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에 관하여 - 낳는 문제와 페미니즘
머브 엠리 지음, 박우정 옮김 / 마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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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다. 아기를 낳다. 

어떻게 낳을 건데? 왜 낳으려는데? 혹은 낳지 못하는 데? 누가 낳을 건데? 낳을 수 있는데? 낳지 않으면 뭐가 어때서? 낳고 난 후의 책임과 의무는? 



[재생산에 관하여]는 본격적으로 '낳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2018년, "Once and Future Feminist" 포럼에서 발표된 글을 엮었다. 머브 엠리Merve Emre가 발제문 형식으로 쓴 "재생산에 관하여 On Reproduction"에 대해 생물 정치학, 생명윤리학, 문학, 여성학 등을 배경으로 활동중인 페미니스트들이 피드백하는 형식의 얼개를 갖췄다. 따라서, 총 14명 필진의 글과 인터뷰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이 글에서 숨 틀 길을 제대로 찾으려면 머브 엠리의 발제문부터 충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엠리는 '기술-유물론적 페미니스트' 와 '급진적 재생산 정의(radical reproductive justice)'라는 두 라인의 사고가 서로 대화가능한 접점을 포용적 페미니즘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여기에서 2차 페미니즘 운동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보조재생산기술에서 되레 저항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엠리의 주장 기저에 흐르는 핵심 생각은 바로 ""심지어 '자연스러워'보이는 재생산이라도 모든 재생산은 도움을 받는다...(40)"인데, 이 주장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어 동조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8명에게서 생산적이고 비판적 피드백을 받은 엠리는 " "A Right to Reproduce"라는 글에서 오독을 거부한다.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 "나는 페미니스트 선언문들에 나타난 자연과 기술의 역사적 대립을 추적하며 글을 시작했지만, 내가 어느 한쪽을 선택했다고 단언한다면 주장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90)"



즉, 엠리가 진정 주장하는 것은 보조생식기술이 여성을 재생산 노동에서 해방시켜주리라는 기술적 해결 예찬론이 아니라는 의미같다( 실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이 안 선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기술"의 이항대립에 갇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재생산이 제기하고 있는 논의들을 단순화시키지 말자는 제안도 한다. 즉 영화 <GATTACA>(1995)에서처럼 "자연적인 분만으로 나은 태양의 아이 vs. 우생학적, 선별적 기술로 창조된 강화 인간"의 대립구도로만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생산에 관하여]는 얇지만 쉴 새 없이 메모하게 만드는 책이다. 14명 필진의 저서만 찾아 읽어도 한 분기가 지날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의 리뷰로는 출판사 편집진이 내 놓은 출판사 소개글이 무척 훌륭하다. 정독 후, 출판사 측에서 내놓은 리뷰를 두어 차례 읽고 다시 머브 엠리의 발제문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식을 추천한다. 



* "심지어 '자연스러워'보이는 재생산이라도 모든 재생산은 도움을 받는다...임신하기 위해 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임신에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임신하기 위해 몸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임신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의사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조롱하거나 무시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기에 충분히 건강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존재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40)"



