다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33p)

 

내가 그의 문체를 인상 깊게 기억하는 건 적어도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을 20년 전 무렵엔 그 같은 문체를 구사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그의 문체를 흉내내는 작가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아무튼 그땐 정말 놀랍기도 했다. 내가 놀랬던 건 무엇보다 그는 단편을 일본스럽게 쓰는 것이 아니라, 미국스럽게 쓴다는 것이다. 그것은 본인도 인정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자국민으로서 그렇게 쓰는 것을 거부한다고도 말했다. 나는 바로 이점 때문에 하루키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알겠지만 하루키는 재즈광이다. 재즈가 좋아 젊은 시절 작가로 데뷔하기 전 재즈 카페를 운영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그의 문체가 미국스럽다고 단순히 평가했는데 그것은 그의 문체에 완전한 답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의 어느 책을 뽑아 읽어봐도 곧 문체의 자유스러움이 느껴지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었던 그 순간 어떤 작품을 써야지 하고 머리속으로 그리는 바를 써 나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그날그날 쓰고 싶은대로 쓴다고 했다. 정말 그의 문체는 어떤 사변을 증명하거나 사건을 다루기 위해 앞뒤 문맥을 이해하고 파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재즈의 즉흥연주와도 흡사하다. 그렇더라도 리듬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문체를 이렇게 말한다.

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 자연스럽고 기분 좋으면서도 확실한 리듬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글을 계속 읽지 않겠지. 나는 리듬의 소중함을 음악에서(주로 재즈에서) 배웠다. 그리고 그 리듬에 맞는 멜로디, 요컨대 적확한 어휘의 배열이 뒤따른다. (중략)-즉흥연주다.

 

이처럼 나는 글쓰기를 거의 음악에서 배웠다. 역설적이지만, 그토록 음악에 빠져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설가가 된지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소설 창작의 많은 방법론을 뛰어난 음악에서 배우고 있다. (중략)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에 깃든 뛰어난 자기 혁신성은 지금도 내가 문학적 규범의 하나로 우러르는 것이다.

텔로니어스 멍크는 내가 가장 경애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인데, "단신의 연주는 어떻게 그렇게 특별하게 울리나요?"라는 질문에,

"새로운 음note은 어디에도 없어. 건반을 봐, 모든 음은 이미 그 안에 늘어서 있지. 그렇지만 어떤 음에다 자네가 확실하게 의미를 담으면, 그것이 다르게 울려퍼지지. 자네가 해야할 일은 진정으로 의미를 담은 음들을 주워담는 거야"

 

소설을 쓰면서 이 말을 자주 떠올린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어디에도 새로운 말은 없다. 지극히 예사스러운 평번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 우리 안에는 아직도 드넓은 미지의 지평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는 비옥한 대지가 개척을 기다리고 있다.(405~407p)  

그제야 난 하루키를 이해하는데 한걸음 더 내딛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의 작가들

 

공교롭게도 하루키가 우리나라에서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하루키를 닮은 글쓰기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생김이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선생님 역시 하루키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선생님이 어느 날 수업 시간 전 평소 보다 일찍 강의실에 도착한 나에게 시업 시작 전 한담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스텔라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지?"라며 나로선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불쑥 물으신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순간적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작가가 된다면 좋아하는 작가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모두 만만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마 안가서 그것을 후회했다. 분명 나도 그 당시 좋아하는 작가들이 없지 않았고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배우려는 자세가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무슨 배짱인지 그렇게 말하고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루키를 닮은 선생님은 내 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선생님의 그 질문은 꼭 작업거는 멘트 같았다. 

그 잘난 콧대의 나의 글선생도 좋아하는 작가가 하루키라고(지금은 아마 그것이 바뀌었을 것이다)하는데 나도 좋아하는 작가 한 둘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 그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박범신? 김훈? 아, 그렇게 말해버리기엔 뭔가 꼴린다. 그들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더 근사한 작가는 없을까? 갑자기 이 넓고 넓은 문학의 바다에 나는 새끼 발가락 조차 제대로 담그지 않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확 밀려온다. 

 

하루키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다. 

익히 잘 아는대로, 스콧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카버와, 셀린저와 그레이스 페일리(이 사람은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스티븐 킹과 폴 오스터 등. 그리고 하루키는 이 좋아하는 작가를 번역하기도 했다. 갑자기 "젠장!"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젠장'은 욕이 아니다. 그건 열등감 촉발 감탄사다). 이 사람은 자국어로 쓰는 소설이나 잘 쓸 일이지 번역도 해서 사람 기를 죽여 놓는다. 그런 사람이 자랑도 아닌 것이 그냥 담담하게 말하면 더 얄밉다. 그런데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경의에 차서 머릿말처럼 썼던 글들을 보라. 얼마나 우아하던지. 그것은 이책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에 잘 나와 있다. 더구나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카버는 각각 두 번씩이나 실렸다.

내가 볼 때 그 챕터는 이책 전체를 통털어 가장 우아한 쳅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앞서도 밝혔지만 나는 작가에 관한 글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니 이 쳅터는 덤으로 얻는 기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우아해서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정도다. 젠장! 나는 평생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이렇게 써 볼 수나 있을까(하긴, 그래도 내가 박범신 작가에 대해선 이렇게 저렇게 쓰고 약간의 재미는 좀 보았다. 그래봐야 새발의 피도 안되지만.ㅋ)?

