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뭔가를 소유하는 데 무관심한인간으로 통한다.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 같다고들웃는다. 나는 뭐든 이름도 잘 모르겠고 가짜와 진짜,
고급스러운 것과 평범한 것도 한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가 고상한 사람이라 그런 것에 무관심하다기보다는그 모든 게 나를 극도의 혼란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색감, 질감, 풍요-화려함, 재미, 유쾌함에 대한 촌뜨기같은 불편감은 내 불안의 근원이다. 내가 평생 넉넉함과는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건 ‘물건‘이 나를 불안하고초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21

우정을 나눌 때 겪는 갖은 난관이 자기자신과 화해할수 없음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3세기 로마작가 카이우스는 이렇게 썼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지못한 사람은 어떤 타인에게도 우정을 기대할 권리가없다.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의으뜸가는 의무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적대적일 뿐아니라 자기를 섬기는 타인의 가장 선한 마음조차꺾어버리고 ‘세상에 친구 따윈 없다!‘며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불평까지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 P26

오늘날 우리는 서로 최선의 자아를긍정하기는커녕 그것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정이라는결속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의 감정적무능-공포, 분노, 치욕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함께 있을 때 자신의 가장 깊숙한 부끄러움까지 터놓고직시하는 일만큼 우리를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것도없다. 콜리지와 워즈워스가 두려워했던 그런 식의자기폭로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원하는건 상대에게 알려졌다는 느낌이다. 결점까지도 전부.
그러니까 결점은 많을수록 좋다. 내가 털어놓는 것이 곧나 자신이라는 생각, 그것은 우리 문화의 대단한 착각이다. - P28

"살면서 말이지." 그가 말한다. "난 내가 뭘 안원하는지밖에 몰랐어. 늘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 하나가있거든, 그래서 항상 생각을 해, 이 가시만 빠지면 나도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한데 막상 그가시가 빠지고 나면 또 텅 빈 기분이 되더라고. 그러다금세 또 새로운 가시가 옆구리를 파고들지. 그러면 또다시그 가시에서 벗어날 생각밖에 할 수가 없는 거야. 도무지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 - P31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가장 놀라는 건 다름 아닌자신이다.  - P34

내가 막상 성적으로 무르익은 건 이 결혼들이 다 끝장난뒤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욕망의 대상이 되기보다 욕망의주체가 되는 데 골몰하는 사람이란 걸 자각하게 됐다는얘기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전개에서 배운 점이 있었다.
나는 성욕이 강한 사람이지만 성욕이 제일 중요한 사람은아니며, 오르가슴으로 천국을 맛보기는 했어도 지구가흔들리지는 않았고, 반년 남짓 진이 빠지도록 성적 쾌락에탐닉할 수는 있어도 늘 그 말초적 자극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을 나누는 일은 숭고했지만 거긴 내 거처가 아니었다. 그 뒤로 나는 더 많은 걸 깨달았다. - P36

랠프 월도 에머슨이 말했다. "혼자인 사람은 누구나진실하다. 타인이 들어서는 순간 위선도 시작된다. (...)그러니 친구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역설일 수밖에 없다" - P54

인생이란 체호프식이든 셰익스피어식이든 둘 중하나라는 걸 나는 일찌감치 배웠다. 우리 집이 어느이었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엄마는 어둠침침한방 소파에 누워 한 팔은 이마에 걸치고 다른 팔은가슴에 올려놓은 채 "외로워!"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면사방팔방에서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자들까지 달려와동네에서 잘난 사람 취급을 받던 이 영혼의 괴로움을달래보겠다고 쩔쩔맸다. 하지만 엄마는 정신을 놓아버린듯한 불만 속에서 눈을 질끈 감은 채 등을 돌렸다. 엄마가바란 건 거기 있는 누구도 건네지 못할 영혼의 위로였다.
그 사람들은 임자가 아니었다. 엄마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없었다. 한때 딱 한 사람 있었지만, 이제 그는 죽고 없다. - P63

공주와 완두콩에 관한 동화를 이해하게 된 건 그무렵이었다. 공주가 그동안 찾아다닌 건 왕자가 아니라완두콩이었다. 스무 겹 매트리스 밑에 깔린 완두콩의존재를 느끼는 순간, 바로 그때가 정의를 내리는 순간이다.
지금껏 이 길을 걸어온 이유, 거기서 확인하게 된 사실불경스런 불만이 삶을 끝없이 가로막으리라는 것―그것이바로 이 여정의 의미임을우리 엄마가 그랬다. 엄마는 그런 남자가 없다는 사실에시름하느라 긴 세월을 보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강박적 갈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우리 모두ㅡ도러시아와 이지벨, 엄마와 나, 동화 속 그 공주-가그랬다. 갈망이야말로 우리를 매혹하고 우리에게서 가장깊은 관심을 끌어내는 힘이었다. 과연 체호프식 삶의정수라고 할 수 있었다.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리도 없는것 때문에 긴긴 막이 세 개나 흐르도록 한숨짓는 그 모든나타샤를 생각해보라. 답도 없는 딜레마를 늘어놓고있으면 엉뚱한 남자들만 우르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 P71

