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 푸른숲 새싹 도서관 27
하르멘 반 스트라튼 지음, 유동익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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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더믹 시대가 2020년에만 머물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마음 속엔 어떤 시나리오가 그려지나요? 저는 걱정을 끌어 안는 사람인지, 걱정들의 쓰나미가 보입니다.  아파서 고통스럽고 생명을 잃는 사람들 문제가 가장 긴요하겠지만 그 외에도 식량자급도 떨어지고 빈곤한 국가에서의 식량 문제, 백신 개발 이후 분배와 보급 문제...... "초사회적"이라 자평했던 호모 사피엔스들이 관계맺는 양상과 실제 사회적 행위들... 


요샌 '심리적 방역"이란 용어가 유행이더군요. 코로나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이 장기화되어가면서 마음의 안전망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역"하자는 의미겠지요? "우울감," "우울증"하면 보통 어른들을 떠올릴텐데, 저는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집콕하면서,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놀지 못하면서, 친구를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친해지는 경험을 하기 어려우니까요. 점심 시간 짬에, 혹은 학교 끝나고 자연스럽게 운동장에서 모여 놀다가 알아서 흩어지는 모양새가 요즘은 안 나옵니다. 정식으로 부모님이 초대한 경우, 해당 시간에 초대받은 친구만 가서 놀고 오는 경우가 많죠. 친구끼리의 약속은 안 통합니다. 적어도 제가 관찰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아이들의 사교방식이었어요.






[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은 친구 사귀기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친구 사귀기 예행연습을 시켜주는 그림책 같습니다. 어느 날 로봇이 빨간색 하트가 그려진 편지를 받았어요. "난 네가 좋아!"라고 써 있었지요. 로봇은 그 편지를 보낸 주인공을 찾아다닙니다. 생각보다 편지의 주인공이 바로 나타나지 않았어요. 게다가 로봇은 "심장"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거나, 이미 다른 단짝이 있기에 필요없다고 내쳐지지요. 로봇은 슬퍼집니다. 친구 사귀기, 아니 친구 찾기 참 힘드네요. 


타인들이 자신을 비난하며 규정하는 말로 로봇은 스스로를 저평가 합니다. "나는 심장이 없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해." 개인적으로 제가 차갑게 분노하게 하는 악순환 구조입니다. 언어 폭력에 노출된 이들은 그 언어로 자신을 규정하여 스스로 저평가하거나 움츠러 들게 마련입니다. 로봇이 보이는 반응이 딱 그렇네요.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서라도 좀 도와주고 싶은 주제 넘은 참견욕구가 발동합니다. 



다행히, 로봇도 축 늘어져 있지만 않았습니다. 하트를 그려서 심장 부위에 붙여놓았지요. 그림 심장은 쿵쿵 뛰었어요. 로봇이 그정도로 설렜다는 은유겠지요. 이제 로봇은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왔던 그 친구를 만납니다. [로봇과 친구가 되는 법]은,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알아가는 과정이 다이어리 스케줄표의 일정과 달리 예측불허의 모험, 즐거운 모험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어린이들이 온라인 상에서가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예측불허의 의외성으로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뛰어 놀면서 친구 사귀고 친구 때문에 웃고 울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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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1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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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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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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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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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건강법 심신치유 편 - 성인병 난치병 유전병 희귀병, 희망이 보인다 태초건강법
박중곤 지음 / 아라크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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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에서 추천이 많이 올라오길래 호기심에 [종말의 밥상]을 읽었습니다.  신념의 색이 독특해보이는 저자 박중곤 박사에게 호기심이 발동해서 바로 책 2권을 더 찾아 읽었습니다. 2권으로 분권된 [태초건강법]입니다. "태초건강"이라니 일상에서 전혀 들어본 바 없는데, 저자가 최초 제안자이자 이 건강법의 창시자랍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분들과 글을 쓰는 분들을 존중하기에 예의 없는 독자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태초건강법] - [심신치유편]과 [생활치료편]을 읽고 나니 예의가 없어지려 합니다. 괜히 읽었습니다. [종말의 밥상] 읽고 딱 거기까지만 흡수하고 말 것을, 책 읽은 게 후회스러워집니다. 






