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 인터뷰와 일러스트로 고전 쉽게 읽기 고전을 인터뷰하다 1
최유리 지음, 나인완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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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대학 입시를 위한 청소년 필독서 100, **대학교에서 선정한 고전 100선에서 빠지지 않는 책이다. 자식의 대입성공을 기원하며 이 책 샀던(읽는 행위와 별개로) 학부모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내게는, 한 보름 공들여 읽고 독후감 제출했다가, 선생님께 빨간 줄 벅벅 그어진 평가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는 책이다. 독서 공력이 그 때보다는 쌓였으니 지금 다시 읽는다면 "고전"의 진한 국화향을 맡을 수 있으련만, 쯧....서가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시원스쿨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는 최유리 작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일본 유학 나가기 전에 [국화와 칼] 추천 받아 도전하기를 두 번, 번번히 끝까지 읽지 못한 채 손에서 놓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식견이 생기자 이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고 아쉬웠다고 한다. 일본 유학나가기 전에 읽었더라면 꽤 달랐을텐데 하고. 그래서 다른 유학 준비생, 주재원, 취업 준비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 한다. 



시간 여행을 하여 미국에서 루스 베네딕트를 인터뷰하는 설정을 만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미국인 인류학자 집단이 미국 사회를 위해 썼던 [국화와 칼] 중에서 한국인에게는 군더더기의 설명인 부분을 과감히 제하여 완행이 아닌 고속도로를 탄 속도로 지적인 맛보기 경험을 시켜준다고 한다. 





작가의 말을 믿고 읽어도 좋겠다.


 [국화와 칼] 원전 챕터 순서대로 배치한 최유리 버전에서는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심리 구조와 그것이 사회 작동원리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간단 명료하게 보여준다.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책 내용도 오래 기억 남을 듯 하다. 예를 들어, "적절한 자기 자리 찾고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사회에서 오지기( 상황과 상대에 맞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각도가 달라짐)라는 인사법은 하다못해 결제 서류 도장 찍을 때에도 드러난다. 직급이 낮은 직원의 도장일수록 허리를 숙인 각도로 찍혀 있음을 일러스트레이션이 잘 드러내준다. 



읽다보면, 몇 번 "아하" 모먼트를 맞을 수도 있다.  수년 전, 방한 일정이 촉박함이 분명한 생면부지의 일본 관료분들이 한사코 사양해도 지하주차장까지 찾아와서 상사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몇 초만에 자리를 떴던 기억이 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빚을 졌을 때 바로 해소해야한다는 마음의 작동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함이 좀 덜어진다. 이런 독자들의 에피소드를 수집해서 재판 찍으실 때, NG컷처럼 후반부에 배치하여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2021년 상반기 중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다시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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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원전에 있는 내용을 충실하게 잘 소개했다면, 굳이 원전을 안 읽어봐도 될 것 같아요. ^^

얄라알라 2021-02-02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전에 충실하기보다는 축약에 축약이지만^^ 가볍게 핵심을 잘 뽑아서 기억하기 쉽게해줘여

페크pek0501 2021-02-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전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었어요. 을유문화사 것이었던 것 같아요. 읽는데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읽혀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본과 우리는 많이 다른데 그래도 같은
동양권이라 비슷한데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 당시 베스트셀러였었죠.
핵심을 뽑은 책도 유익한 점이 있지요.

얄라알라 2021-02-03 12:01   좋아요 0 | URL
지금 찾아보니, 제 책도 을유문화서 옛 버전이네요.^^ 다시 읽고 리뷰 올리려고요^^

얄라알라 2021-02-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최유리 저자도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굳이 설명자세히 안해도 될법한 내용들은 빼고 정리한듯해요. 미국인에게는 무척 생소한 반응 사고법이 이미 한국인이겐 덜 생소할 수 있어서요^^

han22598 2021-02-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사두고 책장어딘가에 있을텐데, 저는 이책을 올해는 읽을 수 있을까요?ㅎㅎ 오지기 도장법(?) 매우 신기하네요 ^^

