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프라이버시와 감시, 자유냐 안전이냐?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7
캐스 센커 지음, 이주만 옮김, 홍성수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교양 17

프라이버시와 감시

Privacy and Surveillance

얼마 전에 8세 아이가 자기 소개글을 써놓은 종이를 무심코 집어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에 바로 CCTV를 적어 두었기 때문이었지요. '오호라, 요 녀석이 CCTV를 의식했었나?'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싫으냐고. "내 맘대로 행동을 할 수가 없잖아요." 아이가 말하는 '내 맘대로 행동'이야, 엘레베이터에서 쿵쿵 뛰기나 놀이터에 쓰레기 버리기 등일 테지만, 녀석은 감시의 부작용의 본질을 꿰뚫는 답을 한셈이네요. 세더잘 시리즈의 제 17권 <프라이버시와 감시>를 함께 읽을 마음의 준비도 된 셈이고요. 몇 시간이 걸려서 문답을 나누며 아이와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세더잘 시리즈는 지식정보전달류의 글을 선호하는 아이에게는 단비처럼 소중한 독서경험을 주었습니다.

사실 세더잘 시리즈의 주 타겟 독자는 초중등 학생이지만, 본문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사진 자료들과 '알아두기' '사례 탐구'등의 코너 덕분에 부모님의 설명만 곁들여진다면 초등저학년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영국 멘체스터 공항을 순찰 중인 무장 경찰, 지문인식 스캐너, CCTV 등의 사진에 아이는 자연스레 질문 공세를 퍼붓습니다. "엄마, 우리가 한 말, 글씨 쓴 거, 전화한 게 우리 죽어서도 계속 남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다 봐요? 왜 영국에는 총 가지고 학교 가는 애들이 있어요?"아이의 질문에 답해주다 보니 책을 더 깊게 읽게 되네요.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이 그리는 미래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감정조차 통제합니다. 소위 인간적이라 할만한 슬픔, 애정, 예술적 감성 등 특정 감정을 느끼는 자체가 국가 존립을 위해한다며 위법으로 규정되어요. 영화 속 상상이니 극단적 과장이라 하겠지만, 현대사회의 감시와 통제는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한 방식으로 작동할 뿐입니다. 그래서 '감시'라 느끼지도, 저항할 특정 대상을 찾을 수도 없을 테지요. 예를 들어, 임신 중인 임산부에게 온라인 마켓에서는 온갖 육아 용품 안내 메일을 보냅니다. 소위 '데이터 마이닝 data mining'을 통한 고객 정보 분석의 결과이지요. 심지어는 암환자들에게 장례용품 판매를 시도한 업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디지털 트랙킹 digital tracking'나 컴퓨터 원격 감시 등을 통해 개인의 정보는 해킹당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한 편 범죄 예방이나 범죄자 감시에 활용되므로 이에 대한 찬반의 입장이 갈립니다. 저자 캐스 센커는 프라이버시 논쟁에서의 찬반 입장을 균형있게 설명해줌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프라이버시와 감시, 자유냐 안전이냐>에서는 프라이버시 논쟁을 크게 사이버 스페이스상, 학교, 직장, 대중 매체 등에 적용하여 살핀 후에, 범죄 예방 목적의 감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소개하고 미래 사회의 프라이버시와 감시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책을 끝맺습니다. 부록으로 용어 설명, 연표, 더 알아보기, 찾아보기를 제공하여 논의를 더욱 심화하여 알아보고 싶은 독자들이 유용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The World Issue Debate 는 권권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이 17권의 프라이버시 논쟁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되므로 꼬마 독자들이 더욱 현실감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더잘(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The World Issue Debate) 시리즈”는 신개념 아동*청소년 인문교양서를 표방한다. 하지만 초중고등 학급문고란에는 물론, 성인독자들의 책장에도 전권을 비치해두기를 강력히 권한다. 든든한 검색 엔진 구글이나 네이버가 있는데 왠 ‘세계 이슈 시리즈’냐 할 독자들은, 몇 번의 클릭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균형잡힌 고급의 정보를 얻게 된다. 세더잘 시리즈”는 단순히,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만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 문화에서 특히 취약한 논쟁의 기술, '논쟁의 정석'까지 알려 준다. 한 주제를 높고 편중된 입장은 지양하되, 설득력있는 주장과 적합한 자료로 논쟁의 여러 입장들을 소개해줌으로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데이터의 충격 - 거대한 데이터의 파도가 사업 전략을 바꾼다!
시로타 마코토 지음, 김성재 옮김, 한석주 감수 / 한빛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빅 데이터의 충격

첫 번째 착오. IT 분야 문외한, 비전공자도 성실히만 읽는다면 독해가능할 것이다. "거대한 데이터의 파도가 사업 전략을 바꾼다!"라는 부제가 달린 <빅 데이터의 충격> 말이다.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정독을 하다가,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IT 분야 문외한 수준에 맞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읽는 방식으로.

