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 유니스, 사랑을 그리다
박은영 글.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EUNICE STORY
 
 
 
 
 박은영 작가? 아이 덕분에 일년 365일의 수만큼 많이 보았을 그림책,  <기차 ㄱ, ㄴ, ㄷ>의 작가이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영국 브라이튼대학교(University of Brighto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이화여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기차 ㄱ, ㄴ, ㄷ>의 작가로 더 유명할 것이다. 나 역시 박은영을 이태리 볼로냐 국제도서전 수상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만 호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어른들을 위한 사랑의 그림책을 내었다. <사랑해>라는 단순하면서 강렬한 제목으로!
 
 
살짝 입을가리고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는 동안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1965년생. 우리나이로 올해 49세이다. 하지만 그녀가 어른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사랑해>는 '사랑 = 이 세상 전부, 내 존재 이유', '그= 내꺼 (본문에서는 'He's Mine'이라는 문구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의 등식이 성립하는 사랑지상주의의 10대와 20대의 감성으로 쓰여있다. 나이가 들어도 감성의 순도를 유지할 수 있음은 예술가 특유의 자질일까? 남들은 신파조 닳아빠진 불륜 드라마에 열광하거나 질펀한 세속의 수다에 쩌들 나이에 '떠나간 님을 위해 레몬즙을 듬뿍 짜 넣은 밀크티를 준비하겠다'거나, 그를 위해 선물하려던 화분을 그리운 마음으로 키운다. 아니, 박은영 작가가 직접 그 행위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감성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찬가를 대신 불러줄 수 있다. 작가의 순도 높은 감성에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사랑해>의 책장을 넘겼다.
 
 
 
작가는 이 책을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코앞에 와 있던 일 년 전"에 쓰기 시작하여 다시 "낙엽이 떨어질 무렵" 탈고하였다고 밝힌다. 작가는 "적막하 시간 속에서 정해지지 않은 대상"과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느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하였어도 여전히 사랑을 기다리는 책 속 '그녀'는 언젠가 읽었던 책 한 구절에서, 영화의 대사에서, 익명의 연인들의 그림자상으로 설정하며......즉, 이 책은 작가의 고백적 에세이가 아니라 픽션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해>를 읽다보면, 적어도 박은영 작가의 세계관에서 '사랑'이 절대적 비중으로 비집고 들어가 앉아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녀는 사랑으로 성숙하고 사랑으로 꿈꾸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때론 격정적이고 은밀하게 그녀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비어진 와인이 우리의 사랑을 관음처럼 지켜보고 (p. 56)" 침대시트는 뒹굴던 그대와 내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헝클어져 있다 (p. 59)" 하지만 피묻은 봄꽃같은 "사랑은 칼날 위에서 춤추듯이 위태로웠으며, 이별은 칼처럼 단호했다 (p.33)"


 

 


 

 
 <사랑해>의  여섯 장의 제목은 사랑에서 비롯된 환희와 슬픔, 허탈함과 그리움 그리고 성숙의 정서를 나타낸다. ‘그대가 떠났다’ ‘그대가 그립다’ ‘나는 너를 추억한다’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꿈꾼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하는 유니스는 사랑의 영원을 꿈꾸다가 사랑을 떠내보내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고 다시 사랑을 기다리며 성숙하는 여성이다. 현재 사랑에 빠져있거나, 혹은 사랑을 갈구하거나 혹은 사랑을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유니스와 동화될 수 있으리라.
 