얄라알라 2021-02-04 14: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꺼내보고, 제가 완전 고3 수험서처럼 이 책에 메모 곳곳에 하며 꼼꼼 읽었더라고요. 근데 기억이.....안!!! 나! 요^^;;;; han님 저희 이거 다시 읽을까요? 저는 ˝어린이 양육법, 훈육법˝인가 그 챕터부터 다시 읽고 있어요^^

han22598 2021-02-05 05:42   좋아요 1 | URL
앗! 얄라님 이미 읽기 시작하신 것 같은데, 같이 읽기 좋아요 ^^ 저한테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긴하지만 이번달에 이 책 읽어보겠습니다. (씐나씐나) 이렇게 묵혀진 책들이 빛을 보게 되네요 ^^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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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범선)은 산만한 집중력으로 (채식)식당운영, 출판사(두루미) 운영, 밴드(양반들) 활동, 환경 운동, 동물해방운동, 신문 연재, 책 집필을 휘뚜루마뚜루 병행한다 (6)"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추천사'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추천사를 쓴 이슬아 작가는, 책 본문으로 추정하건대 전범선의 친구인지라 가장 적확한 언어로 친구의 재능을 표현하였으리라 (166쪽에서 전범선 작가는 이슬아 작가를 "존경하는 이슬아 동지"라고 칭했다). "산만한 집중력으로 휘뚜루마뚜루." 생체 나이만 청년이지 추욱 늘어져 있는 이들이 많은데, "휘뚜루마뚜루" 생존력을 발휘하는 기분좋은 경험담은 읽기에 즐겁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가 무척, 무척 흥미롭다. 전범선의 광폭활동 내역과 틀을 깨부수려는 시도, 저항정신, 솔직함 등을 고려했을 때, 책날개의 소개문구가 역설적이게도 '전통적 혹은 보수적'이다. "춘천" 출생이며, 출신 고등학교와 학부, 대학원 학력을 소상히 밝힌다. 하긴, 나부터도 그의 독특한 (출신학교) 계보에 호기심을 느껴서 일부러 이 책을 찾아 읽었으니, '보수적'이라는 말은 조심히 써야하겠다. 게다가 전범선에게 "나는 (춘천) 강원중학교의 전설이었다.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26쪽). 강원중학교의 전설도 민사고에서는 명함을 못 내밀었다(31).  졸업 당시 국제반에서 20등 정도였다 (31) "은 그 자신을 이해하는데, 이후 행보를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책 날개의 소개가 또 이해되기도 한다. 





전범선의 에세이를 읽으며 동류의식을 느끼기도 했는데, 본인이 뱉은 말과 행위들이 충돌할 때 예민한 지성으로 간파하고 솔직하게 자기 균열을 까발린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다. 


"나는 2016년 어느 일간지에 '여성주의와 채식주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이 같이 가야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웬 상투를 튼 남정네의 맨스플레인mansplain이 되어 버렸다 (167)."


"카투사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온전한 주권국가가 아니다...그럼에도 존속되는 것은 징집제가 있는 한 카투사로 가는 것이 명백한 이득이기 때문이다. 못 간 사람은 부럽고, 갔다 온 사람은 부끄럽다. 나만 해도 이미 혜택을 본 처지에서 카투사 제도를 비판하기 조심스럽다 (128)." 


"내 속에는 ①옥스포드 양반들처럼 흔들림 없는 초식형 인텔리의 삶을 추구하는 마음과 ②황홀한 절망의 연속인 로큰롤 라이프를 쫓은 욕망이 병존한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둘 다 누리고 싶다. 어쩌면 그 모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꼴이 휘뚜루마뚜루 일지도 모른다 (94)"


1991년생, 30살의 전범선. 10년 이후, 이분이 "산만한 집중력으로 휘뚜루마뚜루' 얼마나 큰 성취, 변화를 주도할 지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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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이라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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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이라영의 최신간, 독서 에세이를 읽고 잠들었는데 알라딘 알람이 온다. "이라영의 매니아가 되었습니다"는 메시지. 그 정도로 읽었나? 달랑 4권 읽었을 뿐인데? 하긴 알라딘 TV 생중계로 이라영의 북토크도 강의 듣듯 보았으니 '중간' 매니아쯤은 될 것 같다. 이라영을 왜 읽을까? 독자를 시원하게 해준다.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내가 '치우치지 않음'으로 포장하여 회피하는 이슈들에 이라영은 지적인 돌직구를 날린다. 특히 [정치적인 식탁]이 그랬다. 이라영을 왜 계속 읽는가? 이라영은 글을 너무~~ 잘~~ 쓴다. 문학 전공하는 분들 특유의 문체가 눈을 현란케 하고 편두통도 유발하지만..... 그 만큼, 혼자 있는 시간에 작가로서 학자로서 헌신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서문에서 이라영은 1930년대 미국 캔터키 주에서 책 배달 프로젝트에 동원되어 책을 유통했던 '북우먼(말 탄 사서)'를 인용한다. "(이라영은) 읽고 보고 쓴다. 몸을 움직여 이야기를 전하러 가는 그 북우먼들처럼(28)". 프랑스와 미국 등 타국에서 오랜 체류했던 이라영은 자신의 독서경험을 장소성과 묶어 배치했다. 백인, 남성, 지식인 서사 밖, 소위 목소리 낮게 들리거나 차단당했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발굴한다. 