 

하루키에게 있어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는 '온기를 자아내는 글(455p)'에서, 한때 그는 도쿄 근교의 외풍이 심한 집에서 산적이 있었다고 했다. 얼마나 춥던지 아침이면 부엌의 얼음이 땡땡하게 얼 정도였는데, 그때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그것들을 끼어안고 자면 온기가 느껴졌고, 나중에는 네 마리가 되어 아내와 함께 하나 앞에 두 마리씩 끼고 잤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렇게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래 전 그의 단편 '치즈케잌의 모양을 한 나의 가난'(확실히 제목이 맞는지 모르겠다)이 떠올랐다. 내용은 확실히 기억이 안 나는데 추위에 따뜻한 온기나, 궁색한 것에서 누려지는 의외의 호사 뭐 이런 상반된 이미지가 상당히 위트있게 그려져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다. 

 

작가에게 있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말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자기만의 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중략) 상대가 그곳을 아주 마음에 들게하는 것, 마치 자기만을 위한 장소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뛰어나면서도 바람직한 이야기의 본디 그대로의 모습일 것입니다.

(중략)

공유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세상사를 서로 나눠가진다는 뜻입니다.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뜻입니다. 내게는 그것이 이야기의 의미이며 소설을 쓰는 의미입니다.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것. 그런 생각은 소설을 시작한 이래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444p)

앞서 말한 하루키를 닮은 나의 글선생님은 분노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선생님의 그말이 세상을 살면 살수록 진리 같이 느껴지는데 하루키는 확실히 고상해도 너무 고상하다. 나는 나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을 꼭 글로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마치 고자질하듯 내가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고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것에 아직까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처럼 하루키의 고상한 타당성이든, 나 같이 질 낮은 타당성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타당성을 구축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나는 하루키 같은 고상한 타당성으로 이행해 갈 수 있을까? 적어도 난 여러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도 이책은 잡스럽긴 하다 

 

자서전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고서야 자신이 자신에 대해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책은 여기저기 저자가 쓴 글들을 그러모은 문집이다. 이것을 한권으로 묶을 생각을 했을 때 그는 마치 자신을 퍼즐 맞추기라도 하는 느낌은 아니었을까? 부스러기 같은 잡스러운 것들을 모아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옛 원고를 들췄을 때 좀 놀라진 않았을까? 내가 언제 이런 글을 썼지? 생각해 보니 그런 글을 쓰긴 쓴 것 같군. 뒤통수를 많이도 쓰러내렸을지 모를 일이다. 가끔 과거에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누군가 그랬다고 말했주면 그게 과연 나였을까? 잊고 있던 나에 대해 화들짝 놀란다. 그것은 또한 낮선 나를 만나는 스릴이기도 하다.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같아 나름 즐거웠다.

 

그런데 이책은 진짜 좀 잡스럽기도 하다. 어느 부분은 뭐 이런 것까지 넣었어야 했을까 싶게 잡스럽다. 특히 '회색 쥐와 깜장 토끼'에서 와다와 안자이가 나눴던 대담 같은 건 좀. 뭐 나름 이것을 실은 저자만의 깊은 뜻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별로 나에겐 와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아, 잊을뻔 했는데, <언더그라운드>의 집필 배경에 대해서도 난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물론 당연 그책은 읽지 않았고, 앞으로도 별로 읽을 것 같지 않았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봤더니 옴진리교 사건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관심이 갔을까? 하긴, 난 신흥종교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니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했어도 그냥 좀 놀라다 넘어갔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독자의 주관적 잡스러운 부분을 읽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이책은 확실히 읽을만 하고 매력적이다. 이 매력적인 작가의 <1Q84>를 다시 붙들어야 할 것 같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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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0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1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1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2-01-2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이라는 장르에는 정말 취약한 문외한이나 다름이 없습죠 ㅠ.ㅠ
제게는 소설을 분석하는 일이 꽤나 어렵게 느껴지고
무척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이랍니다.

스텔라님의 소설에 대한 분석력은 그저 제게는
감탄스러울 뿐이랍니다 ㅠ.ㅠ

강력 추천드리고 갑니다~

stella.K 2012-01-20 18:2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왜 이러셔요...쑥스~ㅋ
소설도 자꾸 보면 늘어요.
한때 저는 소설이 하도 같지 않다고 느껴져서 안 읽었던 적도 있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나름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
진짜 읽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죠.
차트랑공님도 슬슬 읽어 보세요. 재미있어요.^^

이진 2012-01-2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나는 아직껍데기만 벗겨놓고서는 펼쳐들지도 못했는데 ㅠㅠ
이제 미셸 투르니에...? 그사람 에세이 읽고있어요.
엄청나게 어렵다고해서 걱정했는데. 이해도 잘 되는거 같구요.
초반이라서 그럴지는 모르겟지만 후후...

나도 강력 추천 콕하고 박고가야징 ㅎㅎ

stella.K 2012-01-21 10:55   좋아요 0 | URL
왜 이렇게 늦어?
마감 지난지 한참 됐는데.
하긴 마감내 리뷰 올리는 사람 별로 없긴 하더라.
나도 이 리뷰는 좀 늦긴 했지.
미셸 투르니에 이해가 가니? 난 영 좀...ㅠ

이진 2012-01-21 21:20   좋아요 0 | URL
웅?! 마감이 지났다구요?
마감 25일까지잖아요!!

stella.K 2012-01-22 13:36   좋아요 0 | URL
헉, 이게 언제 25일로 됐지?
그럼 18일까지라고 본 건 뭐야?
에이, 괜히 억울해지네.
이상하다. 기간 3주 주던데...ㅉ

숲노래 2012-01-2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님 수필책을 읽어 보면
글을 참 잘 쓰는구나,
당신 삶을 참 잘 되새기면서
사람들이 즐거이 읽도록 이끄는구나
하고 느껴요..

stella.K 2012-01-21 10:56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사람 에세이나 단편이 좋아요.
장편은 좀...
분명 매력적인 작가죠.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가 있는.^^

페크pek0501 2012-01-2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신간평가단 책이었군요. 그런데 이게 신간은 아니잖아요. 나온 지 좀 되었는데...ㅋ
그런데 리뷰를 이렇게 길게 쓰시다니... 페이퍼라면 몰라도...
저는 리뷰를 잘 쓸 자신이 없어서 주로 페이퍼 쓰는데, 페이퍼 쓸 때에 여백을 많이
넣어 쓰기에 글의 양은 사실 많지 않은데, 이 글은 글의 양이 꽤 많네요.
그래서 읽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시는군요.

