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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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세상을 살면서 지워버리고 싶거나 잊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런 과거를 깨끗이 마치 없었다는 듯이 지워줄 수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그 유혹에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그 유혹에 매료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 `당신의 과거를 지워 드립니다`는 이런 유혹을 받아들인 한 여자의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제목을 보고선 왠지 무서운 혹은 사건과 관련된 과거를 가진 사람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하나씩 비밀이 드러나는... 뭐 그런 스릴러 장르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달콤하고 유쾌한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
남들이 볼 때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는 한심한 여자로 볼지라도 스스로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낙천적이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즐겁기만 한 찰리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오랜만에 참석한 동창회에서 무참히 깨어지게 된다.
찰리에게 큰 상처를 안겨줘서 그녀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는 걸 겁내게 만들었던 첫사랑 모리츠가 자신의 프러포즈를 위해 그녀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바보로 만들어버린 그날 밤 이후 찰리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이 즐겁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져 우울해진다.
이런 그녀에게 누군가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자신의 가장 치욕스러웠던 과거를 지우는데 동의하면서 찰리는 하루아침에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의 첫사랑이자 유일하게 사랑했던 모리츠와 결혼을 하고 싸우고 절교당했던 소꿉친구와도 다시 말을 할 뿐 아니라 뭐든 살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게다가 그토록 원했던 날씬한 몸매까지 갖게 되었다.
그야말로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완벽한 새 인생을 살게 된 찰리는 행복할까?
자신이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 모리츠도 생각했던 것과 다를 뿐 아니라 그와 만나는 사람도 지겹기만 하고 그와 함께하는 모임은 모두 가식적이기만 하다.
누가 뭐라 해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그녀 찰리에게 이런 생활은 구속처럼 느껴지고 모리츠와의 결혼생활 역시 행복하지 않지만 그녀를 못 견디게 하는 건 앞의 삶에서 그녀의 일터의 사장이자 그녀의 친구였던 팀의 존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지우는 것만 관심을 가졌을 뿐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는 걸 간과했던 찰리는 늘 곁에 있어 소중한 걸 잘 몰랐던 팀과의 접점이 사라져버린 걸 깨닫고 당황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본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지금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꿔버리면 그에 따른 모든 인과관계가 변해버리고 그 결과는 좋은 것도 있겠지만 오히려 처음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또 그걸 다시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더 진창에 빠져버려 안타깝게 느껴졌던 그 영화 속 내용처럼 책 속의 주인공 찰리 역시 다소 자유분방하고 천방지축 같은 말괄량이 아가씨지만 삶에 있어 진짜로 중요하고 소중한 게 뭔지 아는 멋진 여자였음에도 한순간의 유혹에 빠져 원치 않던 삶을 살게 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충실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했다.
무겁게 풀어갈 수도 있지만 유쾌하고 발랄한 아가씨 찰리를 통해 지금 현재를 사랑하라고 전하고 있는 비프케 로렌츠의 이 소설은 이번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했는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무겁지 않아 부담 없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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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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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른들 몰래 어른들의 세계를 염탐하듯 탐닉하게 한 책들 중에는 주드 데브루도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 북폴리오에서 오만과 편견을 새롭게 해석한 로맨스 소설이 그 주드 데브루의 작품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오만과 편견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는 고전 로맨스 소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인데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영화며 책으로도 무수히 많은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언제 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결혼 적령기의 부유한 귀족 다아시는 사실 오만하고 거만할 만한 조건의 남성이었다.
귀족인데다 부유하고 젊으며 외모 또한 훈남이니 결혼 적령기의 미혼 딸을 가진 부모에게 어찌 어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또한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모든 것이 남성 위주였으며 특히 재산권은 무조건적으로 남자의 권리이고 상속 역시 남자에게만 이뤄지던 시대여서 여성에게 있어 결혼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기에 다아시의 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다아시의 현대판 역엔 이런 조건에다 조금 더 첨가해서 많은 여성팬들에게 사랑받고 또 그런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섹시한 영화배우 테이트 랜더스이다.
어릴 적에 데뷔해서 승승장구를 달리는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는데 자신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가족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이고 그런 그의 마음을 이용해 먹는 나쁜 놈의 행동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참기도 하는...알고보면 자상하고 가정적인 그런 성격이 테이트이다.