프로이트의 주요 발견들은 무의식에 대한 발견과탐색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우리가 누구나 평생 내적으로 분열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장하길 원하는 동시에 성장하지 않길 원하고,
성적 쾌락을 갈구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며, 우리 자신의공격성 - 분노, 잔혹성, 타인을 모욕하려는 욕구을혐오스러워하면서도 그 원천이 되는 울분은 좀처럼해소하려 들지 않는다. 고통 그 자체는 아픔의 원천인동시에 안도감의 원천이다. 프로이트가 환자들을 대하며가장 치유하기 어렵다고 여긴 것도 치유되길 거부하는마음이었다.
🌈🌈🌈🌈🌈 - P80

마지 피어시의 페미니즘 디스토피아 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Womanon the Edge of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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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8-05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시원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많이 더운 한주일이었습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3-08-05 16:25   좋아요 2 | URL
네! 오늘도 무척 뜨겁네요. 서니데이님도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요즘 하늘이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덥지만 습기는 덜해지고 공기는 맑아져서 해 질 무렵에는 걸을만하다.
동네 카페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구옥을 살리고 보수해서 만든 곳들이 마음에 든다.
우리 동네도 오랫동안 재개발 논의가 이어졌었는데 이제 몇 년 후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것 같다. 주변에 이미 많은 아파트가 솟아올라 예전 같은 탁 트인 전망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북한산도 수락산도 한눈에 다 들어왔었는데...













(잠수중인 순두부와)호박 라면




책이 없으니 쓸쓸해 보여서...

8월에 읽을 원서는 월플라워입니다.


   


두 달에 걸쳐 읽은 빌레뜨는 좋았지만, 어려웠...ㅜ.ㅜ 당분간은 레벨을 조금 낮춰 읽기로 함.

제인에어도 사 두었는데 다른 책들 읽다가 보면 한결 수월하겠지(제발...)

뭐든 좋아하는 마음 만으로 다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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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4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면에 호박 맛있어요?
저 맥주는! 지금 따신 겁니까!

미미 2023-08-04 12:42   좋아요 2 | URL
어제 밤에 야식으로요ㅋㅋ 살찔까봐 순두부랑 호박을 넣었어요(정성...그냥 자면 되는데ㅋ)

건수하 2023-08-04 13:05   좋아요 3 | URL
라면만 먹는 것보다 순두부와 호박 넣으면 덜 찌는 겁니까...? (진지)

잠자냥 2023-08-04 13:1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수하님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8-04 13:20   좋아요 2 | URL
(진지한 거 잘 받아줌)네! 단백질,야채,탄수화물 순으로 먹으면 훨 덜찐대요ㅋ 확실히 아침에 붓기는 없습니다.

건수하 2023-08-04 13:28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

잠자냥 2023-08-04 13:40   좋아요 4 | URL
그냥 자면 0칼로리!

거리의화가 2023-08-04 1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달에 빌레뜨 걸쳐 읽으셨다니 문장 자체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영혼의 집 원서&번역서 읽고 있는데 영혼이 털립니다!ㅎㅎㅎ
라면 옆에는 맥주죠? 순두부,호박과 라면의 조합이라니 신선합니다!
덥기는 하지만 요즘 하늘색이 이뻐서 좋네요. 다음주 중반 넘어가면 더위도 누그러지겠죠^^

미미 2023-08-04 13:19   좋아요 3 | URL
저 안그래도 화가님께 영어원서읽기 같이 하자고 제안 드리려 했는데
<영혼의 집>읽고 계시군요ㅠ.ㅠ <인형의 집>은 할 수 있겠는데 영혼...그건 수준이...ㅋㅋㅋㅋ
다음에 적절한 레벨에서 같이 읽어요!! <구멍>읽으셨나요?
다들 덥다고 하시는데 저는 장마 보낸 것 만으로도 일단 행복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8-04 13:25   좋아요 3 | URL
ㅋㅋㅋ 영혼의 집 완독하고 나서 낮은 수준으로 된 책 함께 읽어요!^^*

미미 2023-08-04 13:26   좋아요 3 | URL
네!!ㅋㅋㅋㅋ

건수하 2023-08-04 13:29   좋아요 2 | URL
<구멍>이라는게 <Holes> 얘기하시는 걸까요?
저도 10년도 더 전에 사놓고 안 읽은거 있는데 ㅋㅋㅋ
(전 안 읽고 애가 읽음...)

미미 2023-08-04 13:32   좋아요 1 | URL
오 엄마 닮아 똘똘한가봐요! ㅎㅎㅎ 원서 읽기 하는 분들에게
그 책이 기본서 같은 책이더군요.

