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여기저기 메모해 두었다가 다 흩어져 버렸다. 내가 쓰고 싶고 관심 갖는 주제들은 조금 어두워서 안 그래도 각자의 삶의 무게에 짐을 얹어 주는 것은 아닐까 주저하게 된다. 내가 쓰는 것들은 '나'이면서 오롯이 '내'가 아니기도 한데 몇 줄로 오해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슬프게도 안 쓸 이유는 이렇게 차고 넘친다. 그런 와중에 끙끙대며 써내는 것으로-극히 일부 중의 또 일부임에도- 나에 대한 판단이 끝난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조금 웃기단 생각도 한다. 그렇지 않은 이웃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또 낸다. 아직은 배짱이 부족한 것 같다. 자기표현이란 배짱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 최선의 자아를 긍정하기는커녕 그것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정이라는 결속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의 감정적 무능-공포,분노,치욕-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함께 있을 때 자신의 가장 깊숙한 부끄러움까지 터놓고 직시하는 일만큼 우리를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콜리지와 워즈워스가 두려워했던 그런 식의 자기폭로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원하는건 상대에게 알려졌다는 느낌이다, 결점까지도 전부. 그러니까 결점은 많을수록 좋다. 내가 털어놓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생각, 그것은 우리 문화의 대단한 착각이다.

p.28 . 짝 없는 여자와 도시.비비언 고닉



비비언 고닉의 이런 문장들 때문에 그의 책을 팔아 치울 수가 없다. 내 고민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훅 치고 들어오는 말들 .토닥거림,쓰디쓰고 냉정한 조언. 노련한 의사를 만나 처방 받는 느낌이다. 







박하경 여행기 2화는 면담을 청해온 학생의 당돌함으로 시작된다. 대학 안 가고 음악 하고 싶다고. 학생의 표정은 쌤이 어찌 나오나 한 번 떠보는 것도 같다. 거기에 대고 박하경쌤은 걱정스러워하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해줄 만한 조언을 한다. 대학 가서 해도 되지 않냐,음악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 그러자 학생은 "저 성공 안할거예요" 그러니 쌤은 "부모님이 언제까지 널 먹여살려야 되냐"라며 현실적인 조언으로 맞받아친다. 실망했다는 제자. 결국 답답한 마음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박하경. 이번에는 군산이다. 미술을 한다는 한 제자가 전시회를 열어 찾아가 본다. 한쪽에선 타로점도 봐주고 카페도 하는 그런 곳이다. 저녁이 되어 동네 사람들이 제법 모이고 제자는 춤으로 퍼포먼스를 한다. '라파 라구라구'를 주문처럼 외치며...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영 시원찮다. 부모님 따라 찾아온 어린 꼬마도 찬물을 퍼붓듯 냉정하게 한 마디 던져 분위기는 더 썰렁해진다. 제자는 쌤을 향해 간절한 눈빛으로 다시 외친다. "라파 라구라구!" 박하경 쌤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 제자가 쌤에게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우리 사회가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우리 딸은 꽃송이도 하나 못 받고 죽었다."



교권이 무너졌다고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땐 선생님들에게 맞는 아이들이 있었고 나도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선생님을 때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선생님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신을 때리는 아이를 붙잡거나 밀어냈을 때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 봐 스스로 머리만 감싸고 계속 맞는 경우도 있다 한다. 믿기지 않는 사례들이 연일 폭로된다. 일터에서 목숨을 끊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 그렇게 해서 그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고 싶은 거다. 관련 뉴스들을 찾아보는데 기자 회견장에서 한 아버지가 울먹이며 외쳤다. "우리 딸도 조사해 주세요." 사립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의 통곡은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학교 주변을 조화로 가득 채우고 전국의 교사들이 모여 교권의 추락을 온 나라에 명시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꽃 한 송이도 받지 못한다. 어떤 직업은 희생이 당연시된다. 왜 당연한지는 알 수 없다. 소중한 아이들을 맡기면서 왜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주말에도 전화하는지 모르겠다. 수십 통의 전화를 걸때 어떤 말을 전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기가 너무 무섭다. 