 
박은영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 포근한 감성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레임을 준다. '또 어떤 예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사랑을 표현해줄까?'하는 설레임. 책 후반부에는 부록처럼 본문에 등장했던 그림들을 한 곳에 모아주었다. 이 삽화들을 추려 2014년도 달력을 제작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여러부 사고 싶어질만큼 아름답다. 발렌타인 데이에도 한 번 녹이면 없어지고 말 초콜릿 말고 영원히 남을 <사랑해>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 세계적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실천편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도미니크 로로? 36개국에서 출판되었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란다. 고백컨데 소위 '서양인'으로서 '동양'의 우아한 절제미에 매혹되어  삶의 터전조차 바꾸었다는 동양예찬론자의 이야기에 그다지 귀기울이지 않아왔다. '동양'으로 상상되는 키워드인 무소유, 효와 예, 윤회 등등의 개념을 다분히 낭만화하거나 과장하는 목소리가 부담스러워져서......도미니크 로로 역시 프랑스 태생이나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오랜 시간 일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영문학 석사로서 요가, 수묵화, 동서양 고전의 해석에 능한 전천후 수필가이다. 그 이력에 편견이 생겨 사실 <심플한 정리법>도 '일본식 절제미와 작게 사는 삶 예찬의 책이려니' 싶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의 속단에 고개 숙이며 <심플한 정리법>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지난 2주일 동안 무려 2번을 다시 읽었다. 읽기 만으로 내 안의 잡동사니들을 비워내고 숨 크게 쉴 공간을 확보하는 느낌이랄까....아직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삶을 모르는 예비독자를 위해 이 책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도미니크 로로는 놀라울 정도의 끈기를 가지고  시종 일관 '버리라'고 충고한다. 많은 스님들의 출간물에서 '비우고 버려라'는 마음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녀의 주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즉물적이다. '집 안 살림을 버려라! 심플하게 살아라!' 그렇다고 그녀의 충고를 오해하지 말기를.  그녀가 주장하는 '더 깔끔하게, 더 세련되게, 더 단순하게' 사는 소박한 삶은 참고 견뎌야할 가난을 말하지 않는다. "심플하게 살자는 것은 모든 물질적 편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가볍고 좀 더 깊이 있는 삶을 산다 (p.20)"는 뜻이다. 단순함은 나아가 우리의 정신과 삶을 산란하게 흐뜨려 놓는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많이 소유할수록 과욕에 스스로를 갉아먹는다거나, '관계의 과잉'으로 쉽게 상처받는 이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우리는 삶의 물리적 공간을 단순하게 함으로써 정신을 어지럽히는 잡동사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직 초월적인 포기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비움을 추구하기 위한 보호막으로 기능할 물건을 공식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 95)' 즉,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의 편의에 기둥이 될만한 물건들까지는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 책사랑이 지독한지라 책만큼은 버리거나 정리하기가 고통스럽다. 도미니크 로로 역시 "우리가 소유한 것 중에 제일 줄이기 힘든 것은 아마 책일 것(p.200)"이라며 책수집가들의 괴벽에 고개 끄덕여주는 듯 하다가 반전 멘트를 날린다. "그토록 자유를 주장하는 우리가 책에는 말 그대로 매여 있다....(중략).....책은 우리를 늘 한자리에 머물게 한다 (번역자 임연신의 번역문에서는 '우리로 하여금'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독자 임의로 대체 표기하였음을 밝힌다)......우리의 시간과 시력은 소중하다....... (pp.201-203)" 다소 충격적일만큼의 솔직한 충고이지만, 나는 여저히 책만큼은 '보호막으로 기능할 소장품'으로 지니기로 한다.


 

<심플한 정리법>의 원제는 '본질의 기술(L'art de l'essentiel). 총 3부 구성의 이 저서에서 도미니크 로로는 먼저 버려야할 이유가 중요성을 독자에게 설득시킨 후 왜 우리 스스로가 버리기를 두려워하고 주저하는지를 심리분석해준다. 마지막 백미는 '버리기 실전'을 위한 지침들. 가사필수품이나 주방제품의 필수물품 리스트를 소개해준 페이지를 보면 로미니크 로로의 충고가 더욱 구체로 와닿는다. 일상과 닿아 있고, 바로 실천가능하고 바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심지어는 1년에 한번씩 냉장고의 식재료를 모조리 비워내는 유대인의 식품보관법을 소개하면서 냉장고 안을 신선한 식품으로만 채우라는 구체적 충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심플한 삶에 대한 대중의 오해하나를 콕 집어 틀어주며서 도미니크 로로는 책을 마친다. "심플한 삶, 그것은 모든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증폭되지 않도록 삼가며 지배당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p.274)"임을 나는 그녀에게서 감사히 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 가계북 - 쓰기만 해도 부자가 되는
그리고책 편집부 엮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14
 
 
 
