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의 심리학 - 현대인은 왜 과식과 씨름하는가
키마 카길 지음, 강경이 옮김 / 루아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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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교만은 스승 삼을 이를 만나도 몰라 보고 스쳐 지나가게 한다. 

[과식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Overeating)]을 2년 전쯤 읽었을 때, 그 몹습 병, 속독 때문에 저자 Cami Cargill와의 확장가능한 교집합을 몰라보았다. 

그래도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실은 저자 역시도 2001년 박사 임상수련과정에 있을 땐 본인이 "음식 심리학" 분야의 큰 이름이 될지도, 이 분야가 이처럼 활성화될지도 몰랐으니까. 



에필로그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애초에 "음식 심리학"  분야가 있는줄도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학, 음식, 영양"이라는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세 가지 화두가 맞아 떨어지는 분야인데다가, 주위의 기대('음식 심리학 강의'를 개설해줄 것으로 철썩같이 믿었기에 그녀를 조교수로 임용한 대학측 기대를 포함)가 있었기에 이 길을 개척하기로 한다. 


2015년에 낸 <과식의 심리학>이 히트를 쳤고, 이듬해 <Food Cult>를 내었다. 대중 강연과 미디어에서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니, 학자로서의 치밀함에 더해 인품에서도 매력이 느껴진다. 조크를 더하는 스토리텔링 강의능력도 탁월하고. 

https://youtu.be/LqSop499qIY


 <과식의 심리학>은 이렇게 요약해서 이해할 수 있겠다. '과식, 폭식' 이로 인한 심리, 신체적 고통은 실은 현시대 소비문화가 낳은 문화적 질병이다. 그런데 이것을 "무절제, 탐욕" 등의 죄명으로 개인에게 책임 전가하다 보니, 개개인은 다시 이 문화적 질병에 저항하지 못한 채 자신을 고치려고 의사며 식품이며 약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깸으로써 우리는 문화적 질병으로서의 다이어트 강박, 폭식과 비만 등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핵심 주장이다! 



그녀의 문장을 그대로 빌어와 다시 정리해본다.


충동성과 나르시시즘, 고질적 정서적 허기를 드러내는 자아를 창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공허함을 문화적 질병으로 여기기 보다는, 개인의 결핍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의약품, 상품, 음식을 소비. 소비로 인한 문제를 새로운 형태의 소비로 푸는 것은 자멸하는 이라는 점이다.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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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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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https://youtu.be/h4i_qekWvYQ


1987년 첫 DSM 책임자의 중책이 주어졌을 때 '진단 거품,' 즉 '진달과열현상'을 주의하며 신중했음에도 불구하고, DSM가 '자폐증, 주의력결핍장애,소아양극성 장애'의 사회적 유행에 영향을 미쳤음을 경험했다. 그런데 2009년 우연히 참석한 칵테일 파티에서 그의 후배이자 동료들이 DSM의 개정작업에 발 들여놓으며 새로운 진단명을 대거 추가하려는 집합적 열의에 들떠 있음을 목도했다. 앨런 프랜시스는 동료들과 칵테일 파티에서 고작 한 시간 대화 나누었을 뿐인데, 자신이 '성인주의력결핍,' '약한 신경인지 장애,' '혼합성 불안/우울 장애' 등 다섯개나 DSM진단명을 얻었다며 DSM의 느슨한 진단과 오남용 폐해를 경고할 사명감을 느낀다. 그 동안, 정신의학과 심리학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인맥이 있기에 첨예한 논쟁에서는 뒷짐지고 모르쇠하다가 투사로 변모해 논쟁의 한복판에 설 계기를 경험한 것이다. 프랜시스 박사는 전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질병 장사"에 취약한 정신의학의 속성과 DSM의 허와실을 알려왔다. 이 책, [Saving Normal]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발췌독으로 인해, 자신의 의도가 곡해될 위험을 경계하는데 저자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서문과 1장,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챕터를 속독으로 발췌해서 읽는다. 