'박하경 여행기'의 교무실 상담 장면을 보고 중학교 때 딱 저 모습으로 담임과 이야기 나누던 일이 떠올랐다. 독후감을 써냈었는데 담임은 굳이 원고지에 다시 써오라고 해서 난 너무 귀찮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 글을 썼는지도 이젠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는데 아직 선명한 건 담임이 나에게 계속 써보라며 내 글이 좋다고 한 장면이다. 내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보시다시피 그럴리가 없잖아요?- 뭘 할지 방향을 못 잡는 나에게 이런 길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와 다정한 관심은 나도 나름 괜찮은 아이구나 하며 으쓱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학원에서 일을 하게 됐을 때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 선생님~이라고 원장님이 나를 불러주었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도를 아십니까 신도가 길 가던 내 앞을 막고 서서 잠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직업이 혹시 선생님이냐고 불어볼 때 얼마나 기쁘던지.-애써 표정관리하고 도망쳤지만-그런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나도 그중 한 명이다) 해피엔드를 싫어한다. 우리는 속았다고 느낀다. 가해가 규범인데. 파탄의 길이 가로막히면 안 되는데. 산사태 때 산이 움츠린 마을을 불과 2,3피트 남겨놓고 무너지기를 그만둔다면, 산의 행동은 비정상일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다. 

p.33 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그럼에도 요즘은 해피엔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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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식동물 2023-08-02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닌 사셨군요!!! 저도 곧 들어가겠습니다. 방금 두 장 읽고 너무 두근거려서 덮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예쁜 거 아닌지요ㅠㅠ

미미 2023-08-02 22:17   좋아요 1 | URL
고라니님께 땡투하고 샀어요ㅋ 실상은 좀 지저분한데 자꾸 치우고 신경써서 찍게되네요.(가식 못버림ㅋ) ^^;;

책식동물 2023-08-02 22:19   좋아요 2 | URL
어쩐지 뭔가 알 수 없는 마일리지가 들어와있더군여...감사합니다...^^ 덕분에 절판된 중고책 구매햇내요...^^ ㅋㅋㅋㅋㅋㅋ 전 책사진 그럴듯하게 찍고 싶어서 벽에 붙여둔 명화 포스터에서 찍어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핫 사람사는거다똑갓아~

미미 2023-08-02 2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언젠가 (소망) 가식없이 찍어 올려볼거예요!

잠자냥 2023-08-02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웅 다들 프닌 샀어….. 왜 나에겐 예약이라더니!!!

미미 2023-08-02 22:31   좋아요 2 | URL
은근 예뻐서 받자마자 비닐커버 씌웠어요ㅋㅋㅋㅋ(유혹)

건수하 2023-08-03 10:13   좋아요 1 | URL
아직도 예약이던데요….

잠자냥 2023-08-03 10:23   좋아요 2 | URL
우웅 저에게도 8월 4일 출고예상으로 나옴. 쳇

미미 2023-08-03 12:02   좋아요 1 | URL
저도 예약 구매해서 3일 만에? 받았어요.
프루스트 글처럼 자꾸 샛길로 빠져서 조금 어려워요ㅋㅋㅋ

망고 2023-08-02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요즘 선생님들 상황 보면 저 학교 다닐때랑 너무 달라서 어리둥절해요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미미 2023-08-02 22:40   좋아요 2 | URL
정부는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인 듯 말하며 또 전 정부 탓을 하고 있지만 ‘아동학대법‘등 훈육에 대한 인식에서 구멍이 나지 않았나 싶어요. 교실 뒤나 밖으로 나가 서있으라는 것도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며 고소를 남발한다니..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라는 건지 선생님들 너무 난감할 것 같습니다.

호시우행 2023-08-02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권 침해는 내 자식만 챙기는 그 나쁜 자식을 만든 부모들의 책임 아닐까요? 내가 제일 듣기 싫은 소리는 ˝나도 안 때리는 애를 당신이 무슨 권리로 때려?˝ㅠㅠ 그런 자식을 부모가 만드는 겁니다. 자식이 잘못하면 매를 들 수 있는 부모가 돼야 합니다.

미미 2023-08-02 23:06   좋아요 0 | URL
일부 부모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 학교 측에서 나서서 중재를 해야하는데 알아보니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꽤 많더군요. 그런 태도가 일을 키웠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물불 안가리는 변호사들도 문제고요.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시급해 보입니다. 학교에서 훈육은 할 수 있어야죠.

2023-08-02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2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3-08-03 0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써주세요!!!!^^

미미 2023-08-03 07:22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이 더더 많이 써주세요!!!! >.<

거리의화가 2023-08-03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학교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쯤으로 여겨지고 교과 과정이 시험과 수능, 경쟁으로 나 잘났네 너 잘났네로 가는 이상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 같습니다.! 미미님의 에피소드처럼 선생님이란 존재는 일타 강사처럼 책의 내용을 읊고 가르치는 사람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미님 글을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미미 2023-08-03 11:50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그저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측면도 원인인 것 같습니다. 폭력적인 일부 선생님도 있었지만 학교 선생님이라는 의미가 부모님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마음의 울타리로 느껴졌었거든요. 그러니 친근하게 쌤들에게 별명도 붙이고 따랐던 건데...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 심정이 어떨지..슬프네요.