우리가 하루키의 잡스러운 문장에 너무 열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쨌든 그는 매력적인 작가이긴 한 것 같아요.

설날 연휴는 잘 보냈나요? 저는 이제야 좀 피로가 풀린 듯해요. 지방에 3일간 가 있었고... 차 타고 왔다갔다 하는 것만 해도 피로했어요. 서울에 와서도 인사 다니느라 바빴고요.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행복하네요.
그래서 스텔라님의 이 긴 글을 즐겁게 읽었다는... 꽉 눌러 주고 갈게요.


stella.K 2012-01-26 13:50   좋아요 0 | URL
헉, 이번에 나온 거 아니었나요?
하루키의 장편을 버거워하는 저로선 제 수준에 딱 맞는 글이란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그의 단편이 좋아서일 거예요.
제가 또 모든 리뷰를 길게 쓰진 않지요.
이건 좀 공들여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절에 지방 다녀오셨군요. 힘드셨겠어요.
글치 않아도 보고 싶었는데...ㅋ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2-01-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의 욕심. 저는 앞으로 집에서 돌아다니는 주황색 책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ㅋㅋㅋ 하루키라면 거짓말 보태 벌떡 일어나서 읽지만 이건, 이건 정말로 아니예요. 아닌 건 아닌 거지요ㅋㅋㅋ 리뷰 잘 읽었어요, 스텔라님^^

stella.K 2012-01-27 13:23   좋아요 0 | URL
ㅋㅋ 주황색 책표지 의외로 많아요. 정미경의 <아프리카의 별>이
대표적 예죠. 그책은 괜찮을 것도 같은데.

대체적으로 왜 별론지 이해는 가요.
저도 하루키를 되게 좋아했다면 정말 별로라고 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어느 부분은 정말 별로였거든요.
그래도 누구 선물인데 별로라고 하겠습니까?ㅋ
암튼 전 대체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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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에 대한 명성은 익히 알려진지라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나 같은 경우 오래 전, 우연히 모 문예지를 사 본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나온 저자의 단편을 보고 거의 탄성을 지를 뻔했던 적이 있다.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그 소설은 정말 좋았다. 말하자면 그건 이책 75p에 나오는 '피에로와 아를르캥'의 소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대충, 밤새도록 빵을 굽고 아침에 자는 피에로가 어느 날 콜롱빈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콜롱빈은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자다. 일의 성격상 그녀는 해가 있을 때 빨래를 널어 살균도 해야하고 바짝 말리기도 해야하기 때문에 당연 그녀는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생활을 한다. 그러니 피에로는 늘 그녀를 창문으로만 바라봐야 했고, 그것은 결국 짝사랑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사이에 제3의 남자가 끼어들어 콜롱빈을 낚아채가고 피에로의 사랑은 쓸쓸하게 끝이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라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워낙에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이라 이 기억이 확실한지 나로서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원래 사람이란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는 오류의 존재가 아닌던가). 

원래 그 소설의 제목은 <피에로와 밤의 비밀>이라고 하는데 번역의 과정에서 피에로를 탈락시키고 그냥 '밤의 비밀'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소설에 감탄한 것도 감탄한 거지만, 밤과 낮의 이 상반된 개념을 이토록이나 아름답고 절묘하게 묘파한 글이 또 있을까 놀라웠다. 바로 이책은 그렇게 서로 다른 개념들에 대해 함께 봄으로해서 좀 더 그것들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말하자면 미셸 투르니에식 분석과 통찰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들에 대한 개념 정의가 단 한 두 페이지로 간단명료하게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책은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이기 때문에 화려한 수사가 생략된 다소는 건조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때로 긴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반된 개념들에 대해 이토록까지 간단명료할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다. 원래 대가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어려운 개념을 얼마나 쉽게 설명하느냐에 있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저자 미셸 투르니에는 이책에서 대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생각의 여지는 엄청 많이 준다. 한마디로, 문장은 짧고 생각은 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본다. 왜 이책이 이 싯점에 필요한 것일까? 내가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은 살면 살수록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것들이 너무 많고 지식 역시 복잡한 게 너무 많다. 이런 세상일수록 정리가 필요하다. 혹자는 저자를 두고 프랑스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리해 주는 남자)이라고 하던데, 막상 그가 들으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히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나 역시 어원이나 개념을 정리한 글을 좋아하지만, 읽으면서 무슨 책이 이리 어려운가 한숨을 쉬며 읽기도 했다. 그렇지만 또 어느 부분은 그래 맞아!하며 손바닥을 마주칠만한 대목도 솔찮이 만나기도 했다. 특히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 부분은 정말 엄지 손가락을 높이 들어줘도 될 만한 글은 아닌가 싶었다. 

