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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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전혀 뜻밖의 생각도 못한 전개로 놀라움과 장르소설의 매력을 보여줬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피터 스완슨이 신작을 냈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
제목부터 어딘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역시 범상치 않은 시작을 보여준다.
첫사랑이자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던 여자 리아나를 우20년만에 우연히 자신의 단골 바에서 만나게 되는 남자 조지
리아나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섹시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살인사건으로 수배가 내려진 상태지만 조지는 그녀를 만난 순간 이런 사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게다가 그녀는 지금 곤경에 처한 상태로 그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다.
리아나가 부유한 유부남과 사귀고 있었고 그의 변심 때문에 화가 나 그의 돈을 훔쳤는데 그는 사람을 사 그녀를 쫓으며 위협하는 상황
조지가 그녀 대신 그 집에 들러 돈을 돌려주기를 바라고 조지는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대신해 그 부탁을 들어주지만 그곳에서 만난 남자는 그날 밤 살해당하고 만다.
사실 돈을 좇는 미모의 여자가 남자를 바꿔가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고 그녀가 걸어간 뒤에는 이용당하고 버려진 채 실의에 빠진 남자가 남는다는 설정은 다소 식상하지만 피터 스완슨은 역시 진부한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끌고 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믿는 자에게 차디찬 배신의 칼끝을 겨누는 소설 속의 주인공 리아나완 달리...
대학 입학 첫날 만나 조지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한 18세의 소녀는 방학 때 자살했다는 소식으로 조지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지만 대부분의 사람과 달리 사건의 진상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그녀의 고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조지와 로아나의 악연은 시작된다.
그리고 여느 팜 파탈과 달리 로아나는 단순하게 자신의 미모와 섹시함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갖는 수준을 넘어 타고난 두뇌와 대범함으로 치밀하게 모든 걸 계획하고 여기에다 사람의 가지고 있는 본성을 이용할 줄 아는 최상급의 범죄형 인간이다.
이런 로아나에게 속절없이 걸려든 조지는 적당히 부유하고 적당히 교육받았으며 적당한 외모를 가진 평범한 남자였지만 결정적으로 여자들에겐 친절하고 도움을 구하는 손길엔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편타당한 성격이라 먹잇감을 찾는 팜 파탈 로아나에겐 더할 수 없이 쉬운 남자
거기에다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있던 첫사랑 여자가 20년 만에 나타나 도움을 구하니 남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걸 꿰뚫어보는 로아나에겐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다.
제목처럼 뭔가 작정하고 빼앗는 것에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아낌없이 뺏는 로아나에게 묘하게 동질감마저 느끼도록 하는...
기대만큼 가독성도 좋고 재밌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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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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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인 앨리스에게 느닷없이 FBI 직원 사이먼이 찾아와 오래전에 죽은 연인 신가야를 찾는다.
그리고 그에게서 들은 믿을 수 없는 말
10년 전에 죽은 그가 두 건의 살인사건을 예고했을 뿐 만 아니라 앞으로의 살인을 예고하며 이 살인을 막기 위해선 앨리스를 찾아가라는 편지를 보내왔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10년 전에 부친 편지라는 사실
앨리스가 신가야와 만나 함께 한 건 단 5일뿐이지만 그와 함께했던 모든 장소와 시간들이 단순한 장소와 시간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그의 예언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가 남긴 단서를 바탕으로 그가 하고자 한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이먼
그가 남긴 단서를 쫓던 사이먼은 이 모든 게 10년 전에 죽은 신가야가 계획했던 일이라는 걸 깨달을 즈음
신가야의 계획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닐뿐만 아니라 그가 죽도록 만들었던 사람들의 행적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점차 그의 의도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 가고 이 과정에서 죽은 남자들이 모두 악마 개구리와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9.11테러로 죽은 사이먼의 아내 역시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신가야 그는 어떻게 이 모든 일을 예견하고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할 수 있었을까 의문에 빠진다.
자기의 모든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이용해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는 것에 이용하는 사람들
그런 그들의 계획을 깨부수고 그들의 몰 인간적인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가야의 진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것이 치밀하게 짜인 계획... 그리고 그 계획의 허점을 노려 다시 되돌리려는 사람 간의 치열한 전쟁의 결과는 역시 만고불변이자 보편타당하다 생각하는 진리였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모든 판을 계획했던 남자 신가야...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신가야 그에게도 진리는 사랑이었다.
미래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소재도 독특하지만 그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도 흥미진진했고 여기에다 이 모든 걸 알고서 미리 살인을 계획해 그 살인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마치 도전장을 내밀듯이 과거로부터 편지를 보내왔다는 설정이 상당히 재밌었다.
얼핏 보면 아무런 상관없는 것들 간의 연결고리가 있고 그 연결고리가 어떻게 맞물려서 계획을 실행하게 되는지가 아주 치밀하게 짜여있어 몰입감이 상당한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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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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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에서 여유롭고 한적하게 살아가는 부 보안관 루 포드는 집안이 이 마을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뼈대 있는 집안인데다 늘 웃고 다니며 친절해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다.
