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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시간의 계단 - 전2권
주영하 지음 / 블라썸 / 2019년 2월
평점 :
이북으로 먼저 나와서 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어 라디오드라마로 방영되었다 드디어 책으로 출간하게 된 주영하 작가의 시간의 계단은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다.
일단 주인공인 연아는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라서 많은 남자로부터 어필을 받는 다던가 하는 게 아닌 조금 이쁜 얼굴을 가지고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열심히 제 할 몫을 다 해내는 32살의 보통의 미혼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상대는 잘 나가는 의사에다 시댁이 될 집도 상류층에 속하는... 속된 말로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여자가 부잣집의 잘 나가는 남자를 잡아 단숨에 신분 상승이 되는 신데렐라스러운 스토리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분히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감인 연아의 예비신랑은 주인공이 아닐뿐 더러 그녀의 남자는 갓 18살의 파릇파릇한 고등학교 남학생이란 사실... 물론 평범한 남학생은 아니고 비록 공부는 영 아니지만 잘 생기고 학교에서 인기며 주먹으로 짱 먹는 다는 점은 양념!
이렇게 말하면 혹시 요즘 유행하는 연상연하 커플인가 싶지만 전혀 아니다.
사실 연아가 지금 처한 현실에서 나은 환경으로 신분 상승을 간절히 원하지만 그녀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일단 만만치 않은 시댁에다 연아에게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 과거를 다 뒤지는 얄미운 시누이까지...
사실 연아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속 깊이 숨겨둔 비밀스러운 상처가 있다.
그런 비밀을 시누이가 냄새를 맡고 은근한 협박을 가해 오는 불안한 상태에서 연아는 우연히 예전의 고등학교를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비밀의 계단을 통해 14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만난 그 아이 지훈
순수했던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담았던 두 사람이지만 그런 두 사람에게 방해꾼이 너무 많았고 결국 그런 것들이 모여 연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던 그 아이는 지금의 자신과 달리 여전히 파릇파릇하고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의 소년이었다.
자신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긴 지훈을 내내 원망만 했던 연아지만 다시 돌아가 그때의 풋풋했던 지훈을 보면서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고 잘하면 원망스럽고 후회 가득했던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 때 느닷없이 현재로 다시 돌아온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돌아온 현재는 미묘하게 조금씩 달라져 있을 뿐 아니라 바뀐 현재의 모습과 바뀌기 전의 모습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자신만이 유일하다는 걸 알게 된 연아는 적극적으로 다시 14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고자 한다.
동풍이 부는 밤 열세 번째 계단을 오른발로 먼저 디디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몇 번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처음엔 자신의 상처에만 연연해 멀리하고자 했던 지훈이지만 그 아이의 순수하고 맹목적인 애정을 받으면서 점점 더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지훈이를 마음에 담게 된 연아는 이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지훈이를 보호하고자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건 만만치 않다.
과연 연아는 지훈이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안타까움과 긴장감을 느끼면서 책을 몰입해서 읽게 되고 마침내 숨겨져있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가슴이 울컥해졌다.
시간의 계단을 통해 과거 누군가로부터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아무런 의심도 없었던 그때로 돌아갔다 오면서 어느새 현실에 순응해버리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속물처럼 살아왔던 연아가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고 지훈과 연아의 풋풋하고 설레는 연애를 보는 것도 좋았다.
시간을 거슬러 마침내 진실이 마주한 순간...아! 하는 깨달음과 함께 앞부분의 미묘했던 부분을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로맨스와 추억,판타지 그리고 은밀히 숨겨진 비밀이 잘 섞인 멋진 작품이었다.