다아시의 사랑을 받게 되는 엘리자베스 역엔  셰프인 케이시이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지 않지만 당시 시대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통찰력과 사고력을 지니고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엘리자베스처럼 요즘 시대에 걸맞은 커리어 우먼이자 혼자 힘으로 레스토랑을 살린 당찬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케이시와 테이트의 만남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자신이 샀지만 한 번도 둘러보지 못했던 서머힐의 저택에 둘러 어릴 적 엄마의 추억처럼 테라스에서 샤워를 하던 테이트가 알몸으로 케이시와 마주친 것
그녀를 자신의 뒤를 쫓는 파파라치라 오해한 테이트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고 케이시 역시 아무리 그가 잘생기고 섹시한 몸을 가진 영화배우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무뢰한 남자에게 끌릴 이유가 없었기에 둘은 처음부터 낯을 붉혀가며 큰소리가 난다.
테이트에게 이런 케이시의 행동은 유명한 로맨스 드라마들의 정석처럼 내게 이렇게 막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였고 당연히 테이트는 케이시에게 매혹된다.
케이시 역시 테이트의 외모부터 알면 알수록 성격까지 마음에 들지만 이곳으로 오기전 호되게 사랑에 실패한 경험에다 서로 너무 다른 재정적 사회적 차이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될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데 이런 두 사람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뱀처럼 서로의 마음에 의심을 심어놓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데블린
그 역시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재능도 부족하고 끈기조차 없는... 그저 여자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재주만이 탁월한 테이트의 전 처남이었다.
테이트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주변을 맴돌다 그의 마음이 케이시에게 있음을 간파한 데블린은 여자들에게 제법 어필하는 매력을 동원해 케이시의 불안한 마음에 의심을 심고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작전을 짜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는 안개가 낀다.
작은 도시 서미힐에서 마을을 알리기 위한 연극을 하게 되고 그 연극이 오만과 편견이며 배우와 스태프가 서로 눈빛이 오고 가는 가운데 썸을 타는 남녀들의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잘 섞여있다.
마치 세익스피어의 희극인 한 여름밤의 꿈이나 헛소동 같이 몇쌍의 커플이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한바탕 오해와 소동이 벌어지는 유쾌한 로맨스소설이었다.
자극적이지않고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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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의 정석 1~2 세트 - 전2권
윤소다 지음 / 청어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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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초반 진입 장벽이 높다.
글이 어렵거나 인물관계가 복잡한 등등의 이유는 아니고 왠지 초딩스러운 남녀의 밀고 당기는 과정이 좀 유치하게 느껴지면서 진도마저 팍팍 나가는 게 아닌 도돌이표를 하고 있으니 답답하게 느껴진달까
일단 여주인공인 공유미라는 여자는 주변 인물들에게 인기가 있고 제법 괜찮게 생긴 마스크를 가진 나름 매력 있는 여자로 설정되어있는데 이 여자가 도대체 한 남자밖에 모르는 일편단심 민들레다.
게다가 빼거나 잴 줄 모르고 고백도 돌직구로 하는 여자... 이런 여자 나름 매력 있지만 상대편 남자인
이겸이 그 사랑을 절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그것도 자그마치 20년간이나...
남주인공인 신이겸으로 말하자면 늘 유미가 신경 쓰이고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굴지만 그녀를 차갑게 내치거나 모른척할 수 없다.
계속된 고백을 거절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서로 떨어지지 않고 늘 같이 다니다 심지어는 직장까지 옮겨가며 같이 하는데 절대로 사귈 수는 없다는 이 남자의 진심은 도대체 뭘까
유미가 지나가는 말로 한 것조차 예사로 듣지 않고 들어주며 툴툴거리면서도 요구하는 건 다 들어준다.
이만하면 유미가 착각할만하다.
게다가 새로 온 연하의 신입이 유미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모습을 편하게 바라볼 수 없고 인정하진 않지만 질투하는 티도 팍팍 낸다.
이 정도면 그도 그녀를 좋아하는 게 분명한데 계속 그녀를 거부하는 이겸의 모습을 너무 장황하게 그려놓고 뭔가 비밀이 있는듯한데 좀체 그 비밀을 드러내지 않아 조금 지칠 때쯤 이 남자의 사연이 밝혀진다.
그래... 뭔가 사연이 있을 줄 알았어!!
사귀지도 않는 사이에 그토록 오랫동안 곁에 있는다는 게 평범하지 않다 싶었는데 유미에게 아픈 과거가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지리멸렬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급진전되기 시작한다.