그런데 그는... 마음속에 잔혹한 살인마의 본성을 지니고 있다.
당연하게도 마을 사람 아무도 그의 본성을 꿰뚫어보지 못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내면을 알아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루의 아버지이자 마을에서 존경받던 의사였고 루의 본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아버지는 늘 그를 곁에 두고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펴봤지만 그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아 아무도 그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한은...
루 역시 오래전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까지 갔다 온 의형제의 죽음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 스스로를 자제하던 중 의형제 마이크의 죽음이 사실은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이었고 마을의 유지이자 엄청난 부자인 콘웨이의 짓임을 알게 되면서 복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오래전에 쓰인 책이라 요즘 흔히 이런 유형의 사람을 일컫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없지만 루는 명백히 사이코패스형의 인간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죽여야 할 명분이 있거나 필요가 있으면 냉정하게 처리할 뿐 아니라 약간의 망설임도 없고 가차없으며 살인의 순간에도 흥분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지독하게 냉철하고 영리해서 위기의 순간이라도 당황하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올 지능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미소와 유머, 예의 바른 태도를 지닌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어 그의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해도 그를 신뢰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을 정도로 마을에서 인정받는 젊은이 루
복수를 빌미로 해서 시작된 연쇄살인은 점점 그의 목을 죄게 되고 루 역시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막기는커녕 살인의 시기를 냉정하게 저울질하는 모습은 섬뜩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느 것에도 무엇에도 양심의 가책 따윈 날려버리고 그를 잡으려는 사람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사건을 복기해 구멍을 찾아내는 그의 모습과 서늘한 결말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루는 자신이 이런 사람이 된 원인을 어릴 적의 사건에서 자신에게 수치심을 준 아버지의 양육태도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짐작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보다 정신의학이나 정신질병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당시 상황을 보면 작가 짐 톰슨의 통찰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루 라는 인물은 요즘 정신병적 범죄의 유형인 사이코패스의 유형과 많은 것이 닮아있으며 사고방식이나 사고의 유형이 흡사하다는 걸 알게 되는데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한 루 와 같은 인물이 주위에 있다면 알아챌 수 있을까 생각하면 문득 사람이 무서워진다.
서늘하고 섬뜩하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하는 매력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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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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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에는 잔혹한 살인 장면이나 살해 현장을 보여주거나 범인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못 떼게 하고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피 흘리는 장면 하나 없어도 당장 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만으로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도 있다.
이 책 `벤트 로드`는 잔인한 살인 장면이나 피를 흘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뭔가 곧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책의 거의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유지하고 있어 마침내 일이 벌어졌을 땐 나로 하여금 차라리 안도하는 심정을 유발했다.
디트로이트의 흑백 인종 갈등이 심상치 않은 1965년 봄... 도시생활에 위협을 느껴 안전한 곳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의 분위기는 생각처럼 평화롭거나 여유롭지 않고 마치 뭔가 쫓기는 듯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면서 시작된다.
게다가 눈앞에 목적지를 두고서 느닷없이 아내 실리어의 차 앞을 뛰어든 뭔지 모를 형체의 그것
분명 뭔가를 친 것 같은데 내려보니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부터 실리어는 왠지 찜찜하고 불길함을 느끼는데 이야기 전체의 복선 같은 느낌이다.
아서와 그 가족이 아서의 고향 벤트로드로 온 날... 마치 그의 귀향을 환영하는 듯 이웃의 한 여자아이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이웃들은 마치 전염병처럼 아서의 누이 루스와 결혼한 레이를 피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벤트로드 마을 전체의 사람들은 마치 뭔가를 아는듯하지만 아무도 실리어에게 그 비밀을 이야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녀가 믿고 있는 남편 아서조차 거기에 대해 뭔가 알면서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면서 모두가 입으로 말하려 하지 않는 진실
그것은 사라진 여자아이 이전에 이 마을에서 살해된 여자가 또 있었고 그녀가 바로 아서의 또 다른 누이이자 레이의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이브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녀 이브의 죽음에 레이가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 사라진 아이 역시 이브와 아주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무런 증거 하나 없이 레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주시하며 멀리한다. 집단적인 따돌림이 시작된 것
게다가 레이라는 인물 역시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는커녕 언젠가부터 술을 먹지 않고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인데다 루스에게 폭행을 일삼는 쓰레기 같은 존재
이렇게 작은 마을에는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어 도시생활에 익숙한 실리어에게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농촌 생활이 고될 뿐 아니라 마을 전체 사람들이 서로를 너무나 오랫동안 봐와서 사생활이란 없는 곳이기에 더욱 스트레스가 컸는데 이곳으로 오고 나서부터 남편 아서마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마치 다른 사람 같은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딸 에비가 죽은 이브와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자각은 그녀로 하여금 자칫하면 에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주게 된다.