  • "우리가 유익한 방식으로 요구해야 하고 친밀한 사람들과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모방하도록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정치 체계가 필요하다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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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라임 주니어 스쿨 5
스테파니 뒤발 외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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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교과서와 애증관계인가 봅니다. "교과서=시험대비 수험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말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라는 제목에 긴장했거든요. 밑줄 긋고, 핵심정리노트 정리하는 교과서적 자세가 필요한 줄 착각하고요. 아니었습니다. "교과서"에 대한 제 고정관념을 질책하듯,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는 유쾌발랄했습니다. 어린이라면 '성평등'에 대해 궁금해할 내용들을 고루 다루면서, 전혀 딱딱하지도 훈계조도 아닙니다. '성평등'을 키워드인 책인 만큼, 글쓴이들과 독자의 관계도 "평등"해서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목차에는 총 28개의 생각 미끼가 던져져 있습니다. "자가 여자보다 정말 힘이 센가요아기를 갖는 일은 누가 결정하나요여자도 대머리가 될 수 있나요남자도 슬플 땐 울 권리가 있다고 질문만 읽어도 생각 발전소 엔진 가동되는 소리가 들리죠? 흥미롭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독자는 28개 미끼 중 가장 탐나는 것부터 덥석 물어도 좋겠고, 목차 순서를 밟아가도 좋겠습니다. 어디서 시작하건 28개의 질문을 차근차근 곱씹다 보면 "성평등"을 왜 지향해야 하는지, 어떻게 가능할지 윤곽선이라도 그려질 테니까요.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는 프랑스 및 벨기에, 즉 유럽 출신 작가들이 협업한 책입니다. 그렇다고 "성평등" 이슈와 사례를 유럽 중심으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공간적으로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넓은 세상에서 이야기를 끌어오고, 시간적으로도 아주 먼 과거부터 미래까지 성평등에 관한 흥미로운 이슈라면 잘 버무려 넣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한 푸른숲 출판사 편집진이 독자를 배려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친숙할 사례들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치마 입는 남성 사례로 90년대 가수 김원준의 패션을, 피부 가꾸는 남성 사례로 축구선수 안정환과 김재원의 남성용 화장품 광고를 끌어왔지요. 물론 MZ세대나 더 어린 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사례이겠지만, 적어도 성평등 이슈가 일상과 이렇게 밀접하다는 걸 체감하게 해주지 않겠어요?



"혼자서 천 명을 능히 상대한다"는 말이 돌 정도의 무예를 자랑했다는 여성 사무라이 도모에 고젠, 잔인하기로 은메달 받으면 서러워했을 여자 해적들, 1941년 세상에 나온 만화계의 헤로인 원더우먼, 시인 바이런의 딸로도 알려진 수학자 에이다 레브레이스, 테니스 대회에서 여자도 남자 선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상금을 받는 데 기여한 윌리엄스 자매 등. 흥미를 끌면서도 영감을 주는 이들이 책 곳곳에서 등장한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를 다 읽고 나면, 차별은 폭력이요, 성평등은 갈등조장의 운동이 아니라 편견 없이 서로 존중하고 좋은 세상 만들자는 가치임을 깨닫게 될 거예요. 물론, 깨달음과 함께 행동의 변화, 즉 실천도 따르게 될 거고요!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를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2월의 추천도서로 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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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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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 뽑아 들기 가장 쉬운 높이에 '조르르' 진열된 책들이다. 설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바빠진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은 "꼭 읽고 반납한다"라는 (거의 완수하기 어려운) 임무를 계속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공공도서관 시스템을 최대 활용하는 수혜자이다. 상호대차, 도서예약, 희망도서 신청 등등. 사서도 아니건만, 여러 도서관 거의 매일 순회하는 이유이다(도서관별로 최대 대출권수를 채워 대출하면 2-30권도 빌릴 수 있다!). 처음부터 책을 이렇게 빌려서 읽지는 않았다. 적어도 관심 분야인 사회과학, 인문학 신간은 대부분 샀다. 색열필로 칠하고, 메모하고 줄 그어가며 읽었다. 그러면 내용이 훨씬 잘 기억나기 때문에 다음번 참고할 때 필요한 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우고 또 비우기' 미니멀 강박은 책들을 몰아냈다. 있는 책도 부담스러운데, 더 들이기 조심스러워졌다. 전략 수정. 도서관에서 빌려서 깨끗하게 읽고 반납한다. 일회성 만남이니, 잠시 빌어온 책 내용을 가급적 최대한 머릿속에 찍어두려한다. 리뷰를 이렇게 열심히 올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다. 박균호 작가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소개하려는 리뷰였는데 샛길부터 다녀왔다. 설레하며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첫 장을 펼쳤고, 중간엔 다른 책에 손 대지 않았을 정도로 한 호흡에 주욱 읽었다. 재미 있었으니까! 소명출판사의 정성 담뿍 담은 북디자인에 감탄하며,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춰 소중히 책장 넘기며 읽었다. 책 곳간만 3곳에 나눠 채우고 있다는 저자의 독서 취향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는 만큼이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역시 틀에 매이지 않은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를 준다. 책 덕후, 특히 책 사모으는 재미에서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책 수집가로서의 고백기, 출판사와 출판인들의 무대 뒤 이야기, 책 좋아하는 이들끼리는 통할 '덕질' 노하우 공유, 그리고 본격적 서평까지 다양하게 버무린 즐거운 책이다. 




