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낮이고, 갑자기 다시 일요일이 되었고, 그것은 뜻밖의 분출이었다. 일요일은 메아리들의 날이다 ㅡ더위, 건조함, 사방에서 들려오는 꿀벌들과 말벌들의 웅웅거림, 새들의 울음소리, 일정한 속도로 내리치는 망치질 사이의 간격 ㅡ일요일의 메아리들은 어디서 오는가? 나, 일요일의 공허를 혐오하는 나로부터. 나,가장 원초적인 것을 원하는 나로부터. 왜냐하면 가장 원초적인 것이 그 시대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나, 샘의 원천에서 물을 마시기를 갈망하는 자ㅡ 이 모든 자인 나는 오직 내 메아리들만을 알고 맛볼 수 있다는 비극적인 숙명과 마주해야 한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포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망연함과 떨림, 경이감을 안겨 주는 기대에 찬 채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어딘가에서는 죄 없는 다람쥐가 도망치고 있다. -아구아 비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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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요즘 친구들을 글감으로...) 오랜 경력단절 끝에 다시 직장에 다니다가 문제가 생겨 아쉽게도 몇 달 만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대충 입고 다니다가 일 다니는 동안은 잘 차려입으니 동네 소문이 다 났었는데 일을 그만두게 되니 만나는 사람마다 "이 시간에 웬일이냐. 일은 안 간 거냐?"묻더란다. 물론 상대방은 선의로, 인사치레로 물었겠지만 이쪽에선 매번 웃으면서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치곤 했는데 안 그래도 즐겁게 다니던 일을 그만두게 되어 속상한데 보는 사람마다 물어보니 더 마음이 안 좋았다고. 억지로 웃고 대답해야 하는게,,, 그 기분을 뭐라 설명하긴 힘든데 불편했다고. 나는 '정희진의 공부'6월호였나 희진 언니가 무례한 질문이나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 등에 엉뚱한 답을 해보라는 조언이 생각났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요?"라고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며 '정희진의 공부'에서 들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떠올린 거니까 꼭 이렇게 말할 필요는 없고 너가 너의 목소리로 적합한 말을 떠올려보라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란 식으로 말하며 일단 웃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자신 없어했다. 그래서 우린 시험 삼아 전화로 연습도 했다. 그랬는데 오늘 친구가 전화로 하는 말이 실제로 그렇게 해봤다는 거다. 무려 두 번씩이나.ㅋㅋㅋㅋㅋㅋㅋ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되물으니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더라는. 보통 "네 사정이 생겨 그만뒀어요 헤헤"하고 친절하게 대답하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정말 궁금해서든 역시 인사치레든 왜냐고 또 묻고 질문은 계속 더 길어졌었다고. 



그랬는데 오늘 '성의 변증법'을 읽는데 이런 대목이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친절한 말의 진정한 본질은 종종 아이나 여성이 웃어야 마땅한데 웃지 않을 때 드러난다. p.131



그리고 이어서 이런 글이 나왔다. 


웃는다는 것은 아동과 여성에게는 발을 질질 끌며 걷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또한 희생자가 그의 억압을 묵인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내 경우 모든 10대 소녀에게 있어서의 상습적인 신경경련과 같은 가짜 웃음에서 벗어나도록 나를 훈련시켜야 했다. 훈련은 실제로 진짜 웃을 일에만 드물게 웃고, 따라서 웃을 일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성해방운동을 위해 내가 '꿈꾸는'행동은 미소 거부이다. 그것을 선언하면 모든 여성들은 곧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한' 미소를 버릴 것이고 그 후론 오직 무언가 그들을 즐겁게 할 때만 웃을 것이다. p. 132