숫자화된 일기의 연장이라는 생각으로 매일마다의 지출을 적어왔다. 꽤나 오랫동안......그 기록들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가정'을 꾸리고 있지 않은 자의 신변잡기 지출목록이였기에 가계부라기 보다는 수첩보관용 지출표라고해야할까........매일을 돌아보며 기록하는 습관은 양치질처럼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상쾌하게 해주는 의례였다. 그러나, 어느때 부터인가 엑셀 파일의 가계부가 더 편리해졌고, 그나마 스마트폰 어플로 가계북을 대체할 수 있게 되니 손으로 숫자 일일이 기입할 일이 없어졌다. 단순히 종이가계부를 쓰고 안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소한 기록이 주는 성찰과 행복의 순간들이 삶에서 멀어져간 것이다. 내면 깊숙히 '뭔가 적고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것도 매일매일! 매일매일 365일 꾸준히 적기에는 가계부 만한 것이 있을까? 그래서 다시 내 삶으로 들여왔다. 종이가계부를. "기록을 찾은, 다시 기록하는 나를 위하여"
 
 
 
'그리고 책' 출판사의 <2014 가계부>는 두툼하다. 12달, 1년의 기록을 담을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 될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사전 탐색부터 한다. '가계부'로서의 실용적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책답게 전반부에서는 제테크 노하우를 다룬다. "다 알고 있으나, 지키기 어려운" 부자되기 비법을 조곤조곤 달래듯 때론 훈계하듯 풀어놓았다. 
'똑똑한 살림꾼의 경제 노하우'에서는 '서민들을 위한 알짜 재테크 노하우'와 '셀프재테크'를 소개한다. 갑자기 '서민'이라는 단어의 배치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돈 10원도 다시보라'며 하루 한갑 담배값 2500원을 모으면 한달에 75000원, 10년이면 90만원을 모으는 셈이라는 구체적 충고는 절절히 서민적이다. 매일 까페를 순례하는 이들도 귀담아 들을 충고였다. 아울러 부자가 되고 싶다면 막연하지 않은 '절실한' 목표를 가지고 '일상에서 소소한 쓰임새를 줄여야'한다. 우선 수입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 저축을 하고난 나머지로 생활을 하고 습관을 기른다. '셀프 재테크'에서는 신용카드 똑똑하게 쓰기의 팁을 일곱가지 항목에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놓치지 말라'는 충고도 물론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책 출판사의 '가계북'은 말그대로 가계부에 스케줄러로서의 북의 기능을 더했다고할만큼 두툼하다.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월별 계획표와 일별 기입란에 더해 매일의 메모가 가능하다. 
 
 
 
 
 
"매일매일 가계북"은 흥미롭게도 지출 항목의 구입처를 적어두게 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과 오프라인 구매 여부를 적어서 자신도 무심히 지나쳤던 스스로의 소비패턴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지출은 현금과 카드사용의 여부를 구별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나의 경우, 그 단계까지 세밀히 구별하고 따로 합산하여 기록할 여력은 아직 없다. 매일매일 빼놓지 않고 기록한다는 소박한 목표달성이 우선이기에.

 
 
 
일별 소득과 지출 기입란에 더해 월별, 그리고 2014년 총괄의 소득과 지출 분석페이지도 수록되어 있다. 기입법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기에 더하고 뺴기만 할 줄 안다면 항목별 분석도 어렵지 않을 듯. 매달의 기록을 바탕으로, 매달 소득과 지출의 패턴을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날짜와 번호순으로 소비상황을 확인 할 수 있어 우리 집 경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원하는 요일의 소비지출목록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유용하다. 

 

 

심지어는 "주고받은 선물 내역"을 기록하는 난이 있어 give & take정신을 실전에서 실천할 기회를 확실하게 제공한다. 미리 기록해두었다가 빼먹지 않고 챙긴다의 정신도 실천할 수 있다. 집안 대소사 및 지인의 전화번호 및 생일 관리도 종이가계북에서 할 수 있다. 인맥관리가 더 확실히 되려나?
 