건강에 대한 신념과 실천이 사람마다 문화마다 시대마다 다양할 수 밖에 없고 존중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만 도무지 이 [태초건강법]에는 수긍이 잘 안 갑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병이 나면 이를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자율적 치유 프로그램'이 내장" 되어 있는데, "태초에 인간의 육체가 탄생할 때 그런 프로그램이 고도로 설계되 장착된 것"(4쪽)이라는 전제에서 "태초건강법"을 제안합니다. 한 마디로, 아파도 병원 가지말고 자기 몸과 마음을 이완상태, 휴식모드에 놓음으로써 치유 에너지를 그러모아 만병을 통치한다는 것입니다. 이 분은 비록 가족분들 중에 의료를 업 삼으셨던 분이 계셨다고는 하지만 본인은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유로 이끌었다고 내내 자평(자찬)하십니다.  자신이 제안한 [태초건강법]을 잘 수행한 환자 중에는 70대인데도 30대 중반으로 사람들이 오인할만큼 동안인 환자도 있다 합니다. 또한 저자 스스로도 "태초건강법"을 통해서 37개의 난치병을 모조리 다 고쳤다고 한다. 너무나 기적적인 일이기에 일부러 다 옮겨본다. 저자가 "태초건강법," 즉 자기 안의 치유에너지를 통해 스스로 고친 병으로는 


저자는 "뇌전증, 뇌경색, 경도인지장애, 군발두통, 비문, 이명, 비염, 갑상선기능항진증, 목디스크, 오십견, 석회화건염, 천식, 폐결절, 기흉, 고혈압, 혐심증, 손목결절종, 담남용종,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허혈성장염, 과민성대장염, 대장선종, 허리디스크, 발기부전, 전립선비대증, 치질, 치루, 요로결석, 퇴행성무릎관절염, 발목관절염, 좌측하지마비,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육통, 자율신경실조증," 이에 더해 심지어는 베체트병과 고환암까지 완치했다고 한다..........[심신치유편]의 274쪽 본문을 옮긴 것으로써, 저자의 병명을 더해거나 빼는 짓을 하지 않았다. 


또 하나, 저자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 PhD학위도 있고, 기자 생활 30년 하셨다. 본인이 뜻을 세운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자기표절을 하였을까? 2020년 출간된 [종말의 밥상]을 무척이나 꼼꼼하게 읽은 독자로서, 바로 이전 해인 2019년에 출간된 [태초건강법-생활치유법]의 내용과 구성, 심지어 비유법이나 문장까지 빼박은 것처럼 유사한 데 출처도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마치 [태초건강법-생활치유법]이 [종말의 밥상] 출간을 위한 사전 스케치 자료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사하니 자기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프고 치유의 지난한 과정을 겪고, 또 치유되었을 때의 기쁨.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렵기에

활자로만 읽고 속단내린 제가 무례한 독자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제가 놓친 부분이 더 크겠지만, 제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견 듣고도 싶습니다. 여전히 제 무례가 분명하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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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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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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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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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에 제대로 된 제목으로 사서님께 부탁드렸는데, 

먼저 [희망의 밥상]이라 했다. 곧 [생명의 밥상]으로 정정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종말의 밥상]이다. 인간 삶 근간인 "밥상"을 "종말"과 연결짓기 싫었던 마음이 작동했던 걸까?



 [종말의 밥상]은 이 분야 전문가인 박중곤이 썼다. 사실, 연중 읽는 책의 1/2은 건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며 서가에도 온통 건강 책들인지라 웬만한 신간은 그다지 참신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종말의 밥상]에 설득당하며 읽은 이유는 저자가 반 평생을 이 분야에 헌신해온 현장의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저자 박중곤은  "바른건강연구소http://www.cosmoshealth.co.kr/?act=main"를 공동운영하기 전에는 농민신문에서 축산전문기자로, [전원생활] 편집장으로  활동 해왔다. 30여년간의 기자생활동안 전국의 농축수산물 생산현장을 탐사한 횟수가 무려 1200여회라니 존경스럽다. 직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탐사하면서 발전시킨 문제의식은 몇 박스 분량의 참고문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힘을 글에 실어준다.


[종말의 밥상]이 2020년에 출간된 만큼,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 대유행의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인간의 식습관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다만 코로나의 주적으로 "박쥐" 니 "천갑산"을 타겟삼는 근시안이 아니라, 환경오염, 인간의 교만, 바벨탑, 사탄이 된 설탕, 중성화된 '내시 소'와 중성화되어가는 인간들 총체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그 외에도 이 분의 세계관을 짐하게 해주는 강렬한 문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른 자연주의자로 보인다. 육식의 가혹함에 대비시켜 채식의 생명공존 가능성을 높이 산다. (아마 저자는 분명 강연장에서 "Vegetarian"인지 질문 많이 받을 듯 하다. 이토록 혹독하게 공장식 축산의 가혹함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육류에 입을 대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건강지침서에서 유기농 채소와 현미를 언급하는데 이 책의 차별점이라면 시종일관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러운 '제철음식'이라는 것은 단지 철마다 나는 음식만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세 당하지 않아 야생의 성 호르몬 넘쳐나고 자연교배하게 되는 소, 돼지, 닭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당도만 극도로 끌어올리지 않은 과일 본연의 신맛 등 오미를 이야기한다. 또한, 껍질째 먹는 양파, 뿌리째 먹는 시금치를 이야기한다. 


