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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 - 집안이 눈부시게 깨끗해지는 청소에센스
페코 지음, 황선희 옮김 / 북웨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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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추적 추적 내리던 날 아침, <북웨이> 출판사의 <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를 챙겨서 커피숍에 들렀다. 커피숍에서 책읽기의 행복을 육아와 바꾼지 오래. 아이러니하게도 근 3년만에 처음으로 까페에서 읽게된 책이 주부전용책인 청소관련 도서라니, '이놈의 주부직함은 피할 수가 없어'하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비오는 날 grande 싸이즈의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마실 동안 <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에 몰입했다. '청소쟁이 페코'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중인 청소를 좋아하는 페코라는 일본 주부가 직접 쓴 책이다.

 

http://orangepekoe.cocolog-nifty.com/

고백하자면 나는 청소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따로 없다. 청소에 딱히 관심도 없었고, 청소의 필요성을 늘 절감하지만 영 재주가 없다. 내딴에는 열심히 청소하여도 완벽주의 깔끔의 남편 눈에는 능 엉성해보여서, 청소로 인한 말다툼이 잦았다. 게다가 내 자신도 독한 화학물질 범벅의 세제로 청소하는 것은 딱 질색인지라, 청소방법을 고민하면서 평소에도 청소관련 서적을 일부러 찾아보던 터이다. 그런데 그동안 읽었던 모든 '청소전문서적'을 제치고, '청소는 하루의 큰 부분'이라는 페코식 청소예찬론을 최고의 청소책으로 꼽게 되었다. 왜냐하면, 한국적 좌식 아파트 위주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적합한 청소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으니까. 여타의 소위 '청소전문책'과 '페코식 청소책'의 변별점은 바로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청소를 업으로 삼고, 규모의 사업까지 벌이는 전문가가 쓴 책들' 에서는 종종 진공청소기로 카페트 손질하는 법, 정원손질하는 법 등, 왠지 한국적 주거양식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으로 책의 상당량이 구성되어 버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도시거주 중산층 한국인들의 평균적 주거양식에서는 두터운 거실 카페트와 현관 러그, 그리고 손질해야할 정원을 갖추고 있는 경우보다는 나무바닥이나 대리석 바닥의 아파트가 더 주를 이루고 있을 듯 하다. 그런 점에서 페코의 청소책은 정말 요긴하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바로 나의 집에 적용할 수 있는 청소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청소가 취미'라는 페코의 표현으로는 '청소는 몸과 마음과 건강에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신비한 힘'이 있단다. 이 책은 완벽한 청소를 강요하는 부담을 주는 지침서라기보다, 이처럼 청소의 신비한 힘과 비밀을 알려주는 선배 주부의 따뜻한 조언처럼 편하게 읽힌다. 페코는 본격적인 청소에 앞서, 먼저 청소의 기본준비사항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해준다. 청소를 좋아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위주로 편안하게, 청소를 즐겁게 하는 요령을 풀어낸다. 먼저 청소 일정표를 짜고, 청소용품을 준비한다. 알뜰한 일본주부답게 페코의 경우에는 아크릴 수세미를 직접 떠서 주요 청소 도구로 사용한다고 한다. 페코식 친환경 청소법에서는 초극세사 걸레와 아크릴 수세미, 탄산수소 나트륨, 식초 등이 청소의 맹활약하는 주연이다.



 

청소도구와 세제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이어서 제 3장에서는 집안 구석구석 페코의 청소 노하우를 소개한다. 욕실, 세면실, 현관, 화풍기, 커튼, 창문, 조명, 벽과 바닥, 천장, 에어컨, 세탁조 심지어는 리모컨 등 생각할 수 있는 청소의 대상 모두를 조목조목 실사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정말 요긴하기 그지 없다. 소개된 청소의 과정 사진 역시 책을 출간하려고 일부러 연출한 상황같이 부자연스레 느껴지지 않고, 실제 페코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친근감이 주고 청소에의 건강한 욕구를 마구 자극한다. 청소 전/후의 'before /after'사진을 보고도 대청소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지지 않는 주부가 또 있을까. 

 