저도 화가님 글을 보면 늘 반갑습니다*^^*

페넬로페 2023-08-03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과 같은 생각에 책을 읽고 난 후의 독후감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숨겨져서요.
그런데 요즘은 독서도 나와 연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독서를 위한 독서 보다는요.
서재의 글을 읽다 보면 다들 책 얘기 하는데도 자신의 성격들이 나와요 ㅎㅎ
어딘들 내가 들어 있지 않는데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나 대로 살고 글도 그렇게 팍팍 쓰자구요.
남들이 뭐라든요~~
라파 라구라구!, 미미님♡♡♡

미미 2023-08-03 11:58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랬어요. 그러다가도 자꾸 꺼내고 싶은 욕구가 쓰는 도중에 튀어나오네요.ㅎㅎ
같은 소설 읽고도 성격대로 느낌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거 신기해요!
그런데도 비소설 보다는 소설이 개성있게 독후감 쓰기에 힘들다는 생각도 합니다.
책 읽고 좋아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이미 저랑 비슷한 생각을 쓴 사람들이 수두룩ㅎㅎ
쓰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어버리니까 그래도 묵묵히 써 나가야겠죠?
늘 든든한 멘토 페넬로페님, 라파 라구라구!!♡♡♡

독서괭 2023-08-04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휴 정말 마음 아파요. 학교가 너무 극에서 극으로 변한 것 같아요. 마구 체벌하던 폭력선생들 없어진 건 좋은데.. 세상이 너무, 권위를 다 부정하는 것 같아요. 합리적인 권위는 어느 정도 필요한데 말입니다. 이게 다 윗세대들이 권위가 아니라 권력을 마구 남용한 반작용이 아닐지..
미미님 많이 써주세요!!^^

미미 2023-08-04 16:4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어쩌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된건지 사례들이 황당하더군요.
극한직업이 되어버린 듯해요. 괭님도 많이많이 써주세요^^*

새파랑 2023-08-0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엔딩을 싫어하는데 ㅋ 나보코프의 문장 좋네요 ~!!

저도 사실 소설에서나 새드엔딩을 좋아하지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을 꿈꿉니다 ㅋ

미미 2023-08-04 22:28   좋아요 1 | URL

나보코프의 이 소설! 난해함이 프루스트를 떠올리는데요. 방식은 또 전혀 달라요. ^^

좋은 문장들이 한번씩 쉬게해주네요ㅋㅋㅋ

그레이스 2023-08-05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고민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훅 치고 들어오는 말들 .토닥거림,쓰디쓰고 냉정한 조언. 노련한 의사를 만나 처방 받는 느낌˝

넘 좋아요.

저도 교육감 기자회견때 뒤에서 외치시던 그분때문에 울었어요. ㅠ

학교의 눈물입니다 ㅠ

미미 2023-08-05 16:32   좋아요 1 | URL
비비언 고닉의 문장들
치유의 힘이 있어요^^

저도 그 장면 보면서 울었어요ㅠㅠ
덩달아 눈물나게 하는 울음이었어요.

알려지지않은 죽음들이 더 많던데 이번 일로
학교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완전무결한 대머리, 그을린 피부, 깨끗이 면도한 얼굴―그 커다란 갈색 돔, 거기에 뿔테 안경 (어린아이 같은 눈썹의 숱 없음을 가려주는), 원숭이 같은 윗입술, 굵은 목선, 좀 꽉 끼는 트위드 상의 속의 장사 상체 그 시작은 제법 창대했지만, 그 끝은 홀쭉한 다리 (지금은 플란넬 바지를 입고 서로교차), 그리고 여자 발처럼 약해 보이는 발이었으니 다소미약했다. - P7

이제 비밀을 밝혀야 할 때가 왔다. 프닌 교수가 기차를잘못 탔다는 사실. 그는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고, 이미 객실을 향해 한 칸 한 칸 다가오고 있는 차장 역닌의시 모르고 있었다.  - P9

학생들이 그를 좋아했던것은 실력 있는 교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안경을 벗어 들고현재의 렌즈를 문지르는 동안 과거를 향해 환한 웃음을 보내면서 잊을 수 없는 여담들을 들려주는 교사였기 때문이다.  - P12

그의 큰어깨가 부들부들 들썩이는 동안, 그의 손이 그의 입을 향해날아가곤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의 춤추는 손에그렇게 가로막히면서 학생들의 몰이해는 두 배로 늘어났지만, 웃음참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그의 모습은 불가항력적인 전염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가 웃음을 터뜨릴 때쯤에는학생들도 배를 잡고 웃어대곤 했다.  - P14

