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 먹었어요 - 아이의 미래를 좌우하는 바른 먹거리 프로젝트
베스 베이더.앨리 벤저민 지음, 이정화 옮김 / 리스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엄마, 다 먹었어요
 
 
 
 
아이를 키워본 이라면 동감할 테지요.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말 중 하나가, "엄마, 다 먹었어요"라는 것을. 정성어린 집밥을 싹싹 다 먹고 빈그릇을 자랑스레 내미는 아이의 표정을 상상만 해도 배가 불러지네요.
바른 먹거리로 아이에게 건강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밝은 미래를 방향짓는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이들의 '먹거리 프로젝트'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가운데, 반가운 책 한권이 나왔습니다. 제목마저도 유쾌한 <엄마, 다 먹었어요>말입니다. 리스컴 출판사 특유의 세련되고 깔끔한 편집에 힘입어 비주얼로 독자를 사로잡고, 일목요연한 실용적 정보로 독자를 일깨워주는 "바른 먹거리 프로젝트" 책. 베스 베이더와 엘리가 함께 썼습니다. 이 둘은 온라인상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했다지요. 바로 <엄마, 다 먹었어요>의 페이지마다 기저에 흐르는 '친환경, 자연주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말입니다.
 
'진짜 재료'로 '진정한 음식'을 만드는 지침서를 만드는데 의기투합한 베스 베이더와 엘리는 우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짚어줍니다. 제 1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이의 건강, 부모에게 달렸다"라 할 수 있네요. 아이들은 익숙한 음식을 좋아하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식습관을 강요하지 말고 직접 모델이 되랍니다. 베스와 엘리는 요즘의 식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며 건강지키미로서의 엄마들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적어도 미국의 경우)1인분 음식의 양은 늘었으나, 같은 식재료(특히 채소)라도 영양분이 현저히 떨어지며(토양의 질 떄문이기보다는 품종 등이 원인). 간식으로 섭취하는 칼로리가 늘은 요즘의 현실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결국 엄마들이니까요.  
  


 
 고백하자면, <엄마,다 먹었어요>를 읽기 전엔 선입견이 있었어요. 미국의 엄마들이 쓴 바른 먹거리 프로젝트가 한국의 풍토와 과연 얼마나 맞아 떨어질지, 소개해주는 레서피가 일상식으로 얼마나 활용가능할지.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자식들 먹거리 걱정하고 건강한 식습관에서 자녀의 밝은 미래를 점치는 엄마들은 국경과 문화권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드네요.
 
<엄마, 다 먹었어요>의 두 저자가 성공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강제나 설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를 통해서 입니다. "~가 좋으니 적극 섭취하고, ~은 절대 아이들에게 먹이지 마시오."의 딱딱한 명령형이 아니라, "이봐요. 먹음직 스럽지 않나요? 한 번 먹어볼래요?'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냅니다. 
 
건강하게 먹는 비결, 복잡하지도 따라하기 어렵지도 않아요. 최소로 가공된 음식을 먹는 것이죠.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제철 채소와 발효식 반찬으로 구성된 집밥을 매일 먹는 것이지요. 가공식품을 멀리하고요. 유기농만 꼭 고집해야 하느냐고요? 저자들은 유기농 신봉자가 아니라, 합리적 구매자로 보여요. "꼭 유기농으로 섭취할 채소'와 '비교적 꺠끗한 채소"의 목록을 소개해주면서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The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발표자료), 유기농인지보다는 보다 신선한 음식을 섭취하는데 주력하라고 충고해줍니다.

 
 
 
 
 

그 외에도 두 저자는 아이들을 채소와 가까워지게 하는 구체적인 전략 및 각 채소의 특징과 조리법, 심지어는 재료별 칼질법까지 소개해준답니다. 당근과 토마토를 썰어서 해님을 만들거나 피망으로 별님을 만들어보라고 충고해주는데, 아이들과 놀이겸 시도해보아야겠네요.  음식에 앙증맞고 친근한 이름을 붙여주라고도 합니다. 저자 중 한 명이 앨리는 케일에게 "힘이 세지는 요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더니만 아이들이 서로 케일을 먹겠다고 아우성치는 즐거운 경험도 했다네요.
 