내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도 나랑 내 친구와 같은 고민을 했었다니!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선언을 함. 그리고 책으로 남겼어. 험한 세상에 등불을 밝히듯이! 여기까지 읽고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남자들은 대부분 이런 고민 따위 해 본적 없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이런 감정노동이 여성, 아이들에게 부과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지하든 못하든) 캣콜링 같은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미소와 침묵을 강요받고 불편함을 겪는다. 이런 불편함은 결코 당연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권력'관계에 의해 이런 태도를 수용하도록 , 자연스러워지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어제 해외뉴스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 10초 이상 만져야 성추행 " 황당 판결에 분노한 이탈리아 <<링크


https://www.mbn.co.kr/news/world/4946100


로마의 한 학교에서 60대 학교 관리인이 여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졌는데 법원에서 10초 정도 그런 짓을 했을 뿐이라고 하며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분노한 시민들이 자기 몸을 만지는 이 '10초 퍼포먼스'를 sns에 올리는 등 온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근데 또 내 생각엔 여성들이 이런 영상 올리는 거 그 60대 관리인과 해당 판사는 즐길 것 같다. 남자들만 영상을 올려주었으면ㅋㅋㅋㅋ 그래서 난 남자 사진만 올림 )암튼 이것도 역시 미소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마땅히 받아들이길 바라는 의식의 산물이다. 






앞쪽은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많아서 페이퍼를 남기지 못했는데 4장 '아동기를 없애자' 부터 너무 재밌다. 





 

  





남성의 자율성은 인간이 조건이지만, 여성의 자율성은 불가능하거나 이기성으로 간주된다. 이성애 제도와 가족제도가 결합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의 평생토록 치열하고 소진되는 협상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고, 이것이 인간의 인생이다. 민족주의부터 마르크스주의까지 다양한 남성 연대는 이를 주조하는 틀이다. -수치. 조애나 버트



  

  

   




"차 험하게 모시네요." 나는 항의했다. "좀 조심하든가 아니면 아예 몰지 마세요."

"조심하고 있어요." 

"당신이? 아닌데요."

"나 말고요. 다른 사람들."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다른 사람들이 비킬 거라는 거죠." 그녀가 우겼다. " 사고가 나려면 최소한 둘이 있어야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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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16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바지 벗기고 엉덩이요? 늙은 남자가 미성년자를? 와 진짜 제가 눈앞에서 두드려 패고 싶네요. 아 증말 ㅠㅠ
저도 파이어스톤 열심히 읽고 따라갈게요. 수치 도 준비해 두었는데 미미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저 스무살 때 성추행 당하고도 웃었던 생각이 나 괴롭습니다. 전 아직도 그 일로 절 자책해요.

미미 2023-07-16 10:06   좋아요 0 | URL
이탈리아 사법부 수준이 참...ㅠㅠ 10초가 생각보다 길다는 걸 SNS시위가 보여주고 있다네요.
수치는 정희진 쌤 해제만 읽어봤어요. 좋은 책들이 쏟아지는 것 같아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요즘입니다. 다락방님 저는 초등학교 때 눈앞에서 일어난 폭력에 아무것도 못하고 얼어버렸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죄책감과 함께 남아있습니다. 자책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저도 그러려고 애씁니다.

페넬로페 2023-07-16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죠.
시간이 많은가봐요 ㅎㅎ

10초!
도대체 그렇게 생각한 판사, 정말 기가 찹니다 ㅠㅠ

미미 2023-07-16 20:35   좋아요 1 | URL
이 친구가 발이 넓은 탓도 있긴한데
모른척해주는 미덕도 필요하다고 느꼈어요ㅎㅎ

한번씩 우리나라가 범죄자에 관대하다지만
저런 판결...한국에선 앞으로도 없겠죠? ^^

책읽는나무 2023-07-16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초!!!
판사가 거꾸로 당해본다면 10초 이상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군요?
자 10초 지났다. 신고해야지!!!!
그럴려나요??

미미 2023-07-16 20:4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처음 지상파 뉴스에서 보고 믿기지 않아
뉴스 기사를 다시 찾아봤어요.
이탈리아에 이런 보수적인 정서가 있었나? 싶고.
시민들이 침묵하지 않고 저렇게 대응하는 건 다행인데
피해자는 얼마나 황당할지... 이건 판사가 2차가해 하는 거죠.