오히려 그는 지나치게 경계하는 편, 악마적인 함정들에 대한 경계가 지나치게 집요한 편, 일탈적인 주변 환경들(예측 불허의 미국)의 꾐에 빠져 엉뚱한 불찰을 저지르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에 지나치게 시달리는 편이었다. 딴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세상이었고, 프닌에게는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의 삶은 무신경한 오브제들―그의 생활 반경 안에진입하자마자 망가지거나 그를 공격하거나 작동하기를 거부하거나 악질적으로 미아가 되는―과의 끝없는 전쟁이었다.  - P15

생명의 주요 특징중 하나가 절연성이라는 것을 누가 전에 이미 지적했는지는 모르겠다. 피부라는 막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죽는다. 인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한에서만 존재한다. 두개골은 우주여행자의 헬멧이다.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소멸된다. 죽음은 안을 벗는 것. 죽음은 밖에 닿는 것. 풍경과 섞인다는 것이 원더풀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연약한 자아의 끝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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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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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의 논리면 스탈린도 죄가 없고 히틀러도 그럴만 해서 그런거 아닐까? 플친님의 리뷰가 좋아서 읽었는데 23년간 장기 집권중인 푸틴의 만행들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기만적이지만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다만 앞으로 좀더 면밀히 알아보고 공부하자는 결심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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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28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을 보니 오히려 궁금증이 생기네요^^ 과연 어떻길래 하는 마음에서...

미미 2023-07-28 18:18   좋아요 3 | URL
푸틴에게 전쟁 명분을 주는 내용들이라고 느꼈어요. 모르는게 많아 이것저것 찾아보며 읽느라 힘들었는데 덕분에 계속 러시아문제를 공부할 의욕은 생겼어요. 푸틴에게 불리한건 몇 줄 있거나 혹은 쏙 빼버려서 좀 여러번 웃겼습니다.

베터라이프 2023-07-28 2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수의 미국 정치전략가들에 의해 무력화 되긴 했지만 ‘러시아의 안보’에 있어, 더이상 나토의 동진은 없을거라고 했던 당시 베이커의 확약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 소재한 핵무기를 도로 러시아로 보내면서 맺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공약이었던 부다페스트 메모랜덤도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말았죠. 이해영 교수는 바로 이런 동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해본건데, 물론 논리적 비약도 있고 무리하게 미국과 러시아의 균형추를 잡으려고 했던 점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푸틴의 광오함과 폭력성이 젤렌스키의 이익이기도 한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비록 같은 급으로 취급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교수는 이 전쟁의 정치적 맥락으로서 본질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연유에서 미국이 CIA를 동원해 남중미 아메리카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덩 7~80년대의 ‘더러운 전쟁들’이 여기 한국에서는 잘 안 알려져 있지 않은 것과 유사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가 밝히는 여러 논지들 가운데 일관된 부분은 이 전쟁에 있어 선과 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젤렌스키 정권의 진면목을 알리려고 한 점은 전체적으로 글의 유익한 부분이라고 여겨지네요. 극우의 지지를 받는 젤렌스키, 국민을 졸로 보는 푸틴, 다시 전쟁을 통해 위대한 중국을 만들고자 하는 시진핑, 세계 패권을 무기로 경제적 이득과 동맹국들을 부하로 다루려고 하는 바이든.. 이들 모두는 선악의 인물들이 아니라 지극히 자신과 국가의 이익 관점에 움직이는 인물들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미미님 서재에 주절주절 쓰다보니 이리되었습니다 ^^;; 부디 아량으로 용서해주소서~~

미미 2023-07-28 19:24   좋아요 2 | URL
물론 유익한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을 신뢰하지도 않고 정치적 관점은 사회주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냉정한 시선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언론뿐 아니라 1인미디어로도 현장 상황이 실시간 전달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권력자들은 체스판의 말을 다루듯 -베터라이프님 말씀처럼-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에 급급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해영 역시 비슷한 위치에서 (푸틴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객관성을 잃어버렸다고요. 중간 중간 들어간 여러 발췌문들도 그런 면에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집 잃고 가족을 잃은 난민들에게는 네오나치 문제나 과거 나토와의 약속은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없고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죠. 그런만큼 치우치지 않은 관점에서 사실을 쓰고 인용했어야한다고 그래야 미국에 대한 비판이 더 신뢰성을 얻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점에서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2023-07-28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7-28 1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요.
그 누구가 되었든 진정한 선인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제가 최근에 읽은 ‘빈곤의 가격‘에서도 푸틴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래요.
지금 말고도 그 전에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있었고, 조지아와의 전쟁도 결국 푸틴이 장기집권하기 위한 것의 한 맥락이기도 하더라고요.

미미 2023-07-28 19:21   좋아요 4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러시아에 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거였어요.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한 책입니다. 별점을 짜게 줬지만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미디어에서는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만 제공하니까요.
페넬로페님이 추천해주신 책 알아볼께요.

