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반짝 라임 청소년 문학 46
라라 쉬츠작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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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Sonne Moon und Sterne]이 "해, 달 그리고 별"이라고 유추할 수는 있다. 한국어판을 내면서 제목은 [사랑이 반짝]으로 바뀌었다. 의도적으로 로맨스 류를 멀리하는 나같은 독자에겐  결코 매력적인 제목이 아니었다. 게다가 별사탕 포로롱 쏟아져 내리는 우산을 나눠쓰는 소년 소녀라니, '아, 첫사랑 이야기구나!' 시큰둥.


착오였다. 반만 맞다. [사랑이 반짝]은 10대의 혼란스러운 마음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기대, 따스함이 가득한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깝다. [사랑이 반짝]을 읽고 나면, 작가 라라 쉬츠작(Schützsack, Lara)이 "현재 독일 아동, 청소년 문학계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신인 작가"라는 소개에 격하게 공감의 끄덕끄덕을 하게 될 터이니. 


이 작품은 "완두콩 두 개"로 소설의 문을 열고, 닫는다. 그 완두콩란 게, 이제 막 사춘기를  겪는 소녀의 신체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소설의 조연 치고도 참 독특한 조연이다. 책을 덮고 곰곰 생각해보니, 작가가 왜 이 "완두콩 두 개"에게 조연 지위를 부여했나 알 것도 같다. 열 세살 구스타프는 처음엔 이 불편한 완두콩이 유방암의 전조인줄 알았다. 그저 불편하고 어색하고 가리고 싶었다. 마치 별거를 빙자한 이혼 생활을 하는 부모님과, 오로지 "남자 after 남자" 생각만 하는 두 언니들처럼 말이다. 구스타프는 이 가족에게서 진정한 소속감이나 따스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오로지 늙은 반려견 '모래'만이 영원한 자기편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점점 사건에 사건이 촘촘하게 짜여나가면서 구스타프는 영원히 '중년의 위기'에 빠져 있을 것 같았던 부모님에게도, 독설가였던 언니들에게 가까워져간다. 완두콩도 더이상 불편하거나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름다운 성장 소설이었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아줌마의 입에서 튀어나온 문장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구스타프는 그 문장들이 아주 오랫동안 아줌마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다가, 마음에 행복이 가득한 사람과 부딪쳐 튀어 나갈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래야 탈출할 수 있으니까."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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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환경 회의 라임 주니어 스쿨 4
아니타 판 자안 지음, 도로테아 투스트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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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환경 회의]는 도돌이표처럼 독자를 마지막 장에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게 합니다. 지구 환경 오염으로 서식지를 뺏기고, 생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환경 회의를 한 결론이 바로 이 그림책을 쓰기 였거든요. 동물들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로 시작하는 그림책을 써서 아이들에게 동물들의 고통을 호소하자고 합니다. 호기심에 [동물들의 환경 회의] 맨 첫 페이지로 다시 가봅니다. 정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로 시작하는 군요. 



저자 아니타 판 자안은 동물들이 큰 회의를 열어서,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설정을 했습니다. 판타지로서 말하고 회의 진행하는 동물들 일러스트레이션과 나란히, 21세기 지구촌 현실을 보여주는 실사 사진이 병렬배치됩니다. 그림책의 판타지가 아니라, 이건 현실이구나! 현실이 더 암울해지기 전에 어서 변화를 일으켜야 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킵니다. 





동물들도 회의를 하니, 독자로서의 우리 인간도 자기 반성 해볼까요? 저부터 시작합니다. 늘 환경 관련 책, 기사 찾아보고 간혹 환경개선 캠페인에 참여하고 관련 단체에 민원을 넣거나 읍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경 문제, 생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시선에 익숙해진 나머지 가끔은 "알고 있다"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남의 문제, 인간 외 다른 종의 문제"라고 아는 데 머물러서는 결코 큰 흐름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 텐데요. 



예를 들어,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을 관리해서 "예쁜" 산책로로 만든 사업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저도 평소, 연말 즈음이면 이미 잘 정비된 하천 옆 산책로를 중장비 동원해 뒤집어 엎어  인공 공원과 인공 연못 만드는 아이디어를 도대체 누가 낸건가? 불끈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만, 이런 하천정비 공원환경 조성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이렇게 심각한 줄은 잘 몰랐습니다. 일단 강가를 반듯하게 다듬기 위해 나무를 싹 다 베어내면 비버를 비롯 나무가 있어야 하는 동물들이 살 터전을 잃습니다. 또, 산책로 양쪽에 난 꽃들을 관리하기 위해 퍼부은 농약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고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입가경입니다. 꼬마에게 [동물들의 환경 회의]를 읽어주기 미안해질 정도로요. "미안하다. 미래의 어른들아. 어른들이 이렇게 망쳐 놓은 지구에 다시 숨을 불어 넣어 줄 의무를 떠넘겨서. 너희가 "지구를 지키는 어벤져스"가 되어주겠니?"하는 것처럼 들려서요. 성장이 빠른 나무나 선택해 인공숲을 조림해서 다 크기도 전해 베어 팔아치우니, 고목에서만 살 수 있는 동물들은 아예 터를 잡을 데가 없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평생 단 한번 만 꽃을 피운다는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전에 말라 죽습니다. 판다들이 먹을 게 없어집니다.  북금곰이 새끼를 낳으려면 충분한 눈이 필요한데, 지구 온난화로 먹이는 물론 동굴을 지을 눈조차 귀해지다니....


