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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알라딘 브리핑룸을 보니, 혜경님이 쓰신 페이퍼가 올라와 있다. 그냥 안 쓰고 넘어갈까 하다가 떡 본 김에 제사 드린다고 그냥 몇마디 써 볼까 한다.

내가, 김수현 작품을 언제 보고 안 봤더라? 따발총 쏘아대는 마구 쏘아 듯한 대사, 뭔가 도덕 교과서 같은 말투. 꼼꼼한 건 좋은데 뭔가 넘치고 있는 듯한 상황 설정 등이 때론 부자연스러워 보질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인내심을 가지고 종영까지 본 건 바로 이<내 남자의 여자>다. 제목도 괜찮은 것 같고, 또 누가 아는가? 보고 배울 게 있는지?

오랜만에 보니 과연 장인다움이 느껴졌다. 여전히 대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대사중에 정말 탄성을 지를뻔한 것도 많이 나왔다. 내가 늘 관심있어 하는 건 심리묘사다. 과연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희애의 과감한 연기변신이 놀랍다. 하지만 난 그녀의 힘들어 간 연기를 그자지 좋아하지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은 연기로야 배종옥이나 신애라가 훨씬 보기 좋다. 미스 캐스팅이라면 김상중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 사람을 안 좋아해서 일까? 구라 같아 내내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경민이는 후반에 왜 바꾸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난 박지빈이 좋던데...1년만에 그렇게 변신이 가능한가? 김수현 할머니 그렇게 깐깐하게 구시더니, 그 깐깐이 이 정돈가 싶다.

그래도 흡인력 있게 와 닿는 건, 40대의 불륜도 참 열정적이고, 에로틱하구나 하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 방영분에 김상중과 김희애가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모텔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은 다소 놀라웠다. 김희애가 언제 저렇게...? 그런데 그 장면도 그렇고, 바닷가에서 사진 찍고, 찍히는 장면은 어디서 본 듯한 연출이다. 어디서 봤을까?

어쨌거나 나는 보면서 내린 결론은, 제발 이젠 사랑타령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거다. 사랑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사랑에 목숨거나 모르겠다. 그래서 남는 건 패가망신 밖에 무엇이...

나도 죽어 지옥에 떨어지고, 재처럼 타올랐다 사그러들지라도 목숨거는 사랑! 나도 해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것도 생명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것처럼 강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그것도 2,30대니까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40대면 조화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할 때 아닌가? 윤리나 덕을 더 생각해 보고. 그런 것들이 적당히 배분이 된 것 같아 보고나서 찝찝함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괜찮다 싶다.

나는 어제 대사 중, 김희애의 동생으로 나왔던 이훈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실망하지만, 일은 실망을 주지 않는다고. 반드시 하면 한만큼의 보상을 받는다고 한 말. 그래.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일하자.

그런데 이 작품 표절시비 붙었던데...결국 법정까지 갈 모양인데 그래도 워낙 막강한 할머니라 그렇게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게 글발이라는 거겠지. 김수현 할머니 홧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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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훈의 그 대사 괜찮더군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하달 수 있는 말 같아요.
그만 땅에 발을 두고 살라는 말 같기도 하구요. 엄마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혼자
살라는 충고도 애틋했어요. 김수현 드라마는, 심리묘사, 그맛인 것 같아요. ^^

stella.K 2007-06-20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김수현의 심리묘사! 짱이었습니다.^^

무스탕 2007-06-2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표절시비 붙인(?) 유모씨는 상습범이라는 말(인터넷 기사)도 있더군요..
어느 드라마였더라... --;; 하여간 조금 인기 끌었던 최근 드라마 하나도 표절시비 붙인 인물과 동일인물이라 하더라구요. 뭐가 뭔지..

stella.K 2007-06-21 10:5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우리나라에서 표절시비는 그 기준이 애매한가 봐요.

도넛공주 2007-06-2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못봐서 아쉽습니다.

stella.K 2007-06-21 10:57   좋아요 0 | URL
모르긴 해도 삼방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황진이 삼방하는 거 보면...아님 위성에서는 아직도 하고 있겠죠...
 