 
 

 
 
개인적으로 이 가계북에서 가장 매혹적인 챕터는 사실, 마지막에 부록처럼 실려 있는 "적으면 이루어지는 매직 페이퍼" 코너이다. 7개의 단계에 거쳐서 스스로에 대한 긍정의 최면을 걸고 또 성공을 유도한다.
먼저 Step 1에서느 스스로에게 중요한 가치를 문답하게 한다.  Step 2에서는 각 분야마다의 스스로의 역할을 재확인하게 하고,Step 3에서는 스스로의 발전으로 이끌 행동들을 고민할 시간을 준다. Step 4에서 Step 6까지는 인생의 소망과 주위에서 받고 싶은 찬사를 적어보고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Step 7에서는 꿈을 실현시킬 선언과 다짐을 적게한다. "적으면 이루어진다"니, 기분 좋지 않은가? 차곡차곡 매직 페이퍼의 공란을 메꾸어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책 출판사 편집부에서는 <2014 가계북>에 이렇게 적고 있다. "쓰는 만큼 보이고, 적는 만큼 부자된다" 이 말을 살짝 뒤틀어 본다. "적는 만큼 성찰적 삶을 살게 된다." 2014년 한해 동안 소중한 일기삼아 부지런히 가계북을 채워나가야 겠다. 소비보다는 뭔가 생산해내는 삶을 꿈꾸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 다투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32가지 대화의 기술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참으로 온갖 것을 자본화 삼는 시대이다. 화술, 화법, 이미지 메이킹, 대화를 통해서 적 만들기도 미연에 차단하고, 아군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여 그 비법을 익혀야하는 세상. 어쩌랴. 이 삭막한 세상, 남들도 대화법을 자원 삼는다는데 넋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전략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지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을 읽어보았다.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의 독자로서 받은 저자 이기주에 대한 인상을 별명으로 표현하자면 '거리의 대화 헌터(hunter)'라고 할까? 그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 늘 코끼리의 팔랑귀 수준으로 귀를 열어둔다. 일상에서 보통 사람들이 (누군가가 주의깊게 엿듣고 대화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방심하여) 편하게 내뱉는 말들을 수집한다.  치매 할머니와 중년 아들의 대화도, 스파이더맨 복장의 꼬마를 저녁 식사로 유인하는 엄마의 전략적 화법도, 초등생 아들의 말 허리를 계속 끊어내더 고압적인 어머니의 대화도 다 수집한다. 그 채집된 언어들은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의 사례로 배치되었으니, 행여 그 대화의 주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를 터이다.
 
 
 
 
이기주가 제안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대화법의 핵심은 진심, 요즘 많이 쓰이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진정성에 있다. 그는 '말'을, '섬'과 같은 존재인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각에 비유하고, 그 교각의 재료를 '진심'이라고까지 한다. 이 진술을 연장해 해석해보자면, 이기주는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이 기능적 처세술 서적으로 읽히길 원하지 않는 듯 하다.  비즈니스 맨이나 오피니언 리더만을 위해서만이아니라, "가슴 속에 꼭꼭 숨겨 놓았던 진심을 상대에게 (p. 8)" 전달하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을 더 염두해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고아한 언품을 가꿀 수 있을까?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의 독자마다 저마다의 관점에서 팁을 취하겠으니, 내게 가장 크게 울리는 이기주의 팁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진심으로 들어야 진정성 있게 말할 수 있다." 영문학을 오래 공부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한국 사람들은 의문형에 야박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의문형은 잘 안쓰는 것 같아. 자기 이야기 하기 바쁘고, 자기 표현하기 바쁘지 남의 이야기에는 정말 궁금한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질문을 던질 이유도 없지." 친구의 말이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을 읽으며 계속 생각났다. 진심으로 경청하자. 들어주는 그 침묵도 좋은 대화가 된다.
 