요는, 과거만 해도 남자가 여자 위에 군림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세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존재며 앞으로는 모계사회의 도래도 점쳐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자는 쾌락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여성이 주도권을 장악하면 여성 스스로가 인간의 개체수를 줄여 나가는 주도권을 갖는 존재가 될 거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들은 이미 임신중절을 통해 그것을 실천해 나가고 있지 않은가?

이 이야기는 구세대를 살아오신 우리 엄마가 들으면 역정까지는 아니어도 당장 비아냥거릴 말이다. 우리 엄마만 해도 여전히 남자는 여자의 머리라고 보는 경향이 농후하니까. 가끔 TV 같은데서 여자가 남자 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걸 보면 좀 못 견뎌하는 쪽이니까.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저자의 전망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그는 그글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인간 종의 영속을 보장해주는 것은 남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라고. 요는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잘하라는 말이겠지. 그런데 요즘엔 한술 더 떠 남자들이 여자를 두려워 하던가 쳐다 보질 않는다. 공존을 해야하는데 여자는 여자대로 저좋은데로 살려고 하고, 남자 역시 그렇다. 과연 앞으로 인간의 영속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그는 서로 상반된 개념을 통해 지난 시기 동안 잘못된 개념들에 대해 중요한 도전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찌보면 그렇게 상반된 개념을 같이 바라보는 것을 통해 사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자웅동체 같은 통찰까지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좀 어렵다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나의 상상력의 자극에 이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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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1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감은 좀 이따가 쓰겠음. 급히 받아야 할 전화가...

페크pek0501 2012-01-17 16:09   좋아요 0 | URL
문장은 짧고, 생각은 길다, 제목이 좋네요.

"과거만 해도 남자가 여자 위에 군림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세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 마광수 작가도 칼럼집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언젠가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 동의해요. 이미 여자들의 파워는 커졌지요. 한 예로 은퇴 남편 증후군을 들 수 있어요. 나이 든 남편들은 아내 따라 다니려고 하는데 여자는 귀찮아 하고 심지어 황혼이혼까지 불사하잖아요. 남편을 구박하고...자식들에게도 아버지는 환영 받지 못한다고 해요. 남자들의 신세가 처량해지고 있는 것이죠.

회사에서도 점점 여성들의 파워가 커져서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요. 외무고시 합격률만 해도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앞지르는 등...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10등 안은 여학생들이라는 통계도...

또 여자는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 반해 남자는 그렇지 못해, 이혼한 여성은 더 오래 산다는 것과 이혼한 남성은 빨리 죽는다는 통계가 나오고...

여러가지고 볼 때 남자보다 우위에 있는 여자들이 많아질 가능성 있어요. 흥미로워요. ㅋㅋ

stella.K 2012-01-17 18:0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예전엔 여자가 남자 눈치를 봐야하는데
이젠 반대로 남자가 여자 눈치 보는 시대가 됐더란 말이죠.
좀 불쌍해요.ㅜ
중국에선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학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ㅋ

L.SHIN 2012-01-1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확 끌려서 왔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난 어떤가?
'문장은 길고 생각은 짧다'입니다. 아, 이런...

stella.K 2012-01-18 12:58   좋아요 0 | URL
왜요, 엘신님도 나름 문장 짧아요.
생각도 짧아서 문제죠.3=3=33

L.SHIN 2012-01-18 13: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럼 얼마나 써야 문장이 길다고 해줄 건가요? 응?

stella.K 2012-01-18 13:20   좋아요 0 | URL
글쎄요...애~~매 합니다이.ㅋㅋ

이진 2012-01-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큰일났어요!!! 비상사태입니다...
분명제가 엊그제 책을 읽으려고 침대위로 꺼내두었는데... 사라졌어요.
젠장,고모가 방청소를 하면서 어따가 치워버렸나봐요 ㅠㅠ 엉엉

stella.K 2012-01-18 13:21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덜렁이 같은이라구.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러네.
그런 건 미리미리 잘 둬야지.ㅋㅋㅋㅋ

차트랑 2012-01-2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에 대한 리뷰를 잘 쓰셨는데
제게는 써주신 리뷰마저도 어렵습니다요 ㅠ.ㅠ
댓글이 늦어진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연유라는 점을 아실런지..ㅠ.ㅠ
댓글을 달아보려고 여러번 반복해서 스텔라님의 리뷰를 읽었건만...
남자와 여자에 대한 문제와, 지적유희가 약한 제게는 이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분명 좋은 리뷰인데,
막상 제게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왜냐면 '남과 여'에 대한 정리가 안되거든요^^
그 정리라는 것이 언제나 제게는 난제입니다요 ㅠ.ㅠ


stella.K 2012-01-20 11:20   좋아요 0 | URL
오, 차트랑공님, 어쩌면 좋습니까.
저도 잘 알고 쓴 리뷰가 아니어요.
그냥 안 쓸 수 없기에 쓴 것이었는데...ㅠㅠ
남과 여는 저자가 쓴 글 중에 그나마 제일 마음에 와 닿아서 쓴 것뿐이어요.
그런데 이것이 차트랑공님을 어렵게 만들었다니.
이런 리뷰는 안 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제가 또 어렵다거나 이렇게 짧은 리뷰를 남기거든
그러려니 하십시오.
리뷰는 그책을 이해해서라기 보단 쓸 수 있는데까지 쓰는 것인 것 같아요.
특히 이렇게 평가단에서 주는 책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읽어야 하는
의무감이 있거든요.
물론 이책은 좀 관심은 갔지만 제겐 너무 여려운 책이었어요.ㅠ

차트랑 2012-01-2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뜻을 절대로 스텔라님께서 해석하신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요.
테제가 제게 어렵다는 말씀 일 뿐!!!
어찌 쉬운 테제만 읽을 수 있겠습니까요.