1장은 이러한 주제로 책을 쓸 어떠한 저자라도 그러하겠지만 "정상/비정상" 경계짓기에 대한 논의에 할애한다. 언어학, 철학(공리주의), 통계학, 사회학과 인류학 등 어떤 접근으로도 '정상/비정상' 경계는 유동적이고 맥락적이기에 그을 수 없음을 밝힌다. 그 와중에 정신의학이 이 논의 정교화에 기여한 바가 큰데 DSM이 그 한 성과물이다.

2장에서는 어쩌다 자신이 DSM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의 중책을 맡아, (당시에는 소모적으로 보였던) 논쟁에 에너지를 쏟느니 수백명의 전문가들을 잘 규합해서 잘 빠진 DSM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는지를 회고한다. "진단 인플레이션"과 "거대 제약회사의 질병장사"를 폭로하는 내용에 할애한다. 진단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개인적인 소모(stigmatized identity), 사회적 비용(우리가 만약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의 정신상태를 논의하는데 사건의 본질을 놓친다면)을 언급한다.

속독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꼼꼼히 읽은 2부는 "정신 질환에도 유행이 있다"라는 소제목으로 묶어 두었다. 무도춤("춤추는 빨간 구두" 에피소드), 뱀파이어 신드롬이 상대적으로 옛 유행의 정신질환이라면, 오늘날 유행은 자폐증과 ADHD, 소아양극성 장애, 사회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들 수 있다.

6장에서 저자는 잠언의 문구, "거만에는 재난이 따르나니"를 인용하며 앞으로 유행할 정신질환을 예측한다. 어린아이들의 짜증은, '분노조절장애"에서 나중에는 "파탄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DMDD)"라고 진단된다. 폭식은 'Bulimia'로, 열정은 중독(행위 중독). 다행히도 DSM-5에 포함될 뻔했으나 마지막에 다행히도 기각된 진단명으로는 "혼합성 불안/우울 장애," "사춘기 성애증," "과다 성욕 증후군"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 3부는 "진단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각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 사회가 자정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실어 놓았다. 한마디로 제약회사와 의학계의 유착관계를 약화시키고 제약회사의 힘을 빼놓고, 개개인은 과도하게 정신과 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믿고 시도해보라로 요약가능하다.

저자 스스로가 자타 공인 별나면서도 산만한 사람인데, 알렌 프렌시스는 우리 모두는 "대부분 충분히 정상이다"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정신의학을 구해야만" "정상을 구하는"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마지막 문단에 저자의 의지가 집약된다. 이런 목소리를 냄으로써,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저자의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굉장히 궁금한데 에필로그로만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궁금하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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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4
박태균 지음 / 동아엠앤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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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호르몬, 어떻게 할까?]는 애초에 10대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상정하고 기획된 책인듯 하다. 동아엠앤비의 "10대가 꼭 읽어야 할 과학교양" 시리즈 세 번째 신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이 분야(식품공학, 공중보건 등) 전문가일지라도 최근 연구 동향 샅샅이 챙기지 못한 게으른 학자라면 지적 태만에 부끄러워질만큼 최신 연구성과가 가득한 전문적 책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저자 박태균은 서울대학교에서 공중보건학 박사학위 취득 후 학계뿐 아니라 국민보건증진을 위해 광폭행보를 벌여왔다. 그 화려한 약력만으로도 책 날개 면이 묵직하게 꽉 차오른다. "대통령 표장, 식품과학회 언론상, 식품산업공헌 언론인 대상, 올해의 의과학 기자상" 등 수상기록만도 일일이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기여를 한 전문가 답게 박태균 저자가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에서 풀어서 소개해주는 국내외 관련 연구성과와 저작이 리스트만해도 어마할 듯 하다. 아쉽게도 출판사 측에서 출처와 참고문헌을 생략하였기에 더 찾아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밑줄 긋고 메모하며 암기하며 읽어야 할 교과서적 환경입문서인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에서 가장 와닿는 한 페이지를 꼽으라면 108쪽이다. 파라벤에 대해 저자는 이런 견해를 밝힌다. 