책 첫 페이지에 미국 지도를 실었는데, 서부 중부 동부 지역의 여성 작가들을 소개하며 페미니스트로서의 이라영의 분노를 버무린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의 피부를 할퀴어대는 분노는 아니다. 이라영 스스로 정제되지 않은 분노의 위험성을 알기에. "여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억압 당하는 감정(58)"이 분노이지만, "자기 방어나 증오심에 바탕을 둔 분노의 언어는 이 감정으로 다시 세계를 갉아 먹(27)."는다고 말한다. 대신 그녀는 공감과 사랑의 언어를 펼치려 애쓴다. 행간에서 그 노력을 읽었다. 동시에 이상주의자이자 이상 세계(+땅 위)에서의 투사인 그녀의 매력도 느낀다. 이라영은 이미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삶은 견뎌내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수동적 태도라 발끈했던 바 있다. 그 미학화된 죽음으로 소비되어 왔다는 실비아 플러스의 시 세계와도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고 했다. 출판사 측에서 이라영의 그런 투사다움을 드러내는 문구를 참 잘 뽑아냈다.총 395쪽 중, 내가 전체 다 필사한 딱 그 문장을 출판사 측에서도 뽑았다는 것을 책 다 읽고 알았다. 


"100년 전이라면 나도 치료라는 이름으로 감금되거나 전기의자에 앉았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는 열 명, 혹은 백 명의 미친 여자들의 안부를 물으며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죽지 마, 미쳐도 돼, 라고 속삭이면서 (146)."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를 읽으며 했던 메모는, 일단은 노트에만 남겨두기로 한다. 다만, 그녀가 "압제자"라고 통칭한 범주에 대해, 명료한 정의가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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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27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랑 4권이라니요?
마니아 자격이 충분합니다. ^^

얄라알라 2021-01-27 23:23   좋아요 1 | URL
페크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신다면 더욱 분발!!!^^

수이 2021-03-19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4권이나!! 읽으셨네요. 저는 이제 시작합니다!
 
제4의 식탁 - 요리하는 의사의 건강한 식탁
임재양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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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작업하고 이내 산만해져서, 책을 집어 들면 또 1시간이 흐른다. 책이 마약이다. 끊어야 산다. 방금도 [제 4의 식탁]을 집은 참에 1시간 넘게 쉰 셈이다. 

*

학자이자 저술가, 강연가, 게다가 서평가에다 추천사를 참 많이 쓰시는 최재천 교수가 [제4의 식탁]을 추천하며 "나는 대구로 이사하고 싶어졌다. 저자의 병원 근처에 살고 싶다. 그러면서 그냥 그가 하는 대로 다 따라하고 싶다 (5쪽)."라는 문장을 남겼다. 최재천 교수님 문장답지 않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는데, 막상 [제 4의 식탁]을 읽고 나니, 어떤 의미에서 그리 추천하셨는지 알 것 같다. 

이 대오염의 시대에 건강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본인이 직접 체험하여 옹호할 수 있는 건강법을 전파하는 의사야 많다. 그런데 의사 임재양의 경우, 실천도 실천이지만 대인배다. 책 한권으로 속단하는 결례를 범할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행간에서 느껴지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와 큰 마음이다. 유방암 검진 전문의로서의 그는 27년 의사생활하며 점점 유방암이 고등학생, 대학생 등 어린 여학생들에게까지 빈발함을 안타까워한다. 당뇨 합병증으로 실명해가고 있는 데도, '달달한 빵'을 포기 못하겠노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단골 환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안타깝다. 그래서 임재양은 한옥으로 병원을 짓고, 아예 건물 안에 빵굽고 요리하는 공간을 두어서 병원 찾는 이들에게 빵을 그냥 나눠준다. 설탕이나 버터 친 빵이 아니라, 통밀 저염빵을. 그리고 환자를 잽싸게 진단해서 진료실 밖으로 내보내기보다는 환자와 소통하려 애쓴다. 물론, 개업의로서의 여러 한계가 있기에 환자 일인당 여러 시간 쏟아낼 수는 없지만 대기실에 간호인력 도움을 받아서라도 환자들의 일상을 알려고 한다. 특히 무엇을 먹는지. 그래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