건수하 2023-08-04 13:34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안 읽었지만... 저 닮아 똘똘한 걸로... ( ‘ ‘)

우끼 2023-08-04 16:36   좋아요 2 | URL
오오 영어책읽기…!! 끌려요 ㅎㅎㅎ

미미 2023-08-04 16:47   좋아요 2 | URL
오디오북 들으면서 읽으면 할만 합니다.ㅎㅎ(유혹)

우끼 2023-08-04 17:21   좋아요 2 | URL
그럼 저도 예약을…!!

건수하 2023-08-04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예쁘네요... 서울 북쪽이라도 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걸 누구한테 강요할 수는 없겠죠 ;ㅁ;

저도 주말엔 해질녘에 좀 걸어봐야겠어요 ^^

키르케 시작만 하고 진도가 안 나가는 중입니다.. 저도 8월에 분발!

미미 2023-08-04 13:25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재개발을 원하는 분들이 대다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주택을 훨 좋아하는데 아파트로만 빼곡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수하님께 자극받아 조만간 책방 나들이 가려고요ㅎㅎ

<아킬레우스의 노래>읽고 싶어요!

건수하 2023-08-04 13:30   좋아요 2 | URL
<아킬레우스의 노래> 진짜 재밌어요! 번역서는 안 읽었지만 원서 무척 재밌었습니다~

(<일리아드> 내용을 아시면 훨씬 쉽게 읽으실 거예요. 전 잘 몰라서 계속 검색하며 읽었어요)

저 이번주 책방 한 군데 더 다녀왔지롱요- 과학책방 갈다라고 ㅎㅎ 근데 여기선 책은 안 샀어요.

미미 2023-08-04 13:37   좋아요 2 | URL
번역서 없이 읽으셨는데도 재밌었다 하시니 꼭 읽어보겠습니다.(불끈)
일리아드 쉬운 책으로 읽었는데 지금은... 백지나 마찬가지예요ㅋ

수하님 책방 나들이에 진심이시군요ㅋㅋ 책 안사고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듯합니다.^^

페넬로페 2023-08-04 1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덥지만 하늘은 넘 예뻐요.
가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하늘이 주더라고요.
조금만 더위를 참으면 될 것 같아요.
저는 라면에 콩나물 넣어 먹을때는 있는데,
음~~호박과 순두부!
미미님과 제가 그 부분에서만큼은 취향이 다른걸로~~
그래도 맥주는 좋아요^^
미미님 동네에 있는 카페도요~~

미미 2023-08-04 14:25   좋아요 3 | URL
그리다가 손으로 쓱 문지른 듯한 구름에 눈이 즐거웠어요.
늘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가을!
이번에는 도망 못가게 하늘 자주 보면서 주시하려고요.ㅎㅎ
페넬로페님 저 콩나물 라면도 한번씩 해먹어요ㅎㅎ
더운 여름 밤에는 역시 시원한 맥주죠 ^^

책읽는나무 2023-08-04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가 지는 시간이라지만 덥지 싶은데...계속 걷고 계시군요?^^
여름이라도 좀 걸어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전 걷기에 게으름 피우는 중인데 확실히 몸이 무겁고 맨날 졸고 있어요ㅜㅜ
라면...ㅋㅋㅋ
이거 제가 찬물 끼얹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라면에 채소를 넣어 자주 먹던 사람 검진했더니 썩 좋은 결과가 나오질 않더군요.
아....해놓구선 저도 애들 없을 땐 라면 잘 끓여먹거든요. 냉장고에 남아 도는 야채들 다 때려 넣어서요. 라면 스프는 반만 넣고 대신 고춧가루 살짝 넣어 먹으니까 확실히 그냥 먹는 것보다 훨씬 소화가 잘 되더군요.ㅋㅋㅋ
순두부!!!! 꿀팁 얻어갑니다.^^

미미 2023-08-04 15:26   좋아요 2 | URL
요즘은 되도록 격일로 걷고 있어요 ^^
그분은 너무 자주 드신 것 아닐까요?ㅋㅋㅋㅋ 저는 라면 자주 먹진 않아요.
나무님표 라면 사진 보면 저도 먹고 싶더군요. 이왕 먹는거 버섯이랑 골고루!!
한동안은 새우에 꽂혀서 잔뜩 넣어 먹었어요ㅋㅋㅋ
고춧가루는 필수죠! 아...어제는 깜빡했네요ㅠ.ㅠ

독서괭 2023-08-04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 사시는 동네가 정말 예쁘네요! 고층 아파트들 들어서면.. 안 되는데 ㅠㅠ
안 그래도 출출한 시간에 라면 사진 보고 급 배고파져서 과자를 먹었습니다. 흑흑.. 라면 너무 맛깔나게 끓이신 거 아닌가요. 갑자기 엄청 먹고 싶다.. 사무실에서 컵라면 먹으면 뒷처리가 불편해서 안 먹게 되네요. 쩝.