무엇보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큰 소득은, "책덕후"의 범주를 생각하게 한 점이다. 나는 휘발하려는 활자를 어떻게 해서든 물컹거릴 뇌 안쪽으로 붙들어 매려고 노력하는 범주의 덕후일 뿐 책 수집하는 데 취미가 없다. 위 주머니는 작은데, 진수성찬을 차려 놓은들 아까워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 소화력 수준의 서가만 유지한다. "비우자"  미니멀리스트이다. 반면, "책덕후" 범주의 한 축은 책의 물질성에 환희를 느끼고, 그 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들을 재구성하는 고고학자들이다. 박균호가 그렇다고 느꼈다. 물질로서의 책에서 그것을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의 비물질적 관계를 찾아낸다. 또 자신이 책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느끼는 환희를 기꺼이 다른 책덕후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아내의 눈을 피해 책을 사들이고, 이미 소장한 책인 줄을 까맣게 잊고 같은 책을 사기도 한다. 심지어는 주문하자마자, 자신의 서가 어딘가에 그 책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한다. 솔직한 저자의 실수담(?)에 인간적인 매력도 느낀다. 솔직하게, 담담하게 그러나 읽고 나면 묵직한 알갱이들이 가라앉는 박균호의 화법. 그래서 중고등학교에서 오래 재직해온 직장인이자 생활인이면서도 벌써 열 손가락에 가까운 숫자의 책을 펴낸 게 아닐까? 1쇄가 아닌 2쇄, 2판, 3판 가는 책을 펴낸 게 아닐까?


박균호 작가가 소개한 책수집가, 애서가 중에서는 유난히도, 그 책들을 사회에 환원한 대인배들이 많이 등장한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어마어마한 고서들을 기증한 송성문 선생이나, "임화 문화예술전집" 출간에 소명의식을 가진 박성모 사장 등이 그렇다. 나는 박균호 작가도 언젠가는 자신의 책 곳간을 열어 사회를 밝히는 데 쓰려는 (무의식적? 의식적?) 지향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다고 믿는다. 박균호의 책 곳간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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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08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인정할께요!나중에 읽으려고 잘 버텼는데 사랑님까지 ‘한 호흡에 쭉‘이라니..두손두발 다들었음!ㅋㅋㅋ🤔저도 어서 읽어볼래요!
뒤집혀 있어서 끌린 <그림속천문학>도 찜~♡

얄라알라 2021-02-08 13:07   좋아요 3 | URL
이명현 선생님 대중 강연에서 들으니, 천문학과 명화 사이에 또 흥미로운 끈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아직 <그림속 천문학> 못 읽었어요. 헉헉헉! ^^

2021-02-08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2-08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마지막 대목을 읽고 박균호 선생님이 심리적 압박을 무척 느끼실 거 같은...ㅋㅋㅋㅋ
저도 사실 이 책 읽는 중인데, 명품 리뷰 읽으니, 저 다 읽고 북사랑님 리뷰를 읽으시오라고 해야 하나 고민이 되네용~ㅎㅎ

박균호 2021-02-08 21:34   좋아요 1 | URL
툐툐님의 리뷰를 간절히 기대하고 았습니다 !!

붕붕툐툐 2021-02-08 21:37   좋아요 1 | URL
아니 또 저자님이 이렇게 원하시면, 제가 외면을 할 수가...ㅋㅋㅋㅋㅋ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 여성 철강 노동자가 경험한 두 개의 미국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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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Rust Belt" 

이름 그대로 녹슨 갈색 혹은 잿빛을 상상하게 하는데, 책 표지의 오묘한 분홍빛에 끌렸다. 3년 전에 읽은 [힐빌리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학력자본과 필력을 생존무기 삼아 일어난 러스트벨트 출신 저자가 썼다. 사진을 뒤져보아도,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표지 사진처럼 제철소 연기가 매혹적인 꽃분홍색인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저자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그 주황+분홍의 불꽃에 장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로서 나는 420쪽이나 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제철공장의 기계와 작업환경에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꼈는지,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지속적이었는지를 파악했다. 저자는 어려서 수녀되기를 꿈꾸다가 교수가 되는 꿈을 품고,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쥐가 출몰하는 아파트에 살아도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29세에 클리블랜드 제철소에 취직했다. 그 곳 보수가 넉넉했기 때문이었다. 