파라벤 프리 제품의 제조 회사는 '천연(natural)이어서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천연=안전'이란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페녹시에탄올응 방푸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아 파라벤과 비슷한 효과를 얻기 위해선 3~4배 이상의 양을 사용해야 한다. 독성도 파라벤의 2배 이상이다. 

한때 방부제를 대표하던 포름알데하리드를 수십 년에 걸쳐 대체한 것이 파라벤이다. 현재 개발 중인 파라벤 대체물질이 파라벤보다 더 안전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 본문, 108쪽)




비단 파라벤뿐이겠는가? 아름다운 형광빛으로 인해 부유층의 식기에 쓰였던 라돈이며, 미국이 극비리에 진행한 DDT개발 사업으로 얻어낸 DDT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얼마나 유용한 신물질이었는가? 눌러붙지 않는다는 광고문구에 현혹된 주부들과 방열과 방수 기능을 장착했다는 아웃도어에 열광한 산악인들은 얼마나 많이 PFC(과불화화합물)이 함유된 제품을 구입했는가? 21세기 전세계의 골치덩이로 등장한 플라스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신의 물질'에서 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화이트 엘레펀트'가 되어 버린 신물질들!


저자는 이미 대중에게 만연한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심에 근거없는 불을 지피는 대신,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성과들을 토대로 정말 두려워해야할 지점이 무엇인지,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나와 가족, 지구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라고해서 다 "나쁜 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구입을 피해야할 플라스틱이 있는 것이지, 현대사회에서 플라스틱 없는 삶은 불가능하기에 현명하게 알고 판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요새는 대한민국 초딩들도 다 아는 '비스페놀A'의 위협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을 지키려면 용기뿐 아니라, 영수증 및 순번대기표 하다못해 도서관 대출반납확인영수증도 피하라는 실질적인 조언도 해준다. 따라서 [환경 호르몬, 어떻게 해결할까?]는 교양서적이라는 이름으로 10대에게만 읽기 권유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 특히 학교 선생님(영양사 선생님 포함), 학부모,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수장 이하 직원 모두가 꼼꼼히 정독하였으면 좋겠다. 10대의 의식과 행동이 바뀌어 plastic-free사회를 심정적으로 추구할 수는 있겠지만, 초중고등학교에 어떤 급식을 제공할지 어떤 공공제품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소위 위정자라는 분들의 몫 아닌가? 자꾸 어린 아이들에게 "환경교육" 필히 수강하라는 압박주기보다, 어른들 먼저 공부하고 현실적 정책이나 삶의 면면에서 변화의 물꼬를 틀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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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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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고수들끼리 통하는 걸까? 정대승 박사는 공석에서 올리버 색스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고, 다독 과학자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명현 박사는 친구인 장대익 교수 칭찬에 인색함이 없었다. 오늘 새벽에 읽은 [이명현의 과학책방]에서 장대익의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을 소개하는 이명현은 장대익의 초강점을 이렇게 요약한다.


여러 전공과 여러 연구소를 전전(?)한 그의 떠돌이 전력이야말로 장대익식 융합과 통섭을 꽃피우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경계인이자 잡종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을 일상의 언어로 '잘' 그리고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153쪽).