잠자냥 2023-08-04 16:37   좋아요 3 | URL
다 마셔버리면 됨.

미미 2023-08-04 16:42   좋아요 1 | URL
최근들어 카페로 개조한 곳들이 점점 눈에 띄네요.ㅎㅎ 주택 지역이 줄고 있는 와중에 반가운 모습입니다. ^^
어휴..사무실에서 라면은 아무래도 불편하지요.
괭님 과자 드신다니SNL MZ오피스 떠올라요ㅎㅎ

독서괭 2023-08-04 16:47   좋아요 1 | URL
전 라면국물 안 먹음.
오 SNL MZ오피스가 뭘까요?

미미 2023-08-04 16:4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저 일할때 라면 먹으면 국물은 머그잔에 담아서 마셨어요ㅋㅋㅋㅋ

미미 2023-08-04 16:50   좋아요 0 | URL
너튜브에 영상 아마 있을거예요ㅎㅎ‘맑은 눈의 광인‘ 좋아합니다.ㅎㅎ

자목련 2023-08-04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의 동네 참 예쁘네요. 서울 아닌 것 같아요.
그나저나 맥주와 라면의 조합은 도전해보고 싶고요! 호박 라면, 맛이 궁금해요^^

미미 2023-08-04 18:07   좋아요 0 | URL
어제는 유난히 예뻤어요.ㅎㅎ
자목련님 프사 바꾸셨네요. 느낌 좋은데요?!
순두부도 절반 넣었는데 제법 잘 어울린답니다 ^^

자목련 2023-08-07 09:24   좋아요 1 | URL
프사는 갑자기 바꾸고 싶어졌어요.
여름 한정, 프사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ㅎ

가필드 2023-08-04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과 미미님에게 야채와 고추가루 순두부 꿀팁얻어 갑니당 ^^

미미 2023-08-04 22:29   좋아요 2 | URL
순두부라면 깜짝 놀라실거예요ㅋㅋ

가필드님은 고춧가루 잊지마세요^^

다락방 2023-08-05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두부 라면은 알았지만 호박이라니, 신선하네요?오.. 좋을 것 같아요. 음.. 저도 조만간 도전하겠습니다. ㅋ

미미님 원서 같이 읽기 진행하시면 어떤 식으로 하실 건가요? (살짝 마음 있는 다락방 ㅋ)

미미 2023-08-05 10:19   좋아요 0 | URL
원래 호박을 좋아하는데 라면에도 잘 어울려요! 충동적으로 찍는 바람에 순두부가 안보여 아쉬운 사진입니다.ㅋㅋ

원서 조금 쉬운 책들로 읽어보려고요. 200쪽 정도의 청소년들도 읽는 유명하고 쉬운 작품들 위주로요. 리스트를 조만간 만들어 볼꺼예요.(다락방님 언제든 환영입니다 >.<)

새파랑 2023-08-05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가 왠지 정감이 가게 생겼네요 ㅋ호박라면 엄청 특이하네요 ~!! 전 라면에 아무것도 안넣고 먹는데 ㅋ(계란도 안넣습니다 ㅎㅎ)

미미 2023-08-05 22:52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이미지처럼 담백하게 드시는군요^^
가끔은 저도 오리지널이 땡길때 그렇게 먹어요ㅎㅎ
막 찍어도 동네가 예쁜 날이었습니다ㅋ
 


  



며칠 동안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여기저기 메모해 두었다가 다 흩어져 버렸다. 내가 쓰고 싶고 관심 갖는 주제들은 조금 어두워서 안 그래도 각자의 삶의 무게에 짐을 얹어 주는 것은 아닐까 주저하게 된다. 내가 쓰는 것들은 '나'이면서 오롯이 '내'가 아니기도 한데 몇 줄로 오해받을까 두렵기도 하고. 슬프게도 안 쓸 이유는 이렇게 차고 넘친다. 그런 와중에 끙끙대며 써내는 것으로-극히 일부 중의 또 일부임에도- 나에 대한 판단이 끝난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조금 웃기단 생각도 한다. 그렇지 않은 이웃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또 낸다. 아직은 배짱이 부족한 것 같다. 자기표현이란 배짱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 최선의 자아를 긍정하기는커녕 그것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정이라는 결속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의 감정적 무능-공포,분노,치욕-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함께 있을 때 자신의 가장 깊숙한 부끄러움까지 터놓고 직시하는 일만큼 우리를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콜리지와 워즈워스가 두려워했던 그런 식의 자기폭로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원하는건 상대에게 알려졌다는 느낌이다, 결점까지도 전부. 그러니까 결점은 많을수록 좋다. 내가 털어놓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생각, 그것은 우리 문화의 대단한 착각이다.

p.28 . 짝 없는 여자와 도시.비비언 고닉



비비언 고닉의 이런 문장들 때문에 그의 책을 팔아 치울 수가 없다. 내 고민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훅 치고 들어오는 말들 .토닥거림,쓰디쓰고 냉정한 조언. 노련한 의사를 만나 처방 받는 느낌이다. 