엘리스 골드바흐, 저자는 이미 고소공포증을 극복해가며 페인트공으로도 일해봤고 무엇보다 여자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러스트벨트 제철소 일은 쉽지 않았다. 신입 사원들에게 안전 교육만 수백시간을 시키고 "주황모자"임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다. 이유가 있었다. 상상하기에도 버거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곳에서 3년을 일하며 주황모자(신입)를 벗고, 노랑모자(경력자)를 썼지만 "사고사"에 대한 공포는 압도적이다(적어도 책 읽는 내내, 감정이입 잘하는 나는 공포를 느꼈다).  


  



불규칙한 교대 근무 시간과 육체적으로 극한 노동 때문에 저자는 지쳤다. 게다가 가문의 병력으로 내려오는 '조울증' 증상이 심해져서 교통사고를 내거나 스스로 정신병원을 찾기도 했다. 포기하고픈 상황에서도 저자는 제철소 동료들의 동료애 덕분에 힘을 얻는다. 아픈 이야기를 품고 있으나, 주저 앉지 않고 묵묵히 살아나가는 블루칼러 노동자들에게 인간적인 존경심을 품으며 일어날 힘을 얻는다. 저자 동영상 인터뷰를 보면 누구라도 느끼겠지만,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은 철강 노동자로 대변되는 미국의 블루컬러 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이다(플러스, 그런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트럼프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는 글이기도 하다.)



    


Jean Beaufort/CC0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는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고, 한국에서는 '사회학, 여성학'과 연관지어 홍보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사회과학적 분석의 비중은 극히 낮다. 페미니즘의 교점도 얼마간 찾을 수는 있지만, 이 책은 보다 정확히는 "자전적 치유수기"로 보인다. 일상생활이나 정규직 노동자 되기 어려운 큰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던 저자가 3년 간의 제철소 노동을 마치고, 다시 석사 학위를 따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담히 서술한. 


아팠던 사람들, 혹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글쓰기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한가 보다.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에서도 저자 셰퍼드 박사가 자신의 정신병력을 오픈하는 마지막에 가서야 왜 이처럼 소소한 자기 이야기를 드러냈는지 이해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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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03 14: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철소 견학 간적이 있었어요. 저 정말 무서웠어요. 그 작업장의 크기, 온도, 소리도 오싹했고, 엄천난 쇳물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흐르는 광경은 지금도 안잊혀져요.
요 며칠 책 읽으면서 노동의 가치는 과연 어떻게 매겨지는게 옳은건가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이 책 소개를 보니 또 아 정말 소위 말하는 블루칼라들의 노동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잘못판단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더 드네요.

얄라알라 2021-02-03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리에.대한 묘사가 지속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안전교육동영상에서 담아내지 못한게 소음...소리..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같은데도 일하시며.안에서 소리 질러 의사소통하는 형식인거같았어요..저도 책읽으며....저자가.불안해하듯 불안감을 느꼈어요...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 인터뷰와 일러스트로 고전 쉽게 읽기 고전을 인터뷰하다 1
최유리 지음, 나인완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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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대학 입시를 위한 청소년 필독서 100, **대학교에서 선정한 고전 100선에서 빠지지 않는 책이다. 자식의 대입성공을 기원하며 이 책 샀던(읽는 행위와 별개로) 학부모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내게는, 한 보름 공들여 읽고 독후감 제출했다가, 선생님께 빨간 줄 벅벅 그어진 평가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는 책이다. 독서 공력이 그 때보다는 쌓였으니 지금 다시 읽는다면 "고전"의 진한 국화향을 맡을 수 있으련만, 쯧....서가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시원스쿨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는 최유리 작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일본 유학 나가기 전에 [국화와 칼] 추천 받아 도전하기를 두 번, 번번히 끝까지 읽지 못한 채 손에서 놓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식견이 생기자 이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고 아쉬웠다고 한다. 일본 유학나가기 전에 읽었더라면 꽤 달랐을텐데 하고. 그래서 다른 유학 준비생, 주재원, 취업 준비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 한다. 