 
 

 
다양한 품종의 채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식욕이 요동칩니다. 평소 '감자'는 한가지 이름 아래서 단순하게 생각해 왔었는데, 이토록 다양한 품종으로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소비된다니 갑자기 감자가 참신한 식재료로 느껴지네요. 짜장이나 샐러드 용도로밖에는 잘 쓰지 않는 보라색 양배추로 조림요리를 할 수 있다니,  이 역시 신세계 정보였어요. 참고로, 베스와 엘리는 <엄마, 다 먹었어요>에서 튀기거나 볶은 음식보다는 오븐에 구은 음식을 많이 소개합다니다. 덕분에 저도 이 두 저자를 따라 안 쓰던 오븐을 덕분에 사용하고 싶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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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나름 다양한 관련 서적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엄마, 다 먹었어요>에서 많이 배우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 되었답니다. 현미밥에 청국장과 김치를 곁들인 한식 집밥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에서 소개된 꿀과 치즈를 많이 활용한 레서피가 어색하기는 했어도, 왜 아이를 위해 건강한 먹거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야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기에 다시 또 읽을 생각이네요. 이 책과 아울러 내인생의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펴내주는 <자연을 먹어요>- 봄, 여름, 가을 편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도 함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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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 속의 비밀 마음을 간질이는 개그 그림 동화
김혜원 글.그림 / 머스트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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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 속의 비밀
 
 
청소년 비행과 범죄율의 급증을 패스트푸드일색으로 변해가는 식생활과 연결짓는 주장을 접하고는 일리가 있겠다고 생각했었지요. 화학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음식, 정크푸드나 청량 음료가 사람을 난폭하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데요.  가히 "무엇을 먹는지가 네 자신을 말해준다."라는 말처럼 '부모가 어떤 식습관을 형성시켜주느냐가 아이의 인성과 미래를 방향짓는다'라고 할만 합니다.
 
 
 
 
<똥구멍의 비밀>은 개그그림 동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독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들만큼 기발하게 재미나지만, 먹거리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짚고넘어가게 하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답니다. 제목의 가벼움과 달리, 생각할 거리는 무겁게 던져주어서 책을 덮고나서도 여운을 남겨주네요.
 

 단편만화를 각색해서 <똥구멍 속의 비밀>로 새로 태어나게한 1984년생 김혜원 작가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 www.erasingwoman.com ) 는 똥, 털, 코딱지, 방귀를 좋아해서 작품에 많이 등장시켜왔대요.  제10회 나혜석 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수상자답게 <똥 구멍 속의 비밀>에는 그림 속에 더 많은 이야기를 숨겨놓는 작가만의 장치를 쓰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깔끔 떨고 차분한 성격의 주인공 소녀가 짝꿍을 소개하는 이 한 페이지의 그림에는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요. 해는 중천에 떠있고요, '드르륵' 교실문을 여는 아이의 손톱은 영양불균형으로 깨져있어요. 네번째 손톱에 그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고 이 손의 임자가 소녀를 짝사랑함을 유추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정작 소녀는 전혀 이 소년, 지남이에게 호감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지저분'한데다가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방귀를 뀌어대거든요.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면, 그 지독한 똥방귀의 근원이 궁금한 소녀와 아랑곳 않고 짝짝이 실내화에 구멍난 양말을 신은 쩍벌남 지남이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소녀의 가방조차 방독 마스트를 쓰고 있네요. 아이들의 가방을 고양이와 개에 빗댄 작가의 귀여운 장치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소녀 생각에 지남이의 똥방귀에는 왕대포나, 난지도 쓰레기 하치장, 아님 저승사자가 살고 있는 것 같대요. 지남이의 방귀는 사람 뿐 아니라 꽃과 나무도 시들게 하고 스컹크도 울고 가게 만들거든요.

 



 
 결코 가까워질 것 같지 않던 지남이와 소녀가 지남철처럼 서로 끌리게 되는 계기가 생깁니다. 바로 소풍날 말입니다.진부한 '깡패 VS 흑기사'의 구도가 등장하는가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똥구멍 속의 비밀> 그림을 보다보면 작가의 재치와 숨겨놓은 이야기에 계속 감탄하게 되거든요. 김밥을 먹는 소녀의 이마에 딱총을 날려대는 다른 학교 남학생들, 우리의 지남이가 한방에 물리쳐주었습니다. 바로, 바로, 방귀 딱총으로말입니다! 초콜렛, 도넛, 콜라 등을 폭풍흡입하더니 방귀로 즉석 배출했거든요. 그 지독한 냄새에 쓰러지지 않은 이는 우리의 주인공 소녀 뿐이었습니다. 반했거든요. 지남이의 돌발 똥방귀 흑기사로의 변신에.....
 