[제 4의 식탁]은 "4"라는 숫자는 제시했지만 특별한 식사혁명을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상식을 짚어준다. 예를 들어, 거칠어 못난이 취급 받는 채소 과일이 몸에 좋다든지, 육식보다는 채식하라든지. 그 기저에는 단지 나와 내 가족의 건강뿐 아니라, 먹거리를 생산해주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을 향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있다. 임재양 선생님은 "생각하면 바로 실행"하는 타의 추종 불허 실천력이 트레이드마크이던데, 나도 그렇다면 내친김에 대구를 찾아 임재양 선생님 병원을 방문해보고 싶다. 굉장히 궁금해진다. 



*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챕터 제목이 '대변'이다. 흥미를 넘어,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Jonathan108,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저자가 10일 일정으로 몽골로 휴가를 갔을 때 일화이다. 그곳엔 좌변기가 아닌 드넓은 초원에 임시로 마련된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나보다. 저자는 "느긋하게 쭈그리고 대변을 보자 엄청난 양이 쏟아졌다. 그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끝날 때는 다리가 저려 절룩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배가 편함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쭈그리고 보는 대변, 그건 실로 30년 만의 일이었다 (92)."


저자가 10일간의 몽골 여행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오자, 다시 대변 습관이 바뀌었다 한다. 좌변기가 쾌변을 틀어막은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시 야외에 몽골식 화변기를 설치했다 한다. 실천력 최강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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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재밌네요. 근데 솔직히 엉덩이를 까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세상에는 참 훌륭한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기사에 나오는 온갖 흉악한 사람들을 보다가도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아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아 근데 집에 저 화변기를 설치하면 요즘은 그걸 퍼주는 똥차를 보기 힘들던데 아마 해결할 수 있으니까 만들어겠죠? ^^

얄라알라 2021-01-27 10:1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는 그 생각 못해봤네요^^
실은 학부 때 은사님 중 한 분도 ˝똥˝에 관한 책도 쓰셨을 뿐 아니라, 마당에 손수 시설을 설치(?)하셨다했는데, 그 뒤에 처리는 어찌 되는지 정작 그 부분은 확인해본 적 없네요. 아마 뭐든 방법이 있겠죠?^^

han22598 2021-01-27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비에는 푸세식이 답인가요? ㅎㅎㅎ 책 매우 궁금해지네요.

얄라알라 2021-01-27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책 읽은 후, 계속 그 생각 중이에요
어쩌면 저자가 대도시, 바쁜 의사 스케줄 소화하며 스트레스 받다가 몽골의 너른 초원에서 규칙적으로 먹고 쉬며 스트레스 프리 상태로 10일 있었기에 쾌, 초초초 쾌변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생각이 들어서요^^

감은빛 2022-04-19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농한 선배가 대변을 퇴비로 쓰고 소변을 또 별도로 이용하기 위해 대변과 소변을 분리하는 화장실을 설치했더라구요.
소변을 분리하고, 대변을 본 후에 위에 겨를 뿌려두면 대변이 모인 덩어리에 습기가 차지 않아서 냄새가 안 나더라구요.
사실 그 선배 집에서 며칠 묵어야 했을 때 화장실이 제일 고민이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그렇게 깔끔한 재래식 화장실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죠.
우리 몸 밖으로 나온 대소변은 모두 다시 땅으로 돌아가 농사에 보탬이 되니 그 또한 좋구요.

얄라알라 2022-04-19 15:53   좋아요 0 | URL
며칠 묵으시면서, 좋은 기억 있으셨겠네요.
저도 농촌 생활 동경하는 마음(만?) 커서, 좀 며칠 일하며 농가에서 묵고 싶어요.

어느 책에서인지 기억 나지 않는데, 예전 우리 조상들은 용변을 참고 집에 와서 해결한 이유가
그게 귀한 농사 비료가 될 거니, 밖에 뿌리고(?) 다니면 아까워서라는 글을 읽었어요.