시간 여행을 하여 미국에서 루스 베네딕트를 인터뷰하는 설정을 만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게다가 미국인 인류학자 집단이 미국 사회를 위해 썼던 [국화와 칼] 중에서 한국인에게는 군더더기의 설명인 부분을 과감히 제하여 완행이 아닌 고속도로를 탄 속도로 지적인 맛보기 경험을 시켜준다고 한다. 





작가의 말을 믿고 읽어도 좋겠다.


 [국화와 칼] 원전 챕터 순서대로 배치한 최유리 버전에서는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심리 구조와 그것이 사회 작동원리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간단 명료하게 보여준다.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책 내용도 오래 기억 남을 듯 하다. 예를 들어, "적절한 자기 자리 찾고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사회에서 오지기( 상황과 상대에 맞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각도가 달라짐)라는 인사법은 하다못해 결제 서류 도장 찍을 때에도 드러난다. 직급이 낮은 직원의 도장일수록 허리를 숙인 각도로 찍혀 있음을 일러스트레이션이 잘 드러내준다. 



읽다보면, 몇 번 "아하" 모먼트를 맞을 수도 있다.  수년 전, 방한 일정이 촉박함이 분명한 생면부지의 일본 관료분들이 한사코 사양해도 지하주차장까지 찾아와서 상사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몇 초만에 자리를 떴던 기억이 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빚을 졌을 때 바로 해소해야한다는 마음의 작동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함이 좀 덜어진다. 이런 독자들의 에피소드를 수집해서 재판 찍으실 때, NG컷처럼 후반부에 배치하여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2021년 상반기 중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다시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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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0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원전에 있는 내용을 충실하게 잘 소개했다면, 굳이 원전을 안 읽어봐도 될 것 같아요. ^^

얄라알라 2021-02-02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전에 충실하기보다는 축약에 축약이지만^^ 가볍게 핵심을 잘 뽑아서 기억하기 쉽게해줘여

페크pek0501 2021-02-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전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읽었어요. 을유문화사 것이었던 것 같아요. 읽는데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읽혀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본과 우리는 많이 다른데 그래도 같은
동양권이라 비슷한데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 당시 베스트셀러였었죠.
핵심을 뽑은 책도 유익한 점이 있지요.

얄라알라 2021-02-03 12:01   좋아요 0 | URL
지금 찾아보니, 제 책도 을유문화서 옛 버전이네요.^^ 다시 읽고 리뷰 올리려고요^^

얄라알라 2021-02-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최유리 저자도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굳이 설명자세히 안해도 될법한 내용들은 빼고 정리한듯해요. 미국인에게는 무척 생소한 반응 사고법이 이미 한국인이겐 덜 생소할 수 있어서요^^

han22598 2021-02-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사두고 책장어딘가에 있을텐데, 저는 이책을 올해는 읽을 수 있을까요?ㅎㅎ 오지기 도장법(?) 매우 신기하네요 ^^

얄라알라 2021-02-04 14:0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꺼내보고, 제가 완전 고3 수험서처럼 이 책에 메모 곳곳에 하며 꼼꼼 읽었더라고요. 근데 기억이.....안!!! 나! 요^^;;;; han님 저희 이거 다시 읽을까요? 저는 ˝어린이 양육법, 훈육법˝인가 그 챕터부터 다시 읽고 있어요^^

han22598 2021-02-05 05:42   좋아요 1 | URL
앗! 얄라님 이미 읽기 시작하신 것 같은데, 같이 읽기 좋아요 ^^ 저한테는 조금 어려울 것 같긴하지만 이번달에 이 책 읽어보겠습니다. (씐나씐나) 이렇게 묵혀진 책들이 빛을 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