박하경 여행기 2화는 면담을 청해온 학생의 당돌함으로 시작된다. 대학 안 가고 음악 하고 싶다고. 학생의 표정은 쌤이 어찌 나오나 한 번 떠보는 것도 같다. 거기에 대고 박하경쌤은 걱정스러워하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해줄 만한 조언을 한다. 대학 가서 해도 되지 않냐,음악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 그러자 학생은 "저 성공 안할거예요" 그러니 쌤은 "부모님이 언제까지 널 먹여살려야 되냐"라며 현실적인 조언으로 맞받아친다. 실망했다는 제자. 결국 답답한 마음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박하경. 이번에는 군산이다. 미술을 한다는 한 제자가 전시회를 열어 찾아가 본다. 한쪽에선 타로점도 봐주고 카페도 하는 그런 곳이다. 저녁이 되어 동네 사람들이 제법 모이고 제자는 춤으로 퍼포먼스를 한다. '라파 라구라구'를 주문처럼 외치며...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영 시원찮다. 부모님 따라 찾아온 어린 꼬마도 찬물을 퍼붓듯 냉정하게 한 마디 던져 분위기는 더 썰렁해진다. 제자는 쌤을 향해 간절한 눈빛으로 다시 외친다. "라파 라구라구!" 박하경 쌤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 제자가 쌤에게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우리 사회가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우리 딸은 꽃송이도 하나 못 받고 죽었다."



교권이 무너졌다고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땐 선생님들에게 맞는 아이들이 있었고 나도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선생님을 때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선생님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신을 때리는 아이를 붙잡거나 밀어냈을 때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 봐 스스로 머리만 감싸고 계속 맞는 경우도 있다 한다. 믿기지 않는 사례들이 연일 폭로된다. 일터에서 목숨을 끊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 그렇게 해서 그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고 싶은 거다. 관련 뉴스들을 찾아보는데 기자 회견장에서 한 아버지가 울먹이며 외쳤다. "우리 딸도 조사해 주세요." 사립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의 통곡은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학교 주변을 조화로 가득 채우고 전국의 교사들이 모여 교권의 추락을 온 나라에 명시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꽃 한 송이도 받지 못한다. 어떤 직업은 희생이 당연시된다. 왜 당연한지는 알 수 없다. 소중한 아이들을 맡기면서 왜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주말에도 전화하는지 모르겠다. 수십 통의 전화를 걸때 어떤 말을 전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기가 너무 무섭다. 




'박하경 여행기'의 교무실 상담 장면을 보고 중학교 때 딱 저 모습으로 담임과 이야기 나누던 일이 떠올랐다. 독후감을 써냈었는데 담임은 굳이 원고지에 다시 써오라고 해서 난 너무 귀찮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 글을 썼는지도 이젠 가물가물 기억나지 않는데 아직 선명한 건 담임이 나에게 계속 써보라며 내 글이 좋다고 한 장면이다. 내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보시다시피 그럴리가 없잖아요?- 뭘 할지 방향을 못 잡는 나에게 이런 길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와 다정한 관심은 나도 나름 괜찮은 아이구나 하며 으쓱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학원에서 일을 하게 됐을 때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 선생님~이라고 원장님이 나를 불러주었을 때 얼마나 설렜는지. 도를 아십니까 신도가 길 가던 내 앞을 막고 서서 잠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직업이 혹시 선생님이냐고 불어볼 때 얼마나 기쁘던지.-애써 표정관리하고 도망쳤지만-그런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나도 그중 한 명이다) 해피엔드를 싫어한다. 우리는 속았다고 느낀다. 가해가 규범인데. 파탄의 길이 가로막히면 안 되는데. 산사태 때 산이 움츠린 마을을 불과 2,3피트 남겨놓고 무너지기를 그만둔다면, 산의 행동은 비정상일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다. 

p.33 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그럼에도 요즘은 해피엔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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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식동물 2023-08-02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닌 사셨군요!!! 저도 곧 들어가겠습니다. 방금 두 장 읽고 너무 두근거려서 덮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예쁜 거 아닌지요ㅠㅠ

미미 2023-08-02 22:17   좋아요 1 | URL
고라니님께 땡투하고 샀어요ㅋ 실상은 좀 지저분한데 자꾸 치우고 신경써서 찍게되네요.(가식 못버림ㅋ) ^^;;

책식동물 2023-08-02 22:19   좋아요 2 | URL
어쩐지 뭔가 알 수 없는 마일리지가 들어와있더군여...감사합니다...^^ 덕분에 절판된 중고책 구매햇내요...^^ ㅋㅋㅋㅋㅋㅋ 전 책사진 그럴듯하게 찍고 싶어서 벽에 붙여둔 명화 포스터에서 찍어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핫 사람사는거다똑갓아~

미미 2023-08-02 2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언젠가 (소망) 가식없이 찍어 올려볼거예요!