두 번째 착오, 빅 데이터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이른다. 부분적으로만 옳다. <빅 데이터의 충격> 저자 시로타 마코토에 따르면 데이터량은 3V로 요약되는 빅데이터의 3가지 특성 중 한 가지에 해당할 뿐이다. 데이터량 (Volume)이외에도 다양성 (Variety), 속도 (Velocity)가 빅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라 한다.

빅 데이터는 데이터라는 물리적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 있는 통찰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노력(p.2)' 자체를 이르기도 한다. 현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혁신개발부 수석연구원인 저자 시로타 마코토에 따르면, 빅데이터는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근래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를 새로운 석유 (Data is the new oil)'에 비유해가며, 국가 차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의 위상과 사회적 주목도 등의 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상당히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시로타 마코토의 의견이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빅데이터 활용을 선도한다는 이미지에 도전하는 일본 기업등의 성공 사례를 분석적으로 소개한다. '개인의 감성보다는 수천만명의 데이터를 믿는다'는 일본의 GREE와 일본 맥도널드를 <빅데이터의 충격>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다. 프라이버시 논란에 대응해 일본 정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함께 '전기통신사업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 라인' 등을 제정 시행하고있다고 한다. 저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같다는 저자의 의견을 수용한다면 아마도 한국 역시) 조만간 데이터 과학자 부족 현상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2012년 현재 일본에서는 데이터 과학자의 구인경쟁이 가속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적인 대응책으로는 미국의 경우처럼 빅데이터 분석을 커리큘럼에 넣은 분석한 대학원 등을 신설할 수도 있겠다.

5~6년 전 아마존에서만 서적 구매를 하던 떄, '이 책을 구입한 고객들은 다음의 책도 구입했습니다'하며 추천해주는 책들 덕분에 번번히 예산초과의 책구입을 했었다. <빅데이터의 충격>을 읽어보니 이런 추천 시스템은 카탈리나 마켓팅의 대표적 사례였다. 구체화된 언어로 인식만 못하고 있었지 나는 이미 빅데이터 속에 살고 있었다. 일상에서 내가 받을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IT 분야의 회사 문건이나 보고서를 본적은 없다면, 아마 <빅 데이터의 충격> 본문 포맷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목차의 항목 번호와 짜임이나,수십개에 이르는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가 회사 보고서(혹은 행정기관 공문서)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아마 IT분야 종사자라면 <빅데이터의 충격>의 행간까지 읽으면서 미래 예측의 혜안에 도움도 많이 얻을 수 있었으리라. IT 분야 문외한 병아리 독자로서 <빅 데이터의 충격>은 일상에서 많이 노출되어 왔으면서도 정작 한번도 진지하게 고찰해볼 일 없었던 '빅데이터'란 키워드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해볼 단초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미래 사회 인류 모든 이가 마주해야 할 빅데이터는, 단순히 기술의 영역에서가 아닌 인류의 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그 가치를 재발견 할 수 있단다. <빅 데이터의 충격>을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행간을 읽어내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다음번 독해에서 테크니컬한 전문 용어에 '헉'하면서 막히진 않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옳았습니다 - 김근태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1
최용탁 지음, 박건웅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옳았습니다

숱한 독서 경험을 세 부류의 반응으로 나누어 봅니다. "내가 왜 시간을 내서 읽었지?" "휘리릭 잘 읽힌다. 잘 읽었다." "이 책 안 읽었으면 어쨌을 뻔했어. 인생의 자양분이 될 필독서." 최용탁 작가의 <당신이 옳았습니다-김근태 이야기>는 그 세번 째 반응에 해당합니다. '김 근 태'라는 이름 석자는 신문에서, 뉴스에서 많이 보아왔지만 정작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부끄러움에서 읽기 시작한 책. 가슴이 뭉클해지다가, 민족주의적 감정에 불끈해졌다가, 김근태의 의로움과 사람됨에 존경으로 벅차오르다가, 김근태와 인재근의 부부애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뜨거운 독서를 하였습니다.