커피 한잔에 책을 다 읽고 집에 오자마자, 마침 비도 오겠다 아크릴 수세미로 거실 유리부터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에라 현관까지 내친김에, 에라 욕실 바닥. 결국 <이 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를 읽은 당일, 나는 무려 7시간의 청소를 했다. 밤 11시까지. 그리고 그 한 주 동안에, 심지어는 화분 청소에, 몇달간 방치했던 거실 커튼 세탁에 냉장고 뒷판 청소까지 청소의 열정이 타올랐던 한 주였다. 아직 페코가 판도라의 상자라며 그 더러움에 경악을 했던 세탁조는 남겨두고 있으나, 이 역시 조만간 업체를 불러서 마무리 할 생각이다. 페코의 책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집을 깨끗이 청소하면 운이 트인다......정성껏 집을 가꾸는 것이 삶을 이렇게 풍요롭게 하는구나."를 청소예찬론자인 페코의 책을 읽다보면, 그 청소법을 따라하다보면 절대공감하게 된다. 가방 속에 쏘옥 들어갈 작은 사이즈의 <이 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 자주 들고 다니며 읽어야 겟다. 청소에의 욕구, 내 삶을 정돈하고 더 나아지게 하려는 욕구에 계속 불을 지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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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띄어 써야 돼?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7
박규빈 글.그림 / 책과콩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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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에 <왜 띄어 써야 돼?>라는 신간 소개글을 읽고서는 "참 별별 책들도 다 나오는 구나. 아이들 책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네."하면서 정말 반가웠어요. 왜냐하면 7세 아들이 올 1월 1일부터 매일 그날 읽었던 책 중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노트에 옮겨 적는 숙제를 해나가고 있거든요. 왠일인지 기특하게도 두 말 안하고 매일 쓰기 노트를 꺼내들고 궁딩이를 씰룩씰룩 의자에서 들었다 놨다 하며 쓰는 모습이 여간 기특하고 귀엽지 않아요. 그런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완전 무시되는 글 쓰기예요. 다 쓰고 난 후에 자신이 쓴 글 읽기까지 하고 있는데, 매번 자기가 쓴 글을 헷갈려 잘 못읽으면서도 띄어쓰기 그대로 따라 하라는 엄마의 말을 잔소리로 알지요. 그러니 제가 "책과 콩나무"의 <왜 띄어 써야 해?>가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왜 띄어 써야 해?>의 첫 페이지를 열면 3월 26일의 쓰기 일지가 나와요. 마침 아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날은 3월 27일. 아이도 그대로 따라 쓰기를 하네요. 이 책이 너무 재미있다고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몰라요. 아이들 눈에만 재미있는게 아닐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규빈 작가님을 꼭 만나보고 싶어졌을 정도예요. 박규빈 작가님 성향 자체가 아주 유머러스하고 엉뚱 기발한 면이 있는 분일것 같아요. 이 책이 처음으로 쓰고 그린 책이라는데 앞으로의 작품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왜 그렇게 재미있냐고요? 글 내용도 내용이지만, 왠지 엉성한 미완 같으면서도 등장인물 표정의 과장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박규빈 님의 그림에는 재미있는 장치들이 숨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동화의 첫페이지와 끝페이지에 동일한 마을 거리 풍경이 나오는 데 띄어쓰기 결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요.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아이가 여러번 다시 읽으며 찾아내더라고요. '조 방귀 금속판매' 가 '조방 귀금속'으로, '무지 개마트'가 '무지개 마트'로.

 

내용도 너무 재미있네요. 아이는 피식피식 좋아하는 것이, 주인공 녀석의 정서에 공감하나봐요. 띄어쓰기 때문에 노트 가득 빨간줄 죽죽 그어놓으신 선생님께 살짝 삐진 마음, 띄어쓰기 잔소리를 계속 하시는 엄마아빠에 대한 살짝 반항심. 띄어쓰기 잔소리를 하는 엄마 아빠에게 일부러 '엄마 가방에 들어가신다. '아빠 가방에 들어가신다'라고 노트에 썼더니만 엄마아빠가 정말 가방 속으로 들어가 버리시지요.


 

 

이번에는 '아빠 가죽을 드신다'라고 썼더니, 아빠가 가죽 허리띠를 힘겹게 우걱우걱 씹으십니다. "들려서! 발리 죄대로 안 디여 서!"라고 소리를 지르시면서요. 이 대목에서는 말귀를 알아들을 턱이 없는 28개월 딸아이도 까르르 웃네요. 제가 책을 너무 생동감 있게, 가죽씹으며 내는 발음으로 읽어주었는지. 저도 읽어주면서 웃었어요. 박민규 작가님 아주 유쾌한 분이시네요.



 

다음은 엄마. "엄마는 서울 시어머니 합창단".갑자기 할머니가 되어 버린 엄마가 어찌나 우셨는지 눈물이 한강바다를 이루어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그림이 나옵니다. 아이랑 저랑 처음에는 이해를 못해서, 왜 합창단이 바다 노래를 부르는 걸까?하고 헤멧었지요. 박민규 작가님의 유모가 아주 고단수이신걸요. 재미있어요.


결국 꼬마는 앞으로는 띄어쓰기를 잘 하겠노라고 결심을 합니다. 그래도 살짝 자존심은 세우네요. 자기가 틀려서가 아니라 엄마아빠를 위해서래요. 또한 살짝 삐진 마음을 가지고 가네요. '선생님 이 상하다' 라고 노트에 쓰면서 책이 마무리됩니다. 전 제목만 보고는 약간 내용이 뻔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책은 정말 재미있어요. 아이의 띄어쓰기에 아직 본격적인 변화는 없지만, 아이가 이 책의 농담을 이해하는 게 기특하네요. 오늘도 한 번 자기 전에 읽어주고 흐뭇한 마음으로 엄마는 서평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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