잠자냥 2023-08-02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웅 다들 프닌 샀어….. 왜 나에겐 예약이라더니!!!

미미 2023-08-02 22:31   좋아요 2 | URL
은근 예뻐서 받자마자 비닐커버 씌웠어요ㅋㅋㅋㅋ(유혹)

건수하 2023-08-03 10:13   좋아요 1 | URL
아직도 예약이던데요….

잠자냥 2023-08-03 10:23   좋아요 2 | URL
우웅 저에게도 8월 4일 출고예상으로 나옴. 쳇

미미 2023-08-03 12:02   좋아요 1 | URL
저도 예약 구매해서 3일 만에? 받았어요.
프루스트 글처럼 자꾸 샛길로 빠져서 조금 어려워요ㅋㅋㅋ

망고 2023-08-02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요즘 선생님들 상황 보면 저 학교 다닐때랑 너무 달라서 어리둥절해요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미미 2023-08-02 22:40   좋아요 2 | URL
정부는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인 듯 말하며 또 전 정부 탓을 하고 있지만 ‘아동학대법‘등 훈육에 대한 인식에서 구멍이 나지 않았나 싶어요. 교실 뒤나 밖으로 나가 서있으라는 것도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며 고소를 남발한다니..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라는 건지 선생님들 너무 난감할 것 같습니다.

호시우행 2023-08-02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권 침해는 내 자식만 챙기는 그 나쁜 자식을 만든 부모들의 책임 아닐까요? 내가 제일 듣기 싫은 소리는 ˝나도 안 때리는 애를 당신이 무슨 권리로 때려?˝ㅠㅠ 그런 자식을 부모가 만드는 겁니다. 자식이 잘못하면 매를 들 수 있는 부모가 돼야 합니다.

미미 2023-08-02 23:06   좋아요 0 | URL
일부 부모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 학교 측에서 나서서 중재를 해야하는데 알아보니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꽤 많더군요. 그런 태도가 일을 키웠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물불 안가리는 변호사들도 문제고요.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시급해 보입니다. 학교에서 훈육은 할 수 있어야죠.

2023-08-02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2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3-08-03 0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많이 써주세요!!!!^^

미미 2023-08-03 07:22   좋아요 1 | URL
난티나무님이 더더 많이 써주세요!!!! >.<

거리의화가 2023-08-03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학교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쯤으로 여겨지고 교과 과정이 시험과 수능, 경쟁으로 나 잘났네 너 잘났네로 가는 이상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 같습니다.! 미미님의 에피소드처럼 선생님이란 존재는 일타 강사처럼 책의 내용을 읊고 가르치는 사람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미님 글을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미미 2023-08-03 11:50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그저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측면도 원인인 것 같습니다. 폭력적인 일부 선생님도 있었지만 학교 선생님이라는 의미가 부모님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마음의 울타리로 느껴졌었거든요. 그러니 친근하게 쌤들에게 별명도 붙이고 따랐던 건데...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 심정이 어떨지..슬프네요.

저도 화가님 글을 보면 늘 반갑습니다*^^*

페넬로페 2023-08-03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과 같은 생각에 책을 읽고 난 후의 독후감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숨겨져서요.
그런데 요즘은 독서도 나와 연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독서를 위한 독서 보다는요.
서재의 글을 읽다 보면 다들 책 얘기 하는데도 자신의 성격들이 나와요 ㅎㅎ
어딘들 내가 들어 있지 않는데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나 대로 살고 글도 그렇게 팍팍 쓰자구요.
남들이 뭐라든요~~
라파 라구라구!, 미미님♡♡♡

미미 2023-08-03 11:58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랬어요. 그러다가도 자꾸 꺼내고 싶은 욕구가 쓰는 도중에 튀어나오네요.ㅎㅎ
같은 소설 읽고도 성격대로 느낌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거 신기해요!
그런데도 비소설 보다는 소설이 개성있게 독후감 쓰기에 힘들다는 생각도 합니다.
책 읽고 좋아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이미 저랑 비슷한 생각을 쓴 사람들이 수두룩ㅎㅎ
쓰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어버리니까 그래도 묵묵히 써 나가야겠죠?
늘 든든한 멘토 페넬로페님, 라파 라구라구!!♡♡♡

독서괭 2023-08-04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휴 정말 마음 아파요. 학교가 너무 극에서 극으로 변한 것 같아요. 마구 체벌하던 폭력선생들 없어진 건 좋은데.. 세상이 너무, 권위를 다 부정하는 것 같아요. 합리적인 권위는 어느 정도 필요한데 말입니다. 이게 다 윗세대들이 권위가 아니라 권력을 마구 남용한 반작용이 아닐지..
미미님 많이 써주세요!!^^

미미 2023-08-04 16:4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어쩌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된건지 사례들이 황당하더군요.
극한직업이 되어버린 듯해요. 괭님도 많이많이 써주세요^^*

새파랑 2023-08-04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엔딩을 싫어하는데 ㅋ 나보코프의 문장 좋네요 ~!!