오랫동안 남편 레이에게 맞고 살았던 루스의 결혼생활을 알게 된 아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부부 사이를 떨어뜨려놓고 아내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게 당연시되고 아내를 때려도 묵인되는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레이는 당연한 듯 아내 루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아서와 실리어의 집을 드나들면서 은근한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집을 드나들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마음껏 접근하는 현재의 상황은 실리어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이지만 남편인 아서는 아내가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이 모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뒤로 미루기만 해 실리어를 실망시키게 된다.남편이 더 이상 내 아이들을 지킬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이렇게 모든 갈등 상황이 속속 아서와 실리어의 집으로 모여들 즈음 마침내 비밀의 문이 열리고 화약고가 터지면서 엄청난 스피드로 모두를 휘몰아친다.
조용한 목가적인 마을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들은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외면하고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뿌리친 결과였으며 그 외면의 결과롤 고통받는 건 늘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뿐이었다.
침묵의 대가로 누군가가 고통받는다는 사실보다 자신들의 체면과 비밀의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형태는 시대를 막론하고 이어져오는데...그들이 잊고 있는게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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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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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이 진즉부터 통찰력 있는 말을 했다.
인간이 본성이란 도시든 시골에서든 어디서나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일까 한적하고 조용할 뿐 아니라 외지인들의 방문도 많지 않은 시골에서도 생각도 못할 끔찍한 살인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피해자와 피의자는 수십 년간 서로 알아오던 사이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게 서로 오래 봐오고 알아왔던 사이인데도 저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는 탄식 섞인 주변인들의 말은 어쩌면 인간이란 아무리 오래 알아왔어도 타인을 완전하게 아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가서는 타인과의 소통은 불가능한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번 타우누스 시리즈 `여우가 잠든 숲`에서는 그런 점이 극대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넬레 노이하우스 여사가 쓰는 타우누스 시리즈는 타우누스산 주변에 모여있는 작은 마을들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인기 시리즈이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 강력반을 이끌던 보덴슈타인은 처음의 열정과 달리 아무리 잡아들여도 사라지지 않는 범죄에다 그로 인한 가정생활의 붕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염증을 느껴 모든 의욕이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안식년을 요청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쉬려던 차에 타우누스 숲 캠핑장에서 불이 나고 그곳에서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잘 알던 남자였다.
게다가 같은 날 그 캠핑카의 주인이자 불에 탄 시신의 엄마 로지마저 자연사를 위장해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혹은 이들과 불화를 겪고 있던 피해자의 동생이자 보덴슈타인의 친구에게 쏠리지만 너무나 똑떨어지는 정황증거에 의혹이 갈 즈음 마을의 목사마저 자살처럼 위장한 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목사가 죽기 직전 자신을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히게 시작한다.
죽은 로지가 옛날에 저지른 과오를 목사에게 고백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보덴슈타인은 오랜 세월 그에게 잊히지 않은 상처와 회한을 남겼던 친구를 떠올리게 된다.
옛 소련에서 넘어와 가족 전체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했을 뿐 아니라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심한 폭력을 당한 끝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려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아르투어
이 모든 살인사건이 아르투어와 연관이 있음을 깨달은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수사망을 좁혀가지만 마을 사람들 전체의 침묵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찾았던 친구의 시신을 마침내 찾았을 뿐 아니라 친구보다 더 가슴 아팠던 여우 막시까지 자신의 주변에서 같이 묻혀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보덴슈타인은 마침내 오랜 세월 그에게 공허감을 안겨줬던 어린 시절과 드디어 진정한 결별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수사를 하면서 42년 전에 사라졌던 친구의 비밀에 많은 사람이 연관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는 진실을 알면서도 그토록 오랜세월 곁에서 비겁하게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보덴슈타인
그 역시 오랜 세월 이곳에서 크고 자랐지만 자신 역시 그들에게는 타인이자 아웃사이더였고 한 번도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면서 옛친구들을 조사한다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작은 마을의 배타성과 자식을 위해서라는 비겁한 명분 아래 침묵을 택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 결정으로 오히려 자식들이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음을 절대로 깨닫지 못해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들과 연관이 없는 피아와 같은 제삼자의 눈에야 보이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피해의 결과는 그래서 비극적이지만 희극적이게도 느껴진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모두 희극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 닿게 하는 `여우가 잠든 숲`은 보덴슈타인으로 하여금 인간에 환멸을 느끼고 만정이 떨어질만한 사건이었다.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감춰진 이면과 화장 지운 본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누구라도 절대로 유쾌하지 않다는 깨달음과 함께...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비밀이란 게 고작 이런 것인가 하는 자괴감 어린 씁쓸함마저 느끼게 했다.
거의 2년 만에 나온 타우누스 시리즈지만 벌써부터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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