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수 있어! 생각하는 분홍고래 8
사토에 토네 글.그림, 박수현 옮김 / 분홍고래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할 수 있어

 

 

 "힐링"이 하나의 유행 키워드로 자리잡을 만큼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힐링을 추구합니다. 전 특별히 뭐가 힐링의 대상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힐링의 방식을 택하라면 책을 택하렵니다. 그 중에서도 그림이 아름다운 책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향을 냅니다. 향수만 향기를 뿜어내나요?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이야 말로 오래가는 향기를 마음에 남겨줍니다. 올 봄 처음 펴본 <나도 할 수 있어!>, 차츰 푸르름이 짙어져 장마의 여름이 오기까지 그 여운이 마음에 남습니다. 자꾸 다시 펴보게 됩니다. 그 비일상적일만큼 아름다운 색채를 보자면, 색채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절로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이탈리아 출판인이 책을 덮자마자 단 번에 출판을 결정했다는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1986년생 일본인, 사토에 토네가 쓰고 그렸습니다. 일본보다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간되어 독자를 만난 이 아름책은 책은 작가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깊이 있는 인생관을 담고 있습니다.

"모두 알을 깨고 나왔지만 / 모두 노래를 불렀지만 / 모두 나무의 열매를 땄지만".......

그렇게 모두가 뭔가를 하고 있지만, 나만 그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 느낌. 마찬가지로 일본인 그림 작가 고미 타로의 세계관에서도 종종 보이는 '군중 속 일탈자'의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고미 타로의 경우는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에 특유의 배짱으로 맞짱뜨는 느낌이라면 사토에 토네는 '달라도 괜찮아. 넌 특별해'의 시선으로 위로합니다.

*

 

 

 

 

 

그 위로가 스스로를 세우는 자만이라면 독자의 감동이 덜할텐데, 남을 품어 안음으로써 스스로 서는 겸손의 위로입니다. "모두"의 합집합에서 비껴져 나온듯 했던 주인공 새는 결국, 시들어가는 꽃에게 안식처를 제공함으로써 빛을 발합니다.

"혼자 남겨진 새는 시들어가는 꽃을 보았어요. / '이제 곧 예쁜 아기 꽃이 피어날 거예요. 그런데 지낼 곳이 없어요.' / '나라도 괜찮다면 내게 머물겠어요?" 하며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끝을 맺습니다만, 독자의 마음은 이제 '시작'이 된 것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랑새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20
도 판 란스트 엮음, 지명숙 옮김, 카를 크뇌이트 그림, 모리스 마테를링크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파랑새

 

 

'행복은 저 구름 뒤가 아닌, 저마다의 마음 속에' 라는 교훈과 동의어로 인식되는 동화 <파랑새>! 발음하기도 재미있는 치르치르(틸틸)와 미치르(미틸) 남매의 이름은 기억하는데, 글쎄 구체적 줄거리와 배경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명색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이자 그림책의 대명사와 같은 작품인데.......슬금 부끄러워지던 차에 어린이 작가정신 출판사 덕분에 <파랑새>를 오롯이 다시 만난다.  

 

출판사 측에서는 큼직한 판형에, 활자조차 파랑색으로 인쇄하여 <파랑새>의 신비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 편집해주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원전을 네델란드 문학 전공자인 지명숙이 번역하였고, 벨기에 그림작가인 카를 크뇌이트의 몽환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더했다. 보이지 않는 추상의 세계,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사람과 동물, 생명 있는 것과 사물의 경계가 희미한 환상의 세계를 카를 크뇌이크는 놀랄만한 독창성으로 화폭에 옮겼다. 몽롱하면서도 서늘해보이는 푸른색을 주조색 삼아 화려한 색감을 자신감 있게 섞어 넣은 그림은 독자를 <파랑새>의 무대로 빨아들인다.

 

 

 

 

 

 

 

 <파랑새>는 원래 6막 12장으로 구성된 상징주의 희극이라고 한다. 1908년 초연된 이후, 러시아, 영국, 일본 등 세계 각지로 전파되었고 작가인 마테를링크는 1911년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면서 이 작품은 한 세기 이상 꾸준히 사랑받아 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이들이 <파랑새>의 제목은 알아도 실제로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점!

그런 면에서 작가정신의 파랑새는 고마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카를 크뇌이크의 대담하고도 환상적인 그림과 파랑새 활자를 따라가다보면 6막 구성의 희극이 한 편의 연극처럼 독자의 머릿 속에서 펼쳐지니까. 

 

 

 

 

 

 

 

 

 

 가난한 나무꾼의 자녀이자 남매인 틸틸과 미틸은 물과 불, 개와 고양이, 빵과 우유와 설탕 친구들과 함께 파랑새를 찾아 나선다. 베릴뉘네 요정의 아이를 불행에서 건져줄 행운의 파랑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마법의 모자를 쓰고 남매와 친구들은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 속, 향락의 정원, 미래의 나라 등 환상의 공간을 여행한다. 추억의 나라에서는 그리운 할머니 할아버지와 만나, 산 자의 그리움과 염원이 죽은 이들과 소통한다는 아름다운 상상을 보여주고, 향락의 정원에서는 탐욕과 무절제의 끝이 죽음이라는 다소 무서운 교훈도 직접적으로 전한다. 긴 여행을 했어도 빈 손으로 돌아온 틸틸과 미틸 남매. 하지만, 새를 찾는 이가 있었고, 두 남매는 새를 줄 수 있었다. 바로 어제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파랑새'인줄 몰랐던 새를 말이다.