아울러 이명현 박사는 "얼마 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인하는 지인 두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과학책을 읽었는데 지은이(장대익)가 너무 쉽게 써서 술술 잘 읽혔다는 것이었다(152쪽)."며 장대익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격찬한다. 나도 한 자리에서, 한 호흡에 다 읽을 줄을 몰랐다. 장대익의 신간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를!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다소 학구적인 건조한 편집에 강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처럼 가볍고 산뜻한 편집력을 살렸구나에 감사함을 느끼며 몰입해서 빠르게 읽었다. 어쩌면 이미 전작 [울트라 소셜]을 정독하며 시간투자했었기에 가속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대익 스스로 "[울트라 소셜]과 내용이 일정 부분 겹치더라도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새롭게 풀어내려고 했습니다(11쪽)."고 인정한다. 책을 펴내기까지 "녹취 및 원고 정리"를 "김자연"이 담당한 걸로 보아, 장대익 교수와 Q&A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그 녹취를 가독성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지 않았나도 추측해본다. 어떻게 만들었던간에, 문장도 장대익스럽고 내용도 유익하다. 




장대익 교수는 먼저 자신을 낮추고, '독자님, 당신의 고민, 저도 마찬가지로 잘 압니다. 21세기 인간이라면 비슷할 걸요?'하는 위로의 뉘앙스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꽤나 사회성 발달한 과학자라 생각해 왔는데,"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는 왠지 위축됩니다...(중략)....인맥이 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절친은 두셋에 불과합니다(9쪽)"며 전략적으로 고백한다. 

이어 초밀착, 초연결성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관계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거 당연하죠. 인간은 Dunbar's Number, 150 을 넘는 도토리 자원을 가지지 못했기에 관계증폭에 허세부리지 말고 150 도토리로 잘 해보자'는 뉘앙스로 충고한다. 




영화 "Cast Away"(2001)의 주인공이 배구공 Wilson에 눈을 그려 넣은 것을 신의 한수, 즉 외로움이라는 신체화된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처방으로 분석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개개인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성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끼는 고통이라며 다독인다. 외로움의 고통이 심하다면 Wilson배구공을 만들던, 강아지를 끌어안던 혼자 삭이지 말고 구조요청 하라는 실질적인 충고로 챕터를 마무리하며. 


3장 "평판에 대하여"를 읽고나면, '자발적 기부문화' '봉사정신으로 굴러가는 공동체'에 대한 최근 내 고민에 회의적인 생각이 더 깊어진다. 여러 연구 성과를 인용하며 장대익 교수는 "기부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기부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처럼 기부금 통장은 금세 텅텅 비게 될 것입니다(82쪽)"고 말한다. 


4장에서는 이미 독자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들어보았을 "꼬리감는 원숭이의 보상실험(원숭이조차도 불공정에 분노한다!)"을 예로 들어, "남의 떡이 더 컸을 때" 인간 심리,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했을 때 배려와 초협력성향이 강하다는 긍정의 이야기도 해준다. 



5장 네트워크의 마음에서는 "과학책방 갈다"와 장대익 교수의 인연을 사례로 소개하는데, 이 책방 대표이자 장대익의 친구라는 이명현 박사 역시 본인의 저서에서 "과학책방 갈다" 네트워킹 진화과정에 장대익 교수의 이름을 수차례 거론했다. 부럽다. 긍정순환의 지적 자극을 주고받고 상생하는 관계라니! 