고등학교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성적은 매번 제자리걸음인거에요.
가만히 보니.
자기가 잘 풀이할 수 있는 부분만
열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잘풀리는 수학 문제만 열공하면 그 부분은 도사게 되겠지만
그렇게되면, 안풀리는 문제는 공부를 안한다는 이야기고, 결국 매번틀리는거 아녀??
했더니...
그 친구 왈, 그렇구나...맞는 말이네~
하더니 자신없는 부분을 더욱 열공해서
저를 바짝 쫒아오더라는 ㅠ.ㅠ

자신없는 테제이지만 읽어야 늡니다요 ㅠ.ㅠ
그러니 써주셔도 좋아요~~ 스텔라님!!

stella.K 2012-01-20 11:4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 차트랑공님 공부 잘했다는 거 은근 자랑하시는 거죠?
네.네. 알아 드리겠습니다.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어렵거나 관심 없는 분야도
때론 파고 들어야 하는데...ㅠ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매번틀리는거 아녀??"
요말씀을 정말 하셨습니까? 친근감 느껴지는데요?ㅋ

차트랑 2012-01-2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이야기가 그리된다는....이게 아닌뎅 ㅠ.ㅠ

정말하셨습니당~ ㅋ
 
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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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안철수씨가 '무릎팍도사'에 나온 것을 본적이 있다(개인적으로 그 프로가 문을 닫았다는 게 아직도 아쉽다. 토크쇼를 아주 즐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만한 토크쇼도 없다는 생각인데, 그나마 문을 닫기 전에 안철수 씨가 나왔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는 안철수란 이름만 들었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다. 그때 그를 보고 저렇게 반듯하고 신사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싶게 좋은 인상을 받아었다. 

책은 그때 4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웬만한 거 다 잘리고 재밌게 이야기 한 부분만 편집되서 나왔다고, 그의 성정이 하도 반듯하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하자면 안철수식 툴툴거림이 있었다. 바로 이책은 그때 무릎팍도사에서 잘린 부분을 복원한 셈이라고 한다. 

 

사실 얇은 책이라 부담이 없을 것 같지만, 어떤 책은 얇은 책의 위력을 톡톡이 보여주는 책도 있어 이책 역시 만만히 볼 것은 아니지 않을까란 우려가 약간은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를 하자면 꽤 유익한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그가 알려지기 시작하고 좋은 인상을 받으니 그동안 그가 쓴 책을 한 두 권 사 보긴 했다. 그런데 자기계발이니 경영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나름 유익은 했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책은 그것들을 보완이라도 한듯 명쾌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그는 남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하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한다. 즉, '사람들이 모여서 일할 필요가 있는가?' '회사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고 하는데 이상하지 않는가?'하는 질문들이다. 원래 당연하다는 것은 없다. 그저 관성 내지는 타성에 젖어 질문하지 않는 것 뿐이지 안철수 씨가 갖는 질문은 우리도 당연(!)해야할 질문들이다. 특히 난 이 세번째 질문은 가장 탁월해 보이는 질문 같다.

사실 나는 기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소비자고, 온라인에서 여기저기 회원으로 있다. 그리고 내가 회원으로 있는 곳이 어느 회사고보면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다는 느낌을 갖기가 어렵다. 그저 짐짝까지는 아니어도 단위조합의 일원(?) 뭐 그런 식으로 취급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특히 마케팅이란 이름을 내세워 선긋기를 하고 '그들만의 리그' 내지는 '그들만의 잔치'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의 자식'처럼 취급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누구나 대접 받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알게 모르게 위화감을 조장하고, 회원관리란 명목하에 의식, 무의식적으로라도 뭔가의 레벨을 적용하려고 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마케팅을 하려면 무조건 물량주의로 가지 말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 소리를 듣는 거로부터 시작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이 얇은 책이라도 읽어줬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도전 받은 건, 그가 인용한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무조건 긍정의 힘 또는 긍정의 과신에 이끌려서 낙관주의자로 살기보다 똑똑한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낙관주의자는 막연히 잘 될거라는 믿음을 갖다 좌절하고 넘어지지만, 현실주의자는 자신은 좋은 운명을 타고났으며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것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런 것들은 자기계발이나 경영에서 취급하는 것이다. 새삼 독서를 편식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ㅋ

 

이책은 서울대학관악초청강연을 풀어쓴 책이다. 1부에서는 안철수 씨의 강연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있고, 2부에서는 질의응답으로 되어있다. 질의응답도 꽤 정제되고 고급한 질의응답들이 이다. 특히 수록된 마지막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주지 않는 한국 국민의 시장 풍토의 문제에 대해 그의 정신과 의사 친구에 대한 예다.