오래전 유미가 엄마랑 같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엄마는 죽고 그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인데 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이겸 역시 상처를 받았던 것
결국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와 사랑에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남자의 오랜 사랑 이야기인 츤데레의 정석은 알고 보면 기억을 잃고서도 다시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런 그녀의 곁에서 죽 한 여자만 바라본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본 영화가 생각났다.
거기서도 여자가 단기 기억에 문제가 있어 연인을 매번 잊고 매번 새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었는데 영화로봐서인지 아님 두 주연의 캐미가 좋아서인지 상당히 로맨틱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조금씩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가속도를 내고 이겸의 사랑을 알게 되면서부터 몰입해서 읽게 된 이 책 츤데레의 정석은 놀랍게도 실제 모델이 있단다.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느린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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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왕, 루프스 1~4 세트 - 전4권
윤하영 지음 / 뮤즈(Muse)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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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랑과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늑대왕 루프스`는 시작은 기존의 판타지 로맨스와 닮아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 낯선 세계로 떨어진 소녀가 그곳에서 자신의 이점을 살려 적응하며 사랑을 찾는다는 설정은 사실 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만큼 익숙한 소재임에도 판타지 로맨스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매혹시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채라는 소녀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계에서 눈을 뜨지만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사람도 아니면서 완전한 동물도 아닌 그 중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여우 수인들에게 잡혀 큰일을 당할뻔한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그 여우 종족 수장의 뜻에 따라 모든 수인들의 왕이자 늑대 종족인 루프스의 생일선물로 진상되어 마치 애완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면서 엄청난 고난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그녀의 모든 것이 맘에 든 루프스는 그녀에게 자신의 것이라는 뜻으로 목줄을 채워 사람들 앞에 내놓지만 오히려 그녀의 뛰어난 외모로 인해 그녀를 노리는 수인들이 많아지고 독점욕이 강한 루프스는 그녀에게 점점 집착하는 증상을 보인다.
자신이 왜 그렇게 그녀에게 집착하고 그녀를 신경 쓰는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몰랐던 루프스가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유채에게 고백하지만 유채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너무 많은 위험과 위기를 넘긴 상태라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는커녕 그의 얼굴조차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이때부터 서로 엇갈린 마음으로 인해 고통과 번민의 나날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 믿었던 스승으로부터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부모를 잃고 자신의 동생마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오로지 힘만이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된 루프스는 유채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 그저 그녀에게 귀하고 값진 선물을 하고 속박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유채는 그의 독점욕이 괴롭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가 보이는 지독한 소유욕은 오히려 유채에겐 자신을 괴롭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느껴질 뿐 그의 진심 따윈 전달되지 않는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방향을 달리하는 가운데 신의 실수로 흘려버린 리와인더 조각으로 인해 인간과 수인들이 서로를 증오하다 결국에는 전쟁을 벌이게 되지만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신의 대리 자격으로 리와인더 조각을 회수해야만 하는 유채는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전쟁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이곳으로 온 후 수인들로 인해 온갖 고초를 겪었던 유채가 자신들을 괴롭히고 홀대했던 수인들을 위해 몸을 던져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사랑과 용서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루프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선 보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해 유채를 보내주고자 하지만 유채는 쉽게 그를 용서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남자 주인공인 루프스가 자신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은 후부터 그녀에게 줄곧 용서를 빌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다른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처럼 쉽게 용서한 후 서로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유채는 좀처럼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따라서 서로 사랑에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현실에서와는 달리 로맨스 소설의 특성상 남주인공들의 집착과 독점욕은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 적당히 필요한 부분인데 그렇게 본다면 루프스의 독점욕과 질투, 집착은 다른 책에선 오히려 그의 뜨거운 사랑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볼 수 있지만 여기에선 상대방인 유채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구애는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는 걸로 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쉽게 용서하지도 사랑을 받아주지도 않는 유채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랫동안 루프스의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줄곧 용서를 빌면서 애원하는 남주인공의 모습은 어느 정도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며 책을 읽었던 독자들을 지치게 한다.
웬만하면 이제 좀 받아주지 하는 마음과 함께...
도대체 언제쯤 둘이 서로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서로 화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접점을 잡기 힘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갈등 상황에 대한 묘사와 루프스의 심경의 변화는 잘 표현한 반면 유채가 그를 받아들이는 부분에 대한 묘사는 로맨스 소설 다운 맛은 없는 것 같다.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부족하달까...