저도 사실 소설에서나 새드엔딩을 좋아하지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을 꿈꿉니다 ㅋ

미미 2023-08-04 22:28   좋아요 1 | URL

나보코프의 이 소설! 난해함이 프루스트를 떠올리는데요. 방식은 또 전혀 달라요. ^^

좋은 문장들이 한번씩 쉬게해주네요ㅋㅋㅋ

그레이스 2023-08-05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고민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훅 치고 들어오는 말들 .토닥거림,쓰디쓰고 냉정한 조언. 노련한 의사를 만나 처방 받는 느낌˝

넘 좋아요.

저도 교육감 기자회견때 뒤에서 외치시던 그분때문에 울었어요. ㅠ

학교의 눈물입니다 ㅠ

미미 2023-08-05 16:32   좋아요 1 | URL
비비언 고닉의 문장들
치유의 힘이 있어요^^

저도 그 장면 보면서 울었어요ㅠㅠ
덩달아 눈물나게 하는 울음이었어요.

알려지지않은 죽음들이 더 많던데 이번 일로
학교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완전무결한 대머리, 그을린 피부, 깨끗이 면도한 얼굴―그 커다란 갈색 돔, 거기에 뿔테 안경 (어린아이 같은 눈썹의 숱 없음을 가려주는), 원숭이 같은 윗입술, 굵은 목선, 좀 꽉 끼는 트위드 상의 속의 장사 상체 그 시작은 제법 창대했지만, 그 끝은 홀쭉한 다리 (지금은 플란넬 바지를 입고 서로교차), 그리고 여자 발처럼 약해 보이는 발이었으니 다소미약했다. - P7

이제 비밀을 밝혀야 할 때가 왔다. 프닌 교수가 기차를잘못 탔다는 사실. 그는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고, 이미 객실을 향해 한 칸 한 칸 다가오고 있는 차장 역닌의시 모르고 있었다.  - P9

학생들이 그를 좋아했던것은 실력 있는 교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안경을 벗어 들고현재의 렌즈를 문지르는 동안 과거를 향해 환한 웃음을 보내면서 잊을 수 없는 여담들을 들려주는 교사였기 때문이다.  - P12

그의 큰어깨가 부들부들 들썩이는 동안, 그의 손이 그의 입을 향해날아가곤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의 춤추는 손에그렇게 가로막히면서 학생들의 몰이해는 두 배로 늘어났지만, 웃음참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그의 모습은 불가항력적인 전염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가 웃음을 터뜨릴 때쯤에는학생들도 배를 잡고 웃어대곤 했다.  - P14

오히려 그는 지나치게 경계하는 편, 악마적인 함정들에 대한 경계가 지나치게 집요한 편, 일탈적인 주변 환경들(예측 불허의 미국)의 꾐에 빠져 엉뚱한 불찰을 저지르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에 지나치게 시달리는 편이었다. 딴생각에 빠져 있는 것은 세상이었고, 프닌에게는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의 삶은 무신경한 오브제들―그의 생활 반경 안에진입하자마자 망가지거나 그를 공격하거나 작동하기를 거부하거나 악질적으로 미아가 되는―과의 끝없는 전쟁이었다.  - P15

생명의 주요 특징중 하나가 절연성이라는 것을 누가 전에 이미 지적했는지는 모르겠다. 피부라는 막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죽는다. 인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한에서만 존재한다. 두개골은 우주여행자의 헬멧이다.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소멸된다. 죽음은 안을 벗는 것. 죽음은 밖에 닿는 것. 풍경과 섞인다는 것이 원더풀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연약한 자아의 끝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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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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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의 논리면 스탈린도 죄가 없고 히틀러도 그럴만 해서 그런거 아닐까? 플친님의 리뷰가 좋아서 읽었는데 23년간 장기 집권중인 푸틴의 만행들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기만적이지만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다만 앞으로 좀더 면밀히 알아보고 공부하자는 결심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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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28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을 보니 오히려 궁금증이 생기네요^^ 과연 어떻길래 하는 마음에서...

미미 2023-07-28 18:18   좋아요 3 | URL
푸틴에게 전쟁 명분을 주는 내용들이라고 느꼈어요. 모르는게 많아 이것저것 찾아보며 읽느라 힘들었는데 덕분에 계속 러시아문제를 공부할 의욕은 생겼어요. 푸틴에게 불리한건 몇 줄 있거나 혹은 쏙 빼버려서 좀 여러번 웃겼습니다.