 
엄마가 싸주신 김밥을 내미는 소녀, 지남이네 엄마는 바쁘셔서 김밥같은 걸 챙겨주시지 못한답니다. 평소에도 라면, 짜장면, 햄버거를 주식 삼는대요. 이제야 밝혀지는 지남이 똥구멍 속의 비밀. 왕대포도 쓰레기 하치장도 저승사자도 아닌, 패스트푸드의 화학작용이 그 비밀의 답이었군요. 지남이를 놀리고 싶어지기보다는 왠지 마음이 쨘해져오네요.

 
 
소풍이 끝난 다음날, 지남이는 여전히 짝짝 실내화에 구멍난 양말에 지독한 방귀 냄새를 풍기고 등교하지만 소녀에게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짝꿍 지남이와 나눠먹을 도시락을 준비해왔거든요.  고양이 가방이 환하게 미소짓네요.
 
 
부록으로‘방귀쟁이 짝꿍과 함께 먹는 학교 모양 도시락 만드는 법’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요. 8세 5세 아이에게 물었어요. "너희도 소풍가서 과자만 싸오는 친구 있으면 김밥 도시락 나눠줄거야.?" 물론 나눠주겠답니다. 단, 친구도 자기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호혜성 교환을 주장하네요.  

 
<똥구멍 속의 비밀>을 읽다 보면, '집밥' 보다는 '외식'에 '배달 음식'에 익숙해져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식습관이 바뀌다보니 아이들 역시 집밥보다는 패스트푸드를 더 자주 먹게 되지요. 어려서의 이 식습관이 결국, 소아 당뇨, 소아비만, 위장병에 변비로 이어지고 아이들 평생 건강까지 위협하게 되지요.  지남이의 똥방귀 이야기에 웃더라도, 그 뒤에 작가가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를 꼬마독자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영양과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따스하게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불평등의 문제가 아이들 먹거리에서부터 심각하다는 생각에 책장을 덮으며 마음 한켠이 묵직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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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잡학사전 - 일상의 사물에 숨은 과학지식
와쿠이 요시유키 외 지음, 송은애 옮김 / 어젠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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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학사전
 
 
 
 
  왜 테크놀로지에 어두운 시골 노인을 희화화하는 우스개 소리 있지 않은가? 엘레베이터를 도통 본적이 없던 할아버지가 엘레베이터에 올랐탄던 사람이 젊어져서 나온줄 알고, 할머니에게 마법 상자에 타보라고 했다는.....우스개 소리지만, 요즘 같아서는 웃어넘기지 못하겠다. 워낙 첨단 기기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쏟아져나오고 일반에게 보급되니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쉽게 테크맹으로 전락하니 말이다. 스마트폰은 쥐고 있지만 검정색 유선전화기마냥 전화통화의 용도로만 주로 사용하는지라, 엘레베이터를 마법 상자라 생각한 할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고마웠다. 일상의 사물에 숨은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풀어 설명해준 <과학 잡학 사전>이....
 
이 과학정보책은 놀랍게도 과학전공자가 아닌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인 와쿠이 요시유키와 마찬가지로 고교 교사였다가 현재는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인 와쿠이 사다미가 공동 집필했다. 이 저자들은 "21세기의 에너지, 환경, 정보 문제 등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반드시 과학이 창조해낸 물건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p.5)"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과학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힌다.
 
 이 책은 가전제품에서 첨단기기,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건에서 평소 "왜"라는 의문을 품게 했던 물건들을 상세한 그림과 눈높이를 낮춘 설명으로 쉽게 전달해준다. 총 5챕터 구성으로, 5챕터는 각각 '거리에서' '집 밖에서' '손 가까이에서' '생활에서' '하이테크 시대에서'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하이패스, GPS, 자동 개찰 시스템, 체지방계,항균 상품 등 평소 이용하는 서비스나 물품에 대해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으니 적어도 디지털 시대 테크놀로지를 멍청하게 소비하는 바보로 전락한 느낌에서 벗어난다.
무엇보다도, 엘레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기뻤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두 기구는 이용할 때마다 항상 그 내부 구조와 작동원리가 궁금했는데, 그림을 곁들인 설명덕분에 궁금증이 풀렸으니 말이다.
 