지난 주 월요일에 본 영화.

뭔가 할 말이 많은데, 말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용서를 주제로 했다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의 부재를 다뤘던 감독의 전작 <오아시스>랑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전도연이든, 송강호든, 거기에 나오는 기독교인이든 서로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신이 어떻게 용서할 수 있냐고 물을만한 건가?

이창동 영화는 언제나 그랬지만, 보고나면 찝찝하다.

이제 가급적 이 사람 영화는 안 보고 싶다.

그래도 전도연의 연기는 빛난다.

하지만 전도연이도 그랬다지?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다고...

굳이 모르겠는 영화에 출연해서 진을 뺄 필요가 있나?

영화가 감정에 충실했다고 명화는 아니지 않겠는가?

한가인이 <마녀유희>를 끝내놓고 자기가 출연한 드라마에 혹평을 했던 것 같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배우가 작품에 도구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명세기 사람인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꾸역꾸역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쁘게 봐달라는 것은 더 없는 기만이다. 

배우의 벌거벗은 임금님식의 연기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한가인의 발언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끝내놓고 그런 말하는 거도 좀 그렇지 않나? 에잇, 모르겠다.

칸을 뭐라고 할 건 못되지만,  거기는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 굉장한 호감과 신비함을 가지고 있나 보다.

좋다고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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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7-06-1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통의 부재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신이든 인간이든 속물의 사랑이든 모두 증오하며 무관심하며 그렇게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게 아닐까...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고의 작품상을 받을만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이었고 전도연의 연기는 최고상을 받을만 했다고 생각했어요. ^^* 시간 없다고 늘 핑계만 대고 영화 못 봤는데, 이거 보고 나선 그래도 다른 영화들이 막 땡기네요. ^^;;

프레이야 2007-06-1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참과 거짓의 관점으로 보신 분도 있더군요. 아주 공감되는 글이었어요.
스텔라님의 소통의 부재 라는 해석도 상당히 끌립니다. 분분한 해석이 나쁘지
않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다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들이더군요...

부리 2007-06-1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에서 끝내 구원을 얻지 못하는 게 혹시 불편하시진 않았나요? 영화 보면서 믿음에 충만한 삶을 사시는 스텔라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stella.K 2007-06-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달래님/진달래님이 이런 작품을 좋아하시는군요. 흐흐.
혜경님/이 영화가 말이 좀 많죠?^^
부리님/하하. 영화 보시면서 저 생각하셨다니 기쁘옵니다. 전 이창동 감독이 좀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더라구요. 보면서 아쉽고 찝찝하고 그랬습니다. 언제고 백세주 마시면서 부리님이랑 이 영화에 대한 진지한 소회를 나누고 싶군요.^^
 

  • ‘쩐의 전쟁’ 사채 이자보다 높은 인기
  • 있다… 조폭보다 무서운 사채업자
    없다… 밥보다 사랑찾는 비현실성

    대사까지 유행… 돈에 대한 이중심리 파헤쳐
  • 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 
    • 돈, 누군가에게는 편하고 아름다우며 고귀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벼랑 끝까지 내모는 싸늘하고 무서운 존재다. SBS ‘쩐의 전쟁’은 한국 드라마가 외면해왔던 돈의 공포스러운 이면(裏面)을 샅샅이 드러내 보이며 방송 5회만에 3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는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 ▲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쩐의 전쟁’돌풍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 금나라 역 박신양.
    •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500명의 가난뱅이가 있어야 한다”는 고전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이 말은 ‘쩐의 전쟁’ 주제 의식을 간명하게 집약한다. 이향희 작가는 이 말을 곧 사채업자 독고철(신구)의 입을 통해 실어 보낼 예정. 베일에 가려진 사채업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이 드라마는 사실, 돈에 관한 한국 드라마의 뻔하디 뻔한 ‘클리셰(상투성)’를 조각조각 깨부수며 대중의 호기심과 환호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박인권씨의 동명(同名)만화.

