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때는 무심코 들어넘겼던 여러가지 고전 이야기들 중에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게 있다.
특히 흥부와 놀부,그리고 심청전에 대한 예가 그러한데...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흥부가 왜 그렇게나 많은 자식을 낳았는지..그러고서도 특별하게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없고 그저 놀부의 선처를 바라는 부분에서 엄청 찌질한 남편이요 아버지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심봉사...앞이 안보이는 덕분에 별다른 일을 할수 없는 처지라 어린 심청이 벌어오는 돈으로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는 양반이 눈 좀 떠 보겠다는 일념으로 대책도 없이 공양미 300석을 덜컥 약조햇다는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어 기가 막힐따름이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에 그 많은 공양미를 도대체 어디서 구할것이라고 그런 약조를 했다는 말인가?
물론 이건 어릴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아니라 좀 커서 사물의 이치 판단을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떤 이치와 원리로 돌아가는건지 깨달았음 즈음이니...이른 바 현실에 눈떴을 때의 이야기이다.뭐..흥부는 무능한데다 무기력하기가지 하지만 심봉사는 무능할지는 몰라도 무기력하지않다는 저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이의 손을 빌려 겨우 살아갔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보인다.못나고 그저 한없이 착하다는 특성만 가지고 있는...
저자는 어릴때 우리가 재미있게 혹은 무서워하며 들었던 고전속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에 다른 잣대를 드리워 그 속에 숨겨져있을지도 모르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모르고 들었을때는 그저 재미난 이야기에 불과했던 고전이 의외로 잔인한 현실이나 진실을 숨기거나 혹은 숨길려는 노력조차 하지않고 드러내면서 단지 그 포커스를 잔인한 행위가 아닌 다른곳으로 돌려 그 잔임함을 보고서도 흘려보리게 하려는 시도가 많은것 같다.예를 들면 `장화,홍련`에 대한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었다.후처가 들어와 전처 소생의 어여쁜 딸들을 자신의 아들과 공모해서 죽이고 그 원혼들이 사또에게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그저 납량특집에나 흔히 쓰이는 소재의 이면에 근친상간과의 관계에 대한 비침은 놀랍고도 쇼킹했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저자의 근거를 들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심이 간다는것이다.왜 다 큰 딸을 시집보내지않았을까?
후처와 사이가 나쁜 장성한 딸은 결혼으로 치워버리면 간단했을것을 집안에 두고 밤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전처 소생의 딸들을 끌어안고 울면서 전처를 그리워하는 행위를 하며 후처의 비위를 상하게 하고 집안의 긴장감을 높여 결국에는 이런 살인까지 하도록 놔뒀을까?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다.저자가 지적한 대로 집안에 그런 일이 생겼을때 이 모든 책임은 그저 악독하고 욕심많은 후처의 소행이고 그녀를 벌함으로써 모든게 해결된다는 식에는 불쾌감이 든다.진정 그 아버지는 죄가 없을까?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자의 묵인이 없으면 가능하지않은 일이기에 그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묻고 싶다.
가만보면 유교사상탓이어서 그런지 아님 기득권의 보신을 위해서인지 여자에 대한 처우가 형편없음은 여러고전을 통해 알수 있는데..대부분 모든일의 잘못에는 여자가 것도 악독하고 잔인한 여자가 있다는 설정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억울하고 입맛이 쓰게 느껴지는 부분이다.그래서 그 모든 사단의 원흉은 여자가 짊어지고 가는 구조...여자들은 맘대로 결혼은 커녕 아무것도 할수없고 그저 아비가,지아비가,나중에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의 처사에 따라야한다는 규율인 삼종지도를 지키도록 강요하고 마치 자신의 재물과도 같은 취급을 했다는걸 알수있는데 비해 남자들은 양반이면 누구나 처,첩을 둘수있고 그런 그녀들에게 복종과 정숙함을 욕했던 사회...그리고 잘못을 뒤집어 씌우기에 딱 좋은 희생양이 바로 여자들이 차지하는 지위인것 같다.
남자들은 능력에 따라 무수한 첩을 둘수도 있지만 여자는 그저 과부라는 이유로 천대받고 멸시당했던 사회..여기에 가장 천대를 받고 집안의 원흉으로 전락한 예가`환향녀`이다.전쟁이 잦았던 시대였던만큼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돌아온 그녀들에게 돌아온건 천대와 멸시 그리고 집안을 위해 죽어주길 바라는 차가운 시선들이었으니..그녀들은 기존 세력을 흔드는 혼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그저 없애야할 증거로 간주될 뿐 이었단다...참으로 잔혹한 시대라 할수있겠다.
들으면 그저 재미있거나 감동스러웟던 고전속의 효자,효부이야기부터 재미있던 이야기까지 무심코 흘려들으면 몰랐을 이야깃속의 무서운 진실들...그저 그 시대에 태어나지않은것을 고마워해야할것 같다.
고전의 재해석...그 속에 담겨진 이야깃속 진실찾기..색다른 재미를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