나름 10년간 고생해서 학위도 받고 개원을 해서 환자들의 상담도 받고 했는데, 나중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아까워한단다. 별것도 아닌 것에 진료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궁시렁거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상담이 끝나고 영양주사 한대씩 놓아주었더니 기분좋게 돈을 내더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은 지적재산권 즉 소프트웨어, 영화, 전문가의 조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그것을,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선비문화가 있어서, 어떻게 양반이 천민처럼 지식에 대해서 돈을 청구해서 받느냐는 생각이 있다(115p)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식정보산업과 전문가들의 조언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생각해 볼만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사견이지만, 요즘 일부에선 안철수를 대통령에 앉히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에 관해 본인은 정말 어떤 생각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난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하기 때문마는 아니다. 그가 질의응답시간에 그런 말을 했다.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는 반면, 정치는 적을 믿어야 정치가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다(97p)고 말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가 경영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경영이란 말이 있다. 이제 국가는 정치로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시대는 문민정부 이전에나 가능한 말이다.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은 허울좋은 자릴 뿐 정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지금의 가카도 그의 시작은 경영에서부터 시작을 했지만 대통령의 권좌를 위해 경영을 버리 정치를 한다고 했다가 별 재미를 못 보고 임기 만료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미국은 벌써 오래 전에 영화배우도 대통령이 되는 상황인데, 기존의 정치인에게 나라를 맡겨 잘된 예가 없다면 경영인에게 나라를 맡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보는 것이다. 물론 정책이 확실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낼수 있다면. 그런데 그를 견제해선지 하나의 신드롬으로 해석해서 띄우는 지금의 사화회적 풍토도 그닥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 사람이 뜨면 그것을 지나치게 우상화하거나 견제하는 극단을 보인다. 사람을 보는 관점이 좀 유연해질 수는 없는 것인지? 성숙사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이책은 내용은 좋은데 만듦새는 좀 허술해 보인다. 뒤에 낱장이 헐거워 떨어지게 생겼다. 책이 얇은 것에 비하면 가격은 그닥 싼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꼼꼼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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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2-2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만의 리그` 내지는 `그들만의 잔치`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의 자식`처럼 취급 받는다는 느낌 - 아, 표현 좋고요 좋고...

저도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못해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지라, 이 문장이 와 닿았는지도...모르겠어요.

저도 안철수님의 책 하나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좋았어요.

stella.K 2011-12-23 15:46   좋아요 0 | URL
아, 페크 언니!(오늘 만큼은 그렇게 불러드리고 싶어요.ㅋ)
저 사실은 그제 좀 말했던 상황을 당했거든요.
거기가 마케팅으로는 엄청난댄데 송년모임 오늘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참석하려고 했는데 바로 이틀 넘겨두고 정말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당장 참석을 취소하려다 마음 가라앉히고
어제 완곡한 어조로 내 의견을 전달하고,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자기들만 좋자고 하는 잔치에 병풍처럼 앉아있는 내 모습 생각하니까
정말 김새겠더라구요. 아쉬워요. 내가 왜 그런 완곡어법을 썼는지 그쪽이
알까요? 잉잉~


페크pek0501 2011-12-27 19:21   좋아요 0 | URL
우리 스텔라님이 뭔가 단단히 서운한 게 있었던 모양이네요. ㅋ
누구나 종종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죠.
전 그럴 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나에게 서운하게 한 당신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서운하게 해서 나와 똑같은 기분을 가질 것이다. 그때쯤 내 이 기분을 당신이 알리라...ㅋ

곧 한 해가 저물어요. 이 해를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stella.K 2011-12-28 10:28   좋아요 0 | URL
오, 언니는 구도자 같으세요.
생각하시는 것에 덕이 철철 묻어나시네요.
언니를 알게되서 저는 너무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언니도 얼마 남지 않은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마녀고양이 2011-12-24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무릎팍도사에 나온 안철수 교수님 편 정말 좋았는데,
프로가 사라져서 아쉽다는 문구에... 절대 동감 한표염!

음, 페이퍼랑 댓글을 보니, 기분 상하는 일이 있으셨나봐요,, 에고.
연말인데, 즐거운 일만 가득하면 좋을텐데. 내년 액땜 미리 하셨나봐요...
내년에는 즐거운 일만 한보따리 가득하시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stella.K 2011-12-24 10:51   좋아요 0 | URL
사실 올해 저는 그닥 좋은 한 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돌이켜 보면 불행했던 것도 아니지만.
안 좋을 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되는 것 같습니다.
올핸 저한텐 정말 그랬거든요.
그런데 막판 뒤집기라도 할 요량으로 성탄절인데 집에 있으면
뭐하나 모임이나 나가보자 했던 것이 막판 뒤짚기가 안 되네요. 흑~!
난 이대로 어깨를 낫추고 한해를 보내야 하려나 보다 싶어요.
그래도 마녀님 이렇게 와 주셔서 격려해 주시니 고마울 다름입니다.
마녀님도 행복한 성탄 되세요.^^

이진 2011-12-2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상하신 일이 있으셨다니요 ㅠㅠ
제가 기분 풀어드릴게요 ㅎㅎ 언제가 큰다면~

저도 무릎팍도사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어요.
`한비야`라는 사람을 그 프로로 만나 나의 최정상 롤모델로 삼아버렸고,
또 강호동이 더욱 더 좋아져버린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지요...

안철수는 제가 정치에는 정말~ 저~엉말 무지한터라ㅋㅋ

stella.K 2011-12-24 14:33   좋아요 0 | URL
ㅎㅎ 충분히 웃겼어!

한비야 나오는 거 나도 봤었어.
그렇지 않아도 한비야를 롤모델로 삼는 청소년들 많다고 하더라.
너도 그중 한 사람이었구나.
난 한비야도 대단하지만 그 사람을 롤모델로 삼는 아이들이 참 기특하더라구.

나도 정치는 모르는데, 대통령은 정치 잘한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안철수가 꼭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정계에 나온다면 그도 나쁘지 않겠다는 정도지.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는 워낙 진창이고 바닥이라 그런 분이 발 담그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잘해 준다면 안철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둘 다 비정치계잖아.
뭐 나도 알고하는 소리는 아니고.ㅋ

2011-12-25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칼과황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작가 성석제의 작품들이 재미가 있다고 하는데, 사람 저마다 느낌이 다르고, 코드가 달라서일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의 책을 몇 권을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특별히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대신 늘 조금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게 읽히는 것과 편하게 읽히는 건 다른 것이긴 한가 보다.  