      주인공 금나라(박신양)가 사채업자로 성공하는 과정을 기둥 줄거리로 삼고 있는 드라마는 극 초반 돈 만원이 없어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하고 생사의 기로에 서는 서민들의 처절한 일상을 ‘볼거리’로 내세웠다. 사채를 끌어다 쓰며 양말 공장을 하다 망해 신용카드로 손목을 그어 자살한 금나라의 아버지, 노숙자 신세가 돼 쓰레기통을 뒤지다 쥐약 묻은 빵을 먹고 죽다 살아난 금나라, 아버지의 빚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바람둥이 이혼남 부동산 재벌과 결혼을 결심하는 서주희…. 돈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는 주인공들 모습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 ▲ ▲‘쩐의 전쟁’또 다른 인기 주역… 사채에 시달리는 은행원 서주희 역의 박진희.
    • ‘정상적’인 드라마 속 주인공이란 무릇, 아버지가 물려주신 기업의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할지언정 빚에 쫓겨 끼니를 걱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설사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당당하게 “난 밥보다 사랑”이라 외치며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법.

      그런데 ‘쩐의 전쟁’은 냉엄한 현실을 잊게 하는 판타지의 길을 거부하고,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더 지독하게 턱밑에 들이대 역설적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역시 박신양이 주연을 맡아 시청률 50%를 넘어섰던 ‘파리의 연인’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셈. 김영섭 책임 프로듀서는 “IMF 사태 이후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돈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의 공감이 뜨거운 것 같다”고 했다. 돈과 돈벌이에 대한 교훈적 대사도 지나칠 수 없다. 주로 인간적인 사채업자 독고 철의 입에서 쏟아지는 돈에 관한 철학이 담긴 ‘명언’은 방송 직후, 인터넷을 떠돌며 대중들 사이에 다시 소비된다. 이향희 작가는 “돈에 대한 사람들의 묘한 이중적 심리를 파악해야 좋은 대본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드라마를 위해 10여명의 사채업자를 만났으며, 사채업체도 취재했다.

      하지만 금나라의 성공 스토리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 않았다면 드라마는 금세 힘을 잃고 지지부진하게 스러졌을 것이다. 여전히 구차하지만 ‘지옥’ 같은 현실을 딛고 일어나 달려가는 금나라의 카멜레온 같은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현실적인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드라마 속 사채업계 묘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사채의 무서운 측면을 현장감 있게 그려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드라마 속 ‘독고철’처럼 저리(低利)로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가 현실에도 있기는 하지만, 사채업자가 너무 미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미소와 광기 번갈아 풀어놓는 박신양 인터뷰 

      ‘쩐의 전쟁’에서 길바닥을 뒹굴며 사나운 기를 발산하는 박신양. 하지만 그도 새벽 1시가 되니,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요즘 촬영하는 기분 어떤가”라는 질문에 “한참 촬영을 하다 심각한 질문을 받으니 몸이 움츠러든다. 3일 밤낮을 1~2시간 새우잠으로 버티며 촬영하고 있다”고 답하는 음성이 낮게 깔린다. “피곤해서 목소리가 그런가?” 물었다. “아니다.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긴장해서 그렇다.” 어깨를 짓누르는 드라마의 무게 때문일까? 무척 예민하다.

      SBS 수목 드라마 ‘쩐의 전쟁’ 초반 돌풍은 브라운관을 헤집으며 무섭게 몰아치는 박신양의 힘이 절반. 돈에 한이 맺혀 사채업자의 길에 들어선 그는 순수한 미소와 악마적 광기를 번갈아 얼굴에 풀어놓으며 응축된 내면을 폭발시킨다.

      “돈이오? 하하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경제 관념이 희박해요.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돌진하는 것은 멋지지만, 돈만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추악하지 않습니까?”