사실 나는 현미 좋은 건 알아도 하루 전에 현미 불려놓는 그 작은 수고조차 귀찮아서 백미를 주로 구매한다. 저자 박중곤의 음식관으로 보자면 "먹고도 손해보는 느낌 나는 밥"을 매일 먹는 셈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내가 최애 간식삼는 "오이맛고추"를 저자는 "매운 맛이 본분인 고추의 특성을 저버리고 허우대 멀쩡한 마마보이같은 수상한 농산물"(21쪽)라고 길게 설명한다. 청양고추보다는 오이맛고추에 절로 뻗어지는 내 손을 머쓱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그 외 음식을 두고 "마마보이"라 하는 표현은 본문에서 두 번이나 등장한다. 가공식품과 계절성을 파기한 음식 먹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라떼는 말이야"식 권고로 들릴 수도 있겠다. 


저자 박중곤을 형사에 비유하자면 강력계 형사쯤 될 것 같다. 먹는 데 있어서 양보나 타협 없고 확고한 대의와 신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신념을 주장만 하면 듣는 사람 버거울 텐데 박중곤은 여기에 더해 굉장히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도 제안한다. 요약해서 옮겨본다. 


1. 동물복지와 식물복지를 실천하고 제도화한다. 

2. 인구수를 줄인다. 

3. 동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4. "얼굴 있는 농수산물"(213쪽)을 확보한다.

5. 식품안전지수(FSI)를 개발, 실용화한다. 

6. 통곡식을 권고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 NGO, UN, WFP, WHO까지 모두 나서서 총력적으로 통곡식을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책으로 8월 첫날을 시작하게 해준 박중곤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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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디하지 못했던 건지, 어린이 독자를 타겟으로 "아름다운 부자 이야기"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기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위인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낡은 용어인양 밀려나고 "인물전"이 대세가 되어가는 21세기. 요즘 꼬마들은 베토벤, 황희, 심사임당보다는 동시대의 인물 봉준호, 손흥민, 아이유 이야기를 읽는다. 한 번 비딱한 마음 먹고 찾아볼까? 성공하고도 가난한 사람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용 책은 드물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취를 이뤘고 물질적으로도 성취를 이룬 이들 이야기가 대세이다. 그래서 시리즈 제목만 보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콕 집어, "아름다운 부자들"라니, 출판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이 시리즈를 기획했을까? 궁금해서 집었다. 


[스웨덴의 자랑, 발렌베리 사람들]만 우선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시리즈를 출간된 권은 모두 읽어야 겠다. 



André Oscar Wallenberg (1816-86) / CC0


[스웨덴의 자랑, 발렌베리 사람들]에서는 발렌베리 1세대인 앙드레부터 21세기에 활약중인 5세대에 이르기까지 인물을 가풍과 시대적 상황 속에서 조명한다. 특히, 나치의 검은 손길로부터 수만명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라울 발렌베리 이야기에 꽤 긴 페이지를 할애한다. 오늘 읽은 스티븐 스필버그 전기에도 유대인 박해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한 번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숙제로 남겨둔다. 


이 만화책에서는 소위 암투나 권력투쟁 없이 형제애와 인류애 아래서 소신있게 사회적 정의까지 실천하려는 발렌베리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시아권 독자로서 먼 유럽인들의 무대 뒤 이야기를 알 길 없으니 일단 그렇게 접수하기로 한다. 가풍이라는 게 불과 2세대만 지나도 희석되거나 끊길 수 있을텐데, 만약 앙드레 발렌베리의 정신이 2020년의 발렌베리 후손들에게 정말 전해지는 거라면(이 책에서처럼),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려야겠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해양 경험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따르기는 어렵겠지만....


