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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임신출산 설명서 ㅣ 내몸 시리즈 5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지음, 안기순 옮김, 신종철 감수 / 김영사 / 2012년 4월
평점 :
YOU: Having a Baby
The Owner's Manual to a Happy and Healthy Pregnancy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 " 다소 딱딱한 어감의 책제목이 가전제품 사용 메뉴얼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무려 443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침대 맡에 놓고 하루밤에 편한 마음으로 읽어 버리기에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손목에 와닿는 묵직한 느낌과는 달리 책장을 펴보니 공저자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의 필치는 무척이나 경쾌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재치넘치다 못해 탄성을 자아낸다. 400여페이지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쒸익 다 읽어버렸다. 연실, "왜 2012년에 출간된거야? 2009년 영문판 초판 때 왜 못읽었지?" 즐거운 투덜거림을 뱉으며. 그 정도로 맘에 들었고, 내 몸과 생명탄생의 신비에 많은 앎을 주었고, 책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 책이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베넷저고리나 엽산 영양제보다 먼저 챙겨할 선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저자 Michael F. Roizen & Mehmet Oz
건강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번이라도 접해보았을 <내몸(YOU)> 시리즈의 한 권인 는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가 공동 집필하였다. 전자는 Real Age의 개념의 창지자이며 후자는 오프리 윈프라 쇼에도 종종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컬럼비아대학의 외과교수이다. <내몸임신출산설명서>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들이 생명 탄생의 과학을 야심차게 대중에게 속속 설명해주는
"활자화된 산부인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은 남편은 24시간 대기 중인 산부인과 의사와 같다"는 출판사 측의 서평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몸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기에 임신 출산기간 뿐 아니라 평소에도 임신이나 여성의 몸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내몸 신출산 설명서>는 기존의 많은 임신출산 안내서와 확실히 차별화 된다. 차별화된다면 어떻게냐고? How?를 설명해보라면 간단히 대답하겠다.
"꽤나 많은 임신출산관련서를 읽어왔지만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에서 마치 모두 처음 듣고 배우는 듯 하다."
이 책은 총 5부, 12장 구성이다. 440여 페이지에 담고 있는 정보의 방대함. 대중을 겨냥한 의학서이면서도 학술적으로도 신뢰할 높은 수준의 정보 등의 면에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mom과 예비 daddy외에도 인체의 신비에 관심이 많은 누구에게라도 적극 권하고 싶다.
대형 서점의 서가 한 편을 꽉 메울 만큼 임신 출산관련 서적의 인기는 높지만, 그 중에서 독자가 "진화론적 관점(perspective from the evolutionary medicine)에서의 입덧에 대한 설명"이나 "후생유전학"적 관점에서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설명을 접해볼 수 있는 책은 극소수라 하겠다. 나는 <내몸 임신 출산 설명서>가 바로 그 후생유전의 관점에서 생명탄생의 과학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열혈독자를 자청하고 싶다. 후생유전의 개념이 생소할 일반 독자들을 위해 저자들은 "인쇄소의 각인imprinting"(36 쪽)이나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47쪽) 등의 예를 들어준다. 또한 두 저자는 임신을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기반한 안무에 비유한다. 탱고를 추려면 두사람이 필요하기에 자궁을 뜻하는 단어 역시 uter-I가 아니라 uter-us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더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입덧'에 대한 진화론적 관점의 해석이었다. 오전에는 참을만하다가 밤으로 갈수록 문자그대로 "못견디게 괴로웠던" 입덧의 영단어가 morning sickness인데에 의아하다 못해 억울하기까지 했는데, 저자들 역시 95페이지에서 그 명칭의 오류를 지적한다. 통쾌하다. 또한 이들은 입덧이나 임산부 요통, 임산부들의 호흡가쁨 등의 신체 증상이 사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태아를 보호, 태아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진화의학의 기존 가설을 소개한다. 절대동감한다. 온갖 chemicals의 극소량일지라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임신기의 내 몸, 지독하다 못해 피를 토해내게 한 입덧의 작동 기저이유가 바로 아가보호라는 생각을 나 역시 수만번 하며 참아내었었다.
진화의학이니 후생유전이니 하는 단어를 들먹이면, 왠지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가어려운 용어나 따분한 설명을 가득 싣고 있을 것 같이 착각하게 하지면 NO WAY! 정말 재미있고, 내 몸 내가 낳을 생명, 인간의 신비 이야기 이기에 설명 역시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임신 중 몸의 변화, 몸의 메카니즘 등을 시각화한 일러스트레이션은 특히나 압권이다. 튼살 크림은 임신 때마다 열심히 사용해 왔지만, 실제 임신 중 튼살 scratch mark가 어떤 원리로 생기는지는 이번에 <내몸임신출산 설명서>의 삽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또한 임신 중 가능한 체위를 숟가락 두개로 표현한 삽화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가 무심히 책장을 넘겨도 전혀 민망하지 않은 귀여운 배려이다.
그 외,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의 장점으로 효율적인 편집, 적재적소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시도의 참신성을 들고 싶다. 토막상식, YOU quiz, tips, 부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임신중, 출산과 산후조리 기간에 궁금할 수 있는 의학정보를 콕콕 집어서 설명해주고 있으니, 예비 부부의 필수 교과서로 등극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전하고 있는 정보의 학술적 신뢰성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실천가능한 실용성 또한 높다. 신생아 마사지법, 산전 산후 체조법, 아가를 포대기로 싸는 법 등이 상세한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되어 있으니, 특히나 임신이 처음이기에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경외감에서 두려움이 경탄을 이기는 엄마들에게는 더욱 고마운 책이겠다.
책을 다 읽고 복습 차원에서 KBS 다큐멘터리도 한 편 보았다. 책 내용에 홀딱 빠져서 짧은 시간의 폭풍 흡입독서였지만 얻어가는 것 역시 폭풍수준으로 많았기에 배가 부르다. 임신으로가 아닌 책사랑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