      박신양은 ‘쩐의 전쟁’이 “적중한 기획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필요하며 공감이 가는 이야기잖아요. 생소한 소재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청자들이 감상하기에 모자라지 않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모험이 성공한 거죠.” 그는 “이런 파격적 소재가 아니었다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격적 소재가 불안해서 끌렸다”

      박신양은 극 초반부 지저분한 노숙자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검댕 투성이 얼굴에 쓰레기통 뒤지는 연기가 어렵지 않았냐?”고 묻자 “워낙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이라 어느 정도로 해야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지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매 신, 매 순간 제작진과 협의하며 카메라 각도, 연기의 강도 등을 결정했다”고 했다. “연기 자체는 재밌었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연기의 매력이잖아요.”

      박신양의 전작(前作) 드라마인 ‘파리의 연인’은 시청률 50%를 넘겼다. ‘쩐의 전쟁’ 또한 초반 기세로 보면 ‘파리의 연인’ 못지않다. “‘박신양 출연=대박 드라마’ 공식이 생길 것 같다”고 하자 쑥스러운 듯 웃으며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작품을 고르거든요. 나름 나쁘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는 거죠.”

      박신양 또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애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교 유학 시절. 그는 “당시 러시아에는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로 할 만한 일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돈으로 살다 보니 쪼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살면서 누구나 한번씩은 겪게 되는 경험 아닌가요?”


    • 제작진이 꼽은 ‘쩐의 전쟁’ 명대사…

      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

      ■남자는 상처를 남기지만 돈은 이자를 남긴다.(서주희, 2회)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독고철, 3회)

      ■대한민국은 돈이면 다 됩니다. 낙타가 아니라 코끼리, 항공모함도 바늘귀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요.(금나라, 4회)

      ■싸구려 사채업자는 서류에 연연해 하지만 유능한 사채업자는 오직 인간심사만 한다. 서류는 조작될 수 있어도 인간은 조작될 수 없거든.(독고철, 2회)

      ■법보다 주먹, 주먹보다 쩐이 앞서는 세상.(마동포,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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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각설탕>이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생각 중이었다. 평론가의 별점은 별 두 개 반이다. 그래도 말이 나온다니 개인적으로 말띤데 한번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봤다.

    또 개인적으로, 임수정이란 영화배우의 촉촉한 느낌 좋다. 몰입을 잘하는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별 두 개 반이 괜히 두 개 반이겠는가? 디테일이 부족하다. 디테일만 좋았다면 나름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다소의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어디선가 부분적으론 본 듯한  스토리 라인을 차용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임수정과 '청둥'이라고 하는 말을 위한 영화 같다. 조연들의 역할도 나름 좋아 보였 충분히 살리지를 못했다. 조연으로 나온 유오성 정도가 그나마 좋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 영화 울릴 때 재대로 울린다.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주제로한 영화는 대체로 실패하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천둥이 엄마가 천둥이를 낳는 씬은 어떻게 찍었을까? 엔딩에서 천둥이가 죽어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그리고 다른 경주마들과의 경주 씬에서 어떻게 막상막하의 말들의 완급을 조절해 나갔을까?

    유오성의 마지막 대사가 여운을 준다. "......말이나 기수나 어차피 뛰어야할 운명이라면 뛰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했던가?

    그게 가장 멋진 죽음이 아닐까? 아파서 여러 사람 애 먹이고, 결국 죽을 똥까지 싸고 죽는 거 보다 차라리 그렇게 자기 할 일 하다가 죽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은 거 아닌가? 그래서 이순신의 죽음이, 기형도의 죽음이,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수술을 받게된 천둥이가 수술을 거부하고 달리는 것을 선택하는 건 과장되긴 했지만 스토리가 주는 아우라를 위해서 그런 설정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유모라는 평론가는 다 죽어가는 말에게 달리도록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한마디 남긴다. 뭐 그렇게 보자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것은 이미 김시은(임수정)이 충분히 그 역할을 감당해 준 것 같아 별 불만은 없다.