 

사실 이책도 약간의 그런 편견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역시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의 독서 습관상 어렵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제껴두기 마련인데, 이책은 묘하게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이런 음식 관련책을 마다할 사람이 없으며, 읽다보면 먹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겠만 나는 좀 둔해서일까? 이 정도 가지고 군침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이책을 끝까지 읽을 생각을 했던 건, 작가의 끊이지 않는 글발과 인문학적 식견 때문이다. 매 새로운 쳅터를 읽을 때마다 어쩌면 그리도 주저리 주저리 끊이지 않는지 과연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참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가 정말 언젠가 음식 에세이를 써야지 하는 맘으로 그렇게 많은 곳을 온전히 취재에 공을 들였을지, 아니면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다가 음식이란 게 끼어들어서 그것을 정리할 겸 썼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작가라면 한번쯤 음식과 관련된 글을 써봄직도 할 것 같다. 

 

사실 작가는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혼자 외로움을 견디며 좀비 같이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 같지만, 나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다. 뭐 이름없는 무명작가는 그럴지 몰라도 알려진 작가들은 자기 글쓸 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끊임없이 왕성한 탐구력으로 여기 저기를 쑤시고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만나 교재하는 가운데 글감을 뽑아내는 족속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글을 써 댈 수 없을 테니까.

아무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고, 과연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을까에 의문이 생겼다. 나는 아마도 이렇게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읽다보면 나의 지난 날의 기억들이 자극을 받는다.

20대 때, 멋모르고 교회 친구들이랑 노동절을 맞아 춘천 삼악산(거긴 정말 악산이다. 적어도 산을 탈 줄 모르는 나는 그렇다.ㅋ)을 간적이 있다. 그곳을 오르기 전 배를 든든히 채우겠다고 어느 조그맣고 허름한 식당에 들렸다. 조그맣고 허름하니 음식 맛이 뭐 있겠나 기대도 하지 않고 먹기 시작했는데 와,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기가 막혔다. 그냥 가정식 백반을 먹었는데, 나는 평소 습관이 어디 나가서는 가정식 백반은 거의 시켜 먹지 않는다. 집에서도 먹는 게 가정식인데 뭐 나와서까지 그걸 시켜먹겠는가 했다. 그런데 시킬만한 게 그것뿐이 없었는데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짚어 논 게 그집 가정식이었다. 강원도니 여러 가지 산나물이 많이도 나왔겠지. 나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식성도 아니었는데, 그집 나물은 정말 맛있었다. 초로의 주인이 손끝은 감각만으로 무쳐 냈을 것이겠지만 너무 맛있어 우리는 몇 접시를 더 달라고 했는지 모른다.

 

그뿐인가, 10년 전쯤 지인 두 명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자고 경복궁역에서 만났는데 어떻게 입이 맞아 삼청동이 여기서 얼마 멀지 않으니 거기 가서 칼국수를 먹자고 했다. 인도하는 사람이 전에 이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는데 맛있다며 들어간 곳 역시 낡고 허름한 식당이었다. 우린 빈대떡과 함께 그것을 시켜 먹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그후 1년인가, 2년만에 거길 다시 한 번 가자고 모였는데 길을 찾지 못해 결국 엉뚱한데서 점심을 먹었던 적이있다.

그러니까, 앞서 삼악산을 오르기 전에 들렸던 춘천 어느 이름 모를 식당과 삼청동의 그 칼국수집은 나에게 있어서 맛의 무릉도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렇게 사람들 저마다 맛있어서 먹고 다시 찾아가면 못 찾을 그런 맛집이 적어도 하나 이상은 있지 않을까? 그런 맛집은 정말 숨어 있으며 여간해서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안다. 

그런데 요즘엔 자본주의 세상이고, 방송 장비가 발달이 되고 보니 소개되지 않는 맛집이 없을 정도다. 모르긴 해도 하루에 적어도 2,3 곳은 맛집을 TV 앞에 앉아서 소개를 받는 것 같다. 그뿐인가? 성석제 같은 작가가 아니어도 저마다 미슐렝 가이드를 자처하는 맛칼럼니스트가 소개하는 맛집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렇게  1년이면 몇집이란 말인가? 사람도 바글바글 하고, 손님은 하나 같이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높이 치켜 들기를 서슴치 않는다. 그 맛집이 쓰는 식재료들 보면 예사롭지 않아 시청자들도 과연 그렇겠다 싶게 고개를 끄덕이게도 만든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정말 맛있을지는 먹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음식 에세이를 쓴다면 난 이렇게 알려지지 않는 조그맣고 허름한 식당에 관해 썼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내가 이책에서 가장 부러워 하는 대목은 저자가 업무차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먹었던 음식에 관해 쓴 것이다. 사람이 한 번 작가의 꿈을 품었다면(그것도 소설로) 해외는 다녀와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독일의 도서축제. 그것을 자랑하려고 해서 했던 건 아니겠지만 은근 나의 부러움을 자극한다. 독일하면 맥주의 나라. 성석제 작가도 기네스라는 맥주를 마셨던 모양이다. 

나는 기네스라는 맥주를 3년 전 시나리오 공부를 했을 때 학원 동기들과 마셔 본 기억이 있다. 