새파랑 2023-07-29 16:17   좋아요 2 | URL
도스토예프스키 책도더 읽어주세요 ^^

페넬로페 2023-07-29 16:40   좋아요 2 | URL
당연히 도작가님책도 완독해야죠!
우리의 찐사랑 아닙니까^^

기억의집 2023-07-28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조건 장기 집권은 권력의 집착으로 생각해서 카스트로가 아무리 혁명가여도 쿠바를 죽을때까지 집권한 독재자일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푸틴 장기권력의 개새끼일뿐이예요. 아무리 미사어구로 푸틴을 꾸며도 권력의 미친놈입니다!!

미미 2023-07-28 20:51   좋아요 1 | URL
전쟁 초기에 반대 시위하는 러시아 시민들을 차에 실어가는 모습을 뉴스로 봤는데 잊혀지지가 않아요. 전쟁 일으킨 사람들은 항상 가장 안전한데 있고 애꿎은 사람들만 희생당하고 있네요.

그레이스 2023-07-28 2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공부하자로 결론이 나는 ^^ 미미님!
그 결론에 박수, 공감, 함께 합니다~♡

미미 2023-07-28 21:21   좋아요 4 | URL
읽을수록 빈수레가 실감이 됩니다. 특히 국제정세, 경제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그레이스님 공감해주셔서 든든합니다~^^♡

추풍오장원 2023-07-31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현실주의 국제정치관에 기반해서 통념과 다른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좋은 국제관계학 입문서가 될듯 하네요.

얄라알라 2023-08-01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의 100자평에 이어지는 밀도 높은 댓글, 그 자체가 공부가 됩니다~~와우! 꾸벅!

잘 모르고, 관심도 안 두었어서 이해하려는 뱁새의 머리회선이 탑니다 ^^;;

미미 2023-08-01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웃분들의 댓글에
정보도 얻고 공부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사회 문제를 개인들이 공론화 하기도 힘들고 모여 토론할만한 여건도 되지않는데 이런 커뮤니티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나는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 나는 나 자신에게 모호한 존재다. 나는 처음엔 달빛의 선명한 시야를 가졌었고, 그래서 하나의 순간이 죽은 뒤 영원히 죽은 상태로 접어들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해 그 순간을 뽑아낼 수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전하고 있는 건 관념들을 담은 메시지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 속에 숨겨져 있었던, 그간 내가 예견해 왔던 직관적인 황홀경이다. 또한 이것은 향연이기도 하다. 말들의 향연. 나는 목소리보다는 몸짓에 가까운 신호들로 글을 쓴다. 사물들의 내밀한 본질로 파고드는 것, 이 모든 건 그림을 그리면서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새로 만들기 위해 그림 그리는 걸 그만둘 때가 되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을 새로 만든다. 내겐 목소리가 있다. -아구아 비바.클라리시 리스펙토르











2박 3일은 부담스럽고 당일치기로 여행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드라마가 나왔다. '박하경 여행기'! 배우 이나영의 

수수한 이미지와도 무척 어울리는 느낌이다. 원빈과 결혼한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화려함으로 경쟁하던 다른 배우들과 달리 단출한 식을 올려서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이나영. 요즘 내 눈엔 싱글 라이프가 젤루 멋지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결혼은 그렇듯 친지들만 모셔서 소소하게 하는 게 예뻐 보인다. 국어교사인 박하경은 교실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어져 기차를 타고 무려 해남으로 간다. 서울에서 5시간 걸리는 곳으로.






    






해남의 템플스테이를 예약한 것. 여기에 등장한 절이 궁금해 찾아보니 '미황사'란 곳이라고 한다. 불교인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하경은 절을 향해 산을 오르다가 돌탑? 이런걸 뭐라고 하지? 사람들이 돌을 차곡 쌓아놓은 걸 보며한마디 한다. '발로 확 차버리고 싶다.'라고.  나도 이런거 볼때마다 늘 생각하는 거라서 허걱 하고 놀랐다ㅋㅋㅋㅋㅋ (실제로 그런짓을 하진 않았습니다.) 이 대목은 배우의 애드립일까 감독의 생각일까 시나리오 작가의 의도일까 궁금하다. 아무튼 난 돌탑을 볼때마다 기도를 왜 저렇게 하지? 싶고 ... 우리 동네 산에도 하나 둘씩 늘어나다가 1,2개에서 8~9개 이상으로 어느 순간 너무 많아졌다.  알고보니 어떤 아저씨가 작업하고 있었다. 모든 돌탑을 그 아저씨가 작업하진 않았겠지만 그 아저씨는 숲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치 연작을 하듯 돌탑을 계속 몇개씩 쌓아올렸다. 아저씨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쌓고 또 쌓아올렸을까. 가파른 곳에 그렇게 만든 탓인지 폭우가 내리고 난 뒤 거의 다 사라졌다. 숲은 그냥 숲으로 두었으면 좋겠다. 