이 책을 쓴 최용탁 작가는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박정희 유신체제가 시작되던 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이후 8년 동안이나 유신 교육을 받은 세대랍니다. '초전박살 북괴군'을 세뇌당하듯 입에 올리며 사춘기를 보낸 최용탁 작가는 '나치 독일의 소년단에 비할만한 유신체제 교육이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사회구현이 가까웠을 텐데' 하며 아쉬워합니다. 최용탁 작가의 이런 역사 인식은 고 김근태 선생님을 조망하는 데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김근태 선생님의 글과 인터뷰, 가까운 이들의 증언을 살펴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김근태 선생이 '왜 민굴곡진 역사에 울분을 토하고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싸울 수 밖에 없었는가?'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당신이 옳았습니다>는 사상가로서의 김근태를 분석, 평가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왜 그가 그토록 뜨거운 소명의식으로 한시대를 뜨겁게 달려왔는지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로 쓰였습니다. 이 책의 독자로서 또한 소명의식을 느낍니다. 김근태 선생님이 왜 옳았는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당신이 옳았습니다>를 읽고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로 일본에 충정을 맹세하며 일본군 장교 육성을 위한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음을. 조선 이름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 다카키 마사오에서 '오카모토 미노루'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군 '토벌'에 열을 올리던 관동군 장교였음을. 당시 서울대 도서관 밖 현실은 잘 모르고 박정희를 지지하던 김근태는 안경근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합니다. 안중근 의사의 사촌으로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나 되려 옥살이를 한 독립운동가에게서. 이 만남은 결국 '햄릿형 운동가' 김근태를 '행동하는 실천가'로 변모시킨 계기가 되었답니다.

소위 '남영동 사건'으로 압축되는 김근태 선생님에게 가해진 권력의 폭력과 탄압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폭력과 고문은 시대를 불문한 스펙테클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김근태 선생님이 무엇을 위해 그 고난을 감내하면서도 민주화 과정에 투신했는지, 그가 꿈꿨던 사회가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희생으로 2013년의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꿈꿀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을 포함해서요. <당신이 옳았습니다>를 우선 읽어봅시다. 그리고 차근차근 찾아가 봅시다.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찾아가 봅시다. 그 투쟁의 핏자국들을. 따뜻한 사랑 노랫 속에서도 그 투쟁의 정신은 살아 있습니다. 감옥 안에서 김근태 선생님이 아내를 위해 불렀던 연가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갈림길에서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도서검색어로 '인문학'을 설정하고 검색해보라. 국내도서에만 600여종의 도서가 검색된다. 명문 서울대의 인문대학에 수강생 미달로 강의는 폐강되고, 신입생이 몰리지 않아 학과 통폐합으로 살 길을 모색하던 때가 엊그제같다. 그런데 요즈음 인문학 열풍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가 재발견되고, 인문학의 지위가 복권되는 듯 하다. 막장 드라마를 즐겨보는 전업 주부들조차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소비하고, 청소년도서조차 대학입시 연계 인문학활용법을 담아 낸다. 그 넘쳐나는 수백종의 인문학서 중에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인문학 강사로 활동중인 김경윤 작가가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잡지에 연재하던 글들을 엮어 낸 책이다. 김경윤. 그는 작가되기를 소망하여 영문학과에 진학하였고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운동권 학생들에게 당대 널리 읽히던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였다 한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소박한 제목 그대로, 아직 인문학이란 이름을 탐색중인 작가가 소박하게 엮어낸 짦은 독서록같다는 인상이다.



인문학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기 보다, 물음을 어떻게 던지는가, 현상에 어떤 물음을 던질 수 있는가와도 가깝다라고 한다면, 김경윤 작가의 화두는 '우리 인문학은 없는가?'로 시작된다. 그 화두 하에, 김경윤은 자신이 꼽은 '39인의 인문학의 대가'들을 철학, 문학, 역사의 세 장에 걸쳐 묶어서 소개한다.