괜찮은 연극 한편을 보고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밥을 먹고 가까운 맥주바에 들렸다. 기거서 그날의 연극 관람 모임을 이끌었던 아이가 묻지도 않고 머리 숫자대로 기네스 맥주를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맛있나? 나야 술하고는 친하지도 않아 뭘 시켜도 한 잔 이상은 먹지 않을테니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그 맥주는 일반 맥주 보다 2,3배는 비쌌던 거 같다. 속이 좀 쓰린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묻지도 않고 시킬 정도라면 미친 척하고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난히 자잘한 맥주 거품이 정말 매혹적이고, 목넘김이 정말 부드러웠다. 한 잔을 다 마실즈음 취기가 올라왔는데 그게 또 꼭 취기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웬지 모르게 기네스 맥주를 시켰던 그 '기네스'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니면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게 경계가 모호한채 나는 그때부터 한동안 그를 마음 속으로 연모했다. 

지금도 가끔, 어느 때고 술에 취해 본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에도 취할 수 없는 거였을까? 못내 기네스를 그렇게 떠나 보냈던 것이 아쉬웠다. 사랑에 대해서 만큼은 쿨하다고 생각했는데, 난 쿨한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해봤다. 모든 늦되는 나는 이거야 말로 정말 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네스 맥주 같은 건 그렇게 전문바에서만 파는 줄 알았다. 그러다 작년인가? 아는 지인으로부터 그것도 편의점에서 판다는 것을 알았다. 아,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던 걸까? 그것을 안 후 나는 편의점으로 가 정말 기네스 맥주가 있는지 확인헤 보았지만 찾을 길이 없어 오죽하면 카운터의 알바생에게 다 물어보았을라고. 그랬더니 찾는 사람이 없어 취급을 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 아니 그렇게 좋은 맥주를 찾는 사람이 없어 취급을 안 하다니! 도대체 술 마시는 사람들은 뭘 마시는지 모르겠다. 그때 모처럼 그것을 사서 마시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볼까도 생각했는데, 다른 편의점을 갔으면 살 수 있었을까? 그것까지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와의 기억은 거기까지였구나 생각하며 다른 잡다한 것만 사 가지고 나온 적이 있다.

 

이렇게 음식이란 사람을 기억하게 만들고 예 추억을 더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작가의 말은 확실히 맞는 말 같다. 한 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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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2-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은 뒤로 그의 책을 안 읽은 것 같아요. 그 책, 제목에 끌려서, 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괜찮을 것 같아 구입해 읽었는데, 별로 였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드는 생각인데요, 일단 작가 자체가 재밌는 사람이라야 책도 재미가 있어요. 또 작가가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야 책도 매력이 있어요. 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글쓰기가 두렵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난, 댓글 쓰는 것도 어려워요.)ㅋㅋ

님이 읽어 보라고 권하시니, 이 책은 최소한 무미건조하지 않겠죠?

stella.K 2011-12-23 11:0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코드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작가가 법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문체가 좀 하드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황만근은 나름 재밌게 읽었던 것 같아요.
당시 제 후배는 킥킥대면서 읽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책은 조심스럽긴 한데 읽을만 하다고 생각해요.^^

이진 2011-12-2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쓰셨군요.
저는 오늘에야 다 읽어간답니다 ㅋㅋ
그런데 꽤나 괜찮은것 같아요.
정말 신기해요 저도,
어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지 정말 신기하단말이지요

2011-12-23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3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4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12-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석제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수위 조절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이요.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서도 지나치게 털어놓지 않고,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는, 그런 조절을 참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내용보다 제목이 좀 더 멋진 것 같아요. 의미도 그럴듯 하고요.

stella.K 2011-12-23 11:20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이 왜 칼과 황홀일까 생각했는데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평가단에서 보내 준 책 대체로 만족스러웠어요.
오늘쯤 새로운 책이 발표가 날 것 같은데 어떤 책이 될지 궁금해요.^^

아이리시스 2011-12-2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만근 읽었었는데 당시 토론과제라서, 늘 소재나 주제가 약간 토속적인 면이 없지않아 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익살과 유머가 있던 걸로 기억나요. <칼과 황홀>은 에세이인거죠? 먹는 것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감동을 주지요. 먹는 것 싫어하는 사람 없으니까요. 어디에서 무얼 먹었느냐로 그날 나눈 이야기와 만난 시간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저는 영화를 함께 본 사람은 탁월할 정도로 오래 기억하는데, 음식도 그런 지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아.. 맛있는 거 먹고 싶다,ㅎㅎㅎ

stella.K 2011-12-23 15:13   좋아요 0 | URL
아..최근 방문 숫자도 늘고, 즐찾도 늘었는데
이놈의 추천은 늘 생각을 안해요. 저 좀 과외 좀 시켜줘요.ㅜㅜㅋ

그래요. 익살과 유머. 이게 느껴지지 않으니 어쩌면 좋아요.
이책은 물론이고. 하지만 나름 재밌게는 읽었어요.
그렇구나. 영화를 함께 본 사람.
그러고 보면 저는 누구랑 어디서 뭘 먹었는지를 잘 기억하는 사람인가...?
확실히 성석제는 잘 기억하는 사람 같아요. 거침이 없구.^^

아이리시스 2011-12-23 19:04   좋아요 0 | URL
과외를 어떻게.. 제가 감히 작가님한테 시켜줍니까ㅋㅋㅋ 호불호가 명확한 스텔라님이 어려워서 놀러는 오지만 살짜기 들렀다 가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거랑 상관이 있을까요?

stella.K 2011-12-23 19: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잔데....쳇!ㅠㅠ
그런데 오늘 평가단 도서발표를 안할 모양입니다.
보통 이맘 때 했었는데...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