박하경은 절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마주치는데 이것도 재미진 부분. 요가 선생님, 소설가, 묵언 수행하는 불자, 수다쟁이 불자, 차를 훌륭하게 우려내 대접해 놓고 점잖게 앉아 있다가 정적을 나무라듯 시원하게 방귀를 뀌어대는 스님. 약간 기인처럼 등장한 소설가는 박하경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나중에 혼자 그녀에 관해 시를 쓰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소설가 혼자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긴ㅋ ) 자유여행은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 때문에 더 즐거운 듯.








ㅡ당일치기 여행자ㅡ


여행의 목적이 무엇일까

고민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

자기 안에 어떤 질문이 있으니까

멀리 이곳까지 왔을텐데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좀처럼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조차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은 모양새다.





그렇다. 박하경은 해남을 당일치기로 왔다. 템플스테이 안내자가 오늘 예약하신 분이냐고 묻자 박하경은 덧붙일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린다. 그리고 자신은 오늘 자고 가진 않을 거라고. 오늘 저녁에 떠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안내자는 황당해하며 '왜요?'라고 묻고 박하경은 말한다. '그냥.....그러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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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7-22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하경 여행기 1회 반 정도 봤어요 ㅎㅎㅎ 이나영이라서 가능한 분위기가 나는 드라마입니다 토요일 마저 잘 보내시길요!

미미 2023-07-22 17:24   좋아요 1 | URL
길지 않은데도 한번에 쭉 보기엔 뭔가 심심한데가 있죠?ㅋㅋㅋ 정말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

얄라알라 2023-08-01 12:47   좋아요 2 | URL
서곡님과 미미님 말씀에
이나영 배우의 매력이 궁금해지네요.

제대로 그 배우의 연기를 본 적이 없다는 걸 지금 댓글 달면서 깨달았어요

미미 2023-08-01 15:1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나영 배우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영화는 몇편 봤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시리즈가 가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7,8화는 조금 지루했지만 나머지 회차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했어요.

서곡 2023-07-22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보기엔 심심 ㅋㅋ 자극적인 걸 본 후 찾아보면 중화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미미 2023-07-22 17:35   좋아요 1 | URL
제가 그랬어요ㅋ 조금 폭력적인(재미 없었음ㅠ) 영화 보고 난뒤 보니 순두부찌게로 해장한 기분였어요ㅋㅋㅋㅋ

다락방 2023-07-22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 저 오늘 내일 이 페이퍼 쓰려고 했는데 찌찌뽕 입니다! 저는 2편이 너무 좋아서 자꾸 생각나고 친구들에게도 얘기해요. 2편 얘기 하려고요. 아 그 뒤는 아직 안봤습니다. 미미 님은 저랑 아주 다른 분이시지만(리스펙토르) 가끔 저랑 굉장히 같아요.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훗.
그리고 필체 참 좋습니다.

미미 2023-07-22 21:42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도 보셨군요!! 찌찌뽕! ㅠ.ㅠ 저 이 드라마 좋아져서 아껴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오늘 2편 보다가
조금 울었어요. 다락방님 어떤 이야길 써 주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도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자주 그런 감정을
느낍니다. 저보다 훨 매력적이고 풍부한 감성, 깊이를 가지셔서 당연한 일이지만요. 헤헷

필체...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23 0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일치기 여행 좋아해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 하루 묵을 준비도 안해도 되고 가볍고 좋더라고요.
이 드라마 좋을 것 같은데 이 ott가 없어 아쉬워요.
유튜브에서라도 찾아봐야겠어요^^

미미 2023-07-23 09:39   좋아요 2 | URL
네!^^ 당일치기면 일단 가볍게 갈 수 있어 좋지요. 기차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설레더군요. ㅎㅎ 웨이브에서 하는데 참고로 첫달은 100원이에요. 제 생각엔<나의 해방일지>의 감성이 아주조금 담겼어요.

호시우행 2023-07-23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 여행지로 해남은 너무 멀어요. 이나영이 연기한다니 한번 보고 싶은 드라마네요. 어린 딸을 데리고 전라도 쪽 사찰을 두루 여행했던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하네요.