다시금 화두는, 어쩌자고 장대익, 이명현, 올리버 색스, 글을 이처럼 잘 쓰시는가? 어떤 양분을 취하셨길래 이런 글들이 나오는가? 통섭이니 경계인이니 구호가 아니라 글로서 보여준다. 도대체 무슨 보약들을 어린 시절 드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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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과학책방 - 별처럼 시처럼, 과학을 읽다
이명현 지음 / 사월의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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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그런 맹랑한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명현의 과학책방]을 읽는 내내, '작가님께 이런이런 팬레터를 써야지' 하며 문장 꽤 여러 줄 머릿 속에 모아놨는데 막상 책을 다 읽고 작가님의 이메일주소를 뒤지다보니 팬레터 예비 문장은 지워졌고, 이메일 디지털 발굴에도 실패했다. 실은 디지털 탐정노릇 과정에서 이명현 박사님이 일단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나면 뒤돌아보지 않는 스타일, 게다가 리뷰조차 안 읽는다고 하시는 인터뷰 기사를 확인했으니 이런 식으로 서평 팬 레터를 소심하게 남긴들 읽으실 리가 없겠다 판단했다. 설상가상, 불과 10년 전 건강문제로 힘드셨다는데 공중파방송, 팝캐스트, 여러 공공기관, 인디문화공간 도대체 인터뷰나 강연이 안 잡힌 날이 일년 365일 중 얼마나 있을지 모를 만큼 스케줄이 빡빡해보이신다. 독자들의 리뷰, 이 리뷰를 읽을 시간이 없으시겠다. 이쯤하면, 내가 팬 입문함을 신고하는 주제에 이미 스토커 수준에 닿아 있음을 자백하는 듯 하다. 



그 정도로 나는 [이명현의 과학책방]에 빠져 읽었고, 책 날개 앞뒤에 빼곡히 적힌 추천사며 그를 오래 알던 이들의 찬사에 격하게 공감하는 중이다. 



올리버 색스, 정대승, 이명현 



물리 시험 0점의 기적도 겪어본 나로서는 과학자들의 문체를 알 기회도 의지도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이 세분의 글은 유독 일부러 찾아 읽어왔다. 특히 올리버 색스 교수의 [고맙습니다 Gratitude][모든 것은 그 자리에]는 내 매해 생일마다 또 선물 받아도 또 기쁠 것 같은 책들이다. 나는 종종 이처럼 경계넘나들기를 애써 추구하지 않아도 유년기 생활속에서부터 자연스레 삶으로 살아온 지적모험가들을 질투하는데, 역시나. 이명현 박사 역시 정신의학자와 사회학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책을 밥처럼 자연스럽게 접해온 분이시다. 그러고 보니, 경계넘기의 대지성인으로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제러드 다이아먼드나 올리버 색스 역시 의사인 아버지를 두었구나.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서평 모음집이다. 깔리고 깔린 게 서평 모아 펴낸 책들이라 솔직히, 처음엔 큰 기대 안했다. 여느 책과 다르다는 건, 몇 페이지 안 넘기고서 바로 알았다. 우선, 한달에 40여권 책 읽어내리던, 강의 준비하겠다면 몇 달 내내 다른 일을 일체 접고 종일 책만 읽던, 네델란드에서 박사 학위 받고 귀국해서 서점에서 50여권의 책을 사서 배낭에 매고 왔다는 이 분이 "속독" 습관을 반성하며 "정독"한 후 쓴 서평 모음이기에, 저자들에 대한 예우는 확실히 기본으로 탑재했다. 게다가, SETI과학자들과의 글로벌 인맥, 칼 세이건의 아내와 아들과의 개인적 연망, 현재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스타 과학저술가들과 막역한 친구로 보이는 광폭인맥 덕분에 가능한 뒷무대 에피소드를 쏠쏠 더해놨다. 평생 천문학에 천착해온 과학자로서의 전문성과, 그 전문성을 일반에게 해독가능한 언어로 전달하는 탁월한 능력이 더해져서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느무느무 재밌고 유익하다. 


그야말로 책벌레, 타고난 학자 이명현의 개인적 성향에서 나아가 대한민국 과학계, 지구촌 과학계 그리고 우주와 기원에 대한 궁금증까지 품게하는 책이니 아. 부럽다! 일기 쓰듯 자신을 다 드러내놓고 편하게 서평을 써도, 그냥 베스트셀러감 글이 되는구나! 이명현 박사님, 부다 계속 건강 또 건강하셔서 좋은 글과 강연 많이 해주시기를. 스스로를 1980년대 조경철 Kids라 하시던데 2010, 2020년대 대한민국의 많은 어린이들이 '이명현 KIDS'로 자라나 세계에 기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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