출판사에서 친절하게 북 트레일러를 공유해주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내용도 일단 훑어보기/

http://naver.me/x3g6eD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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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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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 해' 신호로 받아들였다. 꼭 '트라우마'라 할만한 강력하게 지속되는 "불행"이 아니더라도, 언어적 폭력이나 우울한 감정에 몸으로 바로 반응해본 누구라도 궁금해봤을 질문이다. 4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으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부제의 답을 얻으리라 기대했다. 물론, 저자 Dr. 네이딘 버크 헤리스Nadine Burke Harris가 이끌어준 덕분에 그 답 근처에 가보았다. 저자가, 얼핏 뻔해 보이는 위 질문을 뽑아내기 까지 얼마나 집요하게 탐색하고 애썼는지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나는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국장(Surgeon General)이자 소아과의사인 저자에게 반했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의 참고문헌 마지막장까지 꼼꼼히 다 읽고 난 후, 그녀의 인터뷰 동영상을 샅샅이 훑어냈을 정도로 반했다. (이 분, 한마디로 강골 엄친아! 어려서부터 오로지 의사를 꿈꿔왔다던 소신파. TED강연에서의 카리스마틱한 몸짓 언어, 그리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억양과 톤을 달리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동물적 예민함도 대단한 듯 하다.)


https://www.ted.com/talks/nadine_burke_harris_how_childhood_trauma_affects_health_across_a_lifetime?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Christopher Michel / CC BY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나딘 버크 해리스 박사는 UC버클리에서는 생물학, UC Davis에서는 의학, 다시 하버드에서 공중보건학을 공부했다. 이런 학문적 이력은 책 제목에도 반영되었다.원제 [The Deepest Well]은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유명한 "우물"에서 따왔다. 하지만, 독자 시선 끌기에 능숙한 한국의 출판사는 제목을 보다 직설적([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으로 옮겨놨다.

원제 [The Deepest Well]에서 "well"이 1854년 영국 런던에서 John Snow가 콜레라 차단을 위해 손잡이를 제거하자고 제안했던 그 우물인지 예측할 독자가 얼마나 될까?(궁금한 분께는 [감염 도시]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 박사는 존 스노가 공동 우물의 펌프 손잡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같은 우물물을 마신 100명 중 98명이 설사를 한다면, 계속 항생제 처방을 하는 대신 잠시 멈추고 '이 우물에 대체 뭐가 있는거지?'를 질문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4쪽) 좀 풀어 말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면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는 데다가, 그 경험이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되는데도 왜 이를 적극적으로 예방, 치료하지 않는 걸까? 박사가 소아과 전문의로 있었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는 유독 ADHD 아이가 많았는데, 이를 단순히 레탈린 등 약물 처방만 하고 방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래서 박사는 거진 10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부정적 아동기 경험'을 검사하는 프로토콜을 만들었고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이제 치열하게 쏟아부은 거진 10년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듯, '부정적 아동기 경험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를 토대로 한 그녀의 주장을 지지를 크게 받고 있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네 아들의 엄마이자 캘리포니아 주를 위해 일하는 고위공무원 그리고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2세대로인 저자의 삶이 녹아 있는데다가 적절한 시점마다 공중보건, 심리학, 의학, 뇌과학, 사회복지 등 여러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독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준다. 400페이지의 글을 단문 몇개로 요약해본다.


18세 이전에 불행(단순히 물질적 빈곤으로 인한 불행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 등 포괄적 의미에서)을 겪은 이들의 기대수명이 짧고 더 건강하지 못한 것은 그저 사회불평등 개선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학적 개입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중이 오해하는 것처럼, 피부색이 검거나 갈색이면서 가난한 그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쉬쉬하며 외면할 뿐, 많은 어른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데이터로, 즉 과학적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이를 바로 잡을 것인가?인데..... 저자는 그 중 하나로서 ACE선별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을 제안한다. 혹자는 이런 접근법을 사회 주변인들을 두 번 낙인찍는 것이라거나, 고통의 의료화라며 맹비난하지만 저자는 이미 이 문제는 생물/문화(사회), 문제있는 그들/괜찮은 나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문제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안고(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저자는 정작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 한 마디로, 저자 자신의 경험이나 왜 이 분야에 헌신하게 되었는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겐 도움이 필요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397쪽부터가 반전이다. 저자의 강렬한 개인사가 등장한다. 저자 스스로 자신이 "타인과 내면에 주파수를 잘 맞추는 자신만의 작은 초능력(404쪽)"을 가지고 있다 했는데, 나도 저자와 내면의 주파수를 맞췄는지 책 읽다 울었다. '이분은 그런 이유로 이토록 헌신할 수 있는 거였구나. 공중보건에서의 문헌들을 읽다가 종종 마주치는 극도의 소명의식 가진 의사들, 그 공통점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장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나는 모든 동네의 모든 우물들을 조사하고, 그 우물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다는 사실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사실, 바로 그 우물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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