    앞서도 밝혔지만 그렇게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주제로 한 영화가 실패는 하지 않는다고 보는 건 내가 개를 키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집 강적 다롱이 때문에 나의 자유가 속박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엄마한테 정선 사는 언니한테 보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 하신다. 언니네도 힘들다고. (언니네도 개 한마리 키우고 있다.) 이 영화 보고나니 괜히 다롱이한테 그런 마음을 품었던 내가 미안해졌다.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영화를 보며 훌쩍거리니까 다롱이가 무슨 일인가 하여 내 앞에서 킁킁거리고 난리다. 이그, 강적 다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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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요정 2007-05-14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이 영화 보면서 엉엉 울었답니다. 안볼걸..하는 후회 하면서요.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아마 더 가슴 아프지 않았을까요... 엉엉..

    stella.K 2007-05-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이어요. 꼬마요정님! 잘 지내죠? 맞아요. 엉엉~

    마노아 2007-05-1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띠예요. 각설탙은 보지 못했지만, 슬플 것 같아요.

    stella.K 2007-05-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요?
    좀 우울해서 울고 싶은데 울 일 없을 대 딱입니다. 흐흐

    마노아 2007-05-1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설탈이래요. 각설탈.ㅋㅋㅋ ^^;;;

    2007-05-21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05-2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벌써 읽었슴서...^^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만나서  영화를 봤다. 저녁에 듣는 강의가 있어 시간을 맘대로 조절할 수 없으니 그 시간대에 만만하게 볼만한 영화가 <천년학> 뿐이 없었던지라, 그것으로 결정하는데는 별로 망설임은 없었다. 딱히 임권택 감독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닌지라 그의 100번째 영화를 선택했다고 후회될 것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땐 꼭 굳이 팝콘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데, 왜 극장 같은데 오면 팝콘과 콜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거나 셋이 먹기에도 버거운 한 상자의 팝콘과 콜라를  샀다. 그런데 팝콘 파는 청년이 재밌다. 간, 쓸개 다 빼놓은 사람처럼 약간은 원맨쇼적인 태도로 손님을 대한다. "오~ 안녕하세요? 무슨 영화를 보시나요? 300?" "아뇨. 천년학요." "오, 천년학! 임권택 감독. 쥑이죠. 세분의 아가씨들 너무 아름다우세요." 우린 순간 뻘쭘해졌다. '그러면 우리가 좋아할 줄 알았지? 네 눈엔 우리가 아가씨로 보이냐?' 하기야 아줌마라고 부를 순 없겠지. 아가씨라고 하기엔 뭐하고 그렇다고 아줌마라고 부르기도 뭐한 이 중간에 낀 세대를 뭐라고 부르면 좋단 말인가? 그래도 이 청년, 그 뻘쭘한 순간들을 잘도 넘긴다. "제가 실수했나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것 까지야 없고.  좀 어색하기야 하다만 그래도 손님을 최선을 다해 섬기려고 하는 자세를 우리가 몰라 볼 수야 없잖니.' 기왕이면 기를 더 좀 세게 넣어 봤으면 좋겠다. 누가 아는가? 방송국에 갈 일 생길지...

    영화는 서편제를 봤다면 그다지 새롭진 않아 보였다. 서편제의 새로운 버전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임권택은 역시 능수능란하다. 조금은 지루할 것이라고 했던 말도 있었는데, 그다지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한국적인 것에 천착하는 그의 정신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여기서 빛났던 건 임권택이란 감독보단 정일성이란 촬영감독의 빼어난 영상이 더 빛을 바랬던 건 아닐까?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조우는 단연 환상의 팀플레이를 자랑한다.

    선학동이란 지명이 과연 지도상에도 존재할까? 학이 날개를 피는 모양을 한 작은 섬(?)이 있다하여 선학동이란다. 기회만 닿으면 거길 찾아가 보고도 싶다.