 





[동물들의 환경 회의]를 "아이들 보는" 그림책이라 생각하지 말고, 많은 어른들 특히 선생님들께서 보시고 수업에서도 활용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실천부터 할 게 뭐가 있는지 머리를 맞대보고요. 요구르트를 꼭 플라스틱 용기와 플라스틱 스푼 포장된 제품으로 사야하는가? 집에서 만들 수는 없을까? 옷을 꼭 매일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할까? 깨끗하게 입고 며칠 씩 더 입으면 세제도 미세플라스틱 발생도 덜 해질텐데?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할 때, 접착제 붙은 부분 말끔하게 제거해서 실제 재활용 될 수 있도록 온가족이 노력하면 좋겠지? 일주일에 딱 하루만이라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환경 발자국을 줄여보는 거야.  우리는 과연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까요?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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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 푸른숲 새싹 도서관 2
샤를로트 벨리에르 지음, 필리프 드 케메테르 그림, 이세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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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 "난민"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이내, 다 사람인데, '난민' 라벨부터 붙이려 했던 제 좁은 속이 부끄러워지네요. 얼마 전 꼬마에게 "길고양이도 만졌니?"라고 물었더니, "고양이는 그냥 다 고양이지, 왜 길고양이냐?"라고 반문해 와서 흠칫 놀랐던 기억이 겹치면서요. 


제가 북 아프리카나 유럽 근방에 살아본 적 없으니, 이 지역 "난민" 이야기는 학자들 글이나 뉴스 등으로 접합니다. 그 뉘앙스와 사안을 다루는 프레임에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측면도 있고요. 


벨기에 작가들이 쓰고 그린 [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는 여러 면에서 그 프레임과 다른 접근이라 신선했습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구별 지어서 높낮이 다른 사다리에 위치시키는 데 익숙한 어른들 프레임이 아니라 아이들 시선에서 접근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러스트레이터 필리프 드 케메테르가 의도적으로 아이들 그림일기 스타일로 그렸나 싶네요. 



내용도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브라다"네 가족과 "토마"네 가족이 한 집에서 일시적으로나마 같이 지냅니다. "브라다"는 "토마" 어머니가 내오신 오믈렛에서 '쾨쾨한 고린내'가 난다며 먹지 않고, 토마가 물려준 쓰던 책가방을 노골적으롤 맘에 들어하지 않았어요. 토마 역시, 갑자기 자기 집에 찾아와 지하실에 터를 잡은 '브라다'네 가족과의 동거가 불편했지요. 


작가 샤를로트 벨리에르는 처음에는 먼 곳에서 온 아이 "브라다"와 그 "브라다"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토마"의 생각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그 꼬마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게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두 꼬마가 직접 대화하게 하지요. 


"너 여기 왜 왔어?"

"우리나라 싸움 많아. 배 탔어."



전쟁이나 목숨을 건 탈출을 알 턱이 없는 "토마"는 "싸움"을 "레슬링"수준의 스포츠로, "배 탔다"는 이야기를 "가족 크루주 선 여행"으로 상상합니다.


대화가 계속될 수록 "토마"는 "브라다"가 크루즈 타고 놀러 온 것이 아님을 어슴푸레 느끼지요. 두 아이는 가까워집니다. 제가 그동안 익숙했던 프레임은, "인도주의적," 인류애를 끌어와 난민을 포용해야 한다 식 수혜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그림책에서는 그저 사람 대 사람, 아이 대 아이로의 이해와 가까워짐을 다루네요. (받아)주는 자와 (도움) 구하는 자의 이분 프레임이 아니라...