낯선 용어가 많아 설명이 필요해서인지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건 사고와 에피소드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는 반면 초반의 루프스의 매력이 유채에게 용서와 사랑을 구하는 부분에서부터 반감되어 잘 살지 못해 아쉽다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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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시에나 1~4 세트 - 전4권 블랙 라벨 클럽 31
윤지은 지음 / 디앤씨북스(D&CBooks)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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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으며 살고 싶었을 뿐인데 정신 차려보니 자신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칼 날을 겨누고 그의 자리를 빼앗는 반란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모두가 불행해졌음을 깨닫고 절규하며 죽어간 여자 시에나
눈을 떠보니 5년 전 자신이 처음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카를이 아직 황제로 제위하기 전인 자신의 성인식 직전이다.다시 한번 새로 인생을 살 기회를 얻은 시에나
자신이 본 광경이 너무나 처참했기에 더 이상 같은 불행의 길을 갈수 없다 결심하지만 운명은 당연하게도 시에나의 의지와 다르게 그녀가 미리 본 그 길로 이끌어간다.
요 몇 년간 판타지 로맨스의 대세는 최악의 모습으로 죽거나 혹은 죽음 직전에 리부트 혹은 리세팅된 인생을 살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미리 본 자신의 운명에 맞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나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 당연하게도 전생에서와 달리 남주인공의 사랑을 얻는 건 조미료처럼 첨가되는 것이고...
긴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후회해보거나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금은 지질하거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는 여주인공이 다시 한번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어서 사랑에도 성공하고 인생도 잘못된 걸 바로잡는다는 설정은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소설이기에 가능할 뿐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으로 어필할만한 소재임엔 틀림없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판타지 로맨스에서 이런 소재를 다뤘기에 조금은 식상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번엔 또 어떤 성격의 주인공이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한 것도 사실인데 많은 작가들이 다룬 소재인 만큼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도 한 단계 높아졌고 그만큼 작품을 보는 눈도 까다로워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역시 리부트 되어 다시 인생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시에나의 길은 조금 험난할 수밖에 없겠다.
미리 본 인생에서 자신이 사랑한 카를과 함께하는 앞길이 너무나 처절했기에 더 이상 그와 함께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운명은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고 이번 생에서도 여지없이 카를과 혼인하게 되는 시에나는 물러설 수 없으면 맞설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신이 봤던 운명과 달라진다.
전생에선 자신의 곁에서 자신에게 길을 안내해주던 아리아 황태후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카를의 숙적이자 권력을 앞에 두고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던 라이벌이었다는 걸 뻔히 보면서도 그저 카를이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자기 연민에 빠져 그 점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던 시에나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아리아와 맞설 뿐 아니라 카를의 사랑에 목매달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맞수인 아리아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밑바닥에서 자신의 힘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선 그녀는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서라면 무서울 것도 겁날 것도 없는 진정한 악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장 독립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의 처절했던 인생에서 남자들이란 그저 그녀에게 해를 끼치고 폭력을 가하며 자신에게서 단물만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나 다름없기에 사랑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을 뿐 아니라 권좌를 두고 진검승부를 펼친 후 패배를 완벽하게 인정하는 모습에서는 진정한 왕의 모습을 닮아있기도 하다.
시에나가 리부트 된 후 가장 큰 피해자는 전생에선 카를에게 아낌없이 사랑받았던 블루벨이 아닐지...
각성한 후 모든 것이 달라진 시에나를 대신해 자신의 사랑만 소중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해서 주변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징징대기 바쁜 블루벨은 전생의 시에나의 모습과 닮아있고 그런 블루벨을 보면서 죄책감을 가지는 시에나의 심정은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생을 기억한 채 리부트 된 주인공들의 특징은 연약하고 그저 남자의 사랑만을 바라던 모습에서 환골탈퇴해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고 남자의 사랑에 목숨을 걸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서 권력을 쟁취하는 걸 크러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반해 남자 주인공들의 역할은 미미하기 그지없는 게 늘 안타까웠다면 이 책에선 그 점이 좀 줄어들었다.
그저 서포트해주는 남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동반자적인 모습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이 작전을 짜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로맨스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도 리부트 시에나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왕좌를 앞에 두고 치열한 정치 다툼을 보는 것도... 그 속에서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에도  확신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던 리부트 시에나
진부한 소재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나름의 매력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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