공간과 시간의 변화가 비약적이라 어린이들이 읽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나,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책장을 넘기다보면, 파랑새의 의미를 곱씹게 될 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낸시 클랜시, 멋쟁이 탐정이 되다 낸시 클랜시 1
제인 오코너 지음, 로빈 프레이스 글래서 그림,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낸시 클랜시

 

 


지구촌 여동생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사랑스러웠던 꼬마 낸시, Fancy Nancy가 어엿한 꼬마숙녀로 성장했어요. <멋쟁이 낸시 (원제: Fancy Nancy)> 시리즈로 이미 전세계에 수백만 팬을 확보하고 있는 낸시가 이번에는 발랄한 매력으로 국민 여동생 자리를 지키려합니다. <낸시 클랜시, 멋쟁이 탐정이 되다> 편에서 아마추어 탐정 노릇을 하는 낸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하지만 '아마추어'라는 말은 조심조심 써야겠네요. 낸시가 들으면 토라질지도 모르니까요. 트렌치 코트에, 낸시 엄마가 '동아리 방'이라고 부르시지만 엄연히 '탐정 사무실'인 공간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탐정이 쓸말한 '강렬하고' 어려운 단어들도 곧잘 쓴답니다. '용의자' '범죄 현장' 등의 단어를 쓰면서 탐정 노릇에 푸욱 빠져든 낸시에 독자들도 함께 빠져드네요. 

 

 

 

 제대로 사건해결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던 낸시에게 처음 찾아온 사건은 바로 동생 조조의 물안경 분실사건. 실력 발휘를 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동생이 옆집에 두고 온 것이었지요. 실망하는 낸시. 하지만 기회가 왔어요. 교실에서 푸른 구술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거든요.   '가족의 날' 행사에 많은 손님들이 교실을 찾아왔는데, 과연 누가 듀드 선생님의 푸른 수슬을 가져갔을까요? 하필이면 푸른 사파이어로 탐정 동화 습작을 썼던 낸시는 같은 반 친구 그레이스의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사건이 생기니, 반 친구 사이에서도 불신이 생기네요. 그래도 낸시는 나름 과학적 수사를 진행합니다. 심사숙고해서 용의자 리스트를 만들고, 탐정 메이트 브리와 함께 사진 판독도 하거든요. 물론 탐정들이 쓸만한 '어려운' 용어를 일부러 골라 쓰면서요. 귀여운 낸시가 찾아낸 범인은 낸시못지 않은 귀염둥이였어요. 스포일러가 될까 이 정도로 해둘게요. 귀염둥이 낸시의 명탐정 연습기, 꼭 읽어보세요. 이렇게 사랑스런 꼬마 숙녀를 만나게 해준 제인 오코너 작가에, 한국 독자에게 낸시를 소개해주는 국민서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낸시를 더 만나볼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s://www.fancynancyworld.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늘었어요, 늘었어 책 읽는 우리 집 18
마타키 케이코 글.그림,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늘었어요 늘었어


 

 

 

"늘었어요, 늘었어" 어른들에게 이 단어를 주면서 문장 10개만 만들어보라고 하면, 머리에서 쥐 나니 차라리 땅 파는 일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네요. <어린왕자>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상상력 약발이 떨어진 어른들에게 "늘었어"의 대상은, '자산이 늘었어요. 세금이 늘었어요. 학원비가 늘었어요.' 등 산술적 계산의 대상이 아니겠어요? 하지만, 마타키 케이코의 <늘었어요, 늘었어>에서는 '늘다'의 목적어로 참신한 표현들이 연속됩니다. '아하! 아! 귀여워!'하며 읽다 보니 굳어버린 어른의 마음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스페인을 위시한 유럽과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마티키 케이코는 예술가 특유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세상을 보나 봅니다. <늘었어요, 늘었어!>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순수한 활기에 전염되어 절로 독자의 표정이 밝아질 거예요.


 

간지의 여백을 가득 매운 우산 그림이 무슨 의미인지 저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어질만큼, <늘었어요, 늘었어!>의 여백에는 우산 그림이 가득하네요. 알록달록 어찌나 화사하고 예쁜지 체면 생각하지 않고 장마철 색깔별로 구비해두고 싶어질 지경이에요. "늘었어요, 늘었어" 라는 표현이 자주 반복됩니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꼬마독자에게 가벼운 임무를 주면 기꺼이 할 거예요. "늘었어요, 늘었어" 만 읽어달라고 해보세요. 북스토리 아이 출판사 측에서 이 문구만 굵은 볼딕 처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눈치 빠른 꼬마들은 틀림 없이 읽어낼 수 있답니다.