미미 2023-07-23 09:44   좋아요 0 | URL
왕복 10시간은 멀어도 너무 멀죠 ㅋㅋ이나영에게 잘 어울리는 드라마고 역할이라고 느꼈어요. 사찰 여행 다니셨군요! 딸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겠네요 ^^

책읽는나무 2023-07-23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서 이 드라마 소개가 있었는데 실제 인물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보고 싶은데 그 플랫폼엔 가입이 안되어 있어서....요즘 넷플 왓챠 끊고 웨이브나 티빙으로 갈아탈까? 싶다가도 그럼 삶이 끝장날 것 같아 참고 있어요.ㅋㅋㅋ
근데 미미 님도 글씨체가 몽글몽글 이쁜 글씨체로군요? 닮고 싶은 몽글몽글 아기자기한 글씨입니다^^

미미 2023-07-23 15:15   좋아요 1 | URL
나무님 삶이 끝장 나다니요ㅋㅋㅋㅋ 저는 넷플 끊고 웨이브 첫달 100원이라고 해서 보고 있는데 기간 끝나면 해지할거에요. 삶이 계속되고 있습니다.ㅋㅋㅋㅋ 실제 인물 이야기인줄 몰랐어요!!
김혜리 기자 팟빵도 들어봐야겠습니다. 나무님도 딱 좋아하실만한 분위기의 드라마예요. 편당 24분짜리 짧막한
이야기들인데 잔잔한 파문을 남깁니다. 저절로 홍보대사가 되버린 저ㅋㅋ

글씨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3-07-23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봐야겠네요

그레이스 2023-07-23 22:32   좋아요 2 | URL
찾았어요. 웨이브에서 ㅎㅎ
˝19세기말 프랑스에서는 갑자기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처음부터 확 끌리네요~♡

미미 2023-07-23 22:52   좋아요 2 | URL
그렇죠?!!ㅎㅎ 저도 한 편 보면서 자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새파랑 2023-07-23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 여행은 정말 힘든데 ㅋ 해남까지 기차가 간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무궁화호 일까요? ㅋ

미미 2023-07-24 00:03   좋아요 1 | URL
ㅋㅋㅋ기차 타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새파랑님은 출장 한번씩 가시잖아요^^ 장마 끝나면 이번엔 꼭 가까운데라도 다녀와야겠어요ㅋ

레삭매냐 2023-07-25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구아 비바, 어젯밤에 조금
읽다 말구 잤는데...

허허 참 난해하더군요.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야겠지요.

미미 2023-07-25 14:14   좋아요 1 | URL
저도 다른 책이랑 번갈아가며 조금씩 읽고 있어요ㅎㅎ

사막을 걷는 것 같은
글인데 한번씩 오아시스가 나타납니다^^

기억의집 2023-07-27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돌탑 싫어하는데.. 저걸 왜 쌓고 계시나 싶습니다. 이 영화 흥미롭네요. 그러고 싶어서요.. 대사는 이나영식 말투로 혼자 상상하게 돼요!!

미미 2023-07-28 10:40   좋아요 0 | URL
‘돌탑 발로차고 싶다‘는 표현만큼 기존 통념을 깨는 장면들이 더러 등장해요. 편당 24분 시리즈인데 정적인 분위기와달리 얘깃거리가 많다는 느낌 받았어요. ^^

zazajaja 2023-07-30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아름다운 중력gravity의 힘에 대하여...
 


  



여기 한번 앉아보시겠어요?

결국 내가 의자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주목을 끌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지만 그즈음에 이르러서는 조심스럽게 우리를 따라다니던 사람들의 눈빛이 노골적으로 우리 쪽을 향해 있었다. 여기서 화장실 안이 다 보이거든요. 사람들도 계속 지나다니고요. 제가 이 주 전에 예약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옮겨주세요. 나는 거듭 요청했다.215



코로나 시기에는 극장에 워낙 빈자리가 많아서 중앙 아무 데나 자리를 잡았지만 보통은 맨 뒷자리를 선호한다. 뒷자리에서 발로 차는 걸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랄까. 걷기를 좋아하던 너와 거의 매주 종로의 극장을 찾았었다. 그날도 기분 좋게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뒷자리에서 자꾸만 발로 쿵쿵 내 의자를 찼다. 몇 번은 그냥 넘겼는데 영화에 집중할만하면 또 차고 또 차서 나는 뒤를 돌아보고 조심해달라고 최대한 작게 주의를 줬다. 그런 일이 극장에서 두 번 정도 있었다. 너는 그때마다 나에게 참으라고 말했고 나는 화가 났다기보다 불편한 상황을 멈추고 평온하게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나를 대하는 너의 태도로 인해 오히려 기분이 상했던 걸로 기억한다. 너는 왜 내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고 앞으로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그들에게 쩔쩔맸을까? 왜 죄 없는 나는 유난스럽고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렸을까. 그 두 번 중 한번은 네가 그래도 나를 생각해 자리를 바꿔주었는데 그럼에도 뒷자리에서 발로 차는 게 옆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놀라서 돌아보면 악의적으로 그럴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굳이 영화관에서 그런 악취미로 시간 낭비할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너무 좁은 의자 간격의 문제도 있었을 테고 다리가 의도치 않게 너무 길어 감당이 되질 않았던지, 가만히 앉아 있는 게 그저 답답해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다 보니 그랬을 수 있다. 그래도 앞 자리에서 눈치를 주면 조심해야지. 