    소리꾼 양아버지를 둔 동호(조재현)과 그의 누나 송화(오정해). 이들 남매도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만나 누나가 되고, 동생이 되었다. 동호가 자라면서 양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송화 누나에게 연정을 품으나 누나라는 명분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부자라고 하는 한약을 먹은 탓에 송화의 눈이 멀게되고 그것이 양아버지가 송화가 여자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원히 당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한 속셈이라고 말하다, 아버지의 친구인 붓글씨 써 주는 노인에게 뺨따귀를 후려 맞는다. 어찌보면 외디푸스 컴플렉스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나는 속으로, '그래. 넌 맞아도 싸고, 할아버지는 잘 후려쳤소!' 잠깐이긴 하지만 시원하다.

    영화에 대해서는 전반을 다 다룰 수는 없고, 내가 속으로 그렇게 쾌재를 올렸던 건 이 영화에만 국한해서는 아니었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했던 건, 그 놈의 소위 말하는 '야한 장면' 내지는 '살과 살이 맞다가 으깨지는 장면'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것을 가감없이 들어냈던 게 임권택의 영화라고 볼 수가 있는데 그 관음증을 이 영화에서는 가차없이 들어냈다. 물론 영화배우 오승은이 동화를 유혹하는 여자로 나와 조재현이를 눕히기는 하다만 영화는 그 장면에서 여지없이 "컷"을 했다.

    지금까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데 있어서 카메라는 인간의 관음증을 증폭시켜왔다. 영화가 아닌 일상에서 남녀가 같은 공간안에 있다고 다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텐데, 카메라는 항상 인간의 구석을 훑다보니 인간의 의식을 바꿔 놓은 듯 싶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아니 에로스적인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 다인 것처럼 몰아갔다. 그러다 보니 플라토닉한 사랑도 사랑이냐라는 반문까지 나올 지경이다. 

    에로스적인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겠는가? 인간이 에로스에 탐닉해서 오르가즘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일 것 같은가? 그런 것에 비하면 오래도록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쌓아 온 사랑도 사랑인지라 그것의 시간은 에로스적 사랑 보다 훨씬 깊고도 오래 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만, 동화와 송화 의붓남매의 사랑은 참으로 질기고도 오래간다. 나중엔 동호가 다 버려진 폐가를 사 눈먼 누나를 위해 새집을 꼼꼼하게 짓지 않는가?  어찌보면 집착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사랑 같도 하다. 어쩌면 그 사람에 대한 집착이 사랑을 낳기도 하는 것이니, 집착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 아닐런지?

    한국적인 것에 있어서 '한'이란 정서를 빼놓으면 안 되겠는데 이 한은 또 허무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허무주의에서만 끝나지 않고 영원까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앤딩장면에서 두마리의 학이 서로 장난하며 날아다니는 장면은 역시 그것까지 표현해주기엔 다소 버거워 보인다. 그래도 그만하면 훌륭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배우면에 있어서는 조재현 외엔 딱히 눈에 들어 올만한 배우는 없어 보이는 듯하다. 조연들은 연극판에서 날리는 사람들을 기용한 것 같긴한데 그들이 영화에서 그다지 비중있는 역을 맡은 것이 아니라 나보이지는 않는다. 오정해야 얼굴이 갸름하고 창을 잘해서 도드라져 보일뿐이지 연기를 잘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이들어 가면서 볼살이 붙어 서편제에서 나왔을 때 보단 좋아 보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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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노아 2007-04-1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적인 글이었어요. 덕분에 영화 천년학도 궁금해집니다. 그곳에 저도 함께 가보고 싶네요. ^^

    stella.K 2007-04-1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마워요! 제 글은 누가 안 읽어주는 줄 알았는데, 마노아님이...! 흐흑~ 기회되면 같이 가요.^^

    비로그인 2007-04-1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치라고 합니다.. stella님 리뷰가 제가 신문서 읽은 영화평보다 더 멋진걸요?

    stella.K 2007-04-2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만치님! 반가워요. 그리고 고맙슴다!^^

    비로그인 2007-04-2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못봐서 거기다 서편제도 못봐서 댓글을 못단 거예요...
    아무도 안 본다니요 스텔라님... -.-...

    stella.K 2007-04-2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