고백컨데 국사 교과서 혹은 역사 교과서에서 스쳐가듯 지나갔던 인물들의 저서를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이황, 이이, 이익, 정약용 등. 위인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 그들이 삶의 진리와 삶의 이유에 대한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독서가 없었다. 김경윤 작가는 '좀 읽고 얘기해봐'라고 하듯, 종횡무진 문학작품 사회과학, 인문서들을 누비면서 각 사상가들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늘어놓는다. 한 사상가 당 6~7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기에,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독자에게 소개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숱한 고전을 정독하였을 그의 내공이 느껴진다. 자극을 받는다. 원전을 읽어봤어야지 김경윤 작가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던 혹은 응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아이는 서양철학서로, 둘째 아이는 '명심보감'으로 아내의 태교를 도왔다는 김경윤 작가. 책읽기를 업삼은 그의 행복한 책읽기, 삶의 일부가 된 인문학적 느림의 글쓰기가 부럽다. 그가 39명의 사상가를 낱낱 해석하거나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큰 흐름으로서의 '진정 우리 인문학은 없는 것인가?'의 화두를 천착한 한 호흡의 긴 글을 독자를 위해 선사해주기를 기다리고 싶다. '무엇을 일컬어 우리 인문학이라 할 것인가?' '왜 우리의 것이 중요한가?' '우리 인문학의 쟁점은 어떻게 다르거나 같은가?' '유행으로서의 인문학 공부와 김경윤식 인문학 삭혀먹기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들을 좀더 던져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지난 12월에 읽은 <중년의 철학>. 종교 철학교수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38세에 충격적인 가족사의 베일을 벗겨지자 소나기를 맞듯 중년의 습격을 당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정신과 상담을 청하거나 소위 '고주망태 꼬장'이라도 부려서 떨쳐내야할 충격을 철학과교수답게 고상하고도 학술적인 성찰로 풀어낸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그 문체와 수다의 속도감에 있어서 <중년의 철학>의 극점에 있는 에세이라고나 할까. "50년 넘게 너무 많은 말을 해왔으니 혀를 깨물고라도 남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유인경 기자. 얼마나 속사포쏘듯 폭포처럼 말을 쏟아내며 살아왔을지를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으니 가히 상상히 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인정한 달인 수준의 "뻥 &구라"를 구사하는 유인경 기자. 그녀의 수다는 시원스럽고 재미있고 통찰을 담고 있다. 50대에도 '귀엽다'라는 찬사(?)를 들을만 하며, 매일 점심 약속이 수첩에 빼곡할 만큼 친구가 많기도 하겠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고 나니, 나역시 그녀와 수다 떨 기회가 생긴다면 두손 들어 환영하고 싶어졌으니까.



유인경 기자는 6남매중 막내이다.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이 아침을 콘플레이크로 때우고 등교할 때 친정 아빠의 극진한 사랑으로 아침부터 서대문 도가니탕집 순례를 마치고 등교했단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 막내의 기질의 그녀의 글에서 묻어난다. 그녀는 자신감에 충만하다. 자신의 매력과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하기에 그녀의 수다스러움은 당당한 기풍을 담는다. 스스로 '굵고 짧은 체형'이라거나 셀룰라이트를 언급하지만 심지어는 외모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다. 그 자신감이 삶에 대한 열정과 활기와 뭉뚱그려져 뜨거운 열기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삶에 지치고 무료한 중년들이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으면 정신이 번뜻 들 정도로.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에서 유인경 기자는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현대 사회에서 50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면서 인생 장거리 마라톤의 운동화 끈을 다시 죄인다. 잘 달려서 1등해보겠다고, 폼나는 죠깅 포즈로 남들 부러움좀 받아보겠다고가 아니라, 이번에는 달리면서 주위 경관도 돌아보고 숨도 고르고 천공이 열려 하늘의 기운과 소통하는 대자유를 맛보고 싶다고......

30대인 내게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는 몇 가지 이유에서 무척 참신했다. 우선 그녀는 한국의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빠져있는 '착한 엄마, 완벽한 엄마되기의 신화'에서 발을 빼고 있다. 주위의 지인이나 육아서의 화자들은 온통 '자식의 행복 = 내 행복, 가족의 미래'식으로 이야기 하며 육아의 질과 성공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던데 유인경 기자는 해탈했다. 자식성공, 남편 뒷바라지에 연연하는 데서.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반경이 좁아지는 대게의 중년여성들은 온통 자식 자랑, 남편 자랑 혹은 흉보기로 소일하기 쉬운데, 유인경 기자는 기자 직업이 준 혜택으로 화려한 사회적 관계망을 자랑한다. 조영남. 이외수 정운찬 총리, 김정운, 장미희, 피천득 등 많은 사회 명사들과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단순히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적 자원에서 배운것, 나눈 것, 감동받은 점들을 솔직하게 늘어놓는다. 독자 역시 거기서 배우게 된다.

둘째,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을 읽다보면, 유인경 기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얼마나 깊이 있는 독서를 해왔나 알 수 있다. 어마 봄벡과 나딘 스테어의 시를 병렬 배치해서 50찬송을 전하고,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에 대한 자신의 분석도 곁들인다.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인위적으로 수집한 것이 아니라, 유기자의 풍요로운 지식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독서의 흔적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올라온다. 이런 열정적이고 자기 확장을 즐기는 50대라면 필경 10년 20년 후에는 멋진 사건 하나 칠 것 같아. 유인경 기자 역시 잠재의식속에 사건을 일으키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지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의 마지막 페이지에 '65세에 전재산 탕진하고도 치킨 소스 비법을 팔러 돌아다니다 KFC체인점을 연 커넬 샌더스' '74세에 <인간학>을 집필한 임마뉴엘 칸트> 96세까지 강연과 집필활동을 해온 피터 드러거 등의 이름을 열거하였다. 10년 후 유인경 기자가 어떤 유쾌한 사고를 칠지 벌써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