좋은 게 좋다니. 누구에게 좋다는 걸까.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그런 걸 따져 묻지는 못했다. 그게 뭐든 네 의도가 선하다는 것을 나 역시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너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생기는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이고, 그건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야..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217




이 책은 작가가 경험한 여러 '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너라는 생활'을 지켜보는 나(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야기들 속 '너'는 유독 EP 성향이고 '나'는 IJ 성향이라 불꽃은 어쩜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독 사람들은 다른 성향을 만나 사서고생을 하는건지...'너라는 생활'을 읽으며 사사롭지만 결코 사사롭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린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자는 사람들, 도대체 그게 왜 누구에게 좋은 거냐고 묻는 사람들. 차별 당하면서 차별하는 사람들. 혼란스러운 얼굴들, 모순적인 표정들. 매일 볼 수 있는, 그러나 대부분 글로 남겨지지 않았던 흘려보냈던 일들을 작가는 잘 포착해냈다. 




분노는 방향을 틀고 너에게로 간다. 나에게도 너만 믿고 너를 의지한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걸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만큼은 그런 시간 전부를 잊은 것 같다. 너는 시시때때로 공과 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람이고, 일과 생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모두를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 속에 몰어넣는 사람이고,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면서 거듭 우리의 생활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이고. 그 순간엔 그런식으로 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부풀리는 데에 또다시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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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21 15: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만남이라는게 성향이 맞는 사람하고 꼭 만나지는 건 아니잖아요.
성향의 차이는 정말 힘들기는 해요.
그렇다고 그 만남을 안할 수는 없고요.
피곤하지만 서로 배려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안되면 그때는 할수 없이 만남을 포기해야하고요^^

미미 2023-07-21 15:42   좋아요 3 | URL
저와 다른 성향에 끌리곤 했네요.ㅎㅎㅎ
글로 쓰는 건 주로 이런 이야기들이지만
좋은 점들이 많아서 다 오래 만났던 것 같아요.
저에게 많은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요.^^

새파랑 2023-07-21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자리 발로 차는 사람 정말 싫죠 ㅋ 조금만 신경쓰면 좋을덴데요 ㅎㅎ

그래서 전 극장엘 안간지 몇년 됐습니다 ㅋㅋㅋ

미미 2023-07-21 15:49   좋아요 2 | URL
저런 일 있고 난 뒤에 다른 분들도 많이들 경험하셨는지 영화 시작 전에 앞자리 차지 말라는 멘트가
나오더라고요. 이 얘기도 전에 한 것 같은데ㅋ 책을 읽다가 생각나서 써봤네요.

요즘은 좌석 스타일도 다양하고...그렇지만 저도 잘 안갑니다ㅋㅋㅋㅋ

자목련 2023-07-22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혜진의 소설, 애정해요❤️❤️❤️

미미 2023-07-22 13:05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하게 됐어요ㅎㅎ♥
김혜진의 다른 소설들도 더 읽어보려고요^^

그레이스 2023-07-2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맞아요 맞아!

바빠져서 좋아요만 눌러놓고 북플을 도망치듯 빠져나오곤 하다가, 겨우 여유가 생겨 페이퍼 하나 쓰고 알림받은 내용들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 책 읽고 싶네요.
딸에 대하여 좋았어요.

미미 2023-07-23 22:28   좋아요 1 | URL
그 대목 때문에 간략하게 나마 글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그레이스님이 딱 알아봐 주시네요^^*

이 책 좋았습니다.<딸에 대하여>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3-08-07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혜진 작가의 소설들 좋아합니다.
이제 보았네요^^
정희진 샘이 윤리적인 작가라고 칭찬하셨는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합니다.
조용하지만 센....젊은 여성작가들 참 많아요.
김혜진 최은영 백수린 김금희 황정은 등등...
사랑스런 작가들이에요^^
그 중 김혜진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면 왠지 매번 마음이 꽤 힘들어 지기도 했네요.^^;;

미미 2023-08-07 23:38   좋아요 0 | URL
제가 국내 작가들에게 소홀했는데 이번에 이 책 읽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무님은 이미 여럿 읽어오셨군요! 황정은 작가를 제외하곤 다 읽어본적이 없네요. 메모해둡니다^^
저도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래서 딱히 독후감이라기엔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감상이 되어버림요ㅎㅎ 김혜진 작가의 다른 책들 다 대출중이라 예약걸어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