베터라이프 2023-07-28 2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수의 미국 정치전략가들에 의해 무력화 되긴 했지만 ‘러시아의 안보’에 있어, 더이상 나토의 동진은 없을거라고 했던 당시 베이커의 확약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 소재한 핵무기를 도로 러시아로 보내면서 맺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공약이었던 부다페스트 메모랜덤도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말았죠. 이해영 교수는 바로 이런 동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해본건데, 물론 논리적 비약도 있고 무리하게 미국과 러시아의 균형추를 잡으려고 했던 점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푸틴의 광오함과 폭력성이 젤렌스키의 이익이기도 한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비록 같은 급으로 취급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교수는 이 전쟁의 정치적 맥락으로서 본질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연유에서 미국이 CIA를 동원해 남중미 아메리카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덩 7~80년대의 ‘더러운 전쟁들’이 여기 한국에서는 잘 안 알려져 있지 않은 것과 유사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가 밝히는 여러 논지들 가운데 일관된 부분은 이 전쟁에 있어 선과 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젤렌스키 정권의 진면목을 알리려고 한 점은 전체적으로 글의 유익한 부분이라고 여겨지네요. 극우의 지지를 받는 젤렌스키, 국민을 졸로 보는 푸틴, 다시 전쟁을 통해 위대한 중국을 만들고자 하는 시진핑, 세계 패권을 무기로 경제적 이득과 동맹국들을 부하로 다루려고 하는 바이든.. 이들 모두는 선악의 인물들이 아니라 지극히 자신과 국가의 이익 관점에 움직이는 인물들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미미님 서재에 주절주절 쓰다보니 이리되었습니다 ^^;; 부디 아량으로 용서해주소서~~

미미 2023-07-28 19:24   좋아요 2 | URL
물론 유익한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을 신뢰하지도 않고 정치적 관점은 사회주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냉정한 시선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언론뿐 아니라 1인미디어로도 현장 상황이 실시간 전달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권력자들은 체스판의 말을 다루듯 -베터라이프님 말씀처럼-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에 급급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해영 역시 비슷한 위치에서 (푸틴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객관성을 잃어버렸다고요. 중간 중간 들어간 여러 발췌문들도 그런 면에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집 잃고 가족을 잃은 난민들에게는 네오나치 문제나 과거 나토와의 약속은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없고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죠. 그런만큼 치우치지 않은 관점에서 사실을 쓰고 인용했어야한다고 그래야 미국에 대한 비판이 더 신뢰성을 얻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점에서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2023-07-28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8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7-28 1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요.
그 누구가 되었든 진정한 선인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제가 최근에 읽은 ‘빈곤의 가격‘에서도 푸틴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래요.
지금 말고도 그 전에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있었고, 조지아와의 전쟁도 결국 푸틴이 장기집권하기 위한 것의 한 맥락이기도 하더라고요.

미미 2023-07-28 19:21   좋아요 4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러시아에 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거였어요.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한 책입니다. 별점을 짜게 줬지만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미디어에서는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만 제공하니까요.
페넬로페님이 추천해주신 책 알아볼께요.

새파랑 2023-07-29 16:17   좋아요 2 | URL
도스토예프스키 책도더 읽어주세요 ^^

페넬로페 2023-07-29 16:40   좋아요 2 | URL
당연히 도작가님책도 완독해야죠!
우리의 찐사랑 아닙니까^^

기억의집 2023-07-28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조건 장기 집권은 권력의 집착으로 생각해서 카스트로가 아무리 혁명가여도 쿠바를 죽을때까지 집권한 독재자일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푸틴 장기권력의 개새끼일뿐이예요. 아무리 미사어구로 푸틴을 꾸며도 권력의 미친놈입니다!!

미미 2023-07-28 20:51   좋아요 1 | URL
전쟁 초기에 반대 시위하는 러시아 시민들을 차에 실어가는 모습을 뉴스로 봤는데 잊혀지지가 않아요. 전쟁 일으킨 사람들은 항상 가장 안전한데 있고 애꿎은 사람들만 희생당하고 있네요.

그레이스 2023-07-28 2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공부하자로 결론이 나는 ^^ 미미님!
그 결론에 박수, 공감, 함께 합니다~♡

미미 2023-07-28 21:21   좋아요 4 | URL
읽을수록 빈수레가 실감이 됩니다. 특히 국제정세, 경제는 심각한 수준이에요. 그레이스님 공감해주셔서 든든합니다~^^♡

추풍오장원 2023-07-31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현실주의 국제정치관에 기반해서 통념과 다른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좋은 국제관계학 입문서가 될듯 하네요.

얄라알라 2023-08-01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미미님의 100자평에 이어지는 밀도 높은 댓글, 그 자체가 공부가 됩니다~~와우! 꾸벅!

잘 모르고, 관심도 안 두었어서 이해하려는 뱁새의 머리회선이 탑니다 ^^;;

미미 2023-08-01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웃분들의 댓글에
정보도 얻고 공부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사회 문제를 개인들이 공론화 하기도 힘들고 모여 토론할만한 여건도 되지않는데 이런 커뮤니티가 있어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