독서괭 2023-07-20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초 그 건 대박이죠.. 황당무계. 이탈리아도 참 어디로 가는건지..
미미님 친구분 힘드셨을텐데, 좋은 방법을 찾아내셨네요! 웃지 않는 건 어려우니 ㅋㅋ ˝정말 궁금해요?˝라고 묻는 건 생각 못했는데, 괜찮네요. 예전에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그 글도 떠오릅니다. 직장이란 무엇인가? 출근이란 무엇인가?^^

미미 2023-07-20 19:20   좋아요 1 | URL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캣 콜링이 가장 심한 나라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저런 상황에서 웃지 않는 거 정말 어렵죠. 형식적인 것들, 겉치레,...이런 것들이 의외로 많네요.

저 그 대목 읽었어요! 제목은 무겁지만 내용은 의외로 재밌던걸요.^^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다양한 시선이 경합하지 않고 하나의 시선이 지배할 때 우리의 인식은 축소되어 편협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6



어떤 친구에게 여성학을 공부하라고 거의 3년을 독려했다. 개인적으로 여성학을 공부하며 막막하던 세상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를 묻듯 권하지는 않았다. 각자가 짊어진 무게가 있고 자기만의 방식이 있으니까.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나부터도 질색이다. 그래도 이 친구는 '해결책'을 갈구하는 듯 보였고 그가 쏟아내는 많은 고민이 다 젠더와 얽혀 있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공부해 보라고 했다. 내가 어리석었다.  처음에는 조금 하는 시늉을 하더니ㅡ'다 내 이야기다. 내 삶이 여성학이다.'하다가 ㅡ 놔버렸다. 또 문제가 터졌다. 한 시간을 때로 두 세 시간을 귀기울였다. 역시 또 젠더 문제였다. 공부하라고 했다. 본인도 그래야 되겠다고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결국 하지 않았다. 다시 그의 상황은 나아졌다. 할 이유가 아예 없어졌다. 그렇게 반복...반복...와 내가 이걸 3년 가까이 하니 이제 좀 지친다.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면 내가 인내심이 대단하구나 하고 느낀다. 또 어떤 면에서 미련하기도 하고. (사실 혼자서 더 쎈 말들을 내게 던진다) 오늘에서야 내가 왜 그랬을까 이해했다. 나는 젠더를 떠나서는 이 세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뼈져리게 느낀거였다. 그러니 기승전 여성학이었던거지...여성학을 공부하려면 남성 역사도 공부하게 된다. 문제를 알아야 하니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기 경험 안에서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선이 경합하는 현실을 보지 못한다. 사회문제도 남의 일인것만 같고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는 것 같아진다. 기존 질서에 따라가면서도 알지 못한다. 




그냥 그 시간에 내 공부 할껄. 책 한권이라도 더 볼껄. 이제는 그런 후회가 있다. 편협함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벗어나면 벗어날 수록 내가 편협하구나 느끼는 게 앎이고 자기확장이다. 그건 때로 쾌락 비슷한 기분을 주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구를 위해 대신 공부해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성장하길 원하는 동시에 성장하지 않길 원하고, 성적 쾌락을 갈구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며, 우리 자신의 공격성 ㅡ 분노, 잔혹성, 타인을 모욕하려는 욕구 ㅡ을 혐오스러워하면서도 그 원천이 되는 울분은 좀처럼 해소하려 들지 않는다. 고통 그 자체는 아픔의 원천인 동시에 안도감의 원천이다. 프로이트가 환자들을 대하며 가장 치유하기 어렵다고 여긴 것도 치유되길 거부하는 마음이었다. ㅡ비비언 고닉



이제 이 미친 짓을 그만하기로 한다. 우정은 그냥 우정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 세시간 들어주지도 말자. 생각해보니 그에게도 좋을 게 없다. 되려 의도치 않게 배설 같은 피신처를 만들어 준 꼴이다. 그러고 보면 공부도 행동이다. 공부의 다소 정적인 모양새 때문에 그 에너지가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그 결과만 중시 한다. 공부도 칼로리가 소모된다. 이 행동은 또 다른 행동을 부른다. 최소한 지속하게 하는 힘을 준다. 