불과 수십 년 사이, 우리 몸 밖으로 나오는 우리 몸 안의 물질에 대한 생각(이젠 철저히 위생처리 은폐 대상일듯하다고 상상합니다)이 크게 바뀌었음을 대변볼 장소 선정에 대한 그 이야기가 들게 합니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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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전례 없는 지구적 비대면 시대이기에, 책 제목에 혹 넘어간다. '읽어야 겠어!' 혼자 있어도(있기에) 생산적으로 일 잘하는 분들이 팁을 준다니 읽어야지! 호기심에 빠르게 책장을 넘긴다.

먼저 김겨울 작가는 '성실의 사이클' 가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즉, 루틴 만들기이다.

김개미 시인의 충고는 나를 얼게 만들었다. 책에 지나치게 빠져들면, 정작 생각을, 일 해야한다는 압박을 강탈당할 수도 있겠다. 있겠다가 아니라, 그렇구나. 발상의 전환.


"혼자 있지만, 진짜로 혼자 있어야 한다...책도 조심해야 한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온통 책만 읽는 것도 시간을 잃는 좋은 예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나치게 빠져들면 도박과 다를 바가 없다. 생각을 강탈당한다 (39쪽, 시인 김개미)."


디자이너 김광혁의 에세이 제목은 '내 안에 사는 다중이들이 물 만난 언택트 세상"이다. 그는 google 스케줄러 공유, 클라이언트와 zoom회의, Brunch, Evernote, Facebook 등의 플랫폼과 앱을 적극 활용하여 코로나 언택트 시대에 말 그대로 열일 소화해낸다. 그가 강추하는 플랫폼은 Notion인데, 실리콘벨리의 프로그래머와 크리에이터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아온 만큼 그 효율성이 놀랍다고 극찬한다.

김기영 광고 크리에이터는 '걸으면서 일한다. 생각을 줍는다.'

연극배우 리우진도 걸으면서 대사를 외우고, 걸으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연기를 위한 거름 삼으며.그는 농담 삼아 동료배우들과 자주 한다는 말을 소개한다. "젊었을 때는 연기가 문제고, 나이 들어서는 암기가 문제다."

김영글 미술작가도 불광천 산책을 자주한다. 김 작가에게 산책은 '디스크 조각모음' 실행시간이라 한다.



걷기로 대표되는 몸살림과, 잘 먹기는 저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언택트 시대 생존전략이다. 이지영 클래식음악 중개자는 2020년, 어쩔 수 없이 홈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등 유럽언어와 언어학을 전공한 신견식 번역가는 솔직하다. 에너지 총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심사를 최소한으로 제한함으로써 해야 할 일을 한다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해야할 일은 번역이다. 베테랑 번역가로서 그는 아랍어, 커키어, 페르시아어, 힌디어,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가 유망하다는 꿀팁도 전해준다.



마찬가지로 20년 경력의 번역가인 김태규는 매일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4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자칭 "기계가 된 번역 노동자"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카페를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김태규 번역가는 집중력이 보통 20분, 길어야 30분 간다고 솔직히 이야기해주는데 휴우~~. 남의 정신산만에 내가 안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병상련?



사회학자이자 작가 노명우는 글쓰기 위해 자기 재구성하는 3단계를 소개한다. 그 중에서 "자기복제를 할 생각이라면 책을 더 이상 안 쓰는 게 맞다 (115)."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어떤 저자가 떠오른다. 과한 자기복제, 책 제목은 다르지만 얼개와 세부 문장까지 끌어다 복제했는데, 내가 리뷰에서 이 지점을 지적하니 친히 활화산 분노와 저주의 댓글을 퍼붓고 지나갔다. 자기 복제를 사과하기는 커녕. 그 분, 박사학위 소지자이다.



허리가 휠 정도로 교정지를 들고 다니는 황치영 출판 교정가는 외래어표기법뿐 아니라 사료의 연도나 한자 이름 등을 대강대강 써서 피곤을 안겨주는 저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해탄은 '대한해협'의 오기라 한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에 수록된 에세이 여럿 중에서, 나는 황치영 출판교정가의 글을 가장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극도로 완벽지향에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그는 놀랍게도 칠십 중반의 나이이다. 한결같이 그런 숨막힐 듯한 완벽주의로 일해왔고 계속 일한다는 점이 존경스럽다.



체력관리, 건강관리, 시간관리, 주머니 관리, 업무능력 관리.

사실 이런 팁들은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Covid-19상황에서 현역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 들려주니, 새롭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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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07: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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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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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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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26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만나려면, 책 모임을 해야 돼요. ^^

2021-01-26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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