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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자신의 오빠가 엄마와 언니들을 살해한 후 혼자서만 살아남은 리비
그날 밤 온 가족을 피로
물들인 학살극의 주인이 바로 오빠 밴이었다고 증언한 7살 리비 덕분에 20년이 넘게 감옥에 갇힌 밴
이렇게 농장에서
살던 리비의 가족은 어느 날 밤 그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나 버리고 홀로 남은 리비는 그때 사건의 후유증으로 손가락 일부와 발가락 일부를
잃어버리고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의지마저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연명해 살아간다.
그런 리비에게 어느 날 오빠 밴의
무죄를 믿는다는 미스터리 클럽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돈을 벌 목적으로 그들의 집회에 참가했던 리비는 봉변을
당한다.
그녀의 거짓말 때문에 아무런 죄가 없었던 밴이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갇혀지낸다는 그들의 비난에 혼란을
느끼는 리비는 자신이 그날 밤 분명히 오빠의 목소릴 들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들은 리비에게 돈을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녀가 사건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친아버지를 만나줄 것을 요구한다.
처음엔 분노했던 리비조차 당시
7살에 불과했던 자신의 증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걸 깨닫지만 그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사탄숭배에 열광하는 무리와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을
경원시하는 무리로 가득했던 시기였고 밴 역시 그런 악마 숭배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서 특별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처지가 된다. 안타깝게도 상황의 피해자가 된 밴
게다가 그에게는 그의 무죄를 나서서 증명해주고
싸워줄 어른도 없었던 처지라 희생양으로 삼기엔 그야말로 적합했던 게 그와 그의 가족의 불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
사건의 트라우마 때문에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에도 어려움을 겪는 리비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약속한 돈 때문에 그날 밤 사건을
회상하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단 한 번도 용의선상에 오르기는커녕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사건의 진상은 어쩌면
자신이 굳게 믿었던 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그날 밤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난했던 농장의 아이들은 부모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옷도 먹을거리도 마련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던... 위태롭기 그지없었던 상태였고 그런 그들에게 몇 가지 우연이 겹쳐 걷잡을 수 없이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가 그날
밤의 비극이 리비네 가족을 덮치는 과정을 보면서 내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무기력한 엄마와 자신만 알뿐 책임감이라곤
약에 쓸려고 해도 없는 아빠 그리고 하필이면 반항기에 접어들었던 내성적인 소년의 일탈은 비극을 예고하기 충분할만한 조건이었고 여기에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는 그들의 부모까지...
결국 이 모든 피해는
가장 약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는 걸 리비와 밴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 결말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읽는 내내 리비네 가족의 상황도 그리고 그들 가족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졌다.
`나를 찾아줘` 에서의 느낌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가독성이
끝내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