나는 아래 성폭력에 젠더를 넣어도 맥락이 이어진다고 본다. 


성폭력을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회 문제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모른다. 성폭력 연구는 기존의 학문 체계, 인문,사회, 자연과학의 모든 전제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인류의 지식을 다시 쓰는 분야다. 가장 중요하게는 연구 방법이 그러하고, 두 번째는 모든 개념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12




  




'상관이 접대 강요' 여경 실명 공개 "회유와 보복 당했습니다." <ㅡ


저 경관을 '여성'으로만 보는 이 파출 소장은 절대 젠더를 읽지 못할 거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러니 보복을 하려고 한 거겠지. 자기 입장에서는 황당 할테니. 





비는 요란하게 내리고 내 미친 짓은 오늘로 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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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어떻게 질문할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다양한 시선이 경합하지 않고 하나의 시선이 지배할 때 우리의 인식은 축소되어 편협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 P6

이 작품들에서 여성이 규정된 방식을 보자. 여성들은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질환자 등으로 나타난다. 여성은 남성의 정신세계를이해하지 못하는 육체적 존재이며,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단순한동물, 남성의 ‘위대한 일‘을 방해하는 악마다. 간혹 좋은 평가를받는 여성 인물이 있다면 돌봄과 재생산 노동을 헌신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침묵하는 경우다. - P8

끝내 개츠비를 죽게 만든 데이지는 ‘쌍년‘이지만, 17 년간 함께 한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성을 죽게 했으며,
또 다른 여성의 헌신에 기대 살았던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천재다. 《안녕 내 사랑>에서 벨마의 신분 세탁은 위협, 경멸받지만 개츠비의 신분 상승 욕구는 위대한 삶으로 승화된다.  - P9

권력을 분석하지 않고 자유를 말하는 것, 타자를 주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예술적 사기다. 자유와 아름다움이 타자를모욕하며 형성되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구속이며 추함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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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진실이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어서 진실인 것이다.
- P7

제노사이드는 본디 성별화되어 남성은 죽이고 여성은 강간한다. 여성을강간, 강제 임신시킴으로써 여성과 아이 모두를 국가의 확장으로 여긴다. 남성 문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자랑스럽고 - P11

성폭력을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회 문제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모른다. 성폭력 연구는기존의 학문 체계, 인문, 사회, 자연과학의 모든 전제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인류의 지식을 다시 쓰는 분야다. 가장 중요하게는 연구 방법이 그러하고, 두 번째는 모든 개념에 도전할 수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 P12

근대 정치학의 두 축인, 한국의 분과 학문에서 가르치는일반적인 ‘경제학‘이든 정치 경제학이든 그 전제에는 젠더가제외되어 있다. 여성의 몸이 자원화되는 성 산업은 그들의 연구 분야가 아니다. 경제활동에서도 성 역할과 여성의 감정 노동(혹은 여성화된 노동으로서 감정 노동)은 노동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지않는 마음 heart‘ 으로 움직인다. 여성 노동의 성애화, 섹슈얼리티상품화 없이 인간의 노동은 설명할 수 없다.  - P12

이 책은 바로 성폭력은 젠더에 기반하지만, 젠더는 독자적으로 독립할 수 없음을 논쟁한다. 젠더 환원주의는 현실이아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다른 사회적 모순들(인종·계급·종교·지역나이 등)도 젠더 없이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때문에 한사회에서 젠더의 인식론적 지위는 매우 중요하다. 성폭력이남성 문화의 바람대로 정교하게 의미화되어야 ‘억울한 가해자‘도 발생하지 않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피해자의 지위와 무관하게 성폭력 개념이 엄밀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젠더를 모르는 상황에서 성폭력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폭력과 관련한 제반 상황(피해자 보호, 예방, 처벌, 지식 생산 등)이 어렵다는의미다. - P14

우리에게 익숙한 지식들은 대부분 자유주의 기능주의 실증주의에 입각한 연구 결과들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문서가없는 이들의 역사, 말할 수 없는 경험, 드러나지 않는 사건을연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문제는 인간사의 대부분이 비가시화된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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