그래서 참 인상적인 그림책이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인지라 주변의 꼬마들에게 직접 읽어줄 수는 없어 아쉽네요.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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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금지 미래그래픽노블 2
실비아 베키니.수알초 지음, 이현경 옮김 / 밝은미래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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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딱지" 효과 때문에 선택했다. "수상작"이라니까, "최고의 그래픽노블"이라니까 재미있겠지..... 정작 [출입금지]가 어떤 책인지 전혀 예측해보지도 않고 "황금딱지"만 보고 데려왔다. 그토록 건성이었으니, 책 간지에 왜 슈퍼마켓 진열장이 그려졌는지, 첫 페이지부터 생수병 흔들리는 그림이 왜 등장하는지 감도 못 잡을만 하다. 지진을 표현한 것이다. 여느 지진이 아니라 2016년 8월 24일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몬테포르티노에서 발생해 300여명의 사망자와 11000명의 이재민을 낸 지진이었다. 




[출입금지]는 이 지진을 중심으로, 한 순간에 사랑하는 이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현재진행형 고통 또 그 고통에 성숙한 의미를 더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도자기 화분 만들기 수업 에피소드가  왜 자세히 묘사되었는지를 책을 덮기 직전에 깨달았다. 깨어진 화분을 이어붙인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니. "깨진 화병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듯이 우린 그 상처를 지울 수 없지. 그렇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그 상처에 의미를 담을 수는 있단다."  







[출입금지]를 다 읽고 난 독자에게는, 표지의 붉은 털 개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같은 시공간에 배치된 생명체로 보이지만, 한 쪽은 이제 상상 속 존재요 다른 쪽은 추억하며 그 꺼진 생명을 부여잡으려 한다. 붉은 개는 아이들에게 이르지 못한다. 


요새 미디어나 학자들의 글에서 큰 스케일, 지구적 차원의 대재앙을 자주 언급한다.우리가 집합적으로 무감해진 것일까?  규모화된 대재앙 (혹은 공포)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작은 도시를 강타한 지진을 잊는 것 같다. 지진 때문에 트라우마적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데도 말이다. 


멀리 갈 필요 없다. 당장 2017년 포항 대지진 이재민들이 3년이 지난 2020년에도 보상을 기다리다가 친척 집으로 원룸으로 옮겨다니며 추운 겨울 속으로 내던져 진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단지 물리적 '집'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분들이 어떤 마음의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지 [출입금지] 덕분에 상상하게 된다. 상상 속에서만 손을 내미는 비겁함도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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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입.귀.촉 - 삶이 바뀌는 다섯 가지 비밀
박지숙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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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도 메인 디쉬와 디저트가 있다면, 내가 메인보다 더 챙기는 디저트는 바로 건강 실용서. '~가 원인이다.' '~하라''~ 먹어라' '~ 먹지 말라. ~하지 말라' 비슷한 뉘앙스의 권고가 반복되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꾸준히 입력 중이다. 그러다가  평소 생각과 공통분모가 큰 책을 발견하면, 이것은 디저트가 아닌 노다지? [눈, 코, 입, 귀, 촉] 가 바로 그 노다지. 


프로필 사진만 보아서는 [눈, 코, 입, 귀, 촉]의 저자 박지숙은 30대의 외양이다. 하지만 10년 주기로 굵직하게 하는 일을 세 번(최초 10년은 대학 강단, 다음 10년은 병원에서 상담치료, 다음 10년은 "힐링 전문가") 바꾸었다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50대 이상일 수 밖에 없다. 활자로 전하는 천 마디 건강 조언보다, 저자의 프로필 사진이 더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나는 스케줄러 복잡하게 기록할 필요도 없고, 신용카드 쓸 일도 없이 게으른 건강법을 실천 중이다. 건강검진일 꼼꼼하게 챙기지도 않고, 건강보조제를 구입하는 일도 거의 없다. 곰곰 생각해봐도, '게으르다'할 밖에..... 따로 챙기는 게 없다. 건강법의 핵심조차도 느슨하다. '마음이 편안하면 다 좋다' 


[눈, 코, 입, 귀, 촉]의 저자 박지숙의 어린시절 스승이었다는 금오 스님은 "심신일여 心身一如"라는 말로 저자를 일깨워주었다 한다. 30여년 전 저자는 "마음이 편하면 몸이 편하다"로 이 말을 이해했으나,이제는 '몸이 즐거우면 마음도 행복해진다"로 이해한다 말한다. 


박지숙은 "오감感-눈, 코, 입, 귀, 촉 정화"를 위한 구체적 팁들을 저자가 현장에서 만나고 치료한 사람들의 실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나는 여러 귀한 조언을 "고마운 마음을 가져라"로 압축시켜 이해했다. 


저자는 동국대학교에서 '선 禪 심리치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주)카루나힐링의 대표이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그녀는 "대한민국 대표 마인드 힐링 전문가, 기업 명상 전문가"이다 

https://karunahealing.modoo.at/

프로그램만 보아서는 기업 경연진, 정치인, 방송인, 유명인사 등을 주 대상 삼는 것 같아 접근하기 쉬워보이지 않다. 하지만, [눈, 코, 입, 귀, 촉]가 전하는 조언은 한글 읽을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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