 

도대체 무엇이 늘었기에, 이렇게 야단법썩일까요?  ‘비가 그치니 늘었어요.’, ‘흙장난을 했더니 늘었어요.’, ‘한바탕 놀았더니 늘었어요.’  엄마라면 알지요. 아이들 흙장난을 하면 빨랫감이 는다는 것을. 꼬마들이라면 알지요. 있는 힘껏 달리고 나면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잠을 푸욱 잘 자고 나면, 그 다음날 친구들과 신나게 놀 힘이 는다는 것을.

 

 

<늘었어요, 늘었어!>를 읽고나면, 그 경쾌한 반복 문구가 자꾸 입안에 감돌게 됩니다. 어른에게는 '아하! 보는 눈에 따라 세상이 이렇게 발랄하고 즐거운 곳이구나!'를 세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요, 아이에게는 밥 잘 먹고, 푹 잘 자고, 놀 힘을 늘려서 어서 더 놀고 싶어지게 만드는 든든한 응원군이지요. 사랑스러운 <늘었어요, 늘었어!>, 무더위에 축 늘어지지 말고, 읽고 힘 내봅시다! 신나게 여름을 보낼 힘이 늘었어요! 늘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콧물 빠는 할머니 해피 & 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 시리즈 1
박미라 글, 백서율 그림 / 나한기획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콧물 빠는 할머니  




20160329_123155.jpg

<콧물 빠는 할머니>! 제목만 읽었을 때 설마 그 콧물이 '남의 콧물'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자칫 온정주의로 치닫기 쉬운 노인 문제를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하게 풀어냈으리라고도 기대하지 않았고요.  '문학과 치유'출판사가, 고령화가 가속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과 젊은 세대 간 공감과 소통, 그리고 화합을 꾀하고자 기획한 '해피 & 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 시리즈' 그림책답습니다.
*


20160329_123225.jpg
 
 
<콧물 빠는 할머니>의 화자는 돌쟁이 남동생을 둔 초등학생 '지민'입니다. 지민이 엄마는 일을 하시기에 동생을 봐주실 할머니를 모십니다. 엄마는 자식 다섯 명을 낳아 키우고, 일곱 명이나 되는 아기들을 더 키우셨다는 할머니가 푸근해 보인다며 신뢰하십니다. 하지만, 지민이는 할머니가 미덥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마디가 툭툭 불거진 거친 손으로 지성이를 만지는 것도 싫었고, 할머니가 코를 풀어 치마로 닦는 모습에 질겁합니다. 왠지 할머니가 '마귀'같아 보였고, 지성이를 곧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지성이 똥을 '황금똥'이라며 '냄새가 구수하다'고 야단법썩 떠는 모습도 수상해보였으니까요. 동생을 지켜야한다! 는 생각에 지민이는 거짓말을 해서 조퇴합니다.

20160329_123241.jpg

'매의 눈'으로 할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지민이의 불안한 마음을 백서율 일러스트레이터는 재치있게 잘 표현했습니다. 할머니가 동생을 잡아 먹을지는 않을까 불안해서 감시하는 지민이의 시선을 노란불빛의 경찰차 헤드라이트처럼 그렸거든요. 불안해진 지민이는 결국 누나로서의 사명감과 용기를 그러모아, 할머니로부터 동생을 납치하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아예 유모차째로 지민이를 데려갑니다. 하지만 어설픈 납치극은 실패로 끝나버리지요.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마구 흔들리던 지민이가 '으앙' 울음을 터뜨리다 못해 열 경끼까지 했거든요.
*
그 때 구원병처럼 등장한 사람이 바로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따뜻한 품에서 금새 지성이의 울음을 잠재우고 지성이를 달래주셨어요.  게다가 할머니는 코가 꽉 막힌 지성이의 콧물을 입으로 빨아내주시지 않겠어요? 지성이 엄마는 할머니의 그 자연스럽고 따뜻한 행동에 그만 눈물을 보이십니다. 저는 <콧물 빠는 할머니>를 읽으며, 가슴으로 품어 아이들을 키워내시는 할머니의 사랑도 대단해보였지만, 그런 할머니의 사람됨과 가치를 알아보고 감사하는 지성이, 지민이 남매의 엄마도 예뻐보였어요. '위생'이니 '절제'니 하는 가치를 들먹이며, 전통 방식의 육아를 '비위생'으로 치부하는 많은 젊은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20160329_123332.jpg

60세 환갑을 맞으신 분께 '노인'이라 존칭해드리기가 애매해졌을 정도로 초고령화되가는 한국 사회, 동네 아파트에서는 꼬마들이 놀 친구를 찾을 수가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온통 나이드신 분들입니다. 그 안에도 개성, 살아온 경험, 가치 등등이 다양할 텐데 우리는 흔히 '노인들'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 동질적인 집단인양 타자화시켜버리지요. 어떤 생 경험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더 잘 알아보려하지도 않고요. <콧물 빠는 할머니>에서는 초등학생 소녀 지민이의 눈을 통해서, '마귀할멈'처럼 낯설었던 할머니에게서 따스함과 사랑을 보며 할머니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해피 &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라는 타이틀이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