TIP 마음을 얻기 열기 위한 대화법 10계명
 
 
TIP 마음을 닫게 만드는 10가지 언행

 

베스트셀러였던 샘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Tongue Fu!>(2008년)와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2013년)두 권을 모두 읽은 이가 눈살을 찌푸린다. 후자가 전자의 전반적 구조며 심지어는 인용한 사례까지 너무 겹치게 집필했다고 말이다. 아직 샘혼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제목에서는 저자 이기주가 샘혼의 저서를 의식했음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샘혼은 '적을 만들지 않는' 차원의 대화법을 제안한다면, 자신은 이를 넘어서 '적조차 친구로 돌리는 대화법'을 제안하지 않겠다는가? 시간을 두고 샘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Tongue Fu!)>을 읽어보아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 - 어떻게 세상은 움직이는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

 

 

 

 

기대 이상으로 지적 자극을 주었던 독서경험이라고나할까? '1% 고수들만 아는 세상 읽기의 비밀'을 가르쳐 준다는 문구에 '오호라? 그래?'의 미심쩍은 의문부호를 달고 읽기 시작한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 한달음에 푹 빠져 읽었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자 이영직은 독서광이던가? 아니면 자료 수집과 정리의 달인인까? '의 의문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컨설팅 회사 대표라니 그 살인적으로 타이트한 스케줄이 가히 상상이 되는데, 어찌 그 바쁜 와중에 본문에 인용한 저 많은 고전과 신작들을 섭렵할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을까? 문화인류학의 고전 <국화와 칼>, 토인비의 <역사 연구>, 보르헤스에 움베르코 에코,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심지어는 대한민국 상위 1%의 공부 영재들도 제목만 읽고 지나갔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대중문화의 가벼운 코드에서부터 진화심리학, 진화사, 수학, 물리, 역사, 철학의 소위 여러 분과학문들의 영역을 종횡무진 드나들며 엮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챕터 요약본만 가볍게 읽은 것이 아니라 실로 인용한 책들을 통독한 듯한 인상까지 주니 저자의 치열한 탐구욕에 어찌 관심이 가지 않겠는가?

저자 이영직은 이미 경영학, 경제학 분야에서 대중을 겨냥한 책들을 여러권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한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는 패턴을 읽을 수만 있다면 삶이 더 아름다워지지(의외로 이 대목에서는 저자가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사고에 기댄다, 무엇을 일컬어 '더 아름다운 삶'이라 하는지에 대해 본문에서 딱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에 이 문장은 의외로 읽힌다)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집필했다고 한다. "자연계의 구조, 생태, 패러다임, 사회 현상, 인간행동과 심리, 인간의 언어와 습관까지 모두 패턴을 가지고 있다.........패턴의 관점에서 우리 삶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자 (pp.7-8)"는 문장에서 그의 집필 동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저자 이영직은 패턴의 요소로 '대칭성, 반복성, 주기성 (p.12)'을 언급한다. 그 세 특성 중에서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는다>의 기저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바로 '반복성' 이 아닌가 싶다. 이는 저자가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해 진단하듯 툭툭 던지는 화두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디가 제시한 '나라가 망할 징조 7가지'를 소개하며, 한국 사회에서도 다수의 지표가 빨간 불이 들어와 있으니 그 심각성을 깨닫기 촉구하는 (pp.69-71) 대목이나, 역사상 "빠르게 일어서고 빠르게 몰락한 사례(p.207)"들을 들며 우리나라의 빠른 성장의 후유증을 염려하는 대목이 그러하다. 
 

최근 읽은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역시 저자들이 관련 주제의 학술 논문과 저서들을 섭렵하여 이를 엮어낸 방식으로 집필하였는데, 이영직의 스타일에 비하면 무미건조하게 서구의 이론과 썰들을 요약 소개했다는 인상이다. 이영직의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에서는 지적인 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사회, 우리의 삶에 적용해서 엮어보려는 노력이 감춰지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을 이영직의 서재에서도 찾을 수 있을 듯, 이영직은 치열하디 치열하게 온 뇌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정보를 검색하고 융합하여 소화시킨다. 다만, 그의 관심이 촉이 사방팔방에 뻗어 뷔페 성찬을 독자에게 차려주고는 있지만, 그 잡학다식 정보를 넘어서 아우를 핵심 화두를 찾기가 어렵다는 인상이었다. 왜 패턴을 읽어야 삶이 아름다워질지, 이영직이 소개한 패턴읽기가 과연 '과거 해석하기'가 아닌, 미래 예측의 상황에서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중간 중간 오자가 눈에 들어왔다. (p. 48 여행 주위 구역 -> 주의 구역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