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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들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아주 오래전 강렬한 영화가 개봉된적이 있다.
`베티 블루 37.2`
영화가 개봉되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도대체 37.2가 뭘 뜻하는건지 설왕설래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엄청나게 강렬하면서 이해가기 어렵고 그러면서도 화면 가득한 원색의 향연에 눈이 부셨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 영화의 원작자가 쓴 책이라는 설명에 일단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봤다.프랑스소설의 난해함을 제쳐두고서..
이 책 역시 전반적으로 비틀린 자조가 있고 광기가 존재하고 난해함 역시 있지만...그럼에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다른 프랑스작품들과 달리 이해하기가 좀 더 용이하기도 하고...주인공의 체념어린 말들이 가슴에도 와닿았다고 느껴졌다.
눈앞에서 아내와 또다른 딸이 탄 차가 폭발하는 광경을 목격한 아버지와 딸..
엄청난 충격으로 비틀거리기도 하고 서로를 외면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건들을 겪은 남아있는 가족간에는 남과 다른 결속으로 맺어져있기에 하나 남아있던 딸아이이자 유명한 여배우였던 딸 알리스의 실종은 프랑시스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다.게다가 딸아이는 가출이 아닌 납치로 밝혀지고 돈을 요구하는 납치범들의 전화도 있었다는 소리에 프랑시스는 피가 마르지만 알고보니 이 모든게 인기를 얻기 위한 딸아이의 어처구니없는 헤프닝에 불과했다.남과 다른 집안환경을 가지고 온세상에 둘만이 같은 결속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었기에 배신감은 컸고 도저히 딸아이를 용서할수 없지만 그런 그를 위로하거나 이해하기는 커녕 두번째 아내와 딸아이는 화해를 하지않는 그를 용서를 모르는 옹졸하고 고집센 사람으로 매도하고 점차 가족들사이에서도 외면당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프랑시스..이젠 작가로서도,한남자의 남편으로서도 그리고 자식의 아비로서도 실패한 자신을 서글퍼하며 자조하기에 이른다.
가족이면서도 너무나 잔인한 일을 여사로 저지르고 가족이기에 당연히 이해할거라 믿는 사람들...
자신들의 입에 발린 사과와 화해 신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고집세고 남을 용서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너무나 쓸쓸하고 지쳐버린 늙은 작가 프랑시스에게 연민이 느껴졌다.눈앞에서 아내가, 딸아이가 폭발하는 엄청난 사고를 목격한 아비에게 하나 남은 딸아이의 처사는 잔인하다 못해 비정하기까지하고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행동엔 분노가 느껴졌다.제목처럼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사람들`이다.더 이상 글을 쓸수없는 작가로서의 삶과 아직도 여전히 매력적인 부인에게 더 이상 자신이 매력적이지도 필요한 존재도 아닌 자각을 하고 의처증증세롤 보이는 프랑시스...전처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그를 한없이 괴롭힌다.
한번의 실수를 용서받지 못하고 평생을 자책하며 살아가지만 이 또한 자신의 만든 일...
눈앞에서 가족이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더 이상은 손을 쓸수없는 무기력한 남자의 자조어린 이야기...
우리가 쌓았다는 가족이라는 견고한 성이 결국에는 이렇게나 보잘것 없는것이었을까?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자유롭게 썻지만 그럼에도 이야기의 맥락이 끊기지않고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더 잘 표현된것 같다.가족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 책...충분히 인상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