 
 
중고등학교 가정 가사 시간에 배웠던 마이크로파의 응용기기, 전자레인지 사진과 설명으로 다시 확인하니 새로운 정보로 입력된다. 일본인 공저자들의 관심 레이다에 걸린 제품들을 소개한 만큼, 일본 특유의 문화적 환경적 특징이 드러나는 선별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내진, 제진, 면진의 구조나 시칸센의 형태, 구멍 다른 콘센트, 일회용 소난로 등이 그러하다.
 
 


 
<잡학사전>은 꼭 과학을 전공한 이가 아니더라고, 체계적인 지식을 필요해서가 아니라 과학 잡학 상식을 늘려서 보다 똑똑하게 스마트 물품들을 사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어린이에게도 유용할 책이다. 특히 제 5장 '하이테크 시대에서' 소개된 3D TV니플라즈마 클러스터 이오, 터치 스크린 등은 알고 나면 그 편리성 이면의 복잡한 과학 기술과 과학자들의 노력을 새삼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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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자유롭게 뻥! - 황선미 인권 동화, 중학년 베틀북 오름책방 6
황선미 지음, 정진희 그림 / 베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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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자유롭게
 
 
 
 
 
 
 
축구공과 착취되는 어린이 노동,  인권문제를 상징하며 잘 팔리는 아이콘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책, 다큐멘터리, 신문 등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네요. 어린이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이 없는 이라도 '응, 알아! 축구공 어린애들이 만든다지!'의 피상적 수준으로라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만큼이요. 사실, 황선미 작가가 그 '축구공'을 주요소재로 인권동화를 쓴다하기에 읽기 전에 '진부함'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 성적만 올리면 부모님이 스마트폰에 십수만원대 나이키 축구화 척척 사주시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대한민국 꼬마와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축구공을 바느질하며 삶을 꾸려야 하는 소위 제 3세계의 아이들을 대비한다면 이미 그 소재만으로 어느 정도 내용이 추정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탁월한 심리 묘사와 구성으로 주목받으며 신인문학상, 농민 문학상 등을 수상한 황선미 작가는 진부한 소재를 감동적이고도 재미나게 풀어냈습니다. '인권동화'라는 타이틀 때문에 혹 훈계조일까싶었던 선입견마져 '뻥' 날려주었네요. 
 
 
 
 
한국 아이 이경주, 그리고 라임.
또래의 두 소년은 정진희 그림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본문에서는 만나는 일이 없습니다. 옴니버스 영화처럼 경주는 경주의 이야기를, 라임은 라임의 힘에 겨운 삶을 이야기합니다. 황선미 작가는 '풍요 VS 빈곤'의 단순 대립구도에 두 소년을 위치해 놓은 건 아닙니다.
 
얼핏 보면, 한국의 이경주는 축구공 하나 사겠다고 십수만원을 모을 수 있는 풍요를 즐기는 아이로 보이나, 실은 결핍의 갈증을 안고 사는 꼬마입니다. '마음껏 놀고, 마음껏 축구공 뻥 차보고 싶은 갈증.' 정진희 작가는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경주의 건조한 삶을 사각형의 답답한 프레임에 비유하여 그렸습니다.
*

 

 
VS 
 
라힘은 새벽에 일어납니다. 여섯 살난 동생 말리까도 새벽에 일어납니다. 우물에 물을 길러 가야 하거든요. 아홉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장인 라힘은 학교가 아닌 모한 아저씨네로 걸어갑니다. 그 곳에서 하루 12시간을 꼬박 앉아서 축구공 바느질을 합니다. 공 하나에 1620번의 바느질, 종일 눈이 빠질 정도로, 바늘에 찔려 손이 퉁퉁 부을만큼 일해도 고작 공 3개를 완성할 수 있답니다. 받는 돈으로는 하루 밥값을 간신히 치를 수 있습니다. 그나마 라힘은 하루에 공 여섯개 만드는 숙련공이 되는 가련한 꿈을 품고 있는 기특한 가장입니다. 그래서 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 속 같은 라힘의 이야기 속에 황선미 작가는 복숭아를 자주 등장 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라힘이 토마토를 텃밭에서 키우게 될 거라는 암시를 줍니다. 복숭아와 토마토를 통해서 작가는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신나게 자유롭게 뻥!>의 마지막 장, 부록 페이지에서 황선미 작가는 보다 직설적으로 메세지를 전합니다. "모든 어린이는 행복해야 해! 어린이 놀권리 보장하라!"라고요. 그리고 작가는 더합니다. "경주와 라힘, 두 아이가 만나는 일이 생길까요? 그러면 좋겠습니다. 어떤 물건이 누군가의 귀한 시간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아는 일만큼 좋은 경험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이 우물처럼 생각 깊은 사람을 만들겠지요." 저는 황선미 작가의 말에 독자의 한 마디를 더하고 싶습니다. "우물처럼 깊은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고. 모든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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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 자연과 나누는 친환경 순환농법
여태동(바람길) 지음 / 북마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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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불교신문 취재1부장으로 20년째 기자생활을 해온 기자겸 도시농부, 여태동의 공식 직함이다. 애처가, 애주가, 딸바보, 풍신난 농부. 그가 지은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을 읽고 났더니 붙여주고 싶은 별명들이다.

온라인 까페에서 바람길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태동은 참 재주도 많다. 생일날 새벽에 아내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고, 공주님(따님)들의 눈높이에서 놀아주고, 한 때 100kg에 육박했던 육중한 몸 두터운 손가락으로 무 깍둑썰기를 해서 깍두기도 담근다. 기절초풍 짠 김치에는 설탕 대신 사과로 단 맛을 내기도 하고(96), 선풍기의 3단 버튼으로 서리태 콩 한 됫박을 20분 만에 다 껍질 벗겨내는 특허기술을 내기도 한다. 남들 다 우웩거리고 도망갈 ‘야외 변소’의 잘 발효된 인분을 '환경 사랑'의 맘에서 땅으로 퍼나르기도 한다. 자상한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좋아서 하는” 자발적인 일이기에 가능하겠지만, 주말이면 새벽같이깨서 텃밭을 돌아보고 일한다. 심지어는 장딴지 근육 파열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처지에서까지 새벽에 ‘농장 산책’한다는 핑계로 아내에게서 빠져나와서는, 쩔뚝거리며 무밭을 돌본다.

바람길(여태동)의 소탈한 인품에 반해서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을 한 달음에 읽었다. 이 책은 사실 뜻을 같이하는 도시농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게시했던 농사일기를 엮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커뮤니티 풍신난 농부들의 뒤풀이에라도 온 듯 흥겹게 왁자하며, 걸죽한 막걸리와 신선한 김치 냄새를 솔솔 풍긴다. 요즘 도시에서는 좀체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 모이고 엉겨서 신성한 노동의 즐거움과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함께 먹는 기쁨에 취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래서인가, 독자 역시 그 뒤풀이에 한 자리 껴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듯, 마음이 훈훈하고 흥겨워진다.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에 실린 50편의 일기는 시간 순으로 배치되었다 20년 경력의 재담꾼 불교기자답게 소제목 하나하나 기사 제목인양 간략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지혜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예를 들어, ‘과유부급이란 제목의 6번째 농사일기에서는 토마토니 옥수수, 서리태 등을 따면서 소욕지족과 과유불급이 일맥상통하는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얌체 농법’’태평농법으로 친환경 실천한다 여유를 부리다가, 풀 폭격을 받았던 농사 일기 41번도 재미있었다.  바람길의 친구가 늘 등장하기에 평범한 이야기도 훈훈하게 읽히는 듯 하다. 본문에 수십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 이름 친구,’ 바람길의 친구분은 좋겠다. 마눌님 사랑, 자식 사랑만큼 끈끈한 그 친구 사랑이 행간에서 느껴진다. 행주산성 국수집에서 100원짜리 탈탈 털어 전재산으로 사먹은 3000원짜리 국수 두 그릇,  나도 바람길과 그 친구분처럼 국수를 나눠먹고 싶어졌다. 이토록 친구를, 아내를, 가족을, 풍신난 농부 동호회원들을 사랑하는 바람길이니 흙과 바람과 물을 사랑하는 친환경 도시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와 그 친구들이 제안하는 풍신난 농부의 도시 가치 농법이